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August 2022. 321-339
https://doi.org/10.22776/kgs.2022.57.4.321

ABSTRACT


MAIN

  • 1. 서론

  • 2.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특성

  •   1) 도서 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   2)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   3) 남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 3. 라틴 아메리카의 주제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특성

  • 4. 요약 및 결론

1. 서론

지폐 아이코노그래피(banknote iconography)는 국가 정체성 구성의 일상적 매커니즘의 하나로서 자국민과 국제사회에 어떻게 보이길 원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지표이다. 특히 일국일폐(one nation, one money)의 전통에 따라 발행되는 지폐는 그 속성상 중요성, 보편성, 선별성, 그리고 주기적 갱신 등의 속성으로 인해 국가 정체성 및 그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이다(Hymans, 2005).

이에 국내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외국의 경우 지리학과 관련해서는 특히 정치지리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19세기 이래 유럽 지폐의 인물초상을 토대로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공간적 유사성과 시간적 차별성을 밝힌 연구(Hymans, 2004), 일본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를 대상으로 국가 정체성 내용의 국제적 패턴을 고찰한 연구(Hymans, 2005), 동서유럽 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변천의 유사성을 탐색한 연구(Hymans, 2010), 그리고 대만의 사례로써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국제적 규범 확산을 구명한 연구(Hymans and Fu, 2017)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국내의 경우 조형학, 디자인학, 지역학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활발한 연구가(김서영, 2004; 정현원, 2005; 김서경, 2009; 조홍식, 2010; 이병학, 2013; 남세현・김맹호, 2019) 이루어져 왔던 반면에, 지리학 분야에서는 최근에야 아프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지역적 특성과 지리교육적 함의를 다룬 연구(이간용, 2020)가 있을 뿐이다.

이처럼 한 국가의 정치경제, 문화예술, 과학기술의 총화(總和)이자 무엇보다도 다양한 자연적, 인문적 특성의 집약체인 지폐에 대한 지리학 분야의 연구는 희소하다. 이는 지역성, 인간-환경 관계 등의 연구에 대한 오랜 전통을 지닌 지리학의 입장에서(Boehm and Petersen, 1994), 또한 세계의 다양성, 인간 활동과 자연환경 간 관계에 대한 이해를 대주제(strand)로 삼고 있는 지리교육학 분야에서는 아쉬운 일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를 통하여 세계의 문화 다양성 및 그 변화상을 살피고, 나아가 지리교육적 활용을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서,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지니는 특성을 지역 및 주제 면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라틴 아메리카 지폐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까닭은 인문적 주제 및 소재 위주의 유럽, 자연적 주제 및 소재 중심의 아프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와 비교하여 어떤 특성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지적 호기심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우리와 점점 더 경제적, 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편견과 선입견이 여전한 라틴 아메리카에 대하여 최신의 자료를 토대로 보다 심층적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주요 연구 자료는 라틴 아메리카 31개국의 최신판 현행권(currency, 2022년 5월 말 현재) 172종이다. 기본적인 분석의 틀은 지폐의 주제와 부제 간 조합 및 보조 소재의 지역별 빈도 분석과 함께 주제별 유형 분석이다. 여기서 주제와 부제란 각각 지폐 앞면(obvers)과 뒷면(reverse)에서 주로 맨 앞에 위치하거나 중앙부 혹은 가장 큰 크기로 자리하고 있는 이미지로서, 각국 중앙은행에서 내세우고 있는 자국의 주요 상징이나 상징물로 정의한다. 그것은 문장(紋章, arms)과 추상무늬로부터 위인과 저명인의 초상, 건축물과 구조물, 각종 유적과 유물, 농・임・상・광공업 등의 산업활동과 특산물, 각양각색의 동식물을 비롯한 자연 및 생태경관, 지도(map), 기타 등등까지 다양하였으나, 문장・추상, 인물・초상, 역사・전통, 건물・구조, 산업・산물, 학문・예술, 자연・생태의 7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었다. 보조 소재(이하 소재로 약칭)란 주・부제 이외에 지폐의 앞・뒷면을 장식하는 다양한 이미지로서, 지역이나 국가의 환경적 특성을 주제나 부제보다 오히려 더 잘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지역별 빈도 분석에 기초한 설명이 지니는 과도한 일반화나 평균화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주제 유형 분석과 함께 그 공간적 분포도 살펴보았다. 주제 유형은 지폐의 주・부제와 소재의 특성을 종합하고, Inglehart and Welze(2005)의 현대화(modernization) 이론 및 Meyer(2009)의 세계사회규범(world society norms) 이론에서 제시된 세계사회규범 변천단계의 개념어를 일부 원용하여, 권위, 역사, 물질, 예술, 자연, 생태의 6가지로 분류되었다.

2. 라틴 아메리카의 지역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특성

라틴 아메리카는 지리적, 지정학적,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특성 등 여러 기준으로 다양한 지역 구분이 행해질 수 있겠으나, 본 연구에서는 지리적 특성을 기준으로(UNSD, 2022) 도서 아메리카,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세 하위지역으로 구분하여 지역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1) 도서 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도서 아메리카는 카리브해의 여러 도서 국가군이다. 포클랜드의 경우 그 장소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하여 도서 아메리카로 분류하였다. 도서 아메리카 10개국의 현행권 65종에 대한 주제와 부제, 그리고 소재를 국가별로 정리하면 표 1과 같다.

표 1.

도서 아메리카의 국가별 및 액면가별 지폐 이미지(2022. 5. 현재)

