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이론적 배경: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와 가치 분배
3. 글로벌 가치사슬 교역 현황
4.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의 변화
5. 글로벌 가치사슬 부가가치 분배의 변화
6. 결론
1. 서론
세계화의 초창기 단순한 물자와 화폐의 교환에서 시작된 경제적 세계화는 수출입 통계의 가파른 증가세와 함께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확장은 단순한 규모의 확장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데, 초기 수출입이 개별국가에서 생산된 완제품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을 의미했다면 현재는 그 완제품이 완성되기 전까지의 원료, 부품, 기술, 서비스 등의 이동까지 포함해야 할 만큼 전 세계는 더욱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Dicken, 2014). 이러한 변화에서 출발한 개념이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다. 글로벌 가치사슬 논의에 따르면 하나의 완제품을 완성하기 위한 모든 공정은 일련의 부가가치를 생성하며(이준호・김종일, 2007) 모든 부가가치가 모여 제품의 가격을 형성한다. 점차 개별 공정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였으며, 바로 이 전 세계적인 공정들의 연결이 글로벌 가치사슬인 것이다(Arndt and Kierzkowski, 2001; Gereffi et al., 2005).
초기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은 주로 주요 선도국가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선도국가들은 부가가치의 획득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등 거버넌스를 주도하였다. 반면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선도국가들이 형성한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형태로 세계 경제체제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가치획득을 추구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은 성장하였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가치 분배 불균형이 나타나며, 개발도상국의 생산 및 수출 활동에는 선도국가들의 부가가치 획득이 포함되게 되었다(Ali, 2003; Raei et al., 2019). 또한 같은 이유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 주체인 선진국은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부가가치 획득이 수월한 반면, 참여자인 개발도상국은 상대적으로 부가가치 획득이 저조한 구조였다(Raei et al., 2019).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로 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에도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Gereffi et al. (2005)에 따르면 그 양상은 위계적이고 힘의 불균형이 강한 구조에서 더 수평적이고 균형적인 관계로의 변화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상대적 열위에 놓여있던 개발도상국의 부가가치 획득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결과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로 인한 가치 분배의 불균형이 완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국가들의 관계가 실제로 비 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해당 주제에 대한 선행연구는 주로 사례연구에 국한되어 있었는데, 본 연구에서는 부가가치기준 수출액을 기반으로 산업별 실증 분석을 시행하고자 한다. 이에 더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위계성 감소라는 변화 속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부가가치의 분배 양상도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본 연구는 부가가치 기준 분해 방식을 활용하여 산출된 ‘부가가치 기준 무역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부가가치 기준 분해 방식이란 국가 간 무역액을 부가가치 발생구조에 따라 분해한 것으로 국내와 해외 부가가치가 결합하여 하나의 수출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한다(정준호・조형제, 2016). 부가가치 기준 분해 방식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 분석을 실시할 경우, 총무역량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개별국가의 실제 기여도 평가가 가능하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으로 인한 중간재 교역의 증대는 교역량을 총량(Gross)기준으로 평가할 경우 최종재 판매 이전의 중간재가 국경을 여러 번 거쳐 중복으로 계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김재덕 등, 2014). 또한 산업간 비교우위 분석 시 최종재 수출을 기반으로 비교하면 국제 분업구조가 세분화된 산업은 실제 기여분에 대한 왜곡이 발생하여 정책의 실효성 및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하지만 부가가치기준 무역자료를 활용하면 각국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도 및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세계 경제체제 하 실효성과 효율성이 높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만 해당자료는 산업 수준의 총계자료로 개별 기업의 이질성을 고려하지 못하며, 산업별 편제범위가 넓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정준호・조형제, 2016). 해당 방식을 활용하여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해 분석한 주요 선행연구로는 정준호・조형제(2016), 현기순・이준엽(2016), 김지연(2018), 고나영・김성훈(2020), 구양미(2020), 구지영(2022b) 등이 있다.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본 연구의 구성 및 분석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연구대상 기간 동안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와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 교역의 특징을 비교하기 위하여 총 교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 현황을 총수출(Gross Export), 중간재 및 최종재 수출, 글로벌 가치사슬 수출(GVC 수출)과 같은 지표를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그다음 선행연구들을 통해 예측된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가 비위계적으로 변화하는지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해외 부가가치(foreign value added, FVA)지표를 대상으로 사회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마지막으로 동기간 가치분배의 불균형 역시 완화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연구대상 국가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한 후 산업별 부가가치 분배 양상의 변화를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value added exports, VAX), 부가가치 점유율(domestic value added ratio, DVAR)을 사용하여 비교 분석하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모든 분석에 부가가치 기준 분해 방식을 활용하여 산출된 ‘부가가치 기준 무역자료’를 사용하였으며, 자료의 주요 출처는 OECD의 TiVA(Trade in Value Added) 2018년 판 데이터 및 이를 추가 분석한 World Bank의 WITS(World Integrated Trade Solution)이다. 또한 각 분석에 사용한 주요 지표는 표 1 과 같다.
