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이론적 고찰과 연구내용
1) 주력산업 위기와 일자리 변동
2) 일자리 변동 조정으로서 노동이동
3) 연구내용 및 분석방법
3. 거제 조선업 노동시장의 변화와 일자리 변동
1) 조선업 노동시장의 성장과 침체
2) 사업체의 노동시장 진출입과 일자리 변동
4. 노동이동과 지역노동시장 조정
1) 노동이동 1: 경제활동상태의 이동
2) 노동이동 2: 산업부문별 이동
3) 노동이동 3: 지리적 이동
5. 결론
1. 서론
길었던 조선업의 침체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최근 조선업계는 떠난 인력을 다시금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침체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조선업에 종사하던 노동자 풀이 와해 돼버렸다. 2014년 무려 20만 명을 넘어섰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2022년 기준 약 9만 5천 명으로 무려 절반 이상 그 수치가 감소하였다(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2022).
거제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거제시는 대표적인 한국의 조선업 지역으로 소위 ‘조선 빅3’ 중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두 개 사가 위치해 있다. 호황기에는 일자리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었지만 2015년 이후 해양플랜트 사업이 침체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이후 2017년부터 실업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고, 7%대까지 치솟은 실업률은 전국 최고치에 이르렀다. 산업의 위기는 고스란히 지역의 고용 충격으로 전가되었고, 2019년 말 발발한 코로나 19로 인해 고용위기는 더욱 장기화되었다. 거제시는 2018년 고용위기지역으로 처음 지정된 후 현재까지 4차례 기간이 연장되었고, 2023년 다시 고용위기지역으로 재지정 되었다.
거제시의 고용위기는 조선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와 조선업의 시황주기, 조선업 특유의 노동시장 특성과 맞물려 있다. 조선업 위기 당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는 동안 지역 내 이들을 수용해줄 만한 대안적인 산업은 부재했다. 오로지 ‘조선업에만’ 편중된 중소도시 규모의 거제는 산업위기가 발생할 때 그 충격을 여과 없이 그대로 흡수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조선업은 장기적인 호황과 불황의 주기를 지니는 산업이고, 침체와 호조의 변동성 또한 매우 높다(양종서・임종수, 2019). 따라서 조선업의 호황기는 다음의 불황기를 우려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조선업계는 대체로 호황기에 증가하는 노동수요를 협력업체를 통해 대응해왔고, 이로 인해 조선업은 지역의 이동과 변화를 특징으로 하는 특수적인 노동시장을 형성해 왔다.
최근 거제시 조선업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제는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다. 수주는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인력이 없어 공정은 지체되고 있다. 이에 거제시는 조선업 노동자를 유치하기 위해 2023년 현재 ‘조선업 고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천만 원 내외의 지원금 혜택까지 마련하였다.1)
본 연구의 질문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장기화 된 지역산업 위기에 노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고, 거제시 지역노동시장은 어떻게 조정되어 왔기에 지역 내 조선업 노동자 풀이 흩어졌을까 하는 질문에 방점을 두고 있다. 지역의 주력산업에 위기가 발생하면 사업체는 정리해고를 통해 노동자 수를 감축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 변동은 노동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노동이동은 경제활동 상태의 이동이나 산업부문 간 이동, 또는 지리적인 이동 등 다양한 범주에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 질문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조선업과 연동된 거제시 지역노동시장의 변동 특성과 노동이동 양상을 고찰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밝히기 위해 구체적으로 2장에서는 주력산업 위기지역의 일자리 변동과 노동이동에 관한 이론을 고찰한 후, 이를 바탕을 연구 분석틀을 설계하고, 3장에서는 거제시 사업체에 의한 동태적인 일자리 변동 특성을 분석하며, 4장에서는 주력산업 위기에 따른 노동이동을 경제활동상태의 이동, 산업부문별 이동, 지리적 이동으로 구분하여 분석하고자 한다.
2. 이론적 고찰과 연구내용
1) 주력산업 위기와 일자리 변동
구체적인 지역 범위에서 작동하는 지역노동시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관찰할 수 없는 지역 특수적인 성격을 지닌다. 예컨대 지역이 어떤 산업구조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지역을 구성하는 인구학적 특성이 달라지고, 이에 따라 사업체에서 기대하는 노동수요는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에게도 지역노동시장은 본인의 직무능력을 공급하거나 또는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고용의 장(場)으로서, 주거지를 이동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중요한 공간적 범위이다.
대개 지역노동시장은 외부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일자리의 창출과 소멸, 채용과 해고 과정들을 누적해가며 내부적으로 시장 안정성을 조정해간다. 그러나 대량해고와 같이 단기간에 큰 고용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지역노동시장은 균형을 잃고 불안정한 일자리 변동과 이를 조정하기 위한 노동이동 과정을 겪게 된다. 이때 지역의 산업구조가 특정 산업 위주로 편중되어 있다면 그 산업의 위기로 인한 고용 충격이 발생했을 때 지역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홍사흠, 2015). 주력산업 중심의 발전 경로에서 발생하는 고착화(lock-in)가 예측하지 못한 위험 상황을 대비하기 어렵게 만들고(Grabher, 1993), 그러한 위험을 분산해 줄 역할 또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Izraeli and Murphy, 2003). 더군다나 지역 주력산업이 반복적인 침체기와 호조기를 지니고, 또 그 편차가 심한 업종이라면, 대규모의 실업 위험성이 늘 내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조선업은 대표적인 장기 시황주기 산업이자, 지리적 집중도가 높은 노동집약적 산업이다. 조선업이 발달한 지역의 산업구조는 주로 조선업에 편중된 경향을 보이는데, 산업 특성상 10~15년 정도의 매우 긴 호불황의 주기를 지니고, 침체와 호조의 변동성도 매우 높다(양종서・임종수, 2019). 이러한 현상은 조선업이 세계적으로 단일의 수요시장을 지니고 있어 세계 무역량과 해운 경기 변동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호조기 시 선주들의 투기적 성향이 과잉 공급을 부추기며 해운 시황 하락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배규식, 2016).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한국 조선업에 위기를 가져온 2008년 세계금융위기, 그리고 2010년대 중반 불어 닥친 해양플랜트 사업 위기 모두 세계 경제와 연동된 조선업 불황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Kurre and Weller(1989)는 조선업과 같이 지역 내 불안정한 주기를 보이는 주력산업이 존재한다면, 잠재된 고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상보적인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림 1에서 주력산업 A는 반복적인 경기 순환 사이클과 큰 폭의 고용변동 특징을 보이는데, C 산업은 A와 같이 고용변동 폭이 크지만 호불황의 주기가 반대로 엇갈린다. 따라서 C 산업은 A 산업 침체 시 방출되는 고용을 흡수해 실업률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력산업과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 반면 B와 같은 산업은 보다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대안 산업으로 고려될 수 있지만, 주력산업과 동일한 주기를 지니고 있어 위기 시 도리어 고용 불안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따라서 C 산업과 같이 산업주기가 다른 여러 산업으로 다양성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지역노동시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은 산업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특화 산업의 부재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 경쟁력의 측면에서는 집적 경제와 사업체 간 강한 연계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특화 지역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산업구조의 다양화는 여러 개의 특화 산업을 보유해야 함을 의미한다(Malizia and Ke, 1993). 그런데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가 아니고서야 이를 실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중소도시 규모에서 산업 다각화를 꾀하기에는 지식 외부성이 발현될 만큼 충분한 네트워킹 에너지를 지니기 어렵기 때문이다(Simonen et al., 2020). 이에 Simonen et al.(2015)의 연구에서는 ‘최적의 다각화 구조(optimal diversified structure)가 지역의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었다.
