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토지황폐화 연구 동향
1) 북한 토지황폐화의 연구 동향
2) 대안적 연구방법: ZEF 방법론
3. 연구 방법
1) 연구 지역
2) 분석 자료
3) ZEF방법을 사용한 토지황폐지 도출방법
4) 한반도 특성에 맞는 토지황폐지 도출 문턱값 도출
4. 결과 및 토론
1) 전역적 결과와 남북-북중비교
2) 북한 토지황폐지 집중 분포지역과 그 이유
3) 기존 산림황폐지 연구와의 비교
5. 결론
1. 서론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던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일명 리우 회의)에서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저하와 함께 사막화가 주요한 위협으로 논의되었다. 그 결과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1)이 1996년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토지의 지속가능성 저하는 건조지대뿐 아니라 습윤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막화(desertification)라는 용어는 환경변화 또는 오염으로 토지이용이 불가능해지고 토지의 지속가능성이 저하되는 현상을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이 핵심 문제에 대한 대안적 용어가 필요했다.
토지황폐화(land degradation)는 대안 중 하나로, 토지가 물리화학적으로, 또는 생태학적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안유순, 2021; Eswaran et al., 2019; Le et al., 2012; Nkonya et al., 2001; 2016; Vogt et al., 2011). 이는 기존의 사막화(desertification) 및 토양황폐화(soil degradation) 등의 용어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으나, 이는 토지이용과 생태계 측면에서 일부 토지이용과 바이옴(건조지역-사막화)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차 토지황폐화 용어로 대체되어 가고 있다(Eswaran et al., 2019). 특히 최근에는 “land degradation”이라는 용어와 그 번역어로서 “토지황폐화”가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국제연합 총회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 15번째 목표는 “땅 위의 생명(Life on Land)” 이며 구체적으로 토지황폐화를 중단시키고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명수정, 2016).
그러나 토지황폐화라는 용어는 단순한 용어의 교정에 그치지 않으며 지구환경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투영된 것이다. 사막화와 산림파괴, 기근과 같이 토지에서 제공받는 생태계서비스(ecosystem service)의 감소 현상에 대해서, 과거에는 사막과 산림의의 범위와 면적을 관찰하고 분석하거나, 또는 식량생산량 통계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그쳐 왔다. 그러나 몇 가지 지표 또는 이를 결합하는 것만으로는 이 현상의 원인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알려졌다. 대신, 사회와 생태를 하나로 보는 사회생태시스템(Social-Ecological System, SESs) 기반 접근과 이에 기반을 둔 통합적・포괄적・거시적 지표의 선정이 본질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Reynolds et al., 2011; Turner et al., 2016; Vogt et al., 2011). 따라서 토지황폐화로의 용어의 전환은 토지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환원론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통합적, 거시적, 전역적(holistic)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토지황폐화 문제에 대해서 더 세밀하고 자세하게 관찰할수록, 토지황폐화가 발생하는 사회생태시스템 전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며, 이에 대안으로 오히려 포괄적인 지표 선정과 활용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시공간적으로 가장 가까운 토지황폐화 문제인 북한의 토지황폐화는, 다락밭으로 대표되는 산지개간과 연료목을 위한 산림벌채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생태파괴 및 산사태, 홍수와 같은 자연재난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을 뿐 아니라,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발생한 대기근의 주원인으로 인식된다. 또한 이는 1960년 이전 한반도 전역에서 일반적이었던 토지황폐화 현상의 재현이라 볼 수 있다. 조선 후기와 1990년대 이후 북한이 경험한 생태파괴와 기근, 체제위기를 통해, 토지황폐화 문제가 한반도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핵심적인 환경 문제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중요성에 힘입어 수많은 북한 토지황폐화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최근에는 위성영상과 지리정보시스템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북한 토지황폐화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북한 토지황폐화 연구는 산림황폐화 연구에 치우쳐져 있었으며, 이를 전체적으로, 포괄적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는 제한적이었다.
정규화식생지수(NDVI)는 위성영상과 항공사진 등에서 촬영한 적색광과 근적외선을 이용하여 식생의 건강도와 양, 활력도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Jensen, 2005). NDVI와 같은 식생지수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산해 내는 물질의 양인 총일차생산량(Net Primary Production)을 나타내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Le et al., 2012). 식물의 생산능력은 생태계 먹이 사슬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NDVI 또는 식생지수는 해당 지역 식물의 생산능력과 건강성을 넘어, 전체 생태계의 포괄적인 건강성을 대표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에서는 북한의 토지황폐화 현황을 산림 중심으로 바라보는 기존 연구의 맥락과는 다른, NDVI중심의 총체적인 접근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연구를 고찰, 정리, 요약하고, 한계를 논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일명 ZEF방법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활용하여,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방법이 총체적인 북한 토지황폐화 현황을 관찰하기에 적절한 방법인지, 다른 연구와 비교했을 때의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2. 토지황폐화 연구 동향
1) 북한 토지황폐화의 연구 동향
다른 북한의 공간자료와 마찬가지로, 북한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토지황폐화 관련 농・임업, 생태자료 대부분의 존재 여부가 의문이며, 공개된 자료 또한 핵심 정보가 누락되었거나 신뢰성이 의심받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북한 토지황폐화 (공간)자료는 북한 당국 또는 국제기구에서 제공하는 신뢰성이 의심받는 자료와, 현장자료로 검증이 어려운 위성영상 등 간접자료에 의존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한계가 있다. 다만 위성영상의 기술과 접근성이 성숙한 1980년대 이전까지는 통계자료 기반 연구가, 그 이후에는 위성영상 기반 연구가 다수를 이루는 편이다.