표 1.
연구 분석 주요 지표
출처: Borin and Mancini(2019), OECD(2018b), World Bank(2021년 7월 27일)를 바탕으로 재구성
연구대상 및 범위는 OECD에서 제공하는 TiVA(Trade in Value Added) 2018년 판의 시간적, 공간적 범위와 같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전 세계 총수출 및 글로벌 가치사슬을 분석하며, 분석의 대상이 되는 국가는 총 64개국1)이다. 해당 국가들을 다시 UN 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의 분류방식을 활용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2). 또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분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참여하는 국가가 많은 제조업(김재덕 등, 2014, p. 14) 중 선행연구에서 거버넌스의 변화가 분석된 산업을 연구대상으로 설정하였다. 사례연구를 통해 예측된 위계성의 감소를 국가 간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사회 연결망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것 또한 본 연구의 중요한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선정된 연구대상 산업은 OECD TiVA 2018년 판의 산업분류 중 ‘D13T15: 섬유, 의복, 모피제품 제조업(Textiles, wearing apparel, leather and related products. 이하, 섬유・의류산업)’, ‘D26: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Computer, electronic and optical products. 이하, 컴퓨터・전자산업)’, ‘D29: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Motor vehicles, trailers and semi-trailers. 이하, 자동차산업)’이다.
2. 이론적 배경: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와 가치 분배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와 가치 분배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되는 원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Gereffi et al.(2005)에 따르면 생산활동의 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각 노드(node)는 개별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전체 가치사슬의 단계 중 특정 활동은 외부화되고 나머지 활동은 기업 내부에 남게 된다. 이와 같은 현상은 거래비용의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거래비용의 경제학에 의하면 생산이 표준화된 활동의 경우 외부화되어 시장거래에 의해 공급되는데, 외부 기업도 생산이 용이하며, 업체 간 계약 및 거래 역시 단순하기 때문이다. 또한 다량 생산을 통해 재고가 남더라도 저장해 두거나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에 의해 다양한 공급업체와 구매업체가 존재한다. 반면 표준화되지 않은 생산활동(맞춤 제작, 시간에 민감한 제품 등)의 경우 거래 특유투자가 필요하며, 자산 특수성이 형성되어 공급자와 구매자 간 강한 연계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거래비용이 증가하므로 기업 내부에 남게 된다(Gereffi et al., 2005). Arndt and Kierzkowski(2001)는 분절(혹은 파편화, fragment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이와 같은 생산공정의 물리적 분리를 설명하였고 분리된 공정들이 기업 간 혹은 기업 내부 거래를 통하여 글로벌 수준에서 연결되는 것을 글로벌 가치사슬로 정의하였다.
가치사슬은 각각의 개별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모든 단계가 동일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Shih(1992)는 가치사슬의 각 단계를 활동 종류 및 부가가치 창출 정도를 기준으로 3단계로 분류하였다. 기초 및 응용 연구개발, 디자인, 상업화 활동에 해당하는 상류 단계(Up-stream)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가치사슬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하류 단계(Down-stream)는 마케팅, 광고 및 브랜드 관리, 물류, 판매 후 서비스 등이 해당하며, 상류 단계와 같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두 단계의 사이에는 중간단계(Mid-stream)가 존재하며 제조 및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상・하류 단계와 비교했을 때 부가가치 창출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처럼 가치사슬의 각 단계는 서로 다른 가치를 생산하고, 기업들은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저부가가치 활동을 외부화시키며 지리적으로 분산된 사슬을 형성하는데, 거버넌스란 이러한 사슬의 조직과 지리적 분산을 결정하고 조정하는 힘이다.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공급자 또는 구매자가 시장에 의해 연결되어 단순한 거래관계를 유지하며 특별한 힘의 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선도기업으로서 가치사슬을 조직하고 제어하는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주로 선진국의 대형기업이 이에 해당하며,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특정 활동을 제외한 나머지 활동을 외부화하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형태는 선도기업에 의해 구축된 글로벌 가치사슬에 새로운 공급자로서 진입하는 것이다. 주로 개발도상국의 기업들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개발도상국의 후발기업들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함으로써 핵심기술을 습득할 수 있고, 수출시장 진입장벽을 극복하여 시장 접근성을 획득하는 등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Ali, 2003, pp. 237-242)3).
