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April 2021. 245-246
https://doi.org/10.22776/kgs.2021.56.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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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

서평

왜 어떤 도시는 성장하고 어떤 도시는 쇠락하는가? 도시행정가나 정책가의 영원한 숙제와도 같은 이 질문은 지리학자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익숙한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도시의 성장과 쇠퇴는 너무나 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주된 요인도 매번 달라지고, 어떤 요인의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다른 요인의 영향력을 통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오랜 기간 이 문제에 천착해온 UCLA의 Michael Storper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영원한 숙제와 같은 이 질문에 담대하게 뛰어들었고, 이후 5년간의 연구성과가 빛을 발한 것이 2015년 발간된 바로 이 책이다. 저자들은 1970년 이후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진 현상을 통해 도시의 성장과 쇠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고자 한다. 그들이 두 도시를 비교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로스앤젤레스, 넓게는 캘리포니아에 기반을 두고 연구해온 저자들의 이력을 고려할 때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비교연구 측면에서 이는 매우 전략적인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같은 시간대(1970년대)에 같은 출발선상에 있으면서도, 공간적으로 같은 국가 내, 같은 주(州)법을 따르기 때문에 지역 간 비교를 어렵게 하는 장애요인(역사, 법률, 환율, 무역장벽 등)을 효과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핵심적인 요인을 더욱 명확하게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1장에서 저자들은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의 소득수준을 제시한다. 1970년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의 1인당 소득은 미국 대도시권에서 최상위 수준이었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이후 두 도시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최상위의 소득수준을 자랑하지만, 로스앤젤레스는 20위권으로 곤두박질쳤고, 두 도시의 구매력이나 인종, 성별과 같은 인구 사회적 요소를 모두 통제한 실질소득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2장에서 저자들은 두 도시의 소득격차가 발생한 원인은 한 가지 이론을 통해서만 밝힐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오히려 그들은 지역경제 변화를 설명하는 여러 이론을 통해 각 이론에서 지역 간 소득격차를 발생시키는 주된 요인을 가능한 한 폭넓게 검토하고자 한다. 검토 결과 옳다고 판단되는 증거들을 수집하고, 각각의 증거들을 한데 엮어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저자들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은 이 책이 마치 “탐정소설(detective story, whodunit)”처럼 보이길 원했다. 저자들은 지역 간 소득격차를 발생시킨 주요 “용의자”들을 탐색하기 위해 4개의 경제발전 이론을 제시한다. 첫째, 요소 부존과 비교우위, 무역장벽 등을 통해 국가 간 발전격차를 설명했던 발전이론(Development Theory), 둘째, 생산요소의 가격 격차에 따른 요소의 이동성으로 지역 간 소득격차와 수렴을 설명하는 지역과학과 도시경제학(Regional Science and Urban Economics), 셋째, 산업 내의 강한 집적경제 효과와 혁신이 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지역 간 소득격차가 발생한다고 보는 Paul Krugman 등의 신경제지리학(New Economic Geography), 마지막으로 국가나 지역의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제도주의적 시각(Institutions and Regional Development)이 바로 그것이다. 관련된 논의는 이 책의 11장에서 더욱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제3장에서 제8장까지는 앞서 제시한 이론들을 토대로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소득격차가 발생하게 된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3장과 4장에서는 도시경제학에 기반하여 각종 통계자료를 통해 두 도시의 산업구성과 노동 및 직업 구성의 변화과정을 제시하면서 신경제(New Economy) 등장 이후의 대응 방식 차이가 두 도시의 운명을 갈랐다고 주장한다. 샌프란시스코는 기존 주력산업이었던 IT 산업을 더욱 특화하고 이를 통해 고차 노동력을 지속적으로 유입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소득수준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반면, 로스앤젤레스는 샌프란시스코보다 IT 산업이 발전한 지역이었지만 항공산업의 몰락을 다른 기반산업의 특화로 대체하지 못하면서 시류에 적절히 편승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두 도시의 대응 방식은 달랐을까? 5장에서 저자들은 두 도시에서 기반산업이 등장하고 쇠퇴한 역사적 과정들을 추적하면서 로스앤젤레스 항공산업, 생명공학 분야의 경직되고 폐쇄적인 네트워크 구조가 고착화 된 점에서 그 원인을 찾고자 했다. 저자들이 3장에서 보인 것처럼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낮은 로스앤젤레스의 비단순반복 인지적 업무(nonroutine cognitive tasks) 수준은 이러한 폐쇄성이 지속된 결과이다. 특히 6장에서 제시하듯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제발전정책의 일환으로 항만 및 물류산업 인프라에 대규모의 재정을 투입한 것은 저임금 노동력의 급격한 유입을 낳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경제정책의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7장에서 주요 리더들의 신념과 세계관이 강화되어 온 과정은 이를 반영한다. 샌프란시스코 주요 리더들이 고차기술 분야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 조건에 집중하는데 반해, 로스앤젤레스의 리더들은 신경제에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여전히 구경제(Old Economy)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8장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경제발전과정에서 형성된 다양한 공식적, 비공식적 제도,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비즈니스 및 시민사회 네트워크에서 드러난 누적적 인과(cumulative causation) 과정이 샌프란시스코의 시기적 대응력을 향상 시킨 결과로 결론짓는다. 이상의 5개 장에서 다룬 증거들을 기반으로 저자들은 9장과 10장을 통해 앞선 장에서 제시한 증거들을 모아 두 지역의 소득격차가 발생한 결정적인 원인들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적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6장이다. 특히 6장에서 저자들이 비판한 물리적 인프라 중심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지역발전정책을 대규모의 개발사업으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풍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이 책의 8장은 앞선 장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느낌이 있고 반드시 필요한지도 의문스럽다. 네트워크가 경제성장의 원인인지, 결과인지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설득력도 제일 낮다. 9장과 10장 또한 앞 장의 결과를 엮어 통합적인 시각을 제공하기보다는 다소 동어반복에 그치고 있으며, 특히 10장에서 제시한 전략이나 정책 방향은 사실 다른 도시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모든 도시가 신경제에 유사하거나 같은 방식으로 적응할 수도 없고, 미국 이외에 도시들은 더욱 그러하다.

탐정소설의 클라이맥스는 언제나 반전에 있고, 반전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 이 책은 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저자들의 지적 기반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반전 없는 너무나도 뻔한 탐정소설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죄의 경중만이 있을 뿐, 로스앤젤레스 입장에서는 제도 이외의 다른 요인들도 모두가 공범이다. 이 책의 매력은 내용뿐만 아니라 이처럼 한 가지 현상의 원인을 다양한 이론적 틀 속에서 분석하고 각 이론에서 강조하는 요인들의 증거를 찾아냄으로써 가능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려는 논리구조와 틀에서 더욱 빛이 난다. 특히 평균, 표준편차, 성장률 등 매우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통계 지표를 저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 활용함으로써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뛰어나다. 서로 다른 사례연구를 엮은 논문집의 형태가 아니라 저자들이 특정 도시의 성장과 쇠퇴과정을 다양한 이론과 자료에 바탕을 두고 끝까지 치밀하게 파고들어 유기적으로 엮고 비교 분석하여 그 원인을 밝힌 이 책은 지금의 학계 풍토에서는 매우 귀한 존재이다. 도시의 성장과 쇠퇴, 지역 불균등 발전에 관심을 가진 지리학자라면 꼭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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