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이론적 배경
1) 돌봄 지리학과 돌봄의 공간성
2) 돌봄 노동에서 (비)공식성
3. 사례 소개: 자카르타 임금 계약 가사 노동
4. 연구 결과
1)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
2) 돌봄 노동의 공식화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
5. 결론
1. 서론
본 연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도시권1)(이하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을 사례로,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공식화의 재구성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을 분석한다. 이는, 돌봄 지리학의 관점에서 사례 지역의 구체적인 돌봄 공간에 주목함으로써 돌봄 노동 연구의 분석 범위를 비판적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도시로,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집중된 지역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와 핵가족화는 가사 노동의 외주화를 촉진하며, 지역 간 경제 격차는 저임금 비공식 노동인 가사노동자의 이주와 취업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자카르타는 전통적 돌봄 관계와 근대적 임금 계약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공식화 사이의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지역이다. 이러한 점에서 자카르타는 비판적 돌봄 노동 논의를 심화하고 확장할 수 있는 적합한 사례 지역으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을 돌봄 노동의 범주에서 논의한다. 기존의 돌봄 노동 연구에서는 비공식성이 돌봄 노동의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며,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공식화가 양질의 노동을 보장한다고 주장해왔다(Addati, 2021; Folbre, 2006a, 2006b; Peterie and Broom, 2024; Razavi and Staab, 2010; Schwiter and Steiner, 2020). 그러나 본 연구는 자카르타를 사례로 돌봄 지리학의 관점에서 이러한 전제와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기존의 단선적이고 당위론적인 논의 틀을 넘어서는 분석을 시도한다.
돌봄 지리학은 돌봄의 공간성을 중심으로 돌봄 관계와 관행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윤리적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Conradson, 2003; Middleton and Samanani, 2021; Milligan, 2000; Milligan and Power, 2010).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 따라, 고용인의 집을 주요 돌봄 공간으로 주목한다. 이 공간은 사적・공적 특성이 혼재된 장소로서(Blunt, 2005; Cox, 2013; Schwiter and Steiner, 2020), 다중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주요 돌봄 행위자의 다중공간으로서 돌봄 공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통해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공식화가 어떻게 규정되고 재구성되는지를 살펴본다.
돌봄 지리학에서는 돌봄의 공간성, 특히 집이라는 돌봄 공간의 의미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돌봄 노동 연구의 핵심 전제인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공식화를 통한 양질의 노동 실현이라는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Blunt, 2005; Cox, 2013; Schwiter and Steiner, 2020). 그러나 본 연구는 이러한 단선적인 경로를 당위적으로 전제하지 않으며, 돌봄 공간에 대한 돌봄 행위자의 인식과 실천을 통해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이 복합적이고 다층적으로 연결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러한 접근은 구체적이고 윤리적인 돌봄 연구를 추구하는 돌봄 지리학의 관점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돌봄 노동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돌봄 노동의 주요 구조적 재구성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공간적 요인의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찰하기 위한 공간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더 나아가, 본 연구의 결과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인구 변화에 따라 돌봄 노동의 위기가 중요한 논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돌봄 노동의 해법으로 논의되는 현 시점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돌봄 노동의 복잡한 구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본 연구는 정성적 연구 방법을 통해 진행됐다. 정성적 연구 방법은 돌봄 행위자들의 인식과 실천을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데 적합한 방법으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한다. 구체적으로, 가사노동자, 고용인, 그리고 돌봄 노동의 공식화를 요구하는 활동가를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실시하고, 돌봄 현장을 참여 관찰했다. 조사는 2022년 12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수행했다. 또한, 선행 연구와 관련 언론 기사, 보고서를 참고하여 문헌 조사를 병행했다.
본 연구의 서술에는 주로 심층 면담 결과를 활용했다. 본 연구에서는 총 41명을 면담했으며, 가사노동자 17명, 고용인 21명, 공식화 활동가 3명이 포함된다. 이 가운데 본문에 직접 인용한 면담 대상자는 총 7명으로, 각 집단의 일반적인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사례와 응답을 선정했다. 면담 대상자는 일정 기간 이상 돌봄 노동에 관여하였으며, 본 연구 주제와 관련된 경험과 견해를 공유할 수 있는 이들로 구성됐다. 연구 결과에 인용된 답변은 다양한 면담자의 응답과 참여관찰 내용을 교차 검토하여, 해당 상황과 관계, 의견을 대표할 수 있다고 판단된 사례를 중심으로 활용했다.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된 면담 내용은 원문의 의미와 맥락을 최대한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번역하여 서술했다. 본 연구의 조사는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승인 번호: IRB No. 2212/002-008)와 인도네시아 국립 연구 혁신청(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 BRIN; 승인 번호: 384 /KE.01/ SK/06/2023)의 심의를 받아 진행했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문헌 연구를 통해 돌봄 지리학의 관점으로 기존 돌봄 노동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는 연구 분석 틀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본 연구의 사례인 자카르타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며, 4장에서는 본 연구의 결과로 돌봄 공간에 대한 돌봄 행위자의 인식과 실천이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공식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요약하고, 이 결과의 의미와 한계를 논의한다.
