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29 February 2020. 1~15
https://doi.org/10.22776/kgs.2020.55.1.1

ABSTRACT


MAIN

  • 1. 서론

  • 2. 지리학에서의 정신건강에 관한 접근과 대학에서 정신건강관리에 관한 이해

  • 3. 연구대상 및 방법

  • 4.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한계점에 대한 지리학적 의의

  •   1) 권력의 재영토화

  •   2) 면에서 점으로의 전적인 이양

  •   3) 느슨한 연대

  • 5. 요약 및 결론

1. 서론

오늘날 지리학에서 소위 건강지리학이라 불리는 영역의 관심은 탈기관화 혹은 자기주도적 지역의료간호의 강조, 전문의료진이 아닌 비공식적인 혹은 제3자, 더 나아가 봉사자 영역에 의한 돌봄으로의 전환, 스피노자의 심신일원론(心身一元論)에서부터 시작된 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적 아이디어의 등장 등으로 정리할 수 있으며(Parr, 2003; Milligan and Power, 2010),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정신의학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후유증으로 대거 발생한 정신질환의 취약자에게 행해진 무차별적인 약물 처방, 비효율적이며, 비윤리적인 시설 및 기관 안에서의 통제 등으로 촉발된 반정신의학은 그 변화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했고, R. D. Laing의 정신질환의 대안적 치유공간인 난리법석공간은 오늘날까지도 영국, 미국 등의 서구를 중심으로 이러한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인 흔적으로 남아 있다(Parr and Davidson, 2010).

물론, 미처 공식의료 혹은 시설에서 통제하지 못한 정신이상자들의 위협적인 행동으로 인해 최근 도시의 공간이 점차 ‘절망의 경관(landscapes of despair)1)’으로 변해가고 있는 현실(Dear and Wolch, 1987; DeVerteuil and Evans, 2009)과 ‘정신병의 게토(psychiatric ghettos)’ 혹은 ‘벽 없는 정신병원(asylums without walls)’을 표방한 대안적 형태로의 전환은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한 것처럼 느껴진다(Parr, 2000). 그렇지만 이러한 접근은 정신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한 명의 (활동적인) 시민(Parr, 2000)으로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이는 더 유연한 접근법으로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일맥상통하며, 더 나아가 그들이 한 사회의 비주류가 아닌 주류로 자리를 잡도록 유도해 님비(NIMBY) 같은 사고적 낙인, 다양한 사회서비스에서의 철저한 배제와 차별로 인해 유발되는 고립, 가난, 돌봄의 부재 등의 어려움에서 해방시켜주는 일이 되기도 한다(Parr and Davidson, 2010). 무엇보다 대안적 방식은 수용시설의 비용 문제와 개인에게 부담시킬 수밖에 없는 치료비 절감에 있어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이라는 평이 지배적인 것으로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환경적 원인을 명확히 해 “장소적 특징을 고려한 정신건강증진 방식은 효율성 높은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이와 같은 의학 및 정신건강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예외 없이 대안적인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그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 중, 고등학교의 정신건강증진은 Wee 프로젝트, 서울시 마음건강학교 등과 같은 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으며(조근호, 2016), 직장에서도 정신건강까지 포함한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격년으로 실시하는 건강검진의 항목 중 하나로 우울증을 포함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정부의 주관으로 관련 부처가 합의해 5년 주기로 국가 자원에서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국가정책조정회의, 2016).

그러나 다양한 차원의 시책의 그 실효성에서 큰 모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개의 정신이상의 징후들이 10대에 간간히 드러나기는 하지만 20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중점 혹은 본격적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Watkins et al., 2011; 인터뷰 결과, 2019) 이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은 아직 미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말할 것도 없이 각 대학의 학생상담센터 혹은 이와 유사한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조직을 통해 공식 부분에서 미처 통제하지 못한 이들을 관리와 감시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은 이미 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2016년 현재 69.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4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OECD, 2016) 정신질환의 (집중적인) 발병 시기에 노출되는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의 효율성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학생상담센터의 실질적인 힘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학교의 부속기관 정도로 취급되기 일쑤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더불어 정신건강의학 포함한 의학의 큰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대안적 치유의 공간으로서의 위상도 아직까지는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의학적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신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대안적 치유공간으로 어떠한 현실적 한계성을 가지고 있는지 지리학적 관점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본 연구를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 5곳의 상담전문가의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수행한 연구의 결과는 1) 권력의 재영토화, 2) 면에서 점으로의 전적인 이양, 3) 느슨한 연대로 정리하였다. 이는 캠퍼스 기반 정신건강에 있어 Mowbray et al. (2006)이 제안한 ‘잘 수용해 주는 서비스 원칙(well-accepted service principles)’에서 도출한 독립성, 내담자 지향성, 연속성내지 통합성을 기초로 도출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지리학 혹은 유사 학문에서 정신건강에 대해 다룬 결과를 찾아보는 일은 쉬운 것이 아니며, 특히 정신건강에 관한 대안적 공간에 대한 고찰은 더욱 그 수가 많지 않다(박수경, 2019). 이러한 점에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를 대학 내의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의 기초인 캠퍼스, 더 나아가 지역사회 혹은 폭넓은 삶의 장(場)을 아우르는 공간에서 정신건강증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서 새롭게 그 개념을 정립하는 일은 가일층 요구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의 결과는 학생상담센터의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의 방향성 설정을 위한 실증적인 자료, 다시 말해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불필요한 틈새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2. 지리학에서의 정신건강에 관한 접근과 대학에서 정신건강관리에 관한 이해

병적인 불안증세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차별화 혹은 주변화와 같은 부당한 처우로 인해 긴 시간 농촌지역 혹은 외진 곳에서 감금생활을 했었던 사실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던 일이다(Parr and Davidson, 2010). 그렇지만 정신질환자의 비인격적인 처사에 대한 비판, 다양한 정신질환의 증가, 낙인에 대한 저항, 서구에서의 반정신의학운동의 확산, 무엇보다 다수의 정신질환자를 치료의 범주로 이끌어줄 항우울제와 같은 의약품의 가격 인하 등(Moon et al., 2015)은 대안적 접근법을 촉진시켰으며(Parr, 1997), 정신건강 완화에 있어 필수요소인 사회적 관계의 증진을 통한 민주적 분위기 실현, 관대함에 대한 허용, 진지한 마주함의 구현, 공동체 의식 고취 등을 실현화했다(Morrice, 1979; Gesler, 2003). 대안적 방식은 탈기관화 혹은 커뮤니티 중심의 접근, 비공식적 의료의 강조, 대체의학적 관심의 증대라는 세 축으로 구성되며, 이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탈기관화 또는 커뮤니티 안에서의 접근은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문제를 얼마나 돌볼 수 있는가 하는 명제에서 출발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정신병적 증세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을 치료의 대상이 아닌, 정화의 그것으로 간주하는 일이며, 더 나아가 그들의 삶의 터전으로 회귀(Parr, 1997)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탈기관화 혹은 커뮤니티 안에서의 접근을 표방한 방식은 제 3섹터 혹은 민영화와 같은 권리의 이전을 통한 돌봄의 합리적인 운영을 현실화하는 결과이기도 하다(Cloke et al., 2007; Skinner and Power, 2011). 왜냐하면 Scull(2015)이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부문의 무능력을 제 3섹터로 전가시킨다는 것은 빈곤, 폭력, 차별 및 사회적 배제에 처한 이들에 대한 한층 더 쉬운 접근성과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탈기관화 혹은 지역의료에서의 돌봄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삶의 터전인 바로 그곳에서 관련된 사안을 빠르고, 긴급하게 해결할 수 있을 방안이 될 뿐만 아니라 예방적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McGeachan, 2016).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불충분한 의료적 처치(Yanni, 2007)와 같은 비공식 의료의 한계를 극복(Gleeson and Kearns, 2001)하는 것이며, 정신적 문제를 가진 이들의 기본권 박탈과 사회적 참여의 제약과 같은 인간의 권리에 대한 두서없는 침해(Goffman, 1961)를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Gleeson, 1999).

