1. 서론
2.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1) 북한의 토지황폐화와 지형에 관한 연구 흐름
2) 정규화식생지수와 강우자료 기반 전역적 토지황폐지 분석
3. 연구자료 및 방법
1) 자료
2) 분석 설계
4. 결과 및 토론
1) 지형 변수의 기초 분포 특성
2) 토지황폐지 발생과 지형변수와의 관계
3) 지형 유형별 토지황폐화 분포 특성
5. 결론
1. 서론
토지황폐화(Land degradation)는 토지가 사회-생태적으로 생산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을 의미하며, 사막화와 토지 생산성 저하, 토양침식 등 토양의 양적, 질적 저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안유순, 2021; Eswaran et al., 2019). 토지황폐화는 기후, 생태, 경제적으로 취약성이 높고 경계선상에 있는 지역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았으며, 특히 저개발국과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일수록 기근과 경제위기 같은 토지황폐화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어 왔다.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라고 일컫는 심각한 기근 피해를 경험하였다. 해당 기근 피해의 원인으로 당시 빈발했던 자연재해와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른 고립, 북한의 잘못된 경제 및 토지관리 정책, 식량자원의 잘못된 배분, 북한 자체의 불리한 기후 및 지형적 조건 등이 제기된다. 안유순(2021) 및 An and Park(2023)의 연구로 미루어 보았을 때, 기근의 핵심 원인 또는 기근의 주요 요인을 포괄할 수 있는 원인은 토지황폐화 문제였다. 따라서 북한의 1990년대 대기근은 토지황폐화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토지황폐화 문제는 휴전선 일대와 북-중 접경지대에서 오래전부터 쉽게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익숙한 문제였다. 특히 위성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북한의 토지황폐화 발생지역(이후 토지황폐지로 표현)의 범위를 양적으로 평가하는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토지 황폐화에 관한 관심의 시작이 다락밭으로 대표되는 산지 개간, 연료목을 위한 산림벌채 문제, 그리고 이로 인한 산사태 등의 재해 발생 부분에 국한된다. 또한 위성영상 중심 연구가 가지는 기술적인 한계1) 때문에 많은 경우 산림황폐화(forest degradation) 또는 산지황폐화 문제로 국한되는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로 인해 북한의 토지황폐화 문제는 1990년대 북한 기근을 일으킨 주요한 원인으로 잘 인식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북한이 한반도 중앙을 동-서로 가로질러 산지가 많이 분포하는 휴전선 일대와 복합적 조산운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토지황폐화 문제는 고도가 높고 경사가 심한 산지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안유순(2024)의 산림황폐화에 국한되지 않는 북한의 토지황폐지 추출 결과와 지형자료를 비교・검토함으로써, 토지황폐지가 어떤 지형에서 주로 분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북한의 토지황폐지가 어떤 지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북한의 토지황폐화가 산지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개념 또는 고정관념에 대해서 고찰하고, 토지황폐화 저감을 위한 남북 협력 정책 수립시 활용할 수 있는 대안 및 의미를 확인하고자 한다.
2. 선행연구 및 이론적 배경
1) 북한의 토지황폐화와 지형에 관한 연구 흐름
북한의 토지황폐화 문제는 북한에 대기근이 발생한 1995년 이전부터 휴전선이나 북-중 접경지대에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던 문제다. 다만, 다른 북한 연구와 마찬가지로 북한 관련 자료의 부족과 신뢰성 문제가 있어 자료 구득과 연구 활용에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북한이 공개한 또는 여러 직・간접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토지황폐화 문제에 대한 접근 시도가 일찍부터 있어 왔다(e.g. 박종화, 2008). 또한 1960-70년대 지구 촬영 인공위성이 등장하고 촬영과 기록 기술이 발전하고, 자료가 누적되었으며, 1990년대 말 이후 해당 위성영상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됨에 따라, 위성영상을 이용한 북한의 토지황폐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북한의 토지황폐화 연구의 절대다수는 산림황폐화 연구였다. 이는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서 볼 수 있는 토지황폐화가 주로 다락밭 등으로 대표되는 산지개간과 산림벌채였다는 이유에서 기인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접근성이 제한되고 자료가 부족한 실정에서, 토지황폐화의 여러 차원 중 산림황폐화에 접근하기가 더 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토지황폐화의 또 하나의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는 농업생산성 저하를 위해서도 상당 수의 연구가 진행된 바가 있다(홍석영 등, 2015). 그러나 위성영상의 낮은 시간과 공간해상도로 인해 농업생산성 저하를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품목별 파종과 수확시기의 차이, 토양의 성질 등)를 분간해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여러 자료와 제한적 교류 등으로 확인한 확연한 농촌사회와 농업시스템 차이는, 현장연구의 부족을 충분히 메꾸지 못하는 요소가 되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산림황폐화 또한 비슷한 문제가 있겠으나, 농업에 비해서 그 범위가 광대하고, 식물 생장 패턴에서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제한적인 위성영상의 품질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여지가 있었다.
