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0 June 2020. 363-377
https://doi.org/10.22776/kgs.2020.55.3.363

ABSTRACT


MAIN

  • 1. 들어가며

  • 2. 젠트리피케이션의 전개과정과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등장

  •   1) 신자유주의 도시화와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안티젠트리피케이션

  •   2) 한국에서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

  • 3. 성수동의 도시재구조화 과정

  • 4. 선택적인 지방정부의 모습: 젠트리파이어 또는/그리고 안티젠트리파이어

  •   1) 지속가능발전구역의 지정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장소’

  •   2) 임대료 안정 상생협약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

  •   3) 공공자산화전략으로 본 혼재된 공공성과 사업성

  • 5. 결론과 시사점

1. 들어가며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고, 수정하고 이론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중지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다(Shaw, 2008:2637).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정부 및 정책의 역할은 주로 젠트리파이어(gentrifier)로 묘사되어 왔으며, 이는 관트리피케이션(state-led gentrification) 또는 정책주도 젠트리피케이션(policy-led gentrification)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인용된 Kate Shaw의 문장은 국가 혹은 정부의 정책을 젠트리파이어로 한정하기보다 우리가 경험한 혹은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도시의 컨텍스트를 기반으로 유연하게 재고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Shaw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정책을 실행할 ‘정치적 의지’에 달려있음을 강조하고 있다(Shaw, 2008; Harris, 2008).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양한 정치적 합의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하는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이 시・공간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나타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정책을 변화 가능한 것으로 바라보며 젠트리피케이션과 정부정책의 복잡성에 대한 경험적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Lees, 2003; Bernt, 2012).

서울시 성동구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서울특별시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 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이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혹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를 제정했다.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2014년 성수동이 도시재생 시범사업으로 선정되고, 문화・예술가, 자영업자들이 다수 유입되면서, 주거・산업지역이 상업지역으로 급격하게 변화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제조업지역이었던 성수동은 명소화되면서 성동구는 성수동의 지역정체성을 보호하고 원주민들의 비자발적인 이주를 방지하여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시행하였다. 성동구는 성수동 1가에 위치한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를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 구역인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명명하고, ‘임대인-임차인 임대료 안정 상생협약’, ‘공공자산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미디어에서 ‘젠트리파이터’(≪서울신문≫, 2018,05,11.), ‘젠트리닥터’(≪한겨레≫, 2018,09,13.) 등으로 묘사되었고, 이후 타 지방정부 뿐만 아니라 서울시 및 국가의 도시재생 정책에 포함되면서 더욱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의 대상지는 상업화된 장소로, 대상자는 상가 임대인-임차인에 국한되고 있다. 즉, 정책은 성수동의 토지이용 변화가 ‘주거공간에서 상업공간’, ‘산업공간에서 상업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보다 상업화과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발현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1). 이로써 주거 및 산업관련 종사자들과 임차인들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정책적 아이러니의 이면에는 성수동 지역의 복잡한 지역적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준공업지역에서는 탈산업화(성수IT진흥지구) 및 산업재생정책(수제화거리의 문화・예술재생)이 시행되고, 뚝섬상업용지 일대에는 고층・고급 주상복합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도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성수동의 산업시설을 재생하고 스펙터클한 상업공간을 만드는 도시 계획은 때로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진다.

탈산업화, 산업재생 정책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중첩되고 교차하는 양식을 살펴보면, 하나의 행정구역내에서 미시적인 스케일의 도시계획이 복잡다단하게 펼쳐져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과 도시재활성화 및 도시개발 정책과 같은 도시계획은 지리적으로 중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이행되는 메커니즘에서는 상호간의 중첩 및 협조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젠트리파이어 혹은 안티젠트리파이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워진다. 본 연구에서는 성동구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정책의 실행 메커니즘을 도시 환경의 맥락에 따라 분석하고자 한다. 이는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로의 전환하기 위한 방안으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의 적절성을 이론적 탐색을 통해 진행된다.

이상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신자유주의 도시화의 측면에서 바라본 젠트리피케이션을 살펴보았으며,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를 위한 실천적・정책적 움직임으로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을 살펴보았다. 이후 한국에서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논의를 분석하고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이 도입된 배경을 분석하였다. 3장에서는 사례지역인 성수동의 재구조화 과정을 살펴보았으며, 4장에서는 지방정부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정책의 구역과 대상이 어떻게 획정되는지에 따라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재편되고 중첩되는지를 분석한다. 5장 결론에서는 본 연구를 정리하고 이후의 논의를 제언한다.

본 연구 수행을 위해 다음의 두 가지 연구방법을 이용하였다. 첫째, 성동구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과 관련한 아카이브 연구를 진행하였다. 현 성동구청장이 발간한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을 포함하여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방지 정책백서’, ‘성동지역 젠트리피케이션 산업현황 연구’, 각종 ‘지구단위계획(성수IT개발진흥 및 뚝섬주변지역 등)’, ‘구정백서’, ‘구정발전계획서’ 등을 통해 성수동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정책적 담론 및 세부적인 도시계획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후 선행연구를 통해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의 현황 및 특징을 분석하였으며, 신문기사 분석은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성수동이 급격하게 상업화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18년까지로 한정하였다(윤지훈 등, 2017; 박태원 등, 2016; 윤윤채・박진아, 2016; 김상현・이한나, 2016; 김연진, 2016). 둘째, 담당공무원, 공공안심상가 및 성동안심상가빌딩 세입자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본 연구의 이론적 토대인 탈신자유주의 도시화개념을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에 도입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성동구청에서 주관한 젠트리피케이션 간담회는 2018년 9월 19일에 비공개 형태로 진행되었으며, 간담회에는 성동구 구청장, 지속발전과 담당 공무원 그리고 논문의 저자 중 한 명이 참석하였다. 간담회 이후 추가적으로 지속발전과 담당 공무원과의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2) 또한 2018년 9월 12~16일에는 공공안심상가 및 성동안심상가빌딩에 입주하고 있는 세입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2. 젠트리피케이션의 전개과정과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등장

