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연구 지역
3. 연구 방법
1)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재계산
2) 지형・지질 조사
4. 결과 및 논의
1) 캠벨 빙하의 두께 감소 양상: 빙하기에도 소모된 동남극 빙상
2) 소모 양상의 기작: 공기와 물
3) 소모 양상의 기작: 얼음과 불
5. 결론
1. 서론
남극의 빙권은 지구 상 가장 많은 담수와 가장 오래된 지구환경 기록의 저장소이며,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전 지구 기후 변화에의 영향 역시 가장 큰 곳이다. 서남극 빙상(West Antarctic Ice Sheet)은 모두 소모될 시 전세계적인 해수면을 약 3.3 m 상승시키며, 얼음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게 존재하여 작은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Fig. 1A; Bamber et al., 2009). 반면 두껍게 형성된 동남극 빙상(East Antarctic Ice Sheet)은 약 50 m의 해수면 상승을 야기할 정도로 규모가 막대하지만, 빙상 위에 형성된 한랭한 고기압이 빙상 융해를 억제해주는 보루가 되어주고 있다(Jun et al., 2020). 남극의 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여 이 지역의 빙권 변화에 의한 전지구의 해수면 상승과 기후 및 생태 변화 등에 대한 이해는 미흡하다(Chown et al., 2022). 미래에 인간이 마주할 기후 위기를 대비하여 환경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수많은 모델링 연구들은 불확실한 인과관계로 인해 낮은 신뢰도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Robinson and Dowsett, 2010).
기후, 해양, 빙하의 고환경 복원 연구는 해양 퇴적물, 빙하 코어 등을 활용한 다양한 지시자의 분석을 통해 변화의 시기와 정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해양에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빙상으로부터 운반된 퇴적물 내의 안정 동위원소나 자화율, 규조류, 생물 기원 오팔,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등을 이용하여 해양으로 뻗어 나온 빙붕의 전진과 후퇴를 추적한다(Jeong et al., 2018; Kim et al., 2020; Rhee et al., 2022b). 하지만 이와 같은 연구 방법은 빙하의 수평적 거동만 복원이 가능하며 수직적 두께 변화는 모델링을 이용한 추정치를 활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빙하 코어 역시 과거의 대기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어 기권과 빙권의 역사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으나, 빙하의 유동성이 적은 집적대만을 복원할 수 있기에 빙하의 소모를 감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육상에 형성된 빙하지형은 빙하의 수평적, 수직적 범위 변화 기록을 모두 저장하고 있으며,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측정은 빙권 변화의 시기와 규모, 그리고 변화율까지 밝혀낼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무기이다(Seong et al., 2006; 2009). 모레인(moraine)은 빙하가 성장, 전진하며 운반되던 물질들이 빙하가 소모, 후퇴함에 따라 남겨진 물질들(erratic)로 구성되어 형성된 빙하 퇴적지형(glacial depositional landform)이다. 동남극 빙상은 남극 대륙 위에 수 km의 얼음이 두껍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빙상의 중심부에는 이런 모레인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나, 해양과 맞닿은 말단부의 소모대에서는 얼음의 두께가 매우 얇아지며 곳곳에 모레인이 나타난다. 