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October 2020. 467-483
https://doi.org/10.22776/kgs.2020.55.5.467

ABSTRACT


MAIN

  • 1. 서론

  • 2. 연구 재료 및 방법

  • 3. 결과 및 고찰

  •   1) 조선 시대 공물 기록을 바탕으로 한 포유동물 분류 및 목록

  •   2) 조선 시대 포유동물 분포 복원

  •   3) 조선 시대 포유동물 분포 특성

  • 4. 결론

1. 서론

동물의 시・공간적 분포를 복원하고 그 패턴을 분석하는 것은 동물지리학 분야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연구이다(Lomolino et al., 1995; Sanderson et al., 2002; Fjeldså et al., 2004). 동물의 과거 분포역 복원은 현재 분포 패턴의 특성 및 원인을 이해하고(김다빈, 2017; Kong et al., 2016; Kim et al., 2019), 당시 기후 및 환경을 유추하며(조태섭, 2014; 2015), 현재 분포지나 대체 서식지를 도출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최태영・박종화, 2004; 김미정・이도훈, 2015). 특히, 동물의 분포 자료는 종의 출현(occurrence)과 서식지 형태 및 경관 등의 관계를 밝히는데 주로 활용되며(김영진 등, 2003; Boshoff and Kerley, 2001), 이에 더불어 동물의 분포역과 생태적 특성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김영진 등, 2003; Boshoff and Kerley, 2001).

생물의 과거 분포역 복원에는 다양한 대체 자료(proxy data)가 사용되며, 대체 자료로는 화석, 화분, 동굴벽화, 문헌 기록 등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공우석, 1996; 손호선, 2012; 조태섭, 2014; Boshoff and Kerley, 2001; Kong et al., 2014). 특히 일지, 여행기 등의 문헌 기록(records of historical document)을 활용하여 생물의 과거 분포를 복원하는 연구가 널리 수행되었다(Boshoff and Kerley, 2001; Zhang et al., 2016; Salari et al., 2020). Zhang et al.(2016)은 1950년부터 2014년까지 중국 북동지역의 수달 분포를 1960년대부터 발행된 논문자료 및 중국 북동지역의 관보, 연대기, 일지 등의 역사 문헌(local historical document)을 활용하여 복원하였으며, Salari et al.(2020)은 여러 대체 자료를 활용해 후기 플라이스토세(Late Pleistocene)부터 16~17세기까지 이탈리아 수달(Lutra) 속의 분포를 복원하였다. 이처럼 문헌 기록은 특정 기간의 종의 분포를 복원하고 생태계 구조 및 기능 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생태학 및 보존생물학, 생물지리학 분야에서 높은 활용가치가 있다(Kerley et al., 2003).

국내에는 지리적 특성 및 지역의 특산물 등을 기록한 다양한 문헌이 있으며, 이를 활용하여 식물의 분포를 복원한 연구가 이미 수행된 바 있다(공우석, 2000; 공우석・원학희, 200l; Kong et al., 2016). 하지만 문헌 기록을 활용한 포유동물의 분포역 복원 연구는 매우 적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 표범, 늑대 등 단 3종에 대해서 또는 제주도 등 한정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수행되었다(정종우・정소연, 2015; 김남신 등, 2019). 이처럼 기존의 연구는 한반도 전체 동물생태계와는 분리된 도서 지역 혹은 특정 소수의 종만을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한반도 동물생태계의 변화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양한 동물종과 이 종들의 한반도 규모의 분포역 복원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조선 시대 문헌인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 기록된 포유류 관련 기록을 조사하고 시・공간적으로 정리하여, 1) 조선 시대 한반도 포유동물의 목록을 작성하고, 2) 각 포유동물의 분포를 복원하여 시・공간적 분포 특성을 분석하였다.

2. 연구 재료 및 방법

본 연구에서 활용된 고문헌은 세종장헌대왕실록 세종실록지리지(世宗莊憲大王實錄 世宗實錄地理志, 1454, 이하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 1530), 대동지지(大東地志, 1861-1866)이다. 각 문헌은 조선 초기(1400년대)부터 조선 후기(1800년대)까지 포유동물과 관련된 토의(土宜), 토공(土貢), 약재(藥材), 토산(土産), 물산(物産), 진공(進貢) 등의 자료가 각 도(道)의 부(府), 목(牧), 도호부(都護府), 군(郡), 현(縣) 단위의 지역별로 기록된 지리지이다. 지리지에 기록된 공물(貢物)은 지역의 토산물을 상납한 것으로(김운태, 1987; 이현혜, 1998)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포유동물을 파악할 수 있다.

