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0 April 2024. 210-226
https://doi.org/10.22776/kgs.2024.59.2.210

ABSTRACT


MAIN

  • 1. 서론

  • 2. ‘이질적인 것들’이 ‘우연적’이고 ‘평평하게’ ‘모인 것’ 으로서의 어셈블리지

  • 3. 번역에 따른 아장스망(agencement) 상실과 그 문제점

  • 4. 보다 체계적인 어셈블리지: 어셈블리지의 구조와 유형 그리고 장치

  •   1) 어셈블리지의 체계와 유형

  •   2) 장치의 개념과 질서정연한 어셈블리지와의 접점

  • 5. 보더(border), 국가와 어셈블리지의 만남

  •   1) 보더와 영역적 어셈블리지

  •   2) 국가와 국가 어셈블리지

  • 6. 결론

1. 서론

어셈블리지(assemblage)1)는 2010년대에 본격적으로 국내 지리학계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이래로(대표적으로 김숙진, 2015; 최병두, 2015) 많은 지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은 어셈블리지 또는 그와 유사한 개념들에2) 대한 이론적, 경험적 논의들을 이어오고 있다. 경제지리학 및 네트워크 연구(구양미, 2008), 통치성(김동완, 2013; 임동근, 2012), 젠트리피케이션(김숙진, 2017, 2020; 지명인, 2022), 국제 이민 및 이주자의 사회-공간(이용균, 2017; 최병두, 2017), 환경 및 에너지 문제(김병연, 2022; 이보아, 2018; 최명애, 2023), 지역지리학(한주성, 2018), 해외 지역연구(김지현, 2019), 도시농업 거버넌스(이재열, 2020), COVID -19(박위준, 2020; 이준석, 2020), 정동적 도시 경관 연구(신진숙, 2021), 국가론(김준수 등, 2022), 경계연구(박위준, 2023; 조용혁・지상현, 2023), 인간-비인간 관계 연구(김준수, 2018)등의 연구들을 그 사례로 볼 수 있으며, 이런 연구들의 성과만큼 어셈블리지 개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경험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국내 지리학계의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기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어셈블리지 개념을 보다 더 다양하게 한다. 김숙진(2015)은 지금까지 어셈블리지가 “매끄러운 공간, 탈영역화로만 주로 대변되”(p. 322)어왔다고 적절하게 지적한 바 있다. 나는 어셈블리지에 대한 이와 같은 기존의 주된 강조점이 두 가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 논문에서 이 문제점을 다루는 이론적인 접근을 모색한다. 첫째, 어셈블리지 연구가 평평하고 경계, 위계(적인 무언가), 불균형 등이 없는 측면을 주로 강조함에 따라서 그 반대의 측면들은 어셈블리지와는 무관한 것이라는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어셈블리지가 기존의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서 강조되어왔던 구조주의적, 결정론적 관점과 인간 우월적인 접근에 대한 도전과 깊게 관련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처럼 ‘평평함’을 강조하다보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불균형, 차별, 위계, 범주, 정체성, 차이와 같은 것들을 의도치 않게 생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그것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희석시키거나 심지어는 은폐하는 중요한 배경으로 사용될 위험을 갖기도 한다(Kinkaid, 2020).

둘째, 이렇게 ‘평평함’을 강조함에 따라 어셈블리지 연구는 그 글쓰기에서도 분석적 기준과 범주를 갖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어셈블리지 연구를 지나치게 단조롭게 만들수도 있다. 흔히 어셈블리지 내부에 어떤 구조가 존재하지 않고 그 구성 요소들은 기본적으로 동등한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어셈블리지 연구는 종종 “얄팍”하고 “끝없는 서술” (Allen, 2011, 154)로 이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어셈블리지 연구가 이질적인 것들의 복잡하게 연결되고 경계를 허무는 것을 주목함에 따라서 분석적 대상의 경계 역시 흐려질 우려가 있다. 이는 Anderson and McFarlane (2011)이 적절하게 지적했듯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거나 모든 것을 설명하는”(p. 125)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글쓰기의 방식 자체가 대안적인 학문의 방식, 그리고 나아가 정치적인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어셈블리지의 학술적 유용성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잠재적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나는 어셈블리지의 또다른 측면들을 조금 더 깊이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 나는 어셈블리지에 대한 기존의 주된 접근법이 갖는 장점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을 전제로 하되,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어셈블리지의 조금 더 위계적이고 단일하며 경계를 가지고, 그 내부에서도 일정한 질서를 갖는 특징들을 조명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를 위해서 나는 먼저 기존 연구에서 주로 조명해온 어셈블리지의 특징을 살펴본다. 이어서 번역의 문제에서 발생한 아장스망(agencement)3) 상실의 문제(Buchanan, 2017; Nail, 2017; Phillips, 2006)를 검토함으로써 이 상실이 지금까지의 어셈블리지에 대한 부분적 강조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며, 아장스망에 나타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원래 생각과 어셈블리지에 대한 오늘날의 주된 강조점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어서 어셈블리지가 지금까지의 생각보다 더 완결된 형태의 이론체계임을 주장한 Nail (2017)의 연구와 푸코의 장치 개념을 연결시켜서(Deleuze, 1992; Foucault, 1980; Legg, 2011) 아장스망 상실의 문제를 더 깊이 논하고, 어셈블리지를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특징을 모두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보더(border, 또는 경계)4), 국가에 대한 최근의 (지리학) 연구를 검토하고 어셈블리지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가 그 연구 성과들과 잘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그 개념적 유용성을 보이고자 한다.

2. ‘이질적인 것들’이 ‘우연적’이고 ‘평평하게’ ‘모인 것’ 으로서의 어셈블리지

본 장에서는 어셈블리지를 이론적, 경험적으로 다룬 연구들을 검토하고 이 연구들이 주목했던 어셈블리지의 특징들을 살펴본다.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어셈블리지는 이미 국내 지리학계에서도 이론적, 경험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다. 이 연구들이 어셈블리지를 주목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기존의 사회과학 전반에서 중요시 되었던 인식론, 존재론과는 다른 접근법을 제공해주고 그것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오늘날의 세계를 설명하는 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병두(2017)는 초국적 노동 이주에 얽혀있는 복잡한 장소와 조직, 그리고 그것들의 관계를 포착하고 이해하는데에 어셈블리지 개념과 행위자-네트워크와 같은 접근들이 유용함을 제안한 바 있다. 어셈블리지, 장치, 행위자-네트워크 등의 유사점을 공유하는 개념들에 대한 리뷰를 제공한 김숙진(2015) 역시 어셈블리지가 결과보다는 (어떤 상태를 만든)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각각의 경험 사례를 설명하고 그 배경에 있는 복잡성을 밝히는 데 적격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더불어, 그는 사회-공간 관계를 기존의 특정한 것으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어셈블리지가 지리학 연구에 특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측면들을 강조한 연구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연구들이 주목했던 어셈블리지의 특징들을 아래와 정리할 수 있고, 이 특징들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어셈블리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먼저, 많은 연구자들은 어셈블리지의 우발성, 창발적 효과를 주목하여 구조적 힘, 이미 결정된 것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통해서 어셈블리지는 이질적인 요소들이 우연적으로 모이고 그것이 모였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는 것으로 여겨지며(탈영역화와 재영역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요소들 간의 마주침, 관계 등이 그 요소 각각을 생각했을 때에는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이어지는 것이 강조된다(관계의 외재성). 따라서, 어셈블리지는 오랫동안 사회과학 각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던 구조적, 결정론적 접근과 달리 어떤 통일된 또는 적어도 질서잡힌 형성 및 작동 원리, 가이드라인, 꿰뚫어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진다. 예를 들어 이보아(2018)는 어셈블리지가 “본질을 가지고 있지 않”(p. 96)는다고 보았으며, 김숙진(2020) 역시 어셈블리지를 “지배적인 개체와 구조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정이 없고 ... 지속적으로 새로운 실체를 생산하고 변형한다”(15) 고 이야기한다. 이재열(2020) 역시 Olds and Thrift(2005, 271)를 인용하여 “어셈블리지는 모든 구조주의적인 추론과는 거리를 두는 것”(p. 360)이라고 보았다.