특히 남극횡단산맥을 거쳐 나오는 빅토리아랜드와 서로스해의 경계 지역에는 과거에 형성된 빙하 기저 침식지형(subglacial erosional landform)과 함께 노출면이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서로스해의 동남극 빙상 최대 유출지인 테라노바 만에 2014년 장보고 과학기지가 건설되었고, 기존 연구에서는 이를 거점으로 세 차례의 남극 현장 활동(’15, ’17, ’21)을 통해 동남극 빙상 하류의 분출빙하와 상류 내륙빙상을 조사한 바 있다(Fig. 1B). 이들 연구에서는 데이빗(David), 프리슬리(Priestley), 캠벨(Campbell), 홀링스워스(Hollingsworth) 빙하의 모레인이나 빙하 기저 침식면에서 암석의 노출연대 연구를 통해 신생대 제4기에 걸친 지역별 빙하 거동 변화를 복원하였다(Rhee et al., 2019; 2020; 2022a; 2022c). 본 연구는 캠벨 빙하의 모레인이 형성된 장보고 구릉지(Jangbogo Hills)에서 밝혀진 기존의 노출연대를 보정・재계산하여 고해상도의 기후, 해양, 지형 등의 인자와 비교를 통해 빙하 소모의 기작을 추적하였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의한 광역적이고 장기적인 빙하 규모 변화와 빙하-화산의 상호작용에 의한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빙하의 변화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2. 연구 지역
동남극 빙상은 세계 최대의 얼음 돔으로 34 Ma에 처음 형성된 이래로 지속적인 성장과 소모를 반복하며 담수 밀도와 분포, 해양 순환, 해수면과 기후 변동 등 지구환경에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다(Strand et al., 2003; Sugden and Denton, 2004; Baroni et al., 2005). 동남극 빙상은 마지막 빙하기(Last Glacial Period, Last Glaciation)까지 서로스해로 흘러 들어 로스 빙붕과 합쳐지며 대륙붕을 모두 뒤덮었으나, 후빙기 홀로세 중반의 빙상 축소와 빙붕 후퇴로 인해 현재는 로스해역이 드러나 있다(Fig. 1A; Halberstadt et al., 2016; McKay et al., 2016; Lee et al., 2017; Lowry et al., 2019; Prothro et al., 2020; Rhee et al., 2020). 이 해역의 가장 큰 동남극 빙상 유출지는 테라노바 만으로 현재 캠벨, 프리슬리, 데이빗 빙하 등이 분출 빙하의 형태로 동남극 빙상을 소모시키고 있다(Fig. 1B).
캠벨 빙하는 북빅토리아랜드의 산악지역을 가로질러 흐르며, 멜버른 화산(Mt. Melbourne)과 브라우닝 산지(Mt. Browning) 사이를 통해 테라노바 만으로 흘러 나가고 있다(Figs. 1B & 2A). 한국의 장보고과학기지가 위치하고 있는 브라우닝 산지에는 과거 확장한 캠벨 빙하가 운반해 온 빙하성 퇴적물로 구성된 모레인(장보고 구릉지, Jangbogo Hills)이 분포한다(Fig. 2B; Baroni et al., 2005; Di Nicola et al., 2009; Rhee et al., 2019). 모레인은 캠벨 빙하 상류 지역의 기반암으로부터 뜯겨 운반되어 온 화강암, 화강편마암, 화강섬록암 등의 암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멜버른 화산으로부터 기원한 현무암, 유문암이 일부 뒤섞여 있다(Fig. 2C). 멜버른 화산은 플라이오세~플라이스토세에 걸쳐 수차례의 분출로 형성된 복성화산으로 현무암과 유문암으로 구성되어 있다(Giordano et al., 2012).
장보고과학기지 배후의 브라우닝 산(760 masl)의 약 640 masl에 나타나는 빙하 표석은 MIS (Marine Isotope Stage) 6의 ~140 ka에 노출된 것으로 밝혀졌다(Di Nicola et al., 2009). 장보고 구릉지(Jangbogo Hills)의 약 320 masl로부터 현재의 해수면까지의 범위에는 캠벨 빙하의 모레인이 펼쳐져 있고, MIS 5의 중반부인 ~100 ka에 빠른 빙하의 소모가 일어나 빙하의 높이가 약 150 masl까지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Fig. 2B; Rhee et al., 2019). 이후 마지막 빙하기(MIS 4~MIS 2)에 걸쳐 빙하의 두께가 점진적으로 감소하였으며, 마지막 최대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MIS 2 (Global Last Glacial Maximum: GLGM or LGM)가 아닌 MIS 4 (Local Last Glacial Maximum: LLGM)에 나타났다.