북한 토지황폐화에 대한 통계기반 및 위성영상 기반 연구의 대부분은 토지피복변화에 관한 연구다. 특히 이 중 산림면적 변화를 통해서 토지황폐화 정도를 추정하는 “양적 산림황폐화(forest degradation)”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일부 위성영상 기반 연구는 “질적 산림황폐화” 또는 산림 이상의 황폐화를 다루는 연구가 있었다. 그 세부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양적 산림황폐화 연구는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자료를 중심으로 한 연구, 남한 정부 제공자료를 중심으로 한 연구, 개인 또는 소규모 기관 중심의 위성영상 연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북한 산림면적 통계는 다양한 기관이나 논문, 보고서의 형태로 발간된 바 있으며, 박종화(2008)와 박경석(2006) 등에 의해 정리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출처가 제각각인 자료를 종합하였기 때문에 시기가 불규칙적이다. 또한 다른 토지이용과 산림을 구분하는 방법이 출처마다 다르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박종화, 2008).2)
대한민국 정부 중심의 연구와 이를 활용한 연구는 환경부와 산림청을 중심으로 한 연구로 나눌 수 있다. 대한민국 환경부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약 10년 주기로 위성영상을 활용한 토지피복도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3) 이 중 북한 토지피복분류는 대분류 토지피복도에 한정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는 북한 전역을 대상 통계자료가 아닌, 격자 단위(30m)의 공간자료로 구축되어 있어 공간적 분포를 파악하기 쉽다. 그리고 기존의 다른 조사 결과를 융합하지 않은 하나의 기관에서 도출한 결과로, 기존 통계 기반 자료 대비 정기적(10년 주기)이며, 기준이 일정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동일한 기관의 남한 토지피복분류와는 달리 현장 조사를 통한 검・보정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토지 및 생태변화 추정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e.g. 명수정 등, 2020; 이훈종, 2020). 산림청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과제를 통해 북한의 산림황폐화의 양적 경향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 초반에 관한 경향이 이승호 등(1998)의 연구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후 이를 포함한 1970~1990년대의 전반적인 경향이 김경민 등(2020)의 보고서에 정리되어 있다. 이는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하고, 유료 상용위성영상을 사용하는 등 개인 및 소규모 집단연구에 비해 구체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환경부 토지피복도와는 달리 공간정보로서의 접근성이 나쁘다는 한계가 있다.
개인 및 소규모 집단을 중심으로 한 위성영상 기반 양적 산림황폐화 연구는 위성영상의 기술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이루어져 왔다. 특히 비교적 과거(1970~80년대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해상도4)(30~75m)를 갖춘, Landsat 기반 연구와, 공간해상도는 다소 나쁘지만(250~8km) 시간해상도가 높은(하루~수 주) AVHRR 또는 MODIS 기반 연구가 절대다수를 이룬다. Landsat 기반 연구는 일부 예외도 있지만, 상당수의 연구는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해상도를 기반으로 한 북한의 특수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많다. 예를 들어 백두산 일원(Zhang et al., 1997) 평양 일대(김상욱, 2002), 평안북도 삭주, 대관, 구성, 의주(이민부 등, 2003)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AVHRR 또는 MODIS 기반 연구는 개인 및 소규모 집단연구라도 북한 전역을 대상으로 연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사용한 연구는 영상의 시간해상도를 이용하여 Landsat 등에서 불가능한 연단위의 구체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e.g. 염종민 등, 2008)5). 또한 일 또는 주 단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산림의 생장을 파악함으로써 더 정확한 토지피복분류 및 황폐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e.g. 유재심, 2010). 개인 및 소규모 집단 연구는 자원 투입이 부족하고 일관성이 부족하지만, 유연성이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에 전통적인 토지피복분류법이 아닌 새로운 연구 방법론을 사용하여 정확도가 높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종화・유재심(2009) 은 MODIS 등의 시간해상도와 식물생장 특성을 고려한 생물결정 의사결정 분지도(decision tree) 기법을 사용하여 정확도를 높였으며, Dong et al.(2020) 객체기반 분류, 인공지능 등의 고도의 분류기법을 사용하였다.
위 연구 및 자료를 종합해 보면, 북한의 산림면적은 1970년대 약 90,000㎢, 1990년대 약 80,000㎢, 2000년대 이후 약 75,000㎢ 정도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예외로 보이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나 추세 자체는 모든 자료와 연구에서 보이는 결과이다. 단, 2010년대 이후에는 경향이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연구에서는 2010년대 이후 산림면적 감소 경향의 추세반전을 주장하며, 그 이유를 최근 북한에서 진력하고 있는 산림녹화운동에서 찾는다(김경민 등, 2020; 김란희 등, 2016). 다만, 해당 결과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지의 질적변화 연구는 큰 범위 내에서 산지 중심의 토지피복 변화 연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위성영상 및 토지피복 분류 방식의 발전으로, 산지나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 이상의 질적 토지황폐화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로 구분하였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최근 공간해상도와 시간, 광학해상도가 높은 위성영상을 사용하고, 새로운 기법을 사용하여 산림의 밀도, 수종의 구성, 식생의 건강도를 구분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를 바탕으로 산지의 밀도가 어떻게 변화하고, 건강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산림을 중심으로 토지황폐화의 질적 측면을 정량적으로 파악하고, 토지황폐화의 구체적인 프로세스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연구가 가능해졌다. 대표적인 연구는 유재심・김경민(2015)의 연구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단순히 산지가 얼마나 비산지로 바꾸었는지를 넘어서, 기존 연구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던 밀도가 감소한 산지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무립목지(無立木地)”의 증감), 산지 내 경작지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다락밭 또는 비탈밭”의 증감)를 광학해상도가 높은 MODIS와 생물의사결정분지도 법으로 분간해 내었다. 그 결과 1989년 대비 2008년 황폐화된 산지는 약 200,000㎢에 달하며, 그 중 30%이상이 개간산지(다락밭, 비탈밭)로 확인되었으며 나머지는 연료목 확보를 위한 저밀도의 산림(무립목지)로 확인되었다. 주변지역의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산지훼손지역의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이 연구에서 확인하였다.
