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구 배경 및 목적
2. 선행 연구 및 개념 분석
1) 도로 형평성 선행 연구
2) 우회율과 도로 형평성
3. 연구 방법
1) 연구 데이터 및 환경
2) 방법론
4. 분석 결과
1) 거시적 분석: 도로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 강화
2) 미시적 분석: 우회율의 직선 거리 격차 강화
3) 접근성 격차 양상에 따른 유형화 및 사례
5. 결론
부록
1. 연구 배경 및 목적
거리는 특정 공간 사이 상호작용의 편익을 결정하거나(Thünen, 1826; Weber, 1929), 상호작용의 정도를 결정하는(Huff, 1964; Reilly, 1931) 변수이며, 2SFCA(Luo and Wang, 2003) 등 공간적 접근성에 관한 현대의 연구에서도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상호작용이 감소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모두 접근성이 좋은, 즉 ‘다른 것들과 가까운’ 공간의 가치가 크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2021년 기준 국내 여객 및 화물 운송의 89%는 공로(승용차, 버스, 택시)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외 지하철(8%)과 철도(3%)는 지역에 따라 접근이 제한되거나 도시 간 이동에 주로 이용되기 때문에 도시 내부 운송의 대부분은 도로 교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국토교통부, 2023). 즉, 현실 교통에서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거리’ 변수는 주로 도로 거리를 의미하고 있으며,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란 ‘다른 것들과 도로 거리가 가까운’ 공간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도로 네트워크의 불균형은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인식되기도 한다(박종훈 등, 2020). 현대 사회에서 입지 지대는 ‘도로 거리’에 의해 결정되며, 많은 연구는 인공물인 도로에 의한 접근성이 개인의 사적 지대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채정표・성현곤(2019)은 수도권에서 접근성 지수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침을 분석하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가 도로를 매개로 한 교통 접근성이 재산 가치에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Huang et al., 2017; Lee and Kim, 2024; Shin et al., 2007). 이는 특정 지역에 도로 네트워크가 잘 설치되어 있는 경우, 해당 지역의 상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더 많은 투자와 인구 유입이 이루어지는 반면 도로 네트워크가 부족한 지역은 다른 공간과의 연결이 약해져 경제적 기회가 제한되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근성에 따라 개인과 지역의 손익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일반적으로 이용자가 그 비용을 직접적으로 지불하지 않는 대표적인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이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는 세수를 바탕으로 정부가 비용을 지불하여 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유정복, 2018). 즉, 도로는 공공기관이 사회 공공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이다(안병철 등, 2009). 이러한 속성에서부터 도로가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당위가 도출되며, 이 공공성에는 모든 이에게 동등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분배의 형평 개념 또한 포함된다(육동형・백정한, 2019). 그러나 이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SOC의 개발 과정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형평성이 희생되거나, 무료라는 이유로 PIMFY 현상 등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박치성・정창호, 2015; Mikelbank and Jackson, 1999). 경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신도시 등에서는 초기 도로 계획에 의해 특정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 등 사회경제적 수준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문제가 특히 부각된다(박기학, 2012).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을 비롯해 계획도시를 도시 건설의 기본으로 하는 국가들은 도로 네트워크 설계에 있어 형평성을 추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비용을 바탕으로 제공되는 도로 서비스의 형평성이 훼손되면 접근성에 따른 지대를 사유화할 명분 또한 약화된다. 이는 일반적인 지대 논의에서 특정한 위치가 주어졌을 때 거리가 자연적으로 부여된 외생 변수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다. 즉, 거리 자체는 생산을 위해 투자한 자본이나 노동과 무관하다고 전제되며 입지 지대는 토지 이용자 간의 경쟁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결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리는 도로에 의해 결정되며, 도로는 사회의 투자에 의해 결정된다. 거리가 사회의 투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곧 지대가 사회와 타인의 투자를 사유화한 결과임을 의미하며, 토지 소유자에 대한 지대 귀속의 정당성을 약화한다. 결과적으로 거리는 위치가 아닌 투자에 의해 결정되는 인위적 변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거리가 도로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은 입지 지대가 온전히 도로 네트워크의 차별적 서비스에 의해서만 발생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김태곤 등(2013)의 연구에 의하면 국내 도로의 평균 우회율은 1.26으로 나타난다. 즉, 도로 거리의 차이는 대부분 직선 거리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고 있으며, 접근성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도로 네트워크라는 공공 서비스의 형평성을 문제시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공공성의 측면에서 접근성의 격차가 직선 거리의 차이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타난 비율과 도로 네트워크에 의한 거리의 조정으로 ‘인위적으로’ 나타난 비율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본 연구는 자연스러운 격차로써 직선 거리의 접근성 격차와 인위적 격차로써 도로 거리의 접근성 격차를 비교하여 도시 별 도로 네트워크의 형평성에 대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도로 네트워크가 도시 내 접근성 격차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미시적 단위에서 이러한 격차가 벌어진 공간적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도로의 건설에 의한 접근성의 이익이라는 자원의 공간적 분배를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의 2장에서는 접근성에 초점을 두고 도로의 형평성에 관련된 선행 연구를 살펴본 후, 우회율에 대한 개념적 분석을 통해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형평성에 대해 정의한다. 3장에서는 분석에서 사용한 데이터와 방법론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양적 분석 결과와 함께 지리적 시각화를 통해 접근성 관련 지수들이 어떠한 패턴을 보이는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본 연구의 의의와 한계를 알아본다.
