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핵심 광물의 경제지리학
1) 핵심 광물의 사회적 구성
2) 글로벌 핵심 광물 지정 현황과 지리적 함의
3. 핵심 광물 텅스텐의 글로벌 가치사슬
1) 텅스텐의 전략적 가치와 글로벌 가격 변동
2) 편중된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과 한국 텅스텐 산업의 위치
4. 영월군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의 지리적 함의
1) 상동광산의 전략적 재발견
2)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투자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지리적 함의
5. 결론
1. 서론
2010년대 후반부터 국제 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천연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정학과 지경학의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과 인공지능(AI) 기술의 산업적 파급효과에 따른 주요 자원의 수요 증대로 자원 확보 문제는 국가 안보 및 경제 전략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Valdivia et al., 2024). 이러한 변화는 에너지 자원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지게 전개되고 있다. 리튬, 코발트, 텅스텐, 희토류 등과 같은 광물은 이차 전지, 반도체, 스마트 기기, 재생에너지 설비 등 첨단 산업 체계를 구성하는 핵심 원료이며, 이에 따라 해당 자원의 확보와 공급망 안정성은 각국의 산업 경쟁력과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박은영 등, 2025).
이와 같은 자원의 전략적 부상은 국제 정세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무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이란 전쟁 등의 국제 정세는 주요 자원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자원 민족주의 확산의 재촉진을 부추겼다(오수현, 2024). 이러한 상황에서 특정 국가나 지역에 편중된 자원 분포는 국가 간 경제적 의존 관계를 형성하며, 자원 통제와 공급망 관리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경학적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Zhou and Månberger, 2024). 특히 텅스텐과 같은 일부 핵심 광물은 생산과 정련 과정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어 있어, 해당 국가가 글로벌 산업 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자원을 단순한 경제적 투입 요소로 보는 시각을 넘어 자원을 권력과 전략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Bridge, 2008).
자원을 둘러싼 권력과 전략의 문제는 최근 새롭게 부상한 문제는 아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던 19세기 이후 자원 확보와 공급은 국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기반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20세기 중반 이후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국제 정치 갈등은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화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자원 문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었다. 자유무역 확대, 글로벌 시장 통합을 계기로 각국은 자원 공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주요 선진 산업국에서는 금융화와 서비스 산업의 성장,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경제 성장과 물질 자원 소비의 관계가 약화되는 탈물질화 경향이 나타났다(Bridge, 2009). 이러한 변화는 자원 부족에 대한 우려를 과거 산업사회가 겪었던 문제로 인식하게 했으며, 자원 문제에 대한 관심은 자원 그 자체보다 환경 오염, 기후변화 등 자원 소비의 부작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국제 정세의 복잡성으로 이러한 인식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자원론의 물질적 논의 기반은 다시 정치・경제 중심으로 초점이 옮겨졌다(Bakker and Bridge, 2006).
경제 활동은 기술을 활용하여 자원을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물질적 변환의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자원의 채굴, 가공, 유통, 소비는 복잡한 지리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진다(Bridge, 2008). 따라서 자원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공급 문제를 넘어 자원의 생산과 이동, 소비가 이루어지는 공간적 구조와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핵심 광물은 자원 관리의 경제적, 기술적 차원이 아닌, 지리적 분석이 필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즉, 경제 성장, 기술 혁신, 지정학적 관계, 환경 문제 등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핵심 광물을 둘러싼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원의 글로벌 생산-소비 네트워크가 어떠한 지리적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지, 그리고 광물은 어떠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핵심’으로 구성되는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핵심 광물 중 하나인 텅스텐을 사례로 핵심 광물이 전략 자원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의 지리적 함의성을 찾고자 한다. 특히 비경제적 요인들이 핵심 광물 공급망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텅스텐을 생산하는 기업의 투자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함으로써, 핵심 광물은 단순한 천연자원이 아닌, 국제 정치・경제 공간을 이해하는 주요한 지리학의 연구 대상임을 밝히고자 한다.