북한 산림황폐화 연구의 다수는 토지 피복 분류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는 산림으로 분류되는 토지피복의 변화를 통해, 황폐지의 범위와 위치를 추정하는 단순한 연구다. 일반 연구자가 위성영상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점부터, 환경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림청을 중심으로 해당 연구와 자료축적이 이루어졌다. 환경부에서는 1980년대부터 10년 단위로 Landsat 위성영상을 이용해 북한 일대를 7개 토지피복 분류로 구분해 왔으며, 대분류 토지피복도로 제공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을 중심으로 더 세밀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1990년대 초반에 대하여 이승호 등(1998)의 연구가 그 시초이다.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며 1970~2010년대까지의 북한 산림황폐화에 관한 다차원적인 연구를 집대성하여 김경민 등(2020)이 보고서로 발간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Rapideye 등 고비용 민간 영상 등을 활용하여 산림황폐화의 정확도를 높이거나, 방법론을 보완하여 양적・질적으로 산림황폐지의 변화의 추정 능력을 높이는데 집중해 왔다.
북한 산림황폐화 연구는 소규모 연구집단과 개인 연구자를 중심으로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다만, 위성영상에 대한 접근성이 현재 수준에 근접한 2000년대 이후, 그리고 유료 영상을 활용하는 국가 기관과는 달리 무료 영상을 중심으로 한 연구가 주를 이루며, 북한 산림황폐화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론의 개선에 집중한 연구가 다수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후반에는 에는 기존 위성영상보다 시간해상도가 높거나 광학해상도가 높은, 당시에 최신이었던 SPOT Vegetation(e.g. 염종민 등, 2008), 및 MODIS (e.g. 유재심, 2010)의 활용이 이루어졌다. 또한 통계 기반의 전통적인 연구에서 식물생장 특성을 고려한 방법론(박종화・유재심, 2009), 객체기반 연구(e.g. Dong et al., 2020) 등의 방법론적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해당 방법론에서 핵심적인 방법론으로 대두되는 기계학습 등의 적용은 북한의 산림황폐화와 토지황폐화 연구 전반에서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북한 산림황폐화의 심각성을 규명하고, 조림사업 및 협력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나 북한의 토지황폐화는 산림의 문제로만 환원될 수 없으며, 기근과 재해 역시 산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림황폐화만으로 전체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해당 연구는 토지황폐화 문제에 영향을 주는 지형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를 가진다.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지형요소를 분석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일부 연구에서도 산지 구분이나 고도 조건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 활용되었다.
한편, 북한의 지형 연구는 북한 내부의 지형연구 현황 조사(김종연・김주용, 2005)를 시초로, 수치고도모형(DEM)과 지리정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내 연구 또한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추가령 단층대(e.g. 이민부・이광률, 2016), 동해안 석호(e.g. 이민부 등, 2006) 등 남북 연속 지형에 대한 연구를 시초로, 토양침식량 추정(e.g. 이민부 등, 2003), 간척 전후 변화(e.g. 이민부 등, 2005)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또한 한반도 전역의 지형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북한의 지형 특성을 특정하는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탁한명 등(2013)은 “지형학적 산지”를 특정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한반도의 42%, 남한의 31%, 북한의 51%를 산지로써 분류한 바 있다. 박수진 등(2018)은 수치고도모형을 중심으로 북한의 지형자료 기반으로 산림예측을 수행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정훈 등(2022)은 북중 접경지대의 자연환경 특성을 확인하면서 북한의 지형적 특성을 분석한 바 있는데, 고도의 측면에서 북한은 고도가 남한에 비해서 확연하게 높았으나 경사도와 수문지수 측면에서는 남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서는 고도와 경사도 측면에서 북한 전체를 상회하는, 북한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험한 지형 특성을 보여주었다(표 1).
표 1.
북한과 남한의 지형변수 요약통계값
출처: 이정훈 등(2022)의 내용을 이 논문의 맥락에 따라 일부 수정.
이 외에도 남・북한의 지리학계 및 연관 분야에서 다방면의 지형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는 북한 토지황폐화 문제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제한적이었다. 토양침식량을 추정하는 이민부 등(2003)의 연구와 북한토양의 속성을 예측하는 박수진 등(2018) 정도가 관련 연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북한 토지황폐화의 정보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 연구로써, 실제 토지황폐화 현황의 지형적인 특성을 확인하는 연구로 이어진 사례는 없었다.
