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1) 연구목적
2) 연구방법과 자료
2. 진정성의 양상
3. 지역산업의 시공간 진정성
1) 양양 서핑 투어리즘
2) 수로재생에 따른 제민천 거리
3) 브랜드로서의 임실치즈 마을
4. 진정성의 동요와 지역가치부여
5. 결론
1. 서론
1) 연구목적
현대자본주의에서 지역의 고유성을 가진 제 자원을 고찰하는데 가치부여1)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치부여란 행위자를 특정관점에서 평가하는 근거를 찾기 위한 시련(테스트)으로 그 성질을 결정해 지역의 특색을 정하는 작업과 같다(立見, 2019; Heinich, 2020). 이렇게 형성되는 지역・장소・공간의 차이와 의미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간주관적으로 구축되는 것을 지역의 가치라 부른다(除本, 2020). 이러한 지역의 가치부여 과정은 韓柱成(2021)이 고찰한 바와 같이 지역생활의 본원적인 부분과 의미부여의 과정, 상품화, 그리고 정보 확산의 과정으로 지역의 가치사슬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에 가치를 부여 하고 조정하는 진정성(authenticity)2)은 근년 지역이라는 문맥에서 중요한 인자로 등장해 문화력을 발휘하는 도구로서 진짜다움으로, 또 그것이 갖는 가치 있는 진짜라는 인식이 개인적 의식을 넘어 사회적으로 널리 통용되어가는 과정을 말한다. 이러한 진정성의 요구가 높아지는 것은 인지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구축된 진정성이 뿌리내림으로써 의미 부여를 받은 지역의 가치는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이행되어 보다 높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佐無田, 2020, 47).
지역은 진정성을 가짐으로써 다른 지역에는 없는 고유성을 구비하게 된다(內田, 2020; 佐無田, 2020). 그리고 이것이 지역의 가치를 경제조정(coordination)하고, 또 가치를 부여한다(望月, 2021, 4). 오늘날 지역의 진정성의 필요성을 논하게 된 것은 첫째, 관광업의 흥륭으로 관광객이 증가해 그들이 체재하는 장소를 분명하고 알기 쉽게 해 장소다움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부동산개발의 증가로 도시재생과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금융조치로 개발업자가 지역문맥을 반영한 진정성의 연출 및 개발로 보존되어야 할 희소성을 증대시켜 역사적 장소로 만들기 위함이다. 셋째, 개발의 균질화를 방지하고 관광지로서의 특성을 부각시켜 차별화를 꾀하도록 자리매김함으로써 역사적인 보전지구의 확대로 행정주도의 진정성을 연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진정성은 경관과 같은 해석이나 본연의 자세와 평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의 진정성, 즉 진짜인가를 결정해 논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内田, 2020, 17). 그것은 진정성이 매우 복잡한 지각과정을 통해 평가되기 때문에(Penaloza, 2001) 진정성과 비진정성에 대한 판별은 사물을 어떠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해석하는가에 따라 상이하고, 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고유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석금경・김남조, 2010).
한편 현대 자본주의시장에서 진정성은 명백하게 기도(企圖)된 위조품이 아닌 것을 지향하므로 진품이 장소의 가치를 높인다. 근년 사회학자인 L. Boltanski와 A. Esquerre는 새로운 인지자본주의에서 제품의 가치부여 형태에 대한 고찰을 했는데, 그들의 논의에 따르면 로컬 산업제품 내지는 수공업제품의 진정성을 위한 가치재부여는 새로운 경제에서의 가치부여 형태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1990년대 이후 결합과 네트워크의 특징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자유 또는 자발적인 결합에 가치를 둔 프로젝트 지향적인 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3)이 대두되었으며, 진정성의 요구가 높아진 것은 전통적인 로컬 산업이나 수공예품의 재평가가 그 배경이 되었다고 한다(立見, 2019, 184-189; 望月, 2024, 165-166).
한국에서의 진정성에 관한 연구로는 문화유산・관광학, 사회학, 심리학, 경영학 분야 등에서 다수 이루어져 왔고 지리학 분야에서도 진정성에 대한 고찰이 행해졌다. 문화유산・관광학에서 이태희・윤설민(2013)은 문화유산 관광지를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정성의 지각, 태도, 만족도, 그리고 충성도4) 간의 구조적 관계를 남산골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구조방정식모델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진정성의 지각은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태도는 만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족도와 진정성의 지각 모두 인지적 충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만족도가 인지적 충성도를 설명하는데 진정성의 지각보다 더 중요한 변인임을 밝혔다. 