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이론적 배경
1) 선박 모빌리티의 구성과 접근 방법
2) 감염병 상황에서의 경계화 실천과 생명정치
3.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의 발생과 전개
4. 미시적 공간의 모빌리티 정치와 선박의 모빌리티 환승
1) 선박 내 미시적 모빌리티: 승무원-승객의 다차원적 관계와 선박의 공간성
2) 선박의 거시적 모빌리티: 기항지의 사회공간적 재구성과 육지-바다의 관계성
5. 이동의 통제와 권력 실천의 생명정치
1) 감염병 차단과 국가 경계의 질서화
2) 감염병 관리와 선박 내부 공간의 정상화
5. 결론
1. 서론
본 연구에서는 2020년 초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Diamond Princess)1)1)에서의 COVID-19 집단감염 사례를 모빌리티와 생명정치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양 영역에서 전개되는 모빌리티와 부동성(immobility)의 정치를 파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즉, 감염병의 발생, 전파, 관리 등의 문제를 해양 이동과 선박 모빌리티가 생산하는 사회공간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해하고, 부동성의 생산을 경계화 과정 및 생명정치적 통치성에 내재된 권력관계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는 감염병 관리에 있어 충분한 의학적 지식과 병리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에 더해 다층적 행위 주체의 상호작용 및 법・제도, 기술, 사물 등의 총체적 배치와 구성, 그리고 이들의 관계에서 배태되는 경험과 정서적 감응(affect)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대형 크루즈 여객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COVID-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하려는 조짐을 보인 2020년 1월 말이었다. 여객선에서 약 1개월간 지속된 집단감염으로 총 탑승인원 3,711명 가운데 712명의 확진자와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WIRED, 2020년 4월 30일자). 방역은 실패로 평가되었고 감염병 관리와 검역 체계상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논의와 비판을 남겼다. 특히 신종 바이러스의 정확한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박의 정박지 검역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며 효율적이었는지, 검사 대상과 시기가 적절하였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다(박승현, 2020; Nakazawa et al., 2020; Tokuda et al., 2020).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은 이동하는 여객선에서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이동 과정에서 여러 국가의 항구에 정박을 하고 이 과정에서 정박 국가에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는 점에서 감염의 확산 공간이자 매개체로서의 선박 자체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같은 대형 크루즈선은 그 자체가 하나의 미시 공간으로 존재하기에 그 공간적 의미에 대해서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미시적 관점에서 선박 내부 공간의 의미를 승무원과 탑승객의 이동과 실천, 이를 통해 생산되는 모빌리티 정치를 통해 파악하고, 거시적 관점에서 선박 모빌리티의 동기, 패턴, 경로 등에 주목하여 다수의 국가와 도시로 이동하면서 생산되는 선박 모빌리티의 의미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동시에 이러한 미시적・거시적 모빌리티가 COVID-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이라는 사건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모빌리티 관점은 물리적 이동과 그 의미에 대한 탐색을 통해 사회적 관계의 생산과 공간적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는데(박준홍 등, 2021; 이용균, 2019), 특히 권력이 생산・분배되는 과정과 방식을 파악하는 데에도 유용하다(Cresswell, 2010, 21). 무엇보다도 인간과 자연, 시간과 공간, 유동성과 부동성 등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어 온 요소들을 동시에 고려하고 종합할 수 있는 인식론을 제공한다(이용균, 2015). 이와 함께 선박 모빌리티(mobilities of ships)에 대한 분석은 육상으로 한정되었던 모빌리티 연구를 해양으로 확장시키고, 육지-바다의 분리・통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킨다(박준홍・정희선, 2022). 따라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을 모빌리티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것은 의료적 해석이나 방역의 관점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층위의 사회공간적 상호작용, 모빌리티・부동성을 둘러싼 권력의 작동과 실천, 해양과 육지의 관계성 등 보다 다양한 논의를 가능하게 한다.
COVID-19 팬데믹은 모빌리티 연구에서 부동성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켰는데, 이는 순환의 문제와 생명정치(박위준, 2020),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차별화(박준홍 등, 2021), 신체의 통제와 재경계화(길광수・이용균, 2022; 박준홍・정희선, 2021b) 등 사회공간적 주제를 통해 분석이 이루어졌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례는 모빌리티와 결합된 사회공간적이며 사회정치적 문제를 유발하였기 때문에 전 세계적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전개된 출입국 관리와 경계화의 실천 측면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선박의 이동과 선박에 탑승한 승객들의 하선과 입국은 감염병 관리, 더 나아가 국가 안보와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진 것인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의 격리와 계류는 일본 정부의 감염병 정책과 출입국 통제 조치에 따른 결과였으며, 이러한 점에서 모빌리티와 부동성은 경계화 과정, 그리고 생명에 대한 관리 및 통제의 권력을 생산하는 생명정치와 연결된다.
본 연구에서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COVID-19 발발, 그리고 기항지를 통한 육지로의 감염 확산이라는 사건을 크루즈의 모빌리티와 국가의 생명정치를 통해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이를 위해 모빌리티 및 생명정치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토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 일본 정부의 보고서 등을 수집하여 검토하였다. 또한 감염병 발생 당시의 시공간 통제 및 선박 격리 상황, 탑승객과 승무원 등의 경험과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두 편의 다큐멘터리 ‘COVID-19: The Inside Story Of The Diamond Princess Coronavirus Infection/Outbreak Onboard(CNA Insider, 2020)’와 ‘The Covid Cruise(CBC, 2020)’의 내용을 참고하였다.
본 연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빌리티 관점을 선박 및 선적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감염병 상황에서 작동하는 경계화의 실천과 생명정치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둘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의 발생과 전개 과정을 검토하였다. 셋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선박 모빌리티를 선박 내 이동과 선박의 이동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미시적 관점에서 선박 내 사회적 관계와 선박의 공간성을, 거시적 관점에서는 모빌리티 환승과 기항지의 공간적 재구성에 대해 논하였다. 넷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이동에 대한 통제, 즉 부동성의 생산 및 관리 방식을 경계화 과정과 생명정치의 측면에서 재해석하였다.
2. 이론적 배경
1) 선박 모빌리티의 구성과 접근 방법
모빌리티 연구는 이동 주체의 물리적 위치 변동 과정에 수반되는 의미와 실천, 재현에 주목하는데(이용균, 2015; Cresswell, 2010), 이동을 단순한 위치 변환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보고 해석한다(Urry, 2004). 이는 정주주의적 사고에 대한 대안으로서, 다양한 방식의 이동과 관계성을 통해 (재)구성되는 공간과 그 의미를 탐색하는 인식론과 방법론을 제시한다(박준홍 등, 2021; 이용균, 2019). 모빌리티의 관점은 시간과 공간, 유동성과 부동성을 동시에 결합시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공간・장소・지역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기존의 결정론적이고 거대담론에 의존하는 설명 방식을 탈피하고자 하는 관계성의 지리학(relational geography)을 지향한다(이용균, 2015, 156-157).
모빌리티를 고찰한 대부분의 연구들은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 육지에서의 교통수단을 중심으로 이동의 흐름과 부동성을 분석하였지만, 항해는 비교적 최근까지 그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박준홍・정희선, 2022; Anim-Addo et al., 2014). 그 이유는 자본주의의 맥락 속에서 해양 공간이 이동을 지연시키는 물리적 장벽으로 여겨져 왔으며(Peters, 2014, 416-417), 시공간 압축의 시대에 저속으로 이동하는 선박은 시대에 뒤처진 과거의 이동 수단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Peters, 2010, 1263). 국내 인문지리학계에서도 해양에 대한 관심은 관광 개발, 지명에 대한 갈등, 은유적 의미 등으로 상대적으로 한정적이고, 선박은 교통지리학과 도시지리학 분야에서 물류・통상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강조되었다(박준홍・정희선, 2022, 88). 문제는 이와 같은 관점에서 해양이 정적이고 추상화된 공간으로 상정되고 해상에서의 구체적인 이동이나 관계는 고려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해양은 여전히 선박의 항해, 정박, 표류 등과 같은 이동과 부동성을 유발하는 권력관계가 작동하는 공간으로서, 정치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Peters, 2010, 1266). 또한 선박이라는 미시적 공간이 지닌 의미, 그 내부에 존재하는 해양문화와 사회적 실천 등은 육지와는 상이한 장소에 대한 새로운 지식 탐구의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해상을 항해하는 선박의 물리적 이동과 의미・실천 등을 분석하는 것은 해양 공간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데에도 일조한다(박준홍・정희선, 2022).
