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August 2024. 447-460
https://doi.org/10.22776/kgs.2024.59.4.447

ABSTRACT


MAIN

  • 1. 머리말

  • 2.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문화경관’: 의의와 글로벌 확산

  •   1)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경관’(WHCLs)의 의의

  •   2)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글로벌 확산과 최근 쟁점

  • 3. 일본과 중국의 시행착오: ‘문화경관’의 도입 과정과 교훈

  •   1) 일본의 사례

  •   2) 중국의 사례

  • 4.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의 위치 설계

  •   1) ‘문화경관’ 개념의 부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법」의 현 실태

  •   2) 「자연유산법」에 잘못 자리한 ‘문화경관’ 그리고 모순된 자연유산 개념

  •   3)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의 신설 방안과 세부 유형

  • 5. 맺음말

1. 머리말

우리나라 정부는 2024년 5월 17일자로 기존의 문화재 개념을 공식 폐기하고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 사회의 일반적 표현인 ‘국가유산’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의 문화재청이란 명칭은 ‘국가유산청’으로 개칭되었고, 국가유산의 보존, 관리 및 활동 등 관련 정책의 기본 사항을 규정한 법률로서 「국가유산기본법」이 발효되었다. 「국가유산기본법」에서는 국가유산을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의 3대 메인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데,1) 이들 국가유산의 체계적, 효과적 보호를 위해 「문화유산법」, 「자연유산법」, 「무형유산법」의 3대 법률도 동시에 시행되었다.2)

국가유산청은 ‘문화재 패러다임’에서 ‘국가유산 패러다임’으로의 주된 전환 배경을 설명하면서, 최근 문화재를 바라보는 관점과 기준이 변하고 있어 이를 반영하였다는 점, 그리고 우리나라의 헤리티지 분류 체계를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계와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하고자 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3) 하지만 이 같은 취지에 비하면, 「문화유산법」은 유네스코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문화유산 정책과 접근, 문화유산 개념의 갱신과 확장 등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범주명인 ‘문화경관’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본 연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및 세계 주요 국가들의 문화유산 개념과 접근에서 ‘문화경관’ 범주가 갖는 의의와 세계유산 분류 체계상 위치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 범주의 신설 방안 및 세부 유형을 설계해 보려는 데 목적이 있다(그림 1). 현행 「문화유산법」 제2조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구성하는 범주는 유형문화유산, 기념물, 민속문화유산, 이렇게 세 가지이다.4) 본 연구는 이들 기존 범주와 등가적 수준에서 ‘문화경관’ 범주를 추가로 신설하는 방안, 그리고 문화경관이란 범주를 통해 포섭할 수 있는 세부 유형들을 제안해 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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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문화유산법」의 범주 체계(점선)와 ‘문화경관’의 신설 개념도

2.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문화경관’: 의의와 글로벌 확산

1)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경관’(WHCLs)의 의의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해서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네스코는 10가지 통합 준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1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세계문화유산 또는 세계자연유산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5) 평가 준거 i~vi은 문화유산 평가를 위한 것이고, vii~x은 자연유산을 위한 것이다. 이에 더해 어떤 헤리티지가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히 완결성(integrity, 완전성)6)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특히 문화유산의 경우는 반드시 진정성(authenticity)이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서 진정성(authenticity)이란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내용, 용도와 기능, 전통과 기술과 관리 체계, 위치와 배치 환경, 언어를 비롯한 기타 무형적 유산, 정신과 감성, 기타 내외부 요인 등의 측면에서 원래의 가치를 잃지 않은, 즉 진실성과 신뢰성을 갖는 것을 말한다(UNESCO, 2009, 119-120).

1992년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개념의 갱신 및 확장 과정에서 특별한 진전이 있었던 해이다. 그 해 있었던 세계유산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문화와 자연의 관계’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있었고 그것을 담은 헤리티지 유형으로서 ‘문화경관’을 새롭게 채택한 것이다(Rössler, 2006, 333). 유네스코 보고서(1992)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는 호주,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8개국에서 ‘문화경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학자들이 참여했으며, 그들의 전공은 고고학, 역사학, 경관생태학, 지리학, 조경학, 계획학에 걸쳐 있었다(UNESCO, 1992, 1). 이러한 논의가 있기까지는 지리학에서 발전해 온 문화경관 개념을 비롯해 비정부단체와 시민사회의 지지 또한 중요하게 작용했다(UNESCO, 2009, 3). 이 회의에서는 ‘세계유산 문화경관’(the World Heritage Cultural Landscapes, 약칭: WHCLs)이야말로 「세계유산협약」 제1조에서 규정하는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the combined works of nature and of man)을 대변한다는 것에 공감이 있었다(UNESCO, 2008, 14).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가장 큰 의의는 문화유산 개념을 갱신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있다. 세계유산 문화경관은 문화와 자연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던 기존의 경직된 입장을 극복하고,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중간면, 유형 유산과 무형 유산의 결합면,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습합 지대를 감지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전종한, 2013, 934). 세계유산 문화경관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 문화라는 것의 본질, 그곳 사람들의 정체성을 표상하는, 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참신한 헤리티지 유형으로 이해되었다.7)

자칫 이것은 ‘문화경관을 문화유산도, 자연유산도 아닌 제3의 어떤 범주로 이해하자는 것인가’와 같은 오해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음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문화경관 개념은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유산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 그리고 그것을 현행 세계유산 체제에서는 문화유산의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인식을 담아낸 개념이다.