그리고 전통문화의 진정성에 관한 문화인류학연구의 논의를 관광대상물(관광 상품이나 관광안내서)로 분석한 하동현(2016)은 경주 양동마을의 미래관광전략을 문화동기5)-객관적 진정성-실존적 진정성’, ‘문화동기-객관적 진정성-충성도’, ‘문화동기-실존적 진정성-충성도’, ‘객관적 진정성-실존적 진정성-충성도’의 관계를 탐색적・확인요인분석의 다양한 방안으로 고찰한 결과, 방문객들의 체험수준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리학 분야에서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재난지역의 다크투어리즘과 관광경험의 진정성을 연구한 조아라(2013), 서울시 청계천에 대한 진정성의 재구성과정을 분석한 김지나의 연구(2016), 광주광역시 북구 중흥동 와우산 일대를 대상으로 일상문화의 관점에서 도시 노후거주지역의 장소성과 진정성을 분석한 김상철・이무용의 연구(2013) 등이 있다. 이러한 각 분야에서의 연구는 진정성 그 자체에 대한 분석 및 영향력에 대한 연구사례가 다수 있지만, 지역의 진정성과 그 동요과정을 설명하고(内田, 2020) 나아가 지역자원의 고유성에 의한 진정성으로 지역브랜드화가 가치부여를 높여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경영전략과정에 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구감소지역에 있어서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가치를 부여하고 조정하는 진정성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양군 서퍼비치(surfer beach, 서핑 체험), 공주시 제민천 거리, 임실군 치즈마을을 사례지역으로 고유자원의 진정성 동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가치를 부여해 풍양화 경제(économie de l'enrichissement, economy of enrichment)’6)로 지역 만들기를 위한 경영전략과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연구를 수행함으로써 시공간을 둘러싼 진정성의 프로세스에서 다음의 전통이 어떻게 변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연구방법과 자료
분석방법은 먼저 진정성에 관한 문헌고찰을 하고 고유한 지역자원으로서의 양양 서핑 투어리즘7), 수로재생에 따른 제민천 거리, 브랜드로서의 임실치즈 마을에 대한 진정성을 파악하고, 또 진정성의 차원과 시공간 및 접근방법과 함께 주요 연구관점을 추출했다. 그리고 진정성의 동요 프로세스를 파악해 건전한 순환을 지속가능하도록 경영전략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에 사용된 자료는 해당 시・군의 관련문헌과 농협중앙회에서 2016년에 발간한 『농협 6차 산업 아자, 하자, Go』를 이용했고, 또 시・군청의 담당자 및 해당 내용 관계자와의 인터뷰 조사는 양양군 서퍼비치 및 공주시 제민천 거리 재생사업에 따른 지역주민과의 갈등문제 등의 내용을 9~11월 중에 시행했고, 또 임실치즈 마을의 경영 및 운영방식 등에 관한 내용은 임실치즈 농협 담당자와 같은 기간에 실시했다.
본 분석은 행정안전부가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지역 활력을 높이기 위해 ‘2023년 생활권 단위 로컬 브랜딩8) 활성화 지원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했는데, 이 로컬브랜딩을 통한 생활권 활성화의 대표적인 사례(행정안전부, 2023. 3. 23, 보도자료)로 제시된 지역을 연구대상으로 했다. 그 지역은 역사자원으로서의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연트럴파크), 투어리즘으로서의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어 서핑 문화 성지로 탈바꿈시킨 양양군 현북면 서퍼비치, 문화유산으로서의 쇠락한 천변을 특색 있는 창업공간으로 만든 충남 공주시 중학동 제민천 거리, 자연자원으로서의 산지를 활용해 목축업 특화에 성공한 전북 임실군 임실읍・성수면의 임실치즈 마을을 선정했는데, 이들은 모두 인구감소지역이다.9) 다만 분석대상으로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 숲길은 제외했는데, 이곳은 다른 지역과 달리 대도시로 지역가치 만들기로 진품이라는 관광 상품의 조명을 받아 많은 생활인구가 찾아와 지역의 경제적 이익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양군의 모든 서퍼비치와 임실군의 임실치즈 마을은 지역 외 인재들로 하여금 지역 만들기가 시작되었는데, 특히 양양군의 서퍼비치는 젊은이들이 집중적으로 이주한 지역이다.
2. 진정성의 양상
진정성은 다양한 사용법으로 인해 정의하기 모호한 맥락이 있다. 투어리즘에서 진정성에 대한 선구적 연구로 사회・역사학자인 D.J. Boorstin은 1964년 자신의 저서(The Image: A Guide to Pseudo-Events in America)에서 대중 관광객들이 후기산업사회에 연출되는 매력에 즐거워하며 속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의사이벤트(pseudo-events)’10)를 누린다고 서술했다(渡部, 2017, 23). 한편 진정성에 대해 명시적이고 포괄적인 측면을 갖는 관광사회학에서 MacCannell(1973)은 ‘연출된 진정성(staged authenticity)’11)론을 통해 Boorstin과 대조적으로 관광객은 누구나 진품을 지향하고, 전통이나 문화가 형해화된 세계에 사는 근대적 인간(관광객)이 진정성을 탐구하러 관광지에 간다고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Boorstin과 MacCannell의 논의는 전통문화에 핵심적・본질적인 점을 상정해 본질주의(essentialism)의 입장을 취했다. 즉, 이 논의는 객관적으로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상정하는 것이고 진짜와 가짜의 전통, 진짜의 과거와 이상화된 과거라는 이분법에 바탕을 둔 것이다(渡部, 2017, 23). 이들의 논의는 현대관광과 진정성의 관계에서 대립된 두 가지의 견해이지만 서로 가까운 인식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Wang(1999)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의사이벤트’와 ‘연출된 진정성’은 양쪽 모두 객관주의의 진정성 개념을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権赫麟, 2012, 60).