2. 핵심 광물의 경제지리학
광물 자원은 일반적으로 지각 내부 또는 표면에 존재하는 무기 원소나 화합물이 경제적 가치를 위해 추출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Neukirchen and Ries, 2020, 2). 광물 자원은 크게 연료 광물과 비연료 광물로 구분되며, 비연료 광물은 다시 철계 금속, 비철금속, 희소금속으로 세분된다. 경제지리학에서 광물 자원은 자원의 분포와 이용 패턴을 중심으로 연구되어왔다. 초기 연구에서는 자원을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물리적 대상으로 간주하고, 자원의 지리적 분포와 개발 가능성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다(Wescoat, 1991). 그러나 이후 연구에서는 자원이 단순히 자연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경제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즉, 광물의 가치는 본질적으로 물리적 속성에 내재된 것이 아닌, 변화 가능한 사회・경제・정치적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Zimmermann, 1933; Simmons, 1979; 1980; 1982; Bakker and Bridge, 2006; Bridge, 2009).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핵심 광물은 이러한 특징이 더욱 두드러진다. ‘핵심’이라는 말 자체가 나타내듯, 특정 광물이 핵심으로 간주되고 분류되는 기준은 그 광물이 이용되는 기술 체계와 산업 구조, 정치・경제적 상황 속에서 규정되며, 이는 고정된 속성이 아닌 맥락 의존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광물이 주요 자원으로 부각되는지 여부는 해당 시기의 기술 발전 수준과 산업적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가치 측정은 각국의 정책 방향과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여 동일한 광물이라도 국가의 경제 및 산업 구조, 안보 환경 등에 의해 그 중요성은 다르게 인식된다. 따라서 핵심 광물의 범주와 의미는 단일하게 규정되기보다 정치・경제적 맥락, 산업과 기술의 변화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받는 동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1) 핵심 광물의 사회적 구성
핵심 광물은 단순한 자연적 존재가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정의되는 전략적 범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Zimmermann(1933)의 자원 개념에 대한 고전적 정의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천연자원을 자연에 내재된 고정된 실체로 보는 관점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원의 정의 및 자원 개념의 성격 규정.—환경 그 자체나 환경의 구성 요소 또는 특성 자체가 곧바로 자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거나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인식될 때 그 범위 내에서만 비로소 자원이 된다(Zimmermann, 1933, 3, 저자 원문 번역).”
이러한 관점에서 자원은 물질이 아닌 사회적 구성물로 간주되며, 자원의 의미는 자연적 속성에 의해 고정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다. 이와 같은 논의는 자원론의 대명제인 ‘자원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되어가는 것’(Resources are not, they become)으로 요약되었다(De Gregori. 1987).
이러한 관점에 더해 Bakker and Bridge(2006)는 자원을 단순히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을 넘어 물질성과 사회적 관계가 결합된 사회-물질적 존재로 이해해야 함을 주장했다. 그들은 자원 연구에서 물질성을 재도입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자원과 사회의 이분법적 구분의 한계를 지적하고, 자원은 자연적 속성과 사회적 의미가 결합된 복합적 존재이며, 물질과 사회는 분리된 영역이 아닌 상호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함을 주장했다(Bakker and Bridge, 2006). 특히 자연이 자원으로 전환되는 과정은 경제-자연 네트워크(econonatural networks)를 통해 이루어지며, 자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닌, 생산되고 조직되는 과정이라는 자원론의 대명제를 다시 강조했다. 한편, Bridge(2009)는 이러한 논의를 더욱 발전시켜, 자원을 비인간 세계의 특정 요소에 가치가 부여되는 사회적 범주로 정의했다. 그는 자원이 단순한 자연물로 인식되는 것은 일종의 자연주의적 환상이며, 실제로는 자원이 문화적, 경제적 평가의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즉, 어떤 물질이 자원이 되는지는 물질의 물리적 속성보다 사회적 필요와 기술 체계 속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에 의해 결정되며, 이러한 점에서 자원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Bridge, 2009). 이와 더불어 Bridge(2010; 2013)는 자원의 형성 과정을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자원이 정치, 영토, 국가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는 점을 밝혔다. 즉, 자원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상을 넘어 국가 정책 및 영토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정치적 산물이며, 이 과정에서 국가는 자원의 정의와 통제, 분배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자원 문제는 곧 권력의 문제로 연결된다(Bridge, 2013; Wijaya and Jayasuriya, 2025). 따라서 자원이 특정 지역에 존재하더라도, 그 가치와 영향력은 글로벌 생산 및 유통 네트워크 속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유경식・구양미, 2025; Bridge, 2008; Coe et al., 2025).