둘째, 어셈블리지의 혼종성 또는 이질성(heterogeneity) 역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이 특징들은 크게 두 가지를 함축한다. 하나는 라투르식의 어셈블리지에 대한 이해이자 신물질론(new materialism)과 관련해서 인간과 사물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며, 다른 하나는 페미니즘 및 사소한 것을 주목하는 아이디어와 관련해서(예를 들어 Painter, 2006) 기존의 사회과학 분석에서는 분석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곤 했던 것들을 재조명할 필요성이다. 예를 들어 어셈블리지 개념을 통해서 성수동의 젠트리피케이션과 도시 정책 사례를 분석한 김숙진(2020)은 “성수동의 역사지리, 준공업지역으로서의 특성, 한강과 중랑천, 도심, 강남과 가까운 입지, 도시 계획과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와 산업 정책, 서울숲, 낡은 공장과 주택, 자본, 다양한 주민들, 문화예술가, 사회적 경제 조직, 지방정부, 정책가 등 문화적인 것, 물질적인 것, 정치적인 것, 경제적인 것, 생태적인 것”(p. 15)과 같이 매우 다양한 것들을 포괄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최병두(2017) 역시 이와 비슷하게 일자리 어셈블리지, 가정 어셈블리지, 국가 어셈블리지를 각각 분석하면서 이것들이 전통적인 이주 연구에서 중요시되던 이주 노동자, 정책, 고용주, 국가, 경제구조와 같은 것 뿐 아니라 생산설비, 생활수단, 여권 및 비자 등의 서류와 같은 것들 역시 뒤섞여서 작동하는 것으로 본 바 있다.

셋째, 어셈블리지의 구성요소들 간의 비위계적이고 평평한 특징 역시 여러 연구자들이 강조해 온 특징으로서, 어셈블리지의 구성 요소들 사이에 질적인 차이와 구분을 극복하는 것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이보아(2018)는 어셈블리지 “사유에서 모든 개체들은 같은 존재론적 위상을 가진다”(p. 96)고 보았으며, 비슷하게 최병두(2015) 역시 어셈블리지에는 어떤 층위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인간, 동물, 사물과 물체 등 모든 실체는 동일한 존재론적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이해된다”(p. 134)고 언급한다.5)김숙진(2015) 역시 동일한 부분을 인용하여 어셈블리지의 구성 요소들이 ‘평평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어셈블리지의 구성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위계적, 종속적인 것이 아니라 대등하고 병렬적인 것으로 보며, 이에 따라 앞에서 살펴보았던 구조적, 결정론적 접근에 대한 비판, 인간 너머의 요소들에 대한 강조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어셈블리지의 특성은 모두 다양한 구성 요소가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장소(또는 위상학적으로 근접하게)에 모였을 때 발생하는 것이므로 모여있는 상태 역시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강조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김숙진(2020), 최병두(2017)의 경험적인 연구 모두에서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모여서 함께 작동하는 것을 주목한다. 아무리 어셈블리지가 요소들 또는 행위자들의 자유로운 움직임(심지어는 어셈블리지 밖으로도 향하는), 관계맺기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일단 이것들이 모이지 않으면 어셈블리지 개념은 성립될 수 없다. 따라서, 무언가가 모인 것으로서의 어셈블리지는 연구자들에게 기본적인 어셈블리지의 특징으로 다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최병두는 어셈블리지를 기본적으로 네트워크 또는 결합체라고 보았으며, 김숙진(2020) 역시 어셈블리지를 “[다양한 것들이] 관계를 맺고 영역을 가로지르며 서로를 비켜가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며 재조합”(p. 16)되는 것으로 정의한다. 비슷하게 신진숙(2021)은 도시연구의 맥락에서 어셈블리지는 “도시를 만드는 물질적, 비물질적 조건들의 조합을 의미한다”(p. 70)고 보았다.

이와 같이 어셈블리지의 특정한 측면들을 강조하는 것이 그 외의 것들이 무시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이보아(2018)는 어셈블리지에 권력과 위계의 측면을 분명히 포함시키고 있으며, 최병두 역시 위의 각주에서 언급했듯이 Muller(2015)를 인용하여 어셈블리지가 평평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는 등 기존 연구에서도 어셈블리지의 위계, 범주, 차이, 경계와 같은 측면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숙진(2015)이 적절히 지적했듯이 이와 같은 측면들이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충분한 조명을 받았던 것은 아니며(p. 322), 특히 그것을 이론적으로 검토하는 연구는 특히 부족하다. 따라서, 나는 기존 연구에서 강조했던 어셈블리지의 측면들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와는 조금 다른 측면을 살펴봄으로써 어셈블리지의 개념적인 확장을 시도한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서론에서 살펴보았던 어셈블리지 연구의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보완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첫 단계로서 나는 다음 장에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용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아장스망(agencement) 상실의 문제를 논한다.

3. 번역에 따른 아장스망(agencement) 상실과 그 문제점

이번 장에서는 번역의 문제에서 발생한 아장스망(agencement) 상실 문제를 다루고 이것이 낳은 어셈블리지 개념에 대한 부분적 이해와 그에 따라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논한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어셈블리지에 하나의 특정한 이해가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개념이 가지는 추상적이면서도 다양한 특징으로 인해서 여러 연구자들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어셈블리지를 각각의 방식과 관심사에 따라서 서로 조금씩 다르게 이해하고 발전시켜왔고, 이에 대한 학자들 간의 논쟁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라투르는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자연 관계의 재설정 또는 물질론적 선회에 보다 더 집중하는 어셈블리지 개념을 발전시켰고(Latour, 2005), 데란다는 복잡계 이론에 기반해서 창발을 중시하고 부분-전체 관계에 보다 더 집중하는 어셈블리지(즉, ‘어셈블리지 2.0’)를 제안하기도 했다(DeLanda, 2006; 2016). 그리고 이러한 해석과 오늘날의 사용에 이의가 제기되기도 한다(예를 들어 Nail, 2017; Buchanan, 2015; Savage, 2020). 사실 이러한 개념적 변형과 발전은 어셈블리지 뿐 아니라 사회과학의 여러 이론의 사례에서도 자주 나타난다는 점에서 그 자체를 적절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후속작업들이 지속되다 보면 때때로 어느 순간 그 출발점이 잊혀지기도 하고 그 원래의 생각이 제공했던 이점을 상실하는 위험도 생기게 마련이다. Buchanan(2017)과 마찬가지로 나도 어셈블리지가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고, 이 시점에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어셈블리지에 대한 원래 생각들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미 몇몇 학자들이 지적했듯이 들뢰즈와 가타리가 우리가 오늘날 어셈블리지라고 부르는 것을 가리키는데 사용했던 원래의 단어는 프랑스어 아장스망(agencement)이고, 이것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 어셈블리지(assemblage)이다. Philips(2006)에 따르면 이 번역은 철학자 Paul Foss와 Paul Patton이 1981년 <천개의 고원> 서론인 “Rhizome”을 번역했을 때 처음 등장하는 것인데, 이후 1987년 출간된 <천개의 고원> 영문판에서 Brian Massumi가 이것을 그대로 사용하였고, 이 책이 널리 인용되면서 어셈블리지가 아장스망에 대한 영어 번역어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번역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아장스망과 어셈블리지가서로 다른 뜻을 가지기 때문에 이것이 들뢰즈와 가타리가 의도한 원래의 중요한 의미를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먼저 아장스망은 ‘배열(또는 배치)(arrangement)’, ‘구성’, ‘정리정돈’, ‘고정(fixing 또는 붙이기(affixing))’ 등의 의미를 가진다(Law, 2004). 보다 일상적으로는 건물 또는 상점 내의 설비나 시설, 기계의 부속품들을 의미할 수 있고, 동시에 그것들의 배치와 그것들을 설치 및 고정하는 행위를 의미할 수도 있다(Buchanan, 2017; Nail, 2017; Philips, 2006). 반면에 영어와 프랑스어 모두에 존재하는 어셈블리지(또는 아상블라주)는 영어로는 ‘사물 또는 사람의 집합체 또는 모음‘을 의미하며 프랑스어로도 비슷하게 ’연결, 모으기‘를 가리킨다.