2. 선행 연구 및 개념 분석
1) 도로 형평성 선행 연구
도로는 공공 서비스로 마땅히 공공성을 가져야 하지만, 공공성이라는 개념은 그 스스로가 가진 모호성으로 인해 쉽게 정의되지 않는다(임의영, 2003). 행정 분야에서 공공성이라는 말은 흔히 개별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사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SOC 분야가 추구하는 공공성 또한 무엇을 목표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미흡하다(조진우, 2020). 국내에서도 도로의 무료 사용 등 이용자 부담 절감을 위한 감면 정책 등으로 도로의 공공성 명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존재한다(박경철, 2022; 육동형・백정한, 2019). 그러나 도로가 개인과 지역에 차별적인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을 고려하면 무료 사용만으로 공공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도로의 특성에 기반한 공공성 논의가 매우 필요하다. 본 연구의 초점인 형평성 또한 공공성의 구성 요소로 동일한 문제를 가진다.
도로의 형평성은 특히나 상대적이고 정성적인 가치로 계량적인 평가가 어려워 일반화된 분석 방법이 제시되지 않는다(김유찬・이남수, 2015).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접근성의 형평성을 다루는 연구들은 접근성 지표의 격차 자체에 집중되어 있으며(김찬성・황상규, 2006; 서현진・전병운, 2011; 이용재・정일호, 2002; 이재건・손정렬, 2021; 정일호 등, 2011), 타당성 평가와 유사한 방식으로 단일 토목 사업이나 정책 등으로 나타난 접근성 차이를 통해 형평성을 분석한 연구들이 일부 존재한다(이경재 등, 2021; 임윤택 등, 2012). 이러한 연구들은 접근성 지수의 결과적 격차에 집중하며 도로 서비스 자체의 공공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다만 2010년대 중반부터 SOC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며 국내에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도로의 공공성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고용석 등, 2019; 박경철, 2022; 조진우, 2020). 일부 연구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별도의 정의를 바탕으로 지표화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유정복 등(2018)은 공익성, 형평성, 국민 참여를 기준으로 도로의 공공성을 평가하였으며, 형평성에 관해서 지역 단위로는 면적 대비 도로 연장, 인구 단위로는 이동 거리 대비 유료 도로 통행료를 지표로 사용했다. 육동형・백정한(2019)은 형평성에 초점을 두고 도로의 이동 거리 대비 시간, 지불 의사 대비 유료 도로 통행료를 이용해 분석을 수행하였다.
선행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유료 도로에 초점을 두거나, 수요자 입장의 결과적인 격차에 집중되었다. 이러한 연구들은 도로 네트워크라는 공공 서비스의 공급자 입장에서 도로 접근성의 형평성이 어떠한지 알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연구 경향은 해외에서도 동일하다. Karner et al.(2024)는 접근성의 형평성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정성적인 측면에서 정책을 분석하거나 지니계수 등을 통해 결과적인 격차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뒀으며(Lucas et al., 2016; Vanoutrive and Cooper, 2019; Wee and Geurs, 2011; Vecchio et al., 2020), 교통의 형평성을 어떠한 윤리적 관점에서 분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논의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였다.
2) 우회율과 도로 형평성
도로 네트워크 자체가 형평성을 충족하였는지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이유는 도로 네트워크가 개인이나 공간 단위에 어떠한 손익을 주었는지 명확히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도로의 우회율이라는 속성을 이용해 이러한 선행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도로 네트워크에서 경로 간 우회율은 이전 연구들에서 ‘가시성(Legibility)과 존재감(Presence)을 나타낸다(Dalton, 2003; Wang et al., 2014)’고만 언급될 뿐 그 속성 자체는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도로 서비스의 형평성을 평가할 때 우회율은 거리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개념으로 활용될 수 있다.