사회적 구성물로서 자원을 바라보는 관점은 핵심 광물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핵심 광물은 특정한 물리적 특성이나 희소성만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닌, 산업 구조와 기술 체계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획득한 자원이다(오수현, 2024; Yoshimatsu, 2026). 표 1의 주요 국가별 핵심 광물의 정의에 따르면, 특정 광물이 핵심 광물로 분류되는 기준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경제적 중요성으로, 해당 광물이 산업 발전과 기술 혁신 등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 전략적 중요성이 높이 평가된다. 둘째, 공급 위험으로, 특정 국가에 생산이 집중되거나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우 공급 위험성이 증가한다. 이러한 기준은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평가 틀로 이해되지만, 실제로 국가별 정치・경제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고 적용된다. 즉, 경제적 중요성과 공급 위험은 단순한 경제적 지표가 아닌, 국가 산업 전략, 기술 수준, 수입의존도, 지정학적 위치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구성되는 개념이며, Zhou and Månberger(2024)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각국의 핵심 광물의 정의와 목록은 과학적 분석 결과가 아닌, 정책적 선택과 전략적 판단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표 1.
주요 국가의 핵심 광물 정의
출처:산업통상자원부(2023); Zhou and Månberger(2024)를 바탕으로 저자 작성.
종합하면, 핵심 광물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물질적 자원이 아닌, 기술과 산업,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규정된 관계적이면서 동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특정 광물의 ‘핵심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닌, 국가의 전략적 판단과 글로벌 공급망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핵심 광물은 단순히 어디에 존재하는가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생산되고, 누가 통제하며,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이동하는가의 지리학적 문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글로벌 핵심 광물 지정 현황과 지리적 함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핵심 광물은 자연적 속성에 의해 고정적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닌, 당대의 기술 체계, 산업 구조,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점은 각국이 핵심 광물을 어떻게 정의하고 지정하는지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국가별 핵심 광물 목록은 단순한 자원 목록이 아닌, 각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와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정책적 산물로 볼 수 있다.
주요 국가들은 자국의 산업 구조와 안보 환경을 반영하여 서로 다른 기준과 범위를 바탕으로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있다(김영귀 등, 2024). 표 2는 주요 국가들의 핵심 광물 지정 현황을 나타내는 자료로, 각국의 산업 구조와 전략적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정책적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를테면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텅스텐 등은 다수 국가의 핵심 광물 목록에 공통적으로 포함되는데, 이는 에너지 전환과 첨단 제조업이라는 글로벌 산업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가별 핵심 광물 지정을 통해 드러나는 산업 기반과 전략의 방향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은 이차 전지, 반도체, 정밀 제조 중심의 산업 구조를 반영하여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배터리 소재와 갈륨, 인듐, 게르마늄과 같은 전자・반도체 소재를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김규판 외, 2024). 이는 두 국가가 원자재 생산보다 첨단 제조 및 소재 산업에 기반한 다운스트림 가치사슬에 강점을 보이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희토류, 텅스텐, 탄탈륨과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를 포함하는 점은, 이들 국가가 항공우주, 방위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공급망 확보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Yoshimatsu, 2026).
표 2.
주요 국가의 핵심 광물 목록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2023), 중국은 김주혜・양평섭(2025), 일본은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Critical Minerals Policy Tracker, 미국은 U.S. Geological Survey 2022 List of Critical Minerals, 영국은 UK Department for Business&Trade Vision 2035: Critical minerals Strategy, 유럽 연합은 European commission Fifth list 2023 of critical raw materials for the EU를 참조하여 저자 작성함.