이 둘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대한 차이를 갖는다. 먼저, 어셈블리지는 단순히 이런저런 것들이 모여 있는 것 이상을 가리키지 않는다. 즉, Nail(2017)이 이야기하듯이 이는 두 가지 이상의 것들이 특정한 원리 없이 모이는 것을 의미하므로 사물들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고 한데 모여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에 들뢰즈와 가타리가 원래 사용했던 아장스망이 갖는 ’배치, 구성, 정리정돈, 고정‘ 등은 무질서한 것과는 대조적인 상태를 가리킨다. 즉, 이는 단순히 사물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넘어서 그것들이 특정한 방식과 원리에 따라서 각각 특정한 곳에 배치하고 그것들 사이에 일정한 질서를 만드는 것 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셈블리지를 아장스망에 대한 번역어로 택하는 순간 이 개념적인 차이는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무작위의 사람들이 한 광장에서 매 순간마다 광장의 모습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광장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냥 광장을 지나갈 수도 있다. 이 모습들을 일정한 짧은 시간 또는 스냅샷과 같이 포착한 것 각각을 광장 어셈블리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여기에는 어떤 질서, 구조적, 위계적 힘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광장에서는 집회가 벌어질 수도 있고 특정한 목적을 가진 플래시 몹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집회와 플래시 몹에 사람들을 모이게 만든 배경이 있고(예를 들어, 정책에 대한 항의, 정체성의 표출, 예술 행위의 실천 등), 모임을 조직하고 주도하는 사람과 거기에 따라가는 사람과 같이 그 모임 내부에서도 역할의 구분, 위계, 중요성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집회를 통제하거나 심지어는 강제로 해산시키는 경찰과 공무원이 있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광장에는 경찰이 있을수도 있고 그들을 두려워하는 비정규 이민자들이 있을수도 있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이라면 광장의 밤은 여성이나 비주류 인종 및 민족의 사람들에게 위험한 곳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무언가를 한다면 비둘기들은 밀려나서 주변의 높은 건물로 피해야 한다. 이 아장스망은 위의 어셈블리지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무작위의 사람들과 그들의 관계에 주목하는 어셈블리지와 달리 아장스망은 그런 것들 뿐 아니라 사람들의 특정한 질서와 행동의 방식(집회, 통제, 해산), 지위와 역할(집회 조직 주도자와 단순 참여자, 경찰, 공무원), 정체성의 차이(여성, 비주류 인종 및 민족)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불균등한 권력, 나아가 인간과 비인간의 힘의 불균형(밀려난 비둘기)과 같은 것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어셈블리지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번역에서 발생한 아장스망의 상실은 여러 사회과학자들이 어셈블리지의 개념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는 지점과 연결될 수 있다(Buchanan, 2017; Grosz, 1994; Kinkaid, 2020; Muller, 2015; Nail, 2017; Savage, 2020; Sharp, 2021). 이는 두 가지 지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많은 어셈블리지 연구들이 우연성, 복잡성, 이질성, 평평함 등의 특징들을 강조함에 따라 보다 구조적이고 계층적으로 작동하는(또는 그렇게 보이는) 힘의 존재와 그 작용(예를 들어, 국가, 자본주의, 국제 관계, 잘 조직된 행정력과 그 실행, 법령(의 위계), 그리고 이념과 담론)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곤 한다(Buchanan, 2017; McCann and Ward, 2012; Savage, 2020).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어셈블리지 연구들은 적절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거나 이 질문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Buchanan(2017), Baker and McGuirk(2016) 가 이야기했듯이 들뢰즈와 가타리는 어셈블리지가 단일하거나 독보적인 논리를 갖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따라서, 어셈블리지가 다양성을 갖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그 어셈블리지가 반드시 아주 다양한 다중적인 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Anderson and McFarlane, 2011, 125도 볼 것). 여기에서 자세히 논하는 것은 본 논문의 범위를 넘지만,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스케일을 둘러싼 논쟁은 이 문제점의 중요한 한 갈래를 보여준다. 그 당시 요동치는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 지리학자들은 다양한 접근을 제공했는데, 이후의 어셈블리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스케일 없이 평평한 지리학을 해야한다는 주장(대표적으로 Marston et al., 2005)에 다양한 정도로 동의하지 않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접근이 공간상의 지배적인 권력 작동의 힘에 대한 질문에 명료하게 답하지 못함을 지적한 바 있다(Leitner and Miller, 2007; Samers, 2011; Brenner, 2004도 볼 것). 또한, 페미니즘의 영향을 받은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지적했듯이 어셈블리지 연구는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와 같은 사회적 카테고리”(Kinkaid, 2020, 459)와 그에 따른 불평등의 문제를 적절하게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Davies, 2012, 275도 볼 것). 비슷하게 이용균(2017) 역시 ”일부 관계적 사고의 주장과 달리, 경계(국가), 권력, 젠더, 종교, 인종“(126)이 중요한 힘을 가지므로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됨을 지적한 바 있다. 기계적인 동등의 또다른 파생으로서 어셈블리지 연구는 물질(또는 비인간)6)의 상당히 높은 수준의 행위력을 가정하며, 그럼으로써 인간과 비인간이 동등하다는 암시를 주기도 한다(Abrahamsson et al., 2015; 페미니즘 지정학의 맥락에서 이를 비판한 연구로서는 Sharp, 2021; Squire, 2015을 볼 것). 이는 물질의 행위력을 과장하고, 반대로 인간의 행위력, 사회적 범주, 담론, 상징 권력과 위계 같은 것들을 을 과소평가하여 우리가 관찰하고 포함되어 있는 세계에 대해 왜곡된 진술을 낳을 수도 있다(Muller, 2015, 36; Kinkaid, 2020).

둘째, 어셈블리지의 평평함, 복잡성, (구성 요소들의) 동일한 위상, 경계 없음 등을 강조하는 것은 지나치게 기술적(記述的)이거나 단조로운 글쓰기로 이어질 위험을 갖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어셈블리지가 그 내부의 구조, 위계와 같은 것을 상정하지 않음에 따라서 글쓰기가 경험적인 사례들의 병렬적인 연속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으며, 분석 대상을 특정한 기준에 따라서 한정짓는 것과 다소 거리를 둠에 따라서 지나치게 넓은 것들을 논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셈블리지에 주목했던 초기의 지리학자들부터 비교적 최근의 연구자들까지 이 우려를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예를 들어, Anderson and McFarlane(2011, 125)은 이러한 어셈블리지에 대한 접근으로 인해 이것이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하거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위험을 가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Allen(2011)은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나타나는 기술적인 글쓰기가 종종 ”얄팍“하고 ”끝없는 서술“(p. 154)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Wachsmuth et al.(2011, 742) 역시 어셈블리지가 적절한 정확성을 가지는데 실패해왔고, 그에 따라 크게 관련이 없는 것들까지 모두 포함시켜서 지나치게 확장적인 연구로 이어지는 경향을 경계했다(Kinkaid, 2020도 볼 것).