지역노동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주력산업의 위기가 발생하면, 먼저 해당 산업과 연관 산업의 노동수요가 감소하며 일자리 변동을 야기한다. 이후 연쇄적으로 주력산업 일자리 변동을 둘러싼 노동자의 이동으로 지역 내 다른 산업들의 일자리도 변동하게 된다. 일자리 변동(job flows)이란 순일자리 증가와 구분해 일자리의 창출(job creation)과 소멸(job destruction)을 아우르는 동태적인 개념이다. 그림 2와 같이 일자리는 신규 사업체의 생성(birth)과 기존 사업체의 확장(expansion)으로 창출되고, 반대로 기존 사업체가 축소(contraction)되거나 폐업(death)하면 일자리는 소멸한다(전병유, 2003).
순일자리 수 관점에서 접근하면, 높은 수준의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소멸 결합은 낮은 수준의 일자리 창출 및 소멸 결합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Essletzbichler, 2004). 예컨대 한 해 동안 15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5개의 일자리가 소멸된 결과는 150개의 일자리 창출과 140개의 일자리 소멸 조합과 같은 순일자리 수 10개가 증가한 결과를 가진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량은 동일하지만 일자리 변동성 측면에서는 후자가 훨씬 더 역동적인 과정을 내재하고 있다. 일자리란 본디 ‘노동자들로 채워진 고용 지위(filled position)’를 의미하므로, 일자리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노동자들의 잦은 이동이 촉발되고, 지역노동시장의 변동과 불안정성이 높아짐을 시사한다(홍현균, 2004; Davis et al., 1996). 높은 일자리 변동은 경제 여건의 전환, 일자리 간 이동으로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 기업의 파산, 또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 등 배후의 역동적인 과정을 나타내는 시그널이다. 이에 Essletzbichler(2004)는 단순히 순고용 변화로 지역노동시장을 다루게 되면, 이러한 과정들이 상쇄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진단으로 부적절한 정책 대응을 이끌 수 있다고 지적한다.
2) 일자리 변동 조정으로서 노동이동
전술한 바와 같이, 지역-산업 특수적 위기에 따른 동태적인 일자리 변동은 대규모의 노동이동(labor mobility)을 수반한다. 주력산업에서 방출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취업 상태에서 실업 및 비경제활동 상태로 경제활동 지위가 이동하거나, 새로운 사업체로 재취업 할 수도 있다. 재취업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하면, 주변 지역으로 근무지를 이동하거나 가장 적극적인 방식인 타 지역으로 전출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노동이동 과정은 비자발적 실업에 놓인 노동자들에게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이지만, 장기적으로 고용 충격으로 균형을 잃은 지역노동시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용 충격이 발생한 후 지역노동시장의 조정 동학에 있어 경제활동참가율과 지역 간 이주 효과를 고찰한 연구들이 있다. 미국과 유럽을 비교한 Decressin and Fatas(1995)의 연구에서 미국은 즉각적인 노동력 이주가 고용 충격을 흡수한데 반해, 유럽에서는 지역의 경제활동참가율 변화가 3년 동안 대부분의 위기를 조정했음을 보여주었다. 유럽에서 경제활동 참가의 변화가 조정기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 비해 조기은퇴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고, 여성의 노동시장 전출입도 탄력적이라는 환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자는 지적한다. 이후 개별 국가를 분석한 연구들에서도 네덜란드와 핀란드는 경제활동참가율의 변화가, 뉴질랜드와 호주는 미국과 비슷하게 지역 간 이주가 지역노동시장을 조정하고 있어 국가 및 지역에 따라 두 조정기제가 다르게 기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Broersma and Van Dijk, 2002; Mäki-Arvela, 2003; Choy et al., 2002; Debelle and Vickery, 1999; 김혜원, 2007에서 재인용).
한편 노동자들 개인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노동이동 과정은 일자리 상실 상태에 대한 조정, 즉 실직에서 벗어나려는 대응적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동비용의 제약이 없는 완전경쟁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 과정으로서의 노동이동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대체로 일자리를 잃은 후 노동자들은 2~3년 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노동이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김혜원, 2007Hinde, 1994; Eriksson et al., 2018), 더 낮은 조건을 수락해야 하는 하향 노동이동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Hane-Weijman(2021)의 연구는 정리해고 된 제조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이동하는 거리(distance)가 향후 노동시장 궤적 방향(direction)에 중요한 영향을 미침을 보여주었다. 그림 3과 같이 노동자들이 움직이는 ‘거리’는 지리적 거리(geographical distance) 뿐만 아니라 이전 커리어와 연결되는 산업적 거리(industrial distance)를 포함한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후 지역 내 같은 업종에서 안정적인 노동이동을 원하지만, 대부분은 기존 커리어와 연관이 없는 새로운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노동이동은 한번 일어나면 불리한 방향성을 이끌면서 하향 노동이동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반면, 기존의 커리어와 비교적 근접한 노동이동, 즉 다른 지역의 동종 산업이나 같은 지역에서 연관된 산업으로 이동한 경우에는 차후 경력을 쌓으며 상향 노동이동의 궤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동이동 궤적에 관한 Hane-Weijman(2021)의 연구는 한국 특유의 조선업 노동시장에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조선업은 경기 순환주기를 지니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에 한국의 조선업은 성장기 동안 급증하는 노동수요를 사내 협력업체(1차 하청) 및 물량팀(2, 3차 하청)을 활용한 고용 외부화 전략을 통해 대처해왔다(이정희, 2016).2) 이들은 정규직 내부노동시장이 매우 폐쇄적이고 진입 자체가 어려워, 자신들의 숙련도를 인정해주는 하청업체를 찾아 지역에 관계없이 이동하는 성향이 강하다. 즉, 고용의 불안정성을 지역을 옮겨 다니는 전략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박종식(2014)은 조선업 비정규직 노동시장이 경계가 모호하고, 일정한 형태를 오래 유지하지도 않으며, 쉽게 이동하는 특징을 지님에 주목하여, 이를 ‘유체적인 노동시장(liquid labor market)’으로 규정하였다.3) 이들은 대개 상황에 따라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한 지역에 뿌리내리고 정착하기 힘든 노동이동 경로를 보인다. 고용위기를 겪은 군산시 노동자들의 일자리 이동에 관한 유동훈(2019)의 연구에서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 된 2017년 이전부터 이미 상당수의 조선업 종사자들이 관련 일자리를 찾아 울산광역시와 거제시로 이동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림 3에서 알 수 있듯이, 지역 외부로의 노동이동 과정에서 자칫 무관한 산업군으로 이동이 일어날 경우, 노동자들은 하향 노동이동 경로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크다. 그뿐만 아니라 Eriksson et al.(2018)의 지적처럼, 이미 대량해고나 공장폐쇄를 겪은 산업으로 재취업한다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 내에서 새로운 노동이동 경로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편중된 산업구조를 지닌 조선업 특화 지역에서 침체된 산업과 연관된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당 지역이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규모라면, 일자리 수 그 자체도 많지 않기 때문에 무관한 업종으로의 재취업 또한 어렵다. 결국 조선업에 특화된 지역노동시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지역적으로든 산업적으로든 노동이동을 통한 안정된 조정을 꾀하는데 어려운 여건을 안고 있다.