이와 같은 이유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의 입지는 고르게 분포하지 않는다(Mudambi, 2008). 앞서 살펴본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이유와 가치사슬의 진입방식에 의해 세계 경제체제는 구조적으로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Dicken, 2014, p. 23). 선진국의 선도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활동만을 내부에 남기고 그 외 활동들을 외부화하여 가치사슬을 구성하고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반면, 그 외 국가들은 이에 참여하며 선도기업에 예속되고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활동을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글로벌 가치사슬의 참여는 선진국에는 가격경쟁력이 있는 투입물의 획득, 다양성이 있는 규모의 경제에 대한 접근을 의미하지만, 개발도상국에는 빠른 산업화를 의미하며(Raei et al., 2019), 고부가가치 활동에 해당하는 상・하류 단계와 저부가가치 활동인 중간단계는 각각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고착된다(Mudambi, 2008)(그림 1 참조). 결과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참여는 중상위권 및 고소득 국가에게는 더 큰 이득을 주지만, 중하위권 국가에는 그 효과가 덜하다(Raei et al., 2019, p. 3). 예시로 애플 아이팟 생산 가치사슬의 경우, 최대의 가치 획득은 디자인을 담당하고 브랜드를 소유・관리하는 미국이 획득하고 부품 생산 및 조립에 참여하는 중국, 필리핀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부가가치를 획득하여 가치 분배의 불균형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Dicken, 2014, p. 446).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거버넌스와 거버넌스의 위계성은 경제의 지리적 공간을 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위계적인 거버넌스에 의해 지배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경우 공급자는 구매자에게 예속되어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정보에 접근이 어렵고 저부가가치 활동을 담당함에 따라 역량을 강화하기가 어렵다. 반면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가 비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할수록 공급자와 구매자간의 힘의 불균형이 완화됨에 따라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를 포착하기 수월해진다. 즉 글로벌 가치사슬의 작동과 거버넌스의 특성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분리된 세계의 경제 공간을 고착시킬 수도, 변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에 대해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2 처럼 시장형, 모듈형, 관계형, 예속형, 지배형의 5가지로 세분화 할 수 있다(Gereffi and Kaplinsky, 2001, pp. 1-3). 5가지의 거버넌스 형태는 거래의 복잡성, 거래의 체계화(표준화) 가능성, 공급업자의 역량이 높고 낮음에 따라 결정된다(표 2 참조). 표준화된 제품에 대한 거래는 거래 형태가 단순해지고, 거래업체 간 정보전달이 용이하여 체계화가 쉽게 이루어지며, 낮은 역량의 공급업자도 해당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비표준화된 제품(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제품, 시간과 유행에 민감한 제품 등)의 경우 거래가 복잡해지고 정보의 체계화가 어려워 거래 기업 간 빈번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게 된다. 또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급업체의 수는 상대적으로 감소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표 2.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 결정요인
3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5개 거버넌스 중 첫 번째는 시장형이다. 시장형 거버넌스의 경우, 표준화되기 쉬운 단순한 제조공정을 기반으로 한 제품에 대하여 형성되며 공급자는 판매자의 요구와 상관없이 상품을 생산할 수 있어 자산 특유성이 촉진되지 않으며, 이러한 이유로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거래대상의 교체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두 번째 유형은 모듈형 거버넌스로, 공급자는 시장형에 비하여 다소 구체적이고 복잡한 구매자의 사양에 맞춰 제품을 제작한다. 이때 턴키 공급자(turn-key suppliers)는 작업과 기술표준을 체계화하여 부품을 단순화시키고, 이를 통해 부품과 원료 공급업자를 제어할 수 있으며, 거래특유 투자가 작동하지 않아 공급자는 시장형 거버넌스의 공급자와 비슷한 수준의 독립성을 갖추게 된다.
세 번째는 관계형 거버넌스로, 제품의 사양이 체계화 및 표준화될 수 없을 경우 구매자와 공급자 간의 암묵지 교환 등 복잡한 교류가 나타나 관계적 가치사슬 거버넌스가 형성된다. 양자간의 복잡하고 지속적인 교류는 상호 의존성을 강화시키고 높은 자산특수성을 형성하게 된다. 특히 이 경우는 고도의 역량을 갖춘 공급자와의 거래가 구매자로 하여금 상호보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공급자의 역량은 더욱 강해지며,상대적으로 높은 거래처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예속형 거버넌스는 거래의 복잡성과 체계화 가능성이 모두 높은 복잡한 형태의 제품에 대한 거래가 필요하나 공급업체의 역량이 부족할 때 발생한다. 구매자가 선도기업이 되며, 공급자는 설계, 유통, 부품구매, 기술 고도화 등 모든 공정에 있어 선도기업에 의존적이며 거래처를 변경할 경우 공급자는 많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반면, 선도기업을 통해 충분한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고, 시장 접근성 또한 획득할 수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유형은 지배형 거버넌스이다. 제품 사양이 체계화될 수 없고 복잡하며 경쟁력 있는 공급자를 찾을 수 없을 때 선도기업은 모든 공정을 내부화한다. 수직적으로 통합된 형태로 나타나며, 관리자-부하직원, 수뇌부-자회사・계열사 등의 형태로 관리된다. 암묵지의 교환과 효과적인 투입 산출 망 관리가 필요할 때 작동하며, 특히 지식자산을 제어할 때 해당 거버넌스가 구성된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는 단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복합적이며 역동적이다. 그 이유는 공급자와 구매자의 요구 조건, 역량이 상호관계 속에서 변화하며, 산업 내부의 체계화와 혁신 간의 지속적인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선도기업)가 더 복합적인 결과물과 서비스를 요구함에 따라 정보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공급자는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이를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이렇게 감소된 복잡성은 거래의 체계화 가능성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에 더해 산업 내부에서의 혁신은 기술 및 거래의 체계화를 다시 조정하게 하면서 공급자의 역량을 다시 약화시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와 기업들은 경제적・공간적 구조의 지속적인 재편을 경험하게 된다(Gereffi et al., 2005).