Yang et al.(2018)은 도로 우회율을 ‘도로 거리 ÷ 직선 거리’라 하였으며, 이를 이용해 ‘식 1’과 같이 도로 거리를 직선 거리와 우회율로 표현할 수 있다. 이때 는 로 다시 표현 가능하다. 에 해당하는 직선 거리는 두 공간의 위치 차이로 나타나는 자연적인 거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때 에 해당하는 거리는 도로 네트워크에 의해 발생하는 우회 거리이다. 즉, 우회율은 출발지와 도착지가 결정되었을 때 도로 거리 함수의 유일한 변수가 된다. Hallenbeck et al.(2014)은 우회로 발생하는 추가적인 운송 비용을 우회 비용(detour cost)으로 정의하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거리 비용으로써 우회 비용을 활용한다.
=도로 거리
=직선 거리(유클리드 거리)
도로 우회율(>1)
이러한 관점에서 우회 비용은 도로 네트워크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래프 이론에서 네트워크의 모든 구성 요소가 다른 모든 구성 요소에 직접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완전 그래프(complete graph)라고 하며(Bang-Jensen and Gutin, 2018), 모든 링크가 직선인 완전 그래프를 현실 도로에 적용하면 모든 경로에서 직선 거리와 도로 거리가 동일해진다. 이는 우회 비용이 단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 이상적 도로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도로 네트워크가 완전 그래프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회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최적 모형인 완전 그래프를 기준으로 하여 도로 네트워크가 가지는 불완전성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
Savas(2001)는 민영화의 유형으로 불이행(default)을 ‘정부가 공공의 수요를 충족하지 않아 민간 영역에서 비용을 지불하여 이를 충족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즉,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회 비용은 완전 연결 네트워크와 비교하여 공공 서비스의 ‘불완전함’으로 인해 민간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회 비용은 조세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며, 본 연구에서는 조세의 균등 희생 원칙을 차용하여 우회 비용의 균등 희생을 도로 서비스 형평성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즉, 우회 비용이 직선 거리에 비례하거나(비례 균등) 우회 비용이 동일하거나(절대 균등), 결과적인 운송 비용이 동일할 때(한계 균등) 각 기준에 따라 형평성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그림 1).
본격적인 분석 이전에 사회 연결망 분석의 네트워크 중심성을 활용한 선행 연구 결과들을 통해 도로의 우회가 형평성을 훼손하고 접근성 격차를 강화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Porta et al.(2009)은 도시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도심에서 도로 우회율이 낮다는 결과를 도출하였으며, Antunes et al.(2023), Wang et al.(2014), Zhang et al.(2019) 등이 여러 연구 지역에서 동일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국내에서도 김용기(2024)가 서울특별시를 대상으로 소매업의 밀도가 높은 곳에서 도로 우회율이 낮음을 보였다. 도심이 주로 도시의 물리적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도심의 낮은 우회율은 직선 거리 기준의 접근성 격차를 강화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직관적인 패턴의 유사성에 기반한 추측에 불과하며 이러한 연구에서 사용한 네트워크 중심성 수식 또한 거리에 역수를 취하는 등의 이유로 우회 비용을 직접적으로 분석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본 연구는 도로 거리가 우회율과 직선 거리라는 속성에 의해 구성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도로 네트워크의 ‘우회’라는 속성이 접근성 격차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이는 도로 네트워크에 따른 접근성의 형평성을 살펴본 많은 선행 연구들과 달리 도로 네트워크라는 서비스 자체의 형평성에 대한 분석이다.
3.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분석은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번째는 도시 단위의 지표를 분석하는 거시적 분석으로, 도로 네트워크를 이용해 도시의 접근성 격차를 계산하고 직선 거리를 이용해 계산한 접근성 격차와 비교하여 도시 접근성의 형평성을 평가한다. 이는 본 연구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인 ‘도로 네트워크가 접근성 격차를 강화하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두 번째로는 개별 공간 단위의 미시적 지표를 통해 우회 비용이 나타나는 양상을 분석한다. 이는 ‘도로 네트워크의 우회 비용이 어떠한 공간적 패턴을 가지는가?’에 대한 분석으로, 첫 번째 분석의 결과를 우회 비용의 분포 패턴으로 설명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세 번째 분석 단계에서는 도로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연구 대상 도시들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대표적인 사례 도시에 대한 계량적, 정성적 분석으로 접근성 격차가 나타나는 양상을 실제적으로 확인한다.