포유동물과 관련된 공물의 기록은 가죽(皮), 뼈(骨), 장기(膽, 麝香), 털(毛), 뿔(角, 茸), 꼬리(尾), 고기(肉) 등으로, 예를 들어 곰과 관련된 공물 기록은 곰의 쓸개(熊膽), 곰의 털(熊毛), 곰의 가죽(熊皮), 곰(熊) 등이 있다(부록 1 참고). 이 자료는 15세기에서 19세기에 작성된 기록으로 현재 분류 기준에 따른 종(species) 단위까지 분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국내 고문헌에 기록된 포유동물의 분류군을 종으로 간주해 분석한 연구도 있으나(정종우・정소연, 2015), 포유동물 분류의 정확성을 고려할 때 현재 한반도에 서식하였거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포유동물의 속(genus) 단위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윤명희 등, 2004). 국내 포유류 종목록(윤명희 등, 2004)과 고문헌의 기록을 번역한 자료(류영박, 2000; 정종우, 2016) 등을 참고하여, 문헌 기록에 나온 포유동물을 최대한 속 단위까지 분류하였다. 다만 청설모류, 기각류(鰭脚類, Pinniped, 물개 등), 담비류 등은 문헌의 기록만으로 정확한 속 단위 구분도 어려워 과 단위에서 류로 분류하였다. 또한, 국내 서식하고 있지 않거나 공물 기록에는 나와 있으나 정확한 분류군 확인이 어려운 동물(해달, 사향쥐 등)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지리지의 지역별 자료는 포유동물의 정확한 서식지점 및 범위를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나 해당 지역에 서식하였다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분포를 군현 단위 지도로 표현하였다. 현재의 행정구역과 고문헌에 기록된 조선 시대 행정구역은 다르므로 각 문헌이 작성된 시기의 조선 시대 군, 현 단위의 분포도를 ArcMap 10.3을 이용해 작성하였다. 군현 단위로 작성된 분포도를 대상으로 조선 시대 시기별 포유동물의 분포 변화를 분석하였으며, 포유동물의 종류와 군, 현의 수 등에 따라 분포 패턴 및 포유동물의 다양도를 분석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역사시대 물산 정보가 330여 개 군, 현 단위의 말단 행정단위까지 기록된 상세 정보는 거의 유례가 없으므로 우리나라의 고문헌을 활용한 포유동물의 분포 복원은 고환경 복원 측면에서 중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활용된 고문헌은 과학적 연구를 위하여 기록된 것이 아니라 국가 통치를 위한 행정적인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생물분포 등 과학적 연구에 활용하는데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첫째, 시대별로 다른 통치 기준과 목적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기록하고 있어, 동물 중에는 기록만으로 종 단위 혹은 속 단위까지 정확하게 분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둘째, 포유류 관련 공물 기록 중에는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더라도 그 지역의 특산, 토산품으로 기록한 예도 소수 있어 정확한 분포를 복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셋째, 조선시대의 동물분류는 현대적인 동물분류학적 체계를 따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시의 동물상을 현대 분류체계에 따른 동물상과 정확히 일치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문헌의 물산, 토산, 토공 자료를 대체할 정보원이 없는 상황에서 역사시대 고문헌을 활용하여 과거 동물 분포를 분석하는 것은 당시의 동물생태계와 동물생태계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기초정보를 제공한다.

3. 결과 및 고찰

1) 조선 시대 공물 기록을 바탕으로 한 포유동물 분류 및 목록

한반도에 서식하고 있는 포유류 국명(local name, common name)은 다양하게 여러 지역에서 불려왔으며, 동종이명(synonyms), 별칭 등이 매우 많아(윤명희 등, 2004), 국내 포유동물 목록(윤명희 등, 2004)과 한자어 공물을 비교하여 분류를 수행하였다. 고슴도치, 토끼, 노루, 고라니, 사슴, 사향노루, 산양, 소, 말, 돼지, 멧돼지, 삵, 수달, 여우, 오소리, 족제비, 표범, 호랑이, 스라소니, 늑대 등은 한자어 공물 표기와 국내 포유동물 목록과의 비교만으로 분류할 수 있었으나, 그 외 청설모류, 물개류, 담비류 등은 한자어 공물 표기가 다양하고 현재의 분류 목록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재 동물분류를 기준으로 통합 및 정리하였다(부록 1).

청설모류로 분류한 포유동물의 한자어 표기는 서피(鼠皮), 청서(靑鼠), 청서피(鼠鼠皮) 등이며, 국문 번역본(류영박, 2000; 정종우, 2016)에는 청설모(靑鼠), 발다람쥐가죽(靑鼠皮), 날다람쥐가죽(靑鼠皮), 쥐가죽(鼠皮) 등으로도 번역되어 있다. 현재 청설모과(Sciuridae)에는 청설모, 다람쥐, 하늘다람쥐 등 각각 다른 속에 속하는 3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3종의 동물은 지리지의 한자어 표기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설모과의 동물은 속 단위로 분류하지 않고 과 단위로 통합하여 청설모류(Sciuridae sp.)로 분류하였다. 또한, 물개와 관련된 고문헌의 진상품 기록은 약재인 해구신(膃肭臍)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였거나 서식하는 기각류(鰭脚類, Pinniped) 포유동물은 바다사자과와 물범과 등이며 이를 물개 단일 종으로 분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아 기각류(물개 등)로 표기하였다. 담비(Martes flavigula)는 국내 2개의 아종과 산달(M. melampus), 검은담비(M. zibellina) 등 4종으로 분류되고 있다(윤명희 등, 2004). 이 4종은 담비, 산달, 담부, 초, 누른돈, 흑초, 잘, 쟈알, 돈 등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르게 불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윤명희 등, 2004). 이에 따라 고문헌에서도 지역마다 이들 종에 대해 서로 같은 종을 다르게 부르거나 서로 다른 종을 같은 이름으로 불렀을 가능성이 크며, 특히 이들 종의 생태적인 서식 환경은 차이가 크지 않아(윤명희 등, 2004) 통합하여 담비류(Martes sp.)로 분류하였다.

따라서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 공물로 기록되어 있는 조선 시대 포유동물은 총 24종류이며, 각 문헌이 작성된 시기에 따라 15세기 세종실록지리지가 기록된 조선 초기에는 21종류, 16세기 신증동국여지승람이 기록된 중기에는 12종류, 19세기 대동지지가 작성된 조선 후기에는 15종류가 확인되었다(표 1).

표 1.