3. 연구 방법
1)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재계산
우주선(cosmic ray)은 우주의 태양활동, 초신성 폭발 등에 의해 형성되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방사선으로, 지권의 암석을 구성하는 원소들과 핵반응을 일으키며 제자리(in-situ) 우주선유발 동위원소(cosmogenic isotopes)를 생성한다. 우주선은 두껍고 밀도 높은 매질에 의해 차폐되기 때문에 빙하의 내부나 기저에 있는 암석은 핵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후 빙하가 후퇴하거나 수축하면서 퇴적물이나 기반암이 노출되면 핵반응과 함께 우주선유발 동위원소의 생성과 축적이 시작된다. 따라서 암석의 표면에 잔존하는 동위원소를 추출하여 농도를 측정하고, 핵종별 연간 생성률과 붕괴율을 대입함으로써 노출연대로 환산할 수 있다(성영배・김종욱, 2003; Balco et al., 2008; 이성이 등, 2012).
1개의 핵종만 분석할 경우 빙하의 재전진이나 침식과 같은 노출의 교란으로 인해 왜곡된 겉보기 연대(apparent exposure age)가 산출될 가능성이 있다. 2개 이상의 핵종을 분석한다면 서로 다른 반감기를 이용해 위와 같은 교란을 감지할 수 있다(Lal, 1991; Gosse and Phillips, 2001; Heyman et al., 2011). 핵종 간 비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될 경우 안정적인 노출이 지속되었음을 판별할 수 있어 단순노출연대(simple or constant exposure age)로 해석한다. 반감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동위원소의 비율이 낮게 나타날 경우 노출면의 매몰이나 침식 등의 교란이 일어난 다중노출연대(multiple exposure age)로 해석하고 배제한다.
우주선유발 동위원소의 연간 생성률은 우주선의 입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우주선이 방출되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방사선 에너지에 변화를 주는 요인들을 보정하여 계산한다. 과거의 남극 연구는 대기압만을 이용해 에너지 감쇠율을 보정해왔으며, 이전의 캠벨 빙하 연구 역시 동일한 조건의 연대비교를 위해 같은 보정수치를 이용함으로써 과대 추정 연대를 제시하였다(St 보정수치: Stone, 2000; Rhee et al., 2019). 하지만 근래의 핵물리 연구는 주기적인 태양활동에 의해 우주선의 방출 에너지가 시기에 따라 달라지며, 지자기장과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두께와 밀도가 지표까지 도달하는 우주선의 에너지를 감쇠시킨다는 것을 제시하였다(Ln 보정수치: Lifton et al., 2014).
테라노바 만 일대에서 독립적으로 진행해 온 기존 연구 결과들을 통합해 동남극 빙상의 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방법으로 연대 결과를 보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hee et al., 2019; 2020; 2022a; 2022c). 본 연구는 2017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하계연구대 활동을 통해 채취한 장보고 구릉지의 모레인 시료로부터 분석한 in-situ 10Be (T1/2: 1.36 Myr)과 26Al (T1/2: 0.72 Myr) 두가지 핵종의 농도를 재계산하였다(Rhee et al., 2019). 태양활동과 지자기장의 영향 등을 추가적으로 보정하는 Ln 보정수치를 이용하였으며, 각 핵종의 연간 생성률과 노출연대, 그리고 두 핵종 간의 농도 비율을 재계산하여 단순노출 시료를 감별하였다.
2) 지형・지질 조사
장보고 구릉지의 모레인을 구성하는 암석의 암종과 분포를 조사하고, 캠벨 빙하 유역 내의 기반암 지질조사 자료와 비교・분석하여 빙하성 퇴적물의 기원을 파악하였다. 또한 빙하의 말단부에 있는 멜버른 화산체의 고도자료(IBCSO: International Bathymetric Chart of the Southern Ocean; Arndt et al., 2013)를 활용하여 지형면의 고도 변화와 경사, 그리고 기복의 편차를 이용한 표면 조도(surface roughness)를 분석하여 화산과 빙하의 접촉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Graham et al., 2009). 빙하지형의 노출연대 기록을 위의 지질학적, 지형학적 특성과 더불어 기후, 해양, 화산 활동의 기록과 비교・분석하였으며, 빙하의 전반적인 거동을 주도한 인자를 분석하고 빙하와 화산 활동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하였다.