1) 연구 데이터 및 환경
본 연구는 대한민국의 중소 규모 65개 도시를 연구 대상으로 한다(그림 2). 중소 규모 도시는 ①일반구나 자치구로 구분되는 대도시가 아니며 ②인구 5만 이상, 100만 이하인 지역이라는 조건을 만족하는 시 지역으로 정의하였다. 이러한 정의는 연구 대상이 어느 정도 도시로써 구조적 형태를 갖추면서도, 그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하여 단일한 도시 단위 분석의 일관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부록’을 통하여 연구 대상 지역의 목록과 주요 지표 및 분석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연구 원데이터의 출처는 ‘표 1’과 같다.
표 1.
연구 데이터
데이터 | 취득 날짜 | 최종 갱신 | 출처 |
도로 네트워크 (노드, 링크) |
2024년 12.04 |
2023년 02.21 | 국가교통DB |
시군구 경계/인구 |
2024년 12.04 |
2023년 2분기 |
통계지리 정보서비스 |
본 연구의 공간 단위는 O-D(Origin-Destination) 행렬 구축에 활용된 출발지・도착지 목록의 구성 단위를 의미하며, 도로 노드(a. Node)와 노드 인근의 셀(b. 300m 이내 셀 c. 500m 이내 셀)을 이용하였다. 공간 단위 Node는 시군구별 국가교통 DB의 전체 도로 노드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림 3’과 같이 도로 노드는 주로 교차로(56%), 속성 변화점(27%), 종료 지점(11%)으로 구성되어 도로 인프라의 발전 수준에 비례해 불균등하게 분포한다. 표준 도로 노드는 공간의 발전 정도를 가중해서 나타낼 수 있는 실용적 공간 단위이지만, 이미 접근성에 따른 영향을 받은 데이터라는 점에서 도로의 우회를 통해 공간 간의 거리가 조정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본 연구의 목적에는 다소 부적합하다.
이러한 이유로 국지적 발전 정도에 영향을 받지 않고 공간적으로 균등하게 도시를 나타낼 수 있는 공간 단위를 추가로 활용하였다. 이때 행정적 경계 내부의 모든 공간을 이용할 경우 산림 등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생활 공간에 포함되지 않은 범위까지 포함하게 되므로 실제 도시민들의 주거 등 활동이 나타나는 지역인 ‘도시 공간’의 정의가 요구된다. 본 연구에서는 표준 노드에서부터 일정 거리(300m, 500m) 이내에 중심점이 존재하는 셀(250m*250m)로 구성된 그리드를 생성하여 도시 공간을 나타내도록 하였으며, 이 그리드를 구성하는 300m 이내 셀과 500m 이내 셀을 공간 단위로 이용하였다.1) ‘그림 4’는 경기도 하남시를 사례로 노드와 셀 공간 단위의 분포를 나타낸다. 위성 사진을 통해 그리드가 나타내는 도시 공간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계량 분석 및 시각화는 Python 3.12.7 환경에서 수행되었으며 cuGraph 등의 패키지를 이용하였다. cuGraph는 본 연구에서 공간 단위 간의 도로 거리를 계산하여 O-D 행렬을 도출하는 데 이용되었다.
2) 방법론
(1) 거시적 분석: 직선・도로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 영향
도시 네트워크가 완전 그래프(이하 직선 네트워크)라면 접근성은 직선 거리를 통해 결정된다. 이때 도로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가 직선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보다 크다면, 도로 서비스가 형평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 비용을 계산하기 위해 ‘식 2’와 같이 특정한 공간 단위에서 네트워크 내 다른 공간 단위(노드 및 셀)에 도달하는 평균 이동 거리(, Mean Transportation Cost)를 이용한다. 이때 도로 네트워크에서 평균 이동 거리는 , 직선 네트워크에서 평균 이동 거리는 로 정의한다. 접근성에 관한 선행 연구들(손정렬・오수경, 2007; Martínez and Viegas, 2013; Stacherl and Sauzet, 2023)에서는 주로 거리 조락 함수를 바탕으로 한 접근성 지수를 사용하나, 본 연구는 거리에 따른 비용의 격차를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정량적 의미를 보존하고자 평균 이동 거리를 사용한다. 다만 접근성의 지표로써 는 그 값이 클수록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분석 결과의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공간 단위 와 사이의 도로 거리
= 전체 공간 단위의 수
의 격차지수로 표준편차(, Standard Deviation)와 지니계수(, GINI index)를 이용한다. 는 의 차이에 초점을 두며 운송 비용의 절대적인 격차를 나타낸다. 는 의 분배 상태를 통해 상대적인 격차를 나타낸다(식 3). 는 ‘그림 5’에서 으로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으나, 엄밀히는 ‘식 3’과 같이 계산된다. ‘식 3’에서 는 를 오름차순으로 정렬하였을 때 번째 공간 단위의 값을 의미한다. 도로 네트워크의 평균 이동 거리인 의 표준편차와 지니계수는 로, 의 표준편차와 지니계수는 로 정의하였다.