2. 이론적 배경
1) 돌봄 지리학과 돌봄의 공간성
돌봄 지리학은 돌봄이 수행되는 장소와 그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불평등 및 권력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 분야로, 공간적 맥락에서 돌봄의 실천과 의미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Conradson, 2003; Milligan and Power, 2010). 초기에는 의료 지리학(Medical Geography)에서 질병과 치료의 공간적 분포를 다루는 하위 분야로 출발했으나, 이후 돌봄의 사회적・윤리적 함의를 반영하며 독립된 연구 영역으로 전환됐다(Parr, 2003). 돌봄 지리학의 연구 대상은 공적・사적 공간에서의 돌봄 실천, 도시와 농촌 간 돌봄 자원의 배치, 돌봄 시설의 접근성과 분포 등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Guagliardo, 2004; Padilla et al., 2016). 특히 국제 이주와 글로벌 자본주의의 확산 속에서 돌봄의 공간성이 주요 분석 대상으로 부상하며, 돌봄 지리학은 초국적 차원으로 확장되었다. 이주 돌봄노동자와 글로벌 돌봄 체인(Global Care Chain)의 형성은 돌봄의 수행 주체, 수행 장소, 경제 구조 간의 상호작용을 공간적으로 드러낸다(Schwiter and Steiner, 2020; Spanger et al., 2017).
돌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돌봄 지리학은 ‘누가, 어디서 돌봄을 수행하는가’라는 구체적이고 공간적인 질문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Middleton and Samanani, 2021; Milligan, 2000). 특히 1990년대 이후 인문지리학에서 노동과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돌봄 지리학은 페미니즘 지리학과의 연계를 통해 무급 돌봄 노동이 여성에게 집중되는 구조적 문제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부각시켜 왔다(Hanrahan and Smith, 2020). 이러한 접근은 돌봄의 젠더화된 권력 관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돌봄 지리학은 단순히 돌봄의 수행 위치를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을 윤리적이며 실천적인 과제로 재조명하는 데 목적을 둔다(Lawson, 2007). 이는 제도나 정책과 같은 거시적 접근만으로는 포착되기 어려운, 일상적 실천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비대칭성과 공간적 맥락을 드러내며, 돌봄 구조에 대한 보다 정교한 대안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즉, 돌봄이 추상적인 기능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성과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사회적 행위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돌봄 지리학은 돌봄에 대한 공간적 접근을 통해 보다 정의롭고 대안적인 돌봄 체계를 상상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다(Middleton and Samanani, 2021). 돌봄 지리학은 장소성과 사회적 상호의존성, 그리고 구조적 불평등을 핵심 개념으로 삼아, 돌봄을 개인의 사적 책임이 아닌 집합적・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는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다(Milligan and Power, 2010).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기반에서,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에서 고용인의 집을 핵심 돌봄 공간으로 설정하고, 이 공간이 지닌 사회적・관계적 의미를 ‘다중공간’의 개념을 통해 분석한다. 이를 통해 돌봄의 공간성과 권력 관계, 불안정성과 협상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집은 단순히 사적 공간이나 공적 공간2) 중 하나로 고정될 수 없는 다층적이고 관계적인 장소로, 돌봄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전통적으로 가족의 소속감과 휴식을 위한 사적 공간으로 인식되던 집은(Blunt, 2005; England, 2017), 임금 계약 기반의 돌봄 노동이 개입함에 따라 노동과 소비, 권력과 정동이 교차하는 복합적 공간으로 재구성된다(Cox, 2013; Schwiter and Steiner, 2020). 이러한 변화는 집을 단일한 의미의 장소가 아닌, 공적 요소(계약, 임금)와 사적 관계(가족, 휴식)가 혼재하는 다중공간으로 드러나게 한다(Brickell, 2012; Smith and Winchester, 1998). 특히, 가사노동자는 고용인의 사적 공간에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동시에 이 공간을 협상과 갈등의 장으로 경험하며, 집은 노동의 (비)공식성과 권력관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장소가 된다(England, 2017; Reuschke and Felstead, 2020). 이러한 돌봄 공간으로서의 집은 단순히 일반적인 노동의 장을 넘어, 지역적 문화와 계약 관행이 반영된 사회적 장소로 기능한다(Elias, 2010; Razavi and Staab, 2010). 따라서 집은 돌봄 노동의 제도적 성격과 사회문화적 실천이 교차하는 다층적 사회 공간으로, 지역의 특수성과 돌봄 관계의 복합성을 분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분석 단위가 된다(박경환 역, 2014; ; 이지선・이영민, 2019).
본 연구는 이러한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다중공간’이라는 개념을 구체화한다. 다중공간은 다음 두 차원에서 구성된다. 첫째, 물리적 차원에서 집은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사적・공적 기능이 유동적으로 변하며, 사용자의 역할과 시간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달라진다. 둘째, 사회적・관계적 차원에서 집은 고용인에게는 일상과 친밀의 장소지만, 가사노동자에게는 공적 노동의 장으로 경험되며, 상반된 의미가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집이라는 공간은 이처럼 다양한 힘과 의미가 협상되고 조정되는 장소로, 지역적 및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된다. 본 연구에서는 집이라는 돌봄 공간을 다중공간으로 해석하고,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다양한 노동 조건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과정과 의미를 분석한다. 다중공간 개념은 돌봄의 공간성에 주목하는 돌봄 지리학의 관점을 반영한 구체적인 분석 개념으로, 본 연구의 사례 분석에 적용하여, 돌봄 공간으로서의 집이 어떻게 다층적이고 중첩적인 방식으로 재구성되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2) 돌봄 노동에서 (비)공식성
돌봄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삶의 질과 사회적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 활동이다(Folbre, 2006a; Razavi and Staab, 2010). 이는 개인의 생존과 발달뿐 아니라, 가족, 지역사회, 사회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England et al., 2002). 돌봄 노동은 이러한 돌봄을 제공하는 행위가 노동의 형태를 띤 것으로, 정서적 유대와 상호의존성을 포함하는 관계 중심적 특성을 지닌다(Razavi, 2007). 이는 단순한 상품 생산과 구별되며, 가정 내 비공식 노동, 유급 시장 노동, 공공 서비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된다(Duffy, 2005). 돌봄 노동은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필수 요소임에도, 비가시화와 저평가로 인해 정당한 사회적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되어 왔다(Folbre, 2006b).
