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도시문화경영과 장소 만들기>는 철학적인 접근, 정책에 대한 동향, 비판적인 시각을 엮은 융합 학술서이다. 문화도시, 창조도시는 무엇이며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알고 싶어 하는 학생, 지자체장과 공무원, 활동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융합 학술서이다. 이 책에서 말하듯 서울과 수도권에 모든 것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애착을 지닌 고향이나 지역에 정착해서 창작 활동하고 지역을 위해 일하고픈 예술가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21세기 들어서 한 도시의 문화, 관광, 정체성, 도시재생이 도시가 나아갈 길이라고 듣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친절한 도움을 받을 것이다.
이 책의 융합적 성격은 저자 이무용과 닮았다. 이무용은 문화지리학자로서 문화개혁과 문화정치에 대해 철학적 비판적 시선을 갖추고 장소 마케팅 주제를 한국 사회에서 개척한 사람이면서 실제로 광주 문화도시 만드는 정부정책과 실천적 활동의 핵심적 인사가 되었다. 장소를 소비하기 전에 생산하는 과정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은 지적으로 재미있고 실행에서 의미가 있는 실천인데, 그 실천을 꾸준히 해온 것이다. 그에게 도시 문화와 장소 만들기는 학술적, 이론적으로만 얘기하는 주제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정책적인 목표만도 아니다. 그에게 장소 만들기는 일상의 삶과 문화를 공간적 관점에서 보면서 사유하며 때로는 즐기고 때론 부딪히는 과정이다.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이 지리학이라면, 이 책은 그중에서 공간의 생산, 장소 만들기 실천에 집중하여 폭넓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주고 있다. 전남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15년 동안 학술적, 정책적, 일상적 주제인 창조문화 도시에 관한 연구, 교육, 사회 활동에서 그가 발표하고 구상했던 글을 모은 것이니 그동안에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가 모여있다.
이론과 사례를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1부는 도시문화경영 일반에 관하여, 2부는 광주 창조문화 도시를 만든 사례와 가능성에 관하여 쓰고 있다. 1부에서는 도시 문화를 경영하는 10가지 창조적 시선이라는 제목 아래 창조적인 이론과 실천적인 방법론에 해당하는 10개의 글을 담았다. 도시 문화 경영을 바라보는 관점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성찰적이다. 그 10가지 시선은 장소, 디자인 지역문화, 마케팅, 브랜딩, 스토리, 리더십, 인력, 관광, 걷기인데, 각 시선이 독립적이라 먼저 눈길이 가는 시선부터 읽어도 되는 구조이다. 이 시선들은 창조문화 도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들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책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개념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그 개념들이 입에 붙고 대중적으로 생각하기에 직관적으로 잘 와 닿는 우리말이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2부에서는 창조문화 도시 광주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물으며 광주의 5월 정신이 도시 문화로 승화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이 지점에서 광주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5.18을 예술로 대체하려고도 했고 인권의 정신을 온전히 그 자체로만 담아내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광주의 문화 전략과 문화 전략을 만드는 여정에 여러 주체들이 모여 부대끼며 협상,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5.18은 창조문화 도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민주화와 함께 인권은 핵심적이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자산이다. 저자는 광주 시정의 100대 과제에서 인권 부문이 고작 100번째에 선정되어 있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인권 항목이 첫 번째가 되어야 하고 별도의 인권 사업이 아니라 모든 정책 사업에 인권의 관점이 스며들어야 하지 않냐는 저자의 비판은 자연스럽고 무게있는 의견이다.
동시에 이 책에서 가지는 고민은 5.18이 아직은 시민들을 뿌듯하고 매력 있고 감동적으로 만들어주는 문화적인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많은 지면을 할애할만한 주제였다. 광주가 창조문화 도시로 나아가는 것에서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대로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 문화수도의 출발도 5월 정신이었고, 광주 비엔날레가 주목받은 것도 5월 정신이었고, 광주 전남 공동혁신도시에 국책문화기관이 오게 된 것도 궁극적으로는 인권 도시라는 광주의 정체성 때문이었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된 이유에도 5월 역사가 컸다. 광주예술문화의 미래 설계는 치유에서 출발하자는 제안에도 좀 더 지면을 더 많이 활용해서 했으면 좋았겠다. 문화횡단 프로젝트에 대한 대안의 구체적인 이야기도 더 듣고 싶다.
