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인구 현상을 성, 연령,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다양한 집단 범주로 세분화하여 살펴보는 것은 연구 결과의 구체성을 고양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현상으로부터 보다 본질적인 지식과 통찰력을 획득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집단 개별화’(이상일・김현미, 2022; Dennett and Stillwell, 2010)의 중요성은 인구이동 연구에서 특히 잘 드러나는데, 이는 인구이동이 본래적으로 ‘연령-선별적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Kotsubo and Nakaya, 2024; Plane and Jurjevich, 2009; Plane and Rogerson, 1994; Rogers et al., 1978; Xu, 2014). 생애 주기 단계에 따라, 인구이동은 특징적인 동기에 의해 추동되며, 그 결과(규모, 강도, 지리적 방향성 등) 역시 매우 상이한 양상으로 나타난다(Plane and Jurjevich, 2009; Rogers et al., 1978; Tyrrell and Kraftl, 2015). 그런데 이러한 인구이동의 연령-선별성이 공간적으로 매우 이질적으로 드러난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인구이동 강도의 연령 프로파일은 국가(Bell et al., 2002; Bernard et al., 2014a, 2014b; Rogers et al., 2010)나 지역(Raymer and Rogers, 2007)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며, 인구이동의 연령 구조도 지역별로 상이한 특성을 보이며(김감영, 2010; Plane, 1992), 전출입 플로의 연령특화도 패턴 역시 지역별로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이상일・김현미, 2021, 2022; Plane and Jurjevich, 2009).
인구이동의 연령-특수성과 그것의 공간적 이질성을 탐색하는데 있어 인구이동 흐름의 편향성(unidirectionality) 혹은 인구이동이 인구재분포에 미치는 영향력 혹은 유효도(effectiveness)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Ishikawa, 2020; Plane and Jurjevich, 2009; Stillwell et al., 2001). 지역간 인구 교환이 얼마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지, 그래서 인구의 지리적 배열 상에서의 변화가 어느 정도의 규모로 발생하는지는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또한 한 지역의 총체적인 전출입이 매우 균형 있게 이루어져 전체 인구에서의 변화가 거의 없다 하더라도, 대칭적 인구이동 양상이 모든 연령 집단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고 가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인구이동의 유효도를 연령 집단별로 나누어 살펴본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인구재분포의 연령 특수성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인구이동 편향성에 대한 연령 개별화 접근의 궁극적인 의의는 인구이동이 지역의 인구 규모 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의 변화를 야기하는 주된 인구학적 메커니즘이라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기 때문이다. 지역간 비대칭적 인구 교환의 연령 이질성이 지역별 인구 구조 변화의 핵심 요소이다(Lee and Kim, 2024).
이러한 측면에서, 인구이동의 편향성 혹은 일방성을 인구 집단별로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측도가 필수적인데, 전연령에 적용되는 MEI(migration effectiveness index, 인구이동 유효도 지수)(이상일・이소영, 2023; Plane, 1994; Plane and Rogerson, 1994; Rees et al., 2017; Stillwell et al., 2000)를 연령 집단별로 개별화한 ASMEI(age-specific MEI, 연령-특수적 MEI)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ASMEI를 활용한 다양한 경험적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지만(Ishikawa, 2020; Kotsubo and Nakaya, 2024; Lomax and Stillwell, 2018; Plane and Jurjevich, 2009; Plane et al., 2005; Stillwell et al., 2001), 방법론적 완결성과 적용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미진한 측면이 적지 않다. 우선, MEI에 적용된 ‘스케일 확장성(scalability)’(이상일・이소영, 2023) 개념을 ASMEI에도 적용해, 다양한 공간적 스케일을 일관성 있게 다루는 종합적인 연구 프레임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금까지의 경험적 연구들은 주로 몇몇 국가에 한정되어 이루어져 왔다. 다양한 국가의 국내 인구이동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ASMEI가 인구이동의 분석에서 가지는 유용성과 한계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따라서 본 논문의 주된 연구목적은 ASMEI를 활용한 다중스케일적 연구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의 시공간적 변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음의 하위 과제를 설정하고자 한다. 첫째, 공간 스케일별 ASMEI를 정식화하고, 상이한 스케일의 ASMEI 간에 어떠한 수리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한다. 이는 일관성 있는 다중 스케일 분석을 위한 필수적인 개념적 토대를 제공할 것이다. 둘째, 다중 스케일적 분석 프레임워크를 2001~2022년 우리나라의 지역간 인구이동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의 시공간적 역동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주요 연령 집단별 인구이동 편향성의 주된 패턴을 확인하고, 그러한 패턴이 어떠한 프로세스를 통해 추동되었는지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고자 한다.