현대 사회에서는 돌봄 노동의 외주화와 상품화가 심화되고 있다. 돌봄이 가정 내 무급 활동에서 유급 노동으로 전환되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이 외부 노동자에게 돌봄을 위탁하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Mattingly, 2001). 더 나아가, 글로벌 돌봄 체인 개념을 통해 저소득 국가의 이주 여성 돌봄 노동자가 자신의 가족 돌봄을 포기하거나 전가한 채 고소득 국가의 가정에서 돌봄을 수행함으로써, 국가 간 불평등과 돌봄의 비공식성을 심화시키는 국제적 상호의존 구조를 설명한다(Hochschild, 2015; ILO, 2024).
돌봄 노동은 다양한 기준으로 분류되는데, 본 연구는 제공 대상에 따른 분류 중 간접 돌봄 노동으로서의 가사 노동에 주목한다. Folbre(2006a)는 돌봄 노동을 직접 돌봄(Direct care)과 간접 돌봄(Indirect care)으로 구분했다. 직접 돌봄은 아동, 노인, 환자 등 대상자에게 신체적・정서적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반면 간접 돌봄은 청소, 세탁, 요리 등 돌봄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활동으로, 대표적인 형태가 가사 노동이다.
Folbre는 간접 돌봄 노동의 중요성이 종종 간과된다고 지적하며, 이를 돌봄 노동의 핵심 구성 요소로 포함할 것을 주장한다(Folbre, 2006a; Razavi and Staab, 2010). 이는 가사 노동의 비가시성과 저평가 문제를 바로잡고, 그 사회적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데 기여한다. 나아가 무급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정책적 담론의 장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따라서, 가사 노동은 간접 돌봄 노동으로서 돌봄 노동의 보편적 특성을 공유하면서도, 그 특수한 형태로서 고유의 문제를 지닌다. 본 연구는 Folbre의 범주화를 참고하여,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을 돌봄 노동의 범주 내에서 위치시키고 해석하고자 한다.
돌봄 노동에 관한 이론적 논의는 양질의 노동(Decent Work) 실현과 비공식성에 따른 불안정 노동 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ILO)가 제시한 양질의 노동은 단순한 고용 확대를 넘어, 노동자의 안전, 공정한 보상, 고용 안정성, 경력 개발, 삶의 질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특히 돌봄 노동자와 같이 취약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들을 위한 국제적 기준으로 강조되고 있다(Folbre, 2006b; ILO, 2011).
비공식성과 불안정 노동은 돌봄 노동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지적된다. 비공식 돌봄 노동은 주로 가정 내 구두 합의, 제도적 보호의 부재, 사회적 인정의 결핍 등의 특징을 가지며, 그 결과 낮은 임금, 고용 불안, 열악한 노동 환경에 노출된다(Folbre, 2006a; Razavi and Staab, 2010). 특히 돌봄 노동은 사적이고 친밀한 노동으로 간주되어 쉽게 대체 가능하고 임시적인 노동으로 평가되며, 그 사회적 가치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Addati, 2021). 여성과 이주 노동자가 주로 종사하는 가사 노동은 이러한 비공식성과 불안정성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영역이다(Schwiter and Steiner, 2020).
공식화는 비공식성 해소 및 양질의 노동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공식화는 돌봄 노동을 법적・제도적 틀 내로 통합하여, 표준화된 계약, 사회보장 제도, 경력 개발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ILO, 2011). 이를 통해 돌봄 노동자는 공식적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노동의 전문성과 사회적 인정을 확대할 수 있다(Folbre, 2006b; Peterie and Broom, 2024). 이러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으로, ILO는 가사노동자협약(C189)을 채택했다. 이 협약은 가사 노동을 단순한 사적 노동이 아닌,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공식적 노동으로 재인식하며, 가사노동자에게도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권리와 보호가 보장되어야 함을 명시한다(ILO, 2011).
이상으로 논의한 바와 같이, 돌봄 노동에 대한 기존 논의는 비공식성과 불안정 노동, 공식화와 양질의 노동이라는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구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제는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공식화라는 당위적 주장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제 돌봄 노동 관계와 관행에서는 단선적인 전제와 주장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존재한다. 따라서 경직된 당위적 돌봄 노동 연구는 현장의 다양한 실천과 맥락의 복잡성을 간과할 위험이 있다.
본 연구는 돌봄 지리학의 관점을 활용하여, 기존 돌봄 노동 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돌봄 지리학이 지닌 비판적이고 윤리적인 분석 지향에 따라, 돌봄의 공간성에 주목함으로써 돌봄 노동의 구조적 재구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관계와 관행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을 다루는 본 연구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돌봄 노동의 구조와 의미를 해석하는 핵심적 지점이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집은 사적 관계와 휴식의 장소인 동시에, 계약과 임금이라는 공적 기제가 작동하는 다중공간이다.
