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신자유주의 시대 도시 공간의 생산과 도시 거버넌스
1) 신자유주의 도시화와 도시 거버넌스의 재편
2) 분절적 도시화
3) 광역 대도시 거버넌스와 교통 인프라
4) 교외화와 신자유주의 대도시권 교통 거버넌스
3. 기후동행카드의 도입 배경과 전개
4. 기후동행카드의 도입과 모자이크화된 공간
1) 연구 설계와 자료
2) 대도시권의 교외화와 행정구역
3) 신자유주의 대도시권 교통 거버넌스
4) 회색지대의 등장
5. 결론
1. 서론
2024년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하였다. 대중교통 이용의 촉진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이 정책은 1회 요금 충전으로 선택한 이용기간 동안 대중교통과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의 도입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서울특별시, 2024).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의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대중교통 할인의 수혜는 원칙적으로는 서울시민 혹은 서울시의 행정구역 내로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의 시행에 있어, 서울시의 모든 대중교통이 기후동행카드 체계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며, 서울과 인접한 지역의 일부 전철역은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액권을 이용할 수 있는 구간의 정의는 매우 복잡하며, 심지어 버스의 경우는 서울 버스정보시스템, 지하철의 경우는 승차와 하차역을 서울시 홈페이지에 입력하여 확인해보아야 한다. 지하철을 예로 들면 누가 기후동행카드를 소유하는가가 아니라 어느 역에서 탑승하고 하차하는가에 따라 정책의 수혜 여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정책 적용 범위의 배경에 행정구역, 지하철에 대한 투자 및 관리 주체, 지자체 간 정책협약 여부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정책의 대상이 되는 공간적 범위에 대한 규정이 모호해진 이유를 살펴보면, 이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교외화가 급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된 서울 대도시권에서 대중교통은 서울의 행정구역을 넘어서 건설되고 운영되고 있으며, 매일 수많은 시민들이 행정구역을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도시의 교통 인프라의 건설 및 유지에 있어 재정의 투입과 인력의 관리 등 매우 복잡한 운영 방식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흔히 민간자본의 인프라 투자의 배경으로 언급되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의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도시정책 혹은 도시 거버넌스를 연결하는 연구가 진행되어왔다(최병두, 2007a, 2007b, 2011; 이경민, 2013; 김용창, 2015). 기존 연구에서는 기업가주의적 도시 거버넌스, 특정 목적을 위한 도시의 재현, 양극화와 도시문화 상품화, 불균등 발전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까지 활발하게 논의되던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는 보편적이고 새로울 것이 없는 현상으로 인식되어, 새로운 연구주제라기보다는 도시를 이해하는 기본적인 상식 정도로 자리하고 있다.
본 연구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의 논의를 도시민의 일상으로 구체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 대도시권의 지하철을 대상으로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어떻게 적용되고 적용되지 않는지, 더 구체적으로는 어느 역에서는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어느 역에서는 그럴 수 없는지를 살펴본다. 이러한 분석은 기후동행카드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1) 오히려 정책의 대상이 되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을 살펴봄으로써, 그 이면의 도시 거버넌스, 구체적으로는 교외화의 심화와 신자유주의 도시경영이 결합된 대도시권의 거버넌스가 현실에서 어떠한 복잡한 형태로 나타나는지, 또한 신자유주의라는 거대 담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도시 공간의 특성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본 논문에서 다루는 서울 대도시권의 지하철에서 기후동행카드의 이용 가능 여부는 하나의 원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공간적인 비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분절화(patchwork) 혹은 분절적 도시화(Splintering Urbanism)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적 도시경영의 궤적 혹은 실천을 개념과 담론이 아닌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일상생활을 통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Graham and Marvin, 2001).
이를 위해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에 대한 기존 연구와 우리나라 대도시권의 교통 인프라 조성의 과정을 탐색하고, 서울과 인접 지자체의 철도지하철역이 기후동행카드 정책의 대상이 되는지 조사한다. 나아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후동행카드 정책 적용의 이면에 자리한 거버넌스 구조를 도출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은 기존의 신자유주의 도시 거버넌스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Sternberg, 2023).
2. 신자유주의 시대 도시 공간의 생산과 도시 거버넌스
1) 신자유주의 도시화와 도시 거버넌스의 재편
신자유주의와 도시 공간에 대한 연구는 현대 도시지리 전반을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의와 도시 공간의 생산, 공간정책의 변화에 대한 많은 이론적 논의와 사례에 대한 분석이 존재한다(최병두, 2007a, 2011; 김용창, 2012, 2015, 2023, 2024; Peck and Theodore, 2007). 2002년 발간된 Antipode의 특별판은 신자유주의와 도시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 중 제솝은 논문에서 신자유주의 도시의 특성을 4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Jessop, 2002). 제솝에 따르면 신자유주의 시대의 도시2)는 첫째, 도시가 경제 성장의 동력임을 강조하고, 둘째, 복지국가는 값비싸며 비효율적인 것으로 치부된다, 셋째, 로컬, 내셔널, 글로벌 등의 스케일을 연결하여 위기에 대응하고 자원을 분배하는 도시의 역할을 강조한다. 넷째, 중앙정부가 감당하던 역할을 상당 부분을 민관 파트너십이 맡게 된다. 이러한 제솝의 신자유주의의 국가론적 해석은 도시에 적용되었고, 이후 신자유주의 도시의 주요한 특성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이 중 글로벌 차원의 경쟁의 주체가 되어버린 도시가 이윤과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의 형태를 닮아가는 현상을 중심으로 도시 거버넌스 논의가 진행되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시 기업가주의와 성장연합 등의 도시 거버넌스는 이러한 현대 도시 운영 원리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되었다(류연택, 2012). 이러한 과정에서 공공 서비스 및 자산의 민영화, 토지와 주택의 시장화, 도시 기업가주의적 정책, 재정긴축과 같은 일반적인 신자유주의적 도시 관리의 특징들이 나타나며, 이는 브레너와 시어도어가 언급한 '도시 공간의 신자유주의화' 또는 신자유주의적 지역화로 요약될 수 있다. 이는 일종의 파괴적인 창조의 과정으로 기존의 지방 국가 기구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 거버넌스, 즉 공공-민간 파트너십에 기반한 '네트워크형' 거버넌스 형태; 새로운 공공 관리 전략; 시 서비스의 사유화 및 경쟁 계약 등으로 대체된다고 보았다(Brenner and Theodore, 2002).