국가* (통화 단위) 액면가 앞면(obverse) 이미지** 뒷면(reverse) 이미지**
쿠바
(peso)
1000 멜라 공산당 창시자 하바나 대학교
500 아그라몬테 혁명가 과이마로 시, 제헌의회
200 가르시아 혁명가 산티아고의 몬까다 막사(병영건물)
100 세스페데스 독립운동가 하바나 시, 마르티 민중 지도자
50 이니구에즈 독립운동가 유전 및 생명공학 센터
20 시엔푸에고스 혁명가 바나나 수확 농부, 경작 및 추수 장면
10 고메즈 독립운동가 인민 전쟁 승리 환호 장면
5 마세오 독립전쟁 장군 마세오와 마르티네 간 자치권 협상 장면
3 게바라 혁명가 게바라의 사탕수수 수확 장면
1 마르티 애국지사 카스트로와 혁명군의 하바나 입성 장면
버뮤다
(dollar)
100 홍관조 열대 꽃,
버뮤다 판화
지도, 수평선,
여왕
의사당, 바다제비 버뮤다 판화
지도, 열대 꽃,
나비, 하늘과
바다(석양과
일출)
50 흰꼬리열대새 성베드로 교회,
흰꼬리열대새, 항만
20 휘파람 개구리, 도마뱀 깁스힐 등대, 도마뱀. 야자수
10 블루엔젤 피시, 말미잘과 산호초, 바다거북 수상관저, 딜리버런스호, 대포,
바다거북
5 대서양청새치, 돌고래 호슈 만(灣) 전경, 서머셋 다리,
돌고래
2 파랑지빠귀새, 나비 로얄해군공창(dockyard),
시계탑, 바다신 넵튠
바하마
(dollar)
100 한나 정치가 영토 지도,
열대 꽃
청새치, 해양 생물
50 시모네트 정치가
중앙은행
20 버틀러 정치가, 새 나소 항구, 패러다이스 섬의 다리
10 산사 수상, 나비 등대, 플라밍고
5 화이트필드 정치가, 새 Junkanoo 민속춤 무용수
3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소형 범선, 해변
1 핀들링 초대 수상 로얄 바하마 경찰 악대
1/2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도마뱀 나소 시장의 여자 상인
자메이카
(dollar)
5000 시어러 총리, 새 열대 식물 고속도로 열대 식물
1000 맨리 총리, 호랑나비 총리 관저, 나비
500 낸니 여성 지도자, 열대 꽃 열대 식물 포트로얄 항구도시. 자메이카 옛 지도
100 생스터 총리, 영토 지도 던강 폭포 열대 식물
50 샤프 혁명 지도자, 열대 꽃과 새 닥터케이브 해변, 열대 꽃
아이티
(gourde)
1000 이폴리테 대통령, 범선 발리에르 시장 모습
500 페시용 대통령 독립전쟁
그림, 국기
자크 요새
250 데살린 독립운동가 데시데 요새
100 크리스토페 지도자 앙리 성채
50 카푁스 독립운동가 잘루지에르 요새
25 제프라르드 독립운동가 플라통 요새
10 벨레르 여성 독립운동가, 독립전쟁 그림 캅 후쥐 요새
도미니카공화국
(peso Dominicano)
2000 프루돔메・시안카스 국가(國歌)
작사・작곡가
열대 꽃 국립극장
1000 대통령 궁 알카자르 궁전
500 우레냐 시인・
우레냐 철학자
중앙은행
200 미라발 자매
민주화 운동가
미라발 자매 추모탑
100 산체스・두아르테・멜라
독립운동가
백작의 문(산토도밍고 시 요새 유적)
50 산타마리아
라 메 노르 대성당
알타 그라시아 성모 성당
20 루페론 대통령 국립현충원
10 멜라 정치가 조국의 제단
동카리브 통화연합
(앙길라・세인트키츠
네비스・안티가
바부다・
몬트세라트・
도미니카연방・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그레나다)
(dollar)
100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열대 꽃 /
바다거북, 초록멱벌새 /
중앙은행
열대 꽃 루이스 경제학자,
세인트루시아의 Piton
쌍둥이 화산 /
초록멱벌새, 바다거북 /
Piton 화산
동카리브
연방국 도서
분포지도,
열대 꽃
50 베너 중앙은행 총재,
세인트키츠의 Brimstone
Hill 요새 국립공원 /
초록멱벌새, 바다거북 /
요새 건물
20 나비 몬트세라트의 정부청사,
Grenada의 육두구 /
초록멱벌새 / 옛 청사 건물
10 물고기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의
Admiralty 만(灣) /
갈색펠리컨,
Warspite 범선, 바다거북
5 도미니카의 트라팔가 폭포 /
안티가바부다의 제독 관저,
바다거북
바베이도스
(dollar)
100 아담스 수상, 물고기 수도(부리지타운)
지도
아담스 국제공항
50 배로 총리, 새 독립광장의 배로 동상
20 프레스코드 인권운동가 의사당
10 오닐 정치가 오닐교(橋)
5 워렐 크리켓 선수 3Ws Oval 크리켓 경기장 건물
2 보벨 농학자 모건 루이스 풍차
트리니다드토바고
(dollar)
100 문장, 국기 극락조 중앙은행 해상 석유플랜트
50 홍관조, 열대 꽃 민속춤 복장 무희
20 벌새, 열대 꽃 steelpans, 벌새
10 박새 항구
5 청관모모트새 시장
1 홍따오기 의사당
포클랜드
(pound)
50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포클랜드 지도,
황제펭귄, 바다사자
총독관저. 교회
20
10
5

* 공간적 인식의 편의를 위해 알파벳순이 아니라 서→동, 북→남의 순서로 제시함.

** 주・부제 순서로 제시되며, 대체로 위치(맨 앞→중앙→좌측→우측, 상→하)와 크기(대→소) 순임. 이하 동일함.

먼저, 표 1을 토대로 하여 도서 아메리카 지역 지폐의 주제와 부제 빈도 분포를 정리하면 표 2와 같다. 표 2에서처럼 이 지역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로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와 부제는 각각 인물・초상(751종, 78.5%)과 건축・구조(38종, 58.5%)이며, 이에 따라 도서 아메리카의 주제+부제의 전형적인 조합은 인물・초상+건축・구조이다(그림 1). 지폐에서의 인물・초상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상징 이미지인데(김서경, 2009), 특히 역사적 인물이나 위인을 활용함으로써 지폐의 신뢰성과 인식의 편의를 도모하고(남세현・김맹호, 2019), 나아가 민족(혹은 국가) 정체성 강화에 활용하기 위한 집단 전통과 기억의 감정을 구성하는 민족주의 상징의 유통수단으로 활용된다(Helleiner, 1998).

표 2.

도서 아메리카 지폐의 주제와 부제 빈도 분포

구분 주제 부제
문장・추상 6 -
인물・초상 51 2
건축・구조 2 38
역사・전통 - 15
산업・산물 - 4
학문・예술 - -
자연・생태 6 6
기타 - -
65 65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1.jpg
그림 1.

도서 아메리카 지폐의 인물・초상(주제) + 건물・구조(부제) 조합 사례(바하마)
출처: banknoteworld.com

도서 아메리카에서도 독립운동가, 혁명가, 정치가 등 영웅이나 위인을 통하여(표 1) 애국심과 국민적 결속을 도모하려는 국가주의적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국기나 중앙은행 등 국가기관의 문장(紋章)이 지폐의 중앙부에 배치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대학교, 의사당, 중앙은행, 성당, 정부청사 등 권위와 권력을 상징하는 건물이나 구조물이 부제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국가 권력이나 권위가 중시되는 경향을 읽어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균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 국가 간 차별성도 비교적 크다(표 1). 이를 짚어보기 위해 세계사적 변화와 시대적 조류를 고려하여 지폐의 주・부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를 인물 및 건축물 중심의 권위지향형, 동식물 및 자연경관 강조의 생태지향형으로 양분(兩分)한다고 할 때, 그 상대적 특성에 따라 국가를 분류한다면, 쿠바・아이티-바하마-바베이도스・도미니카-자메이카-동카리브통화연합・버뮤다의 스펙트럼을 제시할 수 있겠다. 곧, 쿠바(그림 2)와 아이티의 지폐는 전통적인 권위지향형, 동카리브통화연합과 버뮤다(그림 3)는 현대 세계의 중요한 가치로 강조되고 있는 생태지향형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를 담아낸다고 하겠다. 실제로 몇 개국 지폐의 주제와 부제의 변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쿠바의 경우 1940년대 말 이래 인물과 문장, 인물과 산업활동이, 1990년대부터는 인물과 건축물이 주류를 이루는 등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에, 버뮤다의 경우 2010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엔 인물과 건축물 중심이었다가 그 이후엔 자연 및 생태 자원과 건축물로의 변신을 꾀하였다(https://www.bma.bm/introduction). 또한 동카리브통화연합의 중앙은행은 지폐 디자인에서 ‘경관 지향적(landscape oriented)’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https:// www.eccb-centralbank.org/p/design-of-notes).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2.jpg
그림 2.

도서 아메리카 지폐의 권위 지향형 아이코노그래피 사례(쿠바). 뒷면(하단)은 하늘향한 승리 환호 소총들 이미지임.
출처: pagescoinsandcurrency.com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3.jpg
그림 3.

