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경관과 치유의 경관
1) 경관에서 치유의 경관으로의 전이: 시각의 탈피와 감정의 포함
2)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의 확장: 일상적, 관계적, 동적 전환
3. 모빌리티와 치유적 모빌리티
1) 모빌리티에서 치유적 모빌리티로의 전이: 관계・변형・매개
2) 건강지리 내 치유적 모빌리티의 확장: (탈)의료적, (비)물리적 모빌리티로
4. 토론
1. 서론
문화지리학은 다양하고 울퉁불퉁(uneven)하게 형성되어있는 세계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하고 그 차이를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게 하는 학문(이정만, 2013; Crang, 1998; Gasler, 2010)임과 동시에, 하나의 사고방식으로서 명확히 구별 불가능하며, 분포, 생활방식, 의미체계, 실천, 권력 등을 다루면서도 지리학의 지평선을 끊임없이 넓혀갈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Atkinson et al., 2005; Anderson et al., 2002). 이러한 다양한 정의, 또는 성질을 가진 문화지리학은 정의만큼이나 다양한 핵심개념을 가지고 있으며1), 이러한 핵심개념은 다양한 가치, 기능들을 품고 있다. 문화지리 핵심개념이자 동시에 기능을 담당하는 용어로는 차이/소유(difference/possession), (비)재현((non)-representation), 텍스트(text), 혼종성(hybridity), 힘(power), 포지셔널리티(positionality), 정체성(identity), 건강/치유(health/healing)(Atkinson et al., 2005; Gesler, 2010; Horton and Kraftl, 2013; Anderson, 2021)등이 있다. 그중 본 연구는 문화지리 핵심 개념들의 다양한 기능 중에서도 치유의 기능, 가치를 깊게 조명하며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문화지리학 기존 논의 내 지속적으로 건강, 돌봄 등을 주목하는 연구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Dyck, 2006; Cutchin, 2007; Parr, 2007; Gesler, 2010; Greenhough, 2012; Little, 2013; Soltani et al., 2024), 건강지리학 태동이 신문화지리학의 경관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볼 때, 문화지리 핵심개념이 치유적 가능성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Gesler, 1992).
건강지리학(health geography)2)이란, 의료지리학(medical geography)에서 1990년대 초반 문화적 전환(cultural turn)으로 인해 파생되어 나와, 인간의 건강(health), 웰빙(well being), 치유(healing)와 지리 간 관계의 모든 측면을 탐구하는 인문지리학의 하위 분야이다(Gesler and Kearns, 2002; Kearns and Collins, 2010; Crooks et al., 2018). 그동안 의료지리학에서는 전염병의 지리, 분포 등에 대해선 주류로 연구되고 있었으며, 사람의 치유 사건과 장소 사이의 연결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이를 밝힐 말한 적절한 분석 도구가 없었기에 이에 대한 부문은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문화지리학자였던 Gesler (1992)는 의료지리학에서 그간 풀지 못했던 고질적 문제를 문화지리 핵심개념인 경관(landscapes)을 의료적 이슈에 적용하여 이를 해결하였다. 결국, 이 시기 일어났던 의료지리학의 문화적 전환으로 그동안 질병의 지리에만 관심을 보였던 의료지리학은 건강과 돌봄 측면에서도 장소의 의미와 본성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화되었고(Williams, 1998), 이러한 건강과 장소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한 개념으로, 문화지리학자였던 Gesler가 신문화지리학의 의료적 이슈로서 1992년 치유의 경관(therapeutic landscapes) 개념을 최초로 제시하면서, 건강지리학이 의료지리학으로부터 파생되어 태동하게 되었다. 치유의 경관이란, 치유의 과정(healing process)이 진행되는 장소(상황, 배경, 현장, 환경) 그 자체이자, 어떻게 장소(상황, 배경, 현장, 환경)가 치유의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지리적 메타포이다(Gesler, 1992; 2003). 건강지리학은 Gesler가 치유의 경관 개념을 창시한 이래 30여 년 가까이 지리와 건강, 웰빙, 치유 간 관계를 분석해왔다. 그리고 최근까지, 치유적 행위경관(therapuetic taskscapes)(Dunkley, 2009), 치유적 사운드스케이프(therapeutic soundscapes)(Bates et al., 2020), 활력을 주는 장소(enabling places)(Duff, 2011), 치유적 모빌리티(therapeutic mobilities)(Gatrell, 2013), 치유적 네트워크(therapeutic networks)(Smyth, 2005), 치유적 아상블라주(therapeutic assemblage)(Foley, 2011) 등 다양한 개념들이 생겨나고 발전하였다.