3) 연구내용 및 분석방법
이상의 문헌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본 연구의 분석틀을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한다(그림 4). 첫 번째는 거제시 조선업 위기와 연동된 일자리 변동 특성에 관한 분석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멸에 따른 일자리 변동량의 크기를 신규업체와 지속사업체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주력산업의 위기는 창업체들에 의한 신규 일자리 생성을 위축시키고, 기존사업체에 있어서는 산업 여건 악화로 일자리 소멸이 주도하는 변동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접근은 분석 자료의 한계에 따른 것이기도 한데 사업체의 생성과 확장, 축소와 폐업에 의한 일자리 변동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연도별로 연계되는 사업체 패널자료가 필요하다. 활용가능한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와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DB」가 있지만, 개별 사업체를 인식할 수 있는 범위의 자료 제공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국사업체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서 제공하는 업체별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창업체와 지속사업체를 구분한 후 이들 업체의 일자리 수 변동량 변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더불어 「고용보험 DB」에서 제공하는 사업체 성립과 소멸 정보를 활용하여 거제시 사업체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출입의 변동성 정도를 함께 파악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고용 충격을 겪은 지역노동시장을 조정하는 기제로서 노동이동 양상을 분석한다. 노동이동은 1) 경제활동상태의 이동, 2) 산업부문별 이동, 3) 지리적 이동으로 구분한다. 경제활동상태의 이동은 ‘취업’ 상태에서 ‘실업’이나 ‘비경제활동’ 상태로 전환되거나 ‘재취업’ 상태로 이동하는 경우이다. 물론 실업과 비경제활동으로의 전환은 대부분 비자발적인 노동 지위 박탈의 결과이겠지만, 지역노동시장 차원에서는 전술한 바와 같이 고용 충격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분석을 위해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자료를 활용하며, 스톡-플로우(stock-flow) 방법을 적용해 역내 노동가능인구의 경제활동상태 전환을 분해한다.
다음으로 산업부문별 이동 분석은 재취업에 성공한 노동자들의 이동 산업군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마찬가지로 「지역별고용조사」 자료 및 스톡-플로우 방법을 활용하여 제조업에서 감소된 고용분을 다른 산업군과 비교・분해한다. 추가적으로 앞에서 살펴 본 Kurre and Weller(1989)의 산업 주기 패턴에 착안하여, 거제시 지역 내 조선업 고용을 분산해 줄 산업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전국사업체조사」 소분류 업종을 기준으로 거제시 상위 5개 업종 종사자 수 추이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지리적 이동은 가장 적극적인 이동 방식으로 주변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과 타 지역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것이 포함된다. 먼저 통근 분석에는 국가교통 DB의 「전국지역간목적OD자료」를 활용하며, Smart(1974)가 고안한 노동공급 및 노동수급 자급률 산출방법으로 통근 특성을 고찰한다. 한편 노동자들은 통근 가능한 범위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새로운 취업 가능성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할 수도 있다. 이에 「국내인구이동통계 마이크로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역 간 인구이동 패턴을 확인하고자 한다.
분석 시기는 대체로 2010년부터 분석에 사용된 자료가 제공하는 범위인 2020년 전후까지다. 이 기간 동안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일감이 몰리던 상승기와 유가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침체기를 모두 포함한다. 필요한 경우에는 분석 시기를 상승기와 침체기의 분기점인 2015년과 잠시 반등했던 2019년, 그리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가 연장된 시기까지로 구분한다.
3. 거제 조선업 노동시장의 변화와 일자리 변동
1) 조선업 노동시장의 성장과 침체
거제시가 조선업 중심 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이다. 1973년 한국 정부는 조선업을 기계, 철강 등과 연계 효과가 큰 중화학공업의 주요산업으로 인식하고, 향후 수출의 중심이 될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조선소 건설을 추진하게 된다. 이에 거제시에 1973년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가 옥포조선소를 기공하였고, 1974년에는 우진조선이 장평 일대에 고려조선소를 기공하였다. 그러나 석유파동으로 인해 두 조선소가 건설에 난항을 겪게 되자, 정부의 개입과 설득으로 인해 대기업 자본이 조선소를 인수하게 된다. 고려조선소는 1977년 삼성중공업에 의해, 옥포조선소는 1978년 대우중공업에 의해 인수되었다(우정석・이승철, 2018; 양승훈, 2019).
이로써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거제는 산업화의 첫발에 대형 조선소 두 곳이 자리 잡게 되면서, 도시의 발전 경로가 고스란히 조선업의 성장에 맞춰진 명실상부한 ‘조선도시, 거제’로 탄생하게 된다. 1970년 약 11만 명이었던 거제시의 인구는 조선업의 고용 성장과 함께 2015년 약 26만 명으로 그 수치가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통계청, 「인구총조사」). 물론 거제시의 인구 규모는 여전히 중소도시 수준이지만, 도시의 산업 구성이 전적으로 조선업에 편성되어 있음을 고려해볼 때 조선업이 이끄는 인구 유인력은 큰 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국 조선업이 세계 1위 패권을 쥐게 되면서 거제시의 인구 상승세는 가파르게 2010년대 중반까지 지속되었다.
거제시가 ‘오로지 조선업을 위한 도시’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처럼(양승훈, 2019), 조선업이 거제 지역의 경제 및 산업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표 1을 보면, 거제시의 총부가가치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까지 약 70% 이상을 보였으며, 조선업은 제조업 부가가치의 무려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5년까지 거제시 총부가가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동안에도 제조업과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거제시의 경제성장은 곧 조선업이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2015년까지 거제시 취업인구 중 약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제조업에 종사하였으며, 이 중 조선업 종사자는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후 조선업이 위축되면서 2020년 현재 조선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약 30%까지 줄어들긴 했지만, 2000년과 비교하면 전체 취업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에 절대적인 규모는 더 크다. 조선업 경기가 위축되고도 도시 내 취업인구 3~4명 중 한명이 단일 업종, 즉 조선업에 근무한다는 사실은 거제시의 기반이 여전히 조선 산업에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해 거제시 부가가치의 약 50%도 조선업에서 창출되었다.
표 1.
거제시 제조업 및 조선업 비중(단위: %, 백만 원, 명)
| 부가가치 비중 | 종사자 비중 | |||||||
| 년도 |
제조업 (A) |
조선업 (B) | B/A* | 총부가가치 |
제조업 (A) |
조선업 (B) | B/A* | 총종사자 |
| 2000 | 81.9 | 81.3 | 99.3 | 2,945,044 | 44.9 | 36.2 | 80.5 | 65,738 |
| 2005 | 69.9 | 64.8 | 92.6 | 4,949,158 | 46.4 | 38.5 | 82.9 | 81,729 |
| 2010 | 85.1 | 80.0 | 94.0 | 9,303,292 | 51.2 | 42.1 | 82.3 | 108,420 |
| 2015 | 70.6 | 65.6 | 92.9 | 10,030,829 | 44.0 | 37.0 | 84.2 | 136,011 |
| 2020 | 52.4 | 47.7 | 91.1 | 7,875,064 | 36.1 | 29.7 | 82.2 | 109,777 |
여기에 타 지역에 소재지를 둔 협력업체(하청업체) 직원까지 포함한다면 조선업 종사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2000년대 이후 조선소들은 쏟아지는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사 비중을 높이며 대응해왔고, 이중 상당수는 기능직 인력들이다. 대개 기능직 협력업체는 산업분류(KSIC) 상 조선업(C311) 외에도 기타금속가공(C259)이나 인력공급업(N751) 등 다른 업종으로 등록되기 때문에 조선업과 관련된 업종을 모두 아우르면 거제시는 가히 ‘조선업을 위한 도시’라 할 만하다. 2015년 기준 전국사업체조사에서 집계된 조선업 종사자는 5만 377명이었지만, 양대 조선소에서 집계한 노동자 수는 무려 8만 1,035명으로 약 3만 명 차이를 보였다(그림 5).