한편 국제적인 토지황폐화 연구에서는, 토지황폐화와 지형을 주제로 한 다방면의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산지 지역에서도 토지황폐화는 산지가 쉽게 무너지거나 손상될 수 있는 급경사지 자체보다는, 인간의 토지이용 압력과 접근성이 높은 산록 및 완경사지에서 강화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다(Vanacker et al., 2003; Geist and Lambin, 2004). 특히 안데스, 히말라야 등 산지 내륙에 위치한 국가와 지역에서 인간의 접근성이 높은 지형이 더 토지황폐화와 인간의 영향에 따른 취약성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Vanacker et al., 2003; Karpouzoglou et al., 2020). 이러한 토지황폐화와 지형과의 관계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인지, 아니면 북한 특유의 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2) 정규화식생지수와 강우자료 기반 전역적 토지황폐지 분석
토지황폐화는 단순한 자연환경 훼손이 아니라, 인간의 토지이용, 생산활동, 접근성, 정책 및 생태적 반응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사회생태시스템 문제로 이해되어 왔다(Reynolds et al., 2011; Vogt et al., 2011; Turner et al., 2016). 기존의 토지황폐화 연구에서도 토지황폐화는 단순한 자연환경 조건보다는 인간의 토지이용 압력, 접근성, 사회경제적 조건과 결합하여 발생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다(Geist and Lambin, 2004). 따라서 토지황폐화는 인간의 토지이용 압력과 생태적 반응이 지형 위에서 상호작용하는 사회생태적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북한의 토지황폐화 연구는 주로 산림면적 변화에 기반한 산림황폐화 분석에 집중되었다. 산림생태계에 집중한 기존 연구는, 해당 문제가 가지는 사회생태적 속성, 특히 인간 활동과 생태 변화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안유순(2024)은 산림황폐화에 국한되지 않는 토지생산성과 기후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관점에서 북한의 토지황폐화 발생지역을 도출하였다.
안유순(2024)은 ZEF 방법론(e.g. Le et al., 2012)을 적용하여, 식생의 생산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정규화식생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와 기후요소인 강수자료를 결합하여 토지황폐화가 발생한 지역을 도출하였다. 해당 연구방법론은 1980-1990년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전역의 토지황폐화(Vlek et al., 2008), 서아프리카의 볼타 강(Volta River) 유역의 토지황폐화(Le et al., 2012), 전 세계(Le et al., 2016)의 전역적 토지황폐화 문제 등 다양한 스케일의 토지황폐화 문제에 적용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의 핵심은 NDVI의 장기적 변화 경향과 강수와의 상관관계에 있다. 다시 말해서, 시간에 따라 NDVI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강수량과의 관계가 약하거나 음의 관계를 보이는 지역을 기후 요인이 아닌 다른 요인, 즉 인간 활동에 의해 토지생산성이 감소한 토지황폐화 지역, 즉 토지황폐지로 도출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의 토지피복 변화 중심의 분석과 달리 자연생태계 및 농업 경관의 생산성 변화를 직접 반영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 연구에서 사용한 자료는 미국 NASA의 MODIS NDVI 자료와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기후연구그룹의 격자화된 시계열 기후 연구단위(CRU; Crimate Reserach Unit) 기반 강수자료로,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변화를 근거로 한반도 전역 및 그 주변을 대상으로 토지황폐지를 도출하였다. 특히 NDVI 변화율과 회귀분석의 유의수준을 기준으로 다양한 문턱값을 적용하고, 남한 수도권 개발지역과의 비교를 통해 한반도 특성에 적합한 기준을 설정하였다. 그 결과 NDVI 변화율 절대값 10%를 기준으로 한 토지황폐지 분류가 정확도와 특이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적절한 기준으로 제시되었으며, 공간적 경향의 안정성과 확장 범위를 함께 검토하기 위해 p < 0.1과 p < 0.2의 두 가지 유의수준을 활용한 결과가 함께 제시되었다(그림 1).