여기에서 본 연구가 주목한 것은 건강지리에서는 치유의 경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문화지리3) 연구에서 자주 사용되는 경관, 모빌리티, 네트워크, 아상블라주 등의 핵심개념이 차용되고 있다는 것이며, 이러한 문화지리의 핵심개념이 건강지리 현상을 분석하는 핵심용어로 새롭게 재구성되고 확장된다는 것이다. 건강지리에서 문화지리 핵심개념과의 교차성은 치유적 네트워크에서 원개념인 네트워크에 대한 고찰(박향기, 2024)과 치유적 아상블라주에서 원개념인 아상블라주의 고찰(Duff, 2023)과 같이 최근 용어를 중심으로 주목되고 있으나, 지속해서 건강지리에서 방대하게 쓰이고 있는 치유의 경관 및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이 어떠한 경로로 문화지리의 경관, 모빌리티에서 전이되었고 확장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첫 창시 시기(Gesler, 1992; Gatrell, 2013) 이외에는 비교적 소외되어왔다. 그러나 문화지리 핵심개념이 어떠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건강지리의 핵심개념으로 발전한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비)물리적문화 영토 위에 어떻게 인간이 건강 문제와 얽히게 되는지 관계를 밝히는 중요한 분석 도구가 되어 개념의 생명력을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미 선행된 연구에서 아상블라주에서 치유적 아상블라주까지 주의 깊게 살펴본 Duff (2023)의 연구는 기존 치유적 아상블라주의 창시(Foley, 2011) 이후에 진행된 연구로, 기존 아상블라주 개념의 성질을 건강적 측면으로 더 깊게 파고들면서, 아상블라주의 경계적 차원, 내구적이고 (불)안정적 차원, 윤리와 권력적 차원 이렇게 세 가지 차원을 건강과 질병에 대한 지리 연구 내에서 이론적 고찰을 하여 그동안 수렴되지 못했던 개념을 정리하였으며, 다른 수영, 관광, 약물 등의 건강지리 기반의 경험 연구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면서 개념의 생명력을 더욱 고양시킨 기여점이 있다(Clay and Duff, 2024; Foley, 2025; Friesinger et al., 2025). 이러한 측면에서 건강지리에서 방대하게 쓰이고 있는 치유의 경관과 모빌리티가 문화지리에서 어떠한 특성으로 인하여 건강지리로 전이되었는지에 대한 토론은 정밀한 이론 연구가 지속적인 경험 연구 활용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그리하여 본 연구는 문화지리 핵심개념의 어떠한 특성이 건강지리의 핵심개념으로 차용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건강지리에서 어떻게 확장되어 갔는지를 경관과 모빌리티 개념을 중심으로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연구에서는 문화지리 핵심개념이 건강지리의 핵심개념으로 어떻게 전이되고 확장되었는지를 탐구하기 위해 4단계의 분석과정을 거쳤다. 첫째, 건강지리 핵심개념 중 문화지리 핵심개념들을 기반으로 한 개념인 경관, 모빌리티, 네트워크, 아상블라주 4가지 개념 중 문화지리와 건강지리의 교차성 연구가 비교적 진행되지 않은 경관과 모빌리티를 선택하였다. 둘째, 문화지리 핵심개념의 정의와 특성들을 문헌 고찰하였다. 셋째, 건강지리에서 그 핵심개념이 어떻게 적용되어 쓰이는지 사례연구들을 문헌 고찰하였다. 넷째, 문화지리 핵심개념의 어떠한 특성이 건강지리의 핵심개념의 특성과 연결고리를 가지는지, 또한 문화지리의 개념의 어떠한 특성이 건강지리의 사례 문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지를 교차하는 특성 키워드를 바탕으로 분석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본 연구는 문화지리학의 핵심개념 중에서도 경관과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문화지리학 핵심개념의 성질을 밝히고, 이가 어떻게 건강지리학의 핵심개념으로 차용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 그 교차성을 밝힌다. 건강지리와 문화지리의 의미있는 연결, 얽힌 맥락들을 하나씩 풀어낼 수 있는 이러한 작업은 건강지리에서는 더욱 실질적인 사례 분석을 위한 정교한 분석 렌즈 연구의 기반을 다질 수 있으며, 더불어 인문지리학의 큰 분과 학문인 문화지리학에서는 다양한 가치 중 하나인 치유적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 경관과 치유의 경관
1) 경관에서 치유의 경관으로의 전이: 시각의 탈피와 감정의 포함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이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차용되고 확장된 연유는,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이 시각과 외형적 모습을 탈피하려는 흐름이 건강지리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치유를 밝힐 수 있는 도구인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확장되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였기 때문이다. 문화지리학에서 경관 개념이 시각적 측면을 탈피하게 되어, 건강지리학에 영향을 준 흐름을 세 가지 갈래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구문화지리학에서 신문화지리학으로 넘어가면서, 시각과 외형을 중시했던 주장이 비판받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흐름이 건강지리학의 초창기 치유의 경관 개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구문화지리의 문화경관(cultural landscapes) 개념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감각은 시각이었다. 이는 Sauer의 문화경관 정의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는데, 문화경관이란, 기존 있었던 자연경관에 인간의 활동이 더해지면서 나타나는 가시적인 모습으로, 자연경관과 더불어 인간 활동에 의해 형성된 농경지, 도로, 빌딩 등 시각적으로 보이는 모든 형태의 합의 결과물이다(이정만, 1993; Sauer, 1925). 문화경관 논의는 외형적으로 보이는 형태를 매우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Sauer는 그의 경관 형태학을 독일의 지적 전통에 기초하여 인간이 자연의 작용에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았고, 이를 통해, 문화는 행위자, 자연 지역은 매개체, 문화경관은 결과로 보았다(Sauer, 1925, 46). 그러나 신문화지리학 이후, 문화지리학에서 경관 개념은 더 이상 외관상 보이는 형태에만 집중하지는 않는데, 이러한 시각과 형태에 집중했던 Sauer의 문화경관론, 즉 구문화지리학이 1980-90년대 신문화지리학으로부터 비판을 받게 된다(송원섭, 2015). 경관을 눈에 보이는 형태 그대로의 결과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관은 역사적 유래 속에서 형성되는 과정을 이해해야하며, 숨겨진 이데올로기적 차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송원섭, 2015). 그리하여, 신문화지리학자들은 보는 방식으로서의 경관(Cosgrove, 1985), 문학작품처럼 경관이 텍스트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텍스트로서의 경관(Duncan, 1990)을 강조했다.