선박 모빌리티 연구의 접근법은 다양한데(Anim-Addo et al., 2014; Birtchnell and Urry, 2015), 박준홍・정희선(2022)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을 강조한다. 첫째, 선박이 사회공간적으로 구성되는 과정과 선박 내부의 미시적 모빌리티 정치에 대한 이해이다. 이는 선박 내 사회문화적 실천과 미시적・거시적 이동의 정치가 만드는 선박의 공간적 의미에 대한 탐색과 관련된다. 선박 공간은 육지 사회와는 다른 대안적 질서와 정체성이 형성되는 공간으로 여겨지기도 하고(Hasty and Peters, 2012, 664), 다른 한편으로 육지 사회의 사회공간적 상호작용이 반영된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James, 2001; Pearson, 2010). 즉, 선박은 맥락의존적 공간인 셈이다(박준홍・정희선, 2022, 94). 선박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상태에 있으며, 그 의미에 영향을 주는 것은 특정한 사건이나 다양한 관계, 그리고 실천이다. 예를 들어 1919~1955년 영국 선박의 여성 승무원과 여성 승객 간의 다양한 관계를 설명하고자 한 Stanley(2008)의 연구에서, 이들의 관계는 미시적인 차원에서 가정부와 여주인(maid-mistress), 안주인과 방문객(hostess-visitor), 그리고 감시자와 피감시자(warder-inmate), 혹은 돌봄주체와 돌봄대상(carer-caree)으로 존재하지만, 거시적 이동의 차원에서는 선박에 탑승하여 타 지역을 방문하는 공동 모험의 소비자(co-venturing consumers)로서의 정체성으로 설명되기도 하였다.
둘째, 선박 이동의 흐름과 해양-육지의 관계성에 대한 탐색이다. 선박 모빌리티는 해양에서의 움직임과 의미에 대한 분석을 필요로 하지만 물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항지와 항구와의 관계 속에서 육지와의 연결성・접근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항구의 주요 기능은 선박 이동에 필요한 급수・급유 등이지만 이와 동시에 다른 이동 방식으로의 환승도 포함한다. 대표적으로 사물의 이동에 초점을 둔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는 육상과 해상 모두에서 이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상호연결성이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Martin, 2013). 이 외에도 선박 모빌리티에 의한 해양과 육지의 통합이나 분리는 과거 석탄보급소에 의존했던 증기선과 같은 선박 이동 방식의 특징(Anim-Addo, 2011; 2014)과 선박에 의한 관광 모빌리티로 유발되는 지역의 변화(Sheller, 2009) 등을 통해서도 설명된다(박준홍・정희선, 2022).
셋째, 선박의 부동성에 대한 분석이다. 모빌리티 관점은 이동 주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이동하지 못하게 되는 부동의 상황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선박의 부동성이 유발되는 상황은 선박을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들의 연결 관계에서 비롯되는데, 가령 바다의 해류와 조수, 바람 혹은 생물・미생물의 이동과 같은 해양 자체의 물질적 특성(Jones, 2011), 선박의 기술적 결함이나 승선원 관리의 부재와 같은 인적 요인(Cresswell and Martin, 2012), 그리고 해양 이동 및 선박에 관한 국가적・국제적 차원의 법・제도적 장치(Hallaire and Mckay, 2014; Peters, 2014) 등이다(박준홍・정희선, 2022, 97-98). 물론 이와 같은 요인들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며 상호유기적인 관계에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법・제도와 관련된 부동성을 살펴보면,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선박 모빌리티(mobilities of ships)’와 ‘선적(船積) 모빌리티(shipped mobilities)’의 이질성이다(Anim-Addo et al., 2014, 338). 선박 모빌리티는 기본적으로 선박 자체의 이동을 의미하면서도 선박에 탑승한 사람・사물・자본 등의 이동을 포함하는데, 개별 국가의 법・제도에 따라 기항지와 항구 등 경계공간에서 두 가지 모빌리티는 분리되기도 한다. 특히 선박 탑승객의 이동과 정지는 출입국 관리와 경계 관리 측면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탑승객의 신원과 정체성이 고려되기도 한다(박준홍・정희선, 2022, 98). 예를 들어 생존을 위해 이동하는 난민선은 그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으며(Ashutosh and Mountz, 2012), 게이・레즈비언이 탑승한 유람선이 일부 국가에서 거부당한 사건(Puar, 2002)도 유사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선박을 통한 출입국 과정은 자동차, 기차, 항공기 등을 이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경계의 신체화’를 통해 이루어진다(이영민 등 역, 2018, 165-167).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2020년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스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의 사례를 선박 모빌리티의 관점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해양 공간과 선박 이동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고 경계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선박 모빌리티가 지닌 유용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다음 절에서는 감염병의 대규모 확산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계화의 과정을 생명정치 측면에서 검토한다.
2) 감염병 상황에서의 경계화 실천과 생명정치
COVID-19가 팬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감염병 확산 문제는 국가 내부의 통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생적 요인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요구하였다. 특히 전 지구적 감염병 확산은 개인의 질병을 국가 안보의 위협으로까지 인식되도록 만들었다(김상배, 2020). 팬데믹의 영향은 개인의 건강에서 사회의 신뢰와 규범, 경제 활동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위험을 관리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일차적인 방식은 국가 내부의 안정화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경계 관리 또한 중요한 현안으로 자리잡았다. 따라서 국가 간 이동 통제는 안전한 신체를 선별하려는 경계 안보화의 실천이자 초국적 차원에서 강요되는 신체에 대한 규율적 기술로 구현되었다. 즉, 경계로서의 신체경관(border bodyscapes)은 신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국가 경계의 질서화를 도모하기 위한 권력의 작동이자 대외적 영토 관리와 통치의 수단이 되었다(이영민 등 역, 2018, 165-166).
COVID-19 상황에서 신체 계측과 신원 관리는 기존에 존재하던 지문 검사, 홍채・안면 인식과 같은 디지털 정보의 확인과 함께 바이러스 감염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열 적외선 이미지, 그리고 체온 측정 등이 활용되었다. 또한 직접적인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개인의 신체는 다양한 형태로 범주화되고 경계 공간에서의 투과성이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가령 다양한 국가에서 개발・보급되기 시작한 COVID- 19 백신의 차이는 개인의 이동을 결정하는 새로운 ‘백신-정체성’을 만들어냈으며, 이는 개별 국가에서의 경계 관리 방식에 따른 모빌리티의 차이를 재생산하였다(박준홍・정희선, 2021b).
개별 국가의 경계 관리 방식은 감염병의 확산 정도나 문화적 배경, 정치적 요인,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COVID-19 확산 초기와 백신 보급기 등 시기에 따라서도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초기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국경을 통제하였고, 대만은 보다 강력한 봉쇄 조치를 취하였다. 한국도 출입국 통제를 강화하였지만 전면적인 국경 폐쇄는 없었다. 유럽의 경우, 쉥겐협약에 따라 회원국 간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웠기에 감염병 확산의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는데, 2022년 10월까지 26개 쉥겐협약 회원국 가운데 18개 국가가 COVID-19를 이유로 국경 통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2).2)2)
이처럼 다양한 국경 관리 방식이 적용되었는데, 본 연구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기항국이었던 일본의 감염병 대책인 ‘미즈기와 대책(水際対策)’과 검역법(検疫法)을 경계화와 연결시켜 해석해보고자 한다. 미즈기와 대책은 수변가(水際)에서 적군의 상륙을 막고 제거한다는 일본의 전쟁 전략에서 비롯되었다(Weblio辞典). 일본의 경계화 실천은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작동하는 방역 조치의 과정으로서, 국경 통과의 주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공항뿐만 아니라 항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따라서 일본의 국경 관리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에서 선박의 부동성을 생산하는 직접적인 요인이자 선박의 인간・비인간 행위자의 공간적 순환을 방해하는 조건으로 검토가 필요하다.