도시 브랜딩에서 그 도시의 정체성을 살려야 된다고 하고 그 정체성이 무엇인가 골몰한다. 하지만 정체성은 한 가지가 아니다. 요즘 본캐(본 캐릭터), 부캐(부 캐릭터) 담론은 고무적인 현상인데 다양한 정체성이 공존하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낸 도시 장소성을 하나로 표현하는 것은 폭력적일 수 있다. 정책과 예산 때문에 핵심을 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이제는 대단한 명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공기에서 그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한 문화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이제 관광이란 그 도시를 느끼는 것에 집중한다. 관광을 위해서 무언가를 마련하는 것이 도시의 곳곳에 있는 광주다움을 망치는 일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광천 시민 아파트를 5월 문화 콘텐츠 창작 기지로 재생하기 위해 시민의 뜻과 힘으로 기본 계획과 공간 재생 계획을 수립하자고 하는 제안은 중요하다. 저자는 문제 제기한다. 광주전남 최초의 노동야학이 만들어졌고 아파트 학당이라고 불렸던 광천 시민 아파트는 왜 사적지가 아니냐고. 아파트 공화국에 밀리는 광주의 정체성에 대해서 저자는 안타까워하며 이 시민 아파트는 5월 항쟁 투사회보 제작과 배포를 했던 장소이고, 5.18의 상징적인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은 여기에서 들불야학을 꾸린 박기순과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을 위해서 만들어진 노래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광주에 관광자원이 없다는 말에 또한 일상공간을 제안한다. 무등산, 보리밥, 송정 떡갈비, 한정식, 예술의 거리는 관광자원이 아니냐고 묻는다. 세계에서 유일한 커뮤니티 공간 구조를 지닌 학동 8거리, 한국 기독교 정신과 근대정신을 간직한 양림동, 청계천보다 자연의 음이 물씬 나는 광주천, 전국에서 가장 재즈 음반이 많은 카페 포플레이와 같은 장소들도 제안하고 있다. 연구 때문에 광주를 여러 번 방문했던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방문했던 곳들이 생생하게 생각나기도 하고 여기에서 얘기한 다른 장소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이 장소만들기 실질적 과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은 전문 인력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점이다. 소통의 주체,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화를 끌어낼 수 있는 지역문화 전문 인력과 네트워크 양성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지역을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 그래서 기억하고 다시 찾고픈 곳으로 만드는 지역문화 연금술사의 역할은 도시재생 흐름하고도 맞닿아 있다. 문화와 예술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그 주체와 공간 콘텐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엮어주고 만나게 하고 소통하게 하고 조정하는 주체의 존재는 핵심적이다. 이 책은 또한 주체가 할 수 있는 장소 가치 창출 십계명을 들어 구체적인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력한 상징적 정체성을 만들어라, 바로 떠오르는 연상 이미지를 이용하라 등 아주 실천적인 전략들이다. 여기서 장소 정체성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도시문화지도 그리기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다.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인구 특성을 파악하는 것, 거주 노동 소비 교육 여가 커뮤니티 교통 및 소통을 중심으로 생활 방식을 보는 것,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욕망과 욕망의 표현 실행 소통 방법을 보는 것으로 일상 문화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공간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저자 이무용에게 장소 마케팅에 대해 배워 석사 논문을 쓰면서 광주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 호 대한지리학회에 교차 서평에 나오는 <누가 도시를 통치하는가>는 그렇게 시작해서 20년 넘게 광주의 문화정치를 보고 쓴 책이다. 이무용의 책을 보고 혹시 이렇게 하면 정말 쉽게 되는 건가 의문이 드는 사람은 내 책을 보고 광주가 어떤 복잡한 경험을 딛고 지금의 문화도시까지 왔는지를 볼 수 있다. 내 책을 읽고 이렇게 현실적으로 이런 어려움을 겪고 극복한 것은 알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에 갈증이 난다면 이무용의 책을 보면서 실용적 접근에 감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