Gereffi et al.(2005)와 Dicken(2014)는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가 변화하는 현상을 사례연구를 통해 분석하였는데, 주요 공통점은 예속형・지배형과 같은 위계적인 형태의 거버넌스에서 관계형・모듈형과 같은 비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별로 상세히 살펴보면 섬유・의류산업은 소매업체가 의류산업의 조직과 지리를 형성하는 구매자 주도산업이자 전형적인 예속형 거버넌스의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제조업체와 소매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초 의류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패션의류의 생산 및 판매를 강화시키고, 공급업체의 증가로 인한 과도한 경쟁 속에서 설계의 해석, 품질, 정시 납품 보장 등의 능력을 갖춘 공급업체가 등장함에 따라 거버넌스의 변화가 나타났다. 공급자와 판매자 간의 상호작용이 긴밀해졌고, 거래관계는 체계화・모듈화되지 않는 복잡한 형태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예속형 거버넌스를 형성했던 섬유・의류산업은 점차 관계형 거버넌스로 변화하게 되었다(Dicken, 2014, pp. 313-341; Gereffi et al., 2005, pp. 91-92).
컴퓨터・전자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지배형 거버넌스를 형성하였으나, 점차 모듈형 거버넌스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포괄적인 모듈이 형성되고, 전산화된 설계, 표준화된 프로토콜, 복잡한 정보의 코드화를 통해 촉발되었다(Gereffi et al., 2005, pp. 94-96). 특히 전자산업의 가치사슬은 전형적인 스마일 곡선 모양을 하고 있는데, 제품 및 부품・소재 개발 부분과 유통・판매 부분은 기술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지만, 조립 부분은 노동집약적이고 부가가치가 낮은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임금에서 비교우위가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전자산업의 조립에 진출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중 일부 국가에서는 모듈화된 산업의 특징에 의해 단순 조립을 넘어서 기술력의 획득을 통한 가치사슬 내 업그레이딩을 통해 부가가치의 창출을 높일 수 있었다(임원혁, 2016, pp. 33).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의 주요 특징은 수많은 부품을 조립하여 완성차를 생산하는 조립 산업이자 완성차 조립 기술을 보유한 생산자가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생산자 주도산업인 점이다. 완성차 조립 기술을 보유한 소수의 선진국은 산업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완제품의 수출 비중이 높고 산업의 규모가 매우 큰 점도 주요 특징이다(Kim et al., 2019, p. 24). 공급업체는 가장 간단한 부품을 공급하는 하위 공급업체부터 비교적 주요 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하고 연구 및 개발과 설계 전문기술까지 보유한 상위 공급업체까지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조립업체들은 다양한 단계의 공급자를 예속형 거버넌스를 통해 통제하며, 초국적인 통합 생산라인을 구축하였다. 이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고 소수의 선진국에 의해 통제되던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1970년대 도요타를 필두로 린(lean)생산 체제가 등장함에 따라 변화하게 되었다. 린생산 체제는 서로 다른 모델의 차량에 동일한 부품을 공유할 수 있도록 산업을 변화시켰고, 부품의 모듈화, 전자산업과 연계된 부품의 시스템화가 진행됨에 따라 조립업체가 공급업체에 기대하는 역할이 더욱 커지며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게 되었다. 이러한 관계의 변화는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를 예속형에서 모듈형으로 변화시키게 되었다(Dicken, 2014, pp. 344-377).
3. 글로벌 가치사슬 교역 현황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의 교역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산업별 총교역 현황을 살펴보면 그 양상이 대체로 비슷하게 나타난다(표 3 참조). 2009년과 2015년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수출액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컴퓨터・전자산업의 수출액이 타 산업에 비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 3.