도서 아메리카 지폐의 생태 지향형 아이코노그래피 사례(버뮤다). 지폐 앙면의 검은 물결은 버뮤다 판화 지도 이미지임.
출처: banknotes.com

한편, 주・부제 외에 지폐 이미지에 동원되는 소재를 살펴보면, 열대 꽃을 비롯하여 육두구, 새, 나비, 도마뱀, 개구리 등 다양한 열대의 동식물과 함께 폭포, 화산, 만(灣) 등 자연 및 생태 환경과 경관이 등장하는 지폐가 무려 44종(67.7%)에 이르고, 열대 식물만도 33종(50.8%)을 차지한다. 또한 바다거북, 산호초, 수평선, 바다 신, 해변, 항구, 바다사자, 범선, 만의 전경, 노을, 등대 등의 해양 생물 및 경관이 등장하는 지폐도 24종(36.9%)에 달한다(그림 1, 3). 특히 이 지역의 현행권 중 총 31종(45.6%)의 지폐에 자국의 영토 형상 등 지도(map)가 등장하는 점도 주목되는데(그림 1, 3), 이는 해양에 위치한 ‘섬’이라는 환경 특성에 따라 도서국들이 자신들의 영토적 존재감을 확인하고 증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상을 통하여 도서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는 ‘열대의 해양’이라는 환경적 특성이 뚜렷하게 반영되어 있고, 또한 이를 국가적 자긍심과 국민적 결속력의 자산으로 삼아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2)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중앙아메리카 6개국의 현행권 41종에 대한 주제와 부제, 그리고 소재를 국가별로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달러화가 통용되는 엘살바도르와 파나마는 제외하였다.

표 3.

중앙아메리카의 국가별 및 액면가별 지폐 이미지(2022. 5. 현재)

국가
(통화 단위)
액면가 앞면(obverse) 이미지 뒷면(reverse) 이미지
멕시코
(peso)
2018년 이후 발행
G시리즈
2000 Contemporary Mexico: 로사노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피구에로아 여성 문학가
건조 식생 생태계:
긴코박쥐, 용설란 경관
1000 Mexican Revolution: 곤잘레스 대통령,
아코스타 여성운동가,
알라트리스테 여성 혁명가
열대 습윤 생태계:
재규어, 칼라크물 생물권 보호구
500 La Reforma and restoration of the Republic:
후아레스 대통령
해안・해저・도서 생태계:
귀신고래, 비즈카이노 생물권 보호구
200 Independent Mexico: 이달고 독립운동가,
모렐로스 독립운동가
사막 및 관목 생태계: 황금독수리,
피나카테 생물권 보호구
100 New Spain: 이네스 작가 온대림 생태계:
제왕나비, 제왕나비 생물권 보호구
50 Teocalli(테오칼리) 아즈텍 석조,
아즈텍의 수도 Tenochtitlan 건설 장면
하천・호수 생태계: 아홀로틀 도롱뇽,
소치밀코(문화유적) 운하와 인공섬, 옥수수
20 멕시코 독립군의 멕시코시티 입성(1821) 장면,
멕시코 국기
망그로브 생태계: 악어, 망그로브,
Sian Ka'an 생물권 보호구
과테말라
(quetzal)
200 후르타도・발베르데・
알칸타라 마림바 작곡가
피라미드,
마야상,
케찰
(과테말라 국조)
마림바와 악보,
‘유적 속 달밤’ 곡명 형상 그림
마야상
100 마로킨 대주교 산카를로스대학교 회랑
50 사크리손 장관 커피콩 수확 농부
20 갈베스 통치자 독립선언서 서명 장면
10 그라나도스 대통령 의회 법안논의 장면
5 바라오스 대통령 초등교실 모습(교사와 학생들)
1 오레야나 대통령 중앙은행
벨리즈
(dollar)
100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열대 물고기떼,
마야 태양신 조각상
무지개왕부리새,
열대 꽃
조류(황새, 펠리컨, 얼가니새,
군함조), 무지개왕부리새
흑난초,
무지개큰부리새,
베어드맥(貘)
50 해변 부두 선개교(旋開橋)
20 재규어 동물(박쥐, 원숭이, 개미핥기,
킹카주, 재규어, 사슴,
페커리, 링테일)
10 시계탑 건물(정부청사, 법원, 성당)
5 콜럼버스 각인 메달 조지섬 지도(1764)와
당시 휴양지, 석관(石棺)
2
마야 돌 조각상 마야 유적지
(알툰하・수난투니치・루반툰)
엘살바도르 미국 달러화 통용
온두라스
(lempira)
500 로사 정치가, 국립박물관 산후안시토 광산 소도시
100 세실리오 대통령, 다리 세실리오 생가
50 갈베스 대통령, 건물 중앙은행
20 디오니시오 대통령 구 대통령궁(현 의회도서관)
10 카바냐스 대통령 온두라스 국립자치대학촌 전경
5 모라산 정치가 모라산 지휘 전투 장면
2 소토 대통령 아마팔라 항구 전경
1 렘피라 원주민 통치자 코판 마야문명 유적지
니카라과
(córdoba)
1000 산하신토 대농장 농가(전승지) 리오 산후안 강과 성모수태 요새
500 레온 대성당 모모톰보 화산
200 루벤다리오 국립극장 궤궨세 풍자극 배우들, 새
100 그라나다 대성당, 드럼 쌍두마차, 드럼
50 메르카토 공예품 건물, 실로폰 발레 공연 배우들, 실로폰
20 모라바 교회, 바다거북 마요 축제 여성 무희들, 바다거북
10 아예데 항구, 야자수 수호성인 축제 여성 무희, 야자수
코스타리카
(colón)
50000 오레아무노 대통령, 대법원 영토 지도 운무림(雲霧林, 열대상록산악습윤림:
모르포 나비, 갓버섯, 브로멜리아꽃)
20000 라이라 여성 작가,
늑대를 어루만지는 토끼
(라이라 작품 속 등장) 그림
고산 식생: 붉은멱벌새, 금방망이(식물),
해바라기, 커피나무
10000 페레르 대통령, 공공부대 열대우림: 갈색목세발가락나무늘보,
찻종버섯, 너도바디난초
5000 플로레스 대통령, 국제은행 맹그로브숲: 흰머리카푸친 원숭이, 게,
레드 맹그로브 나무
2000 아쿠냐 정치가, 여자대학 산호: 황소상어, 불가사리, 깃털모양 해초
1000 콜리나 정치가, 국장 사바나: 과나카스테 나무, 흰꼬리사슴,
붉은용과 선인장
파나마
(balboa)
미국 달러화 통용

표 3에 기초하여 중앙아메리카 지폐의 주제와 부제 분포를 정리하면 표 4와 같다. 표 4에서처럼 이 지역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로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제는 인물・초상으로서 전체 지폐 중 30종(73.2%)을 차지하여, 앞의 도서 아메리카와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그렇지만 부제의 경우는 도서 아메리카와는 달리 자연・생태(16종, 39.0%)의 비율이 더 높은 점이 특징이다.

표 4.

중앙아메리카 지폐의 주제와 부제 빈도 분포

구분 주제 부제
국장・추상 - -
인물・초상 30 -
건축・구조 5 9
역사・전통 5 7
산업・산물 - 1
학문・예술 1 5
자연・생태 - 16
기타 - 3
41 41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멕시코의 경우(그림 4), 아예 건조 식생, 열대습윤, 해안, 사막, 온대림, 하천, 맹그로브 등의 다채로운 생태계를 지폐의 부제로서 공식 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https://www.banxico.org.mx/banknotes -and-coins/), 벨리즈의 경우도 조류, 동물, 바다생물로 계열화하고 있으며, 코스타리카도 운무림, 고산 식생, 열대우림, 맹그로브, 해양, 사바나 등의 생태 경관을 지폐의 주요 부제로서 부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세계적 조류에 힘입어 자국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자긍의 자산으로 삼으면서도 세계규범의 준수, 곧 정체성 고양과 국제규범 지향이란 두 개의 가치를 절충한 사례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선정에 일정 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을 듯하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4.jpg
그림 4.