4. 결과 및 논의
1) 캠벨 빙하의 두께 감소 양상: 빙하기에도 소모된 동남극 빙상
마지막 빙하기(71~14 ka; MIS 4~MIS 2) 중 가장 빙하가 두껍고 멀리 전진하여 그 규모가 최대에 이른 시기를 마지막 최대 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LGM)이라 정의하며, 전지구적인 마지막 최대 빙하기는 MIS 2 (29~14 ka) 중반인 26~19 ka에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다(Clark et al., 2009). 히말라야와 안데스 등 일부 지역에서는 MIS 2가 아닌 그 전후의 시기에 빙하가 더 두껍거나 더 멀리 전진한 증거들이 발견되며, 지역적인 마지막 최대 빙하기(Local Last Glacial Maximum; LLGM)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다(Owen et al., 2002; Smith et al., 2005). 동남극 빙상의 집적대 중심부 모레인에서도 약 50 ka의 단순노출연대가 확인되어 MIS 3 이전에 더 두꺼운 빙하가 존재하였던 LLGM이 나타났으며, MIS 2의 LGM 당시에는 빙하의 성장이 전혀 없었다고 해석하였다(Lilly et al., 2010).
동남극 빙상의 소모대 말단부인 분출빙하에서도 모레인의 노출연대측정 연구가 많이 시도되었으나, LGM 이후 후빙기에 걸친 빙하 소모만이 밝혀지고 마지막 빙하기 전체를 아우르는 빙하 기록은 공백으로 남았다(Jones et al., 2015; Goehring et al., 2019; Rhee et al., 2020; Stutz et al., 2021). 최초로 이 공백을 밝힌 연구는 캠벨 빙하의 장보고 구릉지 모레인 연구로, MIS 5의 단순노출연대와 MIS 3 이후의 겉보기 연대를 통해 전체적인 빙하 변화를 복원하였다(Rhee et al., 2019). 본 연구는 신뢰도 높은 보정수치를 이용하여 이전의 노출연대를 재계산함으로써 신생대 제4기 후반 동남극 빙상의 거동 변화를 재복원하였다(Table 1; Fig. 3A).
Table 1.
Name | 10Be agea (ka, St) | 10Be ageb (ka, Ln) |
Ln/Stc (%) | Name | 10Be age (ka, St) | 10Be age (ka, Ln) |
Ln/St (%) | Name | 10Be age (ka, St) | 10Be age (ka, Ln) |
Ln/St (%) |
Bench A | (305 masl) | Bench D | (90 masl) | Bench E | (41 masl) | ||||||
JBG003 | 106.3 ± 9.3 | 100.7 ± 6.9 | 94.8 | JBG023 | 37.3 ± 3.6 | 35.1 ± 2.9 | 94.1 | JBG031 | 8.6 ± 1.2 | 8.0 ± 1.0 | 93.0 |
JBG004 | 85.4 ± 7.9 | 81.0 ± 6.1 | 94.8 | JBG025 | 36.4 ± 3.5 | 34.3 ± 2.8 | 94.1 | JBG032 | 8.0 ± 1.3 | 7.4 ± 1.1 | 93.3 |
Ave. | 95.8 ± 14.7 | 90.8 ± 13.9 | JBG027 | 32.7 ± 3.2 | 30.7 ± 2.5 | 94.1 | JBG033 | 11.1 ± 1.5 | 10.4 ± 1.3 | 93.3 | |
Bench B | (235 masl) | Ave. | 35.4 ± 2.4 | 33.3 ± 2.3 | JBG034 | 11.7 ± 2.0 | 10.9 ± 1.7 | 93.5 | |||
JBG010 | 87.8 ± 7.2 | 83.1 ± 5.1 | 94.7 | Bench D | (90 masl) | JBG038 | 8.5 ± 1.2 | 7.9 ± 1.0 | 93.1 | ||
JBG013 | 105.1 ± 8.6 | 99.6 ± 6.1 | 94.7 | JBG024 | 15.6 ± 1.8 | 14.6 ± 1.5 | 93.9 | Ave. | 9.5 ± 1.6 | 8.9 ± 1.5 | |
Ave. | 96.4 ± 12.2 | 91.3 ± 11.6 | JBG028 | 19.1 ± 2.1 | 17.9 ± 1.7 | 94.0 | Bench F | (33 masl) | |||