국내에서도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 하에서 이루어지는 도시개발과 토지소유권 문제(김용창, 2015); 예외공간의 생성(이승욱 등, 2017)등의 논의가 있으며, 좀 더 폭 넓게는 도시 공간 정책 전체가 신자유주의 혹은 신자유주의 발전 전략에 따라 구성되었음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경제 및 국토 개발 전략, 산업 입지, 수도권 정책, 도시 개발 정책으로 구체화 되었고, 이는 다시 광역도시(도농통합),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뉴타운, 행복도시, 스마트시티, 도시재생과 같은 다양한 스케일과 목적을 가진 도시 개발 전략으로 실행되어 왔다(최병두, 2011).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의 전개는 권한의 수직적・수평적 분산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수반한다. 신자유주의화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과제와 책임성은 지방자치단체로 이전되며, 그 과정에서 민관 파트너십 기반의 네트워크형 거버넌스가 확대된다(최병두, 2011; Brenner and Theodore, 2002). 이러한 전환이 국가 중심 통치로부터 지방정부・민간 행위자 간 수평적 협력 구조로의 이행을 표방하면서(이경민, 2013), 공공과 민간 사이의 경계가 복잡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처럼 중앙정부의 권한이 수직적・수평적 방향으로 동시에 분산되는 현상은 다수준 거버넌스(Multi-Level Governance, MLG) 개념에서 등장하는 현상이다(Hooghe and Marks, 2001; Bache and Flinders, 2004). 특히 Hooghe and Marks(2001)는 민영화・아웃소싱・행정적 분권화로 공공 부문이 축소된 공공-민간 경계(public/private frontier) 영역에서, 특정 기능별로 설계된 다수의 관할구역이 위계 없이 중첩・공존하며 수요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재편되는 거버넌스 공간이 형성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수도권 철도망 형성 과정에서 나타난 소유권・운영권・재정 정산 구조의 분절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이후 기후동행카드 거버넌스 구조 분석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2) 분절적 도시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었지만, 신자유주의적 도시 거버넌스의 변용은 지역과 시기마다 독특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개념적 다양성은 varigated capitalism(Peck and Theodore, 2007), 공간적 분절성은 ‘파편화’(Brenner and Theodore, 2002)라는 표현에서 잘 나타난다. 브레너와 시어도어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공간의 변화가 경로의존을 따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매우 국지적인 제도와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또한 그레이엄과 마빈(Graham and Marvin, 2001)은 이를 ‘분절적 도시화(Splintering Urbanism)’라고 칭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 도시는 다양한 인프라 네트워크로 바라볼 수 있으며, 이러한 인프라 네트워크는 각 도시의 물리적・기술적 특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시스템인 도시는 교통, 가로망, 통신, 에너지, 수도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네트워크이고, 통합되어 있는 거대한 실체라고 여겨지지만, 동시에 신자유주의하에서 이러한 네트워크는 분절되고 해체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레이엄과 마빈이 집중하고 있는 지점은 분절화 자체가 아니라 도시의 인프라 네트워크가 사유화되고 분절화되면서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낸다는 점이다. 즉 “한 사람의 인프라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 되는 것”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Graham and Marvin, 2001, 11). 예를 들어 첨단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전력회사는 도시의 시민들에게는 전력을 공급하지 않는다든지, 특정 지역과 계층을 위한 고속철도가 이러한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도시의 한 구역을 갈라 놓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분절로 표현되는 도시의 인프라 네트워크는 Massey(1993)가 비유적으로 설명한 “geometries of power”, 즉 사회적 관계가 공간에 배열되는 방식의 물질적 실체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를 수도권의 광역전철망에 적용하는 것은 주의를 요하는 작업이 된다. 본 논문에서 언급하는 기후동행카드의 적용 범위, 즉 이용가능 역과 그렇지 않은 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간의 분절화 혹은 분절적 도시화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분절화는 민관 파트너십, 도시 인프라에 민간 투자의 유입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민간 투자가 수익성이 높은 노선을 선호한다고 할 수는 있지만,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집단에게 집중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며, 도시 교통 네트워크가 특정계층이나 지역에게 유리하도록 분절화 되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데이터와 이를 증명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은 수도권의 광역전철망 구축에서 나타난 분절성과 분절의 형태, 그리고 도시 거버넌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모호한 공간과 경계에 집중한다. 이는 복잡한 기술적・물질적 복합체 혹은 아상블라주인 교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김숙진, 2016; Kaika and Swyngedouw, 2000).
3) 광역 대도시 거버넌스와 교통 인프라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심각한 교통 인프라의 부족이 지적되었고 막대한 교통 인프라 투자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국토연구원, 2018). 또한 대도시의 광역화가 진행되면서 광역 교통망 계획 개념이 1990년대 초 시작되었다.이러한 두 가지 배경 속에서 2000년대에는 도시 인프라 시설 투자에 대한 민자유치 활성화가 주요한 정책적 이슈로 등장하게 되었고, 이는 도시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즉, 정부주도의 인프라 공급에서 민간영역으로의 확장을 의미하였다(박경원, 1998).