다음으로 비공식적 의료적 측면에서 정신건강의학을 고찰하면, 이는 “관계적 환경에 기반으로 하여 얼마나 ‘안전한 환경(safety place)’(Parr, 1997)을 조성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과 깊은 관련성을 지닌다. 여기에서 말하는 안전한 환경은 상황과 대상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통상 문화적 특징의 표현, 사회적 행동 양식, 특정한 지역에서 오랜 시간 누적된 개인의 가치관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지칭한다. 또한 얼마나 슬픔, 상실, 박탈 등 부정적인 경험을 경감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가 하는 질문과 연관성을 지닌다.

이와 더불어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물리적 환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교류, 다시 말해 치유의 경관에서 말하는 관계적 환경(Conradson, 2003) 혹은 사회(관계)적 기후(Gesler, 2003)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조성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관계는 잘 산다는 느낌으로 점점 확대되게 되며(Andrews et al., 2010), 종국에 이러한 방식은 정신건강과 관련된 서비스의 지리적 의의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장소적 속성’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Parr, 2008).

마지막으로 대안적인 형태, 다시 말해 광범위하고, 사회적이며, 스스로를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재발견하는 일이라는 측면에서 정서적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일반화되는 경향을 들 수 있다. 현재 대안적이면서도, 대체적인 형태는 오늘날 치유의 공간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과정이 되며, 사실 그 중요성으로 인해 탈기관화 이전에서도 정원 가꾸기, 걷기, 농사 등의 방법으로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던 것이기도 하다(Parr, 2008; Parr and Davidson, 2010). 주로 이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심리적인 장애 혹은 방해 요인이 덜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치유의 과정(Andrews et al., 2010)으로서 Gesler(1996)가 말한 “특정 장소의 강한 장소감과 심리적 고착은 의학적 효과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Andrews(2004)가 언급한 바와 같이 대체의학을 통한 방식은 긍정적 경험으로 인식될 뿐만 아니라, 치유의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왜냐하면 대체의학은 개개인에 맞춰진 방식을 기초로 하여 심리적 만족감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들은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자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다는 자기주도성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대안적 혹은 대체된 방식은 정서적이며, 강압적이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는 것으로, 다시 말해 전통적인 정신건강과 관련된 의학적 접근을 따르는 것이 아닌, 치유의 환경내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에 일차적 목표를 두고 있지만, 다양한 치유적 만남은 정서적 회복에 있어 한층 더 높은 효율성을 내포한다.

종합해 보면, 오늘날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지리학적 변화는 커뮤니티 중심의 접근, 비공식적 의료의 강조, 대체의학적 관점의 중요성 증대 등이라는 큰 틀의 변화가 초래한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서 정신건강을 다루는 대안적 형태의 지리적 범주는 나날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관점에서 본 연구에서 핵심적으로 다룰 학생상담센터도 기존에 각 대학별로 운영하고 있는 대학 내 부속기관으로서 명맥을 유지하던 의미에 더해, 예를 들어 정신적 문제에 노출된 집단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 정신건강을 다루는 비용의 증대, 정신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의 확대 등을 고려해 그 존재의 이유를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학생이라 불리는 이들은 통상 밀레니엄 세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19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이 집단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극단적인 태도, 과잉보호 수준의 부모의 지대한 영향, 팀을 지양하는 성격, 과도한 성취욕, 규칙준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Broido, 2004; Howe and Strauss, 2003). 또한 이들은 이전의 세대와 달리 다양성, 예를 들어 Watkins et al. (2011)의 연구에서 밝힌 것처럼 이전의 세대에 비해 인종(이민자 포함), 성정체성, 복잡한 지방색(지역적 특성) 등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는 동인으로 작용하는 요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Lucas and Berkel, 2005). 더불어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어기제는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집단의 정신적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 심각한 특징으로 첫째, 감정적 문제, 더 나아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의 정신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대개의 정신적 문제가 20대 초반에 발병하기는 하지만, 적응이 되기도 전에 변해버리는 속도의 문제와 같이 과거의 그것에 비해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는 수준이 더 심각하다는 점, 둘째,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과 그 가족이 학생들의 삶의 중요한 터전인 대학을 정신건강과 관련된 것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바라본다는 점, 셋째, 대학 스스로 정신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예산의 한계 문제를 가지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Watkins et al., 2011).

그렇다면 학생상담센터의 지리학적 아이디어에 근거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이는 대학 내 정신건강에 관해 연구의 누적이 많은 미국의 사례를 다루고 있는,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Mowbray et al. (2006)의 잘 수용하는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하면 표 1과 같다(표 1 참조). 잘 수용하는 원칙에서는 제일 먼저 ‘포괄적이고 정확한 진단, 사회심리적 혹은 기능적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조기의 발견과 개입’을 들고 있는데, 이는 1) 홍보를 통한 학생들의 유입, 2) 문제를 가진 자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채널 확보(구성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기반), 3) 대학 중심의 커뮤니티 안에서의 통제력 구축, 4) 학생상담센터, 응급실, 장애우지원센터, 총장학생지원실 등 대학 내의 다양한 기관을 통한 통제 및 관리의 출입구 마련, 5) 물리적 접근성의 향상과 학생상담센터의 환경 개선을 포함한다. 한편, 두 번째 항목은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개인에 맞춘 특별 수요에 대한 응대’로 요약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1) 학생상담센터에서 진단, 사회심리적 혹은 기능적 평가 등을 일원화하고, 완벽히 처리하는 방안의 마련, 2) 위험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긴급한 대처방안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표 1. Mowbray et al. (2006)의 ‘잘 수용하는 서비스 원칙(well-accepted services principle)’의 주요 항목

세부항목 구체적 방안
http://static.apub.kr/journalsite/sites/geo/2020-055-01/N013550101/images/geo_55_01_01_T1.jpg
지향점
포괄적이고 정확한 진단,
사회심리적 혹은
기능적 평가를 기반으로
조기의 발견과 개입
∙ 홍보를 통한 학생들의 유입
∙ 정신적 문제를 가진 자를 폭넓게 확인할 수 있는 채널 확보
(구성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 대학 내에서만이 아니라,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커뮤니티 안에서의 통제
∙ 학생상담센터, 응급실, 장애우지원센터, 총장학생지원실 등
다양한 통제 및 관리의 출입구 마련
∙ 물리적 접근성의 향상과 학생상담센터의 환경 개선
독립성
내담자지향성
연속성 내지
통합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개인에 맞춘 특별 수요에 대한 응대
∙ 학생상담센터에서 진단,
사회심리적 혹은 기능적 평가 등을 일원화하고,
완벽히 처리하는 방안(폭넓은 전문가 집단의 확충)
∙ 위험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긴급한 대처방안 구축
지속적인 돌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조성
∙ 타기관과의 (진료의뢰와 같은) 연계
∙ 정신적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지속적인 추적
∙ 재정적 지원
∙ (대내외전문가 집단 중심의) 장기적 접근법 마련
조금 더 응답에 적극적인
분위기의 조성과
이에 대한 계획, 실행, 평가,
운영 등에 대한 내재화
∙ 계획, 실행, 평가, 운영에 있어 제 3자가 관련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요구를 가능한 반영해 구체화할 수 있는 작업의 필요
∙ 자립형 혹은 상호지원서비스 등처럼 전문가가 아닌
또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의 마련
∙ 정신적 문제로 인해 학교를 잠시 떠난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이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제도 마련
출처: Mowbray et al. (2006)의 내용을 연구자 재구성(2019).