거제시에 조선업 위기가 가시화된 것은 2015년 이후부터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선박 수주량이 감소할 때도 거제시는 해양플랜트 부문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았다. 유가 상승으로 해양플랜트 물량이 폭증하였고, 2010년대 중반까지는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었다. 이 시기까지 두 조선소는 급증한 인력 수요를 확충하기 위해 협력사에 의존하였는데, 그 비중이 대우조선은 68.2%(2015년), 삼성조선은 70.3%(2016년)까지 증가하였다(그림 5). 협력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 데에는 노동집약적인 조선업의 인건비 절감과 위험 공정에 대한 부담, 탄력적인 고용조정 용이성이 작용하였다. 그러나 새로운 호황이라 생각한 시기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품질 저하에 납기일까지 지연되면서 조선소 보유 현금이 줄어들었고, 셰일가스 개발로 유가까지 하락하자 2015년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량은 급감했다(시사IN, 2022.08.10.).
결국 2016~2017년 조선소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였고, 예견된 것처럼 주된 조정의 대상은 사내 협력업체들이었다.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조선업 침체 기간 동안 정규직 직원들의 고용은 소폭 감소하였는데 반해, 협력업체 직원의 상당수는 해고되어야만 했다. 2019년 조선업 고용이 조금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조선소 인력은 다시 감소하였고 2021년에는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5년과 비교해 2021년 직영 종사자는 약 1만 명이, 협력사 직원은 약 3만 3천명이 일터를 떠났다. 두 조선소에서만 4만 명 이상의 실직자가 발생하였으니 거제 지역 내 직・간접적으로 조선과 관련된 고용 감소는 훨씬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사업체의 노동시장 진출입과 일자리 변동
이렇게 산업 여건 변화로 주력산업이 침체하면 지역노동시장 내 노동수요는 감소한다. 이에 신규업체의 창업활동은 위축되고, 기존사업체는 일자리 확장보다 축소의 경향이 강해지며. 폐업하는 업체도 증가한다. 본 절에서 다루는 일자리 변동 기준은 창업체와 지속사업체이다. 창업체는 신규 일자리 생성과 연관되고, 지속사업체는 확장에 의한 일자리 증가, 축소에 의한 일자리 감소, 폐업에 의한 일자리 소멸에 영향을 준다.
먼저 일자리 변동을 분석하기에 앞서 거제시 사업체의 노동시장 진입과 퇴출 변동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자리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사업체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사업체의 노동시장 진출입 변동성은 지역 내 존재하는 사업체 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라 사업체의 진입과 퇴출 변화를 살펴봄으로써 지역노동시장의 경기가 사업체의 활동에 좋은 여건인지 아닌지 포착할 수 있다.
그림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노동시장 진출입 변동성은 고용노동부에 신고 된 사업체 성립과 소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매달 신고 된 건수를 합산한 연도별 수치이기 때문에 동일 업체가 중복될 수 있으며, 여기서 진입과 출입의 변동성은 사업체의 성립건수와 사업체의 소멸건수를 합한 변동량의 크기를 뜻한다.
2016년까지 거제시 조선업체의 성립건수는 소멸건수를 초과한 가운데, 2014~2016년 사이 성립과 소멸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며 변동성은 점차 커졌다. 이듬해 2017년에는 변동성이 정점에 달하는데, 당시 소멸 사업체의 수가 급증하면서 사업체의 성립과 소멸 균형성이 무너졌다. 사실 소멸 사업체 수의 증가세는 2~3년 전 물량이 감소하고 원청업체가 사내 협력업체들을 통폐합하던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던 2014년부터 조선업 노동시장에 불안정의 조짐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전체 사업체 수의 증가에 비해 변동성 증가 폭이 매우 컸다. 다만 사업체의 신규 성립건수가 2016년까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데는 이전 조선업 호황에 대한 관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체에 그 위기가 바로 감지되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17년 이후부터는 거제시 조선업체의 성립과 소멸 변동성이 위축된 상태에서 안정화되고 있다. 즉, 불안정한 호황기를 거쳐 위축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그림 6-좌). 흥미로운 점은 조선업이 위축된 이후 다른 산업 군에서 사업체 성립 수가 증가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소멸업체 수도 성립업체 수를 초과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조선업체의 변동성이 타 산업체들의 변동성 증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단, 예외적으로 2020년 전산업체의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노동시장이 매우 혼란했기 때문이다(그림 6-우).
그림 7은 창업체와 지속사업체의 일자리 변동성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전국사업체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서 제공하는 설립연도를 기준으로 매년 창업체와 지속사업체를 분류하였으며, t-1기의 창업체는 t기에 다시 지속사업체가 된다. 막대그래프에 표시된 창업체의 일자리 수는 해당 연도에 신규로 창출된 일자리 수이고. 지속사업체의 일자리 수는 전년대비 변화량을 의미한다. 이 두 수치를 합산한 것이 순일자리 증가, 즉 고용변화량 값과 동일하고, 두 수치의 절대값을 합산한 것이 일자리 변동량이다.
먼저 조선업체의 일자리 변동성은 2012년에 증가한 이후 2015년에 다시 한 번 크게 증가하였다가 2019년 이전까지 불안정한 변동 상태를 지속하였다. 2012~2013년과 다르게 2015~2018년은 기존 사업체의 일자리 소멸이 변동성을 주도하면서 조선업 침체 상황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이 시기 동안 지속사업체에서 약 2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순일자리 수도 크게 감소하였다. 일자리 변동량 또한 매년 적게는 7,500개에서 많게는 약 1만여 개에 이르렀는데, 2015년 조선업 종사자 수가 약 5만 명이었음을 고려해 본다면, 당시 조선업 노동시장이 매우 혼란했음을 말해준다.