철도의 경우, 한국의 도시철도 민간 투자 사업은 1994년 당시 「사회간접자본시설에대한민간자본유치촉진법」(민간투자법) 제정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해왔다(손주환, 2005; 안상열, 2019). 특히 이명박 시장 시기 서울 지하철 9호선이 민간 투자 방식으로 추진되면서 지하철 민자사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확산되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추진된 대표적 사례로, 민간 사업자가 건설비를 부담하는 대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보장받는 구조를 채택하였다. 이는 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고 원활한 자본조달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나, 운영비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홍순만 등, 2014).
이와 같은 수도권 지하철의 민간 투자 확대는 2000년대 이후 대중교통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 기조가 강화되고, 특히 철도 부문의 정책적 비중이 급격히 확대된 구조적 환경과 결합된 흐름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교통 부문 공공투자 사업은 지난 10년간 대중교통 중심으로 재편되었으며, 사업 수는 약 2.25배 증가하였고 철도 사업은 4배 증가하였다(최영은・윤영학, 2023). 이러한 철도 중심 투자 확대 속에서, 초기 건설비용이 큰 철도 분야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와 민간 투자 활성화가 주요 정책 관심으로 부상하였다(국토교통부, 2014).
이에 따라 철도 부문의 민간 투자는 건설 단계의 재정 분담 및 운영 민영화에 그치지 않고, 역세권 상업개발과 결합된 민자역사 건립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였다. 서울역・영등포역 민자역사 개발 사례에서 확인되듯, 노후화된 철도 시설의 현대화 필요성은 존재하였으나 당시 철도청의 취약한 재무 구조로 인해 자체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여 재정 부담을 분산하고 철도 경영의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였다(남진・김광중, 2002, 25-27). 결국 철도 부지의 도시개발 전환은 인프라 투자에 수반되는 재정 부담을 흡수하는 동시에 운영기관의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핵심적 재정 장치로 기능하였다.
하지만 민간 투자 방식의 확대는 공공성 약화에 대한 비판을 동반해 왔다. 고밀도 상업 시설이 집적된 민자역사는 인근 주거지의 주택 가격 상승을 유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였으며(강수진・서원석, 2016), 민간 투자 활성화의 배경에는 금융자본과 건설자본의 이익을 보장하려는 기업주의 도시 거버넌스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어 왔다(최병두, 2011). 실제로 철도 민자사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201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박흥수, 2012), 이러한 비판들은 주로 운임 상승으로 인한 시민의 경제적 부담 가중과 효율성 중심 운영에 따른 안전 문제에 집중되었다. 실제로 독자적 운임체계를 가진 신분당선의 경우 타 민자노선과 달리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타 노선 대비 고 운임체계를 가지고 있어 공공성이 약화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박경철 등, 2016).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철도부문 민간투자사업은 교통 인프라 부족과 재정 제약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정책 전환과 결합하며 확산되어 왔다. 민간 투자는 철도 인프라 확충의 현실적 대안으로 기능해왔으나, 동시에 공공성 약화와 기업주의 도시 거버넌스 강화라는 비판을 동반해 왔다.
4) 교외화와 신자유주의 대도시권 교통 거버넌스
수도권의 교외화는 1980년대 후반 서울의 과밀 해소를 목적으로 단행된 국가 주도의 공간 재편 과정에서 가속화되었다. 특히, 1989년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개발 사업은 서울의 주거 기능을 경기도로 대규모로 이전시켰으며, 이는 수도권의 공간 구조를 서울 중심에서 수도권이라는 광역 체계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이희연・이승민, 2008). 이러한 확장은 필연적으로 수도권 교통의 과부하를 초래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의 2기 지하철 계획3)과 당시 철도청의 수도권 일반철도 건설이 병행되었다. 그 결과, 수도권은 행정 경계를 초월하여 하나의 연속된 광역 교통망으로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수도권 통행 연구(양재섭・김상일, 2007; 이희연・이승민, 2008)들을 통해 교외화가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일상적인 광역 교통 생활권으로 정착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국가 주도의 철도 교통망 확충은 급격한 교외화로 분출되는 광역 교통 수요를 재정적으로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한계에 직면하였다(지속가능발전위원회, 2005). 이러한 재정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한 제도적 대응으로, 1994년 민간투자법 제정을 통해 본격적인 제도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손주환, 2005; 안상열, 2019). 이후 1997년 외환위기는 이러한 민간 투자 방식의 확산을 한층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경기 부양 및 외국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인프라펀드・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등의 재정적 유인책이 도입됨으로써(국회예산정책처, 2010, 9-10), 민간 자본의 인프라 부문 참여는 단순한 보완적 수단을 넘어 핵심적인 공급 기제로 재편되었다.
이로써 철도 부문에서 인프라 공급의 위험을 민간에 이전하는 동시에 공공 재정의 직접 부담을 축소하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인프라 경영 논리가 제도적으로 내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한국철도공사를 중심으로 한 단일한 공공 거버넌스 구조는 해체되고,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운영사가 개별 노선 단위로 결합된 복합적・분절적 거버넌스 체계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체계는 외견상 재정 효율성과 인프라 공급의 다원화라는 측면에서 실용적 대안으로 기능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노선별로 상이한 요금 체계와 운영 논리를 고착화함으로써 광역 교통망의 통합적 정책 시행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 되었다(김은영 등, 2020).
또한, 교외화와 인프라 공급의 다원화는 정책 집행의 행정적 관할권과 시민의 실제 생활권 사이의 불일치를 심화시킨다(Ekers et al., 2012). 시민의 일상 통행은 행정 경계를 초월하여 이루어지지만, 기후동행카드와 같은 교통 정책의 설계와 재정 투입은 서울시라는 제도적 경계에 고착되어 있다. 이러한 기능적 생활권과 행정 구획의 불일치는 교외화된 대도시권에서 정책 실효성을 저해하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한다. 기후동행카드 도입 초기 수도권 전역에서 발생한 이용 혼선은, 행정구역 기반의 정책 설계가 광역 교통 생활권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결과이다.