문화경관은 문화유산에 속한다. 문화경관은 세계유산 협약 제1조에서 규정한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을 대변한다. 문화경관은 자연의 제약 속에서 그리고/또는 자연 환경이 제공하는 기회와 안팎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진 인류 사회와 취락의 시간에 따른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자료: UNESCO, 2008, 14)

위 원문 문장들은 지리학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것일 수 있다. 여기서 설명하는 문화경관 개념은 정확히 지리학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발간한 세계유산 보고서 제26권 󰡔World Heritage Cultural Landscapes󰡕의 본문 첫 페이지(UNESCO, 2009, 15)는 지면 전체를 미국의 지리학자 칼 사우어(Carl Sauer)에게 단독으로 할애하면서 문화경관에 대한 그의 간명한 정의를 인용하였다8): ‘문화경관은 한 문화집단이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빚어낸 것이다. 문화는 작인(the agent)이고, 자연 지역은 매개(the medium)이며, 문화경관은 그 결과(the result)이다.’(Sauer, 1925, 46).

문화경관은 지난 약 200년 가까이 인문지리학의 핵심 개념이자 주요 연구 주제였다. 지리학사(地理學史) 속에서 문화경관 개념의 다층적 의미와 광범위한 의미 스펙트럼을 잘 알고 있는 현대 지리학자들에게, 위 유네스코 문서에서 인용한 칼 사우어(C. Sauer)의 문화경관 개념은 너무도 익숙한 나머지 종종 구시대적인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며, 멀리는 19세기 전반의 독일 지리학자 카를 리터(Karl Ritter)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전적 개념이다(Potthoff, 2013, 49).9)

하지만 사우어의 문화경관 개념은 20세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여정에 있어서는 구시대적 개념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화와 자연의 오랜 이분법을 넘어설 수 있게 한, 매우 신선하고도 진보적인 것이었다. 이점을 우리는 1993년 세계 최초의 세계유산 문화경관 목록에 오른 뉴질랜드의 통가리로 국립공원(Tongariro National Park)의 등재 이유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1993년 최초로 ‘문화경관’으로 평가되면서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다. 이 국립공원의 심장부에 위치한 산지들은 마오리 족에게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가지며, 마오리 족 공동체와 주변 환경이 정신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상징한다.

(https://whc.unesco.org/en/list/421)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외관상으로만 본다면 인간이나 문화적인 요소보다는 산지와 자연이 압도적인 곳이다(그림 2). 그런데 세계유산위원회는 이곳의 자연이 문화적 가치, 이곳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장소 및 경관과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 바로 이점을 근거로 세계문화유산, 그 중에서도 문화경관에 해당하는 유형으로 인식하였다. 그 뒤 1994년에는 호주의 울루루 카타 추타 국립공원(Uluru Kata Tjuta National Park)이 동일한 가치 평가에 의거 세계유산 문화경관으로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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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뉴질랜드 통가리로 국립공원
(ⓒ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위 두 곳의 세계유산 문화경관이 각각 1990년과 1987년에 세계유산협약의 자연유산 준거를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되어 이미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라 있었던 유산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두 곳의 자연이 원주민 공동체에게 정신적,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 근거해 해당 국가로부터 재평가 요구가 있었고, 그 결과 1993년과 1994년에 세계유산 문화경관으로 재등재 될 수 있었다.

특히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경우는, 기존의 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문화유산 목록에 추가로 등재된 것이 아니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은 세계자연유산 타이틀을 버리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새롭게 인정받은 사례로서, 이미 지정된 자연유산이 어떠한 근거로 문화유산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문화경관이라는 개념이 세계문화유산의 영토 확장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24년 5월 기준 세계유산 문화경관은 세계 여러 대륙에 걸쳐 121개 유산에 이른다.10)

2)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글로벌 확산과 최근 쟁점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의회가 문화경관을 세계유산의 새로운 유형으로 포함하기로 한 배경에는 세계문화유산 목록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여기서 불균형 문제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글로벌 세계의 여러 문화권 중에서 특정한 일부 문화권에 세계문화유산이 편중 분포한다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유산의 여러 유형 중 어떤 유형은 과다한데 반해 다른 어떤 것은 거의 부재하다는 문제였다(ICOMOS, 2004, 5,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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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세계문화유산의 유형별 분포
(자료: ICOMOS 2004, 30)

위와 같은 문제의식은 2004년 제출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유네스코 보고서 󰡔The World Heritage List: Filling the Gap - An Action Plan for the Future󰡕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는 세부적 분석을 통해 ‘불균형 문제’를 더 자세히 밝히고 있다. 가령 문화권에 따라 특정 시기에 기원한 유산이 편중되어 있는 문제라든가, 문화권에 따라 과다 유형의 종류도 다르다는 문제 등이 그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는 유네스코 회원국들에게 각국의 문화경관 유형을 적극 발굴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이미 지정된 세계문화유산 중에서도 가능한 것은 문화경관 유형으로 재지정을 시도할 것 등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문화경관 유형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 불균형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다는 다소 성급한 평가도 있었다(UNESCO, 1997, 3). 무엇보다 석조 건축물 같은 내구성 있는 유산 증거가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정신세계나 종교, 정체성 등의 무형문화적 특성이 강한 비유럽 권역의 세계유산 발굴에 문화경관 유형이 중요하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유산협약에 명시된 평가 준거들을 개정하면서 문화경관 개념을 도입한 일은 기념물 중심의 헤리티지가 아닌, 이와 다른 유형의 세계유산, 즉 ‘믿음이나 전통과 같은 것과 결합된 세계유산’의 등재에 문을 개방하고 있다. 이것은 세계유산협약의 문화유산 개념을 확장시키는 일이고, … (중략) … 세계유산협약 미가입국을 비롯해 ‘기념물’을 거의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을 세계유산협약으로 이끌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료, 2024년 6월 10일 접속. https://whc.unesco.org/archive/1994/whc-94-conf001-2e.pdf)