2. ASMEI를 활용한 다중 스케일적 분석 프레임워크
MEI가 지역간 총이동에서 순이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나타냄으로써 인구 교환의 편향성을 측정하는 것처럼(Plane, 1984; 1994), ASMEI는 동일한 방식으로 개별 연령 집단이 보여주는 인구 교환의 비대칭성을 측정한다. 가장 기본적인 지역별 ASMEI는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여기서 는 지역 의 특정 연령 집단 의 ASMEI, 는 지역 로의 특정 연령 집단 의 전입, 는 지역 로부터의 특정 연령 집단 의 전출, 지역 의 특정 연령 집단 의 순이동, 는 지역 의 특정 연령 집단 의 총이동이다. 이 지역별 ASMEI는 연령 집단 의 순이동이 총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으로, -100과 100 사이의 값을 갖는다. 전입과 전출이 동일하면 0, 전출은 없고 전입만 있다면 100, 거꾸로 전입은 없고 전출만 있다면 -100의 값을 갖는다.
이 지역별 ASMEI를 스케일 확장성 개념에 의거하여(이상일・이소영, 2021; 2023), 전역적 ASMEI, 지역간 ASMEI, 지역-특수적 ASMEI로 변환할 수 있다. 우선 전역적 ASMEI의 수식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이 전역적 ASMEI는 인구 시스템 전체에서 해당 연령이 보여주는 인구이동의 편향성 혹은 비대칭성을 측정하는데, 0에서 100사이의 값을 갖는다. 모든 지역별 ASMEI의 값이 0이라면 전역적 ASMEI 값도 0이고, 모든 지역이 전출과 전입 중 한쪽 방향의 인구이동과만 관련된다면 100의 값이 산출된다(이상일・이소영, 2023). 식(1)과 식(2)는 다음과 같은 관련성을 갖는다.
결국 전역적 ASMEI는 지역별 ASMEI의 절대값의 가중합(weighted sum)1)으로 정의되는데, 개별 지역의 가중치는 해당 연령 집단의 전체 총이동량 중 해당 지역의 총이동량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이것은 전역적 MEI와 지역별 MEI 사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속성이다.
지역간 ASMEI와 지역-특수적 ASMEI의 수식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식(4)에 나타나 있는 지역간 ASMEI는 스트림-수준 혹은 플로-수준의 측도로, 개별 지역쌍 수준에서 해당 연령의 인구 교환이 보여주는 편향성의 정도를 측정한다. 두 지역 사이의 인구이동이 오로지 한 방향으로만 발생한다면 -100 혹은 100의 값이 산출되고, 인구 교환이 완벽한 균형을 보인다면 0의 값이 산출된다.2)식(5)에 나타나 있는 지역-특수적 ASMEI는 특정 지역을 중심에 두고 그 지역과 다른 모든 지역 간의 플로-수준의 ASMEI를 측정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특수적 ASMEI는 지역별 ASMEI와 지역간 ASMEI의 중간 스케일에 해당하며, -100과 100사이의 값을 갖는다.
ASMEI를 활용한 기존 연구들을 이와 같은 분석의 공간 스케일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전역적 ASMEI를 활용한 연구는 한 국가의 특정 시점의 ASMEI 프로파일을 분석하거나(Ishikawa, 2020), 한 국가의 ASMEI 프로파일을 시점 간에 비교하거나(Stillwell et al., 2001), 동일 시점의 두 국가의 ASMEI 프로파일을 비교한다(Stillwell et al., 2001). 지역별 ASMEI를 활용한 연구는 한 국가의 특정 시점의 ASMEI 프로파일을 지역 범주(주로 인구 규모나 도시성에 기반한 위계적 지역 분류)별로 산출하여 서로 비교하거나(Kotsubo and Nakaya, 2024), 국가 내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ASMEI의 시간적 변화 추이를 여러 연령 집단간에 비교하거나(Lomax and Stillwell, 2018), 특정 연령 집단의 ASMEI 값을 지도화하고 그것을 한 국가의 두 시점을 비교하거나 동일 시점의 두 국가를 비교한다(Stillwell et al., 2001). 지역간 ASMEI를 활용한 연구는 대부분 ‘승강 인구교환 그래프(up and down exchange graph)’ 기법(Plane et al., 2005)에 기반하고 있다. 이 기법은 한 국가 내 지역을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위계적인 지역 범주로 구분하고, 식(4)에 의거해 지역 범주간 ASMEI를 산출한 후, 이 값에 근거해 각 연령 집단별로 승강 인구교환 그래프를 작성한다.3)
그런데 기존의 경험 연구는 다양한 공간 스케일 중 하나 혹은 둘에 집중하고, 분석 내용도 단편적인 연구 주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본 연구는 다중스케일 분석 프레임워크를 통해 한 국가의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의 시공간적 변동을 탐색하는 종합적인 접근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사항에 유의하고자 한다. 첫째, MEI에 대한 기존의 경험 연구(이상일・이소영, 2023)를 참고하여, 분석의 공간 스케일을 크게는 전역 스케일과 지역 스케일로 나누고, 지역 스케일을 다시 지역별 스케일, 지역간 스케일, 지역-특수적 스케일로 나누는 방식을 채택한다. 둘째, MEI의 연구와 달리 산출되는 ASMEI의 값이 훨씬 많다는 점에 유의하여, 공간 스케일별로 주된 탐색 대상과 시각화 기법을 선정하고, 특징적인 경향을 대변하는 대표적 연령 집단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을 진행한다(이상일・김현미, 2022).