이러한 구문화지리학에서 신문화지리학으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문화지리학의 경관 개념은 눈에 보이는 면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맥락을 살필 수 있는 과정, 의미, 감정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분석 도구로 변모함에 따라, 건강지리학에서 치유의 경관 개념의 창시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의료지리학에서는 그동안 전염병의 지리, 분포 등에 대해서 주류로 연구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치유 사건과 장소 사이의 연결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이를 밝힐 말한 적절한 분석 도구가 없었기에 이에 대한 부문은 연구가 진행되지 못하였다(Gesler, 1992). 이때, 문화지리학자였던 Gesler(1992)는 의료지리학에서 그간 풀지 못했던 고질적 문제를 문화지리 핵심 개념을 통해 해결하게 되는데, 그것은 문화지리 핵심개념이자 시초 개념인 경관(landscapes)을 의료적 이슈에 적용하는 것이다. 80-90년대 문화지리학에선, 구문화지리학 문화경관 개념이 내재한 시각, 형태 중심성을 탈피하는 신문화지리학 흐름이 진행되었으며, 신문화지리학 경관에선 형태보단 형성과정을 중시하고, 경관의 외형적인 결과물보단 그 경관이 암시하는 바를 중요시여겼다. 이러한 측면은 의료지리학의 시선에선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분석적 렌즈를 제공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현지치료사가 치료하고 있는 오두막(Gesler, 1992)을 바라 볼 때, 서양의학 중심의 의료지리학 시선에서는 이와 같은 오두막이 의료적 현장이라 분석될 수 없었으며, 이전 구문화지리학에서도 그 외형 자체 결과물만 파악하기 때문에 그 안에 벌어지고 있는 현지치료사가 치료하고 있는 의료적 현장을 지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형성과정, 그 안의 스토리를 볼 수 있는 신문화지리학에서는 그 오두막의 경관을 현지치료사의 치료현장과 과정까지 유용하게 분석할 수 있었다. 이렇게의료지리학의 고질적 문제점을 문화지리학 핵심개념인 신문화지리학 경관 개념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부분은, 분명 문화지리학의 핵심 개념이 건강-장소 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분명하게 나타내는 대표 사례일 것이다. 치유의 경관 개념이 생긴 이래(Gesler, 1992), 치유의 경관 개념을 통한 치유-장소 분석은 문화지리학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지속적으로 연구가 이어져 왔다(Bignante, 2015; Gorman, 2017; Doughty et al., 2023; Kruse, 2025).
둘째, 문화지리학 내 비재현적 지리학의 흐름이 진행되면서 경관해석에 있어서 관계의 중요성이 확장되었고, 경관은 시각 중심을 탈피한 다양한 경관 개념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건강지리에도 시각 이외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치유의 경관 개념 형성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2000년대 들어 문화지리학 경관연구는 비재현지리학의 흐름으로 넘어가면서 신문화지리학에서 경관이 인간 외부에 있다고 주장했던 것을 비판하고, 인간과 경관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경관 안에 인간이 있으며 경관과 인간의 관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송원섭, 2015). 이로써 최근 경관 연구에서는 형태를 중시하는 흐름은 약화되고 다양한 행위자들로부터 형성되어지는 경관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러한 비재현적지리학 이후, 문화지리학의 경관 개념은 관계적 사고에 기반하여, 시각을 넘어 더 넓은 감각을 다루게 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서, 문화지리학의 핵심 개념이었던 경관은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경관 개념을 넘어서,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행위경관이나, 시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감각을 강조하는 소리경관, 냄새 경관(smellscapes), 감각 경관(sensescapes)과 같은 개념이 등장하며 시각에만 의존하던 경관 개념은 관계를 통한 다양한 감각 인식을 통한 개념으로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치유적 소리 경관은 상상력을 자극하여 정확한 지명이나 장소를 떠올리기보단, 이전 유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화되지 않은 추상적이고 탈맥락화(decontextualization)된 장소의 경험을 상상하도록 자극하여 치유에 도움을 준다(Bates et al., 2020). 이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소리 자체가 치유적인 것이 아니라, 소리를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인식 가능하기 때문에 치유적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이 소리를 듣게 되면, 그 소리가 개인의 기억과 삶의 이야기(geography, life history, personal preferences)에 기반한 마음속 경관을 형성시키고, 특정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소리의 미학에 집중하게 되면서 치유를 얻게 된다. 한편, 치유적 행위경관은 예전처럼 경관 내 이미 의미와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는 전제를 반론하여, 오히려 경관 속에 행위와 참여를 함으로써 의미와 감정이 생성되고 모여드는 경관(Donkley, 2009)으로, Ingold(1993)의 행위경관을 확장한 개념이다. Dunkley(2009)는 치유적 행위경관으로서 캠프를 예시로 들어, 직원과 캠퍼 간에 형성된 관계, 사람과 비인간 모두가 제공하는 저항, 활동이 캠프의 경관과 프로그램을 형성하고 재형성하는 방식, 그리고 캠퍼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치유적 행위경관을 만든다고 소개하고 있다. 즉, 이러한 문화지리학 비재현지리학 흐름에서 관계에 의한 경관의 시각 탈피는 건강지리학에서 다양한 치유의 경관 개념을 발달시켰다.
셋째, 위와 같은 비재현적 지리학 내 관계적 흐름이 전개되면서,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에서 비물질적인 정동을 포함하게 되고 정서와 감정을 넘어 정신건강과 치유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분야인 건강지리학의 경관 개념까지 이어져 지속적으로 경관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비재현지리학에서는 더이상 살아 움직이는 대상을 하나의 프레임 속에 고정시켜 죽은 것으로 간주하지 말고, 살아 움직이는 그 자체를 봐주어야하며 일시성, 실천성, 수행성을 강조하며, 그 관계 속에 담긴 정서나 감정까지 따로 떼어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진종헌, 2013; 송원섭, 2015; Thrift and Dewsbury, 2000; Lorimer, 2005; Thrift, 2008). 이러한 비재현지리학의 전개 이후, 문화지리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감정지리학(emotional geographies)의 등장 역시 건강지리로의 전이를 살펴볼 때 주목해서 볼 부분이다.4) 감정지리학은 사람과 환경 사이의 감정적 관계를 연구하며, 신체와 장소 모두에서 감정이 위치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다(Mayhew, 2015). 감정지리학은 가장 가까운 지리적 장소인 신체에서 흘러나오는 경외감, 두려움, 걱정, 상실, 사랑 등과 같은 감정을 그동안 지리학이 배제하는 방식으로 정의하였던 것을 비판하고, 이러한 감정들이 사회-공간적으로 매개되고 재현되는 방식 측면에서 경험적, 개념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Bondi et al., 2016, 1-16). 감옥, 정신병원, 농촌의 여유, 도시의 스트레스같은 고정관념의 예시들은 감정이 장소와 어떻게 역동적으로 연관되는지를 두드러지게 나타내주는 장소들이다(Bondi et al., 2016).