3. 기후동행카드의 도입 배경과 전개
서울시가 2024년 도입한 기후동행카드는 1회 요금 충전으로 선택한 이용기간 동안 지하철, 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1회 평균요금 1,500원을 기준으로 요금 체계가 설정되었다4)(서울특별시, 2024). 이 정책은 기후 위기 대응과 서민 경제 부담 완화라는 명분 아래 추진되었으나, 도입 과정에서 수도권 광역 교통 체계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갈등을 노출하였다.
2023년 9월, 서울시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공식 발표하였다. 수도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통합된 광역 교통망으로 기능하였으나, 서울시・경기도・인천시 간 요금 정산 책임의 분산, 운영 주체의 다원화, 민자 노선의 독립적 수익 구조로 인해 제도적 통합은 완결되지 못한 상태였다(김진수・서순탁, 2012; 김은영 등, 2020). 수도권 통합환승할인제도라는 광역적 기반이 존재하였음에도, 기후동행카드는 이러한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초기 설계 단계부터 서울시 행정구역 내부로 이용 범위가 한정되었다. 적용 대상 역시 서울시 소유 철도와 서울교통공사 등 협약을 체결한 운영기관으로 제한되었다.
표 1.
기후동행카드 현황(25.05.01. 기준)
또한, 2023년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사업 발표 당시 인접 지자체인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는 서울시의 ‘일방적 정책 발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갈등이 시작되었다. 수도권은 단일 생활권으로서 지자체 간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사전 합의 없이 독자적인 요금 체계를 발표함에 따라 경기도와 인천시가 예산 분담 및 시스템 연동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경기도와 인천시는 각각 K패스5)를 기반으로 한 자체 대중교통 정책인 ‘The 경기패스’와 ‘인천 I-패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동행카드의 등장은 지자체별 교통 복지 정책의 선점 경쟁으로 비춰졌으며(이경진 등, 2024), 지자체 간 예산 부담 비율 및 손실 보전금 정산 방식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충돌은 정책의 광역적 확산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기후동행카드 출시 초기부터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정책이 시민들의 실제 이동 경로가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여 ‘어디까지 이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의가 서울시 홈페이지, SNS 등지에 집중적으로 제기되었고, 이는 서울시 단독 정책과 수도권 광역 교통 생활권 간의 괴리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서울시는 이러한 혼선을 완화하고 수도권 인접 지역의 통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천시와 경기도 내 개별 지자체(김포시, 군포시, 과천시 등)와의 협약을 통해 적용 범위를 부분적으로 확장하였으며, 그 결과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 정책이라는 출발점 위에서 점진적으로 수도권 스케일로 확장된 형태의 교통 정책으로 재구성되게 되었다.
4. 기후동행카드의 도입과 모자이크화된 공간
1) 연구 설계와 자료
이와 같은 정책적・제도적 배경 하에서 기후동행카드의 실제 이용 가능 범위가 어떠한 방식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어떤 조건에 의해 제한되는지를 분석하는 작업은 중요한 연구 과제이다. 본 논문은 2025년 5월 1일 기준 수도권 전철에서의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여부 현황을 기초 자료로 활용하였다. 또한 정보공개포털에 공개된 관련 문서와 민원 답변 자료를 중심으로 문헌조사를 수행하여 기후동행카드 적용의 이유를 찾아내었다. 그 결과 행정구역, 소유권, 운영기관, 협약 체계, 환승역 여부의 다섯 가지 기준이 도출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여부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양상과 형성 배경을 살펴보았다.
2) 대도시권의 교외화와 행정구역
행정구역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행정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설정한 제도적 공간 단위로서 정책 적용 범위를 규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기준이다. 실제 서울 대도시권의 통행 패턴은 교외화로 인해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광역 생활권으로 재편되었으나(이희연・이승민, 2008), 교통 정책의 설계와 재정 투입은 여전히 제도적 경계에 고착되어 있어 광역 교통 정책을 구조적으로 제약시킨다(김진수・서순탁, 2012). 이로 인해 거대 시스템으로서 통합되어 보이던 도시 교통망은 국지적 제도 맥락에 따라 파편화되며, 이는 특정 노선이나 지역이 정책 네트워크에서 선택적으로 포함되거나 제외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초기 서울시는 시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책의 적용 대상을 '서울시 행정구역 내부'로 한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전철 1호선 도봉산-온수역, 3호선 구파발-오금역, 5호선 방화-강일역 등을 비롯하여 서울 지하철 2・6・9호선 전 구간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수색-양원역, 경춘선 청량리-신내역, 수인분당선 청량리-복정역 등과 공항철도 서울-김포공항역 우이신설선 및 신림선 전 구간 등도 모두 포함된다. 이들 구간들의 구체적인 특성은 단일하지 않지만, 서울시 행정구역 내부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반면에, 서울시 외 지역(이하, 시외지자체)에 위치한 구간들, 즉 수도권 전철 1호선 역곡-인천역(부천시, 인천시), 경의중앙선 도농-지평역(남양주시, 양평군)과 야당-임진강역(파주시), 인천 지하철 1,2호선 전 구간 등은 수도권 전철이라는 동일한 광역 교통망을 구성하고 있음에도 행정구역의 장벽으로 인해 정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의 적용 범위는 행정구역이라는 단일 원칙으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같은 서울시 행정구역 내에 위치하면서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예외적인 공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분당선의 신사-청계산입구역과 GTX-A 서울역-연신내역 및 수서역이다. 이들 노선은 서울시의 강남구, 서초구, 은평구 등을 통과하지만, 민자 사업자가 운영하며 기본 요금이 기후동행카드의 설계 범위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반면에, 행정구역상 서울시가 아니지만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도 다수 확인된다. 3호선 지축-대화역(고양시), 4호선 진접-별내별가람역(남양주시) 및 선바위-정부과천청사역(과천시), 5호선 미사-하남검단산역(하남시), 7호선 철산-광명사거리역(광명시), 까치울-석남역(부천시, 인천시), 그리고 김포골드라인 양촌-고촌역(김포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행정구역 이외에도 이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후에 서술되겠지만, 기후동행카드의 적용 범위는 행정구역이라는 분명하고 단순한 기준에서 출발하였으나, 민간 사업자의 운영, 교외화 등 수도권 광역 교통망의 현실적 조건에 따라 타협하며 불가피하게 재구성되었다.