Bench C | (159 masl) | JBG029 | 18.5 ± 2.0 | 17.4 ± 1.7 | 94.0 | JBG039 | 5.5 ± 1.1 | 5.2 ± 1.0 | 94.1 | ||
JBG017 | 130.1 ± 10.7 | 122.9 ± 7.6 | 94.4 | JBG030 | 15.1 ± 1.7 | 14.2 ± 1.4 | 93.9 | JBG040 | 4.6 ± 0.8 | 4.3 ± 0.8 | 93.6 |
JBG022 | 75.3 ± 6.1 | 71.1 ± 4.3 | 94.5 | Ave. | 17.0 ± 2.4 | 16.0 ± 1.8 | JBG041 | 6.4 ± 1.0 | 6.0 ± 0.9 | 93.8 | |
Ave. | 102.7 ± 38.7 | 97 ± 36.6 | - | JBG042 | 7.9 ± 1.3 | 7.4 ± 1.1 | 93.3 | ||||
07KNSTD 5-1d : 2.71E-11 ± 9.58E-14 | - | JBG043 | 6.4 ± 1.1 | 6.0 ± 1.0 | 93.8 | ||||||
Process blanke : 4.52E-15 ± 1.23E-15 | - | Ave. | 6.1 ± 1.2 | 5.7 ± 1.1 |
aPrevious effective exposure age results calculated with St scaling factor (Stone, 2000) for cosmogenic nuclides production rate (Rhee et al., 2019). Ages on bench A to C were defined as simple exposure with 10Be/26Al analysis and bench D to F as effective apparent exposure with probability density analysis, respectively.
bRecalculated exposure age with Ln scaling factor (Lifton et al., 2014) for calibrating atmospheric pressure, solar modulation, and cutoff rigidity of geomagnetic field (Lifton et al., 2014; Marrero et al., 2016).
cRatio between two overestimated and calibrated ages. All the ages were calculated using the CRONUS-Earth online calculator (Balco et al., 2008) and a 10Be half-life of 1.38E6 (Korschinek et al., 2010).
dRatios of 10Be/9Be were normalized with 07KNSTD reference sample 5-1 of Nishiizumi et al. (2007).
연구 결과, 장보고 구릉지에서의 빙하는 MIS 6의 최대 빙하기인 PGM (Penultimate Glacial Maximum; 640 masl; ~140 ka) 이후 MIS 5의 간빙기가 시작되며 매우 빠른 속도의 소모가 일어났다. MIS 5 중반에 두껍게 형성된 상부의 모레인(320~150 masl; 97.0~90.8 ka)에서 복수의 단순노출연대가 확인되어 MIS 5 중반 이후로 노출이 지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IS 4에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빙하가 이전에 형성된 모레인을 뒤덮을 만큼 성장하지 않았음을 지시한다. 오히려 빙하는 MIS 3까지 느린 소모가 일어나며 하부의 모레인을 형성하였다(150~90 masl; 33.3ka). 특히 같은 고도에서 MIS 2 후반의 노출(16.0 ka)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전지구적인 LGM (29~15 ka) 시기에도 빙하가 성장 없이 정체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MIS 1에 다시 빙하의 두께 감소(41, 33 masl; 8.9, 5.7 ka)가 일어나 현재 해수면의 위치까지 모레인이 형성되었다.