고문헌에 기록된 포유동물의 종류

고문헌 기록 포유동물
세종실록지리지(1454) 고슴도치, 청설모류, 토끼, 기각류(물개 등), 담비류, 족제비, 수달, 오소리, 삵, 표범, 호랑이, 여우,
곰, 사슴, 고라니, 노루, 산양, 사향노루, 멧돼지, 돼지, 소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청설모류, 담비류, 수달, 오소리, 스라소니, 늑대, 곰, 사슴, 고라니, 산양, 사향노루, 말
대동지지(1866) 청설모류, 담비류, 수달, 오소리, 삵, 호랑이, 곰, 사슴, 고라니, 노루, 산양, 멧돼지, 돼지, 소, 말

2) 조선 시대 포유동물 분포 복원

(1) 조선 초기 포유동물 분포 복원

세종실록지리지(1454)에 공물로 기록되어 있는 포유동물 22종류는 전체 335개 지역 중 276개 지역에서 확인되었다(그림 1). 식육목(食肉目, Carnivora) 동물은 담비류(Martes sp.), 족제비, 수달, 오소리, 삵, 표범, 호랑이, 여우, 곰, 기각류(鰭脚類, Pinniped) 등 총 10종류로 가장 많이 확인되었으며, 다음으로 많은 포유동물은 우제목(偶蹄目, Artiodactyla)으로 사슴, 고라니, 노루, 산양, 사향노루, 멧돼지, 돼지, 소 등 총 8종류가 확인되었다. 그 외에도 쥐목(齧齒類, Rodentia) 청설모류(Sciuridae sp.), 고슴도치목(Erinaceomorpha) 고슴도치, 토끼목(Lagomorpha) 토끼가 확인되었다. 목별로 기록이 나타나는 군현 수의 총합은 식육목이 799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우제목이 242개, 쥐목이 12개, 고슴도치목이 7개, 토끼목이 4개였다.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1.jpg
그림 1.

세종실록지리지(1454) 공물 기록으로 확인된 15세기 조선 초기 포유동물의 분포

가장 많은 군현에서 공물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삵으로써 209개의 군현 지역이었으며, 다음으로 여우가 200개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이 두 포유동물을 제외하고 150개 이상의 군현에서 기록이 나타나는 포유동물은 없었다. 족제비가 147개, 사슴, 노루, 수달, 담비류가 50~100개, 표범, 곰, 돼지, 호랑이가 20~50개, 산양, 사향노루, 청설모류가 10~20개, 고슴도치, 오소리, 토끼, 소가 2~10개, 그리고 고라니, 멧돼지, 기각류(물개 등)가 각 1개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그림 2).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2.jpg
그림 2.

세종실록지리지(1454) 포유동물별 공물 기록 군현의 수

각 포유동물의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를 집계해 도별로 비교한 결과(표 2), 함경도에서 기록이 가장 많은 포유동물은 멧돼지(1개, 100%), 사향노루(8개, 53%), 산양(6개, 33%), 소(2개, 100%)였으며, 평안도는 수달(22개, 36%), 청설모류(9개, 75%), 표범(29개, 59%), 호랑이(9개, 41%)였다. 강원도 내 군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확인되는 포유동물은 곰(16개, 37%), 돼지(14개, 44%), 기각류(물개 등)(1개, 100%), 오소리(4개, 100%), 토끼(4개, 100%)였으며, 경상도는 노루(54개, 64%), 삵(46개, 22%), 여우(44개, 22%)였다. 전라도 는 고라니(1개, 100%), 고슴도치(4개, 57%), 담비류(20개, 38%), 사슴(34개, 38%), 삵(46개, 22%), 족제비(53개, 36%)였으며, 황해도와 충청도, 제주도는 여러 포유동물이 군현 기록에 나오나 다른 도보다 기록되어 있는 군현의 수가 적었다.

표 2.

세종실록지리지(1454) 도별 포유동물의 기록 군현 수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담비류 6 6 4 10 10 20 7 -
수달 - 22 4 9 8 5 13 -
족제비 13 23 16 - 42 53 - -
오소리 - - - 4 - - - -
여우 11 39 8 22 33 43 44 -
11 41 8 23 34 4646 -
표범 9 29 - 3 4 4 - -
호랑이 2 9 - 3 4 2 2 -
9 6 2 16 4 2 4 -
기각류(물개 등) - - - 1 - - - -
고라니 - - - - - 1 - -
사슴 5 2 8 14 2 34 23 2
노루 1 - 7 21 2 - 54 -
산양 6 1 2 4 2 2 1 -
사향노루 8 7 - - - - - -
멧돼지 1 - - - - - - -
돼지 - - 2 14 2 - 12 -
2 - - - - - - -
청설모류 3 9 - - - - - -
고슴도치 - - 1 1 1 4 - -
토끼 - - - 4 - - - -

(2) 조선 중기 포유동물 분포 복원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의 기록에서 확인된 공물로 진상된 포유동물은 12종류이며, 329개의 군현 중 89개의 군현에서만 나타났다(그림 3).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공물로 적혀 있는 포유동물 기록은 쥐목의 청설모류 1종류, 식육목의 담비류, 수달, 오소리, 스라소니, 늑대, 곰 6종류, 우제목의 사슴, 고라니, 산양, 사향노루, 말 5종류였다. 우제목의 출현 군현 수의 총합은 93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식육목이 63개, 쥐목 21개였다.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3.jpg
그림 3.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공물 기록으로 확인된 16세기 조선 중기 포유동물의 분포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가장 많은 군현에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산양으로 48개의 군현에서 관련 기록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사향노루가 35개의 군현에서, 수달, 담비류, 청설모류는 20개 이상 30개 미만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사슴과 곰은 각각 8개, 7개의 군현에 기록이 있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만 기록이 확인되는 스라소니는 3개의 군현에서 그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늑대는 2개 군현에 기록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라니, 말, 오소리는 각 1개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그림 4).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4.jpg
그림 4.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포유동물별 공물 기록 군현의 수

각 포유동물의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를 집계해 도별로 비교한 결과(표 3), 함경도에서 기록이 가장 많은 포유동물은 담비류(13개, 56.5%), 사향노루(13개, 37.1%), 수달(13개 46.4%), 스라소니(3개, 100%), 늑대(2개, 100%), 청설모류(12개, 57.1%)였다. 평안도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나오는 동물은 사향노루로 각 13개 군현(37.1%)에서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황해도는 사슴으로 3개 군현(37.5%)에서 확인되었다. 강원도는 산양으로 15개 군현(31.3%)에서, 경상도는 곰으로 6개(85.7%)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제주도는 고라니, 말, 오소리 등의 기록이 각 1개씩 오직 제주도 군현에서만 확인되었다. 충청도에서는 여러 포유동물 기록이 나왔으나 어느 동물도 가장 많은 군현 기록이 나온 도는 아니었다(표 3).