3. 우리나라의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 탐색
본 연구는 우리나라 전체를 전역 스케일로 하고 시군 수준을 지역 스케일로 하는 공간 프레임워크를 사용한다. 시군 수준은 시도 수준과 시군구 수준의 중간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도 수준의 시 지역(특별・광역시 및 특별자치시)은 그대로 사용하고 도 지역은 시군구 수준의 하위 시군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229개 시군구 단위가 162개로 축소된다(이상일・이소영, 2019; 이상일・김현미, 2022).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시군구 수준이 아니라 시군 수준을 사용하는 것은 인구이동의 경향성을 파악하는데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특별・광역시 내의 개별 구나 군보다는 특별・광역시 전체와 개별 시군간의 인구이동 양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며, 시군구를 사용할 경우 개별 특별・광역시의 중심성이 사라져 인구이동의 전체적인 패턴이 왜곡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이상일・이소영, 2019). 2022년 현재, 전체 인구이동(읍면동 경계를 넘은 거주지 이동)은 6,152,155명(이동률: 12.0%), 시도 수준은 2,173,605명(이동률: 4.2%), 시군구 수준은 3,978,607명(이동률: 7.7%)인데(통계청, 2023), 본 연구에 사용할 시군 수군은 2,953,584명(이동률: 5.7%)이다.
기본적인 연구 데이터는 시도 및 시군구 수준의 국내인구이동통계로 KOSIS(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s, 국가통계포털)에서 구득하였다. 국내인구이동통계는 주민등록 전입신고에 기반한 데이터로(통계청, 2020), 데이터의 원천으로 보면 레지스터(register)이고, 데이터의 유형으로 보면 이벤트(event)의 특성을 갖는다(이상일・조대헌, 2024; Bell et al., 2015). 그런데, KOSIS는 지역별 인구이동 데이터 뿐만 아니라 지역간 전출입(OD) 매트릭스 데이터도 제공한다.4) 본 연구에서는 후자의 데이터를 활용하였는데, 시군 수준의 데이터를 재구성하기 위해서나 지역간 혹은 지역-특수적 ASMEI 분석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전출입 매트릭스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5세 간격의 연령 집단을 사용하는데, 0~4세에서 80세 이상에 이르는 총 17개 연령 집단이다. 연앙인구를 산출하기 위해 주민등록인구현황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본 연구의 시간 범위는 2001~2022년의 총 22년간이다. 2001년을 연구의 시작 시점으로 삼은 것은 2000년 이후의 인구이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도 있지만, 지역간 전출입량을 연령 집단별로 세분화하여 제공되기 시작한 최초의 시점이 2001년이기 때문이다. 행정구역 변동에 따른 MAUP(modifiable area unit problem, 공간단위 임의성의 문제)(김감영, 2011; Chatagnier and Stillwell, 2021; Stillwell et al., 2018)을 고려하기 위해, 모든 데이터를 2022년 12월 31일 현재의 시군 단위에 맞추어 조정하였다.5)
1) 전역 스케일 분석
22개년의 17개 연령 집단 각각에 대해, 식(2)에 나타나 있는 수식을 활용하여 전역적 ASMEI를 산출하였다. 그림 1은 인구이동의 연령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하나의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그래프에는 네 가지 지표가 나타나 있는데, 막대 그래프로 표현된 것은 연령별 인구 비중과 연령별 이동자 비중6)이고, 선 그래프로 표현된 것은 ASCMI(age-specific crude migration intensity, 연령-특수적 조이동강도)7)와 ASMEI이다. 우선 인구 비중과 이동자 비중을 살펴보면, 인구 비중은 40~64세의 후기 청장년층에서 가장 높은 값이 나타나지만, 이동자 비중은 20~39세의 전기 청장년층에서 가장 높은 값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1년의 동일한 그래프와 비교해 보면, 인구 비중은 20~44세가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이동자 비중은 20~34세가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즉, 저출산 및 고령화로 인해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인구 집단은 전기 청장년층에서 후기 청장년층으로 이동했지만, 이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인구 집단은 20~34세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림 1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ASCMI와 ASMEI이다. ASCMI 그래프는 인구이동의 연령 프로파일을 의미하는 것으로(Bell et al., 2002; Bernard et al., 2014a; 2014b; Rogers et al., 2010), 실질적으로 이동확률의 연령 집단간 변동을 보여준다. 0~4세의 비교적 높은 이동성, 청소년기의 낮은 이동성, 전기 청장년기의 가장 높은 이동성, 후기 청장년기 및 노년기의 지속적인 감소, 황혼기의 반등(75세 이후)이라는 전형적인 패턴이 나타난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는 하지만, 60대 전후 은퇴와 함께 이동성이 반등하는 경향은 거의 나타나지 않고, 대신 75세 이후의 시설로의 이동을 포함한 노쇠기 상승(geriatric increase) (Plane and Jurjevich, 2009)은 잘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2001~2022년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관찰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ASCMI는 모든 연령에서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Champion et al., 2017), 20~24세만 예외적으로 2013년 이후 반등하여 2022년이 2001년 보다 더 높은 값을 기록했고, 순위에서도 2001년의 경우 25~29세와 30~34세에 이어 세 번째이던 것이 2022년에는 두 번째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ASMEI의 분포를 살펴보면, ASCMI와는 매우 다른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ASMEI는 세 개의 연령대에서 높은 값을 보여주고 있는데, 20~24세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 5~60대의 장노년층, 그리고 0~9세의 자녀를 가진 35~39세 연령 집단이다.8) 20~24세는 높은 인구이동 강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구이동의 편향성에서도 매우 높은 값을 보여주고 있다. 