이때 도로 네트워크의 형평성은 직선 네트워크와 비교한 도로 네트워크의 격차지수를 통해 평가된다. 전체 연구 지역에 대한 도로 네트워크의 일반적 영향을 도출하기 위해 대응 표본 t-검정을 이용해 접근성 격차지수를 비교하였으며, 개별 도시에 대해서는 격차지수 변화율(식 4)을 이용해 형평성을 분석하였다. 이때 표준편차 변화율은 , 지니계수의 변화율은 로 정의하였다.
도로 네트워크와 직선 네트워크의 가 동일한 것은 비례적 균등 달성의 기준, 가 동일한 것은 절대적 균등 달성의 기준으로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한 도시 내 공간 단위들에 대한 우회 비용이 비례적으로 균등하다면 가 보다 크고 GINI는 동일하다. 우회 비용이 절대적으로 균등하다면 는 동일하고 는 보다 작아진다. 마지막으로 우회 비용이 한계적으로 균등하여 가 모두 동일하면 와 는 0이 된다. 이러한 기준들과 비교하여 도로 네트워크를 평가할 수 있다(표 2). 다만 이러한 기준은 균등성의 기준일 뿐이며 우회 비용이 특정한 분배 원칙을 가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2) 미시적 분석: 직선거리 접근성과 우회율의 관계
두 번째 분석 과정으로 도시 내에서 우회 비용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바탕으로 접근성의 격차를 분석한다.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이 단순한 직선거리에서의 우위 이상으로 도로의 혜택을 받고 있다면 도로가 도시 내에서 격차를 강화하는 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도로 네트워크에서 각 공간 단위의 와 우회율의 상관계수(Pearson’ s r)를 이용한다. 이때 우회율은 ‘식 5’와 같이 를 로 나눈 총 우회율(, Total Detour Rate)로 계산한다.
와 의 관계를 통해 우회 비용의 균등성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약 와 이 비례한다면 평균 직선 이동 거리가 짧을수록 우회율도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 접근성 격차는 의 격차보다 클 것으로, 반대로 두 지수가 반비례한다면 격차가 작아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우회 비용과 격차지수의 관계처럼 우회 비용이 비례 균등하다면 와 의 상관계수가 0으로 나타나고, 절대 균등하거나 한계 균등할 때는 음수로 나타날 것이다(표 3). 그러나 와 의 상관계수를 통한 추정 또한 기존 격차 강화 여부의 기준일 뿐이며, 결과적인 격차지수의 증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3) 도시 유형화 및 사례 분석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우회 비용의 균등한 분배를 기준으로 형평성을 평가하고, 기존 격차지수의 강화 여부로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회 비용은 경향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명확한 원칙을 가지고 분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균등성의 기준 또한 가상적 상황, 즉 비례/절대/한계 균등의 원칙을 정확하게 따르는 가상적 상황을 기준으로 하여 실제 도시의 형평성을 평가하는 척도일 뿐이다. 실제로 접근성의 격차지수에는 단순히 기존 격차의 강화 및 약화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본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와 의 상관계수, 그리고 결과적인 격차지수 변화율을 통해 도로 네트워크가 도시의 접근성 격차에 미치는 영향을 유형화한다. 또한 개별 도시 사례 분석을 통해 접근성 격차가 나타나는 현실적 인과를 확인한다.
4. 분석 결과
1) 거시적 분석: 도로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 강화
‘그림 6’에서 나타나듯이 모든 연구 대상 도시에서 의 표준편차()가 의 표준편차()보다 컸으며, 또한 많은 도시에서 의 지니계수()가 의 지니계수()보다 컸다.3) 즉, 모든 도시가 절대 균등의 기준(표준편차)을 달성하지 못했으며, 다수의 도시가 비례 균등의 기준(지니계수)도 달성하지 못하였다. 결론적으로 균등성의 관점에서 도로 네트워크는 일반적으로 접근성 격차를 심화하며 형평성을 가지지 못한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다만 그 정도에는 지역별 차이가 나타났으며 도로 네트워크가 직선 네트워크보다 지니계수가 낮은 경우 또한 다수 관측되었다.