동시에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는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 경계의 차단뿐만 아니라 선박 내부의 탑승객들을 격리하고 관리하는 통치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특히 다양한 제도, 기술, 담론 등의 구성으로 구체화되는 Foucault의 통치성 및 생명정치 논의는 유용하다. 생명정치를 작동시키는 생명권력(biopower)은 생명에 대한 관리와 통제의 권력으로, 약탈과 죽음의 권력을 의미하는 17세기 서구권 국가의 주권권력(sovereign power)과 대비된다(심세광 등 역, 2011). 생명권력은 인간이 지닌 생물학적 요소를 권력에 포섭하려는 전략이며, 하나의 생물 종으로서의 인간, 즉 인구(population) 전체의 정상화를 통해 정치와 권력관계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강미라, 2021, 18). 그런데 권력은 단일한 실체가 아닌 다양한 제도, 분석, 전략 등의 병렬적 결합이나 위계적 종속 등의 관계맺음을 통해 생산되며(박준홍・정희선, 2021a), 그로 인해 권력에 대한 분석은 권력의 메커니즘과 절차의 총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심세광 등 역, 2011, 18-19).
Foucault는 그 출발점으로서 안전에 대한 이해와 안전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하였다(심세광 등 역, 2011). 그는 권력이 안전 확보의 과정과 결과로 구성되는 기술의 총체이며, 안전은 법체계(사법)와 규율 메커니즘, 안전장치라는 세 단계를 통해 변화한다고 주장하였다. 세 가지의 안전 확보 메커니즘은 도시라는 공간, 식량난과 같은 사건, 그리고 감염병의 사례를 통해 설명되었는데, 특히 감염병의 정상화는 COVID-19 팬데믹에 대한 국가의 대처를 재해석하는 데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사법적 메커니즘의 대표적 작동 사례로서 중세시대 한센병 환자의 추방을 들 수 있다. 그 핵심은 금지와 배제에 있었고, 한센병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의 이분법적 분할이 추방을 통해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둘째, 규율 메커니즘은 16~17세기의 흑사병 관리에 적용되었던 감시의 메커니즘으로, 통제와 격리, 그리고 허용과 금지 등의 조치를 설명한다. 감염병 환자는 특정 공간에 격리・구금되며, 질병의 치료를 위해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신체 활동 유형이 지정되었다. 셋째, 안전장치는 18세기부터 시작된 천연두의 접종이 대표적인 예로서 근본적인 문제는 천연두 환자의 수와 연령, 사망률, 접종에 따른 위험과 예방 효과율 등을 포함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상성을 찾아내고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전개된다.
주목할 점은 법체계와 규율, 안전장치 가운데 하나가 사라지면 다른 요소로 대체되며 역사적으로 계승되는 흐름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심세광 등 역, 2011, 30). 물론 안전장치에도 과거부터 존재하던 법체계와 규율적 의무가 포함되는 것과 같이 세 가지의 메커니즘은 상보적 관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는 사법 및 규율 메커니즘과는 구분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특히 순환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심세광 등 역, 2011, 102). 생명권력은 정보나 통제 수단 등 “무엇인가를 순환시키거나 순환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리고 “선순환과 악순환을 가려내는” 문제에 개입한다(심세광 등 역, 2011, 102-103). Foucault는 안전장치를 작동시키는 권력의 일반화된 체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였으며(심세광 등 역, 2011, 30), 그렇기에 Foucault의 생명정치론은 COVID-19 상황에서의 개별 국가의 방역 정책과 실천을 읽어내는 틀이 될 수 있다.
최병두(2015)는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생명정치의 측면에서 진단하면서 인구 관리를 위한 감염병 관련 지리 정보의 비공개를 비판하였는데, 이는 곧 정보의 순환을 통제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박위준(2020)은 COVID-19의 방역 모델을 안전장치와 규율 메커니즘의 작동을 통해 해석하였다. 한국식 방역 모델에서 안전장치는 지리정보기술과 컴퓨팅 기술을 이용하여 감염병과 관련된 공간정보의 순환과 정상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진단 키트의 생산과 드라이브・워크 스루 선별 진료소(Drive-Thru Screening Center for COVID-19) 운영을 통해 지속적인 검사와 순환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기술의 작동에는 국지적인 규율 조치가 포함되는데, 예를 들어 검사 결과에 따른 감염 환자의 격리와 고위험군에 대한 치료, 감염 유행 초기에 시행된 감염자의 이동 경로와 체류 장소의 방역 조치, 폐쇄 등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한국의 COVID-19 정치-역학 모델에 대한 이해는 감염병 관리의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이해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본 연구 역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의 방역 대책을 안전 확보의 메커니즘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사법, 규율, 안전 메커니즘의 공통점이 공간의 문제에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Foucault는 이 세 가지 방식이 공간을 다루는 상이한 방식에 대해 ‘도시’를 중심으로 서술하였는데(심세광 등 역, 2011), 본 연구는 선내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라는 ‘사건’에 주목하며 그 공간적 스케일이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실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입국 거부는 일본 정부의 COVID-19 대책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사법 메커니즘의 작동이며, 감염 환자와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영토 밖으로 추방하는 금기와 배제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선박의 관리는 선박이라는 미시 공간에서의 공간적 분리와 격리・통제, 그리고 치료와 같은 규율적 조치를 포함한다. 또한 선내 감염 위험군의 검사에서 시작하여 탑승 인원 대상 전수 검사를 시행하면서 선내 체류에 부적합한 비정상적 건강상태의 신체를 찾아 정상화하려 했던 시도는 안전장치 작동의 사례로 읽어낼 수 있다.3)3) 다만 일본 정부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을 다루면서 정보와 통제 수단의 순환에 초점을 두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선박은 규모가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부분적으로 밀폐된 공간을 내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밀집이 해소되기 어려운 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 사례에서와 같은 사법적 권력의 억압적인 성격을 고려한다면 Agamben의 생명정치 논의를 참고할 수도 있다(김항 역, 2009; 박진우 역, 2008). Agamben은 생명정치(biopolitics)라는 용어에서 생명(bios)을 사회적 존재를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인 ‘비오스(bios)’로 이해하고자 하였으며, 모든 생명을 의미하는 ‘조에(zoe)’와 구분하며 모든 형태의 권력에 생명이 내재해 있다고 설명하였다(김환석, 2013, 20). 그 핵심은 ‘예외 상태(state of exception)’에서 주권적 권력에 의해 추방되는, 생물학적으로는 살아 있으나 정치적・법적으로는 보호받지 못하는 ‘벌거벗은 생명(bare life)’과 ‘희생당하는 인간(homo sacer)’에 있다(양운덕, 2008). 이러한 관점에서 선박 내 집단감염은 일종의 예외 상태로, 일본 정부는 자국 영토의 보호라는 명목하에 감염 위험이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을 강제로 격리하고 배제함으로써 벌거벗은 생명으로, 그리고 선박을 수용소(camp)로 만들었던 셈이다.
그러나 본 연구가 Foucault의 논의에 보다 주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권력을 구성하는 다양한 담론과 기술 등을 사법, 규율, 안전의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방역 조치는 분명 강제적 측면을 내포하였으나 치료와 같은 신체에 개입하는 규율적 조치와 바이러스 검사 및 실시간 모니터링 등의 안전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혼재하였다. 이는 Foucault가 제시하는 권력 실천이 고도의 관계적 개념이라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Sotiris, 2020). 둘째, 승객과 승무원의 권력에 대한 저항의 문제이다. Agamben의 논의에서 권력 작동의 대상이 되는 존재는 억압받는 무력한 존재로 상정된다(홍경자, 2021, 206-207). 그러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선박 격리에 대한 반발로서, 인도 정부에 대한 인도인 승무원들의 지원 요청과 자선 단체(Migrante International)에 대한 필리핀 선원들의 구호 요청 등이 있었으며(CNA Insider, 2020), 이는 개별 국가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국가의 권력 작동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공간적 차단 혹은 격리 조치에 기반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의 방역 조치가 결국 실패한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이와 대비되는 순환과 안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이처럼 통제와 감시가 강조되는 사례에서도 권력의 작동에 동원되는 다양한 성격의 기술과 담론 등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과 이해는 유효하다고 할 수 있으며, 억압적인 주권 권력에 의한 예외 상태가 결코 쉽게 일상화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즉, 팬데믹 상황에 대한 Foucault의 논의가 지닌 의의는 생명정치가 실제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구성과 배치, 관계를 통해 작동하는지에 관한 해석적 틀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권력 작동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의학적・병리학적 관점에서 더 많은 사상자를 냈다거나 혹은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평가를 받는 위기 대응 방식이 사회정치적 요인이나 권력관계와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지, 결론적으로 더 나은 방식의 권력 작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함의를 제시한다.