다중공간은 공간의 복합성과 경합성을 설명하는 인문지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본 연구의 사례 분석에 특히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비공식성과 공식화가 중첩되고 긴장하는 돌봄 노동의 맥락에서는 이 개념의 분석적 유효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돌봄 공간으로서 집은 사적/공적 특성이 교차하는 장소로, 이러한 이중성은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대응하거나 어긋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교차 지점을 분석의 기준으로 삼아, 돌봄 노동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구조적 재구성을 해석한다. 이를 통해 돌봄 노동의 공간성은 이분법적으로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이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교차하는 지점과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돌봄 노동의 상태를 기존의 이분법적 틀을 넘어 보다 입체적인 사분면 구조로 확장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분석 틀을 그림 1과 같이 도식화하며, 돌봄 노동의 주요 논점을 중심에 두고 그 개념적 틀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이 분석 틀은 돌봄 노동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 구분, 즉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이 서로 일대일로 대응한다고 보는 관점을 해체하고, 이를 사분면 구조로 확장한다. 이러한 비판적 분석의 확장 과정에서 다중공간으로서 돌봄 공간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첫째, 돌봄 공간은 사적 관계와 공적 제도가 중첩되고 충돌하는 장소로서,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이 복합적으로 얽히는 구조를 형성하는 원인이 된다. 둘째, 이러한 공간을 중심으로 돌봄 노동과 그 관행을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단순화된 이분법적 이해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현실을 드러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분석 틀에서 다중공간으로서의 돌봄 공간은 돌봄 노동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 구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용한 이론적 관점으로 설정된다.
본 연구에서는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정의한다. 먼저,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은 기존 돌봄 노동 연구의 논의를 바탕으로, 해당 노동 계약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위반 시 강제적인 조치가 가능한지, 그리고 계약된 돌봄 노동자가 자동적으로 노동자 보호 및 복지 제도에 포함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를 공식 노동으로 간주하며, 일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는 비공식 노동으로 분류한다. 한편, 노동 조건의 질을 판단하는 데에는 보다 정성적 기준이 요구되며, 이때의 구분은 고정된 절대적 기준보다는 상대적인 판단에 기초한다. 본 연구는 불안정성을 노동 관계 및 지위의 불안정성으로 해석하며, 고용 지속 가능성이 낮고, 갈등 또는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태를 불안정한 노동으로 본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고, 노동자가 위험을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춘 경우에는 양질의 노동으로 판단한다.
3. 사례 소개: 자카르타 임금 계약 가사 노동
본 연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루어지는 가사 노동의 비공식성과 공식화의 재구성,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을 분석한다. 본 장에서는 자카르타 임금 계약 가사노동의 주요 현황과 구조적 특징을 소개하며, 분석의 배경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카르타를 포함한 인도네시아에서 가사노동자에 대한 공식 통계는 매우 제한적이다. ILO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Suhaimi and Farid, 2018), 인도네시아의 가사노동자는 약 403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여성은 약 300만 명으로 남성(약 103만 명)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아동 가사노동자는 약 8만 6천 명으로, 이는 2008년 약 27만 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온 결과다. 전체 가사노동자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약 310만 명이 자바섬(Java)에 거주하며, 자카르타는 특히 가사노동의 주요 집중 지역으로 나타난다. 그림 2는 자바섬의 행정구역별 가사노동자 수를 시각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지도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행정구역별 1인당 가사노동자 수를 비교한 것이다. 자카르타의 1인당 가사노동자 수는 다른 지역의 두 배 이상으로, 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 내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의 중심지임을 보여준다. 자카르타에는 약 48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있으며, 인근 반튼(Banten)과 서부 자바(Java Barat)를 포함한 대도시권 전체에서는 최대 15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카르타의 가사노동자는 주로 비수도권 농촌 지역 출신이며, 반튼, 서부・중부・동부 자바 등 자바 섬 내 지역에서 이주한 자바족과 순다족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으로, 도시에서의 경제적 기회를 모색하며 이주한 뒤,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저임금의 비공식 가사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3) 담당 업무는 청소, 빨래, 요리, 육아, 간병 등으로 다양하며, 대부분 구두 계약에 기반한 비공식적 고용관계가 형성된다. 노동 형태는 입주형과 출퇴근형으로 구분되며, 출퇴근형의 경우 여러 가정을 오가며 일하는 사례도 관찰된다.
고용인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비수도권 출신의 이주자도 다수 존재하고, 외국인 고용인도 일부 포함된다. 자카르타에서는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로 인해 가정 내 가사 노동의 공백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가사 노동의 외주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적 돌봄 지원의 부재로 인해 저임금의 비공식 노동에 대한 의존이 지속된다. 일반적으로 가사노동자를 고용하고 노동 관계를 관리하는 고용인은 가정 내 여성인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비공식적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자카르타에서 가사노동자는 공식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계약의 제도적 구속력이 없고, 노동자 관련 제도에 적용되지 않는다. 비공식 고용 관계가 유지되는 주요 원인은 제도적 미비 외에도, 계약 당사자인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의 선호와 필요에서 기인한다. 가사노동자는 도시 내 공식 일자리에 접근하기 어려운 조건(낮은 교육, 기술 수준 등) 하에 저임금 비공식 노동을 선택하고, 고용인은 비용 부담이 적은 비공식 가사노동을 선호하며,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일치가 비공식 계약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전통적으로 자카르타에서는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고용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중개업체를 통한 보다 공식적인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중개업체는 지방에서 가사노동자를 모집하고, 임시 거주지와 훈련을 제공한 후 고용인과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은 중개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계약 이후 발생하는 갈등이나 문제에 중재자로 개입하기도 한다.