진정성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차원에서 이루어졌는데, Wang(1999)은 관광체험 중에는 객관주의, 구성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접근을 통해 객관적(objective, real), 구조적[constructive, 상징적(symbolic)], 실존적(existential)진정성을 제시했다. 객관적 진정성과 구조적(상징적) 진정성은 관광대상과 관련된 진정성이고, 실존적 진정성은 관광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객관적 진정성은 기원이나 유래에 의거하고, 관광대상에 대해 물리적이며 피상적인 지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 객관적 진정성은 본래 모습과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적 진정성은 같은 대상물이라도 해석을 달리하는 것을 말하는데, Cohen(1988)은 사회적 산물로서 특정한 대상이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으며, 또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진정성은 다양한 시각에서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시대적・사회적 흐름에 따라 그 가치가 변화해 달라질 수 있다. 실존적 진정성은 인간존재의 차원에서 체험에 의해 자리매김하는 것으로 관광행위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또는 주관적 감정에 의거해 평가한다. 또 관광내용에 따라 그 대상물 자체의 진정성 여부는 관광객과 관계가 없이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성이며, 간주관적 진정성이라고 했다. 그리고 Wang(1999)은 실존적 진정성을 개인 내, 개인 간 개념과 그 범주로 구분하고, 먼저 개인 내 개념에는 성적 경험이나 알콜 섭취와 같은 신체적 감정(bodily feelings), 자기혁신과 같은 자신 만들기(self-making)가 있으며, 개인 간으로는 상호작용의 우스꽝스러운 특성(ludic nature of interaction), 평등과 같은 투어리스틱 커뮤니타스(touristic communitas)가 있다고 지적했다(Kim and Jamal, 2007, 188). 한편 MacCannell(1973)도 투어리즘에서 진정성을 객관적 진정성, 실존적 진정성으로 구분했다. 또 Reisinger and Steiner(2006)는 유물과 이벤트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용어인 객관적 진정성에 중점을 두고 모더니즘/현실주의,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세 가지 이념으로 수많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사물 진정성을 어떻게 구상하는지를 파악했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취급한 Kolar and Zabkar (2010), Zhou et al.(2013)도 진정성을 객관적 진정성과 실존적 진정성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또 미국 텍사스주의 토드 미션(Todd Mission) 르네상스 축제를 대상으로 실존적 진정성의 연구를 한 Kim and Jamal(2007)의 연구도 있다. 한편 Södergren(2021)은 진정성을 소구(訴求)하는 것이 마케팅 활동에서 중요하고 자명한 이치이지만, 무엇을 진짜라고 할지, 어떻게 진짜로 표현할 것인지는 시장이나 대상(target), 사회적인 문맥 등 여러 방향에서 신중하게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5년(1994~2019년) 동안 발표된 광범위한 연구 범위를 바탕으로 브랜드 진정성에 관한 연구동향을 첫째,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특성, 둘째 진정성의 정당화 기능, 셋째 진정성의 정서적, 도덕적 측면에서 파악했다. 이상의 투어리즘 연구문헌에서 진정성은 중요한 주제로서 체험관광은 객관적 진정성, 구조적 진정성, 활동적 진정성(activity-related authenticity)의 세 가지로(Wang, 1999) 나눌 수 있고, 이에 실존적 진정성, 본질적 진정성도 차원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한편 진정성을 X축에 시간, Y축에 해석의 확정도로 나타내어 그 순환과정을 나타낸 것이 그림 1이다. 먼저 객관적인 진정성은 시간이 경과해도 진정성을 확정짓는데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적다. 그것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하고 특정장소와 결부시키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납득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사회정치학적 해석에 바탕을 둔 진정성은 정치적・사회적 집단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진정성이고, 또 소속집단, 사회와 시대가 바뀌면 해석도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 사회적 배경에 바탕을 두고 해석된 진정성이 현대에는 객관적 진정성과 같을지라도 의문을 가질 경우가 있는 등 동요를 내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해석에 바탕을 둔 진정성은 특정한 장소와 결부되는 이상으로 개인적 체험의 판단기준이 시간 축은 현재이고 주관적이다. 이 경우 해석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주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内田, 2020, 20).
이들 세 가지 진정성 사이에는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평가의 동요가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언젠가 체험 지향형의 개인적 해석이 객관적 진정성이 될 수도 있다. 또 과학적 근거를 가진 객관적 진정성조차도 나중에 평가가 동요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정치적 해석에 의한 동요는 그때그때의 정치적 집단에 의해 초래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오래되었다는 것만큼이나 확실하고 평범한 건축물일지라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인물의 생가이면 사회정치적 진정성을 갖는다. 또 개인적 해석에 의한 동요는 단순히 주관적인 호불호로 판단될 수도 있고, 사람들의 개인적 해석에 따라 영향을 받아 동요될 수도 있다. 그래서 세 가지 진정성 해석의 상호관계는 체험지향이 강한 가운데 공간에 고정된 객관적 진정성조차도 개인적 해석에 따라 동요가 커질 수 있다(内田, 2020, 20-21). 이상의 진정성 문제로는 상품가치가 높은 이미지만이 상징적으로 조작됨으로써 문화의 본질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이무용, 2005, 137). 그러나 인구감소지역에서 해양레저, 수로재생에 의한 거리경관을 포함한 농촌융복합산업(6차 산업)이 지역관광과 경제발전에서 여러 차원의 진정성을 갖고 중요한 역할을 전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진정성 프로세스의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아 이에 대한 분석이 지역 만들기에서 필요하다고 하겠다.
3. 지역산업의 시공간 진정성
양양군의 서퍼비치와 공주시의 제민천 거리는 지역투어리즘의 성격이 강하지만, 임실군 치즈 마을은 제품을 생산하며 체험투어리즘도 하고 있다. Zukin et al.(2015)은 진정성의 4가지 요소로 전통, 다양성, 상호작용, 자연발생적이 복합되어 진정성을 갖는다고 하고, 그 후 지역상점가를 평가할 때에는 진정성이 생태계(ecosystem)를 분해한 요소라고 했다. 그러나 진정성은 어디까지나 진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서 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경험과 지식의 노하우가 필요하기에 위의 4가지 요소에 덧붙여 고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생산물의 경우 표준화에 가치부여를 함으로 브랜드화와 컬렉션(collection) 형태12)로 바뀌어 가는데, 이 과정에서 진정성은 산지의 역사나 전통기능(技能) 등을 서술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생산품의 물적 요소 또한 관련되기에 이러한 것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노하우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들 요소들을 아래 세 사례지역에 함의시켜 파악하기로 한다.