표 3.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도별 포유동물의 기록 군현 수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담비류 13 9 1 - - - - -
수달 13 11 - - 1 1 2 -
오소리 - - - - - - - 1
늑대 2 - - - - - - -
스라소니 3 - - - - - - -
- - - - 1 - 6 -
고라니 - - - - - - - 1
사슴 1 - 3 - - 1 2 1
산양 9 14 2 15 5 2 1 -
사향노루 1313 - - 3 1 5 -
- - - - - - - 1
청설모류 12 9 - - - - - -

(3) 조선 후기 포유동물 분포 복원

대동지지(1861-1866)에 특산, 토산, 공물 등으로 기록되어 있는 포유동물 19종류는 전체 333개 군현 중 70개 군현에서 확인되었다(그림 5). 대동지지에서 확인된 쥐목은 청설모류 1종류, 식육목은 담비류, 수달, 오소리, 삵, 호랑이, 곰 6종류, 우제목은 사슴, 고라니, 노루, 산양, 멧돼지, 돼지, 소, 말 8종류였다. 목별로 기록이 나타나는 군현 수의 총합은 식육목이 65개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우제목이 43개, 쥐목이 9개였다.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5.jpg
그림 5.

대동지지(1861-1866) 공물 기록으로 확인된 19세기 조선 중기 포유동물의 분포

대동지지에서 가장 많은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수달로 28개의 군현에서 관련 기록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산양이 24개, 담비류 24개로 20개 이상의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10개 이상 20개 미만의 군현에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사슴 12개 군현이며, 5개 이상에서 10개 미만의 군현에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청설모류 9개, 곰 6개 군현이었다. 2개 이상 5개 미만의 군현에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오소리 4개, 노루, 호랑이 각 2개 군현이었으며, 고라니, 돼지, 말, 멧돼지, 삵, 소는 모두 1개에 군현에서만 기록이 확인되었다(그림 6).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6.jpg
그림 6.

대동지지(1861-1866) 포유동물별 공물 기록 군현의 수

각 포유동물의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를 집계해 도별로 비교한 결과(표 4), 함경도에서 기록이 가장 많은 포유동물은 담비류(15개, 62.5%), 수달(12개, 42.9%)이었다. 평안도의 군현에서 기록이 가장 많이 확인되는 포유동물은 청설모류(8개,88.9%), 오소리(3개, 75%), 호랑이(2개, 100%), 곰(3개, 50%), 노루(1개, 50%), 멧돼지(1개, 100%)였으며, 황해도는 사슴(3개, 27.3%)이었다. 강원도는 산양(15개, 62.5%)이었고, 경상도는 곰(3개, 50%), 사슴(3개, 27.3%)이었다. 제주도는 삵, 고라니, 노루, 돼지, 소, 말과 관련된 기록이 각 1건씩 오직 제주도의 1개 군현에서만 나왔으며, 충청도에서는 수달 관련 기록 1개 군현 1건, 전라도에서는 수달과 사슴 관련 기록이 각 1개 군현 1건만 확인되었다.

표 4.

대동지지(1861-1866) 도별 포유동물의 기록 군현 수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담비류 15 7 2 - - - - -
수달 12 11 1 - 1 2 1 -
오소리 - 3 - - - - - 1
- - - - - - - 1
호랑이 - 2 - - - - - -
- 3 - - - 3 - -
고라니 - - - - - - - 1
사슴 - 2 3 1 - 3 1 1
노루 - 1 - - - - - 1
산양 - 9 - 15 - - - -
멧돼지 - 1 - - - - - -
돼지 - - - - - - - 1
- - - - - - - 1
- - - - - - - 1
청설모류 1 8 - - - - - -

3) 조선 시대 포유동물 분포 특성

(1) 조선 시대 포유동물 관련 공물 기록의 문헌별 변화

문헌별 기록의 변화를 토대로 조선 시대 포유동물의 분포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의 모든 고문헌에 기록이 공통으로 확인되는 포유동물을 선별하였다. 3가지 문헌에서 공통으로 기록이 확인된 포유동물은 청설모류, 담비류, 오소리, 수달, 곰, 산양, 사슴, 고라니 등 총 8종류였다. 이 중 오소리, 고라니의 기록은 세종실록지리지(오소리 4개 군현)를 제외한 모든 문헌에서 1개 군현에서만 확인되어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오소리와 고라니를 제외한 6종류(청설모류, 담비류, 수달, 곰, 산양, 사슴)의 문헌별 분포도는 그림 7과 같다.

15세기 조선 초기(세종실록지리지, 1454)부터 19세기 조선 후기(대동지지, 1861-1866)까지 6종류의 포유동물에 대하여 기록이 확인된 군현의 수를 분석한 결과는 표 5와 같다. 담비류는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가 기록된 16, 19세기에 기록된 군현의 수가 세종실록지리지가 기록된 15세기에 보다 약 40개 적었다. 특히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함경도, 평안도뿐만 아니라 강원도와 전라도 일부 군현에서 백두대간과 정맥들을 따라 기록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서는 함경도와 평안도 군현에만 집중적으로 기록이 확인되고, 강원도 및 전라도 등에서는 기록이 나타나지 않았다(그림 7(a)).