그러면 위와 같은 기대는 현실로 이어졌을까? 유네스코가 문화경관을 세계유산의 새로운 범주로 도입한 이후에도 이른바 유럽의 지배력과 유럽중심주의는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들이 있다(Steiner and Frey, 2011, 그림 4). 매년 등재되는 세계유산의 전체 빈도는 물론이고 세계문화유산목록에 있어서도 유럽과 북미 권역의 비중이 과반을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Silva, 2015, 9). 1992년 비유럽권의 세계문화유산 발굴을 촉진할 목적으로 도입한 문화경관이라는 유형은 당초 의도와 달리 오히려 유럽권 국가들의 독무대가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Brumann and Gfeller, 2021). 이 비판은 유럽 여러 나라의 주요 포도밭 경관들이 문화경관 유형으로 재인식되어 대거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을 두고 나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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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세계유산의 대륙별 분포
(자료: Steiner and Frey, 2011, 23)

이 지점에서 다른 요인들을 탓하기 이전에 가장 본질적인 요인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유럽권, 비서양권 국가들의 정확한 ‘문화경관’ 인식의 결여 그리고 적확한 유네스코 개념의 부재 문제일 것이다. 유네스코 개념이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을 확실히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지향성을 바라보며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말하려는 것이다.

3. 일본과 중국의 시행착오: ‘문화경관’의 도입 과정과 교훈

1) 일본의 사례

일본은 일찍이 2004년에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 개념을 채택하여 「문화재보호법」에 도입하였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학계와 달리 ‘문화경관’이 아닌 ‘文化的 景觀(문화적 경관)’이라 표현한다. 일본은 문화경관을 채택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선례를 참고하면서도 일본 나름의 ‘문화적 경관’ 개념을 정의하고, 2000년에서 2003년 사이 일본 전역에서 그 분포를 식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다. 2003년 12월 발간된 󰡔The Report of the Study on the Protection of Cultural Landscapes Associated with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농업, 임업, 어업에 관련된 문화적 경관의 보호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그것이다.11)

위 보고서는 일본의 농업, 임업, 어업에 관련된 총 2,311개 영역의 문화적 경관을 확인하고, 그 중 502개 영역을 선택하였으며, 180개소를 중요 문화적 경관으로 엄선하였다. 보고서 내용은 포괄적이고도 면밀한데, 일본에서의 문화적 경관 연구 성과, 「세계유산협약」에 나타난 문화적 경관의 개념 정의, 문화적 경관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부상 등을 앞부분에서 논의한 다음, 일본 전역에 걸친 문화적 경관의 조사 단계, 문화적 경관의 선별 준거 및 관점, 기존의 범주 체계에서 문화적 경관의 위치 설정, 문화적 경관의 보호 방향, 미래의 쟁점 등을 방대하게 다루고 있다.

위 보고서는 2004년 일본이 「문화재보호법」에 ‘문화적 경관’을 도입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다. 1950년 「문화재보호법」 제정 당시의 문화재 범주와 비교하여 2004년 일본의 문화재 범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일본 「文化財保護法(문화재보호법)」의 문화재 범주 변화

시기 메인 범주명 세부 유형
1950년 1. 유형문화재 건조물, 회화, 조각, 공예품, 서적, 필적, 전적, 고문서, 민속자료
2. 무형문화재 연극, 음악, 공예기술
3. 사적명승천연기념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2004년 1. 유형문화재 건조물, 회화, 조각, 공예품, 서적, 전적, 고문서
2. 무형문화재 연극, 음악, 공예기술
3. 민속문화재 의식주,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민속관습, 민속예능, 민속기술 등
4. 기념물 패총, 고분, 도성적(都城跡), 성적(城跡), 고택 중 역사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
정원, 교량, 협곡, 해빈, 산악 등의 명승지 중 예술적 또는 관상적 가치가 높은 것,
동물(서식지, 번식지, 도래지 포함), 식물(자생지 포함), 지질광물 중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
5. 문화적 경관 지역 사람들의 생활 또는 생업, 해당 지역의 풍토에 의해 형성된 경관지로서
일본 국민의 생활 또는 생업을 이해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것
6. 전통적 건조물군 주변 환경과 일체를 이루며 역사적 풍치를 형성하고 있는 전통적인 건조물군으로서
가치가 높은 것

* 자료: 일본 법령 자료(文化財保護法, 令和四年六月十七日); 일본 법령 자료(文化財保護法 御署名原本).

하지만 「문화재보호법」에 정의된 일본의 문화적 경관 개념은, 유네스코가 문화경관 개념을 도입한 취지나 세계 지리학계의 일반적인 문화경관 개념과 비교해 다소 차이가 있다. 지리학계의 문화경관 개념을 차용하여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으로 정의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세계유산을 발굴하고자 했던 유네스코의 취지와 비교할 때, 일본에서 문화적 경관이란 ‘지역 사람들의 생활 또는 생업, 해당 지역의 풍토에 의해 형성된 경관지’라 하여 주로 생활 혹은 생업과 관련된 경관에 치중하고 있다.

