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October 2020. 555~557
https://doi.org/10.22776/kgs.2020.55.5.555


MAIN

이 책은 컨벤션(convention)이라는 개념을 단서로 산업집적의 제도적 기반을 다시 파악하고, 그것이 경제활동에서 갖는 의미를 이론적 또는 경험적 연구를 통해 살피고자 했다. 또 이 책은 일본지리학회의 출판조성금에 의해 출간된 것으로, 머리말과 1장 및 후기를 제외한 나머지 각 장의 내용은 일본의 지리학분야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을 가필・수정한 수준 높은 연구물이라 하겠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머리말에서는 포드주의에서 후기포드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신산업공간이 지역에 깊은 관심을 다시 가지므로 산업지구 등의 논의가 시사되었다고 하면서 그 가운데 유연적 전문화모델이 산업집적의 이상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식기반경제의 이행으로 거래되지 않는 상호의존성의 역할이 강조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이 산업집적을 중심으로 조정과 재화・서비스의 가치부여(valuation)를 공간적으로 고찰하고, R. Salais와 M. Storper의 생산의 세계(Les mondes de production)를 이론적 바탕으로 한 컨벤션 경제학의 연구로서 그 독창성을 가진다며 각 장의 내용을 짧게 소개했다.

제1장(산업집적론 개설)에서는 산업집적 연구의 대상은 순수집적으로, 산업집적의 기본적인 개념과 이익 발생요인으로 상호의존성 여부에 대해 개관했다. 또 산업집적의 기능으로서 외부경제, 산업분위기(industrial atmosphere)로서의 글로벌화와 영역화와의 관계 및 산업집적의 제도론적 접근방법과 인지적 근접성(cognitive proximity) 및 혁신에 대해 서술했다. 그리고 인지적 근접성과 집적유형을 지방의 로컬 산업(地場産業)지역형과 다종다양한 업종이 집적한 대도시형으로 구분하고 그 특징과 지식의 유형도 소개했다. 그런 다음 경제지리학의 潮流와 이 책의 위치지움에서 제도의 개념적 다의성, 지리적 정치경제학, 제도론적・관계론적 경제지리학 및 진화경제지리학의 계보도 언급했다.

제2장(산업집적과 제도・관행 - 혁신적 풍토론의 射程 -)에서는 혁신적 풍토(milieu)론의 題材에서 산업집적과 제도의 이론적 관계를 정리하고 이것을 통해 ‘생산의 한계’론을 포함한 제도론적・관계론적 집적론을 전제로 한 공유하는 집적의 효과를 밝혔다. 그러기 위해 먼저 혁신풍토론의 계보와 기능 및 집적의 기능유형1)에서 풍토를 위치 짓고, 나아가 혁신풍토론을 실질합리성과 절차합리성으로 구분해 산업집적을 환경으로 파악하는 입장은 절차합리성을 전제로 한다고 했다. 그리고 조정의 문제와 풍토의 효과에서는 순수한 시장논리의 불완전성을 A. Orléan의 비협력게임 틀로서 설명하고, 산업집적의 역할을 언급하며 그 집적이 상호기대를 조정하고 학습의 기반이 되는 제도적인 논거라는 점을 상술했다.

제3장(컨벤션 경제학과 산업집적 - R. Salais and M. Storper의 ‘생산의 세계’론 -)에서는 ‘생산의 세계’론2)을 이해하기 위해 컨벤션 경제학을 개설했다. 그리고 관행을 D.K. Lewis의 규약과 J.M Keynes의 관행개념에 따라 전략적 접근방법과 해석학적 접근방법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또 ‘생산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 해석학적 접근방법인 L. Boltanski와 L. Thévenot의 규범적 질서의 경제모델을 소개한 뒤 ‘생산의 세계’론을 언급했다. 이어서 현실화 되지 않는 생산가능 세계의 조건과 가능세계 및 관행에 의한 현실세계가 정체성・참가의 관행으로 전환된다는 구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 다룬 컨벤션 경제학의 내용구성은 집적론과는 거리가 약간 먼 부분도 있지만, 이 이론이 일본에서는 생소하다며 개관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을 했으나 난해한 부분도 많았다.