중앙아메리카 지폐의 인물・초상(주제) + 자연・생태(부제) 조합 사례(멕시코)
출처: ibns.org.ua

이에 따라 중앙아메리카의 전형적인 주제+부제의 조합은 인물・초상+자연・생태로서(그림 4), 인물 및 건축물 중심의 전통적인 국가주의로부터 생태주의 정체성 고양이나 가치 지향으로의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상은 멕시코 지폐의 주제와 부제 조합의 변천 사례에서 잘 나타나는데, 2000년대 초까지 주로 인물・초상과 건축・구조, 인물・초상과 유물・유적의 전통적인 조합을 보여주다가 2010년대 말에 이르면 인물・초상과 자연・생태 조합으로 달라졌다.

그리고 중앙아메리카 지역도 기본적으로는 대통령, 왕 등 정치가들의 업적과 행위를 통하여(27종, 65.9%) 애국심과 국민적 결속을 도모하려는 국가주의적 경향을 보이면서도, 시인을 비롯한 작가, 사회운동가, 음악가 등 근현대 문화예술의 대가가(5종, 12.2%) 정치적 인물과 나란히, 혹은 독자적으로 지폐의 앞면(=주제)에 등장한다는 점(그림 4), 지폐의 뒷면에도 건축물과 역사・전통, 학문・예술, 자연・생태 등 비교적 다양한 부제가 등장한다는 점은 도서 아메리카와는 차별화한 특징이다. 이는 전통적인 국가주의적 정체성 고양과 함께 탈물질적 삶의 질 추구 및 생태주의라는 세계규범의 변화와 가치 지향을 반영하려는 타협적 수용으로 해석된다. 이에 관해서는 3절에서 후술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균적인 특성에도 불구하고, 국가 간 차별성도 적지 않은데(표 3), 앞서 제시했던 것처럼 주・부제에 나타난 가치 추구 측면을 고려하여 권위지향형과 생태지향형으로 양분할 경우, 대략 온두라스・과테말라-니카라과-멕시코・벨리즈・코스타리카의 스펙트럼을 제시할 수 있겠다. 곧, 온두라스와 과테말라가 전통적인 국가 이념과 권위를 강조하는 반면에 멕시코, 벨리즈, 코스타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생태지향적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를 담아낸다고 하겠다.

한편 주・부제 외에 지폐 이미지에 동원되는 각종 소재를 살펴보면, 박쥐, 재규어, 고래, 독수리, 나비, 도롱뇽, 악어, 각종 새, 바닷가재, 원숭이, 개미핥기, 사슴, 물고기, 게, 나무늘보, 상어, 불가사리, 바다거북 등 다양한 동물을 비롯하여, 열대의 물고기와 꽃, 난초, 버섯, 해바라기, 맹그로브, 선인장, 각종 나무 등 다채로운 식물 등 자연 및 생태 경관이 등장하는 지폐가 22종(53.7%)에 이른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아메리카의 지폐에 다양한 동물이 개별적 혹은 집단적으로 등장하는(그림 5) 점은 열대 식물이 주요 소재로 활용되는 도서 아메리카와는 대비되어 흥미롭다. 각 지역의 자연환경과 지폐 이미지 소재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5.jpg
그림 5.

중앙아메리카 지폐의 동식물 소재 사례(벨리즈)
출처: robertsworldmoney.com

또한 중앙아메리카 국가의 지폐 이미지에서는 아즈텍 수도 건설 장면, 소치밀코 문화유적, 티칼 피라미드, 마야 조각상 등 고대의 역사적 유물이나 유적 소재도 16종(39.0%)이 확인됨으로써(그림 6) 이를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 자산으로 여기고 있음도 알 수 있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6.jpg
그림 6.

중앙아메리카 지폐의 유물・유적 소재 사례(과테말라). 앞면(상단)의 인물 배경은 티칼 피라미드 이미지임.
출처: banknoteworld.com

이상을 통하여 중앙아메리카 지역은 국가주의적 가치를 기본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최근의 세계적 관심사이자 인류의 미래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생태주의의 지향, 그리고 고대의 다양한 유물과 유적을 통한 역사적 자긍의 세 가지가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요체임을 확인할 수 있다.

3) 남아메리카 지역의 특성

남아메리카의 11개국의 현행권 66종에 대한 주제와 부제, 그리고 소재를 국가별로 정리하면 표 5와 같다. 유로화를 쓰는 기아나와 미국 달러화가 통용되는 에콰도르는 제외하였다.

표 5.

남아메리카의 국가별 및 액면가별 지폐 이미지(2022. 5. 현재)