일본의 문화적 경관 개념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에 문화 경관을 도입한 애초의 배경, 즉 인간과 자연의 이분법을 극복하는 일환으로 도입한 범주라는 점, 다시 말해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으로 빚어지는 헤리티지의 존재를 인정하고자 채택한 것이 바로 ‘문화경관’이라는 것을 상기할 때, 그와는 상당히 다른 의도와 결과로 귀결한 개념이고 동시에 세계 지리학계의 일반적인 정의와도 거리가 있는 개념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의 문화적 경관이 유네스코의 문화경관 개념과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의 문화적 경관이 유네스코의 문제의식과 달리 생업 관련 경관이라는 다소 특정하고 협소한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농림어업 관련 국민 생활이나 생업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일본 「문화재보호법」 제2조 5항의 정의나, 계단식 논이나 인공 초원과 같은 농업 및 목축업 시설, 저수지와 수로 등의 수리 시설, 어업 시설, 채석장이나 광산시설 등등의 주요 선정 기준을 볼 때, 일본의 문화적 경관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탄생 배경이나 지향점을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한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와 관련해서는, ‘세계유산의 문화적 경관에서는 정원이나 공원, 신앙 및 예술에 관련된 자연지역 등을 포함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이들 유산은 이미 「문화재보호법」에서 명승 등의 다른 유형으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이 유산들을 제외한 경관지(가령 토지이용이나 풍토와 관련된)에 한정해서 문화적 경관으로 정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本中眞 2007, 48).

우리나라 연구자 중에는 일본의 문화적 경관 개념을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호 관련 법률이나 제도에 도입하자고 주장한 사례가 있었다(예. 김란기 2005; 김민동 2018; 오민근 2005). 하지만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일본식 표현인 ‘문화적 경관’을 사용하고 있고 개념 면에서도 이것의 도입을 주장했다. 이들 연구는 한국 지리학계의 정상 개념이자 정식 표현이 ‘문화적 경관’이 아닌 ‘문화경관’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고, 일본식 문화적 경관 범주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문화경관 간의 취지 차이 및 개념적 간극에 주목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노정한다. 요컨대 일본의 문화적 경관은 우리보다 20여 년 일찍 문화경관 개념을 채택하여 법제화한 선도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문화경관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하지 못하고 기존 법제와 타협하는 수준에서 적당히 수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화경관을 향한 유네스코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담아냈다고 보기 어렵다.

2) 중국의 사례

전통적으로 중국에서는 인간과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야생성(wilderness)이나 원시적 자연(pristine nature)과 같은 개념이 없었다. 자연에 대한 중국인들의 전통적 생각은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을 포함해 모든 개체가 서로 연관되고 궁극적으로는 한 몸체라는 것이었다(김덕현, 1999, 35). 역사적으로 중국인들이 생각해왔던 자연은 인간과 일체를 이루는 자연이었고, 미학적, 윤리적 의미가 투영된, 말하자면 문화적 여과를 거친 자연이었다. 나아가 그러한 미학적, 윤리적 의미를 함의한 자연을 여행하고 그 속에 처하여 향유하면서 소위 ‘자연과의 합일(oneness with nature)’을 음미하는 것은 인자(仁者)의 최고 덕목으로 간주되었다(Liu et al., 2022, 9109).

중국에서 국가급 지정 공원의 명칭인 ‘풍경명승구(風景名勝區)’란 ‘자연과 문화 경관이 탁월하고 미학적, 문화적, 과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오늘날 관광과 과학문화 활동에 공헌하는 구역’으로 정의된다.12) 이 풍경명승구는 중국의 오랜 역사 속에서 사람들의 문화와 자연이 습합되어 있는 곳으로 중국인들에게 이해된다. 그곳은 그들에게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다.

중국의 풍경명승구를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 둘 중 어느 하나로 지정하는 것은 풍경명승구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외부인의 시선일 뿐이다. 이곳을 일컬어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이러한 표현 역시 여전히 인간과 자연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풍경명승구는 인간과 자연이 합일(合一)을 이루고 있는 장소이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의 합일 사상에 젖어 있던 중국인들에게 유네스코의 이분법적 세계유산 분류는 상당한 혼란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엉뚱하게도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기술된 ‘복합유산’이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인간과 자연의 합일’에 해당하는 유형인 것으로 착각하는 실수도 있었다(Han, 2018, 72). 복합유산 개념이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내포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담지한 유산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측면에서 각각 가치를 인정받은 유산을 지칭하는 행정 편의적인 용어라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적지 않은 행정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중국에서는 자국의 헤리티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나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이 오히려 헤리티지 보호 면에서 부정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함축한 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는 ‘문화유산을 인위적인 구조물에 한정된 것으로 편협하게 이해하거나 그곳의 자연적 요소들을 홀대하는 상황’이, 그리고 반대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과정에서는 ‘그곳의 문화적 요소들을 소홀히 취급하거나 심지어 순수한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 제고를 위해 철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위와 같은 상황을 두고 ‘우리 중국인들은 우리 문화를 행복하게 파괴하는 중이다.’, ‘중국인들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자연을 창조하고 있다.’와 같은 신랄한 풍자도 가해졌다(Han, 2005, 58). 중국에서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개념과 분류 체계에 적응하기까지 힘든 시행착오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세계유산 등재가 오히려 자국의 유산 보호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인식을 경험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개념을 매우 독단적인 것으로 폄하하는 경우도 있었다(Han, 2018, 71).