동남극 빙상은 빙하기와 간빙기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빙하의 두께가 전체적으로 감소하여 왔으며, 각 최대 빙하기의 빙하 두께가 MIS 6 > 4 > 2 순에 따라 PGM (> 640 masl) > LLGM (150~90 masl)> LGM (90 masl)의 순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Fig. 3B). 특히, MIS 5 이후 모레인의 단순노출연대를 통해 MIS 5부터 빙하의 두께가 계속해서 낮아져 왔음을 밝혀 냄으로써, 일반적으로 한랭한 빙하기동안 빙하가 성장하였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마지막 빙하기 동안 오히려 두께가 감소하였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마지막 빙하기의 공백을 채우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한랭한 기후의 빙하기 = 빙하의 성장’이라는 추정의 오류를 밝혀 냄으로써 미래 빙하 모델링 연구의 낮은 신뢰도를 극복하고 보다 정확한 기후, 해수면 변화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2) 소모 양상의 기작: 공기와 물
일반적으로 빙하는 기온(공기)과 강설(물), 즉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한랭한 빙하기와 온난한 간빙기에 따라 집적과 소모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동남극 빙상의 경우 강설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하며 기온 변화와 역설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온난한 간빙기(MIS 5 & 1)에는 원활한 수분 공급으로 강설량과 적설량이 높게 나타나 빙하가 성장하나, 동시에 높은 기온으로 인하여 전체적으로는 큰 소모가 나타났다(Fig. 3A; Bazin et al., 2013; Vallelonga et al., 2013). 반대로 한랭한 빙하기(MIS 4~MIS 2)에는 기온이 낮아 눈이 집적되며 빙하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었지만, 극단적으로 건조한 환경에서 절대적인 강설량이 매우 낮게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빙하의 소모, 혹은 정체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동남극 빙상의 두께가 감소(net negative mass balance)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캠벨 빙하에서만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서로스해의 가장 큰 분출빙하인 데이빗 빙하에서도 나타났다(Rhee et al., 2022a). 데이빗 빙하의 노출산지인 프리슬리 산에서는 신생대 제4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도에 따라 연속적인 단순노출연대가 확인되며, 이는 빙하가 지속적으로 소모되었음을 지시한다. 특히, 신생대 제4기 후반부에 빙하기와 간빙기의 기온차가 강화되는 MBE (Mid-Bruhnes Event: ~430 ka)가 나타나며 소모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서로스해의 해양퇴적물 기록에서도 동남극 빙상이 3.3 Ma의 한랭한 기후에 의해 한랭 빙하로 변하며 최대 규모에 도달하였고 이후 점차 감소함이 확인되었다. 이는 곧 장기적인 빙하 규모에서 기후 인자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McKay et al., 2012).
MIS 5의 간빙기로 접어들며 전지구적으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였으며, 동남극 빙상의 탈로스 돔에서도 δ18O의 급격한 상승이 나타난다(Fig. 3A; Bazin et al., 2013). 캠벨 빙하는 MIS 5 초반의 급격한 기온 상승과 함께 중반까지 약 320 m 두께의 빠른 소모가 일어났다(8.0 m/kyr; Fig. 3B). 하지만 MIS 5 중반에는 기온이 감소하는 추세였음에도 불구하고, MIS 5 중반 97.0~90.8 ka에 약 170 m의 빙하가 붕괴에 가깝게 급격히 소실되어 소모율은 오히려 증가하는 역설적인 변화를 보였다(>23.5 m/kyr). 특히 마지막 노출이 일어난 지점(150 masl)에서는 노출연대의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 빙하가 급격히 붕괴되며 빙하 표석이 뒤섞여 퇴적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온이 가장 높은 MIS 1의 최적기(climatic optimum) 빙하 소모율보다도 높게 나타나 기온 이외의 인자의 영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5.8 m/kyr).
기온의 영향과 더불어 동남극 빙상의 급격한 빙하 후퇴와 소모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는 해수면 상승에 의한 빙붕의 부력 파쇄, 빙붕의 후퇴에 의한 분출빙하의 불안정화, 빙붕 기저의 역방향 접지사면 등, 해저 지형과 해양 인자 등이 있다(Jones et al., 2015; Goehring et al., 2019; Rhee et al., 2020). MIS 5 시기의 캠벨 빙하 말단부는 현재보다 더 두껍고 테라노바 만의 외해까지 전진한 상태였기 때문에, 해수의 부력이나 빙붕 기저 접지선에 의한 영향의 범위에 들지 못하여 해양과 지형의 영향은 배제할 수 있다. 해수면을 고려하더라도 MIS 5 초반에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가 중반까지 감소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MIS 5 중반의 급격한 빙하 소모율 증가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Fig. 3A; Ribó et al., 2020). 따라서 이 돌발적인 빙하의 붕괴는 기후, 해양, 지형 모두의 영향이 아닌 극단적인 외력의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된다.