3.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의 발생과 전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영국과 미국의 합작회사인 카니발코퍼레이션(Carnival Corporation & plc) 산하의 프린세스크루즈(Princess Cruises)에 소속되어 있는 유람선이다. 선박은 전장 290.2m, 높이 62.5m의 크기로, 승무원을 제외하고 최대 2,670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프린세스 크루즈 홈페이지). 2004년 3월부터 운항을 시작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일본을 기점으로 주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운항해 왔다.
2020년 2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선내에서 COVID-19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당시, 선박의 탑승자는 승객 2,666명, 승무원 1,045명, 총 3,711명이었다(The Asahi Shimbun, 2020년 2월 4일자). 국적별로는 일본인 1,281명, 미국인 437명, 한국인 14명 등이었으며, 이외에도 총 50개국 이상 국적의 사람들이 탑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시사IN, 2020년 2월 26일자; The Asahi Shimbun, 2020년 2월 4일자; Plucinski et al., 2021).
탑승 인원과 관련하여 특징적인 것은 승객과 승무원의 연령 차이이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여행은 장기간의 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주로 은퇴한 노년층의 참여 비중이 높은 편으로 감염 발생 당시 탑승 인원 가운데 승무원의 평균 연령은 36.6세였지만 승객의 경우는 66.0세로 평균 연령이 비교적 높은 편이었다(Jimi and Hashimoto, 2020, 63). 이처럼 대부분의 승객이 고령자였다는 사실은 COVID-19의 감염 취약성과 감염으로 인한 위중증 환자의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항해 일정과 경로는 그림 1과 같다. 일정은 2020년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약 2주로 계획되었으며, 요코하마(横浜)에서 출항한 선박은 일본 가고시마(鹿児島), 타이완의 지룽(基隆), 베트남의 찬메이(Chan May)와 까이란(Cai Lan), 홍콩(香港)을 거쳐 다시 일본 오키나와(沖縄)를 방문하고 요코하마로 귀항하였다.
선내에서의 COVID-19 감염 추이(그림 2)와 주요 방역 조치를 살펴보면, 최초 확진자는 1월 20일 요코하마항에서 크루즈에 승선하였고, 1월 25일 홍콩에서 하선 후, 바이러스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이 이루어졌다(연합뉴스, 2020년 2월 10일자). 검사 결과는 2월 1일 오키나와에서 크루즈에 통보되었지만, 선박은 출항하여 일정보다 하루 이른 2월 3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하였다(The Asahi Shimbun, 2020년 2월 4일자).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은 발열 등의 증상이 있는 승객과 확진자와의 밀접자 273명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하여 2월 5일 10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이와 함께 14일의 격리기간을 설정하고 승객과 승무원들의 하선을 금지시켰다(서울신문, 2020년 2월 5일).
선박 내 누적 확진자 수는 검사를 시작한 2월 5일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 격리가 종료되는 2월 19일에는 약 621명까지 증가하였다. 2월 19일부터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승객부터 하선하기 시작하여 2월 27일 모든 승객이 하선하였고(The Asahi Shimbun, 2020년 2월 19일자), 3월 1일에는 남아 있었던 승무원과 선장이 하선하며 전원 하선이 완료되었다(YTN, 2020년 3월 6일자). 다만 하선 승객들의 감염 상황은 3월 15일까지 지속되었다. 이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총 탑승인원 3,711명의 약 19%인 712명이 확진되며 집단감염 사태는 마무리되었다. COVID-19 집단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4명이었다(CNA Insider, 2020).
4. 미시적 공간의 모빌리티 정치와 선박의 모빌리티 환승
1) 선박 내 미시적 모빌리티: 승무원-승객의 다차원적 관계와 선박의 공간성
크루즈는 일종의 미시적 공간으로서, 그 의미는 행위 주체의 다양한 사회적 관계에 따라 달라지고 특정 사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크루즈선에서는 기본적으로 관광을 목적으로 선박에 탑승하는 승객과 이들을 보조하는 승무원・선원들의 관계가 형성되며, 이는 육지 사회의 정체성을 일부 포함한다. 그리고 모빌리티는 성별, 인종, 국적 등 정체성의 구분이 반영된 관계 속에서 차이를 보이며 분화된다.
먼저 모빌리티 동기의 측면에서 승객과 승무원의 사회경제적 위치성의 차이가 드러난다. 크루즈 승객의 모빌리티 동기는 자신들의 가처분소득(자본)을 사용하고 모빌리티 지위와 능력을 수행(과시)함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며, 반면 승무원의 모빌리티 동기는 노동 공간인 선내에서 생계 활동으로서의 노무를 행하기 위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은 동일한 선박을 탑승하기 때문에 바다를 횡단하는 거시적 차원에서의 모빌리티 수준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동과 여행의 경험은 실제로 승무원들이 유람선이나 호화요트에서의 근무를 희망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기도 한다(Spence, 2014, 405; WIRED, 2020년 4월 30일자). 다만 선박 내부에서의 이동 패턴과 리듬은 전적으로 승객의 편의에 맞춰지며 제한되는데(Spence, 2014, 408-409), 이러한 거시적・미시적 모빌리티의 간극은 선박-개인의 결합과 이동의 다중스케일(multiscale)에 대한 복합적 이해를 요구한다. 즉, 거시적 이동은 선박과 신체의 결합으로 선박 내 승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동일한 모빌리티로 나타나지만 선박 내 개인의 미시적 모빌리티는 승객의 사회정치적 위치성 및 이용 등급, 승객과 승무원의 관계, 승무원 간의 직급 차이 등에 따라 다양하게 분화되며, 그럼에도 이 두 가지 모빌리티는 항해의 순간에 동시에 발생한다.
또한 선박이 “우리가 정주하는 세계의 축소판(a miniature of the world in which we live)”으로 인식될 수 있음은 사회경제적 차이를 반영하는 승무원과 승객의 국적 차이로 연결된다(James, 2001, 63).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무원 대부분이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아시아 국적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한다(The New York Times, 2020년 2월 10일자; Wired, 2020년 4월 30일자). 승무원과 승객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근로자-여행자’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불평등을 수반하지만 개인, 시간,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한다. 특히 선박 내에서의 새로운 정체성 혹은 전복적 형태의 관계는 선박 공간에 부여된 의미가 다양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표 1). 여기에는 또한 승객과 승무원 간의 차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선박에서 동일한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며 형성하는 공동의 정체성이 포함된다(Stanley, 2008).
표 1.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승무원-승객 관계의 다차원적 맥락과 선박의 공간성
| 승무원-승객의 관계 | 서비스 제공자-이용자 | 선박의 주인-방문객 |
돌봄주체-돌봄대상, 감시자-피감시자 | 격리의 대상 |
| 정체성의 유형 | 차이의 정체성 | 차이의 정체성 | 차이의 정체성 | 공동의 정체성 |
| 선박의 내부 상태 | 일상적 상태 | 일상적 상태 | 일상적 상태/예외상태 | 예외상태 |
| 선박의 공간적 의미 | 관광 공간-노동 공간 | 거주 공간 | 수용소로서의 공간 |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 |
자료: Stanley(2008)의 내용을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로 재구성.
첫째, 서비스 판매자와 이용자의 관계는 선박의 서로 다른 사회공간적 의미를 만들어낸다. 크루즈는 상업적 목적을 지닌 여객선으로, 여행 서비스의 제공이 핵심 기능이다. 승객은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승무원은 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상호작용한다. 이때, 승객에게 선박은 ‘관광을 위한 공간’이지만 승무원들에게는 ‘노동 공간’이 된다.