한편, 중국도 거의 모든 산업군에 걸쳐 광범위한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있으며, 이 역시 산업 수요 대응을 넘어 국가 전략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핵심 광물 정책은 국내 자원의 개발과 재자원화 그리고 해외 광물 자원의 확보라는 이중 구조로 전개된다(김주혜・양평섭, 2025). 국내적으로는 희토류, 텅스텐, 몰리브덴, 마그네슘과 같은 주요 광물에 대한 생산량 제한, 수출 쿼터, 환경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공급을 관리하고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수출 통제는 단순한 자원 보호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교섭력을 확보하고 자국 산업에 우선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 해외 진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중남미 등 자원 부국을 대상으로 광산 개발 투자, 지분 인수, 장기 공급 계약 등을 통해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원자재 확보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최원석 등, 2025). 특히 배터리 소재인 리튬, 코발트, 희토류 관련 자원에 대한 해외 투자 확대는 에너지 전환 산업에서의 주도권 확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와 같은 중국의 핵심 광물 전략은 핵심 광물을 매개로 글로벌 공급망과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지경학적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권 국가들도 한국, 일본, 중국과 비슷한 핵심 광물 지정 현황을 보인다. 이차 전지, 반도체, 우주항공 산업 등과 직결된 광물들을 포함하고 있어 첨단 산업뿐 아니라 군사와 국가 안보까지 고려한 핵심 광물 지정 배경을 파악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국가의 핵심 광물 목록이 초기 지정에 비해 늘어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핵심 광물 목록은 2018년 35종에서 2022년 50종으로, 유럽 연합은 2011년 14종에서 2020년 30종으로 증가했다(산업통상자원부, 2023). 핵심 광물 목록은 각국이 주기적, 탄력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핵심 광물 지정 현황은 단순한 자원 목록 차원을 넘어, 각국이 글로벌 산업 구조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어떠한 전략적 목표를 추구하는지 반영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핵심 광물 지정 확대는 국제 관계에서 비경제적 요인들이 부상함에 따라 핵심 광물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핵심 광물의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첫째, 특정 국가에 편중된 생산 및 정련 구조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다. 특정 국가가 생산과 가공을 동시에 장악하는 경우, 해당 국가는 광물 공급자가 아닌, 글로벌 산업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행위자로 기능하기 때문에 주요 산업국들은 우방국 중심 공급망(friend shoring)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둘째, 이러한 공급망 다변화는 단순한 조달 경로 확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공간적 재구성으로 이어진다. 전통적으로 광업 가치사슬은 자원 보유 지역에서의 채굴과 선광 등의 저부가가치 활동, 그리고 기술 및 자본이 집중된 지역에서의 정련과 가공 등의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분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핵심 광물을 둘러싼 경쟁은 자원 확보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직적 재편으로의 공간적 재구성이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초국적 기업들은 기존 경제성 하락으로 폐광한 자원 생산지를 다시 전략적 재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행위 속에서, 과거 경제성 상실로 폐광한 광산들은 정치적 안정성, 제도적 신뢰, 동맹 기반 공급망이라는 비경제적 기준 하에서 재투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굴-정련-가공을 통합하려는 수직적 재편과 더불어, 새로운 생산 거점의 가동과 신규 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망의 지리적 재배치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는 핵심 광물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비용과 효율성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공급망 안정성과 전략적 통제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핵심 광물의 경제지리학은 ‘어디에 존재하는가’의 자원 분포 문제를 넘어 ‘어떠한 관계 속에서 조직되고 어떤 방식으로 재배치되는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앞서 논의한 ‘자원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되어가는 것’이라는 자원론의 명제와 맞닿아 있으며, 오늘날 핵심 광물의 의미와 범주는 경제적 효용성과 지정학적 긴장, 그리고 기업 투자 및 생산 전략이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다.
3. 핵심 광물 텅스텐의 글로벌 가치사슬
텅스텐은 핵심 광물의 물질성과 사회적 구성, 그리고 국가별 전략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핵심 광물 사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텅스텐은 비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는 광물로, 텅스텐의 물리적 특성과 대체 불가능성으로 항공우주, 방위산업, 반도체 장비 등 국가 및 경제 안보와 관련된 산업에서 필수 소재로 사용된다. 또한, 특정 국가에 편중된 생산 구조와 정책적 개입은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 핵심 광물에 대한 국가 간 긴장 관계를 야기한다. 따라서 글로벌 텅스텐 공급과 가격은 수출 통제, 자원 민족주의, 군사적 긴장 등 지정학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왔으며, 이에 텅스텐은 단순한 산업 원료를 넘어 국가 전략 자원이 되었다.