1) 신자유주의 도시화와 젠트리피케이션 그리고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도시는 신자유주의의 모순이 가장 극대화되는 장소이며,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도시 관리는 도시기업가주의적 정부에 의해 수행되어왔다(Harvey, 1989). 이들의 구체적인 도시 전략으로는 ‘새로운 경제정책’(탈규제,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공간적 탈집중화)과 ‘새로운 도시정책’(새로운 도시연합, 사회정책에서 경제정책으로 전향, 도시기업가주의, 선택적인 탈규제화, 도시마케팅, 지리적으로 타겟화된 사회정책, 도시공간의 생산)이 결합되어 최종적으로 ‘도시 발전 프로젝트’(파트너십, 공공자금의 민영화, 부동산 개발, 선도적 프로젝트)가 공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Swyngedouw et al., 2002).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로 인해 일부 대도시는 세계도시 타이틀을 얻으면서 칭송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도시불균형 및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배타적인 경관이 가시화되면서 그 민낯이 드러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가주의적 정부에 의한 관트리피케이션은 지속해서 연구대상이 되어 왔으며, Hackworth와 Smith는 정부 역할이 변화함에 따라 달라지는 젠트리피케이션 양상을 단계적으로 설명하였다(Hackworth and Smith, 2001). 첫 번째 단계는 1970년대 미국의 경기침체 이전의 시기로 낙후된 근린에 산발적인 재개발 및 재투자로 인해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한다. 두 번째 단계는 신자유주의 어바니즘이 도입된 1970∼1980년대를 의미하며,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만들어내는 소위 “롤아웃(roll-out)”시기에 의해 발현된 젠트리피케이션을 의미한다. 세 번째 단계는 1990년대 경기침체 이후 정부가 기존의 공공부문의 정부의 역할을 부인하거나 파괴하는 “롤백(roll-back)”시기로 이 시기 더 강력하고 진화된 ‘경기후퇴이후의 젠트리피케이션’(post-recession gentrification)이 등장하였다(Peck and Tickell, 2002). 이 시기에는 정부가 대규모 자본과 결탁하여 이전 보다 규모가 확장되고 강화된 형태의 젠트리피케이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때 기업가주의적 정부는 시장주도형 도시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하여 세수를 확보하고, (재)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등 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상품화하였다. 즉, 기업가주의적 정부는 도시 재구조화를 위한 ‘탐구자’ 이자 ‘촉매자’, 혹은 ‘후원자’로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도시정책의 청사진으로 사용해왔다(Smith, 2002; Visser and Kotze, 2008; Bernt, 2012; Lees et al., 2013; Aalbers, 2019).

Hackworth와 Smith가 관트리피케이션을 단계화한 이후,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이러한 관점을 적용하였으며, 특히 신자유주의적 어바니즘을 젠트리피케이션의 원동력으로 살펴보는 연구가 주로 진행되었다(Bounds and Morris, 2006; He, 2007, 2019; Murphy, 2008; Loopmans, 2008; Van Gent, 2013). 더 나아가 금융화 및 금융자본에 의한 도시개발을 또 다른 단계로 명명하는 등 계속해서 관젠트리피케이션의 변화를 살펴보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자세한 논의는 Lees et al., 2013; Aalbers, 2019 참조).

반면 탈신자유주의(postneoliberalism) 혹은 신자유주의 이후(after neoliberalism)는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부각된 2008년 금융위기 이래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Sekler, 2009; Peck et al., 2010; Springer, 2015). 이러한 논의는 신자유주의의 한계, 예외, 대안에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불완전해진 과정과 이에 따른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Altvater 2009; Davidson 2009). 그러나 탈신자유주의는 논쟁적이고 때로는 선언적으로 기술되는데(Brand and Sekler, 2009; Ruckert et al., 2017), 이러한 모호성은 신자유주의와 탈신자유주의간의 구분이 어렵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Clarke, 2010). 탈신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에 따라 정립되는 상대적인 개념이기도 하며, 도시의 대안과 해방의 논의가 신자유주의의 예외적 현상인지 탈신자유주의로 진입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Springer, 2015).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탈신자유주의 담론에 집중해야하는 이유는 탈(post)의 의미에 있다. 탈신자유주의는 사유화, 시장화, 상품화 그리고 탈규제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교리들을 모두 부정하는 탈(post)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이 아니라 안티신자유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대안들의 집합을 의미한다(Ruckert et al., 2017). 또한 탈(post)은 신자유주의 이후(after)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기 보다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는 건설적인 논의를 세우는 과정으로 이해되며, 이는 우리에게 비판적인 지리적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Peck et al., 2010). 이러한 맥락에서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는 신자유주의 도시화에 대항하는 인식론적 전환에서부터 장소기반의 구체적인 대안이자 전략으로써 행동주의, 급진적인 정치적 행동부터 법률 및 규체적 차원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다(최병두, 2011).