북한의 생태적 황폐화에 관한 연구는. 크게 식생지수의 시계열적 변화를 확인하는 연구와, 경관지수를 활용하여 생태서식지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연구로 나눌 수 있다. 식생지수를 이용한 연구는 Fujiwara and Kudoh(2005), 염종민 등(2008), 도나영 등(2012), Lv 등(2019)의 연구가 있으며, 주로 전역적인 식생지수의 시계열적 변화를 통해 북한의 토지황폐화 경향을 확인하였다. 종합해 보면 2000년 이전에는 북한의 식생지수는 감소 또는 정체, 2000년 이후에는 증가 추세이나 다른 동북아시아 지역에 비해서는 그 수준이 낮은 수준이라고 확인할 수 있었다. 경관지수를 이용한 연구는 Zhang et al.(1997), Kang and Choi(2014)의 연구가 대표적이며, 북한의 일부 지역 또는 전역을 대상으로 한 경관 조각의 크기, 모양,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의 전반적인 생태 경관이 취약해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농경지의 생산량을 추정함으로써 토지황폐화의 농업적 측면에 주목하는 연구도 있다. 이는 앞선 토지피복 분류방법이나 식생지수 등을 통해 자연환경 자료를 추출하고, 이를 식량생산 자료 등과 융합하여, 북한 토지의 식량생산성을 파악하는 형태의 연구다. 식생지수와 기상자료, 식량생산 자료와의 관계를 통해 농업생산량 변화의 공간적 패턴을 추정하는 홍석영 등(2009)의 연구와 이를 보완한 홍석영 등(2015) 연구가 대표적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산림의 면적 또는 질적 변화, 즉 산림의 토지황폐화에만 집중하였다는 한계를 가진다. 농지 또는 다른 토지이용인 지역의 토지황폐화 경향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 또한 다양한 출처와 위성, 분류 방법론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왔기 때문에, 산림의 정의와 산림황폐화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따라 분류 기준과 결과가 다르다는 한계 또한 존재했다. 식생지수와 경관지수를 활용하는 연구는 산림의 범위를 넘어서는 통합 지표로서 의미가 있지만, 토지황폐화 지역의 공간적 분포보다는 북한 전역 또는 관심 지역을 대상으로 하여 전역적인 통계를 내고 분석하는 방법을 채택한 경우가 다수였다. 따라서 북한 전역의 토지황폐화 경향이 어떠한지를 파악하는 데에만 의미가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의 황폐화가 심한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평가에는 이르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2) 대안적 연구방법: ZEF 방법론
기존 통계자료 또는 위성영상 기반 연구가 가지는 산림황폐화 중심의 연구 특성과, 전역적 통계 기술에만 의존하는 식생지수 기반 연구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 이 연구에서는 독일 본 대학(University of Bonn)의 ZEF6) 연구진들의 방법론(Le et al., 2012, 2016; Vlek et al., 2008)을 소개하고자 한다(이후 ZEF방법으로 기술).
ZEF방법은 일차 생산량으로서 NDVI가, 기후요소로서 강수량 자료가 토지황폐화의 지표(proxy)라고 가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NDVI의 경향성이 감소하는 지역이면서, 정규화식생지수와 강우량의 상관관계가 양의 관계가 아니거나 상관관계가 없는 지역을 토지황폐화 발생지역(이하 토지황폐지)로 정의했다. 일반적으로는 식생의 성장과 밀도는 기후 특히 강수가 많을수록 높아진다.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 영역을 도출하는 것은 “기후와 상관 없이 총일차생산량이 감소하는 지역”이라 볼 수 있으며, 이것은 인간에 의해 황폐화가 이루어지는 지역, 즉 토지황폐화가 이루어지는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Vlek et al.(2008) 은 해당 방법을 1980-1990년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적용하였다. 이 방법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강수량이 증가함으로써 녹화(greening)되는 지역과, 반대로 강수량이 떨어져 식생이 감소하는 지역(climate degradation)을 구분하였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이 증가하였지만 식생이 감소하는, 즉 인간에 의한 토지 황폐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을 구분해 내었다. 분석 결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10%정도인 213만㎢의 지역이 토지황폐화 피해를 경험하였으며, 이는 약 6천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Le et al.(2012)는 해당 방법을 서아프리카의 볼타 강(Volta River) 유역의 1982년부터 2002년까지 토지황폐지 도출에 적용하였다. 해당 유역은 40만 ㎢에 해당하는 영역으로 약 2천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으며, 가나(Ghana)를 중심으로,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 토고(Togo), 베넹(Benin), 코트디부아르(Côte d'Ivoire, Ivory Coast)의 영역이 걸쳐 있다. 이 연구에서는 해당 시기 유역의 토지황폐화 지역은 8% 정도에 그치나, 기후변화에 의한 녹화현상을 제거하고 나면, 65%의 토지가 황폐화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Le et al.(2016)은 해당 방법을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전 세계적 스케일에 적용하였다. 다만 해당 방법의 적용을 포함해서 Le et al.(2012)의 기후변화에 의한 녹화현상 보정과 토지피복, 화학비료의 사용까지 포함하여 토지황폐화의 면적을 추산했다. 그 결과 전 세계의 29%의 지역이 토지황폐화의 취약지점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AVHRR위성 영상을 식생지수로 변환한 GIMMS NDVI자료를 사용하였다. 해당 영상의 공간해상도는 8km로 대륙이나 국가 등 거시적인 스케일의 식생변화와 토지황폐화 연구에는 유용하지만, 결과가 실제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확인과 검증, 보정이 어려운 해상도라 볼 수 있다. 기후(강수) 자료는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University of East Anglia)의 기후연구그룹(CRU; Climate Research Unit)에서 제공하는 격자기반 전세계 시계열 기후 자료(강우 자료)를 사용하였다. 문턱값의 적용이냐 각 단계의 유의수준(p) 설정은 연구마다 다소 다르며, 추가적인 보정 단계가 들어가는 연구(Le et al., 2012; 2016)가 존재한다.