1) 텅스텐의 전략적 가치와 글로벌 가격 변동
텅스텐은 금과 유사한 수준의 밀도를 가지고 있으며, 녹는점이 약 3,500℃에 달해 낮은 열팽창 계수로 대표적인 내열・내화 금속이다. 텅스텐이 음이온과 결합하여 형성되는 텅스텐 카바이드(Tungsten Carbide)는 그 경도가 다이아몬드에 근접하며, 이러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으로 고온・고압 환경과 극한 마찰 조건에서 사용되는 특수 산업 소재이다(정도현 등, 2023). 텅스텐의 산업적 이용 형태는 텅스텐 카바이드(약 54%), 텅스텐 합금 및 초내열 합금(27%), 금속 텅스텐 제품(13%), 기타 화학 화합물(6%)로 구성된다(Peter and Teresa, 2011).1) 특히 초경합금 형태인 텅스텐 카바이드는 금속 가공 공구, 드릴 장비 등에 사용되며, 항공기 엔진, 탄약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부품 가공에 활용된다. 텅스텐은 몰리브덴, 티타늄 등으로 일부 대체가 가능하나, 이는 성능 저하나 비용 증가를 수반하기 때문에 대체 가능성이 작아 주요 산업 국가에서 전략적 핵심 광물로 지정되었다.
20세기 이전까지 텅스텐의 산업적 이용은 제한적이었으나, 산업혁명 이후 초중장갑(超重裝甲) 군함, 관통탄,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텅스텐의 수요는 급격히 증가했고, 냉전기 군수 산업과 중공업의 성장으로 텅스텐은 대표적인 산업 필수 광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영하여 역사적으로 텅스텐 가격은 주요 지정학・지경학적 사건과 연동되어 가격 변동이 큰 폭으로 나타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그림 1은 1900년부터 약 100년 동안의 텅스텐 가격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제1차세계대전(1915-1918), 한국전쟁(1951-53) 등 주요 군사 사건과 1970년대 자원 위기, 2005년 이후 중국 수출 규제 등 주요 경제 변동과 연동되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Foucaud et al., 2020). 1980년대 이후로는 중국이 대규모 텅스텐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제 시장 가격은 하락 및 안정세를 보였지만, 2005년 중국이 텅스텐 수출 쿼터를 도입하면서 국제 가격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0년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무역 갈등 등 주요 지정학・지경학적 긴장의 고조에 따라 그림 2와 같이 텅스텐 가격은 급등하여 전략적 가치도 증가했다. 이와 같이 텅스텐의 가격 변동은 단순히 시장 수급 및 경제 원칙이 아닌, 비경제적 요인들에 따른 주요 생산국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크게 영향받아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텅스텐의 불안정한 가격 변동과 외부요인 민감성은 각국에서 텅스텐 탐사와 광산 개발에 관한 관심을 재점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주요 산업국들은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부터 저가 중국산 텅스텐의 대량 공급으로 유럽과 북미의 다수 광산은 경제성을 상실하여 폐광했고, 한국의 주요 텅스텐 광산인 강원도 영월군의 상동광산도 1992년 폐광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중국은 글로벌 텅스텐 공급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고,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의 지리적 편중 구조가 탄생했다.
2) 편중된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과 한국 텅스텐 산업의 위치
광업 가치사슬은 일반적으로 탐사・개발・채굴 등의 추출 활동과 선광・제련・가치 증진으로 이어지는 가공 활동으로 구분된다(Sigam and Garcia, 2012). 추출 활동은 자원 발견을 위한 탐사에서 시작하여 광산 및 인프라 건설을 포함하는 개발, 그리고 실제 광물을 채굴하는 광업 단계로 이어지며, 이 단계들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지역 내에서 수행된다. 반면, 가공 활동은 선광・제련・가치 증진 단계로 구성되며, 추출 활동과 달리 자원 보유국이 아닌 기술・자본 집약적 국가나 기업에 의해 수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즉, 광업 가치사슬은 저부가가치의 추출 활동이 자원 산지에 집중되는 반면, 고부가가치의 가공 활동은 기술력과 산업 인프라를 갖춘 별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지리적 분업 구조를 본질적으로 내포하고 있다(Sigam and Garcia, 2012). 각 단계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과 투자 규모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며, 일반적으로 가공 활동으로 이행할수록 부가가치는 높아지지만, 자원 보유국의 직접적 통제력은 약화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텅스텐의 가치사슬은 그림 3과 같이 채굴, 선광, 화학 정련(APT 생산)2) 공정을 포함한 원료(광물) 가공 단계, 분말 및 탄화물 제조를 포함한 소재화 단계, 그리고 최종 부품/제품 제조 단계로 구성된다. 각 단계는 요구되는 기술 수준과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크기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APT 생산과 초경합금 제조 단계는 기술 집약도가 높고 가치사슬 내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구간에 해당한다. 반면, 채굴・선광 단계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지만, 자원의 물리적 편재성과 영토적 접근 통제라는 특성상 국가의 개입이 절대적으로 나타나는 구간이기도 하다. 텅스텐은 채굴 및 선광 과정에서 최대 약 40%의 물질적 손실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광을 APT로 전환하는 정련 공정까지 자원 생산국에서 수행된다는 점에서 특징적인 공급망 구조를 보인다(Leal-Ayala et al., 2015). 특히 정광에서 APT로 전환되는 화학 정련 단계는 텅스텐 가치사슬의 병목 지점으로, 텅스텐의 산업적 핵심 공정이다. 즉, APT 생산공정에 대한 지배력은 단순한 생산 집중을 넘어, 글로벌 텅스텐 가치사슬의 흐름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적 권력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비연료 광물 자원 채굴업에서 자원 보유국은 접근권・납세・안전・환경 등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규제자인 동시에, 실질적인 생산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운영자로 이중적 역할을 수행한다(구양미 등, 2015). 