특히 이러한 감정지리는 건강지리로 쉽게 연결된다. 예를 들어, 특정한 환경들이 사람들의 (감정적)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치유의 경관(Gesler, 2003)에 기반하여 감정지리 내에서 특정한 물리적 환경이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하이랜드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 감정 토포그래피(emotional topographies)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주목한 사례(Parr et al., 2016)나 특정 자연 경관을 사례로 자기-경관 만남(self-landscape encounter)에 대한 관계적 접근을 주장한 연구(Conradson, 2016) 등은 치유 가능성과 관련된 감정지리를 암시한다. 결국,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이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차용되고 확장된 이유는 이러한 문화지리 내 경관에서 정동에 대한 강조가 건강지리에서 감정지리, 정신건강 등의 부분과 맞닿게 되었고, 이러한 측면에서 문화지리의 경관 개념은 지속적으로 건강지리의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이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차용되고 확장된 이유는,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의 변천에서 시각과 외형을 탈피하려는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유와 깊은 연결성을 띠게 되어 건강지리학의 치유의 경관 개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된다. 구문화지리학에서 신문화지리학으로 넘어오면서 시각과 외형을 탈피하고 그 경관 안에 일어나는 과정을 중시하는 흐름이 생겨났으며, 비재현지리학의 흐름에서 관계를 중요시하는 흐름이 생겨 이는 관계를 맺어야만 일어나는 사건인 치유와 깊은 연결성을 띠게 되어 건강지리학의 치유의 경관 개념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사료된다. 더불어,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이 정서, 감정을 포함하는 흐름으로 점점 가게 되면서, 정서와 감정을 넘어 정신건강과 치유에 대한 부분을 다루는 분야인 건강지리학의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지속적으로 전이되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2)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의 확장: 일상적, 관계적, 동적 전환
문화지리 경관 개념이 건강지리학의 치유의 경관으로 전이된 이후, 건강지리학 내 치유의 경관 연구는 초창기 성소, 온천, 목욕탕같이 치유의 명성이 잘 알려진 장소를 중심을 연구되었다. 예를 들어서, 치매환자들을 위한 장로교 교회부속시설을 치유의 경관으로 보고 분석하거나, 잉글랜드 바스 유적지, 고대 로마 공중목욕탕 유적지처럼 치유의 명성이 잘 알려진 장소들을 중심으로 치유의 경관 분석을 하였다(Gesler, 2003).
그러나 이러한 기존 치유의 경관 논의는 건강지리학 내에서 크게 일상적, 관계적, 동적 전환에 의해 비판받아 치유의 경관 개념이 새롭게 재구성되고 확장되고 있다.
첫째, 기존 치유의 경관은 치유의 명성이 알려진 영적 장소나 의료시설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일상 영역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으로 일상적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확장해 가고 있다. 그동안 치유의 경관 연구들은 치유의 명성이 알려진 역사적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Milligan et al., 2004; Wakefield and Mcmullan, 2005). 그러나 이는 일상의 영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으며, 이러한 예외적이고 비범한 치유의 장소들은 삶에서 경험되는 빈도가 비교적 적다는 한계점이 있었다(Willis, 2009). 결국, 사람들이 치유의 명성이 있었던 장소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그 치유는 일시적으로 끝나버리며 지속적으로 활용을 할 수 없기에, 치유의 명성이 있는 역사적 장소들을 중심으로 한 치유의 경관 개념은 비판받기 시작하였다(Milligan et al., 2004). 이러한 일상적 전환으로 인하여, 건강지리학의 관심은 비범한 치유의 명성이 있는 장소에서 일상적 장소로 옮겨졌다. 노인의 신체,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일상적 장소인 공동체 정원(community garden)에서 능동적으로 치유의 경관을 구성시킬 수 있을지 논의하여 치유의 경관을 일상적 영역으로 확장하거나(Milligan et al., 2004),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않은 측면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도시라는 평범한 장소에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여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건강지리에서 일상적 장소와 평범한 치유과정을 이론화(Wakefield and Mcmullan, 2005)한 연구들로 이어졌다. 또한, 이러한 일상적 전환으로 인해 건강지리학 연구들은 일상생활 맥락에서 개인의 웰빙을 증진 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치유의 경관 개념 틀을 활용해 해안가에 사는 주민들이 어떻게 일상 해안가로부터 치유적 경험을 통한 웰빙을 증진 시키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거나(Bell et al., 2015), 이전의 성지, 병원, 온천과 같은 평범하지 않은 장소가 아닌, 삶 속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용이한 공공도서관(Brewster, 2014), 심리상담카페(박수경, 2014), 집(박수경, 2021)과 같은 장소를 치유의 경관 프레임을 통해 분석하였다.