둘째, 선박의 주인과 방문객으로서의 관계는 ‘거주 공간’으로서의 선박을 구성한다. 기본적으로 선박은 승무원들이 전유하는 공간이자 바다에서의 ‘인간의 거주 기계’로 존재한다(이희상, 2016, 26). 승객은 이러한 공간을 잠시 방문하고 임대하는 것이며, 승무원은 승객에게 선박의 구조와 규칙을 설명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Stanley, 2008, 446-447). 선박의 승무원은 바다-선박-개인의 총체로 구성되는 경험과 상황적 지식을 습득하며, 이를 통해 완성된 호스트로 거듭난다.
셋째, 감시자와 피감시자, 혹은 돌봄주체(caerer)와 돌봄대상(caeree)의 관계가 존재한다(Stanley, 2008. 447). 선박은 바다로 둘러싸인 수용소와도 같다. 승객은 자의적으로, 또한 임시로 선박에 수감된 존재이다. 승무원은 선박에서 안전과 건강을 위해 통제와 관리, 돌봄을 수행함으로써 감시자이자 돌봄주체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물론 이러한 관계는 일상적인 항해의 과정에서는 승객과 승무원의 일반적 관계라고 할 수 있는 판매자-이용자, 혹은 선박 주인-방문객의 관계와 조율되며 그 성격이 결정되지만, 선박에서의 위급 상황 발생이나 예외적 조치와 함께 보다 가시화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COVID-19에 의한 발병은 이러한 관계 변화의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감염병의 발생으로 승무원들은 관광 서비스의 제공자인 동시에 승객의 통제와 격리를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겸하게 되고, 선박은 수용소로서의 의미가 강화된다. 이는 선박이 단순히 해상에서의 폐쇄적 공간이라는 의미뿐만 아닌 선내에서 다시 공간적 분리와 통제가 수행되는 ‘격리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내포한다. 다차원적으로 상호작용하던 승무원과 승객의 관계는 근로자와 여행자 관계를 통해 비롯된 권력 불평등의 관계에서 새로운 관계로 역전된다.
승무원들은 잘 훈련된 서비스 제공자임은 분명하지만, 전문화된 의료 인력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의 감염병 관리와 이동 통제는 대부분 승무원에 의해 수행되었는데, 이는 노동 공간에서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러한 감염 위험이 있는 선박 내에서의 지속적인 이동은 오히려 감염의 노출과 매개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였다(Tokuda et al., 2020, 95).4)4)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에서의 모빌리티 불평등은 “이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가중되는 피해와 배제”로 연결되지만(박준홍・정희선, 2021b; 최영석 역, 2019), 감염병이 발생한 선박 내 승무원-승객의 관계적 맥락에서는 정반대의 모빌리티 불평등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감염의 위험을 동반하는 승무원의 노무는 강요되면서 개인의 건강과 안전이 실직을 면하기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상당수의 선박 근로자는 임시 계약직으로 고용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업무와 노동을 거부할 수 없었다(The Guardian, 2020년 3월 6일자). 가령 승무원들은 “(크루즈 내에서) 일을 하는 것을 거부한다면, 거부자 명단이 본사로 전달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비좁고 과밀한 선박에서 노무를 지속하였다(CNA Insider, 2020). 자본권력에 의해 유도된 이동, 즉 일본 정부와 방역 당국, 운항사, 선박 관리자, 승무원으로 연결되는 하향식 권력 구조가 생산하는 강제된 모빌리티가 새로운 불평등과 위험을 만든 것이다.
승무원과 승객의 관계는 분명한 권력관계를 지닌 다차원적 정체성과 상호작용을 생산한다. 그러나 감염의 취약성이 존재하는 선박 내에서 승객과 승무원이 공동으로 격리되었다는 것은 사실상 이들이 감염의 위험, 선박 격리에 의한 삶의 질 저하와 심리적 불안 등을 공통되게 경험하고 공유하였음을 의미한다(Nakazawa et al., 2020, 509). 예를 들어 승무원들이 SNS를 통해 게재한 영상에서는 “우리가 감염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집에 가고 싶습니다.” 혹은 “지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있으며, 이곳 승무원들 모두 위험한 구역에 있습니다. 요청드립니다. 우리 가족들이 걱정하고 있어요. 우리(승무원) 모두 두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하였다(CNA Insider, 2020). 이는 당시 승무원들의 감정과 선박 격리에 대한 인식을 잘 드러내는데, 승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재구성되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와 같은 공간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감염 사태를 목격한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인식되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COVID-19로 가족을 잃었으며 본인도 COVID-19에 감염된 후 회복한 일본인 증언자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언급하였다.
“아무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라고만 얘기해도 [의자를] 당겨버리니까, 사람들이. 순환기내과에 다니고 있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타고 있었어요’라고 말하자마자 선생님이 휙 물러나서는. 점점, 점점 이렇게 의자가 멀어지는 걸 보는데, ‘아 그렇구나. 의료인도 그렇구나, [병이] 나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수 없구나’라고 생각했지.”(NHK, 2020년 4월 4일자, [ ]는 필자 추가)
사실 이와 같은 스티그마 형성과 회피의 사례는 감염병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질병과 모빌리티, 질병과 공간・지역의 관계는 사회공간적으로 구성되는 역학 및 병리학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Craddock, 2000; Cresswell, 2020). COVID-19의 확산 초기에도 서구권 국가에서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확진자의 이동 경로에 포함된 공간・장소의 방문을 피하는 일이 빈번했다(박준홍 등, 2021). 결국 공간은 모빌리티를 통해 재구성되며, 그 공간적 의미는 해당 공간을 방문하거나 이동하는 다양한 이동 주체와 그들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또한 정상적인 상태를 정의하려는 다양한 실천 속에서 사회적 배제와 차별의 가능성이 배태된다.
요컨대 선박은 그 내부 행위자들의 관계와 실천을 통해 구성되는 맥락의존적 공간이다. 공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개별 행위자의 위치성 차이가 서로 다른 의미의 공간성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동일한 경험과 감정 등은 유사한 의미를 형성한다. 이때, 해당 공간에서의 특정한 사건, 그리고 이와 관련된 실천이 역시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대한 공포가 확산된 데에는 COVID-19가 발병하였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후속 조치의 미비, 즉 선박 내 감염에 대한 방역 실패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2) 선박의 거시적 모빌리티: 기항지의 사회공간적 재구성과 육지-바다의 관계성
미시적 관점과는 달리 거시적 차원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이동 경로와 기항지에 대한 검토는 선박 모빌리티에 따른 감염병 확산의 양상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며, 이는 모빌리티 패턴의 맥락에서 분석이 가능하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생성하는 모빌리티 리듬은 매년・매회 반복된 항해 일정이 누적되면서 동일한 관광 경로를 이동하며 정해진 지역을 방문하고 기항지로 되돌아오는 일정한 패턴을 형성시켰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이와 같은 안정화된 경로 내에서 통제가 가능한 위험 관리를 해 온 것이다.