1992년 유네스코가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을 대변하는 헤리티지 유형으로 문화경관 개념을 ‘새롭게’ 채택했을 때 중국인들은 또 한 번의 개념 혼란을 겪었다. 무엇을 새롭게 채택했다는 것인지, 어떤 점이 새롭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는, 매우 오래 전부터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문화와 자연은 분리 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문화경관은 오래된 개념이었고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체계를 수용하기까지 다소 지체되었지만, 오늘날 중국에서는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의미를 동부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에도 상대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문화경관들을 발굴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것들을 그들이 내세운 주된 가치와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인들의 정신적, 문화적 삶과 깊이 연루된 루산국가공원(Lushan National Park), 불교적 의미를 간직한 우타이 산(Mount Wutai), 옛 시인묵객들의 명승지이자 중국적 미학 사상을 보여주는 항저우의 시우호 문화경관(West Lake Cultural Landscape of Hanzhou), 줘쟝화산 암벽화 문화경관(Zuojiang Huashan Rock Art Cultural Landscape).13)

4.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의 위치 설계

1) ‘문화경관’ 개념의 부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법」의 현 실태

벌써 20여 년 전에 「문화재보호법」에 문화적 경관을 도입한 일본, 그리고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 다양한 종류의 문화경관을 활발히 발굴하여 세계유산 등재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 동부 아시아의 두 이웃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의 보존 빛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69호, 이하 ‘문화유산법’으로 칭함.)은 문화경관 개념이 부재한 것으로 확인되고, 2024년 현재 세계유산 목록에 문화경관으로 등재된 헤리티지 역시 우리나라는 한 건도 없다.

만약 우리나라가 국가유산 관련 법률이나 제도에서 좀 더 일찍 문화경관 개념을 인식했다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 중에는 문화경관 개념으로 포착할 수 있는 사례가 없지 않다. 가령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한국의 역사마을’이 아닌 ‘한국의 전통촌락과 문화경관’ 유형으로 신청했어야 했다. ‘한국의 역사마을’을 주제로 구성한 기존의 스토리 및 지정 가치에 비하면, ‘한국의 전통촌락과 문화경관’으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 세계는 규모와 차원이 달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통촌락과 문화경관’이라는 담론 세계는 가옥이나 건축물 중심의 형태적 가치를 넘어 국가 스케일에서 존재하던 조선시대 유력 성씨 집단의 국가・사회적 활동과 그들이 삶터에서 지향했던 문화적 가치, 풍수 사상을 비롯한 자연관과 세계관, 이것을 표상하는 촌락 안팎의 다채로운 문화경관과 상징적 장소들, 한국 전통 촌락의 입지에 반영된 소망의 세계, 마을이라는 국지적 공간 스케일에서 전개된 인간과 자연의 관계 등등 국가적, 지역적, 국지적 스케일의 이야기와 그 연동 관계를 흥미진진하게 담아냈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의 역사마을’은 양동마을이나 하회마을의 문화유산 가치를 훌륭히 담아내기에는 다소 진부한 표현이고 명확한 개념적, 학술적 근거를 가진 주제도 아니다.

문화경관 개념에 입각한 가치 인식과 스토리텔링은 이 두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가치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는 지역 주민의 정체성 제고와 성공적인 관광 자원 및 경제적 원천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우리가 기존에 유네스코에 제출한 유산 가치 기술로는 두 마을에 함축된 세계유산 가치, 한국적 문화경관으로서의 고유 가치를 도저히 만족스럽게 포섭할 수가 없다.14)

「문화유산법」에 ‘문화경관’ 개념이 부재하다면, 이에 간접적으로 관련된 언급도 전혀 없는 것인가? 「문화유산법」 제2조 ①에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세 가지 유형과 각각의 규정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이 법에서 ‘문화유산’이란 … (중략) … 다음 각 호의 것을 말한다.

1. 유형문화유산: 건조물, 전적(典籍: 글과 그림을 기록하여 묶은 책), 서적(書跡),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考古資料)

2. 삭제 <2023. 8. 8.>

3. 기념물: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가. 삭제 <2023. 3. 21.>

나. 삭제 <2023. 3. 21.>

다. 삭제 <2023. 3. 21.>

4. 민속문화유산: 의식주,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이나 관습에 사용되는 의복, 기구, 가옥 등으로서 국민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

위 자료를 보면 문화유산의 유형에 대한 기술에서 ‘경관’이나 ‘문화경관’이라는 용어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산 가치에 관련된 기술에서도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이라는 수식어는 보이지만 ‘경관적 가치’라는 표현은 없다. 적어도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주요 유형을 인식하는 측면에서 문화경관 개념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특이하게도 제2조 ②에는 갑자기 ‘경관적 가치’라는 표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등장한다. ‘이 법에서 “문화유산교육”이란 문화유산의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 습득을 통하여 …(하략)…’라는 기술이 그 부분인데,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은 앞서 문화유산의 주요 유형을 정의하면서(제2조 ①) 이미 동원된 표현이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관적 가치’는 그렇지 않다. 앞뒤에 부연 설명도 없으므로 어떤 의미인지도 불분명하다. 이는 경관 개념이 부재한 조항과 경관 개념에 입각한 조항이 부정합면을 노출하는 것으로, 시대와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조항들이 하나의 법률 안에서 부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2) 「자연유산법」에 잘못 자리한 ‘문화경관’ 그리고 모순된 자연유산 개념

2024년 5월 17일 「문화유산법」과 함께 동시 발효된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09호, 이하 ‘자연유산법’으로 칭함.)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계와의 부합을 표방하며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체계의 양대 축의 하나로 설정한 자연유산을 위한 법률이다. 이 법률 제2조에는 자연유산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자연유산”이란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으로서 역사적, 경관적, 학술적 가치가 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가. 동물(그 서식지, 번식지 및 도래지를 포함한다)

나. 식물(그 군락지를 포함한다)

다. 지형, 지질,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자연현상

라. 천연보호구역

마. 자연경관: 자연 그 자체로서 심미적 가치가 인정되는 공간

바. 역사문화경관: 자연환경과 사회・경제・문화적 요인 간의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 또는 생활 장소

사. 복합경관: 자연의 뛰어난 경치에 인문적 가치가 부여된 공간

위 자연유산의 정의 중 첫 번째로 제시되는 ‘자연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두 번째로 제시되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 이 부분은 결국 ‘자연유산이란 … (중략) … 문화유산이다.’라는 문장이 되어 그 자체로 모순된 정의이다. 나아가 가~마 목은 유네스코 자연유산 개념과 부합하지만, 바~사 목은 그렇지 못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문화유산의 등재 준거 중 하나를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v. 어떤 문화(혹은 다수의 문화들)를 대변하는 혹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특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인해 취약해질 수 있는)을 대변하는 전통적 취락, 토지 이용, 또는 해양 이용의 탁월한 사례인가’. 더구나 「자연유산법」에서 정의하는 자연유산 개념은 ‘우리나라 국가유산 체제를 국제 기준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제와 매칭시키고자 했다.’는 국가유산청의 설명과도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다.