국가
(통화 단위)
액면가 앞면(obverse) 이미지 뒷면(reverse) 이미지
콜롬비아
(peso)
100MIL* 레스트레포 대통령, 열대 꽃, 벌잡이새사촌새 코코라 계곡의 밀랍야자수, 벌잡이새사촌새,
비달레스의 밀랍야자수 찬양시
50MIL 마르케스 노벨문학상 작가, 열대 꽃과 벌새 페르디다 고대도시, 타이로나 원주민 남녀
20MIL 미첼센 대통령, 열대 과일 세누족 지역의 Mojana 수로와 농부, 솜브레로 모자
10MIL 구티에레스 인류학자, 물지님개구리, 열대 꽃 아마존 생물(뱀, 거북이, 돌고래, 물고기 등),
카누 탄 어부
5MIL 실바 시인, 열대 꽃, 벌 프라일레혼 고산식물, 벌
2MIL 페레즈 화가, 열대 꽃, 새 까뇨크리스탈 강(오색강), 여러 새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bolivar)
2021.10.
발행신권
(VED series)
100MIL** 시몬 볼리바르 독립운동가, 열대 꽃 카라보보(Carabobo) 전투 장면 그림,
카라보보의 조국 기념비
50MIL
20MIL
10MIL
5MIL
가이아나
(dollar)
5000 문장(紋章), 재규어 천연자원(금・설탕・
다이아몬드・
보크사이트・목재)
분포 가이아나
영토 지도
열대우림, 호아친(國鳥), 수련(國花)
2000 문장, 강, 재규어, 수련 가이아나 6개 민족 어린이, 재규어, 수련
1000 문장 중앙은행, 열대 꽃
500 의사당, 열대 꽃
100 성조지 성당
50 문장, 재규어 국기・지도, 수련, 비둘기
20 문장, 카이에테우르 폭포 조선소, 말라리 여객선
수리남
(dollar)
100 중앙은행, 열대 꽃 마로위니 강, 오피시날리스 나무
50 카시카시마 산, 케이폭 나무
20 볼츠베르크 돔 바위, 맹그로브 나무
10 수리남 강, 트럼펫 나무
5 그란리오 강, 야자수
기아나 유로화 통용
에콰도르 미국 달러화 통용
페루
(nuevo sol)
200 로사 성녀 카랄 유적, 도기 유물
100 파울렛 과학자 꼬리 벌새, 난초꽃
100 바사드레 역사학자 겸 장관 파자텐 유적, 도기 유물
50 발델로마르 시인 차빈 유적, 도기 유물
20 바르레네치아 정치가 우아카 유적, 도기 유물
10 그란다 음악가 비쿠냐, 아망케스 꽃
10 곤잘레스 공군 영웅 마추픽추 유적, 인형 유물
볼리비아
(boliviano)
2018-2019
시리즈
200 카타리 원주민 지도자・
바르가스 원주민 여성 지도자・
볼리바르 독립운동가,
자유의 집(독립선언 서명 장소)
Tiwanaku 유적지, Cantua 안데스 산지 꽃,
안데스 산지 고양이
100 아주르두이 원주민 여성 지도자・
칼라타이우드 독립운동가・
호세 독립운동가,
국립박물관
이리스 폭포, 헬리코니아 식물, 히야신스 앵무새
50 바카 독립투사・
라쿠아 원주민 독립투사・
사라테 원주민 독립투사,
잉카 요새
사하마 산, 안데스 플라밍고 새, 퀴노아 식물
20 리오스 애국자・카타리 원주민 지도자・
무이바 원주민 지도자,
사마이파타 암벽화
라쿠나 만(灣), 검은카이만 악어, 스페치오사 나무
10 바르가스 정치가・툼파 원주민 지도자・
멘데스 독립운동가,
토로토로 국립공원 석회동
유유니 사막과 구릉 경관, 자이언트 벌새,
푸야 라이몬디 고산식물
브라질
(Real)
200 공화국 의인화(擬人化)
초상, 물고기
사바나 식물 갈기늑대, 열대 식물
수중 식물, 불가사리 검은 농어, 수중 식물
100
50
밀림 식물 재규어, 열대 식물
20 식물 황금사자타마린 원숭이, 열대 식물
녹색날개큰앵무새, 열대 식물
10
5
대백로, 열대 식물
2
대모거북, 수중 식물
칠레
(peso)
20000 베요 학자겸 시인 Salar de Surire 염원(鹽原)과 홍학
10000 프라트 해군 장교 Alberto de Agostini 빙하와 콘도로
5000 미스트랄 여류시인 칠레 야자수 숲과 수리부엉이
2000 에르도이사 독립운동가 Lonquimay 성층화산과 가는부리앵무새
1000 핀토 전쟁영웅 Torres del Paine 바위 봉우리와 과타코
파라과이
(guarani)
100000 곤잘레스 주교 이타이푸 수력댐
50000 망고레 음악가 망고레의 기타와 악보
20000 과라니족 여인 중앙은행 건물
10000 프란시아 독립운동가 독립선포 장면
5000 로페스 초대 대통령 대통령 궁
2000 스페라티 자매 교육가 파라과이 국기 행진 학생
우루과이
(peso)
2000 라라냐가 성직자 국립도서관
1000 이바르부루 여류시인 이바르부루 시집 및 광장
500 아체베도 정치가 아체베도 설립 우루과이 대학
200 피가리 화가 피가리 작품(Old Dance)
100 파비니 음악가 음악 상징 목신(牧神, Pan)
50 바렐라 교육가 바렐리 기념비
20 소릴라 시인 소릴라의 민족 서사시(La leyenda patria) 및
그 의인화 그림
아르헨티나
(peso)
2016년 시리즈
1000 Pampas 지역, 꽃 지도(영토 형상),
8방위표
(액권마다 서로
다른 방향 표시)
Hornero 휘파람새, 꽃
500 Yungas 지역, 꽃 재규어, 꽃
200 Valdes 반도, 해초 남방긴수염고래, 해초
100 Famatina 산맥, 꽃 타루카 사슴, 꽃
50 Aconcagua 산, 꽃 안데스 콘도르(Andean condor), 산지, 꽃
20 파타고니아 지역, 꽃 과나코(Guanaco), 꽃

*MIL=1,000 단위임(인식 편의를 위해 2016년 발행권부터 표기).

**MIL=1,000,000 단위임.

표 5를 바탕으로 하여 남아메리카 지폐의 주제와 부제 분포를 정리하면 표 6과 같다. 표 6에서처럼 이 지역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로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주제는 인물・초상으로서(48종, 72.7%) 앞의 두 지역과 유사하다. 부제의 경우, 자연・생태(34종, 51.5%)의 비율은 세 지역 중에서 가장 높다. 따라서 남아메리카의 전형적인 주제+부제의 조합은 인물・초상+자연・생태로서(그림 7) 중앙아메리카와 유사한 특성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두 지역 모두에서 전통적인 국가주의적 정체성 고양이나 가치 추구와 함께 자연 및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표 6.

남아메리카 지폐의 주제와 부제 빈도 분포

구분 주제 부제
국장・추상 7 0
인물・초상 48 1
건축・구조 5 12
역사・전통 - 9
산업・산물 - 3
학문・예술 - 5
자연・생태 6 34
기타 - 2
66 66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7.jpg
그림 7.

남아메리카 지폐의 인물・초상(주제) + 자연・생태(부제) 조합 사례(칠레)
출처: robertsworldmoney.com

남아메리카 지폐의 인물・초상과 관련하여 독립운동가, 대통령, 군인, 원주민 지도자 등 정치가(20종, 30.3%)보다는 예술가, 작가, 교육자, 학자, 성직자, 일반인 등이 등장하는 비율이 높다는(22종, 33.3%) 점은(그림 8)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대화 이론과 세계사회규범 이론을 각각 주창한 Inglehart and Welze(2005)Meyer(2009)에 의하면 진정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이 ‘전통(tradition)에 대한 헌신’으로부터 ‘물질적 성공(material success)’, 이어 ‘삶의 질을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적 가치(postmaterialist)’로 변천해왔다는 것이다.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역사적 동향을 연구해온 Hymans(2004)는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되어 고대의 신화적(mythical, 혹은 준신화적) 인물의 묘사로부터 현실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인 직분을 맡은 인물의 묘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문화적 혹은 과학적인 일과 관련된 사람의 묘사로 변화한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Hymans, 2004).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8.jpg
그림 8.

남아메리카 지폐의 학문・예술 주제와 부제 및 소재 사례(우루과이)
출처: robertsworldmoney.com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남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국가주의보다는 사회 및 개인의 성취와 업적을 평가하는 탈권위주의, 탈물질주의 경향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그림 8). 물론 이러한 특성에는 강력한 혹은 전체 국민의 추앙을 받는 근현대사의 정치적 인물이 많지 않았다는 점도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연・생태 이미지가 지폐의 부제를 넘어 전면(obverse) 주제로 등장하고(그림 9), 또한 건축・구조와 역사・전통, 학문・예술, 자연・생태 등 부제도 다양하다. 이처럼 남아메리카 지폐의 주제 혹은 부제로서 학문과 예술, 자연과 생태 등의 비율이 높다는 점도 이 지역이 전통적인 국가주의적 정체성으로부터 국제적 규범 및 가치 지향으로의 이행 혹은 양자 간의 혼재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9.jpg
그림 9.