또한 자카르타에서는 비공식 가사 노동 계약을 제도화하려는 공식화 운동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박준영 등, 2023). 이 운동은 가사노동자 당사자뿐 아니라, 노동, 여성 인권, 시민사회 활동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활동은 기존의 비공식 고용구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4. 연구 결과
1)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에서는 비공식성이 핵심적인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봄 노동이 수행되는 고용인의 집은 사적이고 편안한 생활 공간이자, 임금 노동이 개입된 공적 공간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다중공간으로 구성된다. 이 공간에서 주도권을 가진 고용인에게 자신의 집은 편안하고 안전한 사적 공간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 공간에 임금 계약 노동이라는 이질적 요소가 개입하더라도, 고용인은 여전히 자신의 집을 사적 공간으로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고용인이 가사노동자를 ‘가족 구성원’으로 호명하고 인식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즉, 고용인은 가사노동자를 명확한 계약 관계에서 노동자로 보기보다, 사적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처럼 여기려 한다. 연구 면담에서 다수의 고용인은 가사노동자를 가족처럼 여기고 대우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고용인과 가사노동자)는 가족처럼 지내고 있어요. 그녀(가사노동자)를 믿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그냥 고용인(Boss)과 노동자로 지내더라고요. 무슬림이라면 그러면 안 되는 거예요. 우리 가족 안에 들어와 있으면 가족처럼 대해야 하는 거죠. 우리는 모든 걸 공유하고 있어요. (면담 참여자 A; 고용인; 2023/01/06)
이러한 태도를 통해 고용인은 자신의 사적 공간에 공적인 계약 노동이 개입하면서 공간의 성격이 변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이를 방지하고자 가사노동자를 친밀한 사적 관계로 인식, 대우하며 사적 공간의 지속성을 유지하려는 실천을 수행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실제 가족 구성원과는 다른 대우를 받고 있었다. 가사노동자는 일반적으로 고용인의 집에서 부엌과 연결된 작은 방에서 생활하며, 이 공간은 집안의 다른 공간보다 크기가 작고 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또한, 가사노동자는 이 공간을 온전한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노동 공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가사노동자 방은 가사노동자만을 위한 방이 아니예요. 가사노동자의 방에서 다림질도 하고 빨래를 말리기도 해요. 휴식하기만 하는 방은 아니예요 ... 방 문은 있지만 잠글 수는 없었어요 ... 제가 예전에 일했던 집에서는 가사노동자 방에 벨이 있었어요. ‘삐- 삐-’ 소리가 났어요. 제 방은 아래층에 있었고 고용인 방은 위층에 있었어요. 벨 소리가 엄청 컸어요. 고용인 방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저는 빨리 올라가야했어요. 그렇게 불렀어요. (면담 참여자 B; 가사노동자; 2024/08/04)
이처럼, 고용인의 집에서 가사노동자의 생활 공간은 사적 생활과 노동이 혼재된 공간이며, 고용인의 감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환경이다.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는 돌봄 공간에서 차별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가사노동자는 고용인의 집에서 공간 활용과 경험의 측면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과 분명한 차이를 겪고 있다. 따라서, 고용인이 가사노동자를 가족처럼 대우한다는 표현은 실제로 그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라기보다, 사적 공간의 성격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최소화하려는 인식과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가사노동자는 노동 관계에서 비공식성이 초래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적 공간에서의 사적 관계 형성을 경계한다. 이는 가사노동자가 사적 관계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피해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용인이 임금 지급이나 노동 시간을 철저히 준수하지 않으면서도 사적 관계를 통해 이를 정당화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 면담 답변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한다.
고용인은 제가 갈 시간이 되면 일을 시키더라고요. 10분, 20분 정도? 신발장을 닦아야 한다거나 쓰레기를 버리라고 했어요. 어느 날에는 제가 가려고 할 때 일을 시키길래 ‘10,000루피아를 주세요’라고 했어요. 당황하더니 그냥 가라고 했어요. 다음부터는 (퇴근할 시간이 되면) 일을 안시키더라고요. (초과 근무에) 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면담 참여자 B; 가사노동자; 2024/08/04)
이처럼 사적 관계는 착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나아가, 일부 가사노동자는 단순한 착취를 넘어 언어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하기도 한다. 면담 과정에서 상당수의 가사노동자들이 언어 폭력 피해를 언급했으며, 드물지만 남성 고용인에 의한 성폭력 사례도 확인되었다. 반면 고용인들은 면담에서 이러한 폭력의 존재를 부인하였다. 그러나 일부 고용인은 가사노동자를 ‘가르친다’, ‘혼낸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들을 미숙하고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는 고용인이 의식하지 못했거나, 인식하고 있음에도 부인하는 형태의 폭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인식은 특히, 가사노동자가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서 고용인의 사적 공간에 거주하는 구조적 조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일부 고용 관계에서 사적 공간으로서 고용인의 집은 가사노동자에게 친밀함과 휴식의 공간이 아니라, 착취와 위협의 공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는 사적 관계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피해를 피하기 위해, 고용 관계를 보다 공적인 임금 계약 관계로 인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태도와 행동을 통해 드러난다. 예컨대 일부 고용인이 친밀감을 목적으로 외출이나 여행 동행, 식사 참여를 제안하더라도, 많은 가사노동자들은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거절한다. 이러한 경계는 고용인에게도 사적 공간으로서의 ‘집’의 성격이 제한되거나 변화되고 있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돌봄 공간으로서의 ‘집’은 노동과 사생활이 중첩되는 다중공간이며, 이 공간에 대한 주요 행위자들의 의도와 인식, 실천에 따라 돌봄 노동 관계가 재구성된다.