세 번째와 네 번째 원칙은 ‘지속적인 돌봄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 충분히 조성 여부’ 및 ‘조금 더 응답에 적극적인 분위기의 조성과 이에 대한 계획, 실행, 평가, 운영 등에 대한 내재화에 대한 제안’으로 정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전자는 1) 진료의뢰와 같은 타기관과의 연계, 2) 정신적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지속적인 추적, 3) 재정적 지원, 4) 대내외전문가 집단 중심의 장기적 접근법 마련 등의 제안하고 있으며, 후자는 1) 계획, 실행, 평가, 운영에 있어 학생의 요구를 가능한 반영해 구체화할 수 있는 작업의 필요, 2) 또래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의 마련, 3) 정신적 문제로 인해 학교를 잠시 떠난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이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제도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요약하자면 대학의 상담을 대안적 의료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1) 독립성, 2) 내담자 지향성, 3) 연속성 내지 통합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으며, 비로소 이러한 요소들을 갖출 때에야 그 기능-센터 내부의 기능 및 외적인 연계적 측면에서 봤을 때-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인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는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학생들에게 있어 ‘안전망(a safety net)’으로서 성격으로 해석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 및 외부전문기관과의 연계가 가능한 곳을 의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여기에서 말하는 연계란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외부로 보내는 의미뿐만 아니라, 이미 정신적 문제가 파악이 된 학생들을 그들의 일차적 생활권 내에서 관리 및 통제한다는 조금 더 전문적인 내용과 관련성을 갖는다(Stone and McMichael, 1996; Mowbray et al., 2006).

복지 혹은 사회적 정의시스템 속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이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캠퍼스 내 학생상담센터는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대학이라는 대형 커뮤니티 안에서 선택지를 넓히는 것에 무게를 두며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잘 수용하는 원칙이라는 것은 서비스의 수여자뿐만 아니라, 공여자의 다양성까지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며, 정신건강에 관한 관리 및 통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층 더 전문적이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정신건강의 처음과 끝, 더 나아가 대학으로의 회귀까지 포함을 하는 것이며, 바로 여기에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대안적 의미로서의 치유의 공간적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3. 연구대상 및 방법

본 연구를 위한 데이터는 2019년 7월부터 8월까지 수도권 소재 5개 대학(서울특별시 4곳, 경기도 1곳) 학생상담센터의 수석상담원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질적인 접근인 심층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대학에서는 부속기관 성격으로 학생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나 학내외적으로 그 입지 및 활용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중 학생상담센터의 활동이 두드러지는 최초 조사대상이었던 서울 A대학의 수석상담원과 심층인터뷰 실시 후 전문가의 의견과 소개를 토대로 눈덩이표집을 통해 4곳의 학생상담센터의 수석상담원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시행할 수 있었다.

비록 5명이라는 적은 수의 수석상담원과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였지만, 인터뷰 대상자들이 1) 최소 7년에서부터 최장 13년 이상의 다년간 한 분야(대학생 대상 상담)에 종사하고 있으며, 최소 석사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라는 점, 2) 현재 소속되어 있는 학생상담센터 이외에 여타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에서 장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 3) 전국대학교학생상담센터협의회와 같은 공적인 조직 및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사정과 정보를 긴밀하게 파악하고,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는 점, 4) 5개 대학의 학생상담센터의 위치 및 기능에 있어 어느 정도 정평이 나 있다는 점, 5) 학생상담센터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 내부자의 동의 없이는 쉽지 않은 점 등에서 캠퍼스 내 학생상담센터의 특성과 한계성을 지리학적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학생상담센터의 운영 및 기능의 효용성을 파악을 위해 학내에서 위기상황을 경험했거나, 학생상담센터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또는 있었던) 2명의 책임자(교수)에 대한 심층인터뷰도 동시에 실시하였다. 수석상담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표 2와 같다(표 2 참조).

표 2. 심층인터뷰 대상자 특징

대학명 연령대 성별 종사기간 대학규모 대학성격
A대학 50대 7년 사립
B대학 30대 8년 국립
C대학 30대 8년 사립
D대학 40대 10년 사립
E대학 50대 13년 사립
참조: 이외에 심층인터뷰를 실시한 학생상담센터의 책임자(교수) 2명은 A대학 소속이다.
출처: 연구자 작성(2019).

반조화된 면접을 통해 얻은 결과는 현재 우리나라의 학생상담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있어 한계점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며, 현실에 근거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있다. 인터뷰를 실시하기 전, 각 연구대상자에게 본 연구의 효율적 분석을 위한 녹취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또한 이들의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부침과 보안사항은 녹취록에서 제외시킨다는 사실에 대해 전달했다. 개별 심층인터뷰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었으며, 면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심층인터뷰 명제는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했으며, 이는 1) 학생상담센터의 성격 규정(전반적인 이해), 2) 학내외 운영 측면에서의 영향(독립성), 3) 학생상담센터의 내부적 특징(내담자 지향성), 4) 외부기관과의 연계 정도(연속성내지 통합성) 등이다. 이에 대한 주요한 질문 내용은 표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으며, 앞서 설명한 Mowbray et al. (2006)의 잘 수용하는 서비스 원칙을 기반으로 여기에 치유 혹은 정신건강증진에 대한 지리학적 접근의 결과(Bell et al., 2018; Gesler, 1996; Love et al., 2001; Parr, 1997, 2003; Parr and Philo, 2003; Williams, 2001)를 더한 것이다(표 3 참조). 더불어 이 내용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오늘날 의료기관이 놓인 건강지리학적인 주요한 변화와 현실, 다시 말해, 탈기관화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돌봄으로의 이전, 봉사자 영역 혹은 비공식의료의 부각, 보완적 혹은 대안적 의료에 대한 강조 등과 연결된 것이기도 하다(박수경, 2019).