즉, 20~24세는 인구이동이 인구재분포에 미치는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연령 집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높은 이동성과 높은 편향성을 동시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인구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기 때문이다. 5~60대의 장노년층은 낮은 이동성을 보이지만 높은 인구이동의 편향성을 보이는 연령 집단이다. 자식의 출가(empty-nesting), 은퇴, 황혼기와 관련된 인구이동이 이동성의 상승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0~9세의 자녀를 가진 35~44세 인구의 지리적 편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은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전기 청장년층에서 결혼, 출산, 육아의 시기를 거치는 특정 인구가 특정 지역을 향해 편향적인 인구이동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수도권 내의 주변 지역을 향한 이심화는 이러한 경향을 대표하는 인구 흐름이다(이상일・김현미, 2022).
ASMEI의 분포 패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떠한 진화 과정을 거쳤는지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 위해, 2001~ 2022년의 각 연도별 ASMEI 프로파일을 비교하였다(그림 2). 2001년의 ASMEI 프로파일을 살펴보면, 청년층과 장노년층에서 높은 값이 나타나는 전형적인 쌍봉 패턴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후 연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2001년의 전형적인 쌍봉 패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모해 0~9세 자녀 가정의 편향적 인구이동이 가미된 2022년의 복잡한 패턴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2007년경부터 0~9세와 30~44세의 ASMEI의 값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2013년 이후에는 2022년과 거의 유사한 패턴이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2015~2018년에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35~39세가 20~24세보다 더 높은 ASMEI를 나타내기도 했다.9)
2) 지역 스케일 분석
앞의 전역적 분석이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령 집단별 인구이동 편향성이 실질적으로 어떤 지역을 중심으로, 그리고 어떤 지역간 이동에서 현저하게 드러나는지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지역 스케일 분석이 필수적이다. 지역 스케일 분석은 다시 지역별, 지역간, 지역-특수적 분석의 세 가지 하위 분석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역별 분석은 모든 지역의 개별 인구이동 특성에 대한 것이고(식(1)), 지역간 분석은 개별 지역쌍의 플로 특성에 관한 것이고(식(4)), 지역-특수적 분석은 특정 지역과 결부된 다른 모든 지역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식(5))(이상일・이소영, 2021; 2023). 전역 스케일 분석에서는 주로 2001년과 2022년을 비교하였지만, 지역 스케일 분석에서는 2022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 지역별 분석
지역별 분석에서 주의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항은, 식(3)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역별 ASMEI의 단순 평균이 전역적 ASMEI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역적 ASMEI가 0에서 100사이의 값을 갖는 이유는 이 측도가 -100에서 100사이의 값을 갖는 지역별 ASMEI의 절대값의 가중합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식(3)). 따라서 전역적 ASMEI의 값을 가지고 지역별 ASMEI의 중심경향성과 편포성을 연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일한 전역적 ASMEI가 매우 상이한 지역별 ASMEI의 분포와 관련될 수 있다.
그림 3은 지역별 ASMEI의 분포를 박스플롯(boxplot)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개별 연령 집단에 대해 162개의 ASMEI의 값이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붉은 색으로 표시된 20~24세와 60~64세는 평균(다이아몬드 표시) 기준으로 가장 낮은 연령 집단과 가장 높은 연령 집단에 해당한다. 이 그래프는 대략 35~39세를 기준으로 좌우가 양분되는 뚜렷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즉, 20~24세를 중심으로 많은 시군 지역이 음의 ASMEI 값을 갖는 좌측의 연령 집단과 60~64세를 중심으로 많은 시군이 양의 ASMEI 값을 갖는 우측의 연령 집단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층의 지역간 인구 교환에서는 소수의 지역이 인구를 얻고 다수의 지역이 인구를 잃는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의 지역간 인구 교환에서는 다수의 지역이 인구를 얻고 소수의 지역이 인구를 잃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패턴은 2001년에도 나타났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우측의 봉우리가 50~54세를 중심으로 보다 왼편에 위치하고 전체적으로 양의 값을 보인 지역의 개수가 적었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봉우리가 60~64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전체적으로 양의 ASMEI를 보이는 지역의 개수가 많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층에서 순전입을 기록하는 지역이 점점 더 증가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층의 순전출 경향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단지 20~24세의 순전출 경향이 다소 심화되어 온 경향이 발견된다. 즉, 20~24세의 인구 교환에서 인구를 잃는 지역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순전출의 강도도 점점 더 강화되어 온 것이다.