1) 양양 서핑 투어리즘
양양군의 서핑은 2010년대부터 현남면의 죽도 해변과 인구리 해변을 중심으로 서핑 문화가 전파되기 시작했는데, 이는 해안지형이 서핑하기에 좋은 파도를 만드는 입지조건으로 서핑스폿(spot) 해변이 다양하고, 또 해안이 훼손되지 않고 만곡을 이루어 다양한 크기의 파도로 서핑을 즐길 수 있는 해저지형 때문이며, 그리고 개발진행이 늦어 서퍼들의 정착에 용이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김정태, 2021, 56-57). 여기에다 2015년에 군사작전지역이었던 하조대 공유수면의 사용인가가 났고, 서핑 해양레저 특화지구 조성사업이 추진되어(2019~2021년) 해변 14개소에 편의시설(서퍼라운지, 서핑 쉼터, 서핑 지상연습시설, 전망데크, 야외샤워장 등)이 조성되었다. 그리고 양양군은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보다 대도시 서울시에서 거리상 가깝고 해변의 이권이 적어 두 지역과 더불어 최근 10년 동안 서퍼비치로서 각광을 받아 성공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양양군 해변은 서퍼와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연발생적 서핑이라는 여가문화와 서퍼들의 고유한 생활양식(lifestyle)을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또 강습과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환경조건의 서퍼비치로서 국내 최초로 서퍼 전용해변인 서핑로드 16곳에서 서핑을 할 수 있어 젊은이들이 집중 이주했고, 또 서핑 관련전문 점포와 서핑스쿨도 연중 운영되고 있다. 먼저 서핑비치는 죽도, 인구, 동산, 남애, 지경 등에 입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죽도・인구해변은 수심이 얕아 누구나 서핑하기 좋은 입지로 인구리와 두창시변리는 평범한 농어촌에서 가장 먼저 서퍼들이 정착해 서핑 관광지로 변모한 대표적인 지역이 되었다(표 1, 그림 2). 그래서 2022년 양양군을 찾은 서퍼는 6만 7,000여명이었고, 2023년 국내 전체 서핑 관련 점포수의 절반이 넘는 93개가 입지했다(양양군청 문화관광과 담당자와의 인터뷰 자료). 현남면 죽도해변에 처음 서핑 관련 점포가 입지한 것은 2008년(Surfer911)이고, 그 북쪽 동산해변에 입지한 서핑 관련 점포(Blue coast)와 함께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걸쳐 이들 점포가 이 지역에 서핑을 전파시켰다(김정태, 2021, 43). 2023년 양양군의 서핑 관련 점포수는 현남면이 53개로 57.0%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이어서 현북면(22개. 23.7%)의 순으로 이들 두 개 면에 양양군 서핑 관련 점포수의 80.7%가 입지했다.
표 1.
양양군의 서퍼비치의 분포
자료: 양양군, 2024.
양양군에 서핑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것은 원주민이 아닌 타 지역에서 이주해 온 행위자 호스트(host)가 중심이 되어 진정한 생활을 추구하는 생활양식 투어리스트(tourist)13)가 다시 투어리스트를 불러들여 새로운 지역 만들기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인류의 활동주체로서 시각적인 경관은 행동환경(behavioral environment)을 개인이 알고 있고, 또 행동반응을 유도해 내는 부분, 즉 환경을 의식적으로 활용・변형시키는 것과 같은 행동을 지향하는 부분의 환경을 일컫는다. 이러한 면에서 양양 서퍼들은 그들의 개성과 가치관을 서핑 문화로 표출시키기 위해 전국에서 양양군의 여러 해변에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그 곳에서 거주하면서 나름의 가치와 정체성을 갖는 고유성으로 진정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핑 투어리스트의 현상은 기존의 진정성 개념보다 투어리스트의 동기를 기초로 진정성 추구의 정당성에 대한 광범위한 전망을 열어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양양군 서핑 문화의 본질은 서퍼 활동으로 인해 촉발된 존재로서 현실에서의 활동적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의 연구관점은 생활양식 투어리즘이나 현실주의에 의한 접근으로 가능하다 할 수 있다.
2) 수로재생에 따른 제민천 거리
도시재개발계획이 실행됨으로써 진정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수로재생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최근 도시의 수로・수변공간은 전 세계적으로도 항만기능의 축소와 더불어 워터프런트 개발(Timur, 2013) 등에서 개성을 나타내는 요소로 받아들여져 재개발에서 수로와의 관계가 진정성의 표상이 되어 왔다. 이와 같은 수변공간의 재개발을 한 공주시 제민천은 많은 물이 깨끗하게 흘러 백성을 구제하는 시냇물이란 뜻으로 금학동에서 발원해 금성동의 금강으로 유입되는 4.2km(폭 약 5m)의 하천으로 원도심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제민천은 오랫동안 공주시민들의 삶속에 깊숙이 자리잡아온 물길로 제민천 양쪽에 공주목 관아, 충청감영 등 고려와 조선시대 주요 관청 건물과 함께 공주시청, 공주의 고등학교들과 공주의료원 등 공주시의 근대를 열었던 주요 시설들이 입지하고 있다. 그리고 1960~1970년대 교육도시 공주시로 유학 온 하숙생들이 생활한 하숙집들도 이곳에 입지했으며, 또 공주한옥마을은 공주 원도심을 대표하는 게스트하우스로 변모했다. 그래서 주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오염된 제민천은 지방하천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에 행정안전부가 지자체 추진지원 사업으로 생태하천 조성공사, 문화골목 만들기를, 또 2016년에는 가로 정비・거점시설 조성 등 인근 정비 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2017년에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제민천 문화길, 감성산책길, 주민담소길, 금학생태길 등 4가지 주제로 금강 합류점부터 금학동 산림휴양마을까지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완성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또한 집중호우 때 방재는 물론 쉼터 공간의 조성과 생태하천 복원을 통한 원도심의 도시경관이 크게 개선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는 생태하천 조성사업으로 산책로 및 그림타일 등 친환경하천으로 보호・복원시키고 수변녹지 및 휴식공간을 확보해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고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져 테마와 스토리를 간직한 문화공간으로 조성되어 주민들의 친수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그래서 보편적인 진정성을 현대적 ‘코드’로 남기는 개발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충청남도, 2024)(그림 3).