표 3. 심층인터뷰 명제

명제 주요세부질문
학생상담센터의
성격 규정
: 전반적인 이해
∙ 학생상담센터의 주요한 기능은 무엇인가?
∙ 대형조직을 대신해 내담자 생활기반 접근의 효용성(장점) 혹은 단점은 무엇인가?
학내외 운영 측면에서의
영향
: 독립성
∙ 학교상담센터를 둘러싼 국가 혹은 학교 정책의 중요한 방향과 이의 전환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
∙ 학교상담센터를 주심으로 국가 혹은 학교 정책의 이상향 실현과 현실 사이에서의 어려움 혹은 갈등은 무엇인가?
학생상담센터의
내부적 특징
: 내담자 지향성
∙ 내담자인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추가적으로, 초중고교에서 혹은 외부의 상담기관과의 차이점)?
∙ 내담자에 대한 주요한 치유 방식은 무엇인가?
∙ 내담자와 상담원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되는가?
외부기관과의 연계 정도
: 연속성내지 통합성
∙ 학교를 벗어나 일상적 삶으로 돌아갔을 때의 학생상담센터에서 치유를 받은 효용성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 내담자의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를 외부와 어떤 형태로 구축하고 있는가?
∙ 졸업 후 혹은 학교를 떠난 후 어떤 형태로 정신건강관리가 이어지도록 조력하고 있는가?
출처: 연구자 작성(2019).

심층인터뷰는 ‘전형적인 내용 분석(classical content analysis)’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이는 관련 구절, 개념, 아이디어 등의 ‘단위화(chunking)’ 및 빈도를 확인하는 작업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심층인터뷰 명제를 기초로 각 주요세부질문 하에 관련된 내용을 재조직해 분류하는 기법도 토대로 하고 있다. 참고로 심층인터뷰 내용의 데이터 관리, 코딩, 분석 등에는 연구자 본인이 직접 관여되어 있음과 심층인터뷰 내용 중 비문, 구어적 표현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연구자의 판단 하에 새로 작성했음을 밝힌다.

4.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한계점에 대한
지리학적 의의

1) 권력의 재영토화

지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첫 번째 한계점은 ‘권력의 재영토화(reterritorialization of power)’로 정리할 수 있으며, 이는 재영토화 개념을 제안한 Deleuze와 Guattari(1972)의 의도2)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학생상담센터의 권한과 운영에 있어 제 3의 권력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담는 일종의 은유적 표현이라 하겠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정신건강을 다루는 것과 달리,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는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비록 캠퍼스 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관리와 통제의 기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개의 의사 결정(혹은 방향설정)은 학생상담센터 독자적으로 하기 보다는 교육부의 시책, 대학 내의 의사결정권자의 의도, 학생상담센터 책임자의 방향성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특징-물론, 기본적으로 학생처와 같은 부서에 소속된 보조적 특징(Herr et al., 1996)까지 무시한 범위는 아니라는 점에서-을 지니고 있다.

“학생상담센터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해서 운영하기는 어려워요. 특히, 지금의 상황에서는요...(중략)...특성화 같은 사업은 학사관리 면이 점수가 높거든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 점수를 높일 필요가 있고, 그런 면에 영향을 받아서 학생상담센터의 기능과 역할도 약간 방향이 변경되기도 해요...(A대학 수석상담원)”

“우리 학생상담센터는 심리학과, 정신의학과 등의 교수님들이 주로 책임을 맡으셨었어요.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따라 학생상담센터의 역할도 변하는 것 같아요...(E대학 수석상담원)”

특히, 권력의 재영토화는 최근에 두드러지는 현상으로서 대학이 독자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하는 대학특성화사업 혹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같은 시책에서 학사관리 측면이 강조되면서 이러한 평가항목을 충족시키는 방안으로 학생상담센터의 프로그램이 준비-지극히 우리나라에서 특징적으로 발견되는-되는가 하면, 정신적 문제를 조기에 파악해 통제하고 관리하는 형태로 학교의 이미지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기도 하다. 또한 오늘날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이기도 한 부모의 통제권 강화로 학교의 운영진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을 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학생상담센터의 업무를 변용시키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결국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사안과 직결된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은 현재 대학이 맞이하고 있는 고령화, 저출산, 4차 산업혁명 등과 같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이에 따른 기능적 변용이라는 ‘새시대의 질서(the New World Order)’를 실현시키기 위한 일종의 ‘길들이는 지역(taming zone)’ 형성으로 풀이할 수 있다(Tuathail and Luke, 1994).

“요즘 학생들은 순하기도 하고, 부모가 간섭이나 통제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총장실에도 일부의 헬리콥터맘들이 학교업무에 대해서 자주 연락을 하는 것 같아요...(중략)...연락이 자주 와서 학교를 운영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 대학 주요한 운영진은 학생들의 독립심과 자발성을 학생상담센터를 통해 높여주길 바라기도 합니다...(E대학 수석상담원)”

물론, 제 3의 권력의 개입으로 인한 학생상담센터 성격에 변화를 가져온 현상이 부정적인 의미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1990년대 중반 미국을 사례로 한 연구이기는 하지만(Bishop, 1995), 사실 대학의 학생상담센터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재정적인 부분으로 권력의 재영토화는 학생상담센터의 확장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상담센터의 학교 내 공간의 재배치-사실상 그렇다고 완전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다른 재정적 지원, 인력의 충원 등의 성과를 가져오기도 해 긍정적 의미도 일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학생상담센터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모습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라는 점, 내실화에 기울이지 못하는 점-특히, 우수한 상담인력이 떠나는 것과 연속성 없는 단기 재직의 문제(Herr et al., 1996)-, 임상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의 조성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점, 심리 혹은 정신건강과 관련된 전문가 집단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채 관련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점 등 상담 그 자체를 충실히 실현하기 위한 환경이 불충분하거나, 미진한 부분은 여전히 지적 대상이라 할 수 있다.

“학생상담센터가 예전에 비해 좋아지기는 했죠.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이러한 기관이 있는지 잘 모를 정도로 구석에 있어요...(중략)...가이드라인에 의하면 학생상담센터가 조금 더 세심할 필요가 있어요...(중략)...무엇보다 내담자의 사생활 보호도 중요하지만, 상담자의 안전도 중요한 문제입니다…(D대학 수석상담원)”

학생상담센터를 조성할 때3) 내담자에게는 관계성에 기초한 따뜻하고, 비공식적이며, 환영하는 분위기를, 상담자에게는 사무의 공간이며, 반복되는 업무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된다(Brewster, 2014). 전자를 위해서는 내담자의 기밀유지를 최우선으로 둔 색감, 빛, 외부와의 연결 등을 고려한 환경을, 후자에게는 직업 특성을 감안해 감정적 소모-장시간 내담자의 학대, 어려움, 트라우마 등의 이야기를 들음으로 인해 발생되는-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는 대안 등을 마련해 주는 것이 그 예이다. Skovholt (2010)는 이러한 것을 ‘정신적 수입(psychic income)’이라고 표현했는데, 학생상담센터가 내담자뿐만 아니라 상담자의 안전과 잘 산다는 느낌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임을 설명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Pearson and Wilson, 2012).