해상 이동으로서 선박의 모빌리티 패턴은 선박 탑승자의 모빌리티 패턴을 만들어내고, 육지에서의 모빌리티 환승 과정을 통해 개별 관광지에서의 관광 모빌리티를 생산한다. 관광객으로서의 이동과 실천, 관계는 지역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경제 효과를 발생시키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COVID-19의 발생으로 선박 내 탑승자의 이동이 감염병 모빌리티로 인식되고 정박지에서의 새로운 사건과 공간적 변화를 유발하는 위험 요소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했던 개별 지역의 상황을 순차적으로 살펴보면 표 2와 같다. 먼저 선내 COVID-19 감염 사실이 통보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항했던 일본 가고시마(2020년 1월 22일 기항)에서는 지역사회 전파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2020년 1월 25일 홍콩에서 하선한 탑승객에 대한 PCR 검사가 실시되었고 최초 확진자에 대한 검사 결과는 2월 1일 선내에 통보되었다. 따라서 2020년 1월 27일 베트남 찬마이에 기항했을 당시에도 선내 감염병 사실을 알 수 없었지만, 사후 진행된 출입국 의료 신고 목록의 검토 결과, 초기 감염자 61명이 하선하지 않아 지역 내 전파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지역 내 전파는 마지막 기항지였던 오키나와에서 확인되었다. 감염 사실이 통보되기 전날 대부분의 크루즈 승객이 하선 후 나하시(那覇市)에서 투어를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택시 운전자가 감염되었다. 이 감염은 일본 본토(本州)와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 COVID-19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지역으로 인식되었던 오키나와에서의 최초 감염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표 2.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정박지의 COVID-19 감염
| 일자 | 국가 및 지역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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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2일 | 일본 가고시마 |
∙ 지역사회 전파 확인되지 않음 - 최초 감염자를 포함한 40여명의 승객들이 하선 후, 버스 투어를 통해 가고시마 일대를 순회하였 으나(西日本新聞, 2020년 2월 5일자), 이후 잠복기간 14일이 경과한 2월 7일까지 가고시마 내 감염자 가 발생하지 않아 지역사회 전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됨(鹿児島県, 2020년 2월 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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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5일 | 홍콩 |
∙ 최초 감염자의 하선 및 PCR 검사에 따른 감염 사실 확인 - 홍콩 기항 후, COVID-19 관련 출입국 관리에 따라 진행된 PCR 검사를 통해 승객 감염 사실을 2월 1일 확인(세계일보, 2020년 2월 10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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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27일 | 베트남 찬메이 |
∙ 초기 감염자 하선하지 않음 - 찬메이항 하선 당시의 의료 신고 목록을 통해 초기 감염자 61명이 하선하지 않은 것을 확인함 (TAI NGUYEN MOI TRUONG, 2020년 2월 9일자; Nakazawa et al., 2020 재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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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일 | 일본 오키나와 |
∙ 모빌리티 환승과 오키나와 최초 감염 발생 - 홍콩 정부로부터 검사 결과가 통보되기 전인 2월 1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하선한 2,600여명의 탑승객들이 나하 시가지 투어를 위해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였는데(沖縄タイムス, 2020년 2월 5일자), 이때 택시를 운전한 60대 여성 운전자가 2월 14일 확진되면서 오키나와에서는 지역 내 최초 감염 발생(沖縄県, 2020년 2월 14일자). |
이와 같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이동 흐름은 바다와 육지의 관계성이라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모빌리티 접속 지점으로서의 항구에 대한 이해이다. 항구는 감염병과 관련하여 안전하지 않은 신체에 대한 선별과 모빌리티 통제가 이루어지는 경계공간으로 기능하지만 이와 함께 모빌리티의 환승지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즉, 선박 모빌리티의 계류는 이동의 정지를 의미하기보다는 육상 모빌리티로의 환승과 관련이 있으며, 특히 선박에 선적된 인간・사물・자본의 모빌리티가 육지에서 지속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에서와 같이 탑승객들은 크루즈에서 하선 후 버스, 지하철, 보행 등 육지에서 이용 가능한 모빌리티 수단을 동원하여 관광이라는 이동적 실천을 수행하였다. 따라서 항구는 화물의 선적과 하선을 원활하게 하는 물류 시스템의 측면뿐만 아니라(Martin, 2013), 개별 지역의 관광 정책과 제도에 따라서도 인간의 모빌리티를 지속시킴으로써 물리적・인식론적으로 분리되어 있던 해양-육지 사이의 이동을 분리나 중단 없이 환승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둘째, 관광 모빌리티와 감염병 모빌리티에 따른 기항지의 공간적 재구성의 가능성이다. 크루즈로부터 시작하는 관광 모빌리티는 기항지의 지역 경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동시에 지역을 재구조화・재규모화・재경계화함으로써 장소성의 상실, 주민 소외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Sheller, 2009). 팬데믹 상황에서는 지역의 경제적 이윤 추구와 지역민의 건강 보존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지속적인 조율 속에서 관광 모빌리티에 대한 환대와 통제가 이루어졌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는 감염병과 결합하는 관광 모빌리티와 그로 인한 지역의 사회공간적 재구성의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감염자가 탑승한 크루즈가 기항했다는 ‘사건,’ 감염자의 이동으로 인한 ‘접촉’과 ‘조우’의 가능성이 생산하는 공포와 불안은 개별 지역의 정동적 분위기(affective atmospheres)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Anderson, 2009). 가령 오키나와의 경우, 지역 최초의 감염자가 크루즈 승객을 태웠던 택시 운전사였다는 점에서 COVID-19 감염에 대한 불안이 지역사회에 크게 확산되었으며, 이와 함께 택시 매출이 전년 동일시기 대비 약 30%가량 감소하는 등 지역민들의 일상적 실천에 반영되어 나타났다(沖縄タイムス, 2020년 2월 14일자; 2020년 2월 19일자).
5. 이동의 통제와 권력 실천의 생명정치
1) 감염병 차단과 국가 경계의 질서화
검역을 뜻하는 영어 단어 ‘quarantine’의 어원은 40일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로, 그 어원은 14세기 중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흑사병을 통제하기 위해 선박을 40일간 격리하도록 강제한 대책으로 알려져 있다(Mackowiak and Sehdev, 2002, 1072). 1465년 라구사 공화국(Respublica Ragusina), 즉 현재의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Dubrovnik)에서 시작된 검역에 관한 법률은 이후 마르세유(Marseille), 베니스(Venezia), 피사(Pisa) 등에서 제도화되며 지중해 전역으로 확산되었다(海洋会, 2020. 68-69). 이와 같은 검역 관행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으나 격리기간의 설정은 감염병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며, COVID-19의 경우 확산 초기 전파 가능성을 고려한 14일이 통용되었다. 일본 정부는 2020년 1월 28일에 COVID-19 바이러스를 검역법상의 검역감염증(検疫感染症)으로 지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필요한 검역 조치가 2020년 2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박수경, 2020, 53). 이처럼 질병의 예방을 위한 출입국 관리 조치는 기본적으로 격리를 원칙으로 하며, 이를 통해 이동의 통제, 즉 부동성이 생성된다.
물론 검역을 포함한 COVID-19 관련 출입국 관리와 이동 통제는 개별 국가의 사회적 여건이나 감염 상황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운영국이자 기항지가 위치한 일본에서는 다소 폐쇄적인 COVID-19 관리 대책을 수립하였으며, 이는 미즈기와 대책으로 불렸다. 미즈기와 대책은 일본 후생노동성이 공식 용어로 사용한 COVID-19 대책으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행동계획에 기반한 여러 가이드라인 가운데 하나로 처음 마련되었다(厚生労働省, 2009). 그 의미는 적(敵)이 육지에 오르기 전에 적을 섬멸하는 일본의 전쟁 전략인 ‘미즈기와 작전(水際作戦)’에서 비롯되었다(Weblio辞典). 수변가(水際)에서 적군이든 감염병이든 혹은 유해한 물질이든, 국가에 위협이 되는 요소의 상륙을 막고 제거한다는 전략은 도서국가(島嶼國家)로서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책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사례에서 선박을 ‘바이러스의 인큐베이터’로 만들었던, 실패한 방역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The Asahi Shimbun, 2020년 2월 19일자).