특히 「자연유산법」 제2조의 1 바~사 목에 등장하는 ‘역사문화경관’과 ‘복합경관’은 공히 ‘인문적 요인’, ‘인문적 가치’가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헤리티지 유형이다. 외관상으로는 원시적 순수 자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종교나 신념, 정체성 등의 인문적 요인이나 문화적 가치가 중요하게 자리할 때, 유네스코는 이러한 유산을 자연유산이 아닌 문화유산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담는 개념적 도구가 바로 ‘문화경관’인 것이다. 이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유산법」에서 자리해야 ‘문화경관’이 「자연유산법」에 잘못 들어가 있는 것이므로 관련 조항의 핵심 개념 재검토를 통해 두 법률의 해당 규정들을 동시에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는 애초부터 문화경관이 부재하고 「자연유산법」에 잘못 들어가 있게 된 것인가?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현행 「문화유산법」은 「국가유산기본법」의 유산 체제 및 범주 구분과 연동된 것이고, 이것은 그 전신인 「문화재보호법」에서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재보호법」(1962년 제정)은 일본의 「문화재보호법」(1950년 제정)을 따라 법률 제목은 물론이고 유산 체제 및 범주 구분조차 정확히 동일한 수준에서 제정된 것이다(박정희, 2008, 80).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은 왜 그 같은 유산 체제와 범주 구분을 했는가’는 또 다른 갈래의 연구를 필요로 할 것이다. 다만 오늘날 일본의 「문화재보호법」이 ‘문화적 경관’을 수용하는 등의 개정을 통해 국제적 흐름을 반영하려 한 데 반해, 우리나라의 「문화재보호법」 그리고 이것을 이어받은 「국가유산기본법」과 「문화유산법」은 아직 1960년대 제정 당시의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한 형편이다(전종한, 2024, 29).

3)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의 신설 방안과 세부 유형

앞에 분석한 「문화유산법」과 「자연유산법」의 실태와 문제점을 바탕으로 「문화유산법」에 ‘문화경관’의 신설 방안을 도식으로 정리한 것이 그림 6이다. 이 도식의 요점은, 첫째 「문화유산법」의 제2조 5항으로 ‘문화경관’을 신설하자는 것, 둘째 「자연유산법」에서 모순되게 정의하고 있는 자연유산 개념을 바로잡아 ‘자연물로서 역사적, 경관적, 학술적 가치가 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로 수정하는 동시에,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 부분은 「문화유산법」에 신설할 ‘문화경관’의 개념 정의에 활용하자는 것, 셋째 「자연유산법」에서 다루는 ‘명승’ 유산의 세 가지 사례 중 역사문화경관과 복합경관은 「문화유산법」의 ‘문화경관’의 사례로 옮겨오자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역사문화경관’과 ‘복합경관’과 같은 용어는 법률에서 사용하는 공식 용어로서 과연 적절한지 재검토가 요구된다. 학술적 근거를 찾을 수 있는 용어가 아니고 「세계유산협약」과 같은 국제규범에서 사용되는 표현도 아니기 때문이다. 문화경관이라는 개념은 있어도 역사문화경관이라는 표현은 학술적 근거가 불분명하며, ‘복합유산’이라는 용어는 있어도 복합경관이라는 표현은 우리나라 「자연유산법」을 제외하면 국내외의 공식 문헌들에 용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림 5에 제시한 ‘1안’의 기술은 「세계유산협약」 등의 보편적 개념 정의를 참고하면서도 한국 고유의 문화경관 유형들을 염두에 두고 한 차례 더 정련이 필요하다. 그 아래에 ‘2안’으로 제시한 것이 그 결과이다. 이상과 같은 「문화유산법」 제2조 5의 신설을 위한 학술적, 국제 규범적 근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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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문화유산법」 제2조의 5(‘문화경관’) 신설 방안

학술적 측면에서 문화경관을 가장 전문적으로 다루어온 분야는 지리학이고, 지리학에서의 문화경관이란 ‘인간의 문화와 자연 환경이 상호작용하여 탄생한 가시적인 결과물’로 이해되어 왔다. 문화경관은 ‘건물, 농장, 도로 등의 유형적 요소와 이들 경관을 형성케 한 전통, 신념, 토지이용 관행 등의 무형적 요소’를 모두 포괄한다. 지리학의 문화경관 개념은 본 연구에서 이미 분석한 바와 같이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문화경관을 채택할 당시에 검토한 주된 학술적 근거 자료들에 잘 드러나 있다. 문화경관을 가시적, 상징적, 경험적 실체로 이해하는 지리학의 문화경관 개념은 인류 헤리티지의 다양성을 향한 유네스코의 고민과 그 해결을 위한 학제적 대화를 이끄는 데에 기여해왔다.