기존의 돌봄 노동 논의에서는 비공식적 돌봄 노동이 노동 관계와 행위자의 불안정성을 야기한다고 전제해왔다. 이러한 논의와 마찬가지로, 자카르타에서도 비공식성이 돌봄 관계 내에서 갈등, 피해, 그리고 불안정성을 초래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공식적 돌봄 노동 관계에서의 갈등은 돌봄 행위자들에게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가사노동자는 이러한 갈등과 피해에 대응할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돌봄 노동 관계에서 더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가사노동자와 고용인 사이에서 비공식성이 오로지 갈등과 피해만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비공식적 계약 관계는 오랜 기간 자카르타에서 유지되어 왔으며,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은 대체로 안정적인 고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공식적 계약 관계는 일정 부분 필요성과 선호에 의해 유지될 뿐만 아니라, 때때로 호혜적인 관계로 활용되기도 한다.
다중공간에서 수행되는 ‘친밀한 노동’인 돌봄 노동은 자연스럽게 사적 관계 형성을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비공식적 관계의 주도권은 돌봄 공간의 ‘주인’인 고용인에게 있으며, 고용인은 호혜적인 관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관계 형성은 단순한 임금 계약을 넘어, 복리후생의 형태로 제공되는 다양한 비정기적 지원을 통해 구체화된다. 특히 고용인은 자신의 집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가사노동자에게 생활 공간을 제공하거나, 생필품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가적인 지원을 한다.
그들(가사노동자)이 일을 잘 끝낸 이후에 우리는 수다를 떨기도 하고 함께 쉬어요. 그들도 여성이고 나도 여성이고 그들도 엄마이고 저도 엄마예요. 우리는 통하는게 있으면 함께 얘기해요 ... 저는 가사노동자가 아프면 제 돈으로 병원에 보냅니다. 그들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제가 냅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지내는 그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월급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면담 참여자 C; 고용인; 2024/01/09)
위 고용인의 면담 답변과 같이, 고용인은 돌봄 공간에서 비정기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관계의 호혜성을 실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생필품과 같은 일상용품의 무상 제공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돌봄 공간 자체가 이러한 호혜적 관계 형성의 매개로 기능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지인의 소개로 자카르타에 와요. 가족이나 이웃들이죠. 저는 (자카르타에) 처음 왔을 때 ... 제 친구가 (고용인에게) 같이 살면서 같이 일한다고 말했어요 ... 나이가 어렸으니까 무서웠죠. 친구가 도와줬어요 ... 저도 가사노동자로, 입주 가사노동자로 취업해서 친구가 일하던 집을 나왔어요. (면담 참여자 D; 가사노동자; 2023/07/02)
이처럼 가사노동자는 비공식적 고용을 통해 자카르타로 이주하여, 고용인의 집을 생활 기반으로 삼으며 노동을 시작한다. 특히 자카르타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착 기반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주거 제공은 호혜적 사적 관계 형성에 중요한 지원이 된다. 나아가 일부 고용인은 돌봄 공간을 통한 물리적 혜택 외에도 금전적인 도움을 제공하며, 비공식적 고용 관계를 호혜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과정에서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은 돌봄 공간을 시공간적으로 조정한다. 고용인의 집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특성이 혼재된 다중공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과 실천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호혜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돌봄 공간에 대한 유연하고 전략적인 조정이 중요하다.
먼저, 돌봄 공간의 시간적 조정은 출퇴근 형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입주 형태의 고용은 최근 출퇴근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가사노동자가 출퇴근제로 일정 시간 동안만 머무르게 되면, 그로 인해 발생한 다중공간의 성격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욱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 출퇴근 형태의 고용 증가 현상은 돌봄 공간의 시간적 조정이 점차 더 많이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공간적 조정은 고용인이 자신의 집에서 ‘보다 사적인’ 공간을 별도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고용인은 침실을 철저히 사적 공간으로 관리하며, 가사노동자의 자유로운 출입을 제한한다. 이를 통해, 집 안의 일부 공간은 다중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허용하면서도, 특정 공간은 더욱 사적인 영역으로 유지하여 다중공간으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처럼,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은 돌봄 공간을 시공간적으로 조정하며, 다중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과 피해를 완화한다. 이러한 조정은 단순한 공간 관리의 차원을 넘어, 보다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적 실천으로 기능한다.
이상으로 분석한 바와 같이,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은 비공식성이 주요 특징으로 나타나며,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와 고용인 간 갈등과 피해가 발생하는 동시에 호혜적인 돌봄 관계가 유지되는 상황도 관찰할 수 있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돌봄 공간이 비공식성과 다양한 노동 조건이 복합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용인의 집이라는 돌봄 공간은 다중공간 특성으로 인해 상이한 인식과 실천으로 가사노동자와 고용인 간 경합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동시에 비공식적 복리후생과 호혜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은 돌봄 공간을 시공간적으로 조정하며 비공식성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완화하기도 한다. 이는 복합적인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형성과 변형에 영향을 미친다.
2) 돌봄 노동의 공식화에서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
한편, 비공식적 돌봄 노동과 관련하여 돌봄 행위자 간 갈등과 피해, 특히 가사노동자의 불안정성이 강조되면서 돌봄 노동의 공식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이는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공식화를 통해 양질의 노동을 달성할 수 있다는 기존의 돌봄 노동 연구의 주장을 반영한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이러한 공식화 요구에 반발하는 움직임이 존재하는 한편, 점차 공식화가 반영되고 실현되는 현상이 관찰된다.
공식화 요구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지위와 계약의 공식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사노동자는 노동 관련 정책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며, 계약 과정에서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또한 계약 내용의 구속력을 발생시켜 돌봄 관계의 안정과 가사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처럼, 공식화 요구는 고용인에 비해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반면, 고용인들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공식화에 반발한다. 고용인은 자신들의 자발적인 호의에 의해 가사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지만, 공식화를 통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즉, 고용인들은 가사노동자의 불안정성에 동의하면서도, 강제적이고 획일화된 공식화에는 반대한다. 아래 면담 답변은 고용인의 이러한 의견을 잘 설명한다.