중국이 APT 생산까지의 지배력과 통제력을 행사한다는 점은 글로벌 텅스텐 가치사슬의 지리적・국가 권력적 편중 구조를 심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현재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은 중국을 중심으로 편중된 형태를 보인다.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채굴에서 APT 정련, 분말 및 탄화물 가공에 이르는 원료 가공과 소재화 단계를 수직 통합한 기업 체계를 구축하여 전 세계 공급량의 약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대부분의 광물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추출 활동과 가공 활동이 지리적으로 분리되는 것과 달리, 텅스텐의 경우 중국은 이 두 단계를 모두 장악함으로써 일반적인 분업 구조 자체를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광물 자원과 구별되는 독보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구양미 등(2015)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비연료 광물 자원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통합과 집중을 핵심 전략으로 채택하며, 특히 수직 통합 기업은 탐사・채굴・가공・유통 모든 단계에 걸쳐 활동함으로써 공급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국영 초국적기업을 전면에 내세운 해외 광산 인수・합병과 수출 쿼터・관세 조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이 전략을 국가 차원에서 실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글로벌 텅스텐 시장에서의 가격 형성력과 공급 조절 능력이 사실상 중국에 집중된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이와 같은 텅스텐 구조는 국제 무역 네트워크에서도 나타난다. 텅스텐의 약 96%는 아시아 지역에서 북미・유럽 지역으로 이동하며(Tang et al., 2022), 북미・유럽권 국가들은 중국에서 수입한 텅스텐 소재를 최종 제품으로 가공하여 재수출한다. 텅스텐 공급망이 중국에 집중된 점은 생산지-소비지 간의 공간적 불균등성과 운송 및 물류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이는 공급 교란 시 수요국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과 리스크를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이러한 편중된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 구조 속에서 전형적인 중간재 가공 수요국의 위치에 놓여 있다. 표 3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의 산화텅스텐 수입 중 대중국 비중은 89.4%, 탄화텅스텐은 90.3%, 페로텅스텐은 100.0 %에 달한다. 이는 한국이 초경공구 및 절삭공구 등 최종 제품 제조 부문에서 일정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원료 및 소재를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한 채 가공 후 제3국으로 수출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은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공급 통제가 현실화될 때 즉각적인 위협요인으로 전환된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2025년 2월 텅스텐을 이중용도 품목 통제리스트에 등재하여 수출 허가 절차를 강화했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같은 달 긴급 산업 공급망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수급 동향 모니터링에 착수했다(산업통상자원부, 2025). 당시 국내 텅스텐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85%에 달하는 상황으로, 이 사례는 텅스텐 채굴 및 소재화 공정이 없는, 최종 제품 생산 특화 구조가 외부 공급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가 텅스텐으로 본격 확대될 경우 국내 제조업 공급망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텅스텐 산업은 가치사슬 후방 제조 역량과 가치사슬 전방 원료 조달 취약성이 공존하는 비대칭적 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4. 영월군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의 지리적 함의
공간적으로 편중된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의 재편을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국내 텅스텐 광산의 재가동이다. 강원도 영월군의 상동광산은 과거 세계 최대 텅스텐 생산지 중 하나로 기능했으나 1990년대 광물 가격 하락과 채산성 악화로 폐광된 이후 수십 년간 방치되어 왔다. 최근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기업 주도로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원 개발을 넘어 편중된 텅스텐 글로벌 가치사슬의 구조적 재편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텅스텐 수요국이 비경제적 위협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1) 상동광산의 전략적 재발견
한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텅스텐 생산국이었으나, 1980년대 중국산 저가 텅스텐의 대량 공급으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상동광산은 1992년 폐광에 이르렀다. 당시 국내 중석 생산 원가는 중국산의 3배를 웃돌았으며, 이에 따라 대한중석은 채광을 포기하고 초경합금 등 고부가가치 가공 부문으로의 전략적 전환을 선택했다(한종범, 1992). 이는 단순한 개별 광산의 경영 실패가 아닌, 중국이 수출 장려 정책과 저가 공급을 통해 글로벌 텅스텐 시장에서 지배적 가격 형성력을 구축해 나가던 당시 중국 텅스텐 수출 정책 변화와 맞물린 결과였다(Zhu et al., 2019). 이후 1994년 당시 한국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대한중석이 거평그룹에 매각되었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거평그룹이 해체되면서 광업권은 수차례 외국 기업에 이전되었고 실질적인 개발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장기 공백이 이어졌다.