남아메리카 지폐의 자연・생태(주제) + 자연・생태(부제) 조합 사례(아르헨티나)
출처: banknoteworld.com

그렇지만 주제와 부제 면에서 국가별 편차도 커서(표 5), 앞서와 마찬가지로 주・부제 조합의 가치 지향을 권위지향형과 생태지향형으로 양분하여 그 상대적 정도에 따라 배열한다면 베네수엘라・파라과이・가이아나-우루과이・페루-콜럼비아・볼리비아・칠레-수리남・브라질-아르헨티나의 스펙트럼을 제시할 수 있겠다. 곧,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가이아나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상대적으로 권위적인, 수리남,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생태적인 가치 지향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수리남의 경우 지폐의 부제가 산하(山河)와 나무 시리즈이고, 볼리비아 지폐의 부제도 자연경관이 시리즈로 등장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경우도 추상적인 의인(擬人) 초상을 제외한다면 주제와 부제가 모두 자연 및 생태 시리즈임을 알 수 있다(표 5). 또한 칠레의 경우도 지폐의 부제는 자연 및 생태 시리즈이며(그림 7),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폐의 주제와 부제를 모두 자연 및 생태 자원과 경관으로 이미지화하였다는 점을 중앙은행은 공식 천명하고 있다(https:// www.bcra.gob.ar/MediosPago/Nueva_familia_billetes_i.asp). 특히 초원, 대지, 반도, 산지가 주제 시리즈로, 그곳에 서식하는 다채로운 동식물이 부제 시리즈로 편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생태 경관의 분포와 위치를 나타내는 영토 지도와 8방위표도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지폐 디자인은 추구하는 가치와 소재 면에서 가장 ‘지리적인 지폐’라고 평가할 수 있다(그림 9). 곧, 주요 생태 지역의 분포와 특성, 지형과 식생, 지도(map)와 방위표 등이 통합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참고로 아르헨티나의 500, 200페소 지폐는 각각 라틴 아메리카 최고 은행권상(LatiNum)을 2015/2016, 2016/2017년에 수상한 바 있다.

남아메리카 지폐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생태지향적 아이코노그래피로의 변화는 기존의 유물・유적 소재로부터 생태적 자산으로 대체되는 페루의 구권과 신권(100 및 10 sol)을 비교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표 5). 또한 수리남 지폐의 주제와 부제의 경우, 1960년대엔 인물과 국장, 1980년대엔 혁명 기념비와 대통령궁, 1990년대엔 중앙은행과 산업활동,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중앙은행과 자연경관으로 변천해왔다는 점, 칠레의 경우도 오랫동안 인물, 건축물 중심이었다가 2000년대 말부터 인물과 자연경관으로 변화하였다는 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도 거의 동일한 변화 과정을 밟아 왔다는 점, 그리고 콜롬비아 중앙은행도 2012년부터 종의 다양성(biodiversity) 기념을 공식화하고 있다는 점(https://www.banrep.gov.co/en/banknotes- and-coins) 등이 이를 뒷받침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태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대세계의 조류에 힘입어 자국의 독특한 생태자원을 자긍의 자산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국제적 규범의 지향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하려는 노력의 소산일 것이다.

한편, 남아메리카 지폐 이미지에 동원되는 각종 소재를 살펴보면, 자연 47종, 고대 역사 관련 9종, 예술 6종, 산업 9종, 지도 12종, 기타 등등 다채롭고 다양하다(표 5). 특히, 전체 지폐 중 47종(71.2%)에서 자연 및 생태 관련 소재가 등장하여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구체적인 소재로는 열대 꽃과 과일, 새, 개구리, 야자수, 아마존 생물, 폭포, 강, 수목, 바위, 석회동, 고양이, 악어, 사막, 각종 식물, 물고기, 불가사리, 늑대, 재규어, 원숭이, 거북이, 열대어, 염원, 빙하, 부엉이, 화산, 해초, 고래, 사슴, 과나코 등 각 지역의 독특한 식물과 동물이 이미지로 등장한다(표 5).

특히, 21종(31.8%)의 화폐에서 강, 폭포, 산, 바위, 석회동, 만, 사막, 염원, 빙하(그림 7), 화산 등 지형 소재가 활용되고, 아마존이나 안데스 산지의 여러 식물 및 동물상도 소재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지폐 소재와 자연환경 간 밀접한 관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리 교과서 및 학습 자료에서 인간-자연(환경) 관계의 사례로서 민가나 복식 등 전통 시대의 소재 이외에도 지폐 이미지 등과 같은 현대적 사례도 제시함으로써 양자 간의 관계가 시공을 초월하여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콜롬비아 지폐에 나타난 고대도시, 페루의 여러 유적과 유물, 볼리비아의 암벽화와 잉카 유적에서 알 수 있듯이 고대국가 및 문화가 발달했던 열대 안데스 고산 지대에 영토가 위치한 국가들에서는 역사적 자산이 자신들의 정체성 확인과 투영의 중요한 자산임도 확인된다(그림 10). 이처럼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전체적으로 국가적 업적, 자연 및 생태 환경, 역사적 유산을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적 자긍심의 주요 자산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10.jpg
그림 10.

남아메리카 지폐의 유물・유적 부제 및 소재 사례(페루)
출처: robertsworldmoney.com

이상의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지역적 특성을 비교 종합하면, 도서 아메리카에서는 근현대사의 인물, 건축물 및 구조물이 각각 주요 주제와 부제로 등장하여 전통적인 국가주의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주요 소재로서 열대 식물, 해양 경관, 그리고 지도 등이 도안 이미지로 활용됨으로써 열대 도서라는 자연환경이 반영된 특성이 나타났다. 중앙아메리카의 경우는 근현대사의 인물, 자연 및 생태 자산을 각각 주요 주제와 부제로 삼고 있어 도서부와는 차별되는 가운데, 지폐를 장식하는 소재로서 열대의 동물, 마야나 아즈텍 등 고대의 유물과 유적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아 이 지역의 자연 및 역사 환경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투영되는 특성을 보였다.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경우 근현대사의 여러 인물, 자연 및 생태 자산을 각각 주제와 부제로 삼는 점이나 주요 소재로서 안데스나 아마존 일대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이 등장하는 점은 중앙아메리카와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이 지역에서는 특히 지형 환경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빈도가 높은 점은 중앙아메리카와 구분되는 특성이라 하겠다.

이렇듯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인물과 건물을 주요 주・부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권위지향적 특성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지만, 지역별로 독특한 환경 특성을 반영하는 차이점도 확인된다. 나아가 21세기 세계와 인류의 규범으로 부상하고 있는 생태지향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선진성도 확인할 수 있다.

3. 라틴 아메리카의 주제별 지폐 아이코노그래피 특성

본 장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을 주제 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표 7은 라틴 아메리카 31개국 172종 지폐의 앞면에 나타난 주제와 뒷면에 표현된 부제 간 조합을 정리한 것이다.

표 7.

라틴 아메리카 지폐의 주제+부제 조합 빈도 분포(단위: 종수)

주제
부제
문장・추상 인물・초상 건축・구조 역사・전통 산업・산물 학문・예술 자연・생태
문장・추상 - - - - - - - 0
인물・초상 1 2 - - - - - 3
건축・구조 8 45 2 - - - 4 59
역사・전통 - 26 1 3 - - 1 31
산업・산물 2 5 - - - - - 7
학문・예술 - 6 3 - - 1 - 10
자연・생태 1 41 6 2 - - 7 57
기타 1 4 - - - - - 5
13 129 12 5 0 1 12 172

표 7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지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주제로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인물・초상(129종, 75.0%)이고, 이어 문장・추상, 건축구조, 그리고 자연・생태가 뒤를 잇는다. 부제로서는 건축・구조(59종, 34.3%)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이어 자연・생태(57종, 33.1%))와 역사・전통(31종, 18.0%) 순으로 비율이 높다.