둘째, 기존 치유의 경관의 고정성을 탈피하고, 치유의 경관 그 자체가 치유의 특질이 있다기보다는 이와 관련된 경험을 통한 관계에서부터 치유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러한 건강지리학계 관계적 흐름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전반에서 공간을 보는 관계론적 시각이 형성됨과 동시에, 건강, 웰빙, 치유라는 특성 자체가 관계성을 가지는 특징으로 인하여 일어나게 되었다. 인간은 그 인간을 둘러싼 가족, 친구, 물체, 자연, 장소 등 다양한 관계를 맺는 존재이며 이러한 관계를 맺음으로 통해서 치유가 일어나게 된다. 즉, 치유는 어떠한 객체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Willis, 2009; Bell et al., 2018)이기에, 이러한 치유 자체의 관계적 특성 때문에 건강지리학에서 관계론적 전환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현대 사회가 되면서 치유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더욱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이전 치유의 경관 개념틀로는 이러한 치유에 영향을 끼치는 복잡한 요소 간 관계를 분석하기 어려워졌으며 더욱 치유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지리적 인자와 관계들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으로써 관계적 전환이 전개되었다. 이 같은 관계적 논의들은 건강, 웰빙의 경험들이 사람 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 장소, (비)물질적 구성요소(분위기, 역사, 가치) 간 복잡한 관계의 조합으로 형성된다(Ward et al., 2024)고 보기 때문에, 이전 치유의 경관 연구들이 치유적 효과가 나타나는 관계 역학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고려하지 않았음을 비판하며, 치유의 경관 경험(therapeutic landscape experience)을 통한 사회-자연적 관계망을 통해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논한다(Conradson, 2005). 즉, 기존 고정된 치유의 경관 개념이 치유와 관계를 맺는 다양한 특성들인 시간적, 문화적 요인(젠더, 계층, 민족), 특정한 능력, 역량을 잘 설명해주지 못하였음을 비판하고, 단순하게 고정되어있는 정체성이나 구조나 본질이 있는 치유의 장소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 치유의 장소에 얽혀있는 과정, 관계까지도 파악하여 이와 연루된 사건, 과정, 관계의 움직이고 만들어지는 경험을 강조하였다(Duff, 2011). 이같이 경험을 강조하는 관계적 전환의 흐름은 기존 치유의 경관 개념을 넘어서 관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개념틀인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을 기반해 치유 및 지리와의 관계를 볼 수 있는 개념 틀인 활력을 주는 장소(Duff, 2011), 치유를 증진 시키는 치유적 네트워크(Smyth, 2005), 다양한 장소, 사람, 자원의 동적인 연결과 결합으로 건강을 증진 시키는 치유적 아상블라주(Foley, 2011)와 같은 개념 틀은 건강지리학에서 치유, 건강, 회복 등이 경험을 통한 관계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는 경관의 대안적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셋째, 기존에 정적으로 보았던 치유의 경관 개념을 비판하고, 치유의 경관을 역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만들어지는 치유의 과정을 강조하는 동적 전환의 흐름이 건강지리학 내 전개되었다. 즉, 기존에 있었던 치유의 경관 개념까지도 동적이었다고 바라보는 연구들은 이전 치유의 경관이 특정 치유의 특질이 있는 장소에 집중하고 있었음을 비판하고, 치유의 경관은 정적으로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생성되며 동적인 것에서부터 치유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기존 치유의 경관 개념 틀을 사용하지만, 주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물리적, 사회적 환경과의 협상을 통해 고유의 치유적 장소 만들기를 행함으로써 치유의 경관을 생성시키고 구성시킬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Sampson and Gifford, 2010). 예를 들어, 피난민들이 단지 피동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정착지에서 회복의 경관을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장소를 이용하고 협상하는지 주체적인 모습을 파악하거나(Sampson and Gifford, 2010), 치유의 장소가 제자리에서 수동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리듬과 움직이는 것에서부터 치유적일 수 있음을 주장하는 논의들이 등장하였으며(Pitt, 2014), 걷기 공동체가 행하는 치유를 위한 모빌리티 활동을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움직이는 모바일 치유의 경관이라 해석하기도 하였다(Doughty, 2013).
3. 모빌리티와 치유적 모빌리티
1) 모빌리티에서 치유적 모빌리티로의 전이: 관계・변형・매개
모빌리티란, 사람, 사물, 정보, 생각, 이미지 등의 지리적 이동과 그 이동에 얽혀있는 다양한 관계들의 의미와 실천이 함께 포함된 의미를 품고 있다(Cresswell, 2006; Urry, 2007; Adey, 2017). 이는 A라는 지점에서 B라는 지점까지 단순한 움직임(movement)이나 먼 곳으로 가는(travel) 위치적 이동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리적 이동에 얽힌 다양한 관계들의 의미와 실천을 함께 바라보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Cresswell, 2006). 한편, 이러한 모빌리티 핵심개념이 건강지리로 확장된 개념인 치유적 모빌리티란, 건강, 웰빙을 증진 시키는 이동으로 치유와 모빌리티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된다(Gatrell, 2013). 모빌리티 개념이 건강지리에서 치유적 모빌리티로 확장하게 되었을 때, 다양한 모빌리티의 특성 중에서도 관계적(relational)(Cresswell, 2006; Monroe, 2016; Adey, 2017; Lowe and DeVerteuil, 2020), 변형적(transformative)(Massey, 2005; Adey, 2017), 매개적(mediated by various structural and contextual factors)(Adey, 2017) 측면에서 치유, 건강, 웰빙과의 연결고리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모빌리티의 관계적 특성은 지리적 이동을 하면서 다양한 관계 맺음을 통하여 건강, 치유, 웰빙과 연결될 수 있기에, 치유와 모빌리티 특성이 자주 연결됨을 알 수 있다. 모빌리티의 관계적 특성은 관련 사례연구에서 속속히 등장한다. Monroe(2016)는 내전이 일어난 베이루트 도시 사회의 불안정한 모빌리티 사례를 민족지 방법론으로 탐구하였다. 베이루트 도시민들에게 걷기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정치적 불안정과 권력의 불평등 속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지리적 배경과 관계가 얽혀있는 모빌리티였다. Monroe의 연구 중 한 인터뷰에서는, “어두운 밤 저격수의 눈을 피하고자 가능한 어두운 빌딩과 가깝게 걷거나 다른 사람들과 가까이 걷는 것을 피했다”라는 내러티브를 볼 수 있다. 이는 베이루트 도시민의 걷기가 일반적 도시 환경에서 걷기 경험과 극심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Komarova (2014)의 연구에서도 도시의 폐허를 경험한 한 보행자의 인터뷰에서 “(저 나라에서) 신기했던 경험은 보행자로서 거의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는 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그냥 그대로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이에요. 맨홀 같은 것에 빠져버리진 않을지, 어떤 도로포장에 바지에 진흙이 묻진 않을지, 주차된 자동차 사이를 아나콘다처럼 구불구불 다녀야 하는 건 아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는 거예요”라고 묘사하고 있다. Komarova는 이 내러티브에서 도시의 직조 서비스의 쇠락이 도시 속 보행자의 모빌리티를 파편화시켰다고 해석하였으며(Komarova, 2014; Adey, 2017), 이 같은 사례는 한 도시의 모빌리티가 단순한 A 지역에서 B 지역으로 움직이는 것을 넘어, 내전, 폐허와 같은 상황에 얽혀있는 모빌리티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모빌리티는 관계적 특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베이루트 도심 속 걷기(Monroe, 2016)와 폐허된 도시 속 걷기(Komarova, 2014) 사례는 서울 한양도성길 걷기를 비교해보면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서울 한양도성 낙산구간을 친구와 함께 성곽길을 따라 걸어 힐링을 얻었다면, 걷기, 친구들, 성곽길, 아름다운 자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이동에 결합되고 상호작용하면서 치유라는 변화를 겪게 된다(박향기, 2016)는 점에서 치유를 이야기 할 때 관계적 특성이 자주 드러나게 된다.