지역별 ASMEI의 분포를 그림 1의 전역적 ASMEI와 연결하여 해석하면 흥미로운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몇몇 특징적인 인구 집단에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20~24세의 낮은 값과 60~64세의 높은 값은 그림 1에 나타나 있는 쌍봉 패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청년층의 높은 전역적 ASMEI는 낮은 지역별 ASMEI와 결합되어 있고, 장노년층의 높은 전역적 ASMEI는 높은 지역별 ASMEI와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이것은 20~24세와 60~64세의 인구이동 일방성은 그 정도에서는 유사하지만 일방성을 추동한 프로세스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즉, 전자의 높은 일방성은 다수의 지역으로부터 소수의 지역을 향한 집중화 프로세스를 통해 추동된 것이라면, 후자의 높은 일방성은 소수의 지역으로부터 다수의 지역을 향한 이심화 프로세스를 통해 추동된 것이다.
그림 1에서 가장 높은 전역적 ASMEI 값을 보인 0~4세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림 3에 나타나 있는 0~4세 박스플롯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 ASMEI의 편차가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해 상당히 심하다는 점이다. 식(3)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역적 ASMEI는 지역별 ASMEI의 절대값의 가중합으로 정의되는데, 부호에 관계없이 값들의 편차가 심하거나 극단적인 값이 존재하게 되면 전역적인 ASMEI의 값은 증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0~4세 인구의 부모가 주로 포함된 35~39세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 그림 3에서 35~39세의 박스플롯은 별다른 특징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림 1에서 해당 연령 집단이 주변 연령 집단에 비해 높은 전역적 ASMEI를 보인 이유는 0~4세가 높은 전역적 ASMEI를 보인 이유와 연결되어 있다. 극단적인 값은 아니더라도 절대값이 큰 ASMEI를 보인 지역들 중 일부가 인구 규모가 큰 도시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것은 뒤에서 자세하게 살펴볼 것이다.
주요 연령 집단별로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0~4세, 20~24세, 60~64세 인구에 집중하고자 하는데, 35~39세는 0~4세와 상관성이 높기 때문에 제외하고 전연령을 준거로 포함시켰다. 그림 4의 지도는 그림 3의 박스플롯에 나타나 있는 수치적 분포가 어떤 지리적 분포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 4(a)의 전연령 지도는 연령-특수성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것으로 지역별 MEI(이상일・이소영, 2023; Plane, 1984; 1994)와 동일한 것이다. 수치적으로 보면, 각 지역별 17개 ASMEI의 가중합과 같다.10) 전연령 MEI가 기본적으로 개별 ASMEI의 합산값이라는 사실은 두 지표의 해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즉, 한 지역의 MEI는 전체 ASMEI의 전반적인 경향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해당 지역 내의 특정 연령 그룹의 유의미한 편향성을 감추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우 낮은 MEI는 모든 ASMEI가 낮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극단적인 ASMEI가 서로 다른 부호로 인해 상쇄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림 3의 전연령 박스플롯이 보여주는 것처럼, 순전출과 순접입을 보이는 시군의 수가 거의 비슷하다. 2020년의 지역별 MEI 지도와 비교했을 때(이상일・이소영, 2023), 순전입을 기록한 시군의 수가 많아졌다. 전연령 MEI가 15 이상을 보인 지역에 경기 과천시(24.5), 경북 군위군(20.6), 경기 양주시(19.8), 충남 아산시(18.3), 경기 파주시(18.2), 강원 태백시(-17.3)가 포함된다.