Harvey는 신자유주의 대안을 “우선 실행가능한 대안, 실제 가능성이 확인될 수 있는 지점”(Harvey, 2007: 199)에서 출발해야한다는 주장과 함께 다음의 두 가지 경로를 제안하였다. 첫째로는 ‘실제 존재하는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실제 존재하는 반대 운동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수정된 이론적・실천적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즉, 앞선 두 전략 모두 예술가, 세입자, 도시운동가와 같은 안티젠트리파이어로부터 시작되는 행동주의 등, 대항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Hackworth and Smith 2001; Betancur, 2011; Pearsall, 2012; Watt, 2013; 김지윤・이선영, 2016).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운동은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를 수반하는 ‘탈취에 의한 축적’에 저항하는 실천적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실천은 다양한 도시 권리 운동들과 결합하여 ‘도시 연대’를 구성한다면,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Harvey, 2007; 신현방, 2017b). 하비의 표현을 빌린다면, 이러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운동은 신자유주의의 ‘반란의 장’을 도시로 불러오는 실천적인 행위로 간주된다(Harvey, 2007).

Brenner는 신자유주의화에 대항하기 위한 정책과 규제의 시나리오를 구상하였다(Brenner et al., 2010). 이때 탈신자유주의적 규제는 도시 스케일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데, 이는 국가 혹은 글로벌 스케일에서 탈신자유주의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서 국지적 스케일에서 우선적으로 탈신자유주의 정책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자유주의적 프로젝트가 도시스케일에 집중되는 것처럼 탈신자유주의 또한 도시스케일에서 정치적, 실천적 물적 토대가 우선적으로 계획되어야 함을 의미한다(Brenner et al., 2010; 최병두, 2012; Annunziata, 2014).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은 장소를 기반으로 한 협력적 거버넌스 혹은 지속가능한 공동체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적 논의를 필요로 한다(Larner and Craig, 2005; 신현방, 2017a, 전은호, 2017). 즉,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의 대안적 관리로부터 시행될 수 있는데, 이때 ‘정책 간 연대’ 혹은 ‘규제 간 연대’를 통해 발휘될 수 있다. 이는 해방적이고 대안적 도시화를 구축하기 위한 제도, 정책, 조례, 사회적 관행, 법 그리고 도시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거버넌스에 대한 필요로 이어진다. 도시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포용도시(inclusive city)(UNCHS, 2000; 박인권, 2015; 남기범, 2018),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Lefebvre, 1996; Harvey, 2003; 김준호, 2011), 도시 공유재(urban commons)(황진태, 2016; 박인권 등, 2019; 이승원, 2019)등과 연결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신자유주의 도시화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은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로부터 출발할 수 있으며,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는 정치적 실천과 수행의 관점을 강조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 한국에서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

한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의해 수반되어 왔다. 발전주의적 국가에 의해 추진된 대규모 사업이 메가 젠트리피케이션(mega-gentrification)과 대규모의 축출(mega-displacement)을 양산했다면(Ha, 2004; Shin, 2009; Shin and Kim, 2016),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은 기업가주의적 정부에 의한 다양한 도시 건조환경의 재편으로 귀결되었다. 기업가주의적 정부는 ‘창조적 파괴’의 논리로 낙후된 공간을 철거하기도 하며,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고 변경하면서 도시를 판촉의 수단으로 사용해왔다. 이러한 사례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황진태, 2010), 도시 공간을 대상으로 한 컬쳐노믹스 정책(김수아, 2015), 전통시장 활성화(장한별 등, 2017)와 같은 상업공간과, 용산재개발(이선영・주경식, 2007), 뉴타운 사업(최병두, 2011) 등 주거공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은 재개발, 재건축 그리고 뉴타운으로, 대규모 국제이벤트를 위한 도심정비는 강제퇴거라는 용어로 불려왔다. 2010년대가 되서야 젠트리피케이션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기존의 대규모 도시개발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강제퇴거와 젠트리피케이션을 구분하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즉, 젠트리피케이션은 개인 혹은 일부집단에 의한 새로운 형태의 상업가로의 형성으로 인한 세입자의 퇴거 및 도시경관의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의 맥락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장소, 주체와 타자(젠트리파이어와 축출대상), 경관의 변화, 과정(단계화), 분류화(하위개념)등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다(이기웅, 2015; 김상일・허자연, 2016; 이선영・한윤애, 2016; 윤혜수, 2016; 신현준, 2017). 특히 이러한 연구는 개척자 젠트리파이어(pioneer gentrifiers)로 불리는 문화예술가, 자영업자들의 문화적・미학적 실천으로 새로운 환경(milieu)을 생산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미학(gentrificiation aesthetic)(Lees et al., 2013)’에 집중되고 있다. 또한 입소문, SNS, 미디어를 통해 외지인 및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고 투기적 상업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원주민들과 예술가들은 비자발적인 이주를 경험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에 주목한다(이기웅, 2015; 윤혜수, 2016; 김연진, 2018).

한국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담론이 문화・소비공간과 문화예술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형성되면서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반(反) 젠트리피케이션’의 논의 또한 상가 임차인-임대인 문제가 중심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피해 사례는 옥바라지 골목, 우장창장, 신촌 공씨책방, 테이크아웃드로잉 그리고 궁중족발 등으로, 상가임대차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한 장소들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문화예술가, 상인들은 리슨투더시티(2009),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2013), 비빌기지(2016), 테이크아웃드로잉(2015)등 반(反)젠트리피케이션 단체를 결성하였는데, 이들은 세입자의 퇴거문제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과 도시의 문제로 확장하면서 대안적 도시사회운동을 촉발시켰다. 여기서 도시는 소유적 개념보다는 전유의 개념으로 사유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는 시민의 권리가 강조된 도시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the city)의 논의와 연결될 수 있다(이선영・한윤애, 2016; 이기웅, 2017).