건강지리학에서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는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이 생긴 이래, 이를 중심으로 수렴되었고, 이 개념틀을 사용한 연구들은 크게 활동적(active)(Gatrell, 2013; Pollard et al., 2020), 사회적(social)(Gatrell 2013; Paddon 2020; Pollard et al., 2020), 맥락적(context)(Gatrell, 2013; Bochaton, 2019; Paddon 2020; Kaspar et al., 2023) 측면에 있어서 치유와 모빌리티 간 깊은 연결이 생긴다고 논하고 있는데, 이러한 치유적 모빌리티의 3가지 속성은 모두 모빌리티의 관계적 속성에 기반하고 있다. 더불어, Gatrell이 치유적 모빌리티 렌즈를 제안한 후, 이 개념틀을 활용하여 다양한 모빌리티 유형과 건강, 웰빙, 치유 사이의 연결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들이 등장하였는데, 이러한 후속 연구들은 이동 자체가 고유한 치유적 특질이 있다기보단, 그 이동에 연결된 관계에 의해 그 치유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들은 이동에 내재된 특성이 치유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을 넘어, 그 이동에 연결된 관계적 성취에 의해 치유적 효과가 있음을 주장하였다(Kaspar et al., 2019).
둘째, 모빌리티의 변형적 특성은 지리적 이동을 하면서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맺으며 변동, 파동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모빌리티의 변형적 측면은 건강지리에서 치유라는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과 관련성이 깊다. 고전적 논의인 시카고학파 Burgess(1925)에 따르면, 도시의 성장에 있어서 모빌리티가 변화의 특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어떠한 움직임(movement)은 고정되고 변화가 없는 운동의 질서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움직임(movement)은 새로운 자극이나 상황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변화를 일으켜 도시 성장에 매우 중요한 이동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렇게 변화를 일으키는 움직임(movement)은 모빌리티(mobility)라고 부를 수 있다(Burgess, 1925). 이 같은 모빌리티의 변화성은 Massey(2005)의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Massey는 모빌리티가 일어날 때 파동(wave)도 함께 생겨난다고 하였다. “런던에서 밀턴 케인스로 가는 기차 여정을 하는 모빌리티를 행하면서, 단순히 기차역이라는 공간을 관통하거나 가로지르는 이동을 했다기보다는, 이동이 기차역이라는 공간을 오히려 약간 변형시키고, 공간의 계속적 생산을 돕거나 일으켰다”(Massey, 2005)라고 언급하면서 모빌리티가 주변의 것을 변화시키는 속성이 있음을 꼬집었다.