그림 4(b)는 0~4세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우선, 전연령에 비해 극단적인 값이 훨씬 많아진 것을 알 수 있고, 순전출을 보이는 지역의 개수가 상대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경기 과천시(45.6), 충남 아산시(42.2)가 40 이상의 극단적인 양의 값을 보여주고, 전북 진안군(-69.1), 전남 장흥군(-56.9), 충북 영동군(-52.0)이 -50 미만의 극단적인 음의 값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림 3에서 언급한 것처럼 0~4세가 매우 높은 전역적 ASMEI를 나타낸 것은 이러한 극단적인 값을 보이는 지역의 존재에도 영향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총이동 규모(즉, 인구 규모)가 크면서 상당한 정도의 ASMEI를 보이는 지역의 존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큰 양의 값을 보이는 인천(26.4), 대구(19.8), 대전(15.9), 경기 화성시(17.7)와 큰 음의 값을 보이는 경기 안산시(-36.3)와 서울(-29.4)이 큰 공헌을 한 것이다. 0~4세의 인구이동 편향성의 주된 인자는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들인데, 기여의 방향성은 대조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후의 지역간 분석을 통해 분명해질 것이지만, 서울은 수도권 내에서 이심화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비수도권의 광역시들은 각자의 영향권 내에서 집중화의 중심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부산은 광역시이지만 집중화의 핵심부 역할이 강하지 않고, 지방의 중소 규모의 거점 도시들이 집중화의 중심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그림 4(c)는 20~24세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그림 3에 나타나 있는 해당 연령의 박스플롯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대다수의 시군 지역이 순전출을 보인다. 162개 시군 중 가장 큰 값을 보인 곳은 서울(27.6)이며 이 값은 탁월하게 큰 것이다. 10을 넘는 지역에 경기 하남시(13.5), 수원시(12.9), 평택시(12.4), 경북 경산시(11.7)가 포함되고, 매우 낮은 값을 보이는 곳은 대부분 비수도권의 중소 도시이거나 군 지역이다. 20~24세에서의 이러한 서울의 절대적인 흡인력은 15~19세(19.5, 7위)와 25~29세(11.1, 9위)에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 결국 20~24세를 중심으로 한 청년층 인구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이동 편향성은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서울을 향한 강한 집중화 프로세스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일극적 인구이동 편향성은 대학 진학 및 취업을 위한 젊은 층의 인구이동 경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구형모, 2018; 김세창 등, 2024).
그림 4(d)는 60~64세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시도가 순전입을 보여주며,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도시가 낮은 값을 보여준다. 그림 4(c)의 20~24세 지도와 비교했을 때 마치 모든 지역이 부호만 바뀐 것처럼 보인다.11) 경북 군위군(51.2)이 극단적으로 높은 값을 보이고 대부분의 비수도권 군 지역이 15 이상의 값을 보인다. 가장 낮은 값을 보인 지역은 서울(-21.0), 울산(-20.2), 대구(-19.6)이며, 이들 외에 광주(-16.5), 부산(-16.2), 대전(-13.8)과 같은 광역시와 경기 안산시(-18.0), 부천시(-17.4), 성남시(-14.2)와 같은 수도권의 대도시도 포함된다. 결국, 60~64세를 중심으로 한 장노년층 인구의 상대적으로 높은 인구이동 편향성은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 및 대도시로부터 전국의 군 지역을 향한 강한 이심화 프로세스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구이동의 편향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히 서울이다. 그런데 서울의 사례는 인구이동의 편향성을 분석하는데 있어 MEI가 아닌 ASMEI가 왜 필수적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림 4(a)의 전연령 MEI 지도에서 서울은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3.94라는 값은 오름차순으로 4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순전출을 기록했고, 그 규모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인구이동의 총량 중 3.94%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서울은 주요 연령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은 0~14세에서 높은 음의 값을, 15~29세에서 높은 양의 값을, 30세 이상에서 높은 음의 값을 보인다. 그림 1에서 살펴본 것처럼, 양의 값을 보이는 15~29세의 이동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나머지 음의 값을 보인 나머지 연령 집단과의 상쇄 효과로 인해 전연령의 경우 거의 0에 가까운 값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2) 지역간 분석
위의 지역별 분석은 주요 연령층의 인구이동 편향성의 프로세스에 대한 가치 있는 함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역별 ASMEI는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모든 지역과의 인구 교환의 총체적인 결과일 뿐이다. 또한 지역별 분석은 청년층에서의 일극적 집중화 프로세스와 노년층에서의 분산화 프로세스를 함축하지만 어떤 지역으로 집중화가 이루어졌는지, 어느 지역으로부터 분산화가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이것은 개별 플로 단위로 분석하는 지역간 분석을 통해서만 밝혀질 수 있다. 그림 5에는 전연령과 세 개의 주요 연령 집단에 대한 유선도가 나타나 있는데, 특징적인 흐름만을 추출하기 위해 ASMEI 30 초과라는 기준과 최소 총이동 규모를 적용하였다. 최소 총이동 규모는 전연령과 20~24세의 경우는 250명, 0~4세와 60~64세의 경우는 50명을 적용하였다.