그렇지만 과연 외연적 확장이 학생상담센터가 가져야 하는 고유한 공기까지 변화시켰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권력의 재영토화는 과중한 업무나 관련 없는 일까지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상담센터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환자 혹은 내담자의 상호작용의 효율성은 치유의 공간에 달려있다”는 사항으로 물리적인 환경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친화적 환경(user friendly)’ 내지 ‘감정적 안전성(emotionally safe)’과 같이 보이지 않는 면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상담에 충실한 환경의 실현을 위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권력의 영토화를 벗어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에의 적응, 자율권한, 통제기능의 재확보 등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결국 이는 누가 학생상담센터의 통제권을 갖는가 혹은 얼마나 독립적인 결정권을 학생상담센터가 스스로 확보하는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2) 면에서 점으로의 전적인 이양

두 번째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대학 내 학생상담센터의 한계점으로 면에서 점으로의 전적인 이양을 들 수 있으며, 이는 학생상담에 관한 모든 권리 및 책임을 학생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는 부모와 같이 연대하는 방식으로 정신문제를 다루었으나(면적인 접근), 대학에서는 학생을 성인으로 간주하여 개인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하게 된다(점적인 접근). 이는 일종의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자기의 영역을 명확히 하는 자기권한 혹은 자기결정권의 강화라 할 수 있으며, 합법성 안에서 ‘자아의 영역을 결정’하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Knight, 1982). 문제는 전적으로 부모나 혹은 이에 준하는 이들에게 예속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너무나 갑작스러운 것이라는 점이다.

“쉽지는 않아요. 어떤 부모는 끝까지 학생들 상담 과정에 개입하려 하거나, 내용을 알고자 하는 경우도 있어요...(중략)...하지만 끝까지 부모한테 알리는 경우는 없어요. 이미 학생들은 성인이고, 우리는 모든 권한을 학생에게 이양하니까요...(E대학 수석상담원)”

지리학적인 접근에서 “인간이 존엄하다” 혹은 “자신의 권리를 결정한다”는 표현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인 개인적 차원에서의 존엄은 자신감, 진실성, 품행 등으로 확인되는 자기가치 혹은 자기 존중과 관련성을 갖는데 비해, 후자인 관계적 차원에서 존엄은 인간의 상호작용에서 발현되는 개별 혹은 집단적 행위를 통해 표출되는 존경심내지 가치를 의미한다(Jacobson et al., 2009). 공통적으로 이 두 가지 차원의 존엄은 정체성 형성 ‘장(場, arena)’으로서의 투영체인 공간과 연관성을 갖는다(Parr, 2000). 바꿔 말하면, 이는 “나는 어디에 있는가”하는 사실을 통해 자신의 존엄 혹은 정체성을 인지하게 된다는 사실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Jacobson et al., 2009).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관계의 형태든 존엄이라는 것에 상처가 생기면, 거기에서부터 정신적 차원의 문제를 유발하게 되며, 한편 존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정신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Jacobson et al., 2009).

그렇지만 아직 이런 존엄을 확인하기에 오늘날의 대학생은 미성숙하고, 스스로를 돌보기에도 한계가 있으며,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족한 모습에 대해 충분히 허용하고, 성장 및 독립을 위한 과정임을 인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수의 양육자들이 이에 대해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한계를 쇄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학생상담센터가 존재하는 것이고, 학생상담센터는 근본적으로 대학생을 성인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에서부터 치유를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학생상담센터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은 ‘물리적 현존(physical presence)’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다양한 이해를 촉진해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마음의 공간은 새로운 자아와 정체성을 만나게 해주는 촉매제가 됨으로서 그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Parr and Butler, 1999). 이는 근본적으로 치유의 경관에서 강조하는 ‘소속감(belonging)’에 대한 의미 부여와 연결되며, 더 나아가 Gesler(1992)가 말한 인간관계 회복을 통한 장소감(혹은 가치에 대한 느낌, 정체성, 안정감 등으로 대체될 수 있는)의 복원과 관련성을 갖는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신적 차원의 접근으로 ‘문화적 안전성(culturally safe)’의 개념을 재검토 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학생들이 느끼는 스트레스 상황은 다양하지만,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오는 것이 많은 것 같아요. 부모지만 잘 이해하지 않는 점 혹은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중략)...학생들 문제가 불거지면 우리 아이는 그런 아이라고 부정하는 사람들도 많아요...(C대학 수석상담원)”

Conradson (2003)은 특정 장소에의 일회적인 만남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사회적 친밀감이 형성이 되며, 이는 중요한 치유의 효과와 연결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흔히 문화적 안전성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Dyck and Kearns, 2005), 슬픔, 상실, 인간성에 대한 박탈 등의 부정적 감정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문화적 안전성이라는 말은 전체주의적인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대체의학적 접근이라 할 수 있는데, 문화적인 특수성을 존중-특히, 뉴질랜드의 마오리족과 관은 특정 상황에 대한 접근에 있어서(Dyck and Kearns, 1995; Wilson and Neville; 2009)-해 애정, 관심 등을 표현하는 것이 주요한 핵심이다(Leiningenr, 1997; Brown et al., 2016).

“현재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매우 심각하지 않는 것이기도 해요...(중략)...혼자 다니는 친구들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효과가 매우 크기도 해요. 그래서 또래집단 상담은 꽤 효율성이 높은 것이기도 합니다...(A대학 수석상담원)”

“요즘 학생들은 과거에 고민했던 것과는 다르죠 대표적으로 동성애나 (왕따 같은) 교우관계 같은 것 말이죠...(B대학 수석상담원)”

“우리 대학의 학생들이 학업이나 취업에 관한 스트레스가 유달리 강한 편입니다. 사회적인 기대라고나 할까...(중략)...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 훨씬 더 많아요. 그래서 집단상담보다는 개인상담이 우리 센터의 중요한 역할이죠. 그런데 신청하는 수가 매번 늘어나고 있어서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어요...(C대학 수석상담원)”

문화적인 안전성을 바탕으로 하는 치유의 경험 혹은 감정적 상호작용은 우정으로 표출이 되며(Morse, 1991), 같은 마음을 가진 집단(Crameri et al., 2015)으로 간주하게 되어 치유의 환경을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재 문화적 안전성을 바탕으로 하는 접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이뤄지고 있는데, 또래집단상담과 문화적 안전성에 기초한 개인상담이다. 전자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이며, 즉각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반응이 상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점은 후자로 재정, 시간, 인력 등의 문제로 인해 완치에 이르기까지 보장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학생상담센터라는 사회적 공간을 정신건강의 ‘사유화(privatization)’를 현실화하는 것(Gesler, 1991)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오늘날 대학생들의 전공, 성별, 학년 등에 따른 공통적인 관심사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는 현상을 고려, 후자에 무게를 두어 접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3) 느슨한 연대

마지막으로 느슨한 연대에 따른 캠퍼스 내 학생상담센터의 한계점을 들 수 있다. 느슨한 연대는 두 번째 한계로 밝힌 면에서 점으로 권리 및 책임이 이전되는 현상과 관련성을 갖는다. 일상적인 상담을 뛰어넘어 미연에 통제하지 못한 자해, 자살 등 위험상황에 놓인 학생들에 대한 접근과 이들의 사후처리까지도 학생 개인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서 현재로서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유일한 대안이 있다면 낙인의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시간적(공시적) 접근이 아닌, 학생들의 생활권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통한 통시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신건강의 문제는 한번 발병되면 지속되기 보다는 정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 커지는 시기에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인 기복이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간에 따른 추적을 하는 것은 무의미한 방법이라 할 수 있고, 대신 정신증이 심각하게 발병할 시점에 다각적 형태의 접근을 통해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효용성 높은 대처방안일 수 있다.