이러한 논의의 부상에 따라 최근 몇 년간 국내의 여러 지방정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도시계획에 삽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관한 논의는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해외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사례를 분석하여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지 분석한 연구도 존재하지만, 제언적 논의에 그치고 있다. 그 중 이성엽(2019)의 연구는 지방정부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분석한 몇 안 되는 연구로,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들의 개입 및 만족도 조사를 통해 추후의 정책방향을 제시하였다. 최근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이 전국의 지방정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로컬의 정체성에 의해 유지되는 도시 재생, 도시의 가치, 도시의 지속가능성의 측면이 강조되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유용한 것 혹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추후의 여러 관점에 착안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3. 성수동의 도시재구조화 과정

본 연구의 사례지역인 성수동은 토지의 40%가 준공업지역에 속한다. 2015년 기준으로 성수동의 주거산업혼재 비율은 66.56%로, 이는 서울시 준공업지역 6곳 중 가장 혼재된 토지이용이 나타나고 있다(서울시, 2015). 성수동은 주거와 산업공간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과거 성수동은 서울의 ‘도시제조업지역’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묘사되었다. 그러나 최근 문화예술가, IT기업, 사회적 기업 그리고 다양한 식음업종 등이 성수동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성수동은 제조업 집적지에서 문화소비, 상업, 오피스 공간 등으로 빠르게 분화되고 있다. 도시계획 차원에서는 준공업지역, 지속가능발전구역, 뚝섬상업지구의 일부를 도시재활성화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이 지역을 도시제조업지역이라는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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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성수동의 토지이용현황

성동구는 “2014년 성수동이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되고 ‘핫 플레이스’로 주목 받으면서 젠트리피케이션 징후가 포착”(성동구, 2017) 되었다고 밝혔으며3), 선행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2013~2014년)에 성수동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현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김상현・이한나, 2016; 윤윤채・박진아, 2016). 성동구의 분석과 선행연구의 내용을 종합하자면, 기존의 산업/상업공간에 새로운 문화와 소비가 결합된 형태로 재구조화되면서 투기적 자본이 유입되고 결국 기존의 토지이용자들의 비자발적인 이주를 야기하게 된 것이다.

성수동의 최근 5년간의 변화를 살펴보면 크게 ‘새로운 상업공간의 탄생(서울숲길 카페거리, 성수동2가 대림창고 인근)’과 ‘오피스/신산업공간으로의 탈산업화(소셜밴처밸리, 성수 IT지구)’ 현상이 두드러진다. 첫째, 성수동 1가의 서울숲길 카페거리는 다세대・다가구주택에서 문화소비공간,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바뀌면서 ‘주거지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 공간이다(김연진, 2016; 이유리・이명훈, 2017; 윤지훈 등, 2017). 일차적으로는 주택가가 상업공간으로 변화했지만 성수동이 명소화되면서 더 세련되고 힙한 상업공간으로 교체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추후 서울숲길 카페거리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 지역으로 선정된 계기가 되었다.

둘째, 성수동 2가의 대림창고 주변에는 공장건물을 활용한 상업공간이 증가하고 있다. 공장건물을 활용하여 탄생한 문화소비공간은 초창기 저렴한 임대료와 예술적 영감을 필요로 하는 예술가, 디자이너 등에 의해 형성되었다. 이들은 복합문화공간, 편집숍, 디자이너 사무실, 스튜디오, 카페, 레스토랑, 펍 등 개인의 취향에 따라 리모델링하여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오래된 건물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에는 오래된 감성과 현대적 디자인을 결합하여 ‘빈티지’, ‘인더스트리얼’, ‘거친’, ‘정제되지 않은’, ‘예술적’, ‘세련된’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제조공장, 영세공장과 소비문화공간이 외관상으로는 동일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질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한지은 등, 2017), 또한 수제화 거리로도 불리는 도시재생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존의 제조, 납품 그리고 하청위주의 제화산업에서 디자인과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부티크형 제조업(boutique manufacturing)4)위주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재생 혹은 재활성화 방식은 성수동이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김상현・이한나, 2016).

셋째, 사회적 기업이 성수동으로 유입하면서 성수동 1가 일대는 소셜밴처밸리가 형성되었다. 2014년 루트임팩트 입주를 시작으로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오피스가 증가하였고, 이로 인해 배후상권이 주변에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윤지훈 등, 2017; 이유리・이명훈, 2017).

넷째, 2010년 준공업지역의 일부가 IT산업개발진흥지구(혹은 성수 IT지구)로 설정되면서 첨단도시형 산업단지가 조성되었다. 이로써 성동구는 ‘기업이 일하기 좋은 도시’로의 슬로건을 적극적으로 채택해왔다. 초반에는 권장업종 및 핵심산업이 IT, R&D산업에 국한되었지만 성수동 전통산업인 자동차, 기계금속, 수제화, 인쇄산업 종사자들이 항의하자 추후 전통산업 또한 권장업종에 추가되었지만 실질적인 혜택은 신산업육성에 집중되고 있다. 성수 IT지구가 설정된 2007년부터 IT 산업체 및 종사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산업의 사업체 수 및 종사자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서울시, 2017). 첨단산업과 기술・지식 지향적 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기업과 자본의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성장 및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며,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기업형 부동산은 토착산업의 이전과 신성장산업으로의 산업재구조화를 유도하고, 이로 인한 공간재편이 초래를 야기하고 있다(조철주, 2005; 신현준, 2016).