3) 신자유주의 대도시권 교통 거버넌스
(1) 철도 투자의 주체와 소유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행정구역은 기후동행카드 적용 범위를 규정하는 1차적 기준이지만 모든 이용 가능 역과 노선을 설명할 수 없다. 서울시 행정구역 외부에 위치하면서도 기후동행카드를 온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전철 3호선 지축역(고양시), 8호선 남위례-모란역(성남시)과 서울 지하철 7호선 철산-광명사거리역(광명시), 장암역(의정부시)의 경우 기후동행카드 사업 초기부터 이용이 가능했다. 이들 역은 행정구역상 타 지자체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가 해당 역 또는 노선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유권은 특히 다원화된 교통 인프라 운영 구조 속에서 정책 실행의 결정적 변수로 기능한다. 철도의 사례는 아니나, 버스의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교통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인프라에 대한 실질적 통제 권한, 즉 소유권이 선결 조건으로 요구된다(강상욱 등, 2013). 즉, 소유권이 귀속된 구간에서는 이러한 절차 없이 서울시의 정책 추진 의지만으로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시가 소유한 노선 및 역 중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사례는 2025년 5월 1일 기준으로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에 서울시가 소유권을 보유하지 않은 구간에서는 같은 노선이라도 이용 여부가 일관되지 않는다. 경의중앙선의 경우 탄현-구리역(고양시, 서울시, 구리시)에선 이용이 가능한 반면, 도라산-야당역(파주시), 도농-지평역(남양주시, 양평군) 구간은 제외되어 있다.
다만, 서울시가 행정구역 외부의 노선・역에 대한 소유권을 보유하게 된 것은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위한 사전적 설계의 결과가 아니다. 이 소유권은 Graham and Marvin(2001)이 말하는 도시 인프라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그리고 Brenner and Theodore(2002)가 제시한 기존의 제도적 경관(inherited regulatory landscapes)으로서, 수십 년에 걸친 수도권 교외화와 도시철도 건설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누적된 것이다. 1989년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개발 사업은 서울의 주거 기능을 경기도로 대규모 이전시켰으며, 이는 수도권의 공간 구조를 서울 중심에서 광역 체계로 전환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이희연・이승민, 2008). 이에 따른 광역 교통 수요의 급증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사실상 중앙정부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행정구역 경계를 초과한 노선을 직접 건설하였다. 예시로, 7호선 장암역은 서울시가 차량기지 확보 과정에서 의정부시 주민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건설・소유하게 된 역(경향신문, 1993)이며, 8호선 성남시 구간(남위례-모란역)은 당시 철도청이 건설권을 서울시에 이관함으로써 서울시 소유로 편입된 경우이다(이동한, 1993).
이처럼 서울시의 행정구역을 벗어난 소유권은 기후동행카드 이전에 이미 형성된 제도적・물질적 경관이나, 일상 속에서 그것을 경험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서울시가 기존의 소유 구조 위에 기후동행카드 정책을 시행하였으며, 소유권이 귀속된 구간에서는 추가적인 절차 없이 정책이 적용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구간에서는 이용 여부가 일관되지 않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 결과, 보이지 않던 소유권의 불규칙한 지리적 분포가 정책 적용 범위를 통해 가시화되었다. 그러나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서울시가 소유하지 않는 노선이나 역의 경우에도 기후동행카드가 이용 가능한 역이 존재한다. 이는 소유권 이외의 다른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2.
소유권에 따른 기후동행카드 이용여부
(2) 철도 운영기관의 파편화
수도권 철도의 소유권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라는 이분법적 관계를 가진 것과 다르게 그것을 실제로 운영하는 기관은 재정 제약과 교통 수요 급증이라는 구조적 조건 속에서 역사적으로 다층화되어 왔다. 초기 도시철도 운영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하위 부서를 만들어 직접 담당하는 방식으로 출발하였다. 그러나 교외화의 가속화와 함께 광역 교통 수요 급증으로 인한 철도망의 확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켰다. 이에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등과 같은 산하 공기업을 설립하여 운영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1994년 민간투자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철도망의 운영 체계는 공기업, 지방공기업, 민간기업이 혼재하는 복합적 구도로 재편되었다. 이는 Brenner and Theodore(2002)가 신자유주의적 도시 재편의 특징으로 지적한 '네트워크형 거버넌스'가 수도권 철도 운영 주체의 다층적 분절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표 3.
운영기관에 따른 기후동행카드 이용여부
이러한 다원화된 운영 구조는 Graham and Marvin(2001)의 '분절적 도시화' 개념과 접점을 형성한다. 수도권 전철망은 통합환승할인제도에 기반하여 이용자에게는 연속적으로 연결된 단일한 인프라 시스템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실제로는 소유권, 운영권, 정비・관제 권한, 운임 조정 구조가 서로 다른 주체들에게 파편화되어 배분된 네트워크이다. 예시로, 수도권 전철 4호선 불암산역에서 진접역을 연결하는 진접선은 소유권은 중앙정부에게 있는데, 시설 운영 및 유지보수는 한국철도공사가 담당하고 역사 운영 및 유지보수는 남양주도시공사가 담당하며 열차 운행, 차량 정비, 관제는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하는 매우 복잡한 구조를 보여준다.