이 연구에서는 먼저 해당 방법을 북한뿐 아니라 연접한 중국 동북 지방과 남한의 경기-강원 지역에 적용하여, 북한이 이들 지역에 비해 토지황폐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를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북한이 남한 및 중국 동북 지방에 비해 2~6배 정도 토지황폐지의 면적비가 높았다. 또한, 해당 분석을 북한의 시・군단위 행정구역에 적용한 결과, 황해남북도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재령평야 일대가 토지황폐지의 면적비가 높게 도출되었다. 피복분류를 적용한 산림황폐지 중심 연구에 비해서, 이 연구는 더 적은 토지황폐지 결과가 도출되었으며 기존 연구에서 주된 황폐지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토지이용 압력이 북한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황해남북도 일원을 새로운 토지황폐화의 취약지(Hotspot)으로 도출하였다. 이를 통해 기존 연구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던 인간 활동에 의한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안유순(2024)의 연구는 토지황폐화를 사회생태시스템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한 시도로서,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고 보다 포괄적인 분석 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특히 토지황폐지를 공간적으로 도출하고 그 분포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 및 정책적 활용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용된 자료의 공간해상도가 상대적으로 거칠고, 현장 검증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결과 해석에 일정한 한계가 존재하며, 보다 다양한 자료와 방법론을 결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토지황폐화의 취약성을 설명할 수 있는 지형자료와의 비교가 결여되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3. 연구자료 및 방법
1) 자료
본 연구에서 사용한 지형자료는 미국 지질정보국(USGS;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에서 제공하는2) SRTM (Shuttle Radar Topography Mission) 1-arc Second 공간해상도의 수치고도모형을 사용하였다. SRTM자료는 과거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구 전역을 합성개구레이더(SAR; Synthetic Aperture Radar)로 촬영하여 획득한 능동형 원격탐사 자료로, 기상 조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전 지구적으로 균질한 품질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본 연구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임정호 등 역, 2005; Farr et al., 2007). 해당 자료는 한반도 지역에서는 약 27m 수준의 공간해상도를 가지는데, 박수진・유근배(2004)가 제시한 한반도 단위에서 지형분석을 위한 최적의 공간해상도인 15~30 m에 해당하므로 적절한 해상도로 판단된다. 다만 다른 자료와의 정합성과 분석의 효율성을 위해 공간해상도를 30m로 변환하였으며, 경위도 좌표계(WGS 1984, EPSG:4326)를 같은 계열의 인공위성 영상(예. MODIS)이 많이 사용하는 투영좌표계(UTM Zone 52N, EPSG 32652)로 변환하였다. 변환은 연속형 자료로써 수치고도모형의 특성을 반영하여 쌍선형(Bilinear) 보간법을 사용하였다.
위와 같이 구축된 수치고도모형을 기반으로 경사도와 지형수문지수 등의 지형분석 지표를 산출하였다. 지형분석 지표는 고도, 경사도, 지형수문지수로 구성하였다.3) 고도(elevation)는 지형의 거시적 위치와 기후・접근성 환경을 반영하며, 경사도(slope)는 지표면의 기울기와 토지 이용 및 침식 가능성과 관련된다. 지형수문지수(TWI)는 수분의 집중 가능성과 습윤 환경을 나타내는 수문학적 지표로 활용된다
경사도는 수치고도모형의 고도자료를 기반으로 지표면의 기울기를 각도(°)로 계산하였으며 QGIS 3.40을 사용하였다. 지형수문지수(TWI; Topography Wetness Index)는 지형적 습윤도를 표현하는 지수로서 아래의 집수면적(upslope contributing area, α) 및 경사도(β)의 관계식으로 계산된다.
지형수문지수의 계산은 SAGA 9.10.0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Conrad et al., 2015).
Geomorphon 분석은 주변 지형과의 상대적 고도 관계를 기반으로 지형을 ridge, summit, slope, valley 등 10개의 기본 지형 유형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Jasiewicz and Stepinski, 2013). Geomorphon 분석은 ridge, valley, footslope, shoulder 등 지형의 형태적 맥락을 반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사도나 TWI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간적 지형 패턴을 보완적으로 해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연속형 지형 변수 분석과 함께 geomorphon 기반 지형 분류를 적용함으로써, 토지황폐지가 어떠한 지형적 위치 및 공간적 맥락에서 주로 발생하는지를 추가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각 지형 유형의 개념은 표 2에 제시하였다. Geomorphon 분석 역시 SAGA 9.10.0을 사용하였다. 분석반경은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속성상 3km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는 그림 2와 같다.
표 2.
Geomorphon 각 지형 유형 도식과 개념
출처: Jasiewicz and Stepinski(2013) Fig. 3을 재구성, 지형유형명의 한글 명칭은 김동은・오정식(2019)을 따랐음.