다른 산업들의 일자리 변동성도 조선업과 같이 2014년 이후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 정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순일자리가 처음 감소한 것은 2017년이다. 자세히 보면 2017년과 2018년 두 해 동안 창업체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위축되어 있었고, 기존 사업체에서는 창업체의 일자리 창출을 크게 초과하는 수준에서 일자리가 소멸되었다. 보다 자세한 분석이 요구되겠지만, 일자리 소멸이 주도하는 조선업 노동시장의 변동 이후, 조선업과 연관된 다른 산업군으로 한두 해 이후 위기가 전가된 모습이다. 그러나 반등의 시기가 조선업보다 빠른 2018년에 먼저 시작된 것은 다른 가능성을 시사한다. 달리 말해 2017년까지는 조선업의 침체가 다른 연관 산업군에도 연쇄적인 일자리 변동을 초래하였다면, 2018년부터는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누적된 실직 노동자들이 타 산업군으로 이동하면서 일자리 변동성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거제시는 조선업의 위기로 촉발된 산업과 경제 침체로 일자리 소멸 현상이 강화될 때 일자리 변동성 또한 높아지면서 노동시장이 불안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일자리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만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 호황기나 노동시장 드나듦이 자유로운 환경에서는 유동성의 결과로 전체적인 일자리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거제시의 일자리 변동성은 순일자리가 감소할 때 커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림 8은 거제시 조선업과 타 산업의 순일자리 증가율에 대한 일자리 변동률의 산점도를 나타낸 것이다. 앞에서 산출한 값에 근거하여 순일자리 증가율은 매년 전체 일자리 수 증감(고용 변화) 비율을, 일자리 변동률은 당해 전체 일자리 수에 대한 일자리 변동량의 비율을 의미한다. 경기가 좋았던 201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산점도의 우하단 측에, 그 이후에는 좌상단 측에 값들이 분포하고 있으며, 조선업에서 그 특징이 보다 뚜렷하다. 달리 말해 산업구조가 단조로운 거제시는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한 활발한 노동시장의 움직임을 보이기보다 창업체에 의한 일자리 창출이 순일자리 증가를 주도하는 패턴을 보였다. 반면 주력산업의 위기가 발생한 이후에는 압도적인 일자리 소멸이 변동성을 주도하면서 순일자리가 감소하는 양상을 띤다.
4. 노동이동과 지역노동시장 조정
1) 노동이동 1: 경제활동상태의 이동
앞에서 살펴본 일자리 변동은 노동수요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노동수요 변화에 따라 일자리 변동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일자리를 채우는 노동공급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차적으로 노동자의 일자리 획득 및 상실 상태에 변화가 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활동의 참여나 포기, 새로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 또는 지역 간 전입과 전출 등에 영향을 미치면서 지역 내 경제활동인구 구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림 9와 그림 10은 반기 단위로 지역별 고용조사가 시행된 2013년 이후 거제시 경제활동인구와 실업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2016년 하반기부터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 취업자가 모두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이 시기는 조선업과 다른 산업에서 각각 일자리 소멸이 우세해지던 2015년에서 2017년 사이에 해당한다(그림 7). 따라서 당시 거제시에는 취업 상태에서 실업 및 비경제활동 상태로 전환되는 노동자가 증가하였을 것이고, 타 지역으로의 이동량 또한 늘어났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감소세는 2018년 하반기까지 지속되다 잠시 반등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이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조선업의 위기가 시작되면서 실업자도 집중적으로 양산되었는데 그림 10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7년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반기마다 약 9천명의 실업자가 발생하였고, 실업률은 7%까지 증가했다. 이후 2019년 하반기부터 실업자 수가 감소하고 실업률이 다소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비고용률은 오히려 증가하여 조선업 위기가 집중되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고용률은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의 합을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실업자 추산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노동력 활용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이다(조윤기, 2004).4) 한때 거제시의 비고용률은 33%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몇 년 간은 40%를 웃돌고 있다. 실업률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15세 이상 인구는 지속적으로 유출되고 있고, 비경제활동인구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면서 일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조선업 위기 때부터 양산된 대규모 실업자 중 시간이 경과해 구직활동이 어렵게 된 사람들, 지역의 고용 여건 악화로 구직을 포기한 실망 실업자, 그리고 팬데믹 영향으로 사업체를 유지할 수 없는 자영업자들이 누적된 결과이다. 즉, 1차 조선업의 위기가 2차 팬데믹의 위기로 지역 노동시장의 일자리와 고용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조선업 위기 이후의 시기를 구분하여 거제시 노동가능인구(1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 상태 전환과 외부 지역으로의 유출을 스톡-플로우(stock-flow) 방법을 통해 그림 11과 같이 분석하였다.5) 먼저 경제활동 상태를 취업과 실업, 비경제활동으로 구분한 후, 감소분이 발생한 경제활동 상태를 종합하여 잠재적 노동가능인구 스톡(stock)을 추산할 수 있다. 이것은 다시 다른 경제활동 상태의 증가분과 노동가능인구 유출분으로 분해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조선업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에는 2015년 대비 취업자의 17,4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이중 실업자가 6,900명으로 40%를 차지하였다.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된 수도 3,400명(20%)으로 상당한데 이는 2017년부터 발생한 대규모 실업 상태의 지속이 비경제활동인구 전환율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자 감소분의 나머지 7,100명(41%)은 역내 노동가능인구의 감소, 즉 역외 유출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6) 다시 말해서 이 기간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상당수는 거제시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이동을 선택한 것이다(그림 11-A). 이후 잠깐의 반등 시기인 2019년에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2018년 대비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5,800명 중 대부분이 취업자로 전환되었으며, 노동인구의 역외 유출분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그림 11-B).
그러나 팬데믹 영향에 의한 2차 위기 상황은 잠깐의 고용증가 반등 상황을 이어가지 못하고 1차 조선업 위기를 지속해가는 결과를 낳았다. 2019년과 비교하여 2022년 거제시 취업자의 6,1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동시에 실업자 수가 900명 감소하면서 잠재적 노동가능인구 스톡은 약 7,000명으로 추산되었다. 여기에서 1,500명(22%)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분에 해당하고, 나머지 78%에 달하는 5,400명은 거제시 노동가능인구 감소분, 즉 유출분에 해당한다. 소폭이지만 실업자가 감소한 상황에서 취업자는 훨씬 크게 감소하였고, 여기에 더해 비경제활동인구 또한 증가했다는 것은 거제시 고용 상황이 조선업 위기 때 보다 더 심각해졌음을 반영한다.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상당수의 노동가능인구 유출은 거제시 위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지역 내 노동시장이 구직을 희망하기조차 여의치 않음을 의미한다(그림 11-C).
종합적으로 2015년 조선업 위기 이후 2022년까지 거제시 취업자가 18,000명 감소하는 동안 지역노동시장에서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어 조정된 인원은 5,100명이며, 나머지 12,800명(71%)은 역외 유출로 조정되었다.
2) 노동이동 2: 산업부문별 이동
조선업 위기 이후 2015년에서 2022년까지 거제시 취업자의 18,000명이 일자리를 잃었지만, 이 수치는 개별 노동자들의 이직과 입직, 실직과 구직 과정의 무수한 변동이 조합된 결과이다. 일차적으로 주력산업인 조선업과 조선업 연관 산업에서 일자리가 대거 감소하였기 때문에 여기서 방출된 노동자들이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로 전환되지 않았다면, 그리고 다른 지역으로 노동이동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지역 내 재취업 상태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편중된 거제시 산업구조로 인해, 조선업 관련 노동자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산업군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먼저 표 2와 같이 거제시 취업자의 산업별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5~2022년 사이 제조업에서만 무려 26,400명의 고용이 감소하였다. 이는 전산업 취업자 18,000명의 고용 감소를 훨씬 웃도는 수치로 2022년 전체 고용 규모의 22%에 달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림어업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군들에서는 2015년 대비 취업자 수가 모두 소폭 증가하였다. 그러나 증가한 산업들의 일자리를 모두 더해도 총 12,900명으로 제조업에서 감소한 일자리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표 2.