경관은 한 지역에서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의 일부, 특히 다양한 지리적 요소들이 조화롭고 통일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오늘날은 한 지역의 자연, 역사, 사회, 인간의 심미적 차원 등에 깊게 연루시켜 이해함으로써 경관의 외면적(형태적) 가치와 내면적(상징적) 가치를 충분히 살려낼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면에서 제민천은 하천이라는 자연발생적인 존재와 지역주민들이 상호작용을 하며 그곳에서 생활하는 생생한 모습을 재현해 진정성을 형성해 왔다. 즉, 하천이라는 자연환경과 거주환경의 다양한 전통문화에서 소비자(관광객)가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성 있는 자아와 본질적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 본질은 사물이나 현상을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성질로 본래부터 그곳에서 지속적으로 뿌리를 내린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본질주의적(essentialist) 관점에서 장소는 뚜렷하게 경계를 지우며, 그 경계를 중심으로 내외부가 구분되고 내부에 해당되는 주민들만이 그 장소에 뿌리내려 진정한 소속감과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주 제민천 유역에서 살아온 주민들은 그 지역의 역사적 삶속에 뿌리내려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닌 진정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E. Relph가 주장한 장소에 뿌리내려진 가치와 정체성으로 인문주의 지리학자들의 본질주의적 장소 인식론을 반영하는 장소마케팅(박배균, 2010)으로 검토할 수 있다.
3) 브랜드로서의 임실치즈 마을
임실치즈는 한국산 치즈의 원조로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한국인에게 전라북도 임실군하면 치즈의 원산지로 떠올리게 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는 1964년 벨기에에서 선교사로 파견된 천주교 전주교구 지정환(본명: D. t'Serstevens)신부가 낙후된 임실지역 농민들의 소득증대와 식생활개선을 위해 1964년 산양 두 마리를 들여와 낯선 산양유를 생산・판매했으나 잘 팔리지 않자 1966년 공장을 설립하고 처음으로 치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후 1968년 카망베르(camembert) 치즈 생산에 성공해 우편판매와 남대문시장에 납품했다. 그러나 신부는 산양유가 아닌 우유로 치즈를 생산하기 위해 3년 동안 해외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돌아와 각고 끝에 제다(cheddar)치즈 생산에 성공해 외국인 대상 우편판매와 조선호텔에 출품해 호평을 받아 대량 납품계약을 채결함으로써 임실치즈가 본격적인 생산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1972년 모차렐라(mozzarella)치즈 생산에 성공하고 삼양사와 거래계약을 체결했으며, 임실치즈협동조합도 설립해 서울시 명동 유네스코 회관에 개점한 한국 최초의 피자점에 치즈를 공급했다.
현재 전라북도에 220여 호 낙농조합원이 순수생활공동체 및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창립자인 신부는 운영권・소유권 등 그 동안 일으켜 놓았던 임실치즈의 모든 것을 임실치즈농협에 넘겼다(금종수, 2019). 그래서 임실군의 치즈 산업은 그 규모에서 한국 제일로 성장했으며, 공정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첨단시설을 갖추게 되어 2003년 ISO 9001 및 HACCP 인증을 취득했다. 임실군의 기반산업인 낙농가14)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주로 이탈리아풍의 모차렐라치즈이고, 또 치즈의 브랜드 가치를 이용한 3차 산업도 발달시켰는데, 임실N치즈는 임실치즈농협에서 생산되는 치즈를 통틀어 부르는 브랜드 명칭으로 상품등록을 했다. 실제 임실치즈농협의 치즈 몰 페이지에 모차렐라, 스트링(string), 체다, 라클렛(raclette), 하우다(Gouda) 등 다양한 종류의 치즈와 요구르트 등 다른 유제품도 판매하고 있다. 임실치즈 관련 브랜드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임실군과 임실농협에서 인증 받은 업체는 임실치즈피자(임실낙농업협동조합 브랜드, 반원형로고)와 임실N치즈피자(임실군 합동브랜드) 두 곳뿐으로 이들이 진정이라고 할 수 있다.15)
임실군 낙농지역은 그 동안 유가공제품 생산의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로컬 산업으로서 각종 치즈뿐만 아니라 유제품, 나아가 치즈요리와 체험활동도 조합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루지고 있으며, 2010년 임실치즈과학연구소(2016년 임실치즈앤식품연구소로 개칭)를 설립했다. 군청에서는 임실치즈테마파크 개설(2011년)과 낙농특구도 지정(2016년)해 운영하고, 또 마을주민들은 2004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2005년 치즈 체험프로그램을 시작한 치즈마을(느티마을에서 2006년 마을이름을 변경)과 농촌테마공원도 개장(2019년)해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변모시켜 지역의 소득증대를 도모하고 있다(표 2, 그림 2). 그밖에 특성화 한국치즈과학고등학교도 2024년에 개교해 청소년의 체계적인 교육의 기회도 제공하며 이주정착도 하고 있다. 그래서 산지가 많고 농지가 부족한 임실군은 젖소를 사육하기에 적합한 자연환경이므로 여기에 그 동안 노하우의 축적시간으로 브랜드 진정성의 다업형 경제로 농・산촌 경제활동의 기본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래서 치즈 생산에서 체험과정을 통해 소비자(관광객)를 향한 무대로 연출된 진정한 전통은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사물의 관계 속에서 규정되어가므로 다원적 농업(multifunctional agriculture)16) 패러다임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역브랜드화를 위해 질 좋은 원유품질의 유지와 후기생산주의의 친환경적인 지역산업의 진흥을 위해 정체성과 참가의 관행으로 다른 낙농가간의 상호행위를 조정하는 공통의 가치기준인 컨벤션(관행) 이론에 맞추어 경제활동의 측면에서 합리적 경영을 통해 수익창출을 위한 논리실증주의로 검토할 수 있다.