한편 비슷한 시기 일본에 정박 예정이었던 웨스턴 캐리비안호(Western Caribbean)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항 거부 이유가 ‘국가 안보 위협에 상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관리 역시 자국민의 건강・안전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안보와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Nakazawa et al., 2020). 그러나 일본 정부의 대책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의 3분의 1이 자국민이었다는 점에서 ‘국민을 버리는’ 기민(棄民) 정책과도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동아일보, 2020년 1월 22일자). COVID-19에 따른 미즈기와 대책은 수변가(공항과 항구)에서 감염자에 대한 침입을 막아 국내 유행을 가능한 제한하는 한편 “귀국을 희망하는 재외 국민의 원활한 귀국을 실현하는 것”인데(厚生労働省, 2009, 4),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과제의 조율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박승현(2020, 27)도 이를 동일본대지진 후 후쿠시마 주민들의 ‘버려짐’과 같은 기민 정책의 반복으로 서술하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승객들은 결과적으로 일본 본토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희생되었다고 할 수 있다.5)5)
한편 일본 정부는 해양과 선박을 육지와 분리시키고 국가 차원에서 영토적 경계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더해 COVID-19 확진자 수가 국가 방역 체계의 오점을 드러낸다고 판단하고 해당 통계를 자국 통계에서 제외하고자 하였다. 크루즈 집단감염이 발생한 2020년 초는 COVID-19 확산의 초기 단계로서 선내 확진자 수를 포함할 경우 일본의 확진자 수가 중국을 제외하면 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 2월 6일까지 크루즈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상륙 전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였고(SBS뉴스, 2020년 2월 7일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anization, WHO)가 이를 수용함에 따라 크루즈 확진자 수를 기타(other) 범주의 “국제 운송수단에서의 확진 사례(cases on an international conveyance)”로 분류하였다(WHO, 2020). 주석을 통해 “현재 일본 영해의 크루즈에서 확인된 사례(Cases identified on a cruise ship currently in Japanese territorial waters)”라는 설명을 덧붙였으나(WHO, 2020), 이는 일본 내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것이었다.6)6)
이와 같은 확진자 수 집계 거부는 정치적・외교적 이익을 위해 국가 경계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종의 경계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정부의 대처는 COVID-19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국경을 새롭게 구성하고 재정의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맥락에서 작동하였다. PCR 검사 등 확진자 판별이 일본 영해인 요코하마항에서 이루어졌음에도 영토를 구획하는 물리적 경계 설정이 아닌 행정적 관점의 경계 만들기에 기초하여 확진자를 집계한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는 국제적 차원에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계화 전략은 그 핵심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적 재배치와 사회적 관계의 재설정 과정을 보여준다(이영민 등 역, 2018, 120). 즉, COVID-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바다와 육지의 연결 관계는 보다 엄격하게 통제되고 단절된 형태의 방역 조치가 적용되었으며, 선박의 확진자와 감염 위험이 있는 사람들은 물리적으로는 영토 내에서의 의료적 관리와 통제를 받으면서도 사회적으로는 일본이 설정한 경계 밖에 위치하는 질서화의 대상이 되었다.
2) 감염병 관리와 선박 내부 공간의 정상화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COVID-19를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역 대책을 시행하였는데, 이는 권력의 작동과 국가의 역할을 설명하는 다양한 방식의 생명 관리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먼저 법체계에 근간을 두고 있는 선박의 격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감염병 관리의 핵심적 기능을 수행한다. 일본 검역법을 근거로 감염자와 감염 위험이 있는 자들을 영토 밖으로 추방하거나 배제함으로써 위협 요소의 접근 자체를 막는 것이다. 해당 조치는 격리기간의 설정을 통해 시간적 유보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영구적인 배제로 볼 수는 없지만 후술될 감염병 관리의 시작점으로서 중요성이 크다. 그 이유는 감염병으로부터의 정상화가 국가와 영토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일차적인 관리 체계이며 일본 본토의 위험 관리 측면에서 효과적인 수단이고, 동시에 이후 전개되는 격리, 치료, 예방 등을 선박의 내부 공간이라는 보다 축소된 스케일로 한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은 국가적인 비상사태의 상황보다는 탑승객들이 격리된 미시적 공간 내에서의 감염병 관리의 문제로만 다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7)7)
선박 내에서의 감염병 관리는 그 유효성에 대해서 많은 비판적 논의를 불러일으켰지만(Nakawaza et al., 2020),8)8) 일본 정부는 신체에 직접 개입하는 미시적 공간의 규율 메커니즘을 통해 선박 공간을 정상화하고자 하였다. 즉, 감염병과 기타 질환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치료를 기본으로, 오염된 공간과 오염되지 않은 공간을 구분하는 공간 분리, 그리고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빌리티 통제와 격리가 수행되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검역관이 상선하기 전까지 식당과 같은 감염 위험이 높은 곳에서 접촉 차단을 위한 공간 분리와 통제가 적절히 진행되지 않았으며, 이것이 COVID-19 확산의 중요 요인이 되었음이 확인되었다(Tokuda et al., 2020, 96). 선박이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후에는 일본 정부의 개입에 따라 안전과 위험, 감염과 비감염, 정상과 비정상을 분리시키는 규율이 적용되었다. 이에 따라 선박의 내부 공간은 안전 공간과 위험 공간으로 분리되었으며 탑승객들 역시 의심증상의 신체적 발현 여부에 따라 구분되었다. 기본적으로 승객과 승무원들이 있는 객실층은 위험구역으로, 의사와 간호사, 검역관 등이 업무를 보는 진찰본부와 활동본부는 안전구역으로 지정되었다(八木・縄田, 2022).
그리고 선박 공간 내에서 작동하는 규율 메커니즘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탑승객들의 모빌리티 통제와 객실 내 격리가 진행되었다. 규율 기술은 지시, 통제, 감시, 금지와 같은 유형으로 구체화되는데, 먼저 선박 내에서 통제와 금지는 공간적으로 구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격자화된 직사각형의 공간인 객실을 통해 공간 분리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규율의 질서가 물리적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셈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탑승객들은 자유로운 활동과 체험이 가능했던 선박 내에서 이동이 금지되었고 개인의 건강 상태와 무관하게 모두 개별 객실에 격리되었다. 이와 같은 선박 내 공간의 분배는 접촉을 최소화함으로써 감염을 예방하는 방식으로 그 기능적 효과를 나타냈다. 한편 감시와 지시는 시간적으로 조건화되었다. 탑승객들은 객실 내에서 기상 후 체조 등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도록 지시받았고, 정해진 시간에 객실에 제공되는 식사를 하고 매일 체온을 측정하여 건강 상태와 함께 승무원에게 보고해야 하는 규칙을 따라야 했다(CNA Insider, 2020; WIRED, 2020년 4월 30일자).
선박 내 승객과 승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 검사도 실시되었다. 검사는 초기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의심증상자만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나 이후 밀접접촉자가 추가되고 최종적으로 탑승자 전원으로 확대되었다(Nakazawa et al., 2020). 검사 결과를 토대로 탑승자의 치료와 공간 분리가 이루어졌지만, 이와 같은 탑승자의 건강 정보는 생체 데이터로 생성되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되었다. 가령 감염된 인원수와 그들의 연령, 신체 조건과 선박 내 공간의 이용과 이동 등을 바탕으로 선박 내의 비정상성을 찾아낼 수 있다. 결국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검역 대책의 최종 목표는 정상과 비정상의 신체를 구분하고 선박 내부의 공간을 정상화시키며 승무원과 승객을 무사히 하선시키는 것인데, 검사 결과에 대한 분석은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방역 기술과 제도, 규율 등의 배치와 집중을 변화시키는 근거가 되었다.