3) 소모 양상의 기작: 얼음과 불
북유럽과 그린란드의 과거 화산활동에 의해 분출된 화산재는 빙하의 표면을 뒤덮어 반사능을 감소시키며 빙하의 소모를 증가시켰다(Muschitiello et al., 2017). 또한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빙하와 접촉(ice marginal lava interaction)하며 빙상의 급격한 소모를 야기하고, 빙하와 융빙수에 의해 급격히 냉각된 용암은 빙하화산체(glaciovolcanic edifices)를 형성하였다(Pedersen and Grosse, 2014; Russell et al., 2014). 동남극의 화산은 매우 국지적으로 분포하여 빙하와 화산의 접촉의 영향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으나, 멜버른 화산 인근의 해로우 피크에서 빙하 기저의 화산이 분출하며 대량의 융빙수와 빙하 위 응회구를 형성하였다(Smellie et al., 2018). 캠벨 빙하(얼음) 말단부에서 MIS 5 중반에 나타난 매우 돌발적인 빙하의 붕괴 역시 약 30 km 상류에 있는 멜버른 화산(불)의 활동에 의한 영향의 가능성이 있다.
캠벨 빙하의 상류 기반암은 모두 화강암, 화강편마암과 같은 심성암이 근원이지만, 빙하 말단의 장보고 구릉지에 형성된 상부의 모레인(320~150 masl)은 현무암 같은 분출암이 혼재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Figs. 2C & 4A). 특히 상류에서 운반되어 오던 화강암에 분출된 용암이 묻거나 달라붙은 형태로 접촉・결합된(lava contacted-) 암석이 관찰된다(Figs. 4B~4D). 이러한 분출암의 물질을 공급할 수 있는 근원지는 장보고 구릉지의 캠벨 빙하 반대쪽에 위치하는 멜버른 화산만이 유일하다. 반면 하부 모레인(<100 masl)과 융기해안의 구성 물질은 다양한 암종 중에서도 현무암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표면의 경사도 완만하게 나타나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인 노출과 퇴적을 보여준다(Figs. 4E & 4F). 따라서 하부 모레인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대량의 용암 분출이 없었으며, 상부 모레인의 형성에만 멜버른 화산의 화산활동과 연관된 급격한 퇴적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캠벨 빙하의 유역 내 유일한 화산체인 멜버른 화산(2733 m, 180 km3)은 118.2~94.4 ka에 걸친 큰 분출이 일어나며 형성되었다(Giordano et al., 2012). 화산체는 전방위에 걸친 동일한 분출로 형성되어 대부분 30도 이하의 경사면이 나타나지만, 캠벨 빙하와 맞닿은 서쪽 사면은 60도 이상인 매우 급경사의 용암절벽이 만들어졌다(Fig. 5). 고해상도의 표면 조도 역시 서쪽 사면만이 매우 편차가 커 지형면의 돌출빈도가 매우 큰 울퉁불퉁한 사면이 나타난다. 분출 당시 캠벨 빙하는 더 낮은 고도(~320 masl)에 위치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 사면은 빙하에 의해 형성된 빙식곡의 벽으로 볼 수 없다. 또한 화산체의 산록빙하 역시 모든 사면에 걸쳐 성장한 상태이며, 오히려 서쪽 사면의 유역이 소규모로 나타나기 때문에 산록빙하가 하방을 깎아 형성한 빙하침식사면이라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급경사면은 화산체가 형성된 이후 개석된 지형이 아닌, 용암이 분출하여 화산체로 고화되는 당시에 발생한 특정한 기작에 의해 발달한 지형임을 알 수 있다.