수달의 경우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이 확인된 군현의 수가 나머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의 기록 군현 수 보다 약 33개 더 많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평안도를 중심으로 수달의 공물 기록이 나타났으며,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와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도 수달의 기록이 확인되었다(그림 7(b)).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의 수달 공물 기록은 대부분 유사한 지역에서 확인되었는데, 두 문헌 모두에서 함경북도와 평안도를 중심으로 수달의 공물 기록이 발견되었으며, 경상도 거제, 봉화, 전라도 장흥, 충청도 충주에서도 기록이 확인되었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확인된 함경도 북동지역 수달 공물 기록이 대동지지에서는 많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곰 관련 공물 기록 군현 역시 세종실록지리지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서 각각 36개, 37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함경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곰과 관련된 공물 기록이 많은 지역에서 확인되었으나,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서는 강원도와 함경도 군현의 관련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경상도 거창, 문경, 산음, 안음, 진주, 청송, 충청도 보은 등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따라 분포하는 속리산, 월악산, 덕유산, 지리산, 주왕산과 같이 큰 산이 인접한 군현에서 그 기록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동지지에서는 평안도의 위원, 창성, 초산 등의 지역에서 곰과 관련된 공물 기록이 확인되었는데 이 지역들은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강계, 벽동, 양덕 등의 지명이 바뀐 것이거나 인접 지역으로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곰과 관련된 공물 기록이 충청도와 경상도에서는 확인되었으나 대동지지에서는 없었다(그림 7(c)).

사슴 관련 공물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도 세종실록지리지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서 82개와 78개가 줄어든 것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사슴의 경우, 현재 분포가 우리나라 전역인 것을 고려할 때(윤명희 등, 2004), 이는 실제 분포의 변화보다는 기록상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16세기와 19세기 당시의 기록 원칙이 특정 군현에 고정적으로 해당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경우에만 기록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소순규, 2014) 서식 확인이 어려웠거나 주기적인 출현이 없는 경우 해당 공물을 기록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든 고문헌에서 공통으로 사슴 관련 기록이 나오는 지역은 황해남도의 서해안 및 인접 지역과 제주도의 제주, 경상도의 고성과 진주였다(그림 7(d)).

산양은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백두대간과 정맥을 따라 한반도 북부 평안도 강계, 함경도 갑산, 경성, 길주, 단천, 북청, 삼수와 중부 강원도 인제, 정선, 평창, 회양과 남부의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 인근의 충청도 보은, 영춘, 제천, 진천, 청풍, 전라도 남원, 구례 등 18개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한반도 북부 함경도와 평안도의 군현, 그리고 강원도 일대와 전라도 지리산 인근 48개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대동지지가 기록된 조선 후기에는 함경도의 군현에서는 공물 기록은 사라지고, 전라도와 충청도 군현에서도 산양 관련 기록이 사라지게 되어 산양 관련 공물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가 12개로 감소하였다(그림 7(e)).

청설모류는 세종실록지리지의 12개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21개로 군현의 수가 증가하나 다시 대동지지에서는 9개로 감소하였다. 기록된 군현을 공간적으로 비교한 결과, 조선 초기에는 한반도 북동지역의 평안도 강계, 여연, 이산에서부터 북서지역 함경도 갑산, 경선까지 청설모의 공물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조선 중기에는 한반도 북부 함경도, 평안도의 대부분 군현에서 기록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조선 후기 대동지지에 나타난 기록에서는 함경도에서 한 곳(정평)과 평안도의 군현에서만 기록이 나타났다(그림 7(f)).

청설모류, 담비류, 수달, 곰, 산양, 사슴의 기록 군현의 수는 15세기에서 18세기로 오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공간적으로는 백두대간 및 정맥 또는 한반도 북부지방, 강원도 등 일부 지역으로 축소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순 기록상의 오류와 지역에 따른 명명의 다양성, 시대에 따른 공물 진상 방식의 변화 등의 한계 때문에 공물 기록의 변화만을 분석하여 당시 포유동물 분포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공물이 해당 포유동물이 서식하는 지역에서 진상되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었으므로 본 분석 결과는 조선 후기로 갈수록 청설모류, 담비류, 수달, 곰, 산양, 사슴의 분포 범위가 축소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7.jpg
그림 7.

공통으로 기록이 나오는 6종의 조선시대 분포도

표 5.

공통으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들의 문헌별 기록 군현의 수

구분 세종실록지리지(1454) 신증동국여지승람(1530) 대동지지(1861-1866)
담비류 63 23 24
수달 61 28 28
43 7 6
산양 18 48 24
사슴 90 8 12
청설모류 12 21 9

(2) 조선 시대 지역별 기록 포유동물 다양도와 지리적 패턴 분석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서 나타난 포유동물의 분포를 살펴본 결과 당시 한양과 경기지역 일대에서는 야생동물 관련 공물 기록이 없었다(그림 8). 15세기 조선 시대 한성 및 경기도 지역의 인구는 16세기까지 꾸준하게 증가하였으나 왜란과 호란으로 17세기 중엽에는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문식, 2004). 하지만 17세기 후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18~19세기에는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김문식, 2004). 이와 같은 인구의 증가는 한양과 경기도 내 도시의 발달로 이어졌으며(김문식, 2004), 이에 따라 야생동물의 서식지에 대한 침입 및 교란도 증가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실록지리지에서 가장 다양한 포유동물의 기록이 나온 군현은 강원도 낭천, 정선과 함경도 경원, 길주로 모두 9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되었다(그림 8(a)). 이 지역의 기후나 환경을 고려했을 때, 농작물을 재배하여 진상하는 것보다 사냥하여 야생동물의 가죽이나 뿔 등을 진상하는 것이 더 수월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경도 지방 5개 군현의 야생동물 관련 공물이 7종류 이상으로 다양한 것도 경원, 길주, 낭천과 같이 기후, 환경적 요인으로 농작물보다 포유동물 관련 공물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경도에서 3종류 이하의 포유동물 관련 공물 기록이 나오는 군현은 4개뿐이며 다른 군현에서는 모두 4종류 이상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되었다. 강원도도 백두대간을 따라 고도가 높은 산간 지역이 많아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적합하였으며, 이에 따라 군현의 특산품으로써 사냥물에서 얻은 가공품이 공물로 바쳐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2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된 평강 1곳을 제외한 강원도의 나머지 군현은 모두 4종류 이상의 포유동물 관련 공물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11개 군현에서 7종류 이상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강원도와 함경도가 당시 다양한 포유동물이 서식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우 4종류 이하의 포유동물 관련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가 많았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군현에서 주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담비, 족제비. 삵, 여우, 노루 등으로 현재 분포가 우리나라 중부지방 이남의 전지역으로 알려진 포유동물이 다수였다(윤명희 등, 2004). 이는 전라도와 경상도 지역이 강원도와 함경도보다 고도가 낮은 지역이 많아 높은 산과 같은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포유동물의 분포가 적고, 담비, 족제비, 삵, 여우, 노루 등과 같은 넓게 분포하는 포유동물이 다수인 것으로 추정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나오는 군현은 함경도의 경성, 길성, 삼수이며, 6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나왔다(그림 8(b)). 5종류 이상의 포유동물 관련 기록이 나오는 군현은 제주도와 함경도에서 확인되었고, 3종류 이상 5종류 이하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되는 군현은 평안도에서 가장 많았으며, 총 5개의 군현이었다. 반면 1에서 2종류의 포유동물이 기록된 군현은 주로 강원도, 경상도, 평안도에 많았으며, 이 지역들에는 포유동물 기록이 없는 군현의 수도 매우 많았다. 황해도와 평안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는 포유동물 기록 군현의 수가 전체 군현 수에 50% 이하였다.