토지황폐지 자료는 안유순(2024)의 연구에서 구축한 결과를 활용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NDVI의 장기적 변화 경향과 강수와의 관계를 이용하여, 기후 요인과 무관하게 식생 생산성이 감소하는 지역을 토지황폐지로 추출하는 ZEF 방법론을 적용하였다. MODIS NDVI와 강수자료를 결합하여 황폐지를 도출하였으며, 공간해상도는 250m이다. 본 연구에서는 안유순(2024)의 다양한 토지황폐지 분류 결과 중 정확도와 특이도가 통제된 NDVI 변화율 절대값 10%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였다. 또한 분석의 공간적 민감도를 함께 검토하기 위해, p < 0.1 기준을 만족하는 지역을 ‘핵심 황폐지’, 0.1 ≦ p < 0.2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확인되는 지역을 ‘황폐지 가능 지역’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핵심 황폐지와 황폐지 가능지역을 합친 범위(p < 0.2)를 ‘확장된 황폐지’로 정의하여, 분석에 활용하였다(그림 3).4)
2) 분석 설계
본 연구는 북한의 토지황폐화 발생 문제가 어떠한 지형적 조건에서 발생하는지를 다각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토지황폐지 자료와 지형 자료를 비교하였으며 다양한 기술 및 추론통계를 사용하였다. 또한, 지형에 대한 유형화를 진행하고 토지황폐지에 어떤 유형의 지형이 존재하는지 파악하였다.
앞서 언급하였던 토지황폐지와 지형 자료 간의 비교를 위해, 먼저 핵심 황폐지와 황폐지 가능 지역, 비황폐지, 북한 전체를 대상으로 지형변수를 추출하고, 이에 대한 기술통계 및 비교분석을 진행하였다.5) 기술통계는 집단 별 경사도, 지형수문지수의 평균과 표준편차, 중앙값의 기초적인 차이를 확인하여, 토지황폐지가 비황폐지 및 북한 전체와 비교하였을 때 어떠한 특성이 있는지를 확인하였다. 다음으로, 확률밀도함수와 상자도표를 활용하여 추출한 지형 변수의 분포 특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비교하고자 하였다. 확률밀도 그래프는 황폐지와 비황폐지 또는 북한 전체 간의 분포 형태 차이를 연속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활용하였다. 상자도표를 활용하여 구간별 중앙값과 분산, 극값을 포함한 분포의 구조적 차이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단순 평균값 비교를 넘어, 분포 전반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다음으로, 비대응표본 t-검정을 수행하여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 간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를 검증하였다.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 간 평균값 차이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핵심 황폐지를 중심으로 분석하되, 확장된 황폐지도 별도로 분석하여 결과의 민감도와 일관성 또는 차이를 검토하였다.
추가적으로,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수행하여 토지황폐지 발생에 지형 변수들이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였다. 토지황폐지 여부를 종속 변수로, 지형 변수를 설명 변수로 설정하였다. 분석 결과는 Odds Ratio(OR)와 95% 신뢰구간을 통해 해석하였으며, 이를 통해 각 지형 변수의 영향 방향과 상대적 중요도를 평가하였다. 앞서 비대응표본 t-검정과 마찬가지 이유로 핵심 황폐지를 기준으로 하되, 확장된 황폐지도 별도로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Geomorphon 기반 지형 분류를 북한지역에 적용하고, 이를 토지황폐지 분포와 비교하였다. Geomorphon의 10개 지형 유형별로 토지황폐지 비율을 산출하여 지형 유형과 토지황폐지 발생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6) 앞서와 마찬가지 이유로 동일한 분석을 확장된 황폐지를 대상으로 수행하였다.
4. 결과 및 토론
1) 지형 변수의 기초 분포 특성
먼저 북한의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의 지형적 특성을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고도, 경사도, 지형수문지수(TWI)에 대한 기술통계 분석을 수행하였다(표 3). 분석 결과, 토지황폐지는 비황폐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고도와 완만한 경사에서 분포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핵심 황폐지의 토지황폐지는 평균 고도 448.91 m, 평균 경사도 11.23°로 나타났으며, 비황폐지의 평균 고도 592.91 m, 평균 경사도 16.19°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값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확장된 황폐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 평균 고도는 432.54 m, 평균 경사도는 10.95°로 더욱 낮은 값을 보인다.
표 3.