거제시 산업별 취업자 수(단위: 천명)
좀 더 자세히 제조업에서 감소된 고용분을 다른 산업군에서 어느 정도 흡수하고 있는지 분석하기 위해 앞의 경제활동상태 변화 분석에 사용된 스톡-플로우 방식을 적용하였다(표 3). 마찬가지로 시기는 1차 조선업 위기()와 짧은 반등의 시기(), 2차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구분하였다. 먼저 2015~2018년 사이 조선업 침체로 15,600명의 제조업 고용이 감소하였고, 15세 이상의 노동가능인구가 7,100명 유출되면서 제조업 고용 감소로 인한 잠재적인 일자리 수요는 8,500명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당시 조선업 침체의 여파는 지역경제 전반의 침체로 번지면서 제조업 고용을 흡수해줄 만한 다른 산업은 부재한 상황이었다. 달리 말하면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잃고 거제시에 잔류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비제조업 부문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비경제활동인구 및 실업자로 전환되었다. 이후 2018~2019년 사이 제조업 고용 상황이 호전되며 잠재적 일자리 수요가 감소한 시기에도 비제조업 부문은 고용 증가에 기여하지 못했다.
표 3.
거제시 비제조업 부문 고용 변화(단위: 천명)
| 연도 | 일자리수요(가+나+다) | 비제조업(가) | 비경제활동 (나) | 실업자 (다) | |||||||
| 제조업 (C) | 15세이상 인구 | A | F | G,I | D,H, I,K | E,L~U | |||||
| 8.5 | -15.6 | -7.1 | -1.8 | -4.4 | -1.9 | 2.7 | 0.3 | 1.4 | 3.4 | 6.9 | |
| -7 | 6.7 | -0.3 | -1.2 | -0.2 | -1.8 | -1.8 | 0.8 | 1.8 | -2.9 | -2.9 | |
| 12.1 | -17.5 | -5.4 | 11.4 | 0 | 4.1 | 0.6 | 1.0 | 5.7 | 1.5 | -0.9 | |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동안에는 제조업의 고용 감소분을 비제조업에서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이전과는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보였다. 2019~2022년 사이 제조업에서 1차 조선업 위기 때 보다 많은 17,500명의 고용이 감소하였고, 여기에 노동인구의 역외 유출이 다시 지속되면서 잠재적 일자리 수요는 12,100명분이 발생하였다. 이 중 94%에 해당하는 11,400명의 고용이 비제조업 부문에서 해소되었는데, 특히 건설업과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에서 고용 증가가 두드러졌다.
1차 조선업 위기 당시 제조업에서 방출된 노동자들 중 상당수는 그들이 지닌 커리어와 유사한 업종으로 재취업을 원했고, 이에 조선업의 위기가 언젠가 회복되길 바라면서 일정기간 실업과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위기의 지속화는 일자리를 잃은 제조업 노동자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른 산업군으로 이동하게 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중 건설업은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곳이다. 해양플랜트에서 육상 건설플랜트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흘러들어갔다(한겨레, 2022.04.19.). 이외 구직 활동의 어려움으로 개인 사업자가 증가했고, 산업위기지역 지정에 따른 공공일자리가 증가하면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부문에서도 고용 증가가 있었다. 한편 같은 시기 동안 비경제활동인구가 다소 증가한 것은 전술한 바와 같이 오랜 위기의 지속으로 기존 실업자의 비경제활동인구 전환 현상도 함께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상의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는 거제시 거주자, 즉 노동공급자 기준의 산업부문별 이동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산업 분류가 대분류 자료이기 때문에 조선업과 다른 업종 간의 고용 변화를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세부 업종별 고용 변화 추이를 분석하면, 이론적 고찰에서 다룬 Kurre and Weller(1989)의 연구와 같이 주력산업의 순환 주기를 확인할 수 있고, 또 주력산업 침체기에 고용을 흡수해줄 산업이 지역 내 존재하는지 혹은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체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2000년 이후부터 20년간 산업 소분류별 종사자 추이를 그림 12와 같이 분석하였다. 분석대상 업종은 지역노동시장에서 고용비중이 높은 7개 업종으로, 조선업 종사자 수가 정점을 이루던 2014년과 2015년, 그리고 조선업 종사자가 가장 적었던 2021년에 각 상위 5개 업종을 기준으로 선정하였다.7)
2000년 이후부터 전 기간에 걸쳐 조선업은 거제시의 주된 고용 흡수처였으며, 다른 상위 6개의 산업 종사자 수를 모두 합해도 조선업 고용 규모를 초과하지 못한다. 그러나 조선업의 고용 규모가 큰 만큼 상승기와 하강기의 편차가 상당하다. 2000년 23,765명에서 2014년 50,377명까지 112%의 고용 성장을 보였지만, 다시 2021년까지 고용규모 30,093명으로 –40.3% 고용 감소세를 보였다. 이렇게 조선업의 고용 증감이 2~3만 명 수준에서 변동을 보이는 동안 보완적인 경기 순환 주기를 지닌 산업은 발견되지 않았다. 자세히 보면 음식점업과 비거주 복지시설업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산업도 모두 조선업 관련 산업으로 조선업 경기의 큰 틀에서 약간의 변동을 보일 뿐이다.8) 나머지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복지시설업과 초등교육기관을 제외하면 음식점업이 유일하게 조선업과 무관한 산업이자 조선업 다음으로 비중이 가장 큰 산업이다. 하지만 음식점업도 결국 조선업의 호황에 따른 파생상권으로 2016년까지 증가세였지만 이듬해 바로 감소하였다. 이후 2019년까지 다시 소폭 증가하였는데 당시 조선업에서 보인 약간의 회복세 영향과 다른 한편으로는 해고된 조선업 종사자의 일자리 이동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조선업은 거제시의 주력산업으로 도시의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산업구조적인 측면에서 조선업 외의 다른 산업들을 성장시키지 못했다. 인구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 중소도시라는 점은 거제시의 한계점으로 작용한다. 조선업 호황기 동안 도시 경제가 활성화되어도 조선업과 무관한 인구를 유인하지는 못했고, 도시의 발전 경로는 오로지 조선 산업에 의존해왔다. 이러한 기형적 산업구조로 인해 지역노동시장은 산업 위기에 제대로 방어할 수 없었고, 오히려 인구유출과 실업, 비경제활동으로의 전환이 시장을 상당 부분 조정했다. 다른 산업으로의 이동양상은 일부 개인 자영업자의 증가와 일시적인 공공일자리 창출, 불안정한 건설업 부문에서의 성장 정도에 그쳤다.