약 30년간 휴광 상태였던 상동광산은 2015년 캐나다 광산 개발 기업 알몬티 인더스트리즈(Almonty Industries)가 광업권을 인수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는데(Wheeler, 2016), 이는 단순한 투자 행위가 아닌 핵심 광물을 둘러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의 일부로 이해해할 수 있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상동광산 인수 이후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자본 투입을 시작해 10년간 1,8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며 4.3km의 갱도를 신설하고 선광 설비를 단계적으로 구축했으며, 2026년 3월 선광장 준공식을 개최하면서 32년 만에 상동광산 재가동을 공식화했다(이재현, 2026). 이 프로젝트는 광산 운영 주체인 캐나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 재가동 자금을 대출한 독일 국영은행 KfW-IPEX, 텅스텐의 주요 구매국인 미국, 그리고 시추・탐광에 국고를 지원한 한국 정부가 참여하는 다국적 프로젝트이다(박성현, 2025).
이와 같이 상동광산이 전략적으로 재발견・재평가된 핵심 요인은 글로벌 공급망 구조의 변화에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와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 속에서 비중국 공급원의 전략적 가치가 두드러졌고, 세계 최대급 텅스텐 매장량과 높은 광석 품위를 보유한 상동광산은 단순한 폐광에서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의 잠재적 거점으로 재평가되었다. 특히 한국이 제공하는 정치적 안정성, 산업 인프라, 동맹 기반 무역 환경은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지정학적으로 신뢰 가능한 투자처로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평가된다(Wheeler, 2025). 즉,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특정 기업의 전략적 판단을 거쳐 개별 광산이라는 구체적 공간으로의 투자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투자 전략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지리적 함의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상동광산 투자 전략은 세 가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다. 텅스텐은 생산과 정련 과정이 중국에 집중되어 공급망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존재하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 전략이 강화되면서 안정적인 대체 공급원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포르투갈 파나스케이라 광산과 함께 상동광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함으로써, 지리적으로 분산된 비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 중국의 수출 통제나 공급 교란 시에도 안정적인 생산 역량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을 구체화하고 있다(Almonty Industries, 2025).
둘째, 가치사슬 재편과 수직 통합의 확장이다. 텅스텐 산업은 단순 채굴・선광 단계의 부가가치가 낮은 반면, APT 생산・텅스텐 분말 제조・초경합금 가공으로 이어지는 중간재 공정 단계에서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중국은 중간재 가공 단계까지 수직 통합함으로써 가격 형성력과 공급 조절 능력을 동시에 보유한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단순 정광 생산에 그치지 않고 비중국 기반의 정련・가공 역량을 갖춘 수직 통합 체계 구축을 전략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선광장 준공과 함께 연간 4천 톤 규모의 산화텅스텐 제련공장 건설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이재현, 2026). 이는 중국이 독점해 온 가치사슬 중간 단계를 비중국 공간에서 재구성하는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지정학적 안정성과 동맹 기반 공급망 구축이다. 미국 국방부은 텅스텐을 전략 비축 광물로 지정하고 있으며, 2027년 1월 1일부터 중국・러시아 등에서 채굴・정련된 텅스텐의 방산 조달을 전면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하고 있다(DFARS 252.225-7052). 정치적 안정성과 첨단 제조업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한국은 이러한 지정학적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으며, 알몬티 대한중석이 상동광산 생산분을 미국 방위산업에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은 한국이 동맹 공급망 네트워크의 전략적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투자 전략은 단순한 경제적 수익 추구를 넘어,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의 전략적 역량 조정과 외부 구조적 조건의 결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의존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글로벌 수준의 구조적 전환 속,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비중국 공급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결과이자 동시에 수직 통합 전략은 가치사슬 내 지위를 채굴에서 가공 단계로 확장하려는 역량 구축의 시도이며, 동맹 기반 공급망 구축은 방산 조달 규정 변화라는 제도적 환경을 전략적 기회로 전환한 결과이다. 이 세 가지 전략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는 지정학적 긴장・제도적 변화・기업 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촉발된 복합적 사례이다.