대동지지의 기록에서도 8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나오는 곳은 제주도 제주 1곳뿐이었으며, 평안도에서 7종류의 기록이 나오는 군현은 위원, 초산 2곳뿐이었다(그림 8(c)). 함경도 12개 군현에서는 2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확인되었으며, 강원도 16개의 군현에서는 1종류의 포유동물 기록만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대동지지가 기록되었던 시기에도 많은 군현에서 포유동물의 공물 기록이 감소한 반면 1~2종류의 포유동물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종합하여 볼 때 조선 시대 전반적으로 함경도 일대와 백두대간 인근 일부 지역에 다양한 포유동물들이 집중적으로 분포하였던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었다. 또한, 함경도를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조선 초기(15세기)보다 조선 중・후기(16세기, 19세기)에 포유동물의 종류와 군현의 수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5/N013550502/images/geo_55_05_02_F8.jpg
그림 8.

조선 시대 시기별 포유동물의 군현별 다양도

(3) 조선 시대 포유동물 목록 및 기록 군현의 감소와 다양도 감소의 원인

포유동물의 종류와 출현 군현의 수는 세종실록지리지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지지에 적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각 지리지의 기록 원칙과 사회경제적 변화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지리지의 기록 원칙을 살펴보면, 조선 초기 조정에 진상되었던 공물은 고을 경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원으로써 생산되지 않는 물종은 상납이 면제되었으며, 세종실록지리지에 이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김동진, 2009; 김일권, 2017). 따라서 세종실록지리지에는 8도 군현의 포유동물 관련 물산 상황이 잘 기록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의 포유동물 분포를 상세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반면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 원칙은 특정 군현에 해당 야생동물이 고정적으로 서식하는 경우에만 기록하는 것이었으며, 이동이 잦거나 불규칙하게 출현하는 야생동물은 기재대상에서 제외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소순규, 2014).

다음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살펴보면, 15세기 초반에 비해 16세기 이후 인구의 증가로 경작지 면적이 증가하고, 온돌 사용의 보편화로 연료공급을 위한 벌목 등이 증가하여 산림의 황폐화가 진행되었다(공우석, 2003; 이영훈, 2007). 조선시대 인구 변화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조선 태조 원년(1392년) 인구는 약 550만 명~750만 명, 1769년에는 약 800만 명, 1810년경 1,510만 명으로 17~18세기까지 경제적 부흥기에 인구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공우석, 2003; 이호철, 1998; 통계청, 1992). 또한, 16세기 후반부터 온돌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17세기에는 사대부의 종과 하녀까지 온돌에서 생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최덕경, 2008). 이에 따라 산림을 개간하여 온돌의 연료를 확보하는 등 산림 황폐화가 진행되었다(이우연, 2004). 1910년 11월 임적조사(林積調査)에 따르면 전국 임야의 26%가 완전히 헐벗은 무립목지(無立木地)이며, 42%는 1헥타르의 임적(林積)이 10㎥가 안 되는 치수발생지(穉樹發生地)로 분류되었다(이영훈, 2007).

조선 후기의 산림 생태계에 영향을 준 또 하나의 중요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경제적 위기에 따른 임산물 채취의 증가와 화전민의 증가에 따른 산림개간의 증가이다. 1850년대 중반부터 1890년대까지 약 40년간 단위 토지 당 지대량 및 생산량은 많이 감소하였다(이영훈, 2007). 차명수와 이헌창(2007)에 따르면 쌀 생산성의 감소 추세에 따라 논의 실질 가치는 18세기 중엽 두락당 6~7석에서 10세기 후반에 4~5석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당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가져왔으며 백성들은 초근목피(草根木皮)라 하여 산림에서 채취한 임산물 등으로 식량을 대체하였던 것으로 보았다(이영훈, 2007). 이에 더하여 경제적 위기로 인한 화전민의 증가는 산림 간섭 및 교란, 황폐화를 유발하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경남, 1996; 공우석, 2003; 김다빈, 2017). 조선 초기 밭농사 중심의 농업은 산지의 개간과 화전을 가져와 삼림의 파괴를 부추긴 것으로 보이며, 15세기 이후 벼를 중심으로 한 논농사가 활발해졌으나 밭작물들을 계속 재배하기 위해서 산지에 경작지를 만들어 임야에 대한 간섭 및 교란, 훼손이 계속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공우석, 2003). 18세기 중엽부터 한반도의 임야는 더욱 황폐해지기 시작했으며, 󰡔농포문답(農圃問答)󰡕에선 당시 조선의 농토 면적 140만 결(結, 조선시대 토지 단위, 1결=15,447.5㎡)의 40% 이상인 50~60만 결 이상이 화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하였다(이영훈, 2007).