3) 노동이동 3: 지리적 이동
고용위기에 대한 노동자의 가장 적극적인 대응 방식은 개인이 영위하고 있는 근무지와 거주지의 터전을 지역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고용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지역 내 기존 생활권의 범위를 변경할 수도 있지만, 아예 타 지역으로 출퇴근을 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지리적 조정 방식은 거리마찰 비용이 따르기 때문에 대개 근접한 거리에서부터 원거리 타 지역으로 순차적 고려를 하게 된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거제시 지역노동시장의 통근통행 패턴 특성을 먼저 분석한 후, 타 지역으로의 인구유출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통근과 전입 인구도 분석에 포함한다. 지리적 이동은 일방이 아닌 양방 간의 흐름이기 때문에 지역노동시장은 유입되는 노동자와 인구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표 4는 국가교통 DB에서 제공하는 지역 간 목적 O/D 자료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자료 제공 범위인 2019년까지 거제시 평일 통근통행 노동이동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9) 먼저 조선업 위기가 본격화된 2015년을 전후로 통근통행량은 매우 대조적인 양상을 보인다. 특히 역내 통근자의 수치가 크게 증가하였는데, 2016년에는 역내 통근자의 약 44%에 달하는 2만 5천여 명이 늘어났다.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을 역내 일자리 증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 분석에 사용된 통근목적 O/D 자료가 도보 통행을 제외하기 때문에 종전 조선업 관련 도보 통근자 다수가 일자리를 잃은 후 보다 먼 거리의 근무지로 통근하는 패턴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거제시에서 유출하는 통근량은 미미한 수준의 증가세에 그쳤다. 조선업 구조조정이 일어나기 이전인 2014년에 이미 고용위기가 감지되어 약 천 명가량의 타 지역 통근자 수가 증가하였으나 이후 계속되는 침체기 동안 그 수치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거제시 고용위기 조정에 대한 유출 통근의 영향은 크지 않다.
이보다 2015년을 기점으로 유입 통근량이 1만여 명, 즉 유출 통근량 증가보다 10배 더 증가하였고, 2019년까지 이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거제지역 내 조선업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후 자신의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재취업지를 통근가능 거리에서 찾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리어 주변 지역의 조선업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여전히 조선업 특화도가 높은 거제시로 유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 4의 거제시 노동자급률 분석 결과는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노동자급률은 본래 지역노동시장권(travel to work area, TTWA) 설정을 위해 Smart(1974)가 처음 고안한 방법으로 노동공급자급률(supply-side self containment ratio, SSCR)과 노동수급자급률(demand-side self containment ratio, DSCR) 산출방식을 활용해 노동시장권 분류 기준으로 적용하였다.10) 이 수식을 거제시에 적용하면, 노동공급자급률은 거제시 거주 노동자들이 거제시, 즉 지역 내 취업한 비율을 뜻하고, 노동수요자급률은 사업체, 즉 노동수요자 측면에서 거제시 거주 노동자들을 고용한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유출입 통근 비율을 이용하면 거제시가 거주지 성격이 강한지, 근무지 성격이 강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거주지-근무지 비율(housing or working ratio, HWR)이 음(-)의 값을 지니면 거주지 기능이, 양(+)의 값을 가지면 근무지 기능이 강하며, 수치가 커질수록 강도가 커진다(이상일, 심상완, 2012). 이를 식으로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표 4.
거제시 통근통행 노동이동 지수
거제시 노동공급자급률은 조선업 침체에도 불구하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꾸준히 93~9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유입 통근자 수가 증가하면서 노동수요자급률은 77% 수준까지 감소하였다. 2013년 86.7%였던 노동수요자급률 대비 10%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이처럼 노동공급자급률은 높은데 노동수요자급률이 낮아진다는 것은 거제시 노동시장 상황이 지역민들에게 긍정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주력산업 침체기에 지역 노동자 대부분은 역내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지역 사업체는 다른 지역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거주지-근무지 비율에서 거제시가 근무지로서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본래 거제시는 산업도시로서 근무지 기능이 강했지만, 모순적이게도 주력산업의 위기 상황에 근무지의 기능은 더 강화됐다.
이러한 상황은 앞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산업위기 후 실업자 수 못지않은 인구가 역외로 유출된 것과 관련이 크다(그림 11). 대량해고 이후 통근권 내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노동자들이 관련 일자리를 찾아 대거 유출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빈자리를 외부 통근자가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제시 유출 통근과 유입 통근은 주변 경남 시군 및 부산, 울산 간에 주로 일어난다. 그림 13은 2015년과 2019년 지역 간 유출입 통근량을 지도화한 것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2015년 대비 2019년의 통근량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상위 통근지역의 강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2015년 주요 유출 통근지는 통영(2,087명)과 고성(610명)이었고, 이외 순서대로 양산, 진주, 부산, 밀양, 창원으로 매일 100명 이상이 통근하였다. 2019년에는 상위 통근지는 유사하나 통영(1,733명)과 고성(1,444명), 부산(886명)을 중심으로 강화된 유출 통근 패턴을 보였다. 이외 창원, 진주, 양산으로 일 평균 100명 이상의 출근 통행이 있었다.
유입 통근 패턴의 집중화 현상은 훨씬 뚜렷하다. 조선업 호황의 막바지였던 2015년에는 경남의 여러 시군과 부산, 울산 등 다양한 지역에서 유입 통근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2019년에는 거제시로 유입하는 주요 통근출발 지역의 수는 줄고, 상위 출발지역을 중심으로 통행량은 증가하였다. 2019년 매일 1,000명 이상의 통근자가 통영(12,243명), 부산(2,907명), 고성(1,932명), 창원(1,404명), 김해(1,394명)로부터 유입되었고, 통영에서 들어오는 통근자 수는 무려 1만 명을 넘으면서 전체 유입 통근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상위 유출입 통근지인 통영, 고성, 부산, 울산은 지리적 근접성에 의한 통근 유발도 있지만, 무엇보다 조선업 관련 종사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한편 비자발적 실업 상태에 놓이게 된 노동자들이 통근 가능한 범위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새로운 취업 가능성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고려하게 된다. 주력산업 붕괴로 거제시 지역 전반의 고용이 악화된 상태에서 유출 통근 또한 고용위기를 조정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면(표 4), 전출은 거리마찰 비용이 따르더라도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선택지일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표 5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거제시 전출자 수가 단순히 산업위기가 가시화된 2015년 이후에 증가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도 매년 1만 7~8천여 명의 인구가 지역을 떠났다는 점이다. 주력산업 위기 이전(2010~2015)과 이후(2016~2020)의 누적 전출자 수는 각 10만여 명, 9만여 명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박종식(2014)의 연구에서 지적한 조선업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지리적 이동 성향을 반영한다. 이들은 영구적인 고용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커리어와 연결되는 사업체를 찾아 쉽게 이동하는 전략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이다.
표 5.
거제시 인구 전출입 이동 추이(단위: 명)
자칫 거제시 순이동 인구가 2015년 위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이것이 전출자의 증가에 따른 결과로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순유출 현상은 도리어 전입자 수 감소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리 말해 전출자 수는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위기로 악화된 고용 여건이 거제시 전입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현재 금전적 지원 혜택을 앞세워 인력을 유치하려는 거제시 인력 수급 정책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Choy et al.(2002)의 연구에서는 노동자의 움직임이 활발한 지역에서 이러한 지원 정책은 혜택의 수혜자가 지역 내 거주하던 취약집단이 아닌 새롭게 이주해 오는 이들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다음으로 그림 14는 위기 후 2016~2020년 사이 거제시와 타 지역 간 누적 순이동자 수를 나타낸 것이다. 이 기간 동안 거제시에서 유출된 인구는 91,006명, 유입된 인구는 75,043명으로 순이동 인구 15,963명이 감소하였다. 지난 5년 간 거제시와 타 시도 간 순이동은 울산을 제외하고 모두 순유출을 보였으며, 이중 경기(-4,246명)와 서울(-2,561명), 부산(-2,427명), 충남(-1,336명) 4개의 시도로만 약 1만 명이 순유출 되었다. 거제와 울산 간 순이동은 369명으로 유일하게 순유입이 발생하였는데, 울산 역시 조선업 특화 지역이기 때문에 조선업 관련 종사자들의 인구 유출입이 꾸준히 있어왔다.