이와 같이 천연자원을 매개로 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재구성은 단순히 자원의 이동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기술・제도가 특정 로컬 공간의 자원・제도적 환경과 결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광업은 제조업과 달리 물리적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고정 자산을 통해 생산 활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상동광산의 재가동 프로젝트는 새로운 입지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이 아닌 기존에 존재했던 자원의 전략적 가치가 외부 조건의 변화로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Bridge(2008)의 논의와 마찬가지로, 알몬티 인더스트리즈의 투자 결정이 상동광산이 보유한 자원 조건과 결합하면서 30년간 폐광으로 방치되었던 광산이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결론적으로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는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이 특정 기업의 전략적 판단을 거쳐 특정 로컬 공간의 산업적 위치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로, 핵심 광물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 기업 투자 전략 변화와 로컬 공간의 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리적 함의를 지닌다.
5. 결론
본 연구는 핵심 광물을 단순한 물리적 자원이 아닌, 사회, 정치, 경제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는 존재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는 핵심 광물을 자연적 실체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자연적 물질성과 사회적 요소가 결합된 구성체로 볼 것인지의 문제로 직결된다. 만약 광물을 단순한 물리적 실체로 이해한다면 ‘핵심’ 광물이라는 개념은 성립하기 어렵다. 특정 광물이 핵심으로 지정・분류되는 것은 그것의 물리적 특성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 기술 체계, 국가 전략,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전략적 의미가 부여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핵심 광물은 고정된 자연 자원이 아닌, 특정 시기와 공간 속에서 그 의미와 중요성이 변화하는 동적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텅스텐 사례는 핵심 광물의 글로벌 가치사슬이 지정학・지경학적 긴장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잘 보여준다. 텅스텐의 가격 변동은 단순한 시장 수급이 아닌, 전쟁, 자원 정책, 수출 규제 등 외부 동인에 크게 영향받아 왔으며, 이는 핵심 광물이 경제적 대상이자 동시에 정치적 대상임을 시사한다. 또한 텅스텐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은 특정 국가에 생산과 정련이 집중된 구조를 보이며, 이러한 공간적 편중은 공급망 리스크와 국가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 확보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핵심 광물 글로벌 가치사슬의 공간적 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업 구조의 변화가 아닌, 자원의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지는 지리적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의 상동광산 재가동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주요 국가들의 제도와 정책 변화는 상동광산을 폐광에서 전략 자산으로 전환시켰고, 이러한 가치 재조명은 결과적으로 글로벌 기업의 투자 전략 수정으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의 지리학은 자원 분포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자원이 어떠한 정치・경제적 관계 속에서 생산되고 이동하며 소비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즉, 핵심 광물은 자연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구성된 대상이며, 그 의미는 글로벌 가치사슬과 지정학적 환경의 변동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된다. 따라서 핵심 광물 연구는 단순한 자원 관리나 산업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 국가 전략, 지역 경제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주요한 분석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본 연구는 텅스텐을 비롯한 핵심 광물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동의 역동성과 그로 인한 국가와 지역 단위에서의 정책적・제도적 실천을 담아내지 못한 한계점이 있다. 특히 첨단 기술 및 산업 확산, 에너지 전환 등의 상황에서 핵심 광물의 중요성과 가치사슬 재편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중심 공급망 분석, 글로벌 기업-지방 정부 간 제도적 결합과 능동적 역할 분석은 후속 연구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이는 핵심 광물의 지리학적 분석이 국제 정치・경제 공간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글로벌 요인이 로컬 경제와 산업을 재구성하는 과정까지 포괄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확장성을 지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