와 사이의 격차지수 변화율은 ‘그림 7’을 통해 지리적으로 시각화된다. 와 모두 전반적으로 수도권 및 경부 축 일부 지역에서 낮게 나타났다. 특히 는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는 음의 값을 나타내기도 하며 도로 네트워크가 비례 균등 기준에서 접근성의 형평성을 갖추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대도시 주변에서 변화율이 비교적 낮으며 그 외 대도시와 떨어진 지방 도시에서 전반적으로 변화율이 높은 패턴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패턴은 도심 집중도와 관련된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주변에서는 인근 대도시와의 연계를 고려한 도시 모델이 나타나며, 반대로 지방 도시의 경우 독립적인 도시권을 구성하면서 도심에 인프라가 집중된다. 이러한 특성들이 도로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 가능하다. 권규상(2021)의 연구에서 나타낸 도시 분산 정도 지수를 통해 이 가설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림 8’은 도시의 고용 규모 분산 정도를 재현한 것으로, 본 연구의 격차지수 변화율과 반비례하며 시각적으로도 격차지수 변화율과 상관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분산적인 도시 구조에서 일반적으로 도로 서비스의 형평성이 우수함을 의미하며, 도시의 접근성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형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다만 일부 도시에서는 분산 정도와 도로 네트워크가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남양주시의 경우 도시의 산업 기능은 공장 및 창고를 중심으로 공간적으로 분산되었으나, 인구 및 도로 인프라 등은 구리에 접한 서부 다산신도시 등에 집중되고 가평 등 후방 도시를 잇는 연계 간선 도로 인근 발전 정도가 미약하다. 이에 따라 분산 정도가 높음에도 도로의 형평성은 좋지 못하다. 이는 도로 네트워크가 단순히 도시 기능의 분산 등으로 자연스럽게 달성되지 않으며, 별도로 추구해야 할 정책적 목표임을 의미한다.
2) 미시적 분석: 우회율의 직선 거리 격차 강화
본 연구에서 총 우회율()은 특정한 공간 단위의 운송 비용에서 우회 비용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림 9’는 와 의 상관계수와 격차지수 변화율이 뚜렷하게 비례함을 보여준다. x축과의 상관 분석 결과 각 공간 단위(Node. 300・500m 이내 셀)에서 는 0.40, 0.40, 0.37, 는 0.56, 0.80, 0.79의 상관계수를 나타냈다. 즉, 접근성이 좋지 못한 지역에 우회 비용이 분배되면 자연스럽게 격차지수 변화율도 높아지고 형평성이 좋지 못하다.
다만 와 의 상관계수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한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우회 비용의 분배가 비례 균등하다면 와 의 상관계수가 0, 절대 및 한계 균등이었다면 음수로 나타나게 된다. 거시적 분석 결과 대부분의 도시에서 격차지수 변화율이 양의 값을 보였으므로 미시적 균등성의 기준대로라면 해당 도시들에서 와 의 상관계수도 양의 값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그림 10’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와 의 상관계수는 대부분 0 이하로 거시적 분석 결과와 모순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미시적인 분석 결과 대부분의 도시에서 오히려 많은 직선 운송비()를 지불하는 공간의 우회율()이 낮으며 도로 네트워크의 형평성이 우수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의 격차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것만으로 거시적 도로 네트워크의 형평성을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거시적 형평성 분석 결과에는 기존 격차의 강화 및 완화뿐만 아니라 접근성 격차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이 작용하여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균등의 원칙이 , 의 격차지수 차이를 평가할 기준이 될 뿐임을 재확인 시켜준다. 도로 네트워크의 형평성에 영향을 주는 다른 원인에 관련해서는 다음 절에서 도로 네트워크의 접근성 격차 유형화와 사례 도시를 통해 분석한다.