북한의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의 지형 변수 기술통계
반면 지형수문지수(TWI)의 경우 토지황폐지가 비황폐지보다 높은 값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황폐지는 평균 TWI 7.07, 확장된 황폐지는 7.10으로 나타난 반면, 비황폐지는 6.64로 상대적으로 낮은 값을 보인다. 이는 토지황폐지가 수분 집적 가능성이 높은 지형 조건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비황폐지와 북한 전체의 평균값은 매우 유사한 수준을 보인다. 북한 전체의 평균 고도(587.03 m), 평균 경사도(16.00°), 평균 TWI(6.65)는 비황폐지와 거의 동일한 값을 나타내며, 이는 북한 전체의 지형적 특성이 비황폐지의 분포에 의해 대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토지황폐지는 이러한 전체 분포와는 크게 다른 지형적 특성을 가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시각적 확인을 위해 이 연구에서는 고도, 경사도, 지형수문지수(TWI)의 분포를 확률밀도와 상자도표를 통해 분석하였다(그림 4). 먼저 고도의 분포를 살펴보면, 토지황폐지는 비황폐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고도에 분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그림 4a, b). 특히 핵심 황폐지는 보다 저지대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며, 확장된 황폐지의 경우 분포 범위가 다소 확장되지만 여전히 비황폐지에 비해 낮은 고도에 분포하는 특징이 유지된다. 반면 비황폐지와 북한 전체의 고도 분포는 유사한 형태를 보이며, 이는 북한 전체의 지형적 특성이 비황폐지의 분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사도의 경우에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된다(그림 4c, d). 토지황폐지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경사 구간에 집중되어 있으며, 비황폐지는 보다 다양한 경사 범위를 포함하고 특히 중・고경사 구간에서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핵심 황폐지는 가장 낮은 경사 구간에 집중되는 반면, 확장된 황폐지의 경우 일부 높은 경사 구간까지 포함되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유지된다. 이러한 결과는 토지황폐지가 주로 접근성과 이용 가능성이 높은 완만한 지형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형수문지수(TWI)의 분포에서는 앞선 두 변수와는 반대의 경향이 나타난다(그림 4 e, f). 토지황폐지는 비황폐지에 비해 높은 TWI 값을 가지며, 이는 상대적으로 수분 집적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확장된 황폐지는 높은 TWI 구간에서의 비율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핵심 황폐지의 경우에도 비황폐지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값을 유지한다. 반면 비황폐지와 북한 전체의 분포는 유사하게 나타나, 고도 및 경사도 분석과 마찬가지로 전체 분포가 비황폐지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사도의 쌍봉 분포는 최정선 등(2018) 및 박수진 등(2018)이 확인한 한반도 경사의 쌍봉 분포, 이를 통한 한반도의 평지・구릉지(낮은 값의 봉우리)와 산지(높은 값의 봉우리)의 적절한 구분 기준을 재확인하는 결과로 의미가 있다. 비황폐지 및 북한 전체는 평지-구릉지의 분포보다 산지의 분포가 높아, 산지 비중이 높은 북한의 지형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사도의 확률밀도 그래프와는 달리, 핵심 황폐지와 확장된 황폐지 모두 평지-구릉지의 분포가 산지보다 더 많은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결국 토지황폐지의 중심은 인간의 접근성이 높은 구릉지와 평지 위주로 나타난다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종합하면, 북한의 토지황폐지는 낮은 고도, 완만한 경사, 높은 지형수문지수를 가지는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러한 패턴은 어떤 기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이러한 지형 조건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거주에 유리한 지역이기 때문에, 해당 결과는 토지황폐화가 자연적 지형 조건 중에서도 인간 활동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형 환경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7)
앞서 확인한 지형 변수 분포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지 검증하기 위해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를 대상으로 평균값 비교(t-test)를 수행하였다(표 4). 분석 결과, 고도, 경사도, 지형수문지수(TWI) 모두에서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 간 평균 차이가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p < 0.001). 핵심 황폐지는 비황폐지에 비해 고도와 경사도에서 낮은 값을 보이며, TWI에서는 높은 값을 나타내었다. 이는 각각 양의 T값(고도 62.26, 경사도 129.84)과 음의 T값(TWI -96.97)으로 나타나, 토지황폐지가 저지대 및 완만한 지형에 위치하면서 동시에 높은 습윤 조건을 가지는 지역에 집중되어 있음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한다. 확장된 황폐지의 경우에도 유사한 경향이 확인되었으며, 고도(127.73)와 TWI(-85.64)에서는 동일한 방향의 차이가 유지되었다. 다만 경사도의 경우 음의 T값(-167.58)이 나타나, 확장된 황폐지에서는 주변적 공간 경향이 포함되면서 분포 범위가 일부 확장된 결과로 해석된다.
표 4.
토지황폐지와 비황폐지 간 지형 변수 평균 비교(t-test)
| 비황폐지와의 비교대상 | T값 | ||
| 고도 | 경사도 | 지형수문지수 (TWI) | |
| 핵심 황폐지 | 62.26 | 129.84 | -96.97 |
| 확장된 황폐지 | 127.73 | -167.58 | -85.64 |
이와 같이 모든 지형 변수에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됨에 따라, 앞서 분포 분석에서 확인된 토지황폐지의 지형적 특성은 우연한 패턴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경향임을 확인할 수 있다.