거제시와 주변지역과의 순이동을 살펴보면, 경남 시군 간 주요 순유출 관계를 보이는 곳이 진주(-577명), 김해(-412명), 양산(-344명), 창원(-333명)으로, 약 1,600여 명이 5년 간 이 지역으로 순유출 되었다. 다른 한편 이에 육박하는 1,400여 명이 같은 기간 통영에서 거제로 순유입되었다. 중소 조선업이 집적해있던 통영은 거제보다 먼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수주 급감으로 인한 침체기를 맞았고, 이때 정리해고 된 많은 노동자들이 이후 거제시로 유입되었다. 이밖에 의령과 고성과도 미미한 수준이지만 순유입이 발생하였다.
5. 결론
지난 10년 간 거제시는 조선업의 호황과 위기를 모두 경험하였다. 한때는 거제시가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이기도 했지만(양승훈, 2019), 이젠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와의 인터뷰에서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돌아간다”는 소식을 접한다(매일노동뉴스, 2022.07.07.). 최근 조선업 경기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조선업 일자리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데, 장기화 된 침체기 동안 조선업 종사자들은 흩어졌고, 떠난 노동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제시는 당장 급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여러 지원 혜택을 앞세우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거제시 조선업 노동시장이 지닌 특성과 문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시금 조선업 노동자 풀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불황기가 찾아올 때 지역노동시장은 같은 결과를 반복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주력산업 침체 이후 전개된 거제시 지역노동시장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일자리 변동 분석과 노동이동 특성 분석이라는 두 가지 연구주제를 가지고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일자리 창출과 소멸에 따른 일자리 변동성을 창업체와 지속사업체를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일자리 변동을 조정하는 노동이동 특성을 경제활동상태의 이동, 산업부문별 이동, 지리적 이동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주력산업의 위기는 지역의 일자리 변동성을 증가시켰고, 주로 지속사업체의 일자리 소멸이 변동성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조선업에서 촉발된 일자리 변동은 한두 해 지나 역내 다른 산업들로 전가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자리 변동성은 활발한 노동시장의 드나듦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지만, 거제시의 경우 일자리 변동성이 높아질 때 순일자리는 감소하는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일자리 변동은 즉각적으로 노동자들의 경제활동상태 이동에 영향을 주었다. 산업 침체로 인한 실업과 비경제활동으로의 전환은 자발적 노동이동으로 보기 힘들지만, 지역노동시장 차원에서는 고용 충격을 조정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가 있었다(Broersma and Van Dijk, 2002; Decressin and Fatas, 1995; Mäki-Arvela, 2003). 스톡-플로우 방식을 적용하여 거제시 취업자 감소분을 분해한 결과, 위기 발생이 집중되던 초기에는 실업과 비경제활동 상태로의 전환이 취업자 감소분의 상당수를 해소하고 있었고, 코로나19로 위기가 장기화되던 시기에는 비경제활동 상태로의 전환만이 일부 취업자 감소분을 해소하였다. 또한 경제활동상태 전환으로 해소되지 않는 취업자 감소분의 상당수는 역외 유출로 해소되었는데 위기의 초기보다 최근 그 비중이 더 증가하였다.
한편 주력산업에서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이 지역 내 재취업 할 경우, 기존 커리어를 유지하기 보단 다른 산업군으로 이동할 개연성이 크다. 그러나 위기가 집중되던 2018년까지 의미 있는 타 산업 고용 흡수 효과가 발생하지 못했다. 도리어 위기 초기에는 전술한 것처럼 실업과 비경제활동으로 대부분 전환된 채, 능동적으로 고용 충격에 대처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조선업 위기가 장기화되자 비로소 제조업에서 방출된 노동자를 비제조업 부문에서 흡수하기 시작했다. 비제조업 부문에서 일부 건설업과 개인 사업자, 공공일자리의 고용증가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거제시에서 조선업을 대체할만한 독립적인 산업은 부재한 실정이다.
노동이동의 가장 적극적인 방식은 근무지 또는 거주지를 옮기는 지리적 이동이다. 추가적인 거리마찰 비용이 소요되지만, 노동자들은 새로운 취업처를 찾기 위해 타 지역으로 통근 또는 전출을 고려한다. 분석 결과, 타 지역으로의 통근은 지역노동시장 조정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위기가 가시화되기 이전부터 지속된 전출량이 상당했다. 선행연구의 지적과 같이(박종식, 2014) 고용 안정성에 취약한 조선업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숙련도를 인정받는 사업체를 찾아 쉽게 이동하는, 즉 유체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전출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이후부터 전입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거제시 순이동 인구는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시도 단위에서 경기와 서울, 부산이 주요 순유출지이며, 주변 경남 시군 단위에서는 진주, 김해, 양산, 창원으로 주로 순유출되었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의 결과를 축약하면, 조선업에서 촉발된 거제시 고용위기는 지역 내 다른 산업부문으로의 재취업 또는 주변 통근권으로의 재취업으로 조정되기보다 주로 경제활동상태의 전환 및 타 지역으로의 전출에 의해 조정되어 왔다. 위기가 장기화 된 최근에야 비로소 일부 비제조업 부문에서 고용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 긴 산업 침체기 동안 거제시 지역노동시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데는 조선업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이론적 논의로 돌아가면, 주력산업 위기에 따른 거제시의 고용 충격은 오로지 ‘조선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중소도시 규모에서 산업 다각화 전략을 꾀하기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조선업은 장기적인 시황주기를 지니고 있어 침체기와 호조기의 변동성이 높다. 사업체들은 호황기에도 다음의 불황기를 우려한다. 결국 이러한 산업 순환주기가 노동자 고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업체들은 필요한 노동수요를 비정규직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고용의 외주화는 또다시 산업 여건에 따라 지역을 이동해야만 하는 불안정한 노동자 집단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는다. 거제시 조선업 노동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환경들은 위기로 인한 고용 충격을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현재 인력 수급에 급급한 거제시와 국내 조선업계에 근본적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화두를 던진다. 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인력이 다시 확보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돌아온 이들이 혹은 유입되는 이들이 거제시 지역민으로서 터전을 잡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의 안정된 노동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 논의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본 연구는 국가적 차원에서 드러나지 않는 지역 특수적 노동시장을 연구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력산업 위기로 인한 일자리 변동과 노동이동을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경기 침체에 따른 결과적 현상이 아닌 지역노동시장의 동적인 조정 과정들을 고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연구의 초점은 산업특화지역 위기에 관한 연구가 노동수요자, 즉 사업체를 둘러싼 산업 환경뿐만 아니라 그 일자리를 채우고 있는 노동공급자의 관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끝으로 본 연구는 분석에 활용한 자료의 한계로 사업체의 일자리 변동 궤적과 노동자들의 이동 궤적을 다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도별로 사업체와 노동자를 추적할 수 있는 패널데이터가 확보되어야 하는데 자료 제공이 매우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위기에 대한 지역노동시장의 조정기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업체와 노동자의 궤적에 관한 후속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일자리 변동과 노동이동 분석 범주에 일자리의 질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고용 안정성 측면에서 일자리의 질은 중요한 연구주제이지만, 지면의 제약으로 이 부분 또한 후속 연구과제로 남겨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