다시 강조하건대, 이러한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은 이전 장에서 살펴보았던 어셈블리지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의 중요성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러한 이해에 동의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번역의 문제와 거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덜 주목받았던 또다른 측면을 다시 살펴보는 것 역시 필요하다. 다음 장에서 살펴볼 어셈블리지의 구조와 유형은 잃어버렸던 아장스망을 재조명하는 유용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4. 보다 체계적인 어셈블리지: 어셈블리지의 구조와 유형 그리고 장치

어셈블리지가 잘 정립된 이론이라기 보다는 느슨하고 경험적인 묘사의 도구에 더 가깝다는 주장(예를 들어, DeLanda, 2006; Muller, 2015)와 달리 Nail(2017)에 따르면 어셈블리지는 이론으로서 그 내부에 일종의 구조와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어셈블리지를 구성하는 것, 어셈블리지의 종류를 밝힌 바가 있다는 데에서 확인할 수 있고, 본 논문에서 나는 이를 논하여 어셈블리지 역시 체계적인 개념으로서 단순히 질서나 계층 없이 모인 무언가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더불어, 푸코의 장치 개념과 어셈블리지의 유사점 및 차이점을 살펴봄으로써 이것이 그동안 잘 조명되지 않았던 어셈블리지의 ‘질서정연한’ 특징을 강조하여 어셈블리지 개념의 균형을 맞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제안하도록 한다.

1) 어셈블리지의 체계와 유형

이동에 대해 주로 작업해 온 철학자 Nail의 2017년 논문 ”What is an assemblage?“는 그가 이야기하듯이 들뢰즈와 가타리의 어셈블리지 그 자체에만 집중한 유일한 (또는 몇 안되는) 정규논문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그는 ”어셈블리지로 되돌아가서“(Buchanan, 2017, 463) 그것을 분석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그가 ”어셈블리지는 단순히 이질적인 요소들 간의 혼합이 ‘아니“라고 단언하고, 모든 어셈블리지는 그가 ”어셈블리지의 기본 구조“(Nail, 2017, 24)라고 부른 세 가지 특징을 공유하는 것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는 조건(conditions), 구성 요소(elements), 중개자(agents)로,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를 각각 추상 기계(abstract machine), 구체적 어셈블리지(concrete assemblage), 그리고 페르소나(personae)라고 불렀다. 본 논문에서는 Nail의 표현이 보다 더 직관적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아서 그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먼저 조건은 어떤 어셈블리지가 그 어셈블리지이게 하는 것으로서, 구성 요소들을 한데 모으고 그 구성 요소들이 특정한 배치를 갖도록 만드는 관계 자체를 의미한다. 이는 특정한 사물에 대한 원리, 논리와 같은 것이므로 (구성 요소와 달리) 추상적이고, 이 관계가 구성 요소들에 내재된 속성이 발현되어 나타나는 관계가 아니고 구성 요소들이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기계적인(유기체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라는 점(관계의 외재성)에서 ‘(추상) 기계’이다. 이와 같은 특징에 따라 조건은 종속적인 구조-행위자의 관계와 달리 구성 요소들을 배치하는 것 이상의 것이 아니며, 그 구성 요소들을 의미하거나(signify) 나타내고 대표하지(represent)하지 않는다. 또한, 조건은 구성 요소들의 일시적이고 고유한 하나의 모임과 그 배열을 가리키는 것이므로 일반명사(혁명, 정치인, 과학자와 같은)라기 보다는 고유명사(1968년 5월, 레닌, 아인슈타인 또는 군사작전이나 태풍의 이름처럼 한번 사용하고 마는 명사들, Nail, 2017, 25; Deleuze and Guattari, 1987, 264, 511)에 더 가까운 것이다(Nail, 2017). Nail은 조건의 예로 별자리를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별자리는 하나의 계(系, 예를 들어, 태양계나 은하계)와는 달리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들을 특정한 배치(처럼 보이는 것으)로 묶어서 관계를 부여하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가령, 큰곰자리를 구성하는 북두칠성과 몇몇 별들(즉, 구성 요소) 자체의 속성은 큰곰자리라고 하는 관계(즉, 조건)와 무관하며, 만약 큰곰자리라고 하는 조건이 없다면 이 별들은 단지 하늘에 떠있는 무관하고 이질적이고 서로 멀리 떨어진 천체들일 뿐이다.

둘째, 이미 조건 부분에서 암시되었지만 모든 어셈블리지는 구성 요소를 갖는다. 이는 말 그대로 한 어셈블리지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요소로서(큰곰자리의 북두칠성과 다른 별들), 조건에 의해서 기계적으로 배치된다(Deleuze and Guattari, 1994, 36). 동시에 이 구성 요소들의 배치 또는 관계(별자리에서의 곰처럼 보이는 모양)는 조건을 구성하기도 한다. 따라서, 조건과 구성 요소는 서로 미리 결정하지 않고 서로를 형성하며,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를 상호적응(coadaptations)(Deleuze and Guattari, 1987, 71)또는 상호적 presupposition이라고 불렀다(Deleuze and Guattari, 1994). 조건과 구성 요소간의 이러한 상호 구성적 관계로 인해서 어셈블리지는 어떤 선험적인 본질을 가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셋째, 모든 어셈블리지는 구성 요소들을 조건에 맞게 서로를 연결하고 중개하는 에이전트를 갖는다. 한 어셈블리지에서의 에이전트는 구성 요소를 조건에 따라서 움직이면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그 어셈블리지의 안에 들어있다. 하지만 이 연결 작업이 그 어셈블리지가 에이전트에서 기원된다거나 에이전트에 의해서 설계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역시 조건과 구성 요소 사이의 상호구성적인 관계와 더불어 서로를 구성한다(Deleuze and Guattari, 1994, 75). 별자리의 사례를 이어서 생각해보면, 별들을 잇는 (가상의)선, 그리고 관측할 때 그 선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인간의 오래된 문화적 상상을 에이전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셈블리지가 일종의 분석적 체계를 그 안에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른 많은 사회이론과 비슷하게 그 체계를 경험적 연구에서 일종의 분석적 가이드라인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어떤 어셈블리지의 사례를 경험적으로 분석할 때, 그것을 하나의 어셈블리지로 만드는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조건과 상호작용하면서 어셈블리지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인지, 또, 그것들을 연결하는 에이전트는 어떤 것인지를 나누어서 각각 서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서론에서 언급했던 어셈블리지 연구의 글쓰기 방식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지나친 기술적인 또는 단조로운 서술을 피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큰곰자리 어셈블리지는 큰곰이라는 형태 또는 관계, 북두칠성과 다른 몇몇 별들, 그것을 연결하는 가상의 선과 인간의 문화적 상상과 같은 것들이 한데 모이고 뒤섞여서 우연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보다, ”큰곰자리 어셈블리지는 북두칠성과 다른 몇몇 별을 기본적인 구성 요소로 가진다. 이 구성 요소들은 큰곰이라는 형태 또는 관계를 통해 하나의 어셈블리지로 존재하며, 그것은 가상의 선과 인간의 문화적 상상을 통해서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과 그 관계를 합쳐서 큰곰자리 어셈블리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라고 서술하는 것이 보다 더 명료하고 분석적이다.