유네스코의 유산 가치 개념이 장소(place) 기반의 살아 있는 유산(living heritage)으로 확장할 수 있던 데에는 지리학 ‘문화경관’ 개념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다(Jung, 2022, 26). 문화경관 개념은 한 지역에서 이어져 온 전통적 실천이나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살아 있는 경관, 사람들의 삶과 더불어 유기적으로 진화해 온 경관을 헤리티지로서 인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같은 지리학적 문화경관 개념을 채택함으로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기념물이나 고고학적 유적에 집착했던 유럽 중심의 문화유산 개념을 넘어 보다 확장된 문화유산 개념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Brumann and Gfeller, 2022, 147).

그러면 헤리티지로서 문화경관의 구체적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네스코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문화경관의 세부 유형으로 제시한다.

첫째, 인간이 의도하고 계획하여 만들어낸 이른바 ‘명확히 규정된 경관’(clearly defined landscape)이다. 특정 시대의 미학적 관점을 반영하며 조성된 정원이나 공원이 대표적 예이다. 둘째, 사람들의 삶과 더불어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진화해 온 경관(organically evolved landscape)이다. 애초에는 사회, 경제, 행정, 종교 등을 계기로 탄생한 것이지만 그 뒤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형태나 구성 요소의 진화를 밟아간 경관을 가리킨다. 이것은 다시 두 종류로 세분되는데 형태나 구성 요소의 진화가 과거 어느 시점에 머문 소위 ‘화석 경관’(relic landscape)이 그 하나이고, 현재까지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진행 경관’(continuing landscape)이 다른 하나이다. 셋째, 자연환경에 강력한 종교, 예술, 문화 요소가 결합된 ‘결합문화경관’(associative cultural landscape)이다. 물질문화의 흔적이 중요하지 않거나 심지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만약 거기에 종교, 예술 등의 무형 문화가 깊이 서려있는 자연환경이 있다면, 바로 그런 사례를 말한다.

끝으로 문화경관의 세 가지 세부 유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의 6대 평가 준거와는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를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의 개념 범위 및 가치 평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을지 제안해보기로 한다. 표 2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6대 평가 준거와 문화경관의 세 가지 사례의 연관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UNESCO, 2009, 121).

표 2.

세계문화유산의 6대 평가 준거와 문화경관의 세부 유형간의 관계

세계문화유산의 6대 평가 준거 문화경관의 세부 유형
i.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을 대표하는가 ① 명확히 규정된 경관
ii.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지역 내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 계획 또는 경관 디자인의 발전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 주는가
iii.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특출한 증거가 되는가
iv. 인류 역사의 특정 단계나 여러 단계를 예증하는 건축 양식, 건축 또는 기술의 총체, 경관의
    탁월한 사례인가
v. 어떤 문화(혹은 다수의 문화들)를 대변하는 혹은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특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인해 취약해질 수 있는)을 대변하는 전통적 취락, 토지 이용, 또는 해양
    이용의 탁월한 사례인가
② 유기적으로 진화한 경관
- 화석 경관
- 진행 경관
vi.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을 지닌 사건이나 삶의 전통, 사상, 믿음, 예술 및 문학 작품과
    직접적 혹은 실체적으로 결합(연관)된 것인가(세계유산위원회는 이 기준을 다른 기준과
    결합해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③ 결합문화경관

표 2가 시사하는 핵심은, 문화경관이란 인간이 자연을 소재로 천재적 창조성을 발휘한 결과이기도 하고,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 사회와 그들의 취락이 자연환경의 제약을 어떻게 받았고 거기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나아가 자연환경을 어떠한 기회로 삼았는지, 그곳에 어떤 소망과 믿음 등의 정신세계를 투영했는지를 보여주는 유산이라는 점이다. 문화경관의 개념 범위는 보편타당하게 고정적일 수 없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 문화와 자연의 합작품을 헤리티지로 포착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 지향점은 분명하다.

문화를 더 이상 자연의 대척점으로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 동시에 문화를 순전히 인문적인 어떤 것으로만 이해하려는 태도를 지양하겠다는 입장, 이것을 문화유산의 범주에서 다루려는 것이 문화경관 개념이다(Fowler 2006, 26). 우리나라 「자연유산법」 제2조에서 자연유산의 정의로 내세우고 있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이나, 자연유산 범주로 분류하고 있는 ‘역사문화경관’과 ‘복합경관’, 이런 것들은 모두 지리학의 전통적 개념,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제, 우리가 가입한 「세계유산협약」에 근거할 때 정확히 문화유산에 해당하고, 문화경관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며, 「문화유산법」에서 범주 신설 및 위계 설정이 필요함을 볼 수 있다.