따라서 주제와 부제 간 조합으로서 인물・초상+건축・구조(45종, 26.1%)의 비율이 가장 높고, 이어 인물・초상+자연・생태(41종, 23.8%), 인물・초상+역사・전통(26종, 15.1%) 순이다. 이처럼 이 지역 국가들은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적 결속력을 다지고, 아울러 주권을 상징하기 위한 것으로서(Billig, 1995, 79), 위인과 영웅의 업적, 국가의 주요 기능을 담당하는 건축물이나 역사적 위업을 기리는 조형물, 그리고 다양한 자연환경 및 생태 자원 등을 3대 자산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인과 영웅의 업적, 주요 건축물과 조형물을 통한 국가주의적 주제는 지난 세기까지 세계 여러 국가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지니는 공통적 특성이었다(Hymans, 2004). 그런 가운데서도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아프리카보다 산업적 주・부제의 비중은 적고, 대신 예술적 및 생태적 주・부제의 비중은 높다(이간용, 2020). 이를 통해 아프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는 물질적 가치 추구가 여전히 우위에 있는 반면에,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탈물질적인 삶의 질 추구를 더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겠다. 또한 두 지역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 모두 자연환경 특성의 반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통점이 있으나(이간용, 2020), 아프리카의 경우는 자연의 독특성이나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것에 초점을 둔 반면에,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중앙은행 차원에서 생태주의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천명(闡明)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이는 21세기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동향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은행권, 곧 지폐는 국가가 나타내고 내세우고 싶은 가치체계를 형상과 색채 등으로 시각화한 자국 문화 및 철학의 총화이다(김종희, 2006). 이는 은행권을 통하여 한 국가의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남세현・김맹호, 2019). 이에 따라 라틴 아메리카 각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지니는 주제적 특성을 가치 지향 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관련하여 ‘역사의 주인공이 누구인가’라는 인식이 ‘국가→사회집단→개인’으로 변화해 왔고, 또한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도 ‘전통에 대한 헌신→물질적인 성공→탈물질적인 삶의 질’ 추구로 변천해왔다는 현대화(modernization) 이론(Inglehart and Welze, 2005) 및 세계사회규범(world society norms) 이론(Meyer, 2009)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한 연구가 있다는(Hymans, 2004; 2005; 2010) 것은 이미 3장에서 진술한 바 있다.

여기에다가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는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고, 그것을 통하여 국가적 정체성과 국민적 자긍심을 적극적으로 고양하려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필자는 현대화이론과 세계사회규범이론의 변천단계에 ‘생태적 가치’ 추구를 부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전통에 대한 헌신→물질적인 성공→탈물질적인 삶의 질→생태적 가치’의 추구로 세계사회규범이 변화 추세에 있다는 점을 주장하며, 이는 라틴 아메리카 지폐에서 확인된다고 본다. 이를 적용하여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나타난 인물의 업적만을 기준으로 국가 간 상대적 분포를 분류하면 표 8과 같다.

표 8.

라틴 아메리카 지폐의 인물 아이코노그래피 특성 분포

국가적 위업 사회적・개인적 성취
볼리비아(16:0)*
쿠바(10:0)
온두라스(8:0)
아이티(7:0)
벨리즈(7:0)
버뮤다(6:0)
베네수엘라(6:0)
포클랜드(5:0)
자메이카(10:1)
바하마(7:1)
코스타리카(5:1)
동카리브연합(5:2)
과테말라(6:4)
바베이도스(3:3)
멕시코(5:4)
파라과이(6:8)
콜롬비아(2:4)
페루(1:4)
칠레(1:5)
도미니카(1:6)
우루과이(1:6)

*( )안의 숫자는 해당국 지폐에 등장하는 인물 중 정치인 대 비정치인의 숫자임.

표 8에서처럼 지폐에 등장하는 정치적 인물과 학자, 성직자, 예술가, 체육인, 일반인 등 비정치적 인물 간 등장 수만을 기준으로 이 지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을 정리한다면, 남아메리카 지역보다 도서 아메리카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이 전통적인 국가주의적 특성이 더 강하다고 하겠다. 이는 이 지역의 일반적인 정치경제적 상황과의 상관성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그렇지만 ‘인물’만으로는 각국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지폐에 활용된 모든 주제, 부제, 소재를 종합하고(표 1, 3, 5), Inglehart and Welze(2005)의 현대화이론과 Meyer(2009)의 세계사회규범이론에서 밝힌 세계사회규범 변천단계의 개념어를 원용하여, 필자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 국가들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추구하거나 지향하는 가치로서 권위, 역사, 물질, 예술, 자연, 생태의 6가지 유형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를 국가별로 정리하면 표 9와 같다.

표 9.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가치 지향 유형

유형
구분
권위 역사 물질 예술 자연 생태
전형적인 국가* 쿠바, 아이티,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파라과이
과테말라, 페루 가이아나 니카라과,
우루과이
- 멕시코,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해당 가치 유형의
일부 포함 국가*
버뮤다, 바하마, 자메이카
도미니카,
동카리브연합,
바베이도스,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클랜드, 벨리즈,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가이아나, 수리남,
페루,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쿠바, 아이티,
멕시코, 벨리즈,
온두라스,
콜럼비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아이티, 쿠바
바하마, 자메이카,
트리니다드토바고,
과테말라,
온두라스,
콜럼비아,
파라과이
도미니카,
바베이도스,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페루,
칠레, 파라과이
바하마, 자메이카,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클랜드,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가이아나,
파라과이
버뮤다,
동카리브연합,
벨리즈,
콜럼비아,
수리남,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국명의 열거는 공간적 인식의 편의를 위해 서→동, 북→남의 순서로 제시함.

여기서 권위형 아이코노그래피란 정치적 인물의 업적, 국가기관을 비롯한 문장이나 주요 기념물에 대한 경의, 이데올로기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유형으로서 쿠바, 아이티,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파라과이가 대표적이다. 이어 과테말라와 페루에서처럼 역사적 소재나 화제, 특히 고대의 유물과 유적을 정체성 고양의 주요 자산으로 삼고 있는 역사형, 가이아나의 경우처럼 산업활동과 특산물 등을 통해 물질적 가치를 강조하는 산업형, 문학을 비롯하여 음악과 미술 등 미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예술형의 경우는 니카라과와 우루과이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통하여 국민적 자긍과 결속을 꾀하는 자연형의 국가로는 쿠바, 아이티, 온두라스, 페루, 우루과이를 제외한 라틴 아메리카의 모든 국가가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자연환경 특성을 지폐의 장식 디자인을 넘어, 주요 주제나 소재로 적극 내세우고 있는 생태형에는 버뮤다, 동카리브연합, 콜럼비아, 수리남,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가 이에 해당하는데, 특히 멕시코, 벨리즈,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의 4개국은 적극적 생태형에 해당하여, 21세기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지향을 가늠케 한다(그림 11).

https://cdn.apub.kr/journalsite/sites/geo/2022-057-04/N013570401/images/geoa_57_04_01_F11.jpg
그림 11.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주제 유형별 사례(각 지폐의 앞면만 제시함.)