2) 토지황폐지 발생과 지형변수와의 관계
토지황폐지의 발생여부와 지형변수 간의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수행한 결과 북한의 토지황폐화 여부와 경사도, 고도, 지형수문지수(TWI)는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었다(표 5). 특히 핵심 황폐지에서는 모든 지형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확장된 황폐지에서는 TWI가 유의하지 않은 변수로 나타나 기준에 따라 변수의 영향력이 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
표 5.
토지황폐지 발생에 대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 변수 | 핵심 황폐지 OR (95% CI) | 확장된 황폐지 OR (95% CI) |
| 경사도 | 0.931 (0.928–0.933) | 0.931 (0.929–0.933) |
| 고도 | 0.99993 (0.99990–0.99996) | 0.99990 (0.99988–0.99993) |
| TWI | 0.974 (0.952–0.996) | 1.004 (0.986–1.022) |
| 상수항 | 3.33 (2.78–3.99) | 2.70 (2.33–3.13) |
먼저 경사도의 경우 두 기준 모두에서 가장 강한 영향을 미쳤다. 경사도의 Odds Ratio는 약 0.931로 나타나, 경사도가 1° 증가할 때 토지황폐지 발생 확률이 약 6.9% 감소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과는 경사가 완만한 지역일수록 토지황폐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며, 이는 농업 이용과 접근성이 높은 지형에서 토지 이용 압력이 집중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서 토지황폐지가 많이 발생하였던 안유순(2024)의 해석 결과와 부합하는 결과라 볼 수 있다.
고도의 경우에도 두 기준 모두에서 유의한 음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Odds Ratio가 0.9999 수준으로 매우 1에 근접한 값을 보이는데, 이는 단위 변화(1m)에 대한 효과가 작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는 수십에서 수백 미터 규모의 변화에서 영향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낮은 고도일수록 토지황폐지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확인된다.
지형수문지수(TWI)의 경우 핵심 황폐지에서는 Odds Ratio가 0.974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보였으나, 확장된 황폐지에서는 1.004로 나타나 유의하지 않은 변수로 확인되었다. 이는 토지황폐화를 좁게 볼수록 수문 조건이 보다 명확한 영향을 미치지만, 토지황폐지를 넓게 볼수록 수문 조건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수분 집적 조건은 토지황폐화의 핵심적인 설명 요인이기보다는 특정 조건에서 강화되는 보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수분 집적 조건은 토지황폐지의 핵심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토지황폐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결정요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경사도는 토지황폐지 발생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하고 일관된 지형변수이며, 고도는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안정적인 영향을 가지는 변수로 나타났다. 반면 지형수문지수는 분석 기준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지는 변수로, 토지황폐화의 정의 및 범위 설정에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3) 지형 유형별 토지황폐화 분포 특성
Geomorphon 분류에 따른 토지황폐지 발생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형 형태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그림 5). 그림 5의 좌측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핵심 황폐지에서는 토지황폐지 발생 비율은 shoulder(5.63%), footslope(5.26%), flat(4.66%)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반면, spur(1.83%), peak(1.99%)에서는 낮은 값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확장된 황폐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전체적인 발생 비율은 증가하였으나 지형 유형 간 상대적 순위는 유지되었다. 이는 토지황폐화의 정의 및 기준과 관계없이 지형 조건에 따른 공간적 분포 패턴이 안정적으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그림 5의 우측 그래프에서 제시한 평균 대비 상대비를 통해 이러한 경향은 보다 명확하게 확인된다. shoulder와 footslope, flat 유형은 전체 평균의 약 2배 내외의 값을 보이며 토지황폐지 발생이 집중되는 지형으로 나타난 반면, spur와 peak, ridge 등은 평균보다 낮은 값을 보여 상대적으로 토지황폐화 발생 가능성이 낮은 지형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결과는 토지황폐화가 특정 지형 유형에 선택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가지며, 단순한 공간적 확산이 아니라 지형 조건에 의해 구조화된 패턴을 보인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형별 차이는 토지이용 가능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shoulder와 footslope는 전이대 및 사면 하부에 해당하는 지형으로, 상부로부터의 물질 이동이 집중되는 동시에 접근성과 이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다. flat 지역 또한 농업 이용이 용이한 평탄지로서 인간 활동의 강도가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peak와 spur 같은 지형은 경사가 크고 접근성이 낮아 토지이용 압력이 제한되며, 이에 따라 토지황폐화 발생 비율이 낮게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이러한 결과는 앞서 경사도와 고도에 대한 연속형 분석 및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경사도가 완만하고 고도가 낮은 지역에서 토지황폐지 발생 확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결과는, geomorphon 분류에서 flat, footslope, shoulder와 같은 지형 유형에서 높은 발생 비율로 구체화되어 나타난다. 즉, 연속형 지형변수에서 확인된 통계적 경향이 형태적 지형 분류 결과에서도 재현됨을 확인할 수 있으며,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패턴이 지형 조건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토지황폐화는 분석 기준에 관계 없이 능선이나 급경사지보다는 완만한 사면과 평탄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토지황폐화가 토지이용 압력과 지형적 조건이 결합된 사회생태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5. 결론