산업별 수출액(2005-2015)(단위: 십억 달러)
출처: OECD(2018c)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산업별 수출액의 중간재 구성비를 살펴보면(그림 3 참조) 섬유・의류산업, 자동차산업은 모두 최종재 수출액의 비중이 더 높은 반면, 컴퓨터・전자산업의 경우 중간재의 수출액이 더 높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타난 원인은 산업마다 상이한데 섬유・의류산업의 경우 비교적 산업의 가치사슬 및 거래관계가 단순하기 때문이며,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제품 생산능력을 보유한 소수의 수출국 및 기업들의 영향력 및 완제품의 가치가 높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컴퓨터・전자산업은 모듈화가 진행되어 타산업과 비교하여 보다 복합적인 글로벌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을 제외한 2개 산업의 2005년 대비 2015년 중간재 수출액 구성비가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해당 산업의 국가 간 교역 관계가 점차 밀접해지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종합해 보자면 전반적으로 전 세계 교역량은 증가하였으나 최근에는 증감을 반복하고 있으며, 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자동차산업을 제외한 나머지 2개 산업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분석만으로는 글로벌 가치사슬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는 어려운데, 그 이유는 각각의 중간재 및 최종재 수출에 내재된 부가가치를 흡수하는 국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이란 최종제품이 가지고 있는 전체의 부가가치가 전 세계의 국경을 넘어가며 형성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가가치 교역량을 기준으로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총수출량을 부각가치 교역량을 기준으로 분류할 경우 단순 판매(수출국)-소비(수입국)의 관계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교역에 의한 수출량(전통적 수출)과 국가 간 분업을 통해 원료나 부품 등이 수출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의한 수출량(GVC 수출)으로 분리할 수 있다. 총수출량 대비 GVC 수출량의 비중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산업별 GVC 수출 비율을 살펴보면(그림 4 참조) 섬유・의류산업의 GVC 수출 비율은 타 산업과 비교하여 다소 낮으며, 특히 컴퓨터・전자산업의 경우 GVC 수출 비율이 50%를 넘어서 국제적인 분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시계열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3개 산업 모두 전반적인 GVC 수출량은 증가하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크게 감소하였고, 2014년 대비 2015년의 GVC 수출량 역시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GVC 수출 비중 역시 자동차산업을 제외하고 섬유・의류산업과 컴퓨터・전자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 글로벌 가치사슬 거버넌스의 변화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국가의 총수출에는 크게 국내 기여분에 해당하는 국내 부가가치(DVA)와 해외 기여분에 해당하는 해외 부가가치(FVA)가 포함되어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참여를 통해 얻는 일국의 이익(부가가치 수출)은 전체 수출에서 해외 부가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국내 부가가치를 통해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부가가치 수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산업별 거버넌스 형태가 선행연구의 분석 결과와 같이 비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해외 부가가치지표를 기준으로 사회 연결망 분석을 실시하였다. 사회관계망 분석 방법을 활용하면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태가 특정 소수 국가를 중심으로 위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니면 다수의 국가 간 교역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 규모의 변화가 특정 국가에 의해서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인 교역 관계의 증감에서 기인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의 해석을 위한 주요 개념들은 크게 응집성, 양자상호성(dyad reciprocity), 위세중심성의 집중화이다.
먼저 응집성이란 연결망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평균 연결도수(degree)와 밀도(density)가 있다. 연결도수는 노드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노드의 개수로 정의되며, 평균 연결도수는 연결망 내에 존재하는 총연결 수를 연결망에 속해있는 총 노드들의 수로 나눈 값이다. 밀도란 가능한 총 관계 수와 실제로 맺어진 관계 수의 비율을 의미하며, 밀도가 0이면 연결선이 하나도 없는 네트워크이고 1이면 모든 노드가 연결된 네트워크이다. 두 번째로 양자상호성이란 방향 네트워크의 특성을 분석하는 지표로 노드 쌍의 연결이 양방향 연결관계인 경우 두 노드는 상호적이며, 단방향 연결 관계의 경우에는 비상호적이다. 두 노드가 양자 간 상호적으로 연결되면 두 노드는 평형상태 또는 안정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밀도와 유사하지만 노드의 연결성 여부만 알 수 있는 밀도와는 달리 노드 간의 양자관계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박건영, 2020, p. 158).
마지막으로 중심성이란 특정 노드가 연결망에서 중심에 위치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며, 여러 가지 중심성 지표 중 위세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이란 연결된 다른 노드들의 중심성에 가중치를 반영하여 계산하는 값으로 네트워크상에서 영향력을 평가할 수 있다(김용학, 2003. p. 126). 해당 지표가 개별 노드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라면 집중화(Centralization)란 전체 연결망의 형태가 어느 정도 중앙에 집중되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값이 높을수록 소수의 특정 국가에 의해 네트워크가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반대로 위세중심성의 집중화 지수가 낮을수록 국내 수출액에 포함된 해외 국가의 부가가치의 출처가 소수의 특정 국가가 아님을 의미하며, 독립적이며 체계적인 거래관계를 다수의 국가와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해당 가치사슬의 거버넌스가 비위계적인 형태로 작동함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심적인 점과 다른 모든 점의 중심성 점수 간의 차이를 구하여 모두 더한 다음 논리적으로 가능한 최댓값으로 나누어 산출할 수 있다(김용학, 2003, pp. 132-133).