이로 인해 운영기관의 파편화가 기후동행카드 적용 양상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어렵다. 진접선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단일 노선 내에서도 소유・운영・관제 권한이 복수의 주체에 분산되어 있는 경우, 어느 기관의 결정이 기후동행카드 적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규정하는지를 직관적으로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교통공사가 운영을 담당하는 구간의 경우 기후동행카드 이용이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은 확인된다. 하남선(수도권 전철 5호선 미사-하남검단산역)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 노선은 소유권이 하남시에 귀속되어 있으나, 하남시는 서울교통공사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여 노선의 운영을 위임하였다. 이로 인해 기후동행카드를 도입할 때 같은 승하차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남선 구간 또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소유권을 가진 하남시와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아 하차만 가능한 제한적 형태로 적용된다.
이에 반해 시외지자체 산하 한국철도공사, 지방공기업,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기후동행카드 적용을 위한 별도의 협약 절차가 요구되며, 그 협약의 성립 여부와 방식에 따라 적용 양상이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각 운영기관 별로 철도 승하차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며, 이는 서울시가 각 운영기관에 요청한 협조 공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운영기관의 분화는 소유권과 함께 기후동행카드 이용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또 하나의 변수로 작동하되, 실질적으로 기후동행카드 이용을 이끌어내는 동인은 협약이라는 지방정치의 매개를 통해서 나타난다.
(3) 제도를 구성하는 주체간 협약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제도이지만, 앞서 본 것처럼 서울시 경계를 넘어 확장된 도시철도망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온전한 제도의 운용은 서울시 외곽의 시외지자체와 다양한 운영기관이 맺는 협약의 맥락 속에서만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기후동행카드는 단일한 주체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서로 다른 권한과 이해관계를 가진 복수의 주체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현실에서 작동하는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이 협약 구조는 지자체 간에는 언론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만, 지자체와 운영기관 간 협약은 이용자에게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6) 이용자의 관점에서 기후동행카드의 이용 가능 여부는 단순히 단말기의 반응으로만 확인되며, 그 이면에서 어떤 운영기관이 협약에 참여하였는지, 어떤 정산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지는 내부 공문과 협약서 등 비가시적 행정 절차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시외지자체에서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하기 위한 협약의 구조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한국철도공사, 서울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민간기업 등 해당 구간을 실제로 운영하는 기관과의 시스템 연동, 단말기 설정, 정산 절차와 관련된 운영기관 협약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와 인접하고 연계된 지자체 간에 요금 손실 및 보전, 기타 재정 부담 방식을 정하는 지자체 협약7)이다. 이 두 축이 모두 충족되어야만 제도가 완전한 형태로 작동하며, 어느 한쪽이라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제도는 추진 단계에서 중단, 지연되거나, 적용 범위가 축소된 형태로만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운영기관 사이의 관계는 협약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작동한다. 서울교통공사나 남양주도시공사처럼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공기관이 운영을 담당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가 정책 참여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운영기관과의 조정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진다. 수도권 전철 8호선 별내-장자호수공원역의 경우 개통과 동시에 남양주시와 서울시, 구리시와 서울시의 협약이 체결되면서 완전한 이용이 가능해졌다. 반대로 고양시와 한국철도공사처럼 소유권과 운영권이 국가 공기업에 귀속되어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지자체가 서울시와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운영기관과의 협약이 지연되거나 끝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구간에서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제도적 의지도 존재하지만, 양 축의 협약이 동시에 충족되지 않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협약이 실제로 제도 적용을 가능하게 만든 전형적인 사례로는 서해선 일산–능곡 구간을 들 수 있다. 이 구간은 초기에 서울시와 고양시 간 협약만 존재하여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었으나, 이후 서울시, 고양시, 한국철도공사 간 삼자 협약이 성립되면서 이용이 가능해졌다.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탄현–한국항공대역 역시 처음에는 서울시와 고양시 간 협약만으로는 적용이 불가능했으나, 서울시, 고양시, 한국철도공사가 모두 참여하는 협약이 체결된 이후 이용이 가능해졌다.