하지만 어셈블리지가 보다 성숙하고 체계적인 이론으로서 분석적 체계를 갖는다는 것은 위에서 살펴보았던 어셈블리지에 대한 기존의 접근이 갖는 문제점에 대해 부분적인 대답을 제공할 뿐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문제점의 근본적인 원인이자 지금까지 강조되어왔던 ‘평평한’ 어셈블리지 외에 그렇지 않은 어셈블리지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기존의 어셈블리지가 잘 다루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비판받는 부분들(예를 들어,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체성의 차이, 권력의 불균형, 단절과 경계)과 접점을 가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Nail(2017)에 따르면 들뢰즈와 가타리는 어셈블리지를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도 권력과 정치가 어디에나 있다는 푸코의 영향을 받아서) 각각의 어셈블리지를 정치적인 것이라고 보아서 어셈블리지가 마냥 평평하고 무질서한 것에 대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여기서는 이 네 가지 중 위계나 계층, 경계 또는 구조적인 힘의 작동과 밀접하게 관련된 세 가지 유형7)을 살펴본다. 첫째, 영역적(territorial) 어셈블리지는 말 그대로 (특정)영역, 장소, 공간에서의 어셈블리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집은 방이 갖는 목적에 따라서, 길들은 도시의 질서에 따라서, 공장은 그 안에서 수행되는 작업과 작동의 특징에 따라서”(Deleuze and Guattari, 1987, 208, 저자가 강조 추가) 나뉘어진다. 그리고 이렇게 나뉘어진 각각의 공간들에는 거기에 해당되는 규범8)(또는 조건)이 있어서, 모든 구성 요소는 지정된 장소를 가지고 따라서 에이전트는 그 각각의 위치에 맞게 구성 요소들을 연결한다(예를 들어, 학교에서의 규범, 직장에서의 규범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구성 요소들이 각각의 위치, 직급과 같은 것들을 갖게 되고 그 위치, 직급 간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한 영역적 어셈블리지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영역적 어셈블리지가 시작된다(예를 들어 직장에서 흔히 하는 “여기 학교 아니다”와 같은 말을 생각해 볼 것, Deleuze and Guattari, 1987, 209). 그리고 이러한 규범 역시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지만(Nail, 2017, 29-30), 내가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단절의 규범이다. 이는 영역적 어셈블리지들을 구분하고 단절을 만드는 것으로서, “도시의 경계, 친족 관계에서의 금지, 인종적, 종족적, 젠더 정체성에서의 경계” (Nail, 2017, 29)와 같은 것을 의미한다.

둘째, 국가(state) 어셈블리지는 구성 요소들과 에이전시를 통합하거나 전체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어셈블리지이다. 영역적 어셈블리지와 비슷하게 국가 어셈블리지도 다른 어셈블리지와의 연결을 거부하거나 적어도 억제하고 통제하는 경향을 보이며, “매우 다양한 질서, 지리적, 종족적, 언어적, 도덕적, 경제적, 기술적으로 특정한 것들을 ... 한데 모아서 하나의 지점을 만든다”. 따라서 국가 어셈블리지는 “계층화에 의해서 작동하며 ... 이는 수직적이고 위계화집합체를 만들며, 반드시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를 단절시킨다. [그리고] 이는 그러한 관계들을 억제하고, 속도를 늦추거나 그것을 통제한다”(Deleuze and Guattari, 1987, 433; 저자가 강조 추가). 따라서 국가 어셈블리지에서 조건은 그 자체를 어셈블리지에서 단절시키고 구성 요소와 에이전트에 대해서 위계적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시도한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이를 “국가 과잉규범화overcoding”라고 불렀으며, 국가 어셈블리지는 “모든 반경을 감시하면서 수직적이고도 불필요한 중심”(Nail, 2017, 31)을 갖는다고 보았다.

셋째, 자본주의적(capitalist) 어셈블리지는 (국가 어셈블리지와 대조적으로) 구성 요소들을 양적인 것으로 환원하여 수량화 한다는 점에서 모든 구성 요소들을 동등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것을 널리 퍼뜨리고 순환시키는 배열 방식을 갖는다. 따라서, 이는 구성 요소들을 포획해서 가급적 한군데로 모으고 그것들을 (과잉)규범화하는 국가 어셈블리지와 대조적인 특징을 갖는다. Nail(2017)에 따르면 자본주의 어셈블리지는 자본주의 어셈블리지는 “사회적 삶, 자유 무역, 광고, 노동과 자본을 자유롭게 하는 것, 그리고 제국주의의 모든 측면들을 사유화(또는 민영화) 하는 것을 통해 질적인 관계를 없애고(decode) ...” 그것들을 “시장의 생산물로 만든다(axiomatizes)”(p. 32).

이와 같은 어셈블리지의 여러 유형, 즉,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어셈블리지들은 위계와 경계를 허물고 복잡하게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위계와 경계를 (다시)만들고 단순한 운영 원리를 갖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이 각각의 것들은 어셈블리지에 대한 지금까지의 접근법이 비교적 덜 주목해왔던 사회경제적 불평등, 정체성의 차이, 권력의 불균형, 단절과 경계와 같은 것들과 어셈블리지를 연결해 주는 지점이 된다. 예를 들어, 영역 어셈블리지는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공간적 영역의 단절과 경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정체성 및 집단의 차이와 거기에서 발생하는 규범의 문제, 차별의 문제 등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다. 국가 어셈블리지와 자본주의 어셈블리지에 대한 부분에서도 어셈블리지가 국가 권력의 불균등한 작동, 자본주의의 수량화와 파편화, 세계화의 문제 등에 대한 논의와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어셈블리지의 이와 같은 또다른 면모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고 아직 익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분명한 정의를 가지면서도 어셈블리지와 뚜렷한 유사성을 가지는 푸코의 장치(apparatus/dispositif) 개념을 추가적으로 살펴본다.

2) 장치의 개념과 질서정연한 어셈블리지와의 접점

장치에 대한 푸코의 생각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자주 인용되는 것은 1980년 출간된 인터뷰 및 기타 에세이 모음집에서의 정의이다. 그는 이를 “철저하게 이질적인 앙상블”로서 “담론, 제도, 건축 형태, 규제적 결정, 법(률), 행정적 수단들, 과학적 진술, 철학적, 도덕적, 박애주의적 문제 [등]”의 “말해지는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9)으로 이루어지고 이것들간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시스템으로 정의한다(Foucault, 1980, 194).10) 장치를 처음으로 이야기했던 <성의 역사 1>에서도 그는 섹슈얼리티의 장치에 대해 논하면서 이를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요소들, 힘들, 실천과 담론들, 권력과 지식의 배열(configuratioon) 또는 배치(arrangement)”(Bussolini, 2010, 86)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장치 개념이 갖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그것을 짧게 논한 들뢰즈 역시 이를 이질적인 것들이 혼합되고 다양한 특징을 갖는 것으로 보았다(Deleuze, 1992). 여기까지 보았을 때 장치는 어셈블리지와 매우 유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여러 학자들은 어셈블리지와 장치를 밀접하게 연결시키거나 심지어는 상호 교환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Legg, 2011; Li, 2007; McGowran and Donovan, 2021; Ploger, 2008).