그림 5의 지도는 그림 4의 지도에서 특징적인 경향성을 보인 지역이 어떤 지역과의 구체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그러한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림 5(a)는 전연령에 대한 것으로, 전반적인 인구이동이 두 가지 상호작용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음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과 경상권의 일부 지역 간의 비대칭적 상호작용 시스템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도권 내 도시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시스템이다. 첫 번째 시스템은 경상권을 출발지로 하고 서울과 서울 인근의 대도시를 도착지로 하는 편향적 흐름이고, 두 번째 시스템은 서울과 서울 인근의 대도시들이 편향적인 인구 교환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흐름이다. 총이동 규모가 3,000명을 초과하는 것만 보면, 경기 안산시에서 화성시(43.4), 서울에서 경기 과천시(39.2), 충남 천안시에서 아산시(34.4), 경기 성남시에서 하남시(34.2), 경기 부천시에서 인천(30.7), 경남 김해시에서 서울(30.4), 경기 용인시에서 평택시(30.4) 등 주로 두 번째 시스템이 두드러지고 거기에 첫 번째 시스템이 가미된 형태를 취한다. 2020년 데이터에 대한 분석 결과(이상일・이소영, 2023)와 비교해 보면, 인구이동 편향성의 핵심지로서의 서울의 위상이 2022년에 들어 다소 완화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결국 전연령에 대한 지역간 분석에서는 서울의 일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림 5(b)는 0~4세의 지역간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그림 4(b)에 대한 분석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두 개의 인구이동 시스템이 해당 연령의 편향적 인구이동을 지배하고 있다. 하나는 수도권 내에 한정되는 것으로 서울에서 주변 도시를 향하는 이심화의 시스템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광역시와 지방 거점 도시를 향한 집중화의 시스템이다. 총이동 규모가 1,000명이 넘는 6개의 플로 중 4개가 서울에서 주변의 대도시를 향하는 것인데, 남양주시(44.6), 인천(44.0), 경기 고양시(36.4), 하남시(30.2)와 결부되어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200명이 넘는 플로 중 경북 구미시에서 대구(41.0), 충북 청주시에서 세종(38.0), 경북 경산시에서 대구(36.9), 울산에서 부산(32.4) 등이 두 번째 인구이동 시스템을 대변하는 사례이다.
그림 5(c)는 20~24세의 지역간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ASMEI가 30을 초과하면서 총이동 규모가 250명이 넘는 것만 나타낸 것인데, 서울을 향상 일극성 패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20~24세 연령 집단의 인구이동 편향성은 서울을 향한 극단적인 집중화라는 인구이동 시스템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총이동 규모가 1,000명이 넘는 플로가 모두 15개인데 이들 중 13개가 서울을 순전입지로 하고 있고, 순전출지의 대부분은 비수도권의 대도시들이다. 대구(51.1), 울산(46.9), 광주(46.5), 부산(45.8), 대전(33.2) 등과 같은 비수도권 광역시와, 경남 창원시(52.4), 경남 김해시(52.1), 경북 포항시(44.8), 전북 전주시(44.3), 경북 구미시(43.1), 제주 제주시(38.3), 충북 청주시(36.3), 충남 아산시(36.3) 등과 같은 비수도권 거점 도시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물론 부산, 대구, 대전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하위 시스템도 존재하고, 수도권 내 일부 도시가 도착지로서의 기능을 하고는 있지만, 서울을 향한 일극성 집중 경향이 너무나 지배적이다.
그림 5(d)는 60~64세의 지역간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이 연령층의 편향적 인구이동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특별・광역시로부터의 이심화 시스템이다. 서울의 이심화는 매우 넓은 범위에 펼쳐져 있고, 비수도권 광역시의 이심화는 주변 지역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총이동 규모가 200명이 넘는 지역간 흐름 중, 서울에서 경기 양주시(38.5), 안성시(37.1), 파주시(34.6), 가평군(30.3), 부산에서 경남 밀양시(41.6), 대구에서 경북의 군위군(60.5), 의성군(53.0), 청도군(37.2), 성주군(33.8), 광주에서 전남 장성군(36.0), 울산에서 경북 경주시(31.6) 등이 이러한 경향을 대변하는 흐름이다.
(3) 지역-특수적 분석: 서울의 경우
지역-특수적 분석은 특정 지역과 나머지 모든 지역 간의 인구이동 양상이 어떠한 특징을 보이는지를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본 연구의 맥락에서 보면, 연령 집단별 인구이동 편향성을 특정 지역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인데, 지역 개별화와 연령 개별화가 결합된 형태라는 측면에서 ‘지역-연령-특수적 인구이동 연구’(이상일・김현미, 2022)의 전형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 6은 그림 5에서 매우 특징적인 패턴을 보인 20~24세와 60~64세 연령 집단에 대해 서울-특수적 ASMEI 값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식(5)에 기반하여 서울과 관련된 모든 지역의 인구이동 편향성을 계산하여 코로플레스맵(choropleth map)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12)