ZEF방법론은 토지황폐화를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분간해 내고, 국가나 대륙 단위 공간 스케일로 토지황폐지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토지황폐화와 이로 인한 빈곤문제가 심각한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전 세계의 토지황폐화의 공간적 분포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범용성이 높다. 따라서 2010년대 이후 ZEF방법론으로 도출된 결과가 많은 토지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연구에 인용된 바 있다. 특히 산림황폐화에 치우쳐져 있지 않은 거시적 지표이며, 토지황폐지를 공간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토지황폐화 연구의 대안으로 적절한 연구라 할 수 있다. 다만, 사용되는 자료의 해상도가 다소 거친 편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3. 연구 방법
1) 연구 지역
이 연구는 북한의 토지황폐지 도출을 목적을 하지만, 이 연구의 분석 지역은 북한보다 더 큰 남한과 중국 동북지역 일부를 포괄하는 직사각 형태로 구성하였다. 그 이유는 주요 매개변수 설정을 위해 북한의 자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북한 토지황폐화 심각성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는 남북 및 북중 접경지대 비교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한의 경우 범위가 넓지 않고, 후속 연구의 활용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역을 분석 지역으로 포함하였다. 한반도에 인접한 중국 동북 3성의 면적은 한반도 전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남한과 같이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중국 동북지역 중, “북중 접경지대”에 해당하는 영역을 설정하고, 이를 포함하도록 분석 지역의 북쪽 경계로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분석 지역의 경계는 경위도로 정해졌으며, 남북으로 N32°16'34''-N44°55'28'', 동서로 E122°50'57'' - E133° 13'13''의 범위를 연구 지역으로 설정하였다.
이 연구의 조사 지역을 정함에 있어 “북중 접경지대”는 생태와 생활권의 측면을 고려하여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으로 정하였다. “휴전선 일대”는 한반도 중부 지역의 지형 특성상 유역으로 나누기에 다소 난해한 측면에 있어, 북한과 남한의 광역행정구역에 따라, 나누었다. 북한의 경우 황해남북도 영역과 북한 측 강원도 영역을, 남한의 경우 수도권(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과 남한 측 강원도 영역을 휴전선 일대로 분류했다.
2) 분석 자료
기존의 ZEF방법이 AVHRR GIMMS NDVI기반의 자료를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이 연구에서는 MODIS(Moderate Resolution Imaging Spectroradiometer) 기반의 NDVI 영상을 사용하였다. MODIS 영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Terra위성과 Aqua위성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파장 영역대에 따라 250m, 500m, 1km의 공간해상도를 가지고 있으며, 하루에 1회 촬영이 가능한 시간해상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분광해상도로 36개의 다양한 가시광선 및 적외선 파장대를 가지고 있어 다중분광(Hyperspectral)영상 자료라 할 수 있다(Jensen, 2005). Terra의 경우 2000년 2월부터 이용할 수 있으며, 식생뿐 아니라, 기상, 토지이용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AVHRR을 대체 또는 상호보완하는 형태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MODIS는 다양한 형태의 자료로 가공되어 제공된다. 특히 근적외선과 원적외선 영상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여 식생지수 영상으로 가공하여 제공(MODIS Vegetation Index)한다. 이 연구에서 사용하는 NASA Earthdata제공 MODIS 식생지수 자료는 NDVI, EVI등 다양한 식생지수 자료를 250m, 500m, 1km단위로 제공한다(Didan et al., 2015). 구름, 강설 등 위성영상자료에 오류나 잡음을 유발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16일 간의 자료 중 오류나 잡음을 제외한 최대값을 도출하는 방법으로 보정을 진행하며, 이에 따라 16일 간격으로 월 약 2개7), 연 23개의 자료가 도출된다. 또한 자료에는 이상이 없는지, 혹 16일 자료의 요약만으로도 보정이 되지 않는 자료가 있는지에 대한 품질보증(QA; Quality Assurance)자료가 제공된다. 이를 토대로 연구자들은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해당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위 MODIS NDVI자료를 활용하여 대안적 연구방법을 적용하고자 하였다. 다양한 MODIS제공 자료 중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Earthdata8)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활용하였다. 북한뿐 아니라 비교 대상으로서 남한과 중국의 압록강-두만강 유역도 포함될 수 있도록 지역을 설정하였으며, 다양한 해상도 중 250m를 선택하였다. R의 MODIStsp 패키지를 사용하여 월 2회 간격의 자료를 구득하였다(Busetto and Ranghetti, 2016). 품질보증 자료를 통해서 이상치가 아닌 자료만 취하였으며, 이상치로 분류된 자료는 제외하였다. 그림 1은 한반도의 지난 20년간(2001-2020)의 NDVI값에 대한 요약 자료다.