하지만, 장치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에도 어셈블리지에서 했던 것과 비슷하게 단순한 이질성과 복잡성 너머의 것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푸코는 위의 인터뷰에서 장치가 “특정한 역사적 순간의 긴급한 요구, ... 예를 들어, 중상주의 경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유랑하는 인구의 동화 ... 광기, 정신병에 대한 통제 ... 에 대응하는 기능”을 가진다고 보았으며, 따라서 이는 “하나의 주요하고 ... 지배적이고 전략적인 기능을 ... 갖는 포메이션”으로 정의된다(Foucault, 1980, 195; 저자가 강조 추가). 이 장치의 개념은 푸코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예를 들어, <성의 역사 1>에서 그는 성과 관련된 일련의 요소들을 인구를 대상으로 촉진시키는 새로운(하지만 이전과 단절적이지는 않은) 권력 작동 방식을 묘사하고 또 방법론적으로 그것을 추적하기 위한 개념적 장치로서 장치를 사용하였다.11) 즉, “신체들을 번성시키고 ... 만들고, 점점 더 세부적인 방식으로 관통하며, 보다 포괄적인 방식으로 인구를 통제”(Foucault, 1987, 107)하는 일련의 것들을 장치로 보았으며, 이 각각의 작동들을 추적하다보면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근대의 권력 작동방식이라는 접근법을 택했다. 장치는 이후의 작업인 <안전, 영토, 인구>에서 도시계획, 전염병, 식량위기의 문제와 교역 등의 근대의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공간 구획, 정보의 구득 및 확산, 상품의 유포 등등의 다양한 실천과 담론을 포함하는 안전장치와 통치(성)의 문제로 확장되며, 나아가 국가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으로 이어진다(임동근, 2012; Deleuze, 1992; Foucault, 2007; Legg, 2011; Ploger, 2008).12) 푸코의 작업에서 장치가 갖는 중요성을 인식한 다른 연구자들도 이를 비슷하게 정의한다. 예를 들어 Agamben(2009)은 장치가 “포획하고, 지향하고, 결정하고, 가로막고, 모델을 만들고, 통제하고, 또는 안정적으로 만드는 능력”을 강조한다고 주장했다(14). 이와 같이 조금 더 일방적인 형태로 통일성을 지향하고 특정한 방향과 경계를 긋는 특성은 위에서 살펴본 어셈블리지의 양면적인 모습과 상당히 유사해 보인다. 그러므로, 어셈블리지와 장치는 이 부분에서도 깊게 공유되는 지점을 가져서 이 둘은 모두 관계성, 다중성, 유동성과 같은 특징 뿐 아니라 동시에 통치하고, 위계를 만들고, 회로를 만드는 이중적인 모습을 갖는다. 그러므로 어셈블리지와 장치를 서로의 부분이 되는 변증적인 것으로 보았던 Legg(2011)의 주장은 적절하다. 즉, 장치는 어셈블리지의 한 유형이지만, 보다 (재)영역화하고, 선을 긋고 스케일을 만들고 통치하는 것을 조금 더 강조하며(Ibid.: 131), 그 강조점은 근대 (자본주의) 국가의 성립과 그 권력의 (공간적) 작동, 통치의 문제와 같은 것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어셈블리지의 여러 유형들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어셈블리지는 이질적인 것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간에 상호작용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창발적인 관계이지만, 그 모임과 관계가 꼭 무질서적이고 위계와 경계가 없거나 동등한 관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아장스망이 번역 과정에서 탈락됨에 따라 지금까지 비교적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어셈블리지가 갖는 구조와 다양한 유형은 어셈블리지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킨다. 어셈블리지의 구조는 이것이 단순히 이질적인 요소들 간의 혼합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과 나아가 보다 체계적인 어셈블리지에 대한 글쓰기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또한, 어셈블리지의 다양한 유형은 어셈블리지가 비위계적이고 평평한 것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 푸코의 장치는 어셈블리지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도 이러한 어셈블리지의 잘 부각되지 않았던 측면을 개념적으로 보충해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바라볼 수 있다. 다만, 여기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어셈블리지의 이러한 다양한 측면이 이분법적으로 서로 대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계적 관계와 비위계적 관계는 그 사이에 어떤 뚜렷한 경계가 있어서 아주 분명하게 대비된다기보다 ‘다른 것에 비해서 더 위계적인 관계(또 그 반대)’와 같이 정도의 차이, 상대적인 측면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어셈블리지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단순히 모순을 끌어안는 것은 아니다.

5. 보더(border), 국가와 어셈블리지의 만남

이 장에서는 지금까지 살펴본 어셈블리지의 복합적인 특성을 잘 보여주는 지리학 연구의 중요한 사례로서 이민 문제를 중심으로 보더(또는 경계)와 국가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한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오늘날의 보더와 국가는 보다 더 평평하고 유동적이며 비위계적이고 관계적인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동시에 여전히 경계를 긋고 사람과 사물을 구분하며 권력을 위계적이고 독점적으로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실제로 몇몇 연구들은 어셈블리지 개념 또는 장치, 행위자 네트워크와 같이 유사한 개념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1) 보더와 영역적 어셈블리지

먼저 보더는 정치지리학, 문화지리학, 사회지리학 등에서 오랫동안 연구주제로 삼아왔던 것이다. 특히 마찬가지로 여러 지리학 분야의 오랜 연구 주제였던 (국제) 이민의 문제와 결합해서 최근의 연구들은 보더의 변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 오랫동안 경계는 국가의 주권이 영향을 미치는 한계선이자 국민들이 삶을 영위하는 영토의 최외곽선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지속되는 세계화의 한 갈래로서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국제 이민의 양적 증가와 질적 다양화는 그 개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예를 들어, 이민자에 대한 영토 안팎에서의 작동은 이것이 하나의 선이 아니라 일종의 유동적인 사회-공간 혼합물로서 보더와 영토가 상당히 겹치는 것(심지어는 동일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음을 가리킨다. 더불어, 이처럼 다양한 위치에서 작동하기 위해서 보더는 기존의 국경을 구성하는 물질과 비물질을 넘어서 제도, 기술, 시설 등이 한데 모여서 작동하는 것으로 재구성된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보더와 영토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어셈블리지로서 이질적인 것들의 복잡한 조합으로 이해될 수 있다(박위준, 2023).

이를 바탕으로 보더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은 어셈블리지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나는 이 ‘보더 어셈블리지’가 앞에서 살펴본 영역적 어셈블리지를 잘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지리학자들과 보더 연구자들이 보더에 대해서 공유하는 핵심적인 이해는 보더가 어떤 이민자들은 오갈 수 있게 하고 다른 어떤 이민자들은 멈춰 세워서 돌려보내거나 심지어는 주저앉혀서 더 이상 이동하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의 보더는 컴퓨터의 방화벽과 같이 흐름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그 흐름을 단절시키는 복합적인 것으로 이해된다(Rumford, 2008). 나는 위에서 영역 어셈블리지에 대해서 설명할 때 이것이 갖는 선 긋기와 위계 만들기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서 단절의 기능만을 언급하였지만, 사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영역 어셈블리지의 작동 방식13)을 세 가지로 이야기했고(Deleuze and Guattari, 1983, 247), 여기에서는 단절과 더불어 연결(connection)도 중요하다.14) 연결은 영역을 오가는 흐름들을 선택하여 한 영역적 어셈블리지로 통과하고 순환하게 만드는 것이고, 단절은 그 순환의 일부를 차단하여 특정한 흐름을 어셈블리지로부터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15)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역적 어셈블리지의 복잡한 작동 방식은 바로 위에서 살펴본 오늘날의 보더에 대한 학자들의 핵심 이해와 뚜렷하게 겹치는 부분이다. 즉, 이민자들(흐름)이 한 국가(영역A)를 떠나서(그 국가의 코드를 벗어나서) 다른 국가(영역B)에 진입할 때(새 국가의 코드로 편입되는) 도착한 국가의 보더는 일종의 대조작업을 통해 스스로의 규범(즉, 그 나라가 이민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준)을 근거로 특정한 이민자들(이주 노동자, 고학력 및 부자 이민자 등)은 받아들여서 영토 깊숙한 곳으로 순환될 수 있게 하고 다른 이민자들(난민, 비정규 이민자 등)은 차단시키는 선별작업을 거치는데, 이를 영역적 어셈블리지의 한 유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오늘날의 보더 연구가 이미 어셈블리지 연구라고 볼 수 있다고(또 반대로 어셈블리지에 보더(와 영토)의 개념이 강하게 들어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9·11이후 있었던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점진적인 변화를 “통과가능한 지리경제적(geoeconomical) 국경이 새롭고 딱딱해지고 엄격해진 지리정치적(geopolitical)국경으로 대체되었다고 독해”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는 미국의 지리정치적, 지리경제적 목적 모두에 봉사하는 ‘안보/경제 넥서스’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Coleman(2005)의 고전적 연구와 그 이후의 보더 연구들(일부 사례로 Burrell and Schweyher, 2021; Yuval-Davis et al., 2018), 그리고 또다른 고전적 연구로서 자유주의 이민 국가가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이민에 대한 진퇴양난의 상황과 그것의 돌파를 다룬 Hollifield (2004)의 이민 국가 개념과 후속 연구들은(Adamson and Tsourapas, 2020; Consterdine, 2017; Hampshire, 2013) ‘보더 어셈블리지’의 중요한 사례들들을 발굴해왔다. 나아가 보다 최근의 연구들은 보더를 어셈블리지 그 자체로 보거나 어셈블리지와 유사한 접근법을 보다 직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Wiertz(2020)는 기존 이민 연구에서 강조해왔던 이분법적인 생명정치의 접근법이 적절하지 않음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어셈블리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였으며, 어셈블리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Wiertz와 비슷하게 Aradau and Tazzioli(2019)역시 (아감벤식의) 생명정치 개념의 이분법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 것을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것으로 바꿀 것을 강조한다(Minca et al., 2022도 볼 것)