“학생상담센터에 가는 것은 학생들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별로 없죠...(중략)...학생 스스로가 가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대안은 없다고 봅니다...(A대학 교수)”

“시간적으로 정신 병력에 대해 추적하는 일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중략)...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잖아요. 더 큰 스트레스가 있을 때 정신증상이 심각할 수 있는데, 시간에 따라 한 학생의 정신기록이 이어지면 문제될 수 있어요...(중략)...그래서 상담을 받은 기록을 공유하지는 않죠...(A대학 수석상담원)”

사실 이러한 접근은 지리학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은 유사한 집단이 가지고 있는 유사한 질병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지원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으로 인해 명확히 설정된 돌봄의 수혜자와 공여자 사이의 의료서비스를 교환이 가능하며, 이는 매우 의학적 효율성이 높은 방식으로 이미 입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사실 정신적 문제는 장기간의 치료를 요하는 것이기도 하며, 물질적인 접근보다는 정신적인 접근, 다시 말해 얼마나 ‘위로(solace)’를 줄 수 있는가 혹은 비슷한 질병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통한 ‘지지(support)’를 얻을 수 있는가 하는 사안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로와 지지를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캠퍼스 내 학생상담센터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역적 차원의 다양한 채널 확보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일 수 있다. 특히, 커뮤니티 기반으로 정신건강에 접근한다는 사실은 치유에 있어 존엄이라는 부분을 회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구체적으로 복잡한 요인과의 관련성 속에서 접근 가능하다는 점, 다양한 원인의 상호관련성을 끊어냄으로써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 상담자의 취약성에 대한 보완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내담자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시켜준다는 점, 위험에 집중된 관점에 대한 분산 혹은 긍정적 차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Wolpert, 1980). 이러한 부분에서 현재 대부분의 학생상담센터의 성격이 예방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서 벗어나 적극적 치유, 교정 및 교화, 사회생활과의 연계, 예방학적 차원 등으로 확대(Herr et al., 1996)될 수 있도록 유사한 기관이 긴밀하게 연합된 형태로 학생들의 생활권을 아우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시간적으로 추적하는 것은 낙인을 찍을 수 있는 일이라 위험할 수 있어요…(중략)…학생들이 사는 곳을 아우르는 형태로 관리하는 방식은 대안이 될 수 있겠죠(E대학 수석상담원)”

특정 장소가 치료로 의미를 가지려면 일련의 중립적 성격의 단순한 ‘컨테이너(container)’ 역할을 탈피해 역동적이고, 타협이 가능하며, 논쟁에 따라 전문가 혹은 보호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프로세스가 확장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록 정신의학적 접근은 아니지만 지역의료적 차원에서의 접근에 대해 고민한 Wiles (2005)의 연구인 ‘(특정) 장소의 노화(ageing in place)’와 노인의 예시에 의하면 잘 조직된 커뮤니티 안에서의 돌봄이라는 것은 의료의 수혜자가 자신들의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융통성 있고, 적절하며, 차이에 민감한 방식을 통해 그 가족들까지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그 특정 장소는 다양한 사람들 사이의 친밀한 관계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에 치유의 과정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통한 접근은 단편적인 치료에서 벗어나 함께 부딪히는 사람들, 가령 가족, 친구, 의료진뿐만 아니라,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이웃, 의료행정을 책임지는 공무원 등까지 포함한 건전한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속에서 건강함 혹은 잘 산다는 것의 실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 장소적 속성이라는 것은 발병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핵심 단어가 된다. 예를 들어, 비만을 다룰 때 비만 그 자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음식-운동-생활습관 등 궁극적으로 생활습관 전반을 검토하게 되는데, 이러한 작업은 효과적인 치료(혹은 치유)는 무엇을 먹고, 움직이며, 자극을 받는지 등 삶을 기반으로 하는 폭넓고, 상호관련적인 요인을 파악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접근은 건강문제에 대한 해결뿐만 아니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틀이 되며, 분절된 의료서비스 수혜자의 체험은 하나의 치유의 스토리가 되어 제 3자의 치유에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리학적 접근의 핵심은 개별적 자신과 사회 혹은 물리적 세계 사이, 특히 매일 마주하는 생활권에서의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에 달려있는 것이다(Parr, 2008).

이러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관심, 그리고 관리와 통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연대감(solidarity)’을 확대하는 일은 서구 사회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한 예로, 영국의 교육부에서 발간한 ‘Counselling in schools: a blueprint for the future (2016)’에서는 외부와의 연계성에 대해 특히 강조하고 있는데, ‘외부 전문기관으로의 이전(referral system)’과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내지 정보의 공유가 가장 대표적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보의 공유는 단순한 이상 수준에 대한 진단-여기에서 학생상담센터의 역할은 상당히 의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기관으로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개인정보보호 하에 정신적 병증의 경계에 있는 학생들에 대한 파악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학 내의 내규나 혹은 지역사회의 합의를 기초로 하는 명문화를 통해 현실화하는 방안인 것이다(Department of Education, 2016). 인터뷰 결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지리학적의 의의에서나 서구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지역기반서비스의 접근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점에 착안,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이 차츰 마련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5. 요약 및 결론

본 연구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상담센터는 국가권력의 공적인 개입에 의해 움직이는 초, 중, 고등학교와 다르게 자율적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교육부의 평가, 학교 운영 주체의 관심 여부, 학생상담센터의 관련자(주로 센터장)의 태도 등 다양한 권력이 재영토화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기관의 독립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학생상담센터의 본연의 기능으로 얼마만큼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상당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학생상담센터를 이용한다는 사실은 내담자에게 더 이상 낙인이라 간주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담자에게 갑작스럽게 부여된 모든 선택과 책임으로 인해 통제와 관리에 있어 필연적인 틈새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져 문화적 안전성 확보 혹은 위엄에 대한 존중 등 적절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내담자에게 점적으로 부여된 절대적 권한은 외부와의 느슨한 연계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책, 예를 들어 생활권을 기반으로 하는 공식의료와 비공식의료 사이의 긴밀한 관계 구축이 시급하다.

이외에도 Herr et al. (1996), Watkins et al. (2011) 등의 연구 추가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질적으로 우수한 최신의 카운셀링 서비스 도입, 대학 내의 경험치 낮은 소수자에 대한 상담의 확대, 대학을 넘어선 지역에 대한 일종의 ‘지역에 대한 봉사(outreach)’의 개념(Krause and Afuape, 2016)으로서의 헌신, 과학적이면서도 전문적인 데이터베이스 기반의 효용성 구현, 외부 및 사회의 환경과 심리적 영향에 대한 깊은 이해 등 성공적이며, 비용대비 효율성 있는 서비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더 나아가 학생상담센터도 다양한 대안적 정신건강증진의 공간이 지향하는 도시의 정신건강관리의 취약성, 차이와 분리, 과부하, 보호시스템의 제거 등과 연결되어 있으므로(McCay, 2019), 삶이 영위되는 공간(도시)의 정신건강을 어떻게 통제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검토-예를 들어, 쾌적하지 못한 환경, 사회적 소속감과 신뢰의 상실, 사회적 안정감과 보호받는 사실에서 멀어지는 현상, 사회적 지원 및 경제적 기회 등의 취약성 등과 같은 ‘생태학적 대혼란(ecological maelstrom)’-를 충실히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치유의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1) 절망의 경관은 본래 시설에 수용되어야 하는 사람들(구체적으로, 심각한 물질적 박탈과 신체적 혹은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자들)이 공식의료의 탈기관화(deinstitutionalization)로 인해 지역사회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일으키는 (경관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20세기 서구의 도시 지역에서 일어난 현상을 지칭한다(Dear and Wolch, 1987; DeVerteuil and Evans, 2009).