결국, 이러한 모빌리티의 변형적 속성이 건강지리학에서의 치유적 모빌리티와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치유(healing)라는 특성 자체가 아픔이 있던 것에서 온전해지는 것(박향기, 2023)에 있으며, 또한 치료(therapy)의 목적 자체가 일상생활에서 행동이나 태도에 변화가 일어나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권석만, 2012). 즉, 지리적 이동을 경험하여 치유감을 얻게 되었다면, 이미 개인의 건강상태 변화와 더불어, 삶의 행동, 태도에 변화가 생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된 특성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줄 수 있는 모빌리티 시각에서 치유의 이동 현상을 바라보는 것은 중요하다. 결국, 모빌리티가 A에서 B까지 가는데, 다양한 요소들과의 관계들을 주고받으며 변화를 일으키는 이동이며, 치유적 모빌리티 역시 다양한 관계들과 매개되어 치유라는 변화를 일으키기에 모빌리티 렌즈는 치유 이동 현상을 관찰하는데 독특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셋째, 모빌리티의 매개적 특징은 지리적 이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수단에 관한 측면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으며, 이러한 매개적 특징은 (비)물질성과 결합하는 치유적 모빌리티와 연결된다. Urry(2007)에 의하면, 모빌리티에는 다양한 측면들이 있는데, (1)이동할 능력이 있는 것, (2)군중(mob), (3)사회적 모빌리티(social mobility)5), (4)지리적 이동(geographical movement)의 현상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Urry, 2007). 여기서 특히, 매개와 연결되는 부분은 (1)이동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이동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송해주는 사람의 발, 동물, 기계와 같은 수단 및 매개와의 결합이 필요하다. 이러한 수단 및 매개를 통한 이동은 육체적 이동(걷기, 춤추기, 등산하기, 양궁 등; Urry, 2007, Andrews et al., 2012), 동물들과의 결합을 통한 이동(말, 코끼리, 낙타; Adey, 2017), 기계와의 결합을 통한 이동(전동휠, 전동킥보드, 자전거, 기차, 자동차, 버스, 비행기)(Urry, 2007; Adey, 2017)과 같은 물리적 이동과 더불어, 기술의 발달에 따른 통신, 가상 이동(Urry, 2007; Pooley, 2009; Adey, 2017), 그리고 상상을 매개로 한 이동(Urry, 2007; Park, 2022) 등으로 그 범주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 모빌리티가 치유적일 수 있다 주장하는 Gatrell의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은 이러한 모빌리티의 매개적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Gatrell이 걷기, 자동차, 기차, 비행기 등 같은 다양한 형태의 모빌리티가 건강, 웰빙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는 점에서 매개적 특징이 치유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모빌리티는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비물질적인 감정과도 매개된다는 점은 모빌리티의 매개적 특징이 치유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다. Rodriguez et al.(2020)은 호주 워커맘들의 출퇴근 모빌리티 중 감정 지리를 조사하였다. 워커맘들은 이상적인 근로자가 되는 것과 집중적인 모성(intensive mothering)간 협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러한 정서, 감정이 엄마들의 출퇴근 모빌리티에서 드러나는 관계적 경험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워커맘들은 집-보육시설-직장 통근 모빌리티에서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내려주다 아이들이 보챌 경우 시간이 지체되는 경험, 보육시설에서 직장 주차장에서 이동할 때에 대부분 주차공간이 차 있어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예상한 출근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경험들에 대한 사례가 등장하며, 이는 통근의 모빌리티에 ‘괴롭고, 힘들었던(not fun)’ 감정이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물질적인 감정을 포함할 수 있는 모빌리티를 조사하는 것은 건강지리 내 어떠한 이동이 치유가 될 수 있는 지리적 움직임인지를 조사하기 이전에 선행되어야할, 지리와 얽힌 부정적이고 난해한 감정들에 대한 조사를 가능하게 하기에 문화지리의 모빌리티 개념이 건강지리의 치유적 모빌리티로 쉽게 연결되고 전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2) 건강지리 내 치유적 모빌리티의 확장: (탈)의료적, (비)물리적 모빌리티로
건강지리학에서 모빌리티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 틀을 중심으로 수렴된 이후, 이 개념을 활용하여 다양한 모빌리티 유형과 건강, 웰빙, 치유 사이의 연결을 분석하는 후속 연구들이 등장하였다.
이 같은 치유적 모빌리티 렌즈는 초창기 Gatrell(2013)이 걷기를 사례로 일상적 흐름에서 치유적 모빌리티를 적용한 흐름과 다르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환자 또는 의료종사직 간호사들의 의료적 이동에 함축되어있는 다양한 관계적 의미를 파악하는 의료지리학적 연구의 분석 틀로 활용되었다(Bochaton, 2019; Hartmann, 2019; Walton-Roberts, 2019; Thompson, 2019, 2021; Paddon, 2020; Pollard et al., 2020; Franchina et al., 2022; Troccoli et al., 2022; Schantz et al., 2025). 질병을 통한 의료적 이동은 꾸준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치유적 모빌리티는 의료 이동 현상을 분석하는 틀로 꾸준히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지리학적 틀 뿐만 아니라 Gatrell이 처음 의도했던 탈의료적이고, 일상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웰빙, 건강을 증진시키는 치유적 모빌리티 연구들도 새로운 논의들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물리적 이동이 불편한 노인분들의 걷기 사례를 분석하여 치유적 모빌리티 뿐 아니라 건강을 해치는 모빌리티(detrimental mobility)가 있음을 주목한 연구(Paddon, 2020), 메타 민족지 방법을 활용하여 단체 걷기 경험에 대한 공동의 치유적 모빌리티(communal therapeutic mobility) 개념을 제안한 연구(Pollard et al., 2020)와 같이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의 범주는 다양하게 확장되고 재구성되고 있다.
또한, 건강지리 내 치유적 모빌리티 연구에서 주목하여 볼 것은 물리적 영역을 넘어 비물리적 영역에서의 이동까지 지리적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들은 그동안 건강, 치유에 얽힌 모빌리티가 물리적 영역에만 제한되어있었음에 비판하고 비물리적 이동이 건강, 웰빙, 치유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요함을 주장하였다. 이는 최근 삶 속에서 건강과 관련한 지리 및 행동에 개입하는 것이 증가한 영역인 통신 또는 가상 모빌리티 연구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의 주된 사조는 가상 공간에서의 모빌리티가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물리적 이동뿐 아니라 비물리적 이동 역시 건강지리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대부분 디지털, 통신 영역에서 건강 데이터, 지식의 이동을 모빌리티 틀에서 이해하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 일상활동의 많은 부분이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함에 따라 온라인 공간 내 사회적 상호작용이 물리적인 지리적 근접성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청소년들 사이 SNS 내에서 지식의 모빌리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거나(Loss et al., 2014), 기존 치유적 모빌리티 렌즈가 물리적 이동뿐 아니라 비물리적 디지털 영역에서의 이동까지 확장 시켜 볼 수 있는 개념임을 주장하고 디지털 치유적 모빌리티(digital therapeutic mobilities)(Thompson, 2021) 개념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디지털 치유적 모빌리티는 건강 데이터는 비물리적이며 실체가 없고 인간과 사물보다 이동성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건강 데이터가 이동하는 영역인 디지털은 실제 일상생활의 건강지리를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건강지리학 연구에서 비물리적인 영역에서의 건강 지식 모빌리티는 필수적으로 탐구되어야 함을 주장한다(Thompson, 2021). 나아가, 치유적 모빌리티의 경계는 가상을 넘어 상상까지 전개되어, 한 사람이 치유와 연결되는 것은 실질적인 물리적 위치 외 마음속으로부터 생성되는 장소나 공간에서 경험된다(Andrews, 2004)는 정신분석적 접근에 근거한 비물리적인 상상 모빌리티(imaginary mobilities)(Park, 2022)연구까지 확장되었다.