3) 접근성 격차 양상에 따른 유형화 및 사례
앞선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도로 네트워크가 도시 내 형평성에 미치는 일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많은 도시가 우회 비용의 비례 균등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며, 도로 네트워크는 전반적으로 도시 내 접근성 격차를 강화하고 있다. 이 격차는 단순히 직선 거리의 격차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것과 독립적으로 도로 인프라의 불균형 등에 따라서도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본 장에서는 ‘그림 11’과 같이 와 의 상관계수와 격차지수 변화율을 기준으로 도시 접근성 격차가 나타나는 양상을 유형화하며, 이후 각 유형을 대표하는 3개 사례 도시의 주요 지표와 지리적 시각화를 통해 우회율과 접근성의 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둔다. 본 분석 과정의 공간 단위는 지역 간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노드 500m 이내 셀’을 기준으로 한다. 다른 분석 결과에서 나타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 단위에 따른 전반적인 경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구 대상 도시들의 유형화 결과는 ‘그림 11’과 같이 나타났다. 유형화 결과 4사분면에는 하나의 도시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림 11’은 ‘그림 9’의 일부와 동일하여 마찬가지로 와 의 상관계수(x)와 (y)가 양의 상관관계를 가졌으며, 이외 특성으로 전체적인 추세가 원점보다 높게 형성되었다. 사분면으로 나뉜 각 유형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1사분면: 직선 거리 격차를 강화하여 형평성이 좋지 못한 도시
2사분면: 도로 인프라의 불균형으로 형평성이 좋지 못한 도시
3사분면: 직선 거리 격차가 약화되어 형평성이 좋은 도시
4사분면: 직선 거리 격차가 강화되었으나 형평성이 좋은 도시
1, 2, 3 사분면을 대표하는 3개의 사례 도시로 각각 강릉시, 속초시, 포천시를 선택하였다. 사례 도시에 대한 분석 결과는 ‘표 4’와 ‘그림 12’로 나타난다.
표 4.
사례 도시 주요 지표
상관계수 | 강릉시 | 속초시 | 포천시 | ||||||
VS | 0.931** | 0.376** | 0.948** | ||||||
VS | 0.481** | 0.737** | -0.125** | ||||||
VS | 0.134** | -0.340** | -0.431** | ||||||
격차지수 | 직선 | 도로 |
변화율 (순위) | 직선 | 도로 |
변화율 (순위) | 직선 | 도로 |
변화율 (순위) |
표준편차 | 4,073 | 6,461 |
+59% ( 13 ) | 789 | 1,686 |
+114% ( 1 ) | 3,177 | 3,733 |
+18% ( 60 ) |
지니계수 | 0.145 | 0.163 |
+12% ( 6 ) | 0.107 | 0.124 |
+16% ( 2 ) | 0.111 | 0.099 |
-11% ( 63 ) |
분산 정도(순위) 출처: 권규상(2021) | 0.684(40) | 0.641(61) | 0.907(4) |
① 강릉시
강릉시는 와 의 상관계수가 높아 직선 거리의 격차를 강화한 도시이다. 도로 네트워크에서도 직선 네트워크의 접근성 우열을 상당 부분 유지하여 와 의 상관계수가 0.93으로 매우 높으며 결과적으로 와 또한 각각 13위, 6위로 도로 네트워크에 의한 접근성 격차 강화 정도가 매우 크다.
이는 ‘그림 12’에서 나타나듯이 강릉역 인근 도심에서 기준의 접근성이 좋으며, 낮은 우회율의 이익 또한 강릉역 인근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즉, 강릉시에서 접근성이 좋은 지역은 도시 공간의 물리적 무게 중심이라는 이점을 가지면서 우회율도 낮은 지역이다. 다만 전반적인 경향과 별개로 양양과 이어지며 관광 산업의 발전 정도가 높은 강릉시 북부의 주문진 일대는 가 큰 편임에도 낮은 우회율의 이익을 받아 기준 접근성이 비교적 양호하다.
② 속초시
속초시는 도로 네트워크의 불균형한 분포에 의해 의 접근성 격차와 분포를 달리하는 새로운 접근성 격차가 나타난 도시이다. 속초시는 가 과 강한 음의 상관을 가져 기존의 격차는 희미해졌지만, 와 은 매우 높은 상관계수를 가진다. 결과적으로 도시 접근성의 재구조화 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 와 의 상관계수가 비교적 낮은(0.376) 지역 중 하나이며, 와 또한 각각 1위 2위로 도로 네트워크에 의한 접근성 격차 강화 정도가 매우 크다.
이는 속초시의 도로 네트워크 개발 정도가 매우 빈약하고 불균형한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속초시의 500m 이내 셀 간 OD의 총 우회율은 1.40으로 매우 크다. 이에는 도심이 청초호를 둘러싼 형태로 발달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지만, 서쪽의 도시 외곽에서 도로를 이용할 때 크게 우회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속초시 서쪽의 노학동은 산지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도시 공간에서 농업이 이루어지며 도로의 발전 정도가 매우 낮다. 이 지역은 속초시 전체의 물리적 무게 중심에서 멀지 않음에도 기준의 접근성이 좋지 않다. 반면 청초호 일대는 도심과 다소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매우 조밀하게 발달하였으며 이로 인해 접근성이 우수하게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속초시는 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하며, 도로 네트워크의 분포에 의해서 접근성의 우열이 갈린 도시이다.