섬유・의류산업, 컴퓨터・전자산업, 자동차산업을 각각 파이선의 NetworkX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분석하였으며, 사회관계망 분석의 기본이 되는 노드는 OECD TiVA 데이터 중 ‘그 외 국가’를 제외한 64개국으로 설정하였다. 관계를 의미하는 링크는 해외 부가가치(FVA)에 대한 교역 관계이며, 수출국과 수입국이 구분되는 방향성(Directed) 관계망으로 설정하였다. 노드 64개국4)에 대해 이론적으로 가능한 링크 수는 총 4,032개(64개국*(64-1)개국)이다. 분석대상 기간은 OECD TiVA 데이터가 제공하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개년에 대해 분석을 실시하였으나, 전체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고 본 절의 연구목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위계성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2005년과 2015년의 분석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더 명료하다고 판단되어 두 개년도의 사회관계망 분석 결과를 비교하였다.
산업별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표 4와 같이 국가 간의 연결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링크 수, 밀도, 평균 연결 도수 지표들이 모두 섬유・의류산업, 컴퓨터・전자산업, 자동차산업 순으로 나타났으며, 2005년과 대비하여 2015년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즉 3개 산업 중 섬유・의류산업의 가치사슬 교역 관계에 가장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가장 적으나 3개 산업 모두 시간이 갈수록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10억 달러 이상의 교역 관계 수를 살펴보면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 섬유・의류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교역이 이루어지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의존도 역시 전반적으로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표 4.
산업별 글로벌 가치사슬 사회관계망 분석 결과
| 구분 | 연도 | 섬유・의류 | 컴퓨터・전자 | 자동차 |
| 링크 수 | 2005 | 3,245 | 3,131 | 2,613 |
| 2015 | 3,328 | 3,301 | 2,850 | |
| 평균 | 3,327 | 3,246 | 2,870 | |
|
10억 달러
이상* | 2005 | 5(0.2) | 60(1.9) | 35(1.3) |
| 2015 | 13(0.4) | 65(2.0) | 54(1.9) | |
| 평균 | 12(0.4) | 68(2.1) | 49(1.7) | |
| 밀도 | 2005 | 0.80 | 0.78 | 0.65 |
| 2015 | 0.83 | 0.82 | 0.71 | |
| 평균 | 0.83 | 0.81 | 0.70 | |
|
평균 연결 도수 | 2005 | 44 | 41 | 30 |
| 2015 | 46 | 45 | 35 | |
| 평균 | 46 | 43 | 34 | |
| 양자상호성 | 2005 | 0.87 | 0.86 | 0.79 |
| 2015 | 0.90 | 0.88 | 0.82 | |
| 평균 | 0.89 | 0.87 | 0.82 | |
|
위세중심성의 집중화 | 2005 | 0.57 | 0.61 | 0.91 |
| 2015 | 0.51 | 0.51 | 0.76 | |
| 평균 | 0.50 | 0.54 | 0.79 |
출처: OECD(2018c)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양자상호성 지수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3개 산업의 가치사슬 네트워크 모두 대동소이한 양자상호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가 간의 연결상태가 보다 상호적으로 변화했다. 위세중심성의 집중화 지수는 3개 산업 모두 시계열적으로 덜 위계적인 관계로 변화하긴 했으나, 산업별 지표의 값이 크게 달랐다. 1에 가까울수록 특정 국가가 전체 네트워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위계적인 관계임을 나타내는데, 2005년 자동차산업의 지표는 0.91로 매우 위계적인 가치사슬 네트워크였음을 알 수 있다. 2015년에는 다소 낮아졌으나 여전히 소수 국가의 영향력이 큰 네트워크 형태를 보였다. 반면 섬유・의류산업과 컴퓨터・전자산업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양자상호성 지수 및 위세중심성의 중심화 지수의 분석 결과를 종합해 보자면 선행연구에서 주장한 것과 같이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래관계가 점차 비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하여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5. 글로벌 가치사슬 부가가치 분배의 변화
전술한 바와 같이 글로벌 가치사슬은 선진국(선도기업)에 의해 저부가가치 활동을 외부화함으로써 형성되고 개발도상국은 여기에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주로 선진국(선도기업)이 거버넌스를 주도하고 상대적으로 효율적인 부가가치 창출을 이루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저부가가치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선행연구(Gereffi et al., 2005)와 앞장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는 산업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위계성이 줄어드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개발도상국의 가치 획득의 기회가 확대됨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치 분배 양상의 변화에 대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구조적으로 평평해지는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 속에서 실제 개발도상국의 가치 획득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이 분석의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해 ‘그 외 국가’를 제외한 64개국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여 가치 분배에 대한 분석을 실시하였다.