5. 맺음말

1992년 이전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인간과 자연환경의 상호작용이 담긴 유산을 자연유산으로 분류하였다. 하지만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문화경관을 채택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담긴 유산은 자연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재인식되었고, 이를 반영하여 세계문화유산과 세계자연유산의 가치 평가 준거는 동시에 수정되었다. 이렇게 볼 때 헤리티지로서 문화경관의 인식에 관한 한 우리나라의 현행 「문화유산법」과 「자연유산법」은 국제사회가 30년 전에 고민했던 지점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개념 혼란이나 여러 시행착오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이 된다. 중국의 사례는 한 나라의 헤리티지 개념이 국제사회의 개념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게 하고, 오늘날의 세계유산 개념이 유럽권 내지 서양의 관점에서 구성되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세계유산 개념과 체제의 혁신을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비서양권 국가들의 역할과 기여가 중요함을 깨닫게 한다. 일본의 사례는 문화적 경관과 같은 새로운 개념을 자국의 법제에 도입함에 있어 기존 체제와 적절히 타협하는 수준에서는 오히려 자국의 헤리티지 분류를 복잡하게만 만들 뿐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개념과 맞지 않게 되는 등의 부정적 효과로 결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서 문화경관 범주를 설계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한국의 문화경관에 관한 지금까지의 학술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전국토에 걸친 문화경관 유산 자원을 발굴 조사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미 1980년대 말부터 유럽과 북미 대륙의 유산 전문가들은 건축물 중심으로 문화유산을 평가하는 한계를 절감하는 지점에서 문화경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크게 확대하였고 그 성과를 선진적으로 법제화하였다(류제헌 2013, 585). 199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문화경관의 채택 역시 그러한 토양에서 자라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제를 국제 기준으로 삼고 그와 매칭이 이루어지도록 국가유산 체제를 개편하고자 했다.’고 밝힌 우리 정부의 관련 법률 신설 취지를 전제로, 유네스코의 문화경관 개념에 근거해 우리나라 「문화유산법」에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주지하듯이 문화란 상대적인 것이다. 이에 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체제나 「세계유산협약」과 같은 국제 규범들은 어디까지나 참조 틀의 하나일 뿐이며 세계 모든 국가에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본 연구에서 주장하는 것은 ‘세계유산 체제에 맞춰 우리나라 유산 체제를 바꾸자.’, ‘「세계유산협약」과 정확히 매칭되도록 우리나라의 유산법을 고치자.’는 것이 아니다. 일부 개념을 잘못 사용하고 있으니 교정하자는 정도의 주장도 아니다.

본 연구에서 강조하려는 것은 글로벌 스케일에서 헤리티지 개념이 어떻게 갱신되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떤 개념들이 동원 및 재인식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헤리티지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천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감지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류의 다양한 헤리티지 맥락에서 우리나라 유산의 고유성과 위상을 재발견하고, 근거 있는 개념과 용어를 법률과 제도에 제대로 담아내며, 나아가 문화 강국으로서의 국격에 걸맞게 헤리티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을 이끌어가는 과업에서 매우 중요한 경험 자산이자 지식 기반이 될 것이다.

[2] 1) 「국가유산기본법」(법률 제20209호, 2024.05.17. 시행) 제3조.

[3] 2) 이들 법률의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다: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69호, 2024.05.17. 시행, 약칭: 문화유산법),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09호, 2024.05.17. 시행, 약칭: 자연유산법), 「무형유산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09호, 2024.05.17. 시행, 약칭: 무형유산법).

[4] 3) 국가유산청 홍보 자료, https://www.khs.go.kr/khs/#section_1, 2024년 5월 15일 접속.

[5] 4) 유형문화유산이란 ‘건조물, 전적(典籍), 서적, 고문서, 회화, 조각, 공예품 등 유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적, 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과 이에 준하는 고고자료’, 기념물이란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큰 것’, 민속문화유산이란 ‘의식주, 생업, 신앙, 연중행사 등에 관한 풍속이나 관습에 사용되는 의복, 기구, 가옥 등으로서 국민생활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정의된다(자료: 「문화유산법」 제2조의 1, 2, 4).

[6] 5) https://whc.unesco.org/en/guidelines/, 2024년 6월 10일 접속.

[7] 6) 완결성(integrity, 완전성)이란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 필요한 일체의 요소들을 보유하는 것 또는 본연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특징 및 과정을 온전히 보여줄 만큼의 충분한 규모를 갖는 것을 말한다(UNESCO, 2009, 120).

[9] 8)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 cultural landscape is fashioned out of the natural landscape by a culture group. Culture is the agent, the natural area is the medium, the cultural landscape is the result.’

[10] 9) 지리학에서 문화경관이란 개념은 1832년 독일의 지리학자 카를 리터(Karl Ritter)가 언급한 ‘Kulturlandshaft’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를 뒤이어 1882년의 요셉 빔머(Joseph Wimmer), 1893년의 프리드리히 라첼(Friedrich Ratzel) 등이 사용하였다(Potthoff, 2013, 49).

[11] 10) 2024년 5월 기준 121개 세계유산 문화경관이 목록에 올라 있으며, 이 중 6개는 국가 간 국경에 걸쳐 있다. 참고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Dresden Elbe Valley)은 2004년 세계유산 문화경관에 등재되었지만, 그 뒤 이곳 중심부에 4차로 교량이 들어서면서 이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상실할 우려로 2006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 목록에 들어갔고, 결국 2009년 6월 25일자로 탈락하였다(유네스코 세계유산 자료, https://whc.unesco.org/en/culturallandscape/#1, 2024년 6월 10일 접속.).

[12] 11) Committee on the Preservation, Development and Utilization of Cultural Landscapes Associated with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2003, The Report of the Study on the Protection of Cultural Landscapes Associated with Agriculture, Forestry and Fisheries, Monuments and Sites Division, Cultural Properties Department, Agency for Cultural Affairs, Japan.

[15] 14) 기존에 유네스코에 제출된 두 마을의 유산 가치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었다: ‘기준(iii): 하회와 양동은 씨족촌의 가장 잘 보존된 대표적인 예로, 조선 초기의 특징을 보여주는 하나의 촌락 형태이다. 두 마을의 부지 선정, 계획 및 건축 전통은 약 500년에 걸쳐 엄격한 유교적 이상을 따라 취락을 생산한 조선 왕조의 유교에 대한 예외적 증거이다. 기준(iv): 하회와 양동의 마을 앙상블은 약 5세기에 걸쳐 한반도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선 왕조의 영향을 반영한다. 마을은, 특히 양반과 평민 가옥의 조화, 그리고 전체적, 개별적 계획은 사회 구조와 문화적 전통, 권력과 영향력, 문학적, 철학적 전통의 측면에서 조선 왕조가 주는 교훈을 반영한다.’(자료: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료, https://whc.unesco.org/en/list/1324, 2024년 6월 10일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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