4. 선택적인 지방정부의 모습:
젠트리파이어 또는/그리고 안티젠트리파이어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로, 도시재활성화 수단이 아닌 쇠퇴의 과정으로 인식한 최초의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성동구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 제도・행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한 후 2016년 1월에 젠트리피케이션 전담부서(지속가능도시추진과)를 신설하고, 젠트리피케이션 문제해결을 위한 융・복합 T/F를 운영하여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업무를 통합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둘째, 도시계획을 통해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설정하고, ‘임대료 안정 상생협약(이후 상생협약)’정책을 조례와 지구단위계획에 포함하였다. 셋째, 민-관 거버넌스를 형성하여 정책 및 지역개발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자문 기구를 구축하였다. 이는 뉴욕시의 커뮤니티 보드(community board) 시스템을 차용했는데, 자문기구는 지역공동체 상호협력위원회와 상호협력 주민협의체로 나뉘어있으며 시민단체, 도시계획 전문가,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임차인, 임대인 그리고 지역활동가들이 포함된다. 넷째, 성동구는 사적공간의 일부를 공적공간으로 치환할 수 있는 공공자산화전략을 채택하여 임대료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구에서 성수동 내에 위치한 건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민간 기업이 대형건축물을 신축할 시에 성동구가 기업에게 건축 혜택(주로 용적률 완화)을 제공하고,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공간을 성동구에게 제공하는 공공기여 방식으로 공공안심상가(혹은 성동안심상가)를 조성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정책을 통해서 지방정부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의 정책 대상 및 범위가 드러난다. 특히 도시계획부문과 공공자산화정책에서 ‘규제’와 ‘보호/혜택’의 조건 및 대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므로 본 연구에서는 두 정책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지속가능발전구역의 지정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장소’

지속가능발전구역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했거나 혹은 예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소가 선정된다. 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무엇인가, 젠트리피케이션 장소로 규정하기 위해 어떤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수반된다.

『성동구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방지 정책백서』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 정의는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성동구, 2017; 15)”으로, 이는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을 처음 사용한 Ruth glass의 논의를 인용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현 성동구청장의 저서인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공간의 재구성이 지역의 인적 구성과 더불어 사회・경제・문화적 성격을 계층적으로 대체하는 현상(정원오, 2016; 23)”이며, “현대 도시의 공간적 재구성이 야기하는 계층적 대체 현상(정원오, 2016; 25)”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다. 이러한 정의를 바탕으로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을 다음의 6단계로 구체화하였다. ① 임대료가 저렴한 지역 ② 문화・예술가, 사회혁신가 등 유입 ③ 지역특성이 형성되어 유동인구 증가 ④ 대규모 프랜차이즈 상업자본 침투 ⑤ 임대료 급상승으로 원주민 내몰림 ⑥ 지역의 정체성 상실, 지역공동체 파괴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방안 연구』5)를 수행하였다. 2012년에서 2015년의 공시지가 증감률, 식음업종 구성 및 변화, 창・폐업지수, 대중교통 이용객 증감률이 반영되었고, 총 3구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으로 설정하였다<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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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성수동 지속가능발전구역

그러나 위에서 기술되었듯 성동구는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명명하였으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지역을 규정하기 위해서 식음업종의 변화, 창・폐업지수와 같은 상업화관련 요소에만 집중하고 있다. 비록 개별공시지가가 반영되었지만, 성수전략정비구역(재개발지역)과 같은 주거 부동산의 변화는 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 제외하였다. 즉, 쫓겨나는 ‘원주민’을 ‘상가임차인’으로, 그들이 만든 ‘지역공동체’, ‘지역정체성’은 ‘상업화된 지역정체성’에 국한된다. 그러나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선정된 서울숲길 카페거리는 과거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공간인 것을 고려했을 때 여기서 원주민은 주거 임차인도 포함될 수 있다. 이후 ‘뜨는 동네’로의 부상은 기존 거주민과 젠트리피케이션 초기에 새롭게 정착한 사람들의 비자발적인 이주를 야기하였다. 성동구의 정책에 따르면 새로 입주한 상가 임차인들은 주거 임차인들에 비해 짧은 시간동안 임차했지만 상가 세입자들만 ‘원주민’으로 포함하고 있다.

지속가능발전구역 중 서울숲길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면서 적극적인 규제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대규모 자본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상업자본의 침투로 인해 지역의 골목상권을 붕괴, 지역의 정체성을 잃게 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천편인륜적인 상업 공간을 생산하는 문화백화현상(김남균, 2012)을 방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서울숲길 인근에 위치한 방송대길과 상원길 또한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선정되었는데, 이곳에는 실질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공간적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지정되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지방정부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연속성이 있는 단계적인 현상으로이자 지리적으로도 확산되어 젠트리피케이션을 증폭시킬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상원길과 방송대길은 과거 서울숲길처럼 주택과 근린상가가 밀집된 공간으로, 주택과 근린상가가 상업가로로 변화하게 된다면 서울숲길과 마찬가지로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에서도 자연스럽게 배제될 수 있다.

2) 임대료 안정 상생협약으로 본 ‘젠트리피케이션의 피해자’

성동구는 신촌, 이대 상권이 붕괴된 원인이 임대인-임차인-지역주민 간의 갈등에 있다고 판단하여, 이들이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고 여겼다. 따라서 이에 대안으로의 상생협약은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 동시에 지역공동체의 상생발전을 위한 임대인-임차인-성동구간의 상생약속을 강조하고 있다. 상생협약에서 건물주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제반 규정을 준수하고, 상가임차인은 쾌적한 영업환경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성동구는 공공기반시설 및 환경개선사업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성동구, 2017). 협약의 결과, 2018년 9월 기준으로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64.7%의 임대인이 상생협약 체결에 응했으며, 특히 서울숲길의 경우 82.1%의 관내 건물주가 상생협약을 체결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한 2016년 대비 2017년 상가임대료 인상률은 상반기에는 13.9%, 하반기에는 14.1%가 하락했으며, 2017년 하반기 계약갱신 업체 중 78.1%의 임대인이 임대료를 동결하는 성과를 도출하였다(성동구, 2018). 법적 제약이 없는 상생협약이지만 구청과 임대인-임차인(특히 임대인의) 자발적인 참여로 임대료 폭등을 제어하고 지역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임대료의 상승은 결국 공실률을 높여 결국 임대인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이 된 것이며(정원오, 2016), 이러한 상생협약은 자본 순환의 통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로 이해될 수 있다(Brand and Sekler, 2009; Springer, 2015).