글로벌 가치사슬의 가치 분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두 가지 지표인 일국의 총수출과 부가가치 수출을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부가가치 수출액이 높을수록 해당 가치사슬에서 획득하는 부가가치가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부가가치 수출은 전체 총수출의 증가로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판매량이 많을수록 생산비를 제외한 총 이윤의 크기가 커지는 것과 같은데, 이러한 요인을 통제하기 위해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의 비중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당해 부가가치 수출의 총량 대비 일국의 부가가치 수출 비율로 부가가치 수출의 ‘점유율(domestic value added ratio, DVAR)’을 측정하고, 그에 따른 보조 지표로 일국의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율(value added exports, VAX)을 통해 부가가치 수출의 ‘효율성’을 측정하였다.
먼저 섬유・의류산업을 살펴보면 총수출량은 표 5와 같이 2005년(3천 550억 달러) 대비 2015년(5천 970억 달러) 약 68.1%가 증가하였는데, 선진국은 2005년 1천 300억 달러에서 2015년 1천 220억 달러로 약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량의 증가는 개발도상국의 영향이 절대적이며, 이러한 양상은 부가가치 수출에서 더 강력하게 나타났다. 선진국의 부가가치 수출 증가율은 총수출 증가율보다도 낮은 –6.7%로 더 가파르게 감소한 반면 개발도상국은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표 5.
섬유・의류산업 가치 분배 변화(2005-2015)
출처: OECD(2018c)와 World Bank(2021년 7월 27일)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섬유・의류산업이 타 산업과 다른 점은 부가가치 수출의 점유율과 효율성 모든 측면에서 2005년 이미 선진국을 앞섰다는 점이다. 식료품・담배산업 역시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에서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부가가치 수출 비중까지 모두 앞선 산업은 섬유・의류산업이 유일하다. 일반적으로 섬유・의류산업은 비교적 낮은 기술력으로도 글로벌 가치사슬에 진입할 수 있어 홍콩, 한국, 대만, 중국 등의 동아시아지역의 개발도상국에서 참여가 높고 이들 공급자의 역량이 증가하고 있으며(Gereffi et al., 2005), 앞 장의 분석 결과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비교적 작은 규모의 교역 관계가 수평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에 의해 타 산업보다 개발도상국의 점유율 및 효율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양상은 2005년에서 2015년이 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는데, 선진국의 감소세가 타 산업과 비교해서도 매우 강하게 나타났다.
컴퓨터・전자산업의 총수출액은 표 6와 같이 2005년 대비 2015년 약 47.9%가 증가하였으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증가율은 각각 –5.7%와 88.6%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섬유・의류산업과 같은 패턴이며, 부가가치 수출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총수출이 88.6% 증가하는 동안 부가가치 수출은 120.6%가 증가하였고, 점유율의 측면에서는 2005년 기준 선진국(50.6%)보다 개발도상국(49.4%)이 뒤지고 있었으나 2015년 각각 30.4%, 69.6%로 역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말해 개발도상국의 부가가치 수출 효율성이 증가함을 예측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개발도상국의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2005년 54.5%에서 63.8%로 약 17%p 증가하여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의 효율성 지표인 73.6%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 6.
컴퓨터・전자산업 가치 분배 변화(2005-2015)
출처: OECD(2018c)와 World Bank(2021년 7월 27일)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앞 장의 분석 결과와 종합하여 살펴보면 컴퓨터・전자산업 역시 섬유・의류산업처럼 글로벌 가치사슬의 축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나 참여국의 수가 증가하고 거래관계의 위계성은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총수출액 및 부가가치 수출액 규모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개발도상국 내부의 거래관계가 증가하고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섬유・의류산업과 달리 효율성 측면에서 선진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을 앞서고 있어 주요 고부가가치 활동은 선진국에서 담당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글로벌 가치사슬 관계의 형태가 점차 변화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선진국의 위상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표 7과 같이 자동차산업은 2005년 총수출액이 7천 610억 달러에서 2015년 1조 1천 470억 달러로 50.7%가량 증가하였다. 동기간 선진국은 약 31.2%의 증가율을 보였고, 개발도상국은 139.6%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5년과 2015년 모든 기간에서 선진국의 수출액 비중이 개발도상국의 수출액 비중보다 2~4배가량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가가치 수출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는데, 선진국의 부가가치 수출 비중이 다소 낮아지고 개발도상국의 비중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2005년 선진국 71.2%, 개발도상국 65.3%이며, 2015년에는 선진국 70%, 개발도상국 66.3%로 그 차이는 완화되고 있으나 선진국이 더 높은 효율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장의 분석 결과와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3개 산업 중 가장 위계적인 구조를 가진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선진국의 영향력이 여전히 매우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표 7.