2) 국가와 국가 어셈블리지

국가 어셈블리지 역시 어셈블리지의 양면적인 특성에 대한 중요한 연구 주제일 수 있다. 국내 지리학계에서는 국가가 비교적 중요한 연구 주제로 여겨지지 않아서, Bob Jessop의 전략관계적 국가론에 대한 논의(예를 들어 김준수 등, 2022; 황진태・박배균, 2013)를 제외하면 국가 자체를 주목한 연구는 많이 발견되지 않는다(예외로서 고태경, 1994). 하지만, 여러 지리학자들은 국가에 대해서 다양한 생각들을 발전시켜왔다. 예를 들어, 페미니즘 지리학자와 지정학자들은 높은 곳에서 권력을 작동시키는 유일한 행위자로서의 국가를 상정하는 오랜 사회과학 전반의 전통에 도전하여 보다 일상적인 것들에 주목할 것을 주장하면서 이런 것들이 국가를 상향식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Fluri, 2011; Gokariksel and Secor, 2020; Hyndman, 2004; Sharp, 2000, 2021). 이와 별개로 푸코의 관점 역시 지리학 내외의 학자들이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미시 권력에 대한 주목, 권력이 한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국가가 중요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권력 작동의 효과(즉,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라는 푸코의 아이디어는 제솝의 국가론에 많은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Jessop, 2007) 그 외에도 여러 사회과학 분야의 국가론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었다(Das and Poole, 2004; Gupta, 1995; Mitchell, 1991; Painter, 2006; Passoth and Rowland, 2010).

이상의 연구들을 통해서 연구자들 사이에 대략적으로 합의된 오늘날의 국가 개념은 다소 애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복잡한 것이다. 국가는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같이 하나의 유기체적인 덩어리로서 권력을 손에 쥐고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것(고전주의적 이해) 또는 자본가의 도구 중 하나로서 필연적으로 자본 축적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마르크스주의적 이해), 여러 부분으로 분해되어 있는 파편이 얽혀 있는 것으로서, 그 파편들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비국가 행위자와의 경계도 애매해져서 항상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일관되게 행동한다고는 볼 수 없는 무언가이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어셈블리지와 아주 비슷한 모습이며, 실제로 최근 연구들은 국가(나 다른 정치체와 권력의 작동)를 어셈블리지, 장치, 통치성, 행위자 네트워크와 같은 개념들로 개념화하고 있다(예를 들어 Passoth and Rowland, 2010; Sawyer, 2015; Weirtz, 2020). 보더 연구와 관련해서 몇몇 연구자들은 검문소, 말단 행정 직원, 이민관련 대행 업체, 지역 사회, 시민 단체,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고용주 등과 같이 국가의 말단 부위 또는 국가와 사회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는 행위자들이 뒤섞이는 양상을 관찰하고, 이민자와 다른 사회적 행위자들이 국가의 전통적인 영역 너머에서 자신들의 권리와 지위를 확보하고 요구하거나, 또는 적어도 국가의 일방적 권력 행사를 어지럽힘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영역이 흐려지고 국가와 이민자가 서로를 구성함을 보여왔다(Cabot, 2012; Eule, 2018; Eule et al., 2018; Mountz, 2004). 또한, 이 연구들도 대략적으로 국가와 사회 사이의 공간에 위치한 이 조합을 어셈블리지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라투르의 association 개념(Latour, 2005)과 연결시키기도 한다(Hull, 2012).

하지만, 보더의 사례와 비슷하게 ‘국가 어셈블리지’ 역시 그 한쪽 측면만 강조되어서는 곤란하다. 오늘날 국가가 보다 다양한 사회의 행위자들과 뒤섞인다 하더라도 여전히 국가는 일관되고 위계적인 힘을 영토 안팎과 거기의 사람들에게 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기 때문이다. 오히려 행정력, 기술의 발달 등으로 오늘날의 국가는 그 어떤 때보다도 강할 뿐 아니라 세부적인 영역에까지 힘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Mann, 1984). 예를 들어, 여러 연구자들은 모빌리티에 대한 국가 개입의 양상을 조사해왔고, 이들에 따르면 인간의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만들고 경계를 허무는 세계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여전히 그 이동에 대해서 독보적인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존재로 남아있다. 가령, 신분증과 문서는 이민자가 그 힘을 키울 수 있는 매개물이기도 하지만 국가가 행정력과 과학기술을 통해서 이민자들을 철저하게 읽고 관리하는 핵심 기술로도 작용한다(Amoore, 2006; Burrell and Schwehyer, 2021; Pollozek and Passoth, 2019). 또한, 이민 산업 또는 이민 인프라스트럭처 연구들이 이야기하듯이 중개인의 역할이 국제 이민에서 중요한 것은 맞지만(Gammeltoft-Hansen and Sørensen (eds.), 2013; Goh et al., 2017; Lindquist et al., 2012; Rodriguez, 2010 등), 국가도 여전히 중요하며, 그들의 주장처럼 비국가 행위자의 주도적인 역할이 보편적16) 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Park, 2023, under review). 다른 한편으로 난민이나 비정규 이민자에 대한 국가와 다양한 레벨에서의 정치체들이 가하는 폭력(물리적인 폭력, 구금, 추방, 감시 등, Hiemstra and Conlon, 2017; Hughes and Martin, 2022; Nethery, 2021; Tazzioli and De Genova, 2020; Topak, 2014)의 사례는 국가를 단순히 느슨하고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으로 보는 관점에 제동을 건다.

지금까지의 논의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보더와 마찬가지로 어셈블리지가 갖는 복합적인 특성은 오늘날의 국가를 잘 설명해준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국가는 여러 부처들, 기관들, 그리고 심지어는 개별 공무원들의 재량에 따라서 그 내부에서 충돌하고, 밖으로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목표를 갖는 사회적 행위자들과의 상호작용으로서 일관된 하나의 덩어리 또는 완벽하게 위계잡힌 정치체로 반드시 작동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맞지만, 그것이 국가가 사회의 영역으로 용해되어 버린다거나 그것이 갖는 특정한 의도나 목표를 추구할 힘을 크게 상실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 특징은 공존하는 것으로서 스펙트럼과 같이 각각의 상황과 시점마다 상이한 비율로 국가를 특징짓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은 이와 같이 보더와 국가가 모두 복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깊게 관련된 또다른 어셈블리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암시되었듯이 이민을 추동하는 요인 중 하나로서 (인구 구조 변화와 관련된) 자유시장적 경제 원리와 자본주의의 작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예를 들어, 이주 노동자라면 임금 격차, 노동시장의 불균형 등). 이 자본주의 어셈블리지는 보더 어셈블리지와 결합해서 이주자가 국경을 넘어 다른 영토로 들어올 수 있게하여 어셈블리지의 연결의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또다른 어셈블리지로 작동한다. 반면에 시민적 민족주의(또는 국가 공동체 의식), 정당, 정치적 지형, 외화 벌이의 필요성, 경제 발전 단계 등의 내부 요인, 극우주의와 같은 특정한 이데올로기와 담론의 유행과 같은 것들은 이 어셈블리지가 단절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할 수 있고(Consterdine, 2017; Hampshire, 2013; Hollifield, 2004), 이를 정치사회 어셈블리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각각의 어셈블리지의 구성들, 그리고 우리는 그 조합들의 비율과 경우의 수에 따라서 보더를 조금 더 개방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또 그 반대로 움직이기도 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각각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이민 국가의 다양성에 대한 연구로서 Adamson and Tsourapas, 2020; Sadiq and Tsourapas, 2021).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자본주의 어셈블리지와 정치사회 어셈블리지를 보더를 조절하는 일종의 상위의 구조와 같은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셈블리지 내부에 그리고 어셈블리지들 간에 기본적으로 종속적, 지배의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여기서 적절하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어셈블리지는 그 자체로서는 이동과 장소의 연결을 만들어내지 않으며, 이것이 보더 어셈블리지와 결합했을 때 사람들을 이동시키고 들여보내고 정착하고 일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이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각각의 어셈블리지는 병렬적으로 접속해서 함께 특정한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6. 결론