기후자료는 참고한 연구와 동일한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기후연구그룹의 격자화된 시계열 기후 연구 단위(CRU TS; Climatic Research Unit gridded Time Series)의 4.5 버전 중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월 단위 강수자료를 사용하였다.9) 이는 극지방을 제외한 전 지구의 기후를 0.5도 단위의 격자로 나누어 기상을 표현한 자료이다(Harris et al., 2020). 해상도가 매우 거칠다는 단점이 있으므로, 기상청 및 세계기상기구(WMO)에서 제공하는 북한 기상자료 기반 자료로 대체하는 대안을 고려하였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CRU TS자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첫째, 북한의 자료부족 때문이다. 현재 기상청 등에서 접근할 수 있는 2000년대 이후 북한 기상측정 지점은 21개로 다소 적다. 또한 비교적 구득이 쉬운 고도자료와 함께 보간을 함으로써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온자료와는 달리, 강우자료의 경우 지형자료 외에도 더 많은 자료가 있어야 자료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북한 기상자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는 본 연구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기상레이더나 자동기상측정장비 등 다양한 자료에서 검출한 자료를 활용 가능한 남한에서조차도 어떤 보간법이 더 정확할지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오고 있다. 북한 또한 마찬가지일 것으로 여겨지며, 이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판단하였다. 대신, 구득한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MODIS NDVI의 해상도를 고려하여 가장 단순한 보간법인 이중선형 보간(bilinear interpolation)법을 사용하였으며 R Raster 패키지를 이용하였다(그림 2).
그 외 행정구역에 대한 자료는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GADM10)의 자료를, 남한에 대해서는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11)의 2021년 자료를 사용하였다. 한반도 특성에 맞는 토지황폐지 도출 문턱값 도출을 위해서 사용한 택지개발 지구 범위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제공하는 택지정보 자료 제공 오픈 API12) 에서 지구경계와 단계별사업정보 자료를 사용하였다.
3) ZEF방법을 사용한 토지황폐지 도출방법
MODIS NDVI자료와 CRU TS 4.5기반 강수자료를 활용하여, ZEF방법을 적용하였다. 먼저 NDVI와 기상자료를 연 단위 자료로 요약하였다. 연 23회 제공되는 NDVI의 연 대푯값으로 평균, 최대값, 중위수 등 다양한 지표가 고려될 수 있으나, 기존 ZEF방법에서 주로 적용하는 평균을 적용하였다.13) 월 강수량으로 제공되는 CRU TS 4.5 자료는 연 단위로 합계를 내었다. 자료는 1년간의 MODIS NDVI자료가 완비된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자료로 구축하였다.
구축된 자료를 활용하여 그림 3과 같이 화소별 분석을 진행하였다. 먼저 문턱값(그림 3의 ①)은 NDVI의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변화의 정도(절대값 변화율)이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ZEF방법을 적용한 연구마다 다소 달랐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문턱값 없음에서부터 1%씩 높여 가는 형태로 구축하여 적절한 문턱값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4절 참조). 다음은 시간에 따른 NDVI의 경향성을 확인하였다(그림 3의 ②). 이는 각 화소별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X)과 NDVI(Y)에 대한 단순회귀분석을 통해 진행하였다. 회귀식의 기울기(a)와 해당 지수의 유의수준(p)를 해당 과정의 결과로 도출하였다. 이후 식생지수와 강수량의 상관관계 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기울기(a) 및 유의수준(p)와 비교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그림 3의 ③). 먼저 그림 3의 ②의 결과로 도출된 기울기가 음의 값인 지역을 “황폐화된 지역”으로 정의하였으며, 양의 값이면 “녹색화”라고 정의하여 황폐지로 분류하지 않았다. 황폐지 중에 강수량과 식생지수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가 양의 관계이면 “기후에 의해 황폐화된 지역”으로 정의되었다. 반대로 관계가 미약하거나 음의 관계이면, 기후가 아닌 다른 요인, 즉 인간에 의해 황폐화된 지역으로, 다시 말해 “토지황폐화 발생 지역”으로 분류하였다. 앞서 그림 3의 ② 기울기의 유의수준(p)는 기존 ZEF방법론의 사례를 참고해 0.1 미만을 “엄밀한”, 0.2 미만을 “느슨한” 토지황폐지 구분 결과로 구분하였다. 해당 분석은 그림 3의 과정에 대하여 Python 3.8로 프로그래밍하였다.