4. 토론
본 연구는 문화지리 핵심개념이 지속적으로 건강지리로 전이되고 확장되는 현상에 주목하여, 경관과 모빌리티가 건강지리학에서 어떻게 전이되고 확장되었는지 파악하였다. 먼저, 문화지리 경관 개념은 건강지리 내 치유의 경관 개념으로 전이되고 확장되었다. 이는 신문화지리학의 경관 개념이 시각과 외형적 모습을 탈피하는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치유를 다루는 건강지리로 넘어가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였으며, 문화지리학 내 비재현적 지리학의 경관해석에 관계의 중요성이 확장되면서, 시각을 탈피한 다양한 경관 개념이 모색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치유의 경관 개념에 영향을 끼쳤다. 또한, 문화지리 내 경관 개념은 비물질적 정동을 포함하는 흐름이 전개되면서 정서와 감정을 넘어 정신건강과 치유를 다루는 분야인 건강지리학 내에서 경관 개념이 지속적으로 활용되었다. 문화지리 경관 개념이 건강지리로 전이된 치유의 경관 개념은 초창기 치유의 명성이 잘 알려진 장소에서 일상적, 관계적, 동적 전환에 의해 비판받아 새롭게 재구성되고 확장되고 있다. 한편, 모빌리티 개념은 건강지리 내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으로 전이되고 확장되었다. 이는, 모빌리티의 관계적 특성이 치유의 관계적 속성과 자주 연결되며, 모빌리티의 변형적 특성은 건강지리에서 치유라는 변화를 일으키는 부분과 관련성이 깊기에, 또한, 모빌리티의 매개적 특징은 (비)물리적 수단과 결합하거나 비물질적 감정들과도 쉽게 연결되는 치유적 모빌리티 속성과 연결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건강지리로 전이되어 재구성된 개념인 치유적 모빌리티 분석틀은 의료지리학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넘어, 일상적 관점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더불어 물리적 치유적 모빌리티를 넘어, 비물리적 디지털 또는 상상의 모빌리티로 확대되고 있었다.
그러나, 문화지리의 핵심개념이 건강지리로 전이되는 과정 속에 치유의 장소(therapeutic places; Smyth, 2005) 개념은 어떠한 연유로 분석 도구로 확장되지 못했는지에 대한 탐구 역시 필요하다. 의료지리의 문화적 전환으로 건강지리가 탄생될 때 인본주의 장소감(sense of place) 역시 영향을 미쳐 건강지리에서 장소 개념이 심화된 적이 있으며(Gesler, 2003), 이러한 인본주의 지리학에서의 장소를 넘어 관계적이고 네트워크적인 장소는 건강지리에서는 활력을 주는 장소(Duff, 2011) 논의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Duff(2011)의 논의를 제외하고는, 장소는 치유의 경관 틀로 분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Geselr, 2003; Dunkley, 2009; Sampson and Gifford, 2010; Rose, 2012). 이는 인문지리, 또는 문화지리 내에서도 장소가 종종 경관과 서로 바꿔쓰기도 하며, 구분하기 어려운 논쟁의 대상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Setten, 2006). 건강지리 연구에서, 문화지리의 핵심개념인 장소가 건강지리에서는 경관에 붙어서 진행되며 단독으로 잘 쓰여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하고 치유의 장소 개념을 새롭게 발전시키는 방향 역시 제안될 필요성이 있다. 추가적으로, 신문화지리학 흐름에서는 외관의 탈피 및 관계적 강조뿐 아니라 후기 신문화지리 흐름 내 일상과 약자의 강조 경향이 있는데(송원섭, 2015), 이는 문화지리 연구 동향의 끝자락에는 결국, 건강지리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암시한다. 더불어, 문화지리학에서 문화경관(Sauer, 1925), 모빌리티(Cresswell, 2006) 개념이 미리 존재하여 건강지리학의 치유의 경관(Gesler, 1992), 치유적 모빌리티(Gatrell, 2013)로 전이되긴 하였으나, 이들 개념이 전이된 이후에는 두 학문 간 이러한 개념들이 함께 발전하고 상호차용되어 활용되기도 하기에, 이후 연구에서는 건강지리에서 문화지리로, 또는 문화지리에서 건강지리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아이디어들을 연구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있다.
본 연구는 문화지리 핵심개념 기능 중 치유적 가치에 주목하였으며, 문화지리 내 잠재해있는 치유성은 지속적으로 건강지리 핵심개념으로 전유되고 차용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건강지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치유의 경관, 모빌리티와 같은 기초적인 핵심개념에 대한 이론적 탐구이지만, 실질적으로 건강과 치유가 필요한 이들을 위한 치유프로그램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에 정교한 분석틀을 제공함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관의 관계, 시각탈피의 성질에 기반한 치유의 경관 전이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관계 및 시각탈피에 기반한 오감을 활용한 힐링관광 및 조경을 설계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모빌리티의 관계, 변형, 매개의 성질에 기반한 치유적 모빌리티 개념은 일상의 도시 환경 속 걷기, 자동차, 버스, 지하철과 같은 모빌리티 환경을 조성하는데 영향을 끼칠뿐 아니라,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하여 생사를 오가는 힘겨운 쫓겨난 모빌리티를 하고 있을 이들에게도 국가 및 비정부단체의 도움, 원조 등을 줄 수 있는 모빌리티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본 연구가 탁상에서 이루어지는 이론적 지리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닿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