그러나 예외 상황에 대한 일본 정부의 통치와 관리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담론이 만들어졌다. 먼저 승객들의 불만은 불안으로 표출되었다. 선박에서의 격리가 길어지면서 감염병에 대한 공포와 건강 관리상의 어려움은 증폭되었다(CBC, 2020).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크루즈의 측면에는 선박 내에 격리된 승객들을 위한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SNS를 통해 선박 내부의 상황과 개인의 건강 상태 등이 공유되었다(CNA Insider, 2020). 위기, 불안, 공포 등의 부정적 정동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긍정적 희망이 반영되었지만, 한편으로 해시태그 ‘#HangInThereDiamondPrincess’에서 드러나듯 결국 ‘버티고 견뎌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또한 선박 내부에서는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는 노동 환경에 대한 승무원들의 반발이 나타났다.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관리하에 있었다. 그러나 영해 내 검역이 기항국의 소관이라고 할지라도 선적국, 운항사, 기항국 중 어느 쪽이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기준과 지침은 존재하지 않았다(海洋会, 2020, 68). 검역법이라는 사법적 기술에 기반한 선박의 격리와 공간 내부를 통제하기 위한 규율 지침이 제시되었고 의사, 약사,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이 파견되었지만, 실질적으로 승객을 돌보는 역할은 승무원들의 몫이었다. 이는 선박의 기항국・운영국, 운항사, 근로자로 연결되는 하향식 관리 방식에 따라 승무원들이 국가의 통치 기술로 변환・개입되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전 과정이 자본권력의 작동을 통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마침내 인도인 승무원들은 SNS를 비롯한 뉴스 네트워크를 통해 인도 총리에게 격리 해제(대피)를 촉구하는 영상을 공개적으로 게시하였으며, 인도네시아 근로자들 역시 선박 내부에서의 감염 확산과 열악한 처우를 전달하며 정부의 지원과 구호를 요청하였다(WIRED, 2020년 4월 30일자). 필리핀 선원들의 자선 단체 Migrante International에 대한 구호 요청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는데, 여전히 실직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기 때문이다(CNA Insider, 2020). 이처럼 선박에서 노무와 방역을 수행하는 승무원들의 구조 요청은 일본 정부의 주권 권력에 의해 강제된 격리와 검역에 대한 저항이자 선박 내부의 부적절한 방역 실태와 위험성을 전달하는 실질적인 수단으로 기능하였다.9)9)
한편 선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서 정박지 검역 방식에 대한 우려와 비판 역시 제기되었다. 선박 내부에서의 검역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겠지만 COVID-19 바이러스의 특성을 모르고 감염자를 신속하게 검사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적용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하였다(WIRED, 2020년 4월 30일자). 그러나 러시아의 외무부 대변인 Maria Zakharova는 요코하마 항에 정박한 크루즈에 대한 일본의 조치가 “혼란스럽고 비체계적”이라고 비판하였다(Baha Breaking News, 2020년 2월 11일자). 감염병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선박에서 승무원과 탑승객 격리가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선박은 보다 많은 탑승자를 감염시킬 수 있는 환경이자 “감염의 원천”이 되었다는 것이었다(CNN, 2020년 2월 27일자).10)10) 또한 정보의 신속한 순환과 행동 지침의 전달을 위해 아이폰 2,000대가 배포되고 모바일 기지국과 무선인터넷이 확대 설치되었지만(Jimi and Hashimoto, 2020),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소통 전략과 정보 비공개는 승객과 승무원들의 불안을 진정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로 이어졌다(The New York Times, 2020년 2월 11일자).
결국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집단감염에 대한 일본 정부의 통치와 생명권력의 작동은 정보와 통제 방식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안전 기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첫째, 감염병의 발발이라는 사건의 범위를 반구조적으로 폐쇄된 선박 내로 제한시킴으로써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 둘째, 생명관리와 관련된 정보가 국가에 의해 통제되며 순환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와 같은 관리 방식은 결코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이로 인해 검역과 통치 방식에 대한 새로운 교훈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선박 내부적으로도 건강 관리 지침에 따라 관리되었던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이 증폭되었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주권 및 규율 관리 방식만으로는 일상화된 통치 이념을 지속하기 어려움을 설명한다.
5. 결론
본 연구는 2020년 1월 발생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을 모빌리티・부동성, 경계화, 생명정치와 결합시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역학적 접근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모빌리티 정치와 개별 주체의 사회적 관계와의 상호작용, 생명관리에 내포된 권력 실천의 과정을 파악해보고자 하였다.
먼저 선박 내 이동의 측면에서 볼 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라는 크루즈의 공간적 의미는 승객과 승무원의 모빌리티 차이와 사회적 관계에 따라 관광을 위한 공간과 노동 공간, 거주 공간, 수용소로서의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존재하였다. 그러나 선내 COVID-19의 발생은 선박의 의미를 승객과 승무원 모두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는 특정 사건이 모빌리티와 사회적 관계성을 차별화에서 공동화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나타낸다.
거시적 관점에서 선박 자체의 이동은 모빌리티의 환승 과정과 이를 통한 경유지의 공간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관광 목적의 크루즈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해상에서 승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특정 국가와 도시를 방문하고 해당 지역에서 승객들의 새로운 관광 모빌리티를 생산한다. 즉, 선박 이동의 동기와 패턴, 경로는 바다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육지에서의 환승 과정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물리적 이동과 환승 과정이 관광과 연결될 때는 경제적・문화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감염병과 관련될 경우, 공포와 위험의 정동적 구조를 생산하고 장소・지역의 변화를 유발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했던 여러 국가의 항구에서 출입국 관리와 하선 승객의 이동 추적, 주민들의 일상생활의 변화는 이를 잘 드러낸다.
한편 팬데믹에 대한 감염병 관리는 국경 관리와 이동의 통제를 수반한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검역도 일본 정부의 출입국 관리와 감염병 통제에 따라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일본 정부의 경계화의 방식은 육지와 해양의 의도적 분리라고 할 수 있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정박한 요코하마항은 일본의 영토와 영해로 일본의 주권이 동일하게 미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본토로의 감염병 상륙을 막기 위해 해상에서의 격리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조치의 연장선에서 일본 정부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발생한 감염병 확진자 수 모두를 자국 통계에서 제외하였는데, 이는 국가 경계를 국익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이 적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탑승객・승무원에 대한 관리 및 통제에 대한 권리를 일본 정부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감염병을 관리하는 방식은 다양한 통치 기술을 통한 내부 공간의 정상화였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검역법에 기반하여 감염자와 감염 의심증상자를 국가의 경계 밖으로 위치시키는 주권적 권력 기술, 의료행위와 공간 분리, 이동의 통제와 격리 등의 규율 기술, 그리고 검사와 정보 순환 등을 통한 안전 메커니즘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관리 기술과 방식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지와는 별개로 내부에서는 승객과 승무원들의 불만과 불안이 표출되었고 외부에서도 전문가들과 개별 국가의 우려가 증폭되었으며, 이는 생명정치를 재구성하는 일종의 저항적 담론으로 작동하였다.
분석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연구의 의의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박 모빌리티의 동기, 흐름, 패턴에 대한 검토를 토대로 정체성, 관계성, 미시적・지역적 차원에서의 사회공간성이 형성・변화되는 과정을 이해하고 그 상호작용에 내포된 정치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승객과 승무원의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은 미시적 공간인 선박에 경험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형성하며, COVID-19의 발생과 같은 사건을 통해 그 관계성과 공간성이 역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둘째, 해양과 육지의 관계가 선박 모빌리티, 기항지・항구, 모빌리티 환승을 통해 지속적인 이동의 흐름으로 통합될 수도 있으며, 정치적・경제적 의도에 따라 분리되고 재연결되는 등 가변적인 경계화 과정에 의존함을 확인하였다. 개별 경유지에서 매년・매회 반복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모빌리티 환승은 관광 효과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에 따라 비교적 순조롭게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COVID-19 상황에서 육지-바다의 연결과 모빌리티 환승은 건강에 대한 위협과 조응하며 관리・통제되었다. 특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격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경계화 전략에서 바다는 분명한 한계로 작동하였으며, 육지와 바다는 내부와 외부, 안전과 위험의 의미를 내포하였다.
셋째, 선박이라는 미시적 공간에서 작동하는 생명정치의 규율 메커니즘과 안전장치를 육지에서의 위기 상황과 대비되는 감염병 관리, 정보와 통제 수단의 순환・배치라는 측면에서 확인하였다. 선박은 공간 분리를 위한 객실이 존재하기에 규율의 질서와 규범을 만들기에 수월하였다. 다만 선박은 분명히 제한된 공간이기에 감염병 상황에서 안전과 위험, 오염과 비오염의 분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검사가 제한되고 지연됨에 따라 선순환을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이에 앞서 이동하는 공간으로서의 선박은 공해상에서는 선적국의 관리를 따르지만 특정 국가의 영해에서는 해당 국가의 국내법에 기반하여 조치가 수행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이나 일관된 관리가 이루어지기 어려웠는데, 이는 선박 모빌리티의 이동과 여기에 수반되는 관계성의 변화가 생명정치와 감염병 관리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본 연구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COVID-19 집단감염을 선박 모빌리티에 따른 경계화와 생명정치의 관점과 결합시켜 사례의 구성적 접근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그러나 1차적 자료의 수집 없이 언론보도 및 국가 보고서, 학술문헌 등 2차적 자료에 의존하여 사례를 재해석하였다는 점은 연구의 한계로 남는다. 민간 운항사의 과거 탑승 승객 및 승무원에 대한 정보수집 및 접근이 불가하여 관련 다큐멘터리 시각자료를 활용하였으나 해당 콘텐츠에는 기획자의 편집 및 구성 의도가 반영될 수 있기에 향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진술 자료가 확보된다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의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