2) 재영토화와 탈영토화의 과정은 사회생활과 영토의 계류 사이의 관계 하에 나타나는 현상의 변화에 따른 공간적 징후를 뜻하는 것으로, Deleuze and Guattari에 의해 1972년에 제안된 개념이다. 특히, 재영토화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 조직의 영토 형태가 재구조화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범위와 스케일을 뛰어넘어 통치권과 새로운 영토 영역의 출연 간의 배타적 관계가 해체되는 현상을 함축한다.

3) 상담의 환경에 대한 개념은 1950년대부터 이미 가이드라인으로 정리 된 바 있으며, 건강관리의 환경(Pitts and Hamilton, 2005), 환경심리(Amato and IcInnes, 1983; Saegert and Winkel, 1990; Pearson and Wilson, 2012) 등의 방향으로 구체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행위들이 비밀로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음처리가 된 상담실, 상담자가 내담자의 돌발행위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을 빨리 제압할 수 있는 (내부 혹은 외부) 안전장치의 확보, 소속감을 고취시켜줄 수 있는 분위기의 조성, 학생상담센터 존재를 알리면서 낙인효과를 최소한 줄일 수 있는 출입구의 마련 등 심리적 요구에 대한 최대한의 부응할 수 있는 환경, 더 구체적으로 내담자의 존엄성, 자율성, 사생활 보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Acknowledgements