서울숲길의 경우 도시계획 변경으로 용적률이 150%(제1종일반주거지역)에서 180%(제2종일반주거지역)로, 180% (제2종일반주거지역)에서 200%(제2종일반주거지역)로 상향되었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상업건물의 임대인은 상생협약을 이행하는 경우에만 용적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서울숲길 인근의 건물 총 193개중 4명의 건물주만이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았다. 이 외의 건물은 이미 법적 용적률을 초과했기 때문에 기존의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지 않는 한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인센티브 정책은 뚝섬주변지역 지구단위계획하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불응 시에는 법적 제제가 가해진다. 따라서 상생협약은 임대인의 자본증식과 임차인의 쫓겨나지 않을 권리 모두 만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건물주는 이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주택의 경우 상생협약과 무관하게 용적률을 높일 수 있어, 일반주택을 상업용 건물로 리모델링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임대료 인하 및 동결의 효과와 함께 주거지 상업화를 촉진하는 상반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상생협약정책은 준공업지역 내 도시재생지역까지 확대되었는데, 이는 도시재생의 부작용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저에 있다. 이곳은 앞서 3장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정책적으로는 수제화거리로 선정되고, 자생적으로는 갤러리・카페, 편집숍, 레스토랑, 스튜디오 등이 유입되면서 제조업 종사자들은 외곽으로 이전을 요구받고 있다. 즉, 이곳에서는 일종의 산업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생협약의 대상자는 역시 상가 임대인-임차인으로 한정되고 산업 및 주거임차인은 정책의 논의에서 제외되었다(한지은 등, 2017). 이곳은 전통제조업에 종사하고 영세공장을 운영하는 임차인들이 집적된 장소인 만큼 상가건물 위주의 상생협약 정책의 대상자는 많지 않다(2018년 2월 기준, 53명의 건물주만이 상생협약에 응했다). 또한 한 건물이 다용도로 사용될지라도 주거, 산업에 종사하는 임차인들은 협약에서 배제된다. 도시재생지역에서도 상가 임대인-임차인만 정책의 대상이 되는 근간에는 도시재활성화정책이 탈산업화 전략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공간의 재편은 성동구청 젠트리피케이션 간담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제화거리는 브루클린처럼 어느 정도 자본이 들어와서 갤러리 크게 만들고 카페도 크게 만들고 젊은이들이 와서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성동구청 젠트리피케이션 간담회).

이전부터 성수동 준공업지역은 ‘주공혼재’, ‘노후화’, ‘쇠퇴’, ‘경관 부조화’된 공간으로 묘사되면서 재생이 요구되던 장소였다. 전통산업 중 하나인 수제화 산업이 도시재생의 대상으로 선정 되었지만 소비, 관광, 체험에 집중되면서 대로변 인근에 물리적 개선과 소비 공간이 형성될 뿐, 토착산업은 계속해서 쇠퇴, 영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술한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낡고 오래된 건조환경을 빈티지화하는 자생적 주체들은 도시 감각, 미화를 통한 탈산업화의 주체로서 긍정적 행위자로로 인식되고 있다.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 대상지를 구획하고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임대료의 적절한 관리를 통한 임차인의 보호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혼재된 토지이용이 나타나고 있는 성수동에서 ‘상업’은 눈에 잘 띄지만 준공업지역을 구성하는 산업의 일부일 뿐이다. 이는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논의가 지역을 반영하는 전략과 맞닿아야 한다는 신현방(2016)의 주장과 이어질 수 있다.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도시 재활성화 및 탈산업화의 논리와 함께 작용하는데, 이는 지방정부의 정책이 탈신자유주의 도시화 또는 신자유주의 도시화를 추구하고 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이론의 논의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신자유주의 도시화의 대안적 논리라는 점에서 탈신자유주의로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구체적인 도시 맥락에서 메커니즘을 살펴보았을 때 신자유주의적 도시화를 가능케 하는 요소들을 일부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Springer, 2015).

3) 공공자산화전략으로 본 혼재된 공공성과 사업성

공공안심상가(또는 성동안심상가)6)는 구청이 직접 매입하거나 기업의 공공기여를 통해 구청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직접 관리하는 점포를 말한다(성동구, 2017). 이 상가의 임대료는 주변 시세의 70∼90% 수준으로 책정되고, 임대기간은 최장 10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강제퇴거 없이 비교적 낮은 임대료로 장기간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다. 2020년 6월을 기준으로 공공안심상가 1호점∼7호점과 성동안심상가빌딩은 운영 중이며, 공공안심상가 8호점부터 16호점까지는 현재 공사 중이거나 추후 준공될 예정이다<표 1>.

표 1.

공공안심상가 확보현황(2020.03.01. 기준)

구분 성동안심상가빌딩 공공안심상가 1호점 공공안심상가 2~16호점
확보방법 ㈜부영주택 공공기여 매입 기업의 공공기여
대상 31개소,48석(1인기업) 4개소 15개소
규모 전용 132㎡(지상1층) 전용 132㎡(지상1층) 2,664㎡, 전용1,355㎡
시기 2017. 5월 착공
2018. 6월 준공
2017. 1월 매입 2017. 3월 착공~
2018 .5월 준공~
2018. 8월 입주~ 2018. 3월 입주~ 2018. 하반기~
자료: 성동구 홈페이지

성동구는 공공안심상가 1호점을 제외한 나머지 안심상가를 공공기여 방식으로 늘려가고 있다. 공공기여에 응한 기업은 정부로부터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는 대신 1/2 정도의 토지 또는 건물을 성동구에게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성동안심상가빌딩은 성동구와 ㈜부영그룹의 MOU로 건축되었다. 2015년 부영그룹은 서울숲 앞에 위치한 뚝섬상업용지에 관광호텔 허가 및 용적률 완화를 요청하였고, 이에 성동구는 관광호텔의 용적률을 768%에서 873%로 완화하는 대신 증가된 용적률의 105%중 45.1%에 해당하는 260억 원 상당의 토지와 건물을 기부채납 받았다(정원오, 2016).