③ 포천시
포천시는 도로 네트워크의 선형도시적, 분산적 특징으로 접근성 격차가 줄어든 지역이다. 포천시는 이 , 그리고 와도 음의 상관계수를 가지며 직선 거리의 접근성 격차를 완화하였다. 와 는 매우 높은 상관계수를 가져 전반적인 접근성 우열 자체는 유지되었으나 그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결과적으로 가 상대적으로 작으며 가 음의 값을 나타냈다.
포천시는 세종-포천 고속도로로부터 이어진 간선 도로를 중심으로 한 도시 발전의 선형성이 높으며 ‘표 4’의 분산 정도로부터 알 수 있듯 명확한 도심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그림 12’의 지도를 통해 도심이 아닌 간선을 중심으로 우회율이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도시 공간의 무게 중심과는 다른 양상으로 우회 비용이 분배되면서도 그 분포가 극단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전반적으로 형평성을 갖춘 도시 네트워크가 구축된 것이다.
5. 결론
본 연구는 65개 도시에 대한 대규모의 OD 데이터를 이용해 도로가 도시 내 접근성의 형평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도로 네트워크는 도시 접근성 격차를 강화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도로 네트워크의 개발 정도가 높은 도심을 중심으로 낮은 우회율의 이익이 분배됨으로써 나타났다. 공간 단위 간의 직선 거리로 인해 접근성의 격차가 나타나는 것 자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공공 서비스인 도로가 이 격차를 심화한 것은 문제적이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 도로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성 격차가 비례적 균등의 기준을 만족했다는 사실은 도로 계획을 통한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와의 연계를 고려한 도시들에서 자주 활용되는 선형 도시 구조는 핵형(nuclear)의 중심지를 가지지 않고 간선 전체에 기능을 분산시켜 도시 내 전반적인 접근성의 형평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김주일, 2010). 본 연구 결과에서도 포천시뿐만 아니라 김포시, 의왕시 등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은 전반적으로 가 음의 값을 보여, 도시 내 접근성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도시 모델로써 선형 도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본 연구는 공공 서비스의 형평성 관점에서 도로의 접근성을 분석한 매우 초기 단계에 위치하며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가진다. 첫 번째는 도시의 형성 과정과 효율성을 배제한 것으로, 복잡한 행정적/역사적 맥락과 전체적인 효율성을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이후 접근성의 형평성이 효율성과 가지는 상충 관계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도로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도시 접근성 격차에 대해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분석 전제가 다소 정교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시간 및 지형 등을 고려하지 않고 거리로만 운송 비용을 판단하였으며 ‘도시 공간’의 설정이 다소 자의적이라는 한계를 가진다. 개별 도시의 도로 형평성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분석을 더욱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도로 네트워크가 접근성 격차에 미치는 영향의 일반적인 경향을 도출하고 미시적 분석을 통해 접근성 격차가 나타나는 원인을 추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다양한 공간 단위(노드, 셀)를 통해 연구 결과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분석 결과의 설득력을 보완하였다. 연구 결과는 수요자 측면의 격차에 집중된 접근성 연구에서 확장하여 실질적인 정책을 결정하는 공급자 관점의 형평성에 대해 논의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본 연구는 우회 비용을 통해 도로 이용자의 실질적 손익을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도로 네트워크의 비용편익 분석, 개발 이익 환수 등 정책적 결정에 기여할 수 있으며, 물리적 도로 구조의 형평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도로 네트워크를 계획하며 추구할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도로 네트워크에 관한 후속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연구 한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회율의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형과 도시 구조적 특징(선형, 분산, 다중심성 등) 및 도시 간 연계 등을 고려한 총체적 해석을 시도할 수 있다. 특히 대도시 주위에서는 도시 간 연계 기능으로 인해 도로 인프라가 분산되어 전반적으로 형평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지역 단위 간 통행의 영향력이 작은 대도시권 지역 단위로 연구를 수행한다면 새로운 의미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도로 네트워크가 직선 거리를 재구성하는 현상을 밝혀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그리드를 중심으로 균등한 공간 단위의 형평성을 분석하였지만, 인구를 가중하는 방법을 통해 인구 단위의 형평성을 평가하는 등 정책적으로 더욱 실용적인 응용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