그림 6(a)는 20~24세의 서울-특수적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대부분의 지역이 순전출을 보여주고 있고, 값의 크기도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대부분 30%를 넘고, 50%를 넘는 곳도 41개 지역에 달한다. 총 161개 시군 중 오로지 네 개 시군(경기 하남시, 과천시, 전북 순창군, 경기 의정부시)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서울과의 20~24세의 인구 교환에서 인구를 잃고 있으며, 그러한 편향성의 강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림 6(b)는 60~64세의 서울-특수적 ASMEI의 공간적 분포를 보여준다. 20~24세의 경우와는 정반대로 대부분의 지역이 순전입을 보여주고 있고, 30%를 넘는 편향성을 보이는 지역도 56개 시군에 달한다. 오로지 8개 시군(강원 정선군, 양구군, 울산, 경북 영덕군, 경북 경산시, 포항시, 광주, 대구)만 순전출을 보인다. 드문 순전출 지역에 울산, 광주, 대구와 같은 비수도권 광역시가 포함된 것이 특징적이다. 서울-특수적 ASMEI의 공간적 패턴 분석은, 청년층의 서울을 향한 집중화와 장노년층의 서울로부터의 이심화가 우리나라 전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역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림 6에 나타나 있는 지역-특수적 분석과 관련하여 두 가지 사항을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그림 6은 그림 5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부가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예를 들어 그림 5(d)와 그림 6(b)를 비교해보면, 전자의 경우 유선도라는 한계로 인해 특정한 규모 이상의 플로 라인만을 표출할 수밖에 없고, 모든 지역쌍의 플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이 아닌 다른 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패턴이 뒤섞여 나타나지만, 후자의 경우 서울로부터의 이심화가 전국적인 차원의 현상임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둘째, 지역-특수적 분석을 서울이 아닌 다른 광역시에 적용하거나 그림 5에서 전혀 두드러지지 않는 시군 지역에 적용한다면, 지역-특수적 분석이 지역별 분석이나 지역간 분석으로 절대 환원될 수 없는 독립적인 분석 스케일이라는 점이 좀 더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4. 결론
본 연구는 지역간 인구이동의 본질적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지역간 비대칭적 인구 교환의 연령 이질성이라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을 포착하기 위한 측도로 ASMEI를 선택하였으며, 다양한 공간 스케일별 ASMEI를 정식화하고, 상이한 스케일의 ASMEI 간에 어떠한 수리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명확히 함으로써 일종의 다중 스케일적 연구 프레임워크를 수립하였다. 이 프레임워크를 2001~2022년 우리나라의 지역간 인구이동 데이터에 적용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연령-특수적 인구이동 편향성의 시공간적 변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전역적 ASMEI 분석은 우리나라의 인구이동 편향성이 기본적으로 20대 초반의 청년층과 5~60대의 장노년층이 높은 값을 보이는 일종의 쌍봉 패턴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 기본 패턴에 0~9세 자녀 가정의 편향적 인구이동이 점점 두드러지는 진화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현재는 높은 이동성과 높은 편향성을 보여주는 20~24세의 인구이동, 낮은 이동성과 높은 편향성을 보여주는 60~64세의 인구이동, 중간 수준의 이동성과 극단적으로 높은 편향성을 보여주는 0~9세와 그들의 부모인 35~39세의 인구이동이 가장 특징적인 일방성 패턴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지역별 ASMEI 분석은 20~24세의 높은 편향성은 다수의 지역으로부터 소수의 지역을 향한 집중화 프로세스를 통해 발생하였고, 60~64세의 높은 편향성은 소수의 지역으로부터 다수의 지역을 향한 이심화 프로세스를 통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또한 주요 연령별로 인구이동 편향성의 주된 메커니즘이 확인되었다. 0~4세의 경우, 수도권 내에서는 서울로부터의 이심화 프로세스가, 비수도권에서는 광역시로의 집중화 프로세스가 주된 추동력이고, 20~24세의 경우는 전국적 범위에서 작동하는 서울을 향한 강한 집중화 프로세스가 주된 추동력이며, 60~64세의 경우는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 및 대도시로부터 전국의 군 지역을 향한 강한 이심화 프로세스가 주된 추동력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간 ASMEI 분석은 주요 연령별 인구이동 편향성의 주된 메커니즘을 어떤 지역 간의 인구이동이 대변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역-특수적 ASMEI 분석은 우리나라 인구이동 패턴에서 서울이 차지하고 있는 지배적인 위상을 다시 한번 부각하고 있다. 즉, 청년층의 서울을 향한 집중화와 노년층의 서울로부터의 이심화가 우리나라 전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역적인 현상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지역은 20~24세 인구를 서울에 잃고 있으며, 60~64세 인구를 서울로부터 얻고 있다.
본 연구는 두 가지 정도의 학문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첫째, 본 연구는 개별화 연구의 중요성과 다중스케일 접근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ASMEI 분석은 MEI 분석으로는 결코 밝힐 수 없는 것을 드러내고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지역 스케일 분석은 전역 스케일 분석으로는 결코 밝힐 수 없는 것을 드러내고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더 나아가 지역 스케일 분석의 세 가지 하위 스케일인 지역별, 지역간, 지역-특수적 스케일 분석은 밀접히 연관되어 있지만 동시에 상당히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둘째, 인구이동의 편향성 연구가 인구이동이 인구 재분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 벗어나 인구이동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의 연구로 나아가는데 본 연구가 단초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인구이동은 출발지와 도착지의 인구 수 뿐만 아니라 인구 구조, 특히 연령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학적 프로세스이다(Shryock, 1964). 이러한 ‘인구이동 유효도의 두 번째 측면’에 대한 측정 도구를 고안하기 위한 출발점은 바로 지역간 비대칭적 인구 교환의 연령 이질성, 즉 ASMEI이다(Lee and Kim,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