이 연구는 북한의 토지황폐지가 어떠한 지형적 조건에서 발생하는지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NDVI 기반 토지황폐지 자료와 지형변수를 교차 비교하였으며, 구체적으로 기술통계, 분포 비교, 통계 검정, 로지스틱 회귀분석 및 Geomorphon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토지황폐지의 분포 특성과 지형 조건 간의 관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패턴을 지형적 맥락에서 해석하고자 하였다. 북한의 토지황폐지는 비황폐지에 비해 일관되게 낮은 고도와 완만한 경사에서 분포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지형수문지수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8) 또한 Geomorphon 분석 결과에서도 지형 말단부(flat, footslope)와 정상 근처(shoulder) 등 접근성이 높고 험하지 않은 지형의 형태에서 토지황폐지 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토지황폐지와 지형자료와의 비교, 그리고 지형의 형태적 분류에 따른 토지황폐지 분포 측면에서도 사람이 이용하기 쉬운 지형 공간에서 토지황폐지가 집중되는 공간적 분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북한의 토지황폐화가 주로 산지에서 발생한다는 기존의 인식과는 달리, 완만한 사면과 평탄지를 중심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토지황폐화는 단순한 자연적 취약성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토지이용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지형에서 나타나는 사회생태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결과는 북한의 토지황폐화를 산림황폐화 중심으로 파악해 온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하며, 국제적인 인식과 마찬가지로 북한 또한 사람의 접근이 쉬운 곳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에 따라 토지황폐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나타내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는 토지황폐화 문제를 사회생태적 맥락에서 그리고 보다 포괄적인 공간에서 재해석할 필요성을 나타내는 연구라 할 수 있다.
이 연구는 토지황폐지의 공간적 분포를 지형 변수 및 지형 유형과 결합하여 분석함으로써, 토지황폐화의 발생 패턴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Geomorphon 기반 지형 분류를 적용하여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구조를 파악하였다는 점은, 향후 토지황폐화 취약지역을 식별하고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유용한 접근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토지황폐지의 정의는 NDVI 변화율과 강수와의 관계에 기반한 것으로, 토지황폐화의 다양한 원인과 과정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둘째, 분석에 사용된 자료의 공간해상도가 250m 수준으로 비교적 거칠어, 세부적인 지형 조건이나 국지적 토지 이용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9) 셋째, 본 연구는 주로 정태적인 공간 분포 분석에 기반하고 있어, 시간에 따른 변화 과정이나 동적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 넷째, 본 연구에서 활용한 Geomorphon 기반 지형 분류는 지형의 형태적 특성에 기반한 접근으로, 지형의 형성 과정이나 발달 단계와 같은 성인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다섯째, 이 연구의 격자 기반 자료는 인접한 관측치 간 공간적 자기상관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통계적 검정에서 유의성이 과대추정될 수 있는 한계를 가진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기술통계, 분포 비교, 로지스틱 회귀분석, Geomorphon 분석 등 서로 다른 분석 방법에서 일관된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관찰된 패턴의 방향성과 구조적 경향은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공간 자기상관을 고려한 공간회귀모형을 적용한다면 더 심층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지표를 결합한 토지황폐화 정의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특히 머신러닝 기반 분류 기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환경 변수와 인간 활동 요인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요구된다(e.g. Rukhovich et al., 2021). 또한 시계열 자료를 활용한 조기경보신호(Early Warning Signals)(e.g. Dakos et al., 2012) 분석을 통해 토지황폐화의 발생과정을 동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지형의 형성과정과 발달 단계를 고려한 성인적 분류를 도입(e.g. 심우진・박수진, 2020) 함으로써, 토지황폐화와 지형 간의 관계를 정밀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토지황폐화 문제를 프로세스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의 결과는 북한의 토지황폐화 관리가 단순한 산림복구 중심 접근을 넘어, 평탄지 및 완만한 사면에서의 토지 이용 관리 전략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향후 농업 생산성 회복 및 식량안보와 관련된 정책 수립에 있어 중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