안심상가(빌딩)에 입주가능한 대상자는 입주자 심사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입주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는 임대료 인상률, 환산보증금, 임차・영업기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외에도 사업의 성과 및 성장가능성과 같은 경제적 요인과 함께 사회에 기여 여부도 심사에 고려되고 있다.7) 또한 안심상가에 입주가능자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경제조직, 공유기업,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60세 이상의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자등을 포함되고 있다. 이들은 지방정부가 지정한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에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심상가(빌딩)에 입주할 수 있다. 이 경우 지방정부는 직접적으로 퇴거를 경험하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보호해야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들을 안티젠트리피케이션의 정책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는 신현방(2017b)이 언급하였듯 ‘폭 넓은 연대’의 형성이 보다 적극적인 반(反)젠트리피케이션 도시권을 형성할 수 있다는 논의와 연결된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지정한 젠트리피케이션과는 무관한 업무공간은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가 받을 혜택인 잠재적인 공간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이 제기된다. 실제로 다수의 안심상가(빌딩)에는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와는 관련 없는 IT업체, 공공기관, 경제단체등이 입주하고 있다(2020년 3월 기준)<표 2>.

표 2.

공공안심상가 및 성동안심상가빌딩 입주업체 현황

지점 입주업체명 업종
공공안심상가 1호점(IT캐슬) 윤스김밥 분식
꽃보배 생화, 서비스업
공씨책방 중고서점
공공안심상가 2호점 (SKV1) 행복한 에코폰 정보통신기술기반 돌봄서비스
공공안심상가 3호점 (하우스디세종) 성동구상공회 상공회
공공안심상가 4호점 (비즈포레) ㈜비지피웍스 정보통신업
공공안심상가 5호점 (현대테라스) 성동미래일자리 일반식품제조업
공공안심상가 6호점 (ITCT) 주식회사 이노벡터 신발제조업
공공안심상가 7호점 (서울숲A K밸리) 스튜디오뮤즈 사진촬영 및 렌탈스튜디오
성동안심상가빌딩 1층 식당가 한식, 양식, 카페
2층 문화시설 어린이미술관
3층 근린생활시설 교육 및 행사시설
4~6층 소셜벤처 문화예술, 디자인, IT
7~8층 교육시설 메이커스페이스
자료: 성동구 홈페이지

공공안심상가와 성동안심상가빌딩의 정책목표는 상가의 입지에 의해 희석되는데, 이는 공공자산화 전략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 공공안심상가 및 성동안심상가빌딩은 이전에 소개한 지속가능발전구역과 달리 성수동 전반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즉, 안심상가의 대부분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구역인 지속가능발전구역 밖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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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공공안심상가 및 성동안심상가빌딩 위치

이러한 위치선정은 공공안심상가와 성동안심상가빌딩에서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로 공공안심상가는 공공기여를 제공한 기업의 지식산업센터 내에 위치하기 있기 때문에, 해당 지식산업센터의 입지에 따라 상가의 위치가 결정된다. 그러나 기업이 선호하는 입지선택은 상가(상인)의 입지선택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공공안심상가의 입지는 상권의 측면에서 최적의 위치라고 보기 어렵다. <표 2> 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안심상가의 입주업체는 유동인구가 중요하지 않은 업종에 해당한다.

권리금도 없고 보증금도 없어서 편하죠. (중략) 근데 사실 위치적으로 여기가 안 좋잖아요. 상권 인프라가 없으니까.. 여기는 사무실로는 상관이 없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힘들죠. 단지 여기 있는 사무실 사람들을 위주로 (장사를) 하다 보니까 가능한거죠. 월세가 비싸면 힘들죠. 그래서 주말에는 잘 안열어요. 열어봤자니까 (안심상가 세입자 인터뷰)

안심상가 세입자들은 임대료가 폭등되거나 퇴거의 위협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인식하면서도 상가의 위치가 기존 상권에 비해 활성화 되기 어려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오피스 내에 안심상가가 위치하게 되면서 사무실 근로자들을 주 고객으로 한 상가가 운영되고 있다.

두 번째로 성동안심상가빌딩은 공공안심상가와 달리 안티젠트리피케이션 공간과 젠트리피케이션 공간의 지리적, 기능적 분리를 보여주고 있다. 성동안심상가빌딩은 공공성이 강조된 보호 공간을 생산하고, 부영호텔은 뚝섬상업지구에 위치하고 있어 사업성이 강조되는 개발 공간을 만들어냄으로써 서로 다른 양극화되고 분리된 공간의 탄생에 이바지한다. 성동구청장은 인센티브 정책이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음과 같이 표하고 있다.

서울숲 앞에 거대한 관광호텔이 들어오면 그만큼 유동 인구가 많아질 것이니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기대와 더불어, 부영의 관광호텔이 들어서면 주변 땅값, 건물 값이 뛰어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동시에 생겨났다(정원오, 2016 : 210).