표 2.
임실치즈 마을 낙농특구사업
특화사업 | 입지 | 개소 | 면적(m2) |
임실치즈테마파크 | 성수면 도인리 | 1 | 17,958 |
치즈마을 | 임실읍 금성리 | 1 | 102,534 |
농촌테마 공원 | 성수면 도인리 | 1 | 85,369 |
지정환신부 삶터 | 임실읍 성가리 | 1 | 9,636 |
유제품생산업체 | 임실읍, 오수면, 지사면, 덕치면 | 14 | 89,096 |
낙농가 | 임실군 | 50 | 303,856.2 |
계 | 765,449.2 |
자료: 임실군, 2024.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양양 서퍼비치, 공주 제민천 거리, 임실치즈 마을의 진정성에 관한 연구는 지역자원의 고유성을 대상으로 진정성의 차원과 시・공간, 접근방법 및 주요 연구관점을 나타낸 것이 표 3이다.
4. 진정성의 동요와 지역가치부여
지역자원을 활용한 진정성은 지역가치를 부여해 지역발전을 도모하는데 지역커뮤니티가 어떤 역할을 하고, 또 이를 위한 인재육성은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지역 만들기라 할 수 있다. 지역자원의 가치부여 주체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양양군의 경우 이주한 서퍼들이 먼저 지역에 거주하며 서핑 문화를 정착시켰고, 그 후에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으며 지자체도 개입했다. 그리고 공주시는 제민천을 포함한 원도심의 재생을 중앙정부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추진했는데, 이는 그동안 쌓여온 지역의 역사・문화를 행정기관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그 가치를 덧붙였다는 점에서 전통이 혁신을 축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임실군은 신부가 지역주민과 함께 소득증대를 위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유가공산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행위자의 견해나 사고가 다름에 따라 고유성에 대한 가치부여의 방향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진정한 사물은 소비자(관광객)와 그에 대응한 지역 측과의 상호행위의 과정 속에서 항상 절충해 구축되어간다.
양양군 서핑 해변은 서퍼들이 이주함에 따라 지역에 낙후된 주택을 젠트리피케이션해 서핑 관련 점포와 음료 및 음식점이 입지했으며, 기초지자체도 주차장과 캠핑장, 야영장 등의 편의시설을 확충해 서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서핑 관광지로 변모시켜 관광객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음식・숙박업체도 많아지고 20~30대와 파티를 즐기는 연령층의 관광으로 한적한 농어촌에서 도시화의 경관을 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지역이 급격한 상업화가 이루어진 2016년부터는 서핑을 즐기는 관광객은 젊은 층에서 지역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다양한 연령층과 가족단위로 확대되어 갔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과의 관계와 서핑 관련 점포의 교육, 안전문제, 서핑 매너 문제, 가격문제 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에 지역 서퍼들은 자체적으로 강원서핑연합회를 조직해 지역의 문화정착과 상업화에 대응해 조정을 했다. 그리고 서핑 관련 점포가 많아짐에 따라 서핑 발전을 위해 양양 서핑페스티벌 대회와 해변클린 행사도 개최했다. 한편 원주민과의 관계는 주민들의 생업이나 다양한 지역커뮤니티 활동에 서퍼들이 참여하고 마을자치위원회 활동에도 관여하며 농악과 문화센터에서의 활동도 함께 했다(김정태, 2021, 52-63). 또 양양군내 청소년 수련관과 서핑 협회가 협약을 맺어 지역커뮤니티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서핑 강습도 실시했다.17) 이렇게 서핑 강습을 함으로써 주민들과 가까워지고 또 소통도 하면서 신뢰가 쌓여 문제해결을 해 시련을 극복해 갔다. 그리고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로 경계의 시선에 사로잡혔던 초창기의 서퍼들은 서핑 문화를 매개로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지역주민들의 생활에 깊숙이 쓰며들었다. 이는 서퍼들이 정착한 장소에 소속감을 갖고 적응하기 위해서 지역에서의 역할을 탐색하고 수용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역에 융화되어가는 과정을 거쳤음을 시사한다(이가연, 2022, 41-43). 이러한 가운데 갈등을 조정하는 행위자는 기초지자체(면사무소, 군청)와 토착서퍼가 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서핑 해변의 상품화 과정에서 초기에 정착한 서퍼들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지가와 임대료의 상승 및 자녀양육과 교육문제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역발전을 견인할 정도로 성장한 양양의 서핑 문화가 서핑 해양레저 특화지구 및 서핑비치로드 조성사업의 시행 등으로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활동적 진정성은 서핑과 관련 점포의 등장 및 행정기관의 주도로 역사상 재구조 등에 의해 영향을 미칠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으로 동요되었다. 그러나 지역주민이 지역의 여러 자원을 발굴해 새로운 의미나 스토리를 부가하는 컬렉션 형태는 지역에 가치 부여를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되므로(除本, 2020; 佐無田, 2020) 이를 상품화18)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1980년대에 공주시의 금강 너머 북서쪽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제민천 거리의 원도심은 쇠락했다. 공주시 원도심은 봉황산 자락과 제민천을 중심으로 지역커뮤니티를 형성했는데, 쇠락한 제민천 거리에 도시재생사업을 시행해 지역 내의 네트워크 형성과 원도심을 하나의 테마파크가 되도록 역사, 문화, 예술분야가 탁월하고 백제시대부터 근현대를 경험하는 지역브랜딩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주시는 충남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시대에 대통사 절터, 옛 충청감영, 공주목 관아터, 옛 공주읍사무소 등의 역사적 장소와 공주제일교회, 중동천주교회, 풀꽃문학관 등 근현대건축물이 모두 가까운 거리에 입지해 있어 야외 박물관과 같은데, 이는 공간적으로 하드적인 희소성에서 진정성을 추구한 올바른 보존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2014년 문화골목 만들기와 2016년 가로정비・거점시설 조성으로 예술가들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주민들이 갤러리, 공방, 동네책방, 사진관, 화실 등을 이 지역에 집중・입지시켰으며, 북클럽, 예술 클래스, 마을축제와 플리마켓 등이 연중 개최되어 문화 향기 가득한 소프트한 콘텐츠로 하드적인 진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곤란할 정도가 되어 종래형 관광에서의 전환을 모색해 민간 등에 의한 투자로 진흥이 기대된다. 