한편, 공항철도 인천공항1터미널-인천공항2터미널역은 협약의 성격이 다소 다르게 나타난다. 이 구간은 지자체 협약과 운영기관 협약 모두가 원칙적으로는 성립되지 않은 상태였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기후동행카드를 구매해도 출국 시 공항철도에서 이용할 수 없다는 현실적 불편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는 공항철도주식회사와의 협의를 통해 두 역에서 기후동행카드로 하차를 허용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는 제도 설계상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영역이 아니라, 이용 편의 개선이라는 명확한 필요에 대응하여 예외적으로 제도 적용 범위를 조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협약은 원칙적으로 정해진 행정경계를 넘어 정책의 적용 가능 공간을 확장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협약이 항상 정책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안양시, 군포시를 잇는 수도권 전철 1・4호선 구간은 협약의 한계가 구조적 장벽으로 작동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군포시는 2024년 1월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기후동행카드 도입에 참여 의사를 밝히고 제도 도입의 법적 요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포시 구간에서는 여전히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서울–군포를 연결하는 철도망이 모두 안양시를 경유하기 때문이다. 4호선의 경우 서울시, 과천시, 안양시, 군포시, 1호선의 경우 서울시, 안양시, 군포시를 통과하는데, 이 중간 지자체인 안양시가 협약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군포시 구간 전체의 적용이 차단된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노선이 여러 지자체를 관통할 때 중간 지자체가 협약에 참여하지 않으면, 협약을 이미 체결한 지자체조차 제도 적용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구조가 발생한다. 즉 누구와 인접하고 있는가라는 단순한 관계적 공간의 의미는 기후동행카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4호선 인덕원–오이도역 전체 구간이 시외지자체들의 비참여로 인해 이용이 불가능한 것도 같은 구조에 속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까치울–석남역과 사업 초기 수도권 전철 4호선 진접선(별내별가람-오남역) 구간과 김포골드라인 양촌-고촌역은 협약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졌을 때 나타나는 과도기적 형태를 보여준다. 7호선의 경우 인천교통공사와의 협의를 통한 시스템 연동과 정산 체계는 구축되어 기술적으로는 기후동행카드 적용이 가능한 상태였으나, 서울시와 인천시 간 요금・정산 협약이 최종적으로 체결되지 않으면서 해당 구간에서 하차만 가능한 제한적 적용이 이루어졌다. 4호선 진접선 구간도 사업 초기에는 남양주도시공사와의 협약으로 역사 단말기 연동이 이루어져 ‘하차만 가능’한 상태로 시작되었고, 이후 서울시와 남양주시 간 정산 구조가 정리되면서 승・하차 모두 가능하게 된 사례이다. 또한, 김포골드라인 양촌–고촌 구간은 기후동행카드 초기에는 김포골드라인 운영사와의 협약만으로 “하차만 가능”한 제한적 상태였으나, 이후 김포시와의 정산 협약이 체결되면서 완전 이용이 가능해졌다.8)
이처럼 기후동행카드의 적용 여부는 제도 설계 또는 선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특정 구간에서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먼저 서울시와 시외지자체 사이에서 재정 분담과 정산 방식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동시에 각 운영기관이 시스템 구축과 운임 처리 방식을 포함한 기술적, 정산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지자체 협약과 운영기관 협약이라는 두 축이 모두 충족될 때에야 비로소 제도는 현실의 공간 속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다만 이러한 협약의 성립이 정책 적용 범위를 무한히 확장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철도망이 실제로 놓여 있는 행정구역과 권한 배분 구조는 여전히 제도가 작동할 수 있는 1차적 한계로 남는다. 협약은 행정구역, 소유권, 운영기관 구조로 인해 발생한 단절을 조정하고 일부 해소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공간적, 제도적 제약을 제거하는 전능한 장치는 아니다. 제도의 확장은 언제나 기존의 경계 위에서, 그리고 그 경계를 둘러싼 다양한 행정적, 재정적 고려 속에서 선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협약은 기후동행카드가 가진 잠재력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표 4.
협약여부에 따른 기후동행카드 이용여부
| 협약여부(서울시 기준) | 이용가능 | 이용불가능 |
| 시외지자체 및 운영기관 협약 완료 |
수도권 전철 3호선 삼송-대화 수도권 전철 4호선 진접-별내별가람, 선바위-정부과천청사 수도권 전철 8호선 별내-장자호수공원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탄현-한국항공대, 구리* 수도권 전철 경춘선 별내* 수도권 전철 서해선 일산-능곡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모란* 김포 골드라인 양촌-고촌 | 없음 |
| 시외지자체 또는 운영기관 협약 완료 |
서울 지하철 7호선 까치울-석남(하차만 가능) 인천국제공항철도 인천공항1터미널-인천공항2터미널(하차만 가능) |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도농-운길산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갈매, 퇴계원-마석 |
| 협약미완료 | 없음 |
수도권 전철 1호선 연천-망월사, 역곡-인천, 석수-신창, 서동탄, 광명 수도권 전철 4호선 인덕원-오이도 인천 도시철도 1호선 전 구간 인천 도시철도 2호선 전 구간 수도권 전철 경강선 전 구간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임진강-야당, 도농-지평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갈매, 퇴계원-춘천 수도권 전철 서해선 원종-원시 수도권 전철 수인분당선 죽전-인천 인천국제공항철도 계양-공항화물청사 용인 에버라인(용인 경전철) 전 구간 의정부 경전철 전 구간 |
4) 회색지대의 등장
기후동행카드는 원칙적으로 행정구역, 운영기관 협약, 요금 체계라는 제도적 기준을 통해 그 적용 범위를 구획하고 있으나, 실제 도시 공간에서 제도의 경계는 지도 위에 그어진 선처럼 고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며, 우연성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서로 다른 노선이 물리적으로 만나는 환승역은 이러한 제도적 경계를 우회하거나 무력화시키는 결절점으로 기능하며, 이 과정에서 정책 설계와 현실 사이의 간극인 ‘회색지대’가 발생한다. 이 회색지대는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도시철도망이 가진 물리적 연결성과 이를 통제하려는 행정적 구획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구조적 산물이다. 즉, 기후동행카드의 정책 공간은 닫힌 네트워크가 아니라, 공간적 연결과 정치적 타협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다공적 성격을 띤다.