‘부영호텔-성동안심상가빌딩’에 따른 파급력은 그 규모가 큰 만큼 ‘공공적 효과’와 ‘사업적 효과’ 모두 크다고 볼 수 있다. 부영호텔이 위치한 인근에는 고층의 고급아파트들이 밀집해있어, 스펙터클한 경관을 생산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기업의 공공기여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보호할 수 있는 공공자산화정책은 일종의 상쇄정책이자, 윈윈전략으로 여겨진다. 공공기여를 통해 부족한 공공재원을 보완하고 효율성을 증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인센티브 제공에 따른 기업의 혜택을 제공하여 주변의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지역의 이미지, 경관을 재편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는 젠트리피케이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론적으로 성동구의 공공자산화전략은 안티젠트리피케이션 도시계획과 젠트리피케이션 도시계획의 중첩으로 탄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안티젠트리피케이션과 젠트리피케이션은 상반된 개념이지만, 지방정부의 정책을 통해 대상의 선정, 공간의 중첩, 공간의 구획 등 다양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에 있어서 지방정부와 해당 지역의 이해당사자들이 만들어내는 미세한 정치적 과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러한 정책을 통해 도시관리 및 개발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5. 결론과 시사점

본 연구는 탈신자유주의 도시화 이론에 입각하여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의 범위 및 수행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특히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은 급격한 월세 및 임대료의 상승으로 인해 기존 토지이용자의 축출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도시재생정책과 탈산업화 정책이 함께 맞물리면서 ‘어느 정도’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필요하다고 인식하거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에 일부 내재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보이고 있다.

과거 성수동은 산업과 주거공간이 혼재된 도시제조업지역으로만 묘사되었으나 최근 소비상권이 유입되면서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사례로 불리게 되었다. 이에 대안으로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장소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설정하고 상가 임대인-임차인-성동구 간의 상생협약을 통해 임대료 안정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러한 정책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일부 예방 혹은 감소시켰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기존의 토지이용자 즉, 원주민들은 공장 및 주거세입자 등 다양한 주체들을 포함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또한 공공안심상가의 경우, 성동구가 직접 ‘임대인’이 되어 성수동 임차인들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내쫓길 우려 없이 장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상가는 안티젠트리피케이션 구역 밖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IT산업을 서포트하는 서비스업 위주로 기능하게 되었다. 또한 안심상가에 사회적 기업, 청년창업가 등 비교적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 없는 주체들이 주로 입점하게 되었는데, 이로써 안심상가는 일부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를 포용하면서 동시에 유치하고, 소셜밴처기업 및 IT산업과 같은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탈산업화 전략과 조응하고 있다. ‘성동안심상가빌딩-부영호텔’의 사례에서는 뚝섬상업용지의 고급화・고층화된 건물을 허용하여 스펙터클한 경관을 양산하여 오히려 주변 부동산 지가를 상승시킬 수 있는 우려가 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정책이라는 목적은 희석되고 있다.

Shaw는 정책과 젠트리피케이션과의 관계를 종합하면서 “Is there hope for policy? (Shaw, 2008: 2638)”라는 질문을 제시했다. 성동구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하지만 탈신자유주의 도시화로의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이는 탈신자유주의 및 탈신자유주의 도시화가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TINA(there is no alternative)에 대항하는 사회적 대안 그리고 대안적 공간 만들기를 통해 탈신자유주의화를 ‘건설하는 단계’에 위치시키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Peck et al., 2010). 성동구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에서 살펴보았듯, 현실의 정치에서는 신자유주의의 영역과 탈신자유주의적 영역이 복잡하고, 우연하게 교차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게 교차되고 있는 공간 정치에서 지방정부의 역할과 정책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Lees, 2003), 도시 공간에서 이러한 정책이 수행되는 구체적인 모습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1) 지방정부의 안티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이 ‘상업화’ 과정에 집중하게 된 원인은 우리나라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논의가 상업공간 위주로 진행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신현방, 2017b).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을 (재)도시화 과정에 배태된 것으로 이해한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정책을 상업화된 공간, 상가 임차인으로 한정하기 보다는 기존의 토지이용자의 비자발적인 이주를 중심으로 이해할 수 있다(Lees et al., 2016, Shin and López-Morales, 2018). 이는 (건물의 용도와 상관없이) 젠트리피케이션을 단계적이고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고 이에 따라 정책의 확장가능성에 대한 논의의 장이 생성된다.

2) 성동구청에서 시행한 젠트리피케이션 간담회 및 담당 공무원 인터뷰는 런던정경대(LSE) 지리환경학과 신현방 교수님의 의뢰로 진행되었다.

3) 2014년 서울형 도시재생 시범사업이 시행되었으며, 2017년 6월에 성수동이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되었다.

4) 부티크형 제조업은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처럼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행위를 제공”하는 문화, 소비, 관광위주의 제조업을 의미한다(서울디자인재단, 2014).

5) 2016년에 진행된 성수동 빅데이터 구축과 GIS분석을 통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연구를 의미한다.

6) 공공안심상가는 성동안심상가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안심상가와 안심상가빌딩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안심상가를 공공안심상가로 안심상가빌딩을 성동안심상가빌딩으로 지칭한다.

7) 일례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공씨책방’은 상가임대차 분쟁문제로 사회적 주목을 받은 곳이다. 성동구는 역사적・문화적 차원에서 공씨책방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안심상가에 입주하는 것을 허용하였다. 현재 공씨책방은 공공안심상가 1호점에 입주하고 있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조현진의 석사학위논문인 “젠트리피케이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방정부의 대응 정책에 관한 연구 - 성수동 지역을 중심으로-”(2019)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임.
논문작성 전반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주신 신현방 교수님과 인터뷰 및 자료제공에 협조해주신 성동구청 관계자, 지역주민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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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청, www.sd.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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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우리 건물주는 성동구청' 공씨책방도, 윤스김밥도 다시 뿌리내립니다, 2018,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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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모두 답 없다 할 때 정공법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맞섰죠, 2018,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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