그런데 청년과 창의적 소상공인인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이주민들은 공주 원도심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업종을 선정할 때에 원주민과 시련의 마찰19)을 줄이기 위해 이 지역에 1960년에 건립된 한옥을 봉황재라 하고 게스트하우스(2018년 개설)로 개조(renovation)했으며, 상가주택을 리모델링해 공유오피스(2019년 개설)로 만드는 등 고가(古家)나 지역의 개조로 풍양화(筒井 編, 2021)를 시키고,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공주시 최초의 개인갤러리 등의 입지로 지역활성화와 생활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개조는 가치의 평가(assessment)와 생산(production)의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현재화(顯在化)시켰다(Vatin, 2013)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업종들은 연출된 진정성으로 마치 내면을 보여주는 뜻한 콘텐츠가 실제로 외면을 내면처럼 보여주기 때문에 관광객의 시점에서 장소해석에 대한 동요가 일어나는 콘텐츠로 보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제민천 거리의 본질적 진정성은 소프트적인 면과 더불어 행정기관 주도의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으로 동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초지자체가 개발한 공주시 제민천 거리에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지역자원에 가치를 부여해 상품화를 시키면서 지역재활성화와 지역 만들기를 토대로 공생하는 경제활동에 여러 업종의 경영자들이 참여한 중학동 마을관리 사회적 협동조합20)도 운영하고 있다.
임실군의 치즈 산업은 1967년 경험이 전무 한데도 불구하고 거듭된 시행착오를 극복한 목장형 유가공산업을 기반으로, 임실치즈농협은 줄곧 신선한 치즈 만들기만을 유지해 체험형 치즈 마을조성으로 관광객수의 증가와 마을 수익창출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점은 지역주민의 삶과 미래지향적인 관점을 가진 여러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지역경제에 더욱 활기를 띠게 했고, 의사결정과 갈등조정은 구성조합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임실N치즈라는 독자적인 브랜드가 상표로 등록되기 이전에는 임실치즈를 빙자한 유제품들이 유통되어 시련을 겪기도 했다.
임실치즈농협은 축산농가의 소득증대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방안으로 치즈를 만들기 위해 원유생산에서 혈통, 사양관리, 사료통일이라는 ‘3통화(三統化)’를 고수해 차별화된 원유품질, 2차 가공품 개발에 집중해 2013년 구워먹는 치즈와 2014년에 스트링치즈를 출시해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2년 연속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낙농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고품질의 원유생산과 젖소의 질병관리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엄격한 품질관리와 시험평가를 거친 후 20여 개의 치즈 가공품으로 임실치즈 마을, 임실치즈테마파크 등 8개의 민간체험장을 운영하고, 테마파크내의 가공공장 운영으로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팜랜드 내에 임실치즈 피자점 및 체험장은 위탁운영하나 주변관광지와 연계함으로 유통채널의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농협중앙회, 2016, 51-53). 이렇게 임실치즈 농협의 가치부여는 조합원의 의사결정으로 지역브랜드화가 되었으며 브랜드의 진정성에서 행정기관이나 마을주민이 치즈테마파크나 체험장을 주변관광지와 연계시켜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으로 동요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운영으로 공통자산(common)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상의 양양군 서핑 해변, 공주시 제민천 거리, 임실군 치즈 마을의 지역자원 고유성에서 나타난 진정성 동요는 학습과 시련을 겪고 갈등이 조정되었으며 새로운 징조를 견인한 동력원으로 지역의 상품화를 이룩하여 풍양화 경제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Boltanski와 Esquerre가 지역가치부여의 중심개념을 하나로 묶은 풍양화 경제는 진정성이 지역가치를 만들어 가는데 상품화가 되는 지역의 고유성에 관한 내력이나 유래의 내용과 그 진품성이 소비자에게 전달되어 지식이나 정동(情動)을 산출하는 일련의 프로세스이다(立見, 2019, 183; 除本, 2020, 5). 그런데 풍양화의 경제는 첫째, 부유층을 지향하는 것이고, 둘째 새로운 상품의 생산이라기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상품에 의거한다. 거기에는 생활양식, 문화, 문화콘텐츠. 문화유산, 투어리즘 등이 컬렉션으로 포함된다(立見, 2019, 189-190). 이런 의미에서 생활양식으로서의 양양 서핑 해변, 문화, 문화콘텐츠, 문화유산 등으로서의 공주 제민천 거리, 컬렉션으로서의 품질보증과 체험 등의 투어리즘을 포함한 임실치즈 마을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을 풍양화 경제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지역경영전략이 필요한데 그것을 나타낸 것이 그림 4이다. 지역자원의 고유성으로 상품화된 서핑, 제민천 거리의 역사와 문화, 치즈를 소비자(관광객)에게 판매하고, 또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 동요에도 가치부여의 주체는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외부와 중계조직이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며 지역의 상품브랜드화로 경영전략과정을 거쳐 풍양화 경제로 지역 만들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플랫폼의 구축에서 진정성은 커뮤니케이션이나 사건, 화제와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므로 주체간의 연대・협력에서 행위자 호스트와 투어리스트인 게스트, 행정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제약을 받지 않도록 느슨하게 연계를 해야 할 것이다.