4) 한반도 특성에 맞는 토지황폐지 도출 문턱값 도출
앞서 언급하였듯, ZEF방법에서는 문턱값인 변화율에 대한 기준이 연구마다 다소 달랐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문턱값 자체를 주지 않는(0%) 것에서부터 20% 변화율까지 변화율을 1%씩 늘려, 어떤 문턱값이 최적인지 확인하였다. 다만, 북한은 사실상 현장 자료가 없으므로, 남한을 대상으로 한반도 특성에 맞는 문턱값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수도권 지역은 토지황폐화의 다양한 원인에서 주로 자료구득이 용이한 계획에 따른 개발로 한정되기 때문에 수도권 일대의 문턱값별 토지황폐지 도출 결과와 수도권 개발 지역을 대조해 보는 형태로 최적 문턱값을 판단하였다. 개발 지역은 동일시기인 2001년부터 2020년에 해당하는 택지(산업단지) 개발 지구로 설정하였다. 단, 토지황폐화 원인의 극히 일부분만을 나타내는 자료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도 평가”라고 하기에는 부적절하여 “평가의 적절성”이라는 표현을 대신 사용하였다. 이 자료와 각 문턱값이 적용된 토지황폐지 도출결과를 중첩하여, 교차도표(confusion matrix)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토지황폐지와 그렇지 않은 지역을 얼마나 정확하게 분류하는지(정확도, correct), 얼마나 토지황폐화지를 잘 구분해 내는지(민감도, sensitivity), 그리고 토지황폐지가 아닌 지역을 잘못 분류해내는 경우가 얼마나 적은지(특이도, specificity)를 각 결과마다 확인하였다.
문턱값과 p값의 구분에 따라 에 따라 토지황폐지의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정리한 결과는 그림 4와 같으며, 일부 사례를 지도로 시각화한 내용은 그림 5와 같다. 정확도와 특이도는 p값과 상관 없이 95%를 상회하며, 문턱값이 높아질수록 정확도와 특이도는 상승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또는 수도권 차원에서는 문턱값이 어떻든 ZEF방법이 토지황폐지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출하는 데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민감도의 측면인데, 민감도는 어떤 경우에도 25%보다 낮으며 문턱값이 높을수록 더 낮아진다. 이는 아무리 수도권이라도 택지개발이 토지황폐화 대부분을 반영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한계라 볼 수 있다. 낮은 민감도와 반대로 높아지는 정확도, 민감도로 교환관계가 있어 최적의 문턱값 설정에는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이 필요했다 이 경우 정확도, 민감도, 특이도를 모두 어느 정도 보장하는 중간 정도의 문턱값인 10%의 NDVI변화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후 결과에서는 이를 적용한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한반도와 북한의 토지황폐지에 대한 결과 제시와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4. 결과 및 토론
1) 전역적 결과와 남북-북중비교
전체 지역에 대한 토지황폐지 도출결과는 분포는 그림 6과 같으며, 이를 전역적 통계로 도출한 것이 표 1과 같다. 먼저 남한과 북한 전체를 비교하였을 때, 북한은 엄밀하게는 2.39%, 느슨하게는 3.64%의 국토가 토지황폐지로 분류되었다. 이는 남한과 비율상으로 약 2~3배 높은 수준이며, 면적 기준으로는 3배 이상이다. 북-중 접경지대를 비교하였을 때도 대체로 비슷하다. 휴전선 일대는 그 차이가 더 두드러지는데, 비율상으로 약 4~6배 정도 북한의 토지황폐지가 더 많은 수준이다.
표 1.
비교대상 | 엄밀한 분류(p<0.1) | 느슨한 분류(p<0.2) | |||||
전체 | 북한 | 대조군* | 전체 | 북한 | 대조군* | ||
남북한 | 1.77 | 2.39 | 1.01 | 2.60 | 3.64 | 1.34 | |
북중 접경 | 1.46 | 2.40 | 0.75 | 2.19 | 3.47 | 1.24 | |
압록강 | 1.25 | 2.19 | 0.35 | 1.85 | 3.16 | 0.59 | |
두만강 | 1.83 | 3.01 | 1.30 | 2.84 | 4.40 | 2.14 | |
휴전선 | 2.54 | 4.00 | 0.98 | 3.82 | 6.16 | 1.33 | |
서부 | 4.38 | 5.66 | 2.21 | 6.53 | 8.62 | 2.95 | |
동부 | 0.69 | 1.38 | 0.22 | 1.11 | 2.27 | 0.32 |
결과 중 특징적인 부분은 북-중 접경지대와 휴전선 일대에서 모두 볼 수 있는 토지황폐지의 동서차다. 먼저 북한과 중국 모두 압록강보다는 두만강의 토지황폐지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으며, 1%정도 차이를 보인다. 이는 상대적으로 압록강이 두만강에 비해서 고도가 높고 경사도가 높아 산지 개간이나 연료림 벌채와 같은 토지황폐화의 영향에 더 자유롭기 때문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덧붙여, 2016년 두만강 홍수피해가 어느정도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휴전선 일대 또한 마찬가지이나 북-중 접경지대와는 달리 서부 지역의 토지황폐지 도출이 더 많다. 특히 북한의 휴전선 서측인 황해남북도 일원의 토지황폐지는 북한의 토지황폐지 도출결과를 훨씬 상회하는 5.66%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황해남북도 지역이 북한에서는 상대적으로 남쪽이며 지형의 험준성이 낮아 가장 농업 조건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부경생 등, 2001).