References

1
국가정책조정회의, 2016, 행복한 삶, 건강한 사회를 위한 정신건강 종합대책, 관계부처합동.
2
박수경, 2014, 일상적 삶에서의 치유의 공간에 관한 지리학적 고찰: 심리상담카페를 중심으로, 대한지리학회지, 49(4), 546-562.
3
박수경, 2019, 정신건강을 위한 대안적 치유 공간의 지리학적 의의: 일본 카와사키의 도라지회를 사례로,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5(3), 347-360.
10.26863/JKARG.2019.8.25.3.347
4
조근호, 2016, 학교기반 정신건강사업의 국내·외 사례 및 매뉴얼 개발 배경,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
5
Amato, P. R. and McInnes, I. R., 1983, Affiliative behavior in diverse environment: A consideration of pleasantness, information rate and the arousal-eliciting quality of settings, Basic and Applied Social Psychology, 4(2), 109-122.
10.1207/s15324834basp0402_2
6
Andrews, G. J., 2004, (Re)thinking the dynamic between healthcare and place: therapeutic geographies in treatment and care practices, Area, 36(3), 307-318.
10.1111/j.0004-0894.2004.00228.x
7
Andrews, G. J., Adams, J. and Segrott, J., 2010,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CAM): production and consumption, in Brown, T., McLafferty, S. and Moon, G. A. (ed.), <i>Companion to health and medical geography</i>, Blackwell, West Sussex, 587-603.
10.1002/9781444314762.ch30
8
Bell, S. L., Foley, R., Houghton, F., Maddrell, A. and Williams, A. M., 2018, From therapeutic landscapes to healthy spaces, places and practices: A scoping review, <i>Social Science and Medicine</i>, 196, 123-130.
10.1016/j.socscimed.2017.11.03529175701
9
Bishop, J. B., 1 Emerging administrative strategies for college and university, <i>Journal of Counselling and Development</i>, 74, 33-37.
10.1002/j.1556-6676.1995.tb01819.x
10
Brewster, L., 2014, The public library as therapeutic landscape: A qualitative case study, <i>Health and Place</i>, 26, 94-99.
10.1016/j.healthplace.2013.12.01524418525
11
Broido, E. M., 2004, Understanding diversity in millennial students, <i>New Directions for Student Services</i>, 106, 73-85.
10.1002/ss.126
12
Brown, A. E., Middleton, P. F., Fereday, J. A. and Pincombe, J. I., 2016. Cultural safety and midwifery care for Aboriginal women - A phenomenological study, <i>Women and Birth</i>, 29, 196-202.
10.1016/j.wombi.2015.10.01326778083
13
Cloke, P., Johnsen, S. and May, J., 2007, Ethical citizenship? Volunteers and the ethics of providing services for homeless people,<i> Geoforum</i>, 38(6), 1089-1101.
10.1016/j.geoforum.2006.07.005
14
Conradson, D., 2003, Spaces of care in the city: the place of a community drop-in centre, <i>Social and Cultural Geography</i>, 4(4), 507-525.
10.1080/1464936032000137939
15
Crameri, P., Barrett, C., Latham, J. R. and Whyte, C., 2015, It is more than sex and clothes: Culturally safe services for older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and intersex people, <i>Australasian Journal on Ageing</i>, 34(s2), 21-25.
10.1111/ajag.1227026525442
16
Dear, M. J. and Wolch, J. R., 1987, <i>Landscape of Despairs: from deinstitutionalization to homelessness</i>, Princeton University Press: New Jersey.
17
Deleuze, G. and Guattari, F., 1972, <i>L'Anti-Oedipe: capitalisme et schizophrenie, nouvelle edition augmente</i>, Minuit: Paris.
18
DeVerteuil, G. and Evans, J. M., 2010, Landscapes of Despair, in Brown, T., McLafferty, S. and Moon, G. A. (ed.), <i>Companion to health and medical geography</i>, Blackwell: West Sussex, 278-300.
10.1002/9781444314762.ch16
19
Dyck, I and Kearns, R., 1995, Transforming the relations of research: towards culturally safe geographies of health and healing, <i>Health and Place</i>, 1(3), 137-147.
10.1016/1353-8292(95)00020-M
20
Gesler, W. M., 1991, <i>The Cultural Geography of Health Care</i>, University Pittsburgh Press: Pittsburgh.
21
Gesler, W. M., 1992, Therapeutic landscapes: Medical issues in light of the new cultural geography, <i>Social and Medical Geography</i>, 34(7), 735-746.
10.1016/0277-9536(92)90360-3
22
Gesler, W. M., 1996, Lourdes: healing in a place of pilgrimage, <i>Health and Place</i>, 2(2), 95-105.
10.1016/1353-8292(96)00004-4
23
Gesler, W. M., 2003, <i>Healing Places</i>, Rowman and Littlefield: Lanham.
24
Gleeson, B., 1999, <i>Geographies of Disability</i>,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25
Gleeson, B. and Kearns, R., 2001, Remoralising Landscapes of Care, <i>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i>, 19(1), 61-80.
10.1068/d38j
26
Goffman, E., 1961, <i>Asylums: Essays on the social situation of mental patient and other inmates</i>, Anchor Books: New York.
27
Herr, E.., Ream, D. D. and Gilchrist, L. A. C., 1996, Patterns of student counselling in universities of the United States, <i>International Journal for the Advancement of Counseling</i>, 18, 303-325.
10.1007/BF01408103
28
Howe, N. and Strauss, W., 2003, <i>Millennials go to college</i>, Paramount Market Publishing: New York.
29
Jacobson, N, Oliver, V. and Koch, A., 2009, An urban geography of dignity, <i>Health and Place</i>, 15, 725-731.
10.1016/j.healthplace.2008.11.00319138549
30
Knight, D. B., 1982, Identity and Territory: Geographical Perspectives on Nationalism and Regionalism, <i>Annals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Geographers</i>, 72(4), 514-531.
10.1111/j.1467-8306.1982.tb01842.x
31
Krause, I. and Afuape, T., 2016, Introduction, in Afuape, T. and Krause, I. (ed.), <i>Urban Child and Adolescent Mental Health Services: A Responsive Approach to Communities</i>,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1-9.
10.4324/9781315646848-1
32
Leininger, M., 1997, Overview of the theory of culture care with the ethnonursing research method, <i>Journal of Transcultural Nursing</i>, 8(2), 32-52.
10.1177/1043659697008002059369663
33
Love, M., Wilton, R. and DeVerteuil, G., 2012, 'You have to make a new way of life': women's drug treatment programmes as therapeutic landscapes in Canada, Gender, <i>Place and Culture</i>, 19(3), 382-396.
10.1080/0966369X.2011.609985
34
Lucas, M. S. and Berkel, L. A., 2005, Counseling Needs of Students Who Seek Help at a University Counseling Center: A Closer Look at Gender and Multicultural Issues, <i>Journal of College Student Development</i>, 46(3), 251-266.
10.1353/csd.2005.0029
35
McCay, L, 2019, Urban design and mental health, in Bhugra, D., Ventriglio, A., Castaldelli-Maia, J, McCay, L. (ed.), <i>Urban Mental Health</i>,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32-48.
10.1093/med/9780198804949.003.0003
36
McGeachan, C., 2016, 'Do you have a frog to guide you?': Exploring the 'asylum' spaces of R. D. Laing, in Kritsotaki, D., Long, V. and Smith, M. (ed.), <i>Deinstitutionalisation and After: Post-War Psychiatry in the Western World. Series: Mental health in historical perspective</i>, Palgrave Macmillan: London.
10.1007/978-3-319-45360-6_10
37
Milligan, C. and Power, A., 2010, The Changing Geography of Care, in Brown, T., McLafferty, S. and Moon, G. A. (ed.), <i>Companion to health and medical geography</i>, Blackwell: West Sussex, 567-586.
10.1002/9781444314762.ch29
38
Morse, J.M., 1991, Negotiating commitment and involvement in the nurse-patient relationship, <i>Journal of Advanced Nursing</i>, 16, 455- 468.
10.1111/j.1365-2648.1991.tb03436.x2061509
39
Mowbray, C. T., Megivern, D., Mandiberg, J. M., Strauss, S., Stein, C. H., Collins, K., Kopels, S., Curlin, C. and Lett, R., 2006, Campus mental health services: recommendations for change, <i>American Journal of Orthopsychiatry</i>, 76(2), 226-37.
10.1037/0002-9432.76.2.22616719642
40
Morrice, J. K. W., 1979, Basic Concepts: A Critical Review, in Hinshelwood, R, D. and Manning, N. (ed.), <i>Therapeutic Communities: Reflection and Progress</i>, Routledge and Kegan Paul: London, 49-58.
41
Parr, H., 1997, Mental health, public space, and the city: questions of individual and collective access, <i>Environment and Planning D: Society and Space</i>, 15(4), 435-454.
10.1068/d150435
42
Parr, H., 2000, Interpreting the 'hidden social geographies' of mental health: ethnographies of inclusion and exclusion in semi-institutional places, <i>Health and Place</i>, 6(3), 225-237.
10.1016/S1353-8292(00)00025-3
43
Parr, H., 2003, Medical geography: care and caring, <i>Progress in Human Geography</i>, 27(2), 212-221.
10.1191/0309132503ph423pr
44
Parr, H., 2008, <i>Mental health and social space: Towards inclusionary geographies</i>, Blackwell Publishing: Oxford.
45
Parr, H. and Butler, R., 1999, New geographies of illness, impariment and disability, in Bulter, R. and Parr, H. (ed.), <i>Mind and Body Spaces: Geographies of illness, impairment and disability</i>, Routledge: London and New York, 1-24.
46
Parr, H. and Davidson, J., 2010, Mental and emotional health, in Brown, T., McLafferty, S. and Moon, G. A. (ed.), <i>Companion to health and medical geography</i>, Blackwell: West Sussex, 258-277.
10.1002/9781444314762.ch15
47
Parr, H. and Philo, C., 2003, Rural mental health and social geographies of caring, <i>Social and Cultural Geography</i>, 4(4), 471-488.
10.1080/1464936032000137911
48
Pearson, M. and Wilson, H., 2012, Soothing spaces and healing places: Is there an ideal counselling room design?, <i>Psychotherapy in Australia</i>, 18(3), 46-53.
49
Pitts, F. M and Hamilton, D. K, 2005, Therapeutic environments, <i>Health Facilities Management</i>, 18(9), 39-42.
50
Saegert, S. and Winkel, G. H, 1990, Environmental psychology, <i>Annual Review of Psychology</i>, 41, 441-477.
10.1146/annurev.ps.41.020190.002301
51
Scull, A., 2015, <i>Madness in Civilization</i>, Princeton University Press: New Jersey.
52
Skinner, M. W. and Power, A., 2011, Voluntarism, health and place: Bringing an emerging field into focus, <i>Health and Place</i>, 17(1), 1-6.
10.1016/j.healthplace.2010.09.00120888283
53
Skovholt, T., 2010, <i>The resilient practitioner. Burnout prevention and selfcare strategies for counselors</i>, Routledge: New York and London.
54
Stone, G. L. and McMichael, J., 1996, Thinking About Mental Health Policy in University and College Counseling Centers, <i>Journal of College Student Psychotherapy</i>, 10(3), 3-27.
10.1300/J035v10n03_02
55
Tuathail, G. O. and Luke, T. W., 1994, Represent at the (Dis)integration: Deterritorialization and Reterritorialization in the New Wor(l)d Order, <i>Annals of the Association of American Geographers</i>, 83(4), 381-398.
10.1111/j.1467-8306.1994.tb01866.x
56
Watkins, D. C., Hunt, J. B. and Eisenberg, D., 2011, Increased demand for mental health services on college campuses: Perspectives from administrators, <i>Qualitative Social Work</i>, 11(3), 319-337.
10.1177/1473325011401468
57
Wiles, J. L., 2005, Conceptualising place in the care of older people: The contributions of geographical gerontology, <i>International Journal of Older People Nursing</i>, 14, 100-108.
10.1111/j.1365-2702.2005.01281.x16083492
58
Williams, M., 2001, Counselling in a pain relief clinic, in Thomas, O, Davison, S. and Rance, C. (ed.), <i>Clinical Counselling in Medical Settings</i>, Routledge: New York, 129-145.
59
Wolpert, J., 1980, The dignity of risk, Transactions, <i>Institute of British Geographers</i>, 5(4), 391-401.
10.2307/622018
60
Yanni, C., 2007, <i>The Architecture of Madness: Insane Asylums in the United States</i>,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Minnesota.
61
Department of Education, 2016, Counselling in schools: a blueprint for the future: Departmental advice for school leaders and counsellors, available at: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government/uploads/system/uploads/attachment_data/file/497825/Counselling_in_schools.pdf
62
OECD, 2016, Education Policy Outlook: Korea, available at: www.oecd.org/education/policyoutlook.htm
페이지 상단으로 이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