당시의 산림에 대한 이러한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훼손과 교란은 지리지별 기록 원칙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하고 광범위한 포유동물 서식지 유실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신증동국여지승람은 경작지 증가 등 산림 훼손과 교란에 의한 야생동물의 서식지 감소와 이에 따른 개체 수 감소를 직접적으로 기록하고 있다(소순규, 2014). 대동지지의 경우 서식지 유실 등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이 없고 기록되어 있는 포유동물 종류는 신증동국여지승람보다 많으나,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는 적고, 세종실록지리지와 비교할 때 종류와 군현의 수 모두 현저하게 적어 조선 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 감소를 예측할 수 있다.

4. 결론

본 연구는 조선 시대 고문헌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의 토산, 토공, 공물 등의 기록 중 포유동물과 관련된 기록을 정리하여 한반도 내 조선 시대 포유동물의 시・공간적 분포를 복원하고 특성을 분석하였다.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에 기록이 확인된 포유동물은 24종류이며, 세종실록지리지에 21종류, 신증동국여지승람에 12종류, 대동지지에서 15종류이다. 이 중 세 가지 문헌에 공통으로 기록이 나오는 포유동물은 8종류였다. 시기별로 기록이 확인된 군현의 수가 가장 많은 포유동물은 상이하였으며, 기록이 나오는 군현의 수도 조선 초기에 비해 후기로 갈수록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별 기록 포유동물의 다양도 역시 조선 초기에 비해 후기로 갈수록 모든 도와 군현에서 감소하는 추세가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기록된 포유동물 종류와 군현의 감소는 고문헌의 기록 원칙의 변화와 더불어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문헌 기록이 당시 포유동물의 서식지 분포역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존재하나, 과거 포유동물의 분포를 복원할 수 있는 자료의 부족을 고려할 때 본 연구의 결과는 한반도 동물생태계 변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대용자료(proxy data)로써 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또한, 현재 국내 많은 멸종위기 포유동물의 관리 및 보전을 위한 대체 서식지 모색, 생태적 특성 분석, 서식지 복원 등에 본 연구의 결과는 유의미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부록 1.

고문헌에 나타난 포유동물별 공물 기록 내용

목(order) 포유동물 기록내용
쥐목
(齧齒類, Rodentia)
청설모류 서피(鼠皮), 청서(靑鼠), 청서피(鼠皮), 발다람쥐가죽(靑鼠皮), 날다람쥐가죽(靑鼠皮)
식육목
(食肉目, Carnivora)
기각류 해구신(膃肭臍)
담비류 초서(貂鼠), 초(貂), 초서피(貂鼠皮), 담비가죽(貂皮), 담비(貂), 초청서(貂靑鼠), 잘(山獺皮),
담비쓸개(獺膽), 산달피(山獺皮), 산수달피(山水獺皮), 돈피(獤皮), 산달(山獺)
수달 수달피(水獺皮), 수달가죽(水獺皮), 수달가죽(獺皮)
족제비 족제비털(黃毛), 황모(黃毛)
오소리 오소리기름(猯油), 지달(地獺), 환(獾), 토저(土猪)
삵괭이가죽(狸皮), 삵괭이가죽(狐狸皮), 삵가죽(狸皮), 리(狸)
스라소니 스라소니(土豹)
표범 표범꼬리(豹尾), 표범가죽(豹皮)
호랑이 호(虎), 범의가죽(虎皮), 호랑이가죽(虎皮), 범가죽(虎皮), 호경골(虎脛骨)
여우 여우(狐), 여우가죽(狐皮), 여우꼬리(狐尾)
늑대 낭미(狼尾)
곰(熊), 웅(熊), 곰가죽(熊皮), 곰쓸개(熊膽), 웅담(熊膽), 곰털(熊毛)
우제목
(偶蹄目. Artiodactyla)
사슴 사슴(鹿), 미록(麋鹿), 록(鹿), 사슴가죽(鹿皮), 사슴포(鹿脯), 사슴뿔(鹿角), 녹각교(鹿角膠),
녹각상(鹿角霜), 사슴포(鹿脯), 녹포(鹿胞), 녹용(鹿茸)
고라니 고라니(麋), 궤자(麂子)
노루 장(獐), 노루(獐), 노루가죽(獐皮), 사슴(麞皮)
산양 영양(羚羊), 산양(山羊), 영양각(羚羊角), 영양뿔(羚羊角), 산양이뿔(羚羊角),
아양사슴가죽(阿羊鹿皮), 아양사슴뿔(阿羊鹿角)
사향노루 사향(麝香)
멧돼지 산돼지(山猪),
돼지 저(猪), 돼지털(猪毛), 돼지가죽(猪皮), 돼지가죽(豚皮), 돼지털(豚毛)
우(牛), 우황(牛黃)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생물다양성협약 이행 지원 프로그램 기획・운영(과제번호: GP2020-08)」 과제 지원으로 연구되었음.