남한 및 중국 동북 지역에 비교해 보았을 때 북한의 토지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기존 연구와 각 접경지대에서 관찰을 통한 경험에 미루어 보았을 때 분명하며, 이 연구에서는 이를 재확인한 수준에 불과하다. 다만, 지형 및 기후 조건에 의해 북-중 접경지대는 두만강 유역에서, 휴전선 일대에는 서부 황해남북도 영역에서 토지황폐지가 많이 도출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북한 토지황폐지 집중 분포지역과 그 이유
그림 7은 북한의 기초행정단위인 시・군・구역 별 토지황페지 면적비를 단계구분도로 나타낸 것으로, 북한 전역과 토지황폐화지가 많이 도출된 황해남북도 일원을 대상으로, 분류기준의 엄밀성에 따라 각각 지도화하였다. 표 2는 그림 7의 결과 중 토지황폐지 면적비가 높고 낮은 지역 10개의 행정구역명과 면적을 나타낸 것이다. 분류의 엄밀도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토지황폐지 도출은 황해남북도 경계를 따라 많이 도출되었다. 특히 황해북도의 은파군과 린산군, 서흥군, 사리원시가, 황해남도의 재령군과 신원군이 그 중심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토지황폐지가 적게 도출된 지역은 평안북도와 함경남북도에 넓게 분포하고 있으며, 분명한 집중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자강도의 강계 일원과 양강도의 혜산 일원은 주변지역의 낮은 토지황폐지 비율과 대비되는 다소 높은 토지황폐지 비율이 나타난다.
표 2.
구분 | 엄밀한 분류(p<0.1) | 느슨한 분류(p<0.2) | ||||
순위 | 지역명 | 면적비(%) | 순위 | 지역명 | 면적비(%) | |
상위 10개 지역 | 1 | 황해북도 린산군 | 14.99 | 1 | 황해북도 은파군 | 20.55 |
2 | 황해북도 은파군 | 14.93 | 2 | 황해북도 린산군 | 20.02 | |
3 | 황해북도 서흥군 | 11.76 | 3 | 황해북도 사리원시 | 18.84 | |
4 | 황해북도 사리원시 | 11.01 | 4 | 황해남도 재령군 | 16.95 | |
5 | 황해북도 봉산군 | 10.65 | 5 | 황해북도 서흥군 | 16.61 | |
6 | 평안남도 맹산군 | 10.07 | 6 | 평안남도 맹산군 | 15.02 | |
7 | 황해남도 재령군 | 9.96 | 7 | 황해북도 봉산군 | 14.63 | |
8 | 황해북도 신계군 | 9.66 | 8 | 황해북도 신계군 | 13.36 | |
9 | 황해남도 신원군 | 9.10 | 9 | 량강도 혜산시 | 12.68 | |
10 | 량강도 혜산시 | 8.57 | 10 | 평양직할시 중구역 | 12.53 | |
하위 10개 지역* | 1 | 함경남도 홍원군 | 0.05 | 1 | 함경남도 홍원군 | 0.12 |
2 | 평안북도 삭주군 | 0.08 | 2 | 평안북도 삭주군 | 0.15 | |
3 | 평안북도 창성군 | 0.09 | 3 | 평안북도 창성군 | 0.16 | |
4 | 함경남도 신포시 | 0.12 | 4 | 평안북도 염주군 | 0.30 | |
5 | 평안북도 염주군 | 0.13 | 5 | 함경북도 길주군 | 0.35 | |
6 | 함경북도 길주군 | 0.17 | 6 | 함경남도 고원군 | 0.37 | |
7 | 강원도 고성군(북) | 0.18 | 7 | 함경남도 신포시 | 0.37 | |
8 | 평안북도 구성시 | 0.23 | 8 | 강원도 고성군(북) | 0.38 | |
9 | 평안북도 의주군 | 0.25 | 9 | 함경남도 덕성군 | 0.38 | |
10 | 함경남도 고원군 | 0.25 | 10 | 황해북도 개성시 | 0.40 |
황해남북도의 토지황폐지 집중 분포지는 재령강 유역의 재령평야(載寧平野) 일원으로 약 500㎢가량의 넓은 충적지가 분포한다. 북한에는 상대적으로 남쪽으로 기후 조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서남쪽의 황해남도 해주시를 중심으로 한 연백평야(筵白平野)와 함께 북한의 주요 쌀 주산지이자 핵심 곡물 생산지역으로 알려졌다(부경생 등, 2001). 따라서 이 지역은 북한의 식량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 농업증산의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구부양력이나 노동수요가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편이다.14) 재령평야에 속하지 않으나 황폐지가 많은 황해북도 신계군과 같은 인근 산악 지대의 경우 멸악산맥(滅惡山脈)으로 알려진 최대 800m 내외의 산지와 구릉지로 이루어져 있으나, 동북쪽의 산지에 비해서는 험준하지 않은 편이며, 상대적으로 좋은 기후 조건과 결합하여 과수원이나 수목농업(agroforestry)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다. 이러한 특성이 반영되어 토지황폐지가 황해남도 일대에 집중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3) 기존 산림황폐지 연구와의 비교
이 연구에서 도출된 북한 토지황폐지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결과다. 최근 연구이자 산림 토지황폐지 추출 관련 연구가 집대성된 김경민 등(2020)의 결과를 중심으로, 산림황폐지 연구와 비교해 보면, 이 연구 결과의 특성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이 연구에서 확인한 황폐지의 면적이 기존 연구에서 분류한 황폐지보다 적은 편이다. 김경민 등(2020)의 연구에서는 북한 산림황폐지의 비중이 북한 전체면적의 12%, 산림면적 대비 17.9%로 도출되었다. 이는 전체 산림을 포함해 전체 황폐지가 2.39~3.64%가 황폐지라는 이 연구결과에 비해서 넓게 분류된 결과다. 이는 이 연구가 2001년에서 2020년까지의 토지황폐지를 추출한 반면 김경민 등(2020)의 연구는 1970년대와 2010년대의 산림경계를 비교함으로써 산림황폐지를 추출하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시기가 비슷했다면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보다 비교 기준이 다소 좁은(1989년-2008년) 유재심・김경민(2015)의 연구에서는 21.62%의 토지가 황폐지로 분류되는 등 다른 연구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에 황폐지의 정의 차이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도 높다.