5. 결론
본 연구는 인구감소지역에 있어서 지역경제발전을 위해 가치를 부여하고 조정하는 진정성의 중요성을 감안해 양양군 서퍼비치, 공주시 제민천 거리, 임실군 치즈 마을을 사례지역으로 고유자원의 진정성 동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가치를 부여해 풍양화 경제로 지역 만들기를 위한 경영전략과정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진정성의 요소는 전통, 다양성, 상호작용, 자연발생적이 복합되어 작용하지만 진품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도 생산물의 진정성의 연구에서는 덧붙여 고찰해야 할 것이다. 서퍼와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자연발생적인 서핑이라는 여가문화와 서퍼들의 고유한 생활양식을 갖는 양양군 서핑 문화의 본질은 현실적으로 서퍼의 자발적 모임에서 촉발된 존재로서 고유성을 갖고 가치와 정체성을 추구한 활동적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진정성의 연구관점은 생활양식 투어리즘이나 현실주의에 의한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또 공주시 제민천 거리는 하천이라는 자연발생적인 존재와 지역주민들과의 상호작용으로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형성된 다양한 역사와 전통문화로 소비자(관광객)가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진정성 있는 자아와 본질적 진정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역사의 삶속에서 뿌리내려 형성된 진정성과 고유의 정체성은 장소마케팅으로 검토할 수 있다. 그리고 임실군 치즈 마을의 진정성은 그 동안 유가공제품 생산의 경험과 지식의 노하우로 축적시간을 가진 브랜드 진정성의 다업형 경제가 현대적 농・산촌 경제재생의 기본선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그래서 브랜드화된 지역상품은 질 좋은 원유품질의 유지와 친환경적인 산업의 진흥을 위해 후기생산주의와 정체성 및 참가의 관행으로 다른 낙농가간의 행위를 컨벤션(관행) 이론에 맞추어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역자원 가치부여의 주체는 지역에 따라 다른데 양양군의 경우 이주한 서퍼들이 먼저 지역에 거주하며 서핑 문화를 정착시켰으며, 그 후에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지자체가 개입했다. 그리고 공주시는 제민천을 포함한 원도심의 재생을 중앙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추진했는데, 이는 그동안 쌓여온 지역의 역사・문화를 행정기관과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그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전통이 혁신을 축적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임실군은 신부가 산지가 많은 지역의 주민과 함께 소득증대를 위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유가공산업에 도전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점에서 행위자의 견해나 사고가 다름에 따라 고유성의 가치부여의 방향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진정한 사물은 소비자(관광객)와 그에 대응한 지역 측과의 상호행위의 과정 속에서 항상 절충해 구축되어간다.
공간으로서의 진정성과 시간 축과의 관계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새로운 진정성 동요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먼저 양양군 서퍼비치는 자연발생적인 서핑이라는 여가문화와 서퍼들의 고유한 생활양식을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에 서핑 관련 전문점포의 입지와 해양레저 특화지구조성으로 활동적 진정성이 서핑 관광지로 변모하면서 각종 시설이 입지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이루어져 농어촌이 도시화 경관으로 바뀌어 사회경제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으로 동요되었다. 한편 공주시 제민천 거리의 경우 경관으로서의 진정성과 시간축의 관계에서 생태하천의 정비와 더불어 역사적・근현대적 건축물 및 새롭게 정비한 한옥마을의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공방, 동네책방, 사진관, 화실 등의 등장으로 본질적 진정성이 행정기관 주도의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 동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임실군 치즈 마을의 경우는 경험과 지식의 노하우로 브랜드 진정성을 형성해 임실치즈테마파크, 낙농특구지정, 농촌테마 공원 등과 주변관광지를 연계시켜 후기생산주의로 나아가 사회정치적 해석 프로세스로서의 진정성 동요가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점진적(incremental)이거나 이미 존재하거나 자연발생적인 존재와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공간도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동요단계인 사회정치적 해석이라는 프로세스의 진정성을 거쳐 다음의 전통으로 이어가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정치적 해석의 프로세스로 진정성의 동요가 있어도 지역의 가치부여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중층적으로 공간의 성격을 변화시키는데, 지역자원의 고유성에서 상품화된 서핑, 제민천 거리의 역사와 문화, 치즈가 소비자(관광객)에게 판매되려면 가치부여의 주체가 유통채널을 구축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외부와의 중계조직이나 플랫폼을 구축해 지역상품을 브랜드화하는 경영전략과정을 거쳐 풍양화 경제로 지역 만들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경영전략과정에서 각 과정의 행위자로 지역주민이 이를 담당할 것인가 여하에 따라 소득분배와 함께 지역의 지속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외부인들이 여러 과정에 관여하면 자본은 역외로 유출되어 지역경제의 도움에 역행한다. 현대의 주민은 스스로 지역에서 배워 그 가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발신하는지가 지역 만들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