References

1
공우석, 1996, "한반도 쌍자옆식물의 시공간적 분포역 복원," 제사기학회지, 10(1), 1-18.
2
공우석, 2000, "조선 시대 이전의 식생 간섭사," 제사기학회지, 14(1), 33-48.
3
공우석・원학희, 2001, "조선 시대 난대성 식물의 분포역 변화," 제사기학회지, 15(1), 1-12.
4
공우석, 2003, 한반도 식생사, 아카넷.
5
김경남, 1996, 화전-강원도 현장을 중심으로-, 생산민속, 집문당.
6
김남신・차진열・이승은・임치홍, 2019,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호랑이, 늑대, 표범의 서식분포," 한국환경복원기술학회지, 22(4), 35-45.
7
김다빈, 2017, 한반도 산양의 시・공간적 분포와 변화, 학위논문(석사),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8
김동진, 2009, "조선 초기(朝鮮初期) 토산물(土産物) 변동(變動)과 공안개정(貢案改正)이 추이(推移)," 조선 시대사학회, 50, 73-109.
9
김문식, 2004, "조선 후기 경기도의 발전과 경기학인," 경기논단, 6(4), 23-34.
10
김미정・이도훈, 2015, "MaxEnt 모형을 이용한 뉴트리아(Myocastor coypus) 서식지 분포 예측 - 낙동강 권역을 대상으로-," 한국환경생태학회 학술대회지, 49-50.
11
김영진・김주필・조장환, 2003, "한국산 거미류의 동물지리학적 연구," 한국거미, 19(2), 207-225.
12
김운태, 1987, 조선왕조행정사(朝鮮王朝行政史) : 근세편(近世篇), 박영사(博英社).
13
김일권, 2017, "역사민속 물산지리지로서 『세종실록지리지』의 팔도 곡물 분포와 특성 연구," 한국문화연구, 33, 135-174.
14
류영박, 2000, 조선왕조시대의 전국각지역특산물-<사회 경제사적 시각>에서-, 동방도서(東方圖書).
15
윤명희・한상훈・오홍식・김장근・박정길, 2004, 한국의 포유동물, 동방미디어.
16
이현혜, 1998, 한국 고대의 생산과 교역, 일조각.
17
소순규, 2014, "『신증동국여지승람』 토산 항목의 구성과 특징," 동방학지, 165, 33-64.
10.17788/dbhc.2014..165.002
18
손호선, 2012,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종(種)," 한국암각화연구, 16, 21-32.
10.1089/gen.32.21.07
19
이영훈, 2007, "19세기 조선왕조(朝鮮王朝) 경제체제(經濟體制)의 위기(危機)," 조선 시대사학회, 43, 267-296.
20
이우연, 2004, 18~19세기 산림황폐화와 농업생산성, 이영훈 편, 수량경제사로 다시 본 조선 후기, 서울대학교출판부.
21
이호철, 1998, 농업경제사 연구, 경북대학교 출판부.
22
정종우, 2016,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1-4,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23
정종우・정소연, 2015, "조선 시대 문헌에 나타난 제주도 동물의 통시적 연구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탐라지≫, ≪남환박물≫, ≪제주계록≫을 중심으로," 탐라문화, 50, 275-296.
24
조태섭, 2014, "우리나라 중부 내륙지방 신석기시대 동물상과 자연환경-영월 공기 2굴을 중심으로-," 백산학보, 100, 77-115.
25
조태섭, 2015, "우리나라 후기 갱신세시기의 동물과 기후변화," 백산학보, 103, 5-30.
10.34225/jidc.2015.4.103
26
최덕경, 2008, "온돌(溫突)의 구조(構造) 및 보급(普及)과 생활문화(生活文化)에 끼친 영향," 농업사연구, 7(2) 33-67.
27
최태영・박종화, 2004, "설악산국립공원내 산양(Nemorhaedus Caudatus Raddeanus)의 잠재 서식지 적합성 모형; 다기준평가기법(MCE)과 퍼지집합(Fuzzy Set)의 도입을 통하여," 한국조경학회지, 32(4), 28-38.
28
통계청, 1992, 한국통계발전사Ⅰ, 통계청.
29
Boshoff, A. F. and Kerley, G. I. H., 2001, Historical mammal distribution data; How reliable are written records?, South African Journal of Science, 106(1-2), 26-33.
10.4102/sajs.v106i1/2.116
30
Fjeldså, J., Burgess, N. D., Blyth, S. and De Klerk, H. M., 2004, Where are the major gaps in the reserve network for Africa's mammals?, Oryx, 38(1), 17-25.
10.1017/S0030605304000043
31
Kerley, G. I., Pressey, R. L., Cowling, R. M., Boshoff, A. F. and Sims-Castley, R., 2003. Options for the conservation of large and medium-sized mammals in the Cape Floristic Region hotspot, South Africa, Biological Conservation, 112(1-2), 169-190.
10.1016/S0006-3207(02)00426-3
32
Kim, D. B., Koo, K. A., Kim, H. H., Hwang, G. Y. and Kong, W. S., 2019, Reconstruction of the habitat range suitable for long-tailed goral (Naemorhedus caudatus) using fossils from the Paleolithic sites, Quaternary International, 519, 101-112.
10.1016/j.quaint.2019.05.021
33
Kong, W. S., Lee, S. G., Park, H. N., Lee, Y. M. and Oh, S. H., 2014, Time-spatial distribution of Pinus in the Korean Peninsula, Quaternary International, 344, 43-52.
10.1016/j.quaint.2014.03.038
34
Kong, W. S., Koo, K. A., Choi, K., Yang, J. C., Shin, C. H. and Lee, S. G., 2016, Historic vegetation and environmental changes since the 15th century in the Korean Peninsula, Quaternary International, 392, 25-36.
10.1016/j.quaint.2015.08.013
35
Lomolino, M. V. and Channell, R., 1995, Splendid isolation: Patterns of geographic range collapse in endangered mammals, Journal of Mammalogy, 76(2), 335-347.
10.2307/1382345
36
Sanderson, E. W., Redford, K. H., Chetkiewicz, C. L. B., Medellin, R. A., Rabinowitz, A. R., Robinson, J. G. and Taber, A. B., 2002, Planning to save a species: The jaguar as a model, Conservation Biology, 16(1), 58-72.
10.1046/j.1523-1739.2002.00352.x
37
Salari, L., Masseti, M. and Silvestri, L., 2020, Late Pleistocene and Holocene distribution history of the Eurasian beaver in Italy, Mammalia, 84(3), 259-277.
10.1515/mammalia-2018-0159
38
Zhang, R., Yang, L., Laguardia, A., Jiang, Z., Huang, M., Lv, J., Ren, Y., Zhang, W. and Luan, X., 2016, Historical distribution of the otter (Lutra lutra) in north‐east China according to historical records (1950-2014), Aquatic Conservation: Marine and Freshwater Ecosystems, 26(3), 602-606.
10.1002/aqc.2624
39
『世宗莊憲大王實錄 世宗實錄地理志』
40
『新增東國輿地勝覽』
41
『大東地志』
페이지 상단으로 이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