이상의 논의와 관련하여 비록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우리의 발전적 모델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리고 지역적 편견을 거둔다면, 우리에게도 일정 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우리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가 밝고 역동적인 현대사회의 특성과 조응하기 어려운 엄숙주의, 과거지향적 주제나 소재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남세현・김맹호, 2019)에 동의하며, 나아가 우리가 현대사에서 이룬 위대한 성취와 업적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점,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수 국가에서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 형상과 자연환경을 소재로 생태적 가치를 추구하는 세계사적 변화와 미래 지향성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 국가의 화폐는 공동체의 상징이자 가치이고 기억이며(Smith, 1991, 100), 국기(國旗) 다음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제2의 얼굴’이라는 말(謝哲青 저, 김경숙 역, 2019)은 충분히 음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4. 요약 및 결론

지리학과 지리교육은 전통적으로 세계의 다양성, 인간-환경 간 관계, 지역성 등을 연구 및 교육의 대주제로 삼아왔다.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이와 같은 대주제에 적절한 연구 대상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을 지역 및 주제 면에서 고찰하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역별 특성으로서 도서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서는 인물・초상+건축・구조의 주・부제 조합의 비중이 높았다. 주・부제와 함께 지폐의 도안 이미지로서 열대의 다양한 식물, 해양 생물 및 경관, 지도(map) 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였는데, 이는 열대 기후 및 해양도서라는 자연환경 특성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앙 및 남아메리카에서는 인물・초상+자연・생태의 주・부제 조합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도서부와는 차별화되었다. 주・부제와 더불어 지폐를 장식하는 이미지로서 열대의 여러 동물, 고대의 유적과 유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자연 및 생태경관이 활용되었는데, 이 역시 지역의 역사적 및 자연적 특성을 자신들의 정체성 확인 및 고양의 자산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르헨티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경우, 주・부제와 소재 모두 자국의 지역별 생태 경관, 그 분포 지역을 나타내는 지도 및 방위표 등이 액면가별로 계열적으로 이미지화하여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지리적인’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라고 평가할 만할 것이다.

이어 주제 면에서는 라틴 아메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상대적으로 위인의 업적, 역사, 정부 건물이나 기념물 등을 통한 전통적인 국가주의 혹은 권위주의 지향 주제, 학문 및 예술,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이룬 사회 및 개인 성취를 중시하는 탈물질적 혹은 탈권위적 지향 주제, 그리고 자국의 자연적 독특성 소개를 넘어 생태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천명하는 생태적 지향 주제 등을 담고 있었다. 전자의 경우는 도서 및 중앙아메리카 지역에서, 후자는 남아메리카에서 상대적으로 우세하였다. 이에 따라 대략 라틴 아메리카의 북부 지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권위, 역사, 물질적 가치 지향을, 남부 지역은 문화, 예술, 생태적 가치 지향이 강조되는 공간적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에 등장하는 모든 주제와 소재를 종합할 때,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담긴 정체성 고양 및 가치 지향의 유형을 권위, 역사, 물질, 예술, 자연, 생태의 6가지로 범주화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화이론 및 세계사회규범이론에서 제시되었던 세계사회변화(전통에 대한 헌신→물질적인 성공→탈물질적인 삶의 질)의 새로운 경향으로서 생태적 가치 지향의 단계가 도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는 지역 및 주제 면에서 차별성과 공통성이 병존하는 가운데서 지역의 다양한 인문적 및 자연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고양하고자 의도하고 있었다. 특히 자연환경 특성을 자신들의 정체성 고양을 위한 자산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삶과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규범으로 부각하고 있는 생태적 가치를 적극적이고 선도적으로 담아내는 점이 주목된다 하겠다.

이러한 특성과 변화는 무표정한 과거 인물 중심적이고 역사적 소재 위주인 우리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에 일정 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여겨진다. 곧, 우리의 지폐도 우리 국토의 다양한 자연환경, 그간 이루어낸 우리의 성취, 나아가 생태적 가치를 도안하여 우리의 정체성 고양하고 정치사회적 결속력의 자산으로 삼는 날이 도래하길 기대한다.

본 연구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 전체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특성을 지역 및 주제 면에서 고찰한 최초의 연구라는 점,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한 최신의 지리교육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지폐 전체를 연구 대상으로 하다 보니, 각국의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시간적 변화상에 대한 심도있는 접근, 곧 역사적 접근이 미진한 점은 차후의 연구과제로 남기고자 한다.

References

1
김경숙(역), 2019, 지폐의 세계사, 마음서재, 서울(謝哲青, 2015, 鈔寫浪漫, 天下文化, 台灣).
2
김서경, 2009, "매체로서의 은행권 디자인 조형 요소의 시각적 상징 운용 연구-한국 근대 이후 지폐를 중심으로-," 기초조형학연구, 10(1), 73-81.
3
김서영, 2004, "화폐 예술의 이미지와 상징," 디지털디자인학연구, 4(2), 11-22.
4
남세현・김맹호, 2019, "보안성 향상을 위한 은행권 디자인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20(4), 105-120. 10.47294/KSBDA.20.4.8
5
이간용, 2020, "아프리카 지폐 아이코노그래피의 지역적 특성과 그 지리교육적 함의,"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지, 28 (4), 37-59.
6
이병학, 2013, "지폐 디자인의 세대 분류 및 현대 지폐 디자인 표현 특성-19개국의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디자인융복합연구, 12(4), 189-213.
7
정현원, 2005, "문화적 상징기호로서의 지폐 디자인 연구-세계 11개국 사례 비교를 중심으로-," 디자인학연구, 18(2), 189-200.
8
조홍식, 2010, "화폐와 정체성: 유로와 유럽의 사례," 국제・지역연구, 19(3), 73-103.
9
Billig, M., 1995, Banal Nationalism, Sage, London.
10
Boehm, R. G. and Petersen, J. F., 1994, An elaboration of the fundamental themes in geography, Social Education, 58(4), 211-218.
11
Helleiner, E., 1998, National currencies and national identities, American Behavioral Scientist, 41(10), 1409-1436. 10.1177/0002764298041010004
12
Hymans, J. E. C. and Fu, R. T., 2017, The diffusion of international norms of banknote iconography: a case study of the New Taiwan Dollar, Political Geography, 57, 49-59. 10.1016/j.polgeo.2016.11.006
13
Hymans, J. E. C., 2004, The changing color of money: European currency iconography and collective identity, European Journal of International Relations, 10(1), 5- 31. 10.1177/1354066104040567
14
Hymans, J. E. C., 2005, International patterns in national identity content: the case of Japanese banknote iconography, Journal of East Asian Studies, 5(2), 315-346. 10.1017/S1598240800005786
15
Hymans, J. E. C., 2010, Is east, and west is west? currency iconography as nation-branding in the wider Europe, Political Geography, 29(2), 97-108. 10.1016/j.polgeo.2010.01.010
16
Inglehart, R. and Welze, C., 2005, Modernization, Cultural Change, and Democracy: The Human Development Seque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17
Meyer, J. W., 2009, Reflections: Institutional theory and world society, in Krucken, G. and Drori, G. S.(eds.), World Society: The Writings of John W. Meyer,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18
Smith, A, D., 1991, National Identity, University of Nevada Press, Reno.
19
UNSD, 2022, Standard country or area codes for statistical use (M49), https://unstats.un.org/unsd/methodology/m49/
20
라틴 아메리카 31개국의 중앙은행(Central Bank) 홈페이지.
21
세계의 여러 지폐 자료 홈페이지(banknote.news, banknotes. com, banknoteworld.com, ibns.org.ua, mynumi.net, numista.compagescoinsandcurrency.com, pinterest.fr, robertsworldmoney.com, theibns.org).
22
시나브로의 세계 화폐 블로그(https://blog.naver.com/ssw1971/)
23
Wikipedia 홈페이지(https://en.wikipedia.org/).
페이지 상단으로 이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