분출된 용암은 화산의 하부에서 캠벨 빙하와 접촉하며 급격히 냉각되었고, 동시에 빙하를 녹이며 대량의 융빙수와 함께 빙하 내부로 유입되었다(118.2~94.4 ka; Fig. 6). 용암이 하부에서 빠르게 빙하로 제거됨에 따라 하부가 불안정해진 사면은 조도가 높고 경사가 급한 빙하화산체 사면을 형성하였다(Fig. 5). 빙하로 유입된 용암은 현무암이나 유문암으로 고화 되었으며, 일부는 빙하가 운반하던 화강암, 화강편마암 등의 물질과 엉겨 붙게 되었다(Fig. 4). 이 암석들은 빙하와 함께 하류로 운반되다 장보고 구릉지에서 빙하가 빠르게 소모되는 시기에 퇴적되며, 캠벨 빙하의 유역 내에 존재할 수 없는 분출암이 혼재한 상부 모레인을 형성하였다(97.0~90.8 ka; Fig. 3).
5. 결론
미래의 기후 변화와 빙하의 변화, 해수면 변동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들은 해양 퇴적물, 빙하 코어 등에서 다양한 지시자들을 분석하여 고기후, 고해양, 고빙하의 환경을 복원하고 변화의 상관관계를 파악해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빙하의 수직적 두께 변화는 알 수 없어, 한랭한 빙하기에 빙하가 성장하였다가 온난한 간빙기에는 빙하가 소모된다고 유추해 왔다. 빙하의 활동이 형성한 빙하지형은 빙하의 수직적인 거동 변화가 기록된 유일한 단서이며, 우주선유발 동위원소를 이용한 암석의 노출연대측정과 그 결과의 정확한 보정을 통해 그 변화의 시기와 규모를 밝혀낼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동남극 빙상 말단부에서 기후 변화에 의한 광역적, 장기적 빙하 규모 변화와 빙하-화산의 상호작용에 의한 국지적, 단기적인 빙하 변화를 밝혀냈다.
1. 동남극 빙상에서 로스해로 유출되는 캠벨 빙하의 모레인에서 발견한 노출연대결과를 통해 각 빙하기 MIS 6, 4-2동안 빙하의 최대 두께는 PGM (> 640 masl), LLGM (150~90 masl), LGM (90 masl)으로 점차 낮아졌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빙하의 소모 과정은 ‘한랭한 빙하기의 건조한 환경으로 인한 빙하 성장 억제’와 ‘온난한 간빙기의 급격한 빙하 소모’가 주요 원인이다. 특히, MIS 5 중반에 급격히 증가한 빙하 소모 속도(>23.5 m/kyr)는 MIS 1 시기(5.8~8.0 m/kyr)보다도 훨씬 높게 나타나므로, 기후 인자와 함께 다른 인자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2. 장보고 구릉지의 일부 모레인(305~159 masl)과 멜버른 화산의 화산지형은 모두 MIS 5 중반의 유사한 시기(97.0~90.8 ka/118.2~94.4 ka)에 형성되었다. 당시에 형성된 모레인에만 혼재되어 있는 용암이 접촉・결합된 암석은 빙하 유역 내의 유일한 화산체인 멜버른 화산과 캠벨 빙하간의 상호작용을 지시하며, 159 masl에 위치한 모레인에서 나타난 큰 편차의 노출연대 교란과 급경사의 빙하화산체는 이들의 상호작용이 매우 돌발적으로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캠벨 빙하는 MIS 5 중반의 온난한 기온의 영향과 더불어 멜버른 화산의 막대한 용암분출과 직접 접촉하며 급격한 소실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남극의 빙상은 지구 상 가장 많은 담수를 저장하고 있는 만큼, 미래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인식되어 왔던 ‘한랭한 빙하기 = 빙하의 성장’과 ‘온난한 간빙기 = 빙하의 소모’의 전제의 사실 여부는 미래 예측 모델링 연구에서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본 연구와 같은 빙하지형 연구를 통한 고기후, 고빙하 기록의 복원은 앞으로 인간이 대처할 미래기후위기를 예측하는 모델링 연구의 신뢰도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지속적인 남극의 빙하지형 연구를 통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지역에서의 고기후와 고빙하 변동을 복원하고 다양한 환경 권역 간에 영향을 주는 인자를 추적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