제 생각에 (가사 노동이 공식화되더라도) 정부가 최저임금을 강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보험 가입 정도를 요구할 수 있겠죠 ... 공식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공식화되긴 어려울거예요. 정부가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의 관계에 일일이 개입할 수 없을거예요 ... 저는 법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직 제 법(규칙)만 있을 뿐입니다. 저는 제 방식대로 가사노동자에게 잘해주고 있습니다. (면담 참여자 C; 고용인; 2024/01/09)
공식화 요구가 고용인에게 인식되고 반발을 일으키는 데 돌봄 공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돌봄 노동의 공식화 요구는 돌봄 공간을 통해 구체화된다. 공식화를 요구하는 활동가들은 돌봄 공간의 다중적 특성으로 인해 가사노동자들이 피해와 불안정성을 경험한다고 인식하며, 돌봄 공간을 계약 노동의 공간, 즉 공적 공간으로 전환하고, 가사노동자에게 온전한 생활 공간을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가사노동자는 사적 관계의 일원이기보다는 공적인 계약 상대로 인정,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면담 답변에서는 이러한 요구를 설명한다.
입주 가사노동자는 고용인의 집에서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조사에 따르면, 그들 중 대부분은 독립적인 공간을 갖지 못합니다 ...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안전하지 않고 불편합니다. 고용인은 그들의 집을 사적 공간으로 여기며 (가사노동자와) 공유하려 하지 않습니다. 권리보장운동에서는 가사노동자들에게 잠금장치가 있는 독립된 방을 요구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매우 오랜 시간 일하게 됩니다. (면담 참여자 E; 공식화 활동가; 2022/12/29)
이처럼 공식화 활동가들은 가사노동자에게 온전한 생활 공간을 보장할 것을 구체적인 공식화 요구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고용인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된다. 고용인은 자신의 집을 편안한 휴식의 공간, 즉 사적 공간으로 유지하고자 하며, 특히 가사노동자에게 생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고용인의 집에서 일부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고용인은 돌봄 공간의 변화를 요구하는 공식화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하게 된다. 공식화라는 추상적 요구가 돌봄 공간의 구조를 변화시키려는 요구로 구체화되며, 고용인의 거부감이 형성된다.
공식화에 대한 고용인의 부정적인 인식에 더해, 일부 가사노동자 역시 돌봄 노동의 공식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 가사노동자는 공식화가 고용인과의 관계에서 긴장감을 초래하고, 고용인의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켜 결국 고용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 걱정한다. 이에 대해 공식화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가사노동자들이 공식화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많습니다. 시간이 없다거나 고용인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거절합니다. 간혹 이익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습니다 ... 그리고 가족들이 반대해서 참여를 못하기도 합니다 ... 권리보장운동으로 일자리를 잃을까봐 걱정하는 가사노동자도 있습니다. (공식화로 인해) 고용인들이 화가 나면 해고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면담 참여자 F; 공식화 활동가; 2023/01/06)
이처럼, 돌봄 노동의 주요 행위자들이 공식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공식화 요구가 반영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최근 자카르타에서는 돌봄 노동의 공식화가 점진적으로 수용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두 가지 주요 현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첫 번째는 공동 주택의 증가와 주택 크기의 축소이다. 이로 인해 과거 가사노동자에게 제공되었던 생활 공간이 축소되거나 사라지게 되며, 입주형 고용에서 출퇴근형 고용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고용인이 더 이상 가사노동자에게 비공식적 복리후생의 형태로 생활 공간을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사 노동은 주거를 동반한 친밀한 관계보다는 일정 시간 동안의 노동만 수행하는 공식적인 고용 관계로 재편되는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 현상은 여성 노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이다. 최근 자카르타를 비롯한 인도네시아의 도시 지역에서는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활동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사 노동의 공백이 발생하는 동시에, 여성들이 임금 계약 관계를 경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여성들은 노동과 임금 교환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형성하게 된다. 아래 면담 답변은 이러한 인식 변화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동생과 저는 그녀(가사노동자)가 없을 때 그녀를 ‘엄마’라고 불러요. 가사노동자의 나이가 많거든요. 40대 후반이예요. 정말 엄마 같아요. 우리는 많은 부분을 그녀에게 의존하고 있어요. ... 저도 일을 하고 월급을 받다보니, 월급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요. (가사노동자의) 계좌가 없어서 현금으로 (월급을) 주고 있는데, 바쁘면 현금을 준비하는걸 잊을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최대한 지급일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면담 참여자 G; 고용인; 2024/07/31)
이와 같은 변화는 과거 사적인 요소가 강조되었던 돌봄 노동 관계가 점차 공적인 임금 계약 관계로 전환되는 과정을 반영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기존의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공간 제공이 어려워지고, 여성들의 경험과 인식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변화에서, 기존 사적 관계로 정당화되던 부당한 대우와 착취는 감소할 수 있지만, 동시에 호혜적인 관계와 관행이 감소하며 가사노동자의 노동과 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최근 자카르타에서 진행되는 돌봄 노동의 공식화는 주로 사적 요소의 감소와 관련하여 설명할 수 있다. 기존에는 돌봄 노동이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비공식성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돌봄 노동의 공간과 관계에서 사적 요소가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공식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돌봄 노동 연구에서는 공식화가 사적인 요소의 배제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보다는 제도화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보호와 규제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다루어져 왔으며, 이에 따라 양질의 노동이 실현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본 연구의 사례에서 자카르타의 돌봄 노동의 공식화는 사적인 요소가 배제될 뿐, 제도적인 보호와 규제가 강화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오히려,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서 불안정성을 완화하던 사적인 호혜적 관계가 약화되면서, 공식화가 오히려 돌봄 관계와 노동자의 불안정성을 강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돌봄 공간은 자카르타 가사 노동의 공식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공식화 요구는 돌봄 공간을 통해 구체화되며, 공식화 실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고용인이 공식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주택 크기의 감소로 고용인은 더 이상 가사노동자에게 돌봄 공간을 생활 공간으로 제공할 수 없게 되어, 과거의 사적인 관계가 약화되는 공식화 흐름에 기여한다.