이러한 회색지대는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첫째는 제도 설계상 허용되지 않음에도 물리적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비공식적 이용’이다. 이는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는 노선으로 이동했더라도 환승 통로가 연결되어 있어, 단말기가 설치된 이용 가능 노선의 게이트를 통해 하차가 가능해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부평구청역(인천 1호선↔서울 지하철 7호선), 부천종합운동장역(수도권 전철 서해선↔서울 지하철 7호선), 석남역(인천 2호선↔서울 지하철 7호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역은 한쪽 노선이 기후동행카드 미적용 역(인천 1호선, 서해선 등)이지만, 환승 경로가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지 않아 이용자가 기후동행카드 태그가 가능한 역의 승하차 게이트를 통해 태그하고 나갈 수 있는 틈새가 존재한다. 이는 엄밀한 의미에서 제도의 원칙을 벗어난 것이지만, 복잡한 철도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우연적인 상황으로, 이용자의 물리적 동선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단속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제도적 공백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현실적 필요에 의해 원칙을 수정한 ‘공식적 허용’이다. 이는 당초 행정구역이나 운영기관 기준으로는 이용이 불가능해야 하지만, 이용자 혼란 방지나 환승 편의를 위해 운영기관 간의 사후적 협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하차를 공식화한 사례이다. 경의중앙선 구리역, 경춘선 별내역, 수인분당선 모란역이 대표적이다. 특히 구리역과 별내역의 경우, 8호선 연장 개통으로 인해 동일한 역사 내에서 노선별로 카드 이용 가능 여부가 갈릴 경우 발생할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 간의 조정을 거쳐 기후동행카드의 완전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조치되었다. 이는 기후동행카드의 경계가 공식 협약만으로 경직되게 구획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과 행정적 타협을 통해 점진적으로 재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들 환승역 사례에서 회색지대를 가르는 실질적 기준은 이용자가 물리적으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하차하여 태그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비공식적 이용이 운영기관 간 협약 부재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연결성으로 인해 제도의 경계가 뚫린 경우라면, 공식적 허용은 협약의 부재를 정치적, 행정적 조정으로 메운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환승역 문제는 기후동행카드 정책이 이론상으로는 통제 가능한 제도처럼 보일지라도, 실제 도시 공간 내에서의 작동은 물리적 인프라의 연결성과 거버넌스의 상호작용에 의해 끊임없이 예외와 편차를 만들어내는 불균질한 구조임을 드러낸다.
5. 결론
본 연구는 기후 위기 대응과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서울 대도시권의 교통 거버넌스를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서울 대도시권은 이미 행정구역의 경계를 무색하게 할 만큼 광역화된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혜택의 범위는 여전히 행정적・물리적 경계와 운영 주체의 논리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괴리는 시민들의 일상적 이동 과정에서 직관적이지 못한 정책 수혜의 불일치를 야기하며, 이는 신자유주의적 도시 경영 하에서 나타나는 분절적 도시화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도시 거버넌스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주로 거시적인 경제 구조나 기업가주의적 도시 전략, 혹은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한 공간의 재구조화에 집중되어 왔다. 이러한 거대 담론은 도시 공간의 불균등한 발전을 설명하는 데 크게 기여했으나, 정책이 집행되는 구체적인 과정과 그 속에서 개별 시민이 체감하는 일상의 분절성을 포착하는 연구는 많지 않다. 본 연구는 기후동행카드라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추상적인 거버넌스의 개념을 전철의 이용이라는 일상적인 행위와 연결함으로써, 거버넌스의 파편화가 개인의 생활 양식에 구체적으로 어떤 제약을 가하는지 분석하여 기존 논의의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연구를 통해 도출된 기후동행카드의 적용 범위를 결정하는 구조는, 그것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수십 년에 걸쳐 형성된 수도권 철도 거버넌스의 제도적 퇴적물 위에서 작동한다.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로 촉발된 교외화는 서울시와 중앙정부로 하여금 행정구역 경계를 초과하는 철도망을 직접 건설하게 하였고, 1994년 민간투자법 제정과 1997년 외환위기는 이러한 민간 투자 방식의 확산을 한층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 결과 소유권, 운영권, 재정 정산 구조가 서울시・중앙정부・시외지자체・민간사업자에게 파편화된 다수준 거버넌스 체계가 고착되었다. Brenner and Theodore(2002)는 실제로 존재하는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제도적 경관과 새로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프로젝트 사이의 경로의존적이고 맥락 특수적인 상호작용을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철도 거버넌스의 파편화는 바로 이러한 상호작용의 물질적 결과로, 이는 기후동행카드 도입 이전부터 이미 형성된 제도적 경관이었다. 이 점에서 본 연구의 사례는 신자유주의가 하나의 균질한 모델로 확산・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사회공간적 맥락 속에서 변용된다는 variegated neoliberalism의 논의(Peck and Theodore, 2007)와 연결된다.
기후동행카드는 이처럼 파편화된 제도적 경관 위에서 정책 적용 공간을 협약이라는 매개를 통해 선택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서울시가 소유권을 보유한 구간에서는 추가 절차 없이 정책이 전면 적용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구간에서는 지자체 협약과 운영기관 협약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충족되어야만 이용이 가능해진다. Graham and Marvin(2001)이 분절적 도시화의 핵심으로 지적한 것처럼, 이용자에게는 하나의 연속된 교통망으로 인식되는 수도권 전철은 실제로는 권한과 이해관계가 상이한 복수의 주체에 의해 분절 운영되는 네트워크이다. 기후동행카드 역별 이용 여부의 지리적 패턴은 이러한 분절적 구조가 정책 시행을 통해 가시화된 결과이며, 협약은 그 분절을 일부 봉합하는 동시에 그 한계 또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환승역에서는 물리적 연결과 행정적 타협에 의해 제도적 경계가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회색지대가 나타난다. 이는 기후동행카드의 정책 공간이 행정구역이나 협약이라는 제도적 기준만으로 고정되지 않으며, 도시철도망이 가진 물리적 연결성과 거버넌스의 상호작용 속에서 지속적으로 예외와 편차를 만들어내는 불균질한 구조임을 보여준다. 본 연구가 밝힌 역별 이용 여부의 지리적 패턴은 분절적 도시화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소유권의 역사적 비연속성, 협약의 공간적 한계, 회색지대의 출현은 신자유주의 거버넌스 논리의 합리적 결과라기보다, 수도권의 광역전철망 구축에서 나타난 분절성과 분절의 형태, 그리고 도시 거버넌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모호한 공간과 경계의 실체이다. 이는 복잡한 기술적・물질적 복합체 혹은 아상블라주인 교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예외적인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김숙진, 2016; Kaika and Swyngedouw, 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