자동차산업 가치 분배 변화(2005-2015)
출처: OECD(2018c)와 World Bank(2021년 7월 27일) 자료를 바탕으로 저자 계산
산업별 분석 결과를 비교하기 위하여 총수출액(원의 크기), 부가가치 수출 점유율(x축),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y축)을 기준으로 시각화하여 살펴보았다(그림 5 참조). 이를 해석하자면 부가가치 수출 점유율과 총수출 대비 부가가치 수출 비중 두 가지 지표가 모두 증가할 경우(우상향) 일국의 부가가치 수출 점유율과 효율성이 증가함을 의미하며 즉, 글로벌 가치사슬을 통해 많은 가치를 획득할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판매함을 의미한다. 반면 두 지표가 모두 감소(좌하향)할 경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의 가치 창출 및 획득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점유율은 증가하지만 효율성이 감소하는 경우(좌상향)와 점유율은 감소했으나 효율성이 증가하는 경우(우하향)는 상대적인 총수출량의 증감으로 인해 획득하는 부가가치가 변화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본 연구에서 다루는 산업과 집단에서는 이러한 변화 양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변화의 양상과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부가가치 획득 점유율과 효율성이 모두 증가(우상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은 두 지표 모두 감소(좌하향)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점유율의 경우 상대적인 지표이므로 개발도상국의 가파른 증가로 인한 선진국의 점유율 감소가 나타날 수도 있으나, 절대적인 지표인 효율성 측면에서도 모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별로 더 상세히 살펴보면 섬유・의류 산업은 효율성과 점유율 모든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이 우위에 있으며 이와 같은 양상이 더욱 강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컴퓨터・전자산업은 식료품・담배산업과 반대로 개발도상국이 더 높은 점유율을 가진 반면 효율성은 선진국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05년에는 특히 그 차이가 컸는데 점차 그 차이가 감소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산업 모두 글로벌 가치사슬이 축소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수출 및 부가가치 수출 규모가 감소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개발도상국 간의 새로운 거래관계 즉,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되고 있음을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섬유・의류산업의 경우 이미 선진국-개발도상국 간 전통적인 글로벌 가치사슬 관계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반면 컴퓨터・전자산업에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의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산업은 다른 산업들과 달리 선진국이 효율성과 점유율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비록 2005년과 비교하여 2015년에는 그 차이가 감소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선진국의 가치 획득이 더 효율적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3장의 분석 결과와도 맥락을 같이 하는 결과로, 전체적으로 변화하는 글로벌 가치사슬 속에서 여전히 전통적인 형태의 글로벌 가치사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6. 결론
세계 경제체제를 설명하는 주요 개념중 하나인 글로벌 가치사슬은 주로 선진국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개발도상국은 이에 참여하는 형태로 구성되어왔다. 가치사슬을 조직하고 가치의 분배를 결정, 조정하는 힘인 거버넌스는 선진국에 의해 주도되어 왔으며, 결론적으로 생산된 부가가치는 불균형한 형태로 분배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글로벌 가치사슬의 거버넌스가 위계적인 형태에서 비 위계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이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되기 시작하였는데, 본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계량적으로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또한 그에 따른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가치 분배 불균형이 완화되고 있는지도 함께 분석하였다. 그 결과 산업의 특성에 따른 차이는 존재하지만 분석대상 산업 모두에서 위계성의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점차 더 많은 국가들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참여하며 촘촘하게 연결된 형태가 나타났으며, 대부분의 국가가 상호 연결되어 소수 특정 국가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평평한 네트워크의 형태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와 같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부가가치 분배의 불균형도 다소 완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산업별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다.
섬유・의류 산업은 2005년부터 개발도상국이 부가가치 획득에서 선진국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정도의 위계성을 보인 컴퓨터・전자산업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보다 더 많은 부가가치를 획득하고 있었으나, 효율성은 선진국에서 우위를 점하였다. 그 차이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선진국이 여전히 고부가가치 활동을 담당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진국에 의한 거버넌스 주도가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부가가치 점유율과 효율성 모든 측면에서 선진국이 앞서는 것으로 분석되었지만, 자동차산업 역시 타 산업과 같이 그 차이는 감소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개발도상국이 부가가치를 획득함에 있어 불리한 구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실증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산업별 특성에 따라 차이는 존재하지만 글로벌 가치사슬이 더 수평적인 관계로 변화하고 가치 분배의 불균형도 완화되는 원인은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개발도상국의 임금상승, 관세하락 효과의 임계치 도달 및 비관세장벽의 증가로 인해 추가적인 해외 생산기지 확보 및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수직분업 유인의 감소로 인해 글로벌 가치사슬의 형성 동인 자체가 약화되었을 수 있다. 이는 GVC 수출액의 감소로도 확인할 수 있는 변화라 할 수 있다. 또 개발도상국의 기술 향상으로 인하여 선진국과의 생산기술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선진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낮아진 것도 글로벌 가치사슬의 축소와 거버넌스의 완화, 가치 분배 불균형의 완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Cattaneo et al., 2010, p. 13; Lund et al., 2019; 김석민, 2019, p. 290; 원지환・이서현, 2019; 한국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2020;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2020, pp. 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