본 연구는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 간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상호작용에서 돌봄 공간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주목했다. 기존 돌봄 노동 연구는 비공식성을 불안정 노동의 주요 원인으로 간주하고, 공식화를 통해 양질의 노동을 실현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이고 당위론적인 전제에 기반해 왔다. 이에 반해 본 연구는 돌봄 공간에 주목하며 자카르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사적・공적 공간의 특성이 혼재된 다중공간으로서 돌봄 공간은 비공식적 노동의 불안정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공식화의 요구를 발생시키는 중요한 배경으로 작동함을 확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공식적 돌봄 노동이 호혜적 관계 속에서 유지되고, 부분적인 공식화가 오히려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상황도 나타났다.
이와 같은 기존 돌봄 노동의 당위론적 전제에서 벗어나는 분석 결과는 돌봄 공간의 의미와 역할에 주목함으로써 도출될 수 있었다. 첫째, 돌봄 공간은 고용인의 윤리적 책임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며,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서도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이러한 관계는 돌봄 공간의 시공간적 조정을 통해 지속된다. 둘째, 돌봄 공간의 공식화는 고용인과 가사노동자 모두에게 우려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공식화 과정에서 생활 공간 제공과 같은 호혜적 관계가 약화되고, 오히려 돌봄 관계의 불안정성이 심화된다는 경험적 인식에서 비롯된다. 본 연구는 돌봄 공간을 분석의 중심에 두고, 기존 돌봄 노동 연구에서의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서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 간의 관계를 네 가지 사분면으로 재구성했다. 이를 통해 돌봄 노동의 조건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돌봄 노동 연구의 이론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본 연구의 분석 결과는 표 1과 같이 요약된다.
5. 결론
본 연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을 사례로, 돌봄 공간에 대한 돌봄 행위자의 인식과 실천이 돌봄 노동의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의 복합적인 교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주요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은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와 고용인 간의 갈등, 피해, 불안정성이 발생한다. 주요 돌봄 공간인 고용인의 집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이 혼재된 다중공간이며, 이 공간은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동시에, 비공식적 돌봄 노동에서 가사노동자와 고용인은 원만하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돌봄 공간은 시공간적 조정을 통해 호혜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공식적 돌봄 노동의 문제가 가시화되면서, 돌봄 노동의 공식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공식화를 주장하는 활동가들은 돌봄 공간과 관계의 공식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인들은 돌봄 공간의 공식화로 인해 겪을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공식화 요구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다. 최근 자카르타의 임금 계약 가사 노동은 공식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기존의 돌봄 노동에서 가사노동자에게 제공되던 돌봄 공간을 비롯한 비공식적 복리후생이 사라지면서, 비공식성으로 인한 호혜적인 관계와 관행이 감소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불안정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기존 돌봄 노동 연구는 비공식성으로 인한 불안정한 돌봄 노동이 공식화를 통해 양질의 노동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제해왔다. 본 연구 결과, 이러한 전제가 성립하는 사례도 관찰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비공식적 돌봄 노동이 호혜적으로 유지되거나, 공식화가 오히려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경우도 확인되었으며, 이는 기존 전제에서 벗어나는 현상이다. 돌봄 공간에 대한 돌봄 행위자의 인식과 실천은 이러한 차이를 발생시키고 드러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기존 돌봄 노동 연구가 경직되고 단선적인 전제에 머무르지 않고, 돌봄 노동 관계와 관행의 복합성과 다층성을 반영하여 보다 다양화될 필요가 있음을 제시한다. 따라서 불안정한 돌봄 노동에 대해 단순히 공식화를 일률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구체적인 돌봄 노동 상황과 맥락에 맞춘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본 연구는 돌봄 노동 연구의 주요 주제인 (비)공식성과 노동 조건의 관계를 돌봄의 공간성 관점에서 논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특히, 돌봄 노동 연구와 지리학적 관점을 결합함으로써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대안적 분석 틀로 제시한 사분면 도식은 돌봄 노동의 구조를 경직된 범주로 다시 고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도식은 돌봄 노동을 이해하는 완결된 구조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이분법적 틀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복합성과 유동성을 드러내기 위한 분석적 시도로서 의의를 갖는다. 이는 돌봄 노동의 구조를 보다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본 연구는 한국의 돌봄 노동 위기 상황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돌봄 노동의 위기를 이주 노동을 통해 해결하려는 제도적 제안과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4) 이 과정에서 외국인 돌봄 노동자 제도를 비용 편익 관점에서 주장하거나, 이에 대한 비판에 단순화된 공식화 논리를 사용하는 등 비공식성과 공식화의 이분법적 전제에 근거한 논쟁이 발생하고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이러한 논의가 돌봄 노동의 현실을 더욱 구체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돌봄 노동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하고 적확한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돌봄 노동 관계와 관행에 대해 구체적이고 윤리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돌봄 지리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돌봄의 공간성 측면에서 논의하며 기존 논의를 더욱 다양화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