본 연구는 어셈블리지 개념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기 위해서 어셈블리지가 이질성, 복잡성, 경계 없음과 같은 특징 뿐 아니라 단순함, 경계, 일방적 힘과 같이 비교적 주목받지 못했던 특징도 함께 가짐을 주장했다. 먼저 번역의 문제에서 발생한 아장스망의 상실은 어셈블리지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를 강화시켜 왔다는 점에 주목해서 이질적인 것들의 모임 이상을 의미하는 아장스망이 보다 더 강조되어야 함을 보였다. 아장스망을 주목하는 것은 어셈블리지 연구에 두 가지 이점을 제공해준다. 하나는 이것이 어셈블리지 역시 그 체계와 분석적 틀(조건, 구성 요소, 에이전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나타나곤 하는 지나치게 기술적이고 분석적이지 못한 서술을 보완해 줄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와 관련해서 이것이 어셈블리지 연구에서 종종 생략되는 보다 위계적이고 구조적인 힘(영역, 국가, 자본주의)을 어셈블리지에 연결시키는 지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셈블리지의 복합적 특징을 바탕으로 나는 오늘날의 보더, 국가에 대한 연구들이 영역적 어셈블리지, 국가 어셈블리지와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보더에 대한 최근의 연구들은 이것이 영역적 어셈블리지와 같이 이민의 흐름을 연결하면서 동시에 단절시키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임을 보여주며, 마찬가지로 국가에 대한 연구들도 이것이 어셈블리지로서 느슨한 행위자, 기관, 법령, 부처 등의 조합인 동시에 어떤 때에는 하나의 덩어리와 같이 일관된 명령과 권력을 작동시킬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복합적인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만드는 조합의 다른 반쪽으로서 자본주의, 정치사회적 요인과 같은 또다른 거시적 요인들 역시 어셈블리지와 병렬적으로 접합될 수 있음을 간단히 살펴보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셈블리지는 단순한 학술적 유행이 아니고 또 거기에 그쳐서도 안된다. 나는 이것이 강조하는 비본질성, 우연성, 창발, 위계 없음, 스케일의 약화, 뒤섞임, (물질과 인간의)혼종과 같은 개념들이 오늘날의 세계와 가까운 미래를 설명하는데에 필수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살펴본 보더, 국가, 이민 뿐 아니라, 예를 들면, 인공 지능의 사용과 가상 공간의 영향력 증가, 지속되고 있는 세계화와 신냉전 및 전쟁의 공존이 만들어 내는 긴장, 기후변화에 따른 지리정치적, 지리경제적 변화, 인간과 기계의 결합, COVID-19 이후로 지속되는 도시의 변화와 플랫폼으로서의 도시 공간 등과 같이 지리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주제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셈블리지 개념과 그 접근이 제공하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어셈블리지는 애매하고 연구자들의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개념으로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며, 이것이 대답하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많은 추상적인 개념이 그렇듯이 어셈블리지가 보다 명료하고 생산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연구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이론적 정련, 경험적 보강이 수반되어야 한다. 나는 본 연구가 그 과정의 한 부분에 위치되어 어셈블리지 연구라는 어셈블리지의 한 구성 요소 또는 에이전트로서 기여하기를 희망한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을 검토하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1] 1) 이를 아상블라주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 이는 assemblage가 국내 사회과학계에 도입되기 전부터 미술 기법을 가리키는 프랑스어 assemblage를 아상블라주로 불렀다는 점과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이 개념을 제안했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학 관련 학술지에서 이 용어가 가장 먼저 발견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2010)에서도 이를 아상블라주라고 부른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이를 어셈블리지로 통일하여 부르도록 한다.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논하겠지만, assemblage는 영어 번역어로서, 이것에 대응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프랑스어 원전에서의 단어는 agencement(아장스망)이다. 따라서, assemblage를 아상블라주로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명화(2023) 역시 같은 이유로 assemblage를 아상블라주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2] 2) 예를 들어 행위자-네트워크, 신물질론(New materialism), 위상적 접근(topology)과 평평한 존재론(flat ontology), 장치(apparatus) 및 통치성 등

[3] 3) 박명화(2023)도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agencement을 배치로 번역한 바 있다. 이것이 적절한 지적이지만, 박명화 스스로도 지적하듯이 agencement은 보다 다양한 뜻을 가지고, 번역어의 문제는 학계에서의 보다 많은 합의가 있어야 하는 문제이므로 일단 본 연구에서는 이를 원어의 발음을 그대로 사용하여 부른다.

[4] 4) 용어로서의 보더와 경계에 대해서는 박위준(2023)을 참고할 것.

[5] 5) 물론 최병두는 이어서 Muller(2015)를 인용하여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세상이 완전히 평탄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계층 또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실재들의 결과 또는 이들의 속성이나 가치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 실재들의 조직 양식에 기인하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이는 Muller(2015)가 페미니즘 철학자인 Elizabeth Grosz(1994, 167)를 인용한 부분으로, 어셈블리지에 대한 페미니즘적 비판은 아래에서 다시 간단히 살펴본다.

[6] 6) 사실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물질이 아니라 인간도 물질이라는 진술이 더 적절하다(임동근, 2012, 297).

[7] 7) 논의에서 제외된 유형은 유목적 어셈블리지이다(nomadic assemblage)(Nail, 2017, 32-33을 볼 것),

[8] 8) 여기서의 규범은 도덕적 규범보다 어떤 영역을 그 영역으로 만드는 것들을 의미한다.

[9] 9) 즉, 담론적인 것과 비담론적(또는 물질적)인 것

[10] 10) 장치는 담론적인 것과 비담론적인 것(또는 물질적인 것)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어셈블리지의 번역 문제와 비슷하게 프랑스어 dispositif를 기계적이고 기술적인 장치, 도구를 의미하는 영어단어 apparatus로 번역한 것은 적절한 번역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Bussolini, 2010; Ploger, 2008). 하지만 푸코의 강의를 다수 번역한 Graham Burchell에 따르면 dispositif에 적절하게 대응되는 영어 단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할 수 있다(Bussolini, 2010). 또한, 여기에서 우리는 물질적인 것을 강조했던 어셈블리지와 비슷하게, 그리고 푸코가 비인간은 대체적으로 무시했고 생명정치가 인간중심적이라는 지적(예를 들어, Barad, 2007, 235; Wiertz, 2020)과 달리 장치 개념에도 인간 너머, 물질적인 것에 대한 강조를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Lemke, 2015).

[11] 11) 장치와 관련해서 푸코는 그가 밝히고자 하는 것은 “[장치의] 이질적인 요소들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연결의 특성 [그 자체]”라고 이야기한다(Foucault, 1980, 194).

[12] 12) 보다 정확하게 푸코는 dispositif와 appareil(영어의 apparatus)를 구분하여 전자를 보다 넓은 범위의 것으로, 후자를 (‘안전 장치’에서 나타나듯이) 보다 구체적이고 국가 중심적인 도구의 의미로 사용했다(Bussolini, 2010)

[13] 13) 보다 정확히는 각 영역 마다에서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규범(코드)를 만드는 방식을 의미한다.

[14] 14) 세 번째는 접속(conjuctive)으로서, 단절을 통해서 발생한 특정한 영역적 어셈블리지에서의 순환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흐름이 또다른 흐름을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Nail, 2017).

[15] 15) 사실 연결에서 특정한 것을 선택하는 순간 다른 것은 배제되어 단절된다.

[16] 16) 예를 들어, Goh et al.(2017)은 “[아시아에서의 노동 이민자의] 고용은 민간 고용 에이전시와 중개인의 생태계의 몫이 되었다”(408) 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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