둘째, 토지황폐지의 분포가 차이가 난다. 김경민 등(2020)에서는 개성, 남포, 평안남도가 산림황폐지 면적비가 높았으며, 황해남도는 평균 이하의 황폐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에서는 대조적으로 황해남도, 황해북도 및 평안남도 일대가 황폐지가 집중적으로 분포하였다. 이는 김경민 등(2020)의 연구에서 도출된 황폐지가 전적으로 산림황폐지 또는 급경사지의 황폐지임에 반해, 이 연구에서는 농업 등 다른 토지이용에 의한 황페지도 도출할 수 있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문턱값 설정 과정에서 이 연구 결과는 비교적 정확하게 황폐지를 분류해 내었고, 특히 황폐지가 아닌 지역을 황폐지로 잡아낼 가능성(위양성)은 거의 없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그러나, 토지황폐화가 발생한 지역의 상당부분을 분류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민감성 부분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산림황폐화 연구와의 비교보다 황폐지를 적게 도출했던 결과는 연구 시점, 황폐지의 정의에 차이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이러한 이 연구의 난점(難點)에서 비롯된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우며, 이 연구 방법론이 한반도 차원에 적용할 때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두 번째 결과와 마찬가지로, 산림황폐지 외의 황폐지를 분명하게 도출해 내었으며, 특히 농업적인 특성과 관련된 황해남북도 지역에 대한 황폐지를 도출한 결과는 분명히 의미 있는 결과라 볼 수 있다.
5. 결론
이 연구에서는 기존 북한의 토지황폐화 연구가 산림황폐화 연구에 치우쳐 있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해, 산림뿐 아니라 북한의 사회생태시스템 전반을 반영할 수 있는 통합적인 토지황폐화 지표를 개발하고 적용하였다. 이를 위해 MODIS NDVI와 강수 자료를 이용한 토지황폐지 추출 기법인 ZEF방법을 바탕으로, 수도권지역의 개발지역을 이용한 매개변수 조정을 통해, 북한과 한반도에서 신뢰도 있는 토지황폐지 분류방법을 개발하였으며, 이를 적용하여 2001년부터 2020년까지의 북한 토지황폐지를 추출하였다. 그 결과 북한이 남한과 중국 동북지역에 비해서 토지황폐지가 확연히 많이 도출된다는 점, 북한 내부의 토지황폐지 분포의 지역차가 존재하고, 특히 북-중 및 휴전선에 동서차가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점, 황해남북도의 경계인 재령평야 일대에 토지황폐지가 집중적으로 분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이 주변 남한과 중국 동북지역에 비해 유의미하게 토지황폐지가 많다는 것, 경계지역 중 상대적으로 지형이 험한 압록강 유역과 휴전선 동부에서 황폐지가 다소 적었던 것은 다른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거나 당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재령평야와 그 주변이 해당 시기 북한 토지황폐화의 핵심 지역이었다는 결과는 기존 북한 토지황폐지 연구와는 다소 다른 결과다. 해당 지역은 북한에서 가장 농업적으로 유리한 지형 및 기후조건을 가진 지역 중 하나다. 따라서 이 연구의 결과는 북한 토지황폐화의 여러 유발 요인 중 농업과 식량 생산 압박이 기존 연구에서 주된 관심사였던 산림파괴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다만, 이 연구 결과는 기존 산림황폐화 중심 연구 결과 부정확성 또는 무용성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기존 연구와 이 연구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보다, 접근방식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것 자체다. 서론에서 언급했듯, 광범위한 토지황폐화의 범위와 토지황폐화 프로세스의 복잡성으로 인한 이해 부족은, 자료가 부족한 북한뿐 아니라 모든 지역 토지황폐화 연구가 가지고 있는 숙제다(Dubovyk, 2017; Eswaran et al., 2019; Reynolds et al., 2011). 따라서,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토지황폐화 연구를 지향하는 이 연구 결과와 미시적이고 정확도 중심의 산림황폐화 연구 결과와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북한 토지황폐화 문제 연구의 난점(難點)에 접근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으며, 한반도 토지황폐화 위험 저감책 마련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논지와 이 연구에서 지향한 토지황폐화의 “통합적 지표” 방법론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범위를 알기 어려운 “토지황폐화”라는 광범위한 문제에 관한 지표 개발을 목표로 제시하고, 방문이 어려운 북한을 주요 연구지역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에 정확도 평가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비교 대상 자료가 적절했는지, 검증 지역이 적절했는지는 대답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도권을 대상으로 매개변수를 설정하며 제한적인 검증이 가능했기에, 정확하다고 할 수 없지만 타당한 토지황폐지 분류를 제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북한 토지황폐화에 관한 통합적 지표에 더 접근할 후속 연구가 필요하며, 이 연구가 그 필요성과 기본적인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