제4장[지식, 규범, 그리고 ‘형태(forme)의 투자’]에서는 지식이 분산적으로 존재하거나 유통되기 위해 특정한 형태로 확립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이 작업을 ‘형태의 투자’라 하고, 형태의 배후에 규범적 관행의 존재를 특히 강조하는 점이 컨벤션 경제학의 특징이라고 했다. 또 지식・학습・인지에서는 F. Eymard-Duvernay의 논의와 지식개념의 확장에 대해 살펴보고, 이 지식을 메시지로 전환하는 과정인 코드화된 지식을 이용가능하게 외부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매우 낮은 한계비용으로 많은 조작을 행하는 이점을 관습주의자들은 ‘형태의 투자’라고 했다. 끝으로 인지론에서 규범적 질서의 경제모델을 설명하면서 이 장은 앞장의 내용을 보완하고 인지시스템과 규범적 가치라는 두 가지의 차원에서 중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5장[산업집적의 동태와 관계성 자산 - 코지마(兒島) 의류산지의 ‘생산의 세계’ -]에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로컬 산업인 오카야마(岡山)현 구라시키(倉敷)시 코지마 의류산지를 대상으로 생산세계의 다양성과 경제조정의 조건을 언급했다. 먼저 방법론적 틀로서 관계적 자산과 ‘생산의 세계’론을 다룬 후 정체성과 참가의 관행이 행위자의 행위를 조정하고 특정행위원리가 작동하는 장치라고 하면서 ‘생산의 세계’론과 참가의 관행과의 관계를 논했다. 그리고 분야별 의류제품 생산의 변천에 따라 ‘공업・시장・개인 간의 세계’의 유형과 産地의 발전경위를 살펴보았다. 끝으로 코지마 의류산지의 관행에서는 인격화된3) 정체성과 참가의 관행을 유형화하고, 다양한 관행이 중층적 또는 복합적으로 짜인 혼돈된 관계성을 구성한다고 했다. 그리고 의류기업과 봉제기업 간에는 별도의 정체성과 참가관행이 존재해 여러 기업의 행위를 조정하는데, 학생복이나 캐주얼・청바지(jeans) 제품분야는 관계성을 자산으로 활용하는데 대해, 공업의 세계에 속하는 작업복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제6장[프랑스의 쇼레(Cholet) 의류 봉제산지의 변용]에서는 프랑스 중서부 뻬이 드 라 루아르(Pays de la Loire)주 쇼레 지역의 의류제조업은 1990년대 이후 급속한 쇠락에도 불구하고 생존했는데, 이는 파리의 접근성과 産地의 높은 기술과 기능력 등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고급품 브랜드 하청제조의 역할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프랑스의 패션・의류산업은 19세기 중엽 고급맞춤복에서 발전했다며 그 이후의 생산시스템 변화를 살펴보고 쇼레 지역 의류기업의 浮上과 생산방향성에 대해 기술했다. 또 지역주의가 강한 이 지역은 1980년대까지 중급품 시장지향의 생산시스템을 갖춘 개인 간 세계+시장의 세계의 존립이, 1990년대 이후는 개인 간의 세계인 고급품브랜드가 개인 간 세계+시장의 세계로 전환해 고급품생산으로 이행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사례기업의 분석에서 영역적으로 공유된 여러 제도・관행・지리적 접근성으로 말미암아 고급브랜드의 지속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제7장(파리의 패션 산업에 있어서 가치부여의 장치)에서는 파리 패션 산업의 역사적 개관과 산업의 분류 및 생산과정의 유행형성 매개자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창조된 지식은 시장과의 관계로 혁신의 결실을 맺는 과정이나 구조에서 볼 때 파리 패션 업계의 가치부여가 대도시집적의 역할을 탐색하는 것이라면서 제도・관행・매개자, 네트워크, 공유물 등 여러 요소가 집중한 흔치 않는 예라고 했다. 또 집적에서 가치부여를 행위자 네트워크・관행이론으로 설명하고, 그 구조가 구축된 것을 시장적 장치(dispositif, 사회적・기술적 인공물)라 하며 패션 산업의 규범적 관행인 창조와 유행의 질적 관행에 대해 언급했다.

제8장(자본주의의 새로운 정신과 풍성화의 경제 – 로컬 산업제품으로의 가치 재부여 -)에서는 공예품의 기술・산품의 재평가가 공업제품과 달리 富를 형성한다는 새로운 경제인 풍성화의 경제(économie de l´enrichissement, 창조경제・창조산업에 해당)에 대해 살펴보았다. 또 프랑스 사회학자 L. Boltanski와 A. Esquerre의 자본주의의 정신4)과 프로젝트의 시테(cité)5)를 분류하고, 풍성화 경제의 가치부여 형태를 살피면서 체계적 컬렉션과 그 형태의 구조를 유형화한 후 컬렉션은 이야기꺼리와 진정성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런 논리를 로컬 산업의 가치부여에 적용하려면 제품이 표준형태에서 컬렉션 형태로 변용되어야 한다며 도야마(富山)현 다카오카(高岡)시의 불상과 구리그릇이 메이커 주도의 자사 브랜드 개발로 창조산업으로 전환되었다고 했다.

이 책의 전반부는 프랑스의 컨벤션 경제학의 이론연구로, 후반부는 의류・패션 산업과 로컬 산업의 가치 재부여의 실증적인 연구로 인터뷰와 기업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또 경제지리학의 중심과제 중의 하나인 산업집적연구에 컨벤션 경제학을 접합시켜 경제조정의 제도적・공간적 고찰뿐만 아니라 규범적 질서로의 합의를 둘러싼 이해의 조정이라는 정치경제학적 視座도 도입했다. 그리고 산업집적에서 지식, 학습, 혁신이 매력적인 이론적 도구라면서 시장구축이나 재화의 가치부여 등 혁신의 실현과 불가분의 주제를 찾으려 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한 현대자본주의의 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산업집적이나 가치부여의 행동 특징을 파악하고자 하는 의욕도 보였다. 그러나 4개 장이 이론으로 분량이 많았으며 그 내용이 난해했고, 제5・6장은 ‘생산의 세계’론의 응용적 연구, 제7・8장은 상품의 가치부여나 시장구축에 관한 연구로 컨벤션 이론과 가치부여 간의 관련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제도경제학 범주로서의 연구로 결론을 도출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생산의 세계’론을 생산시스템에 적용했으나 그에 대한 문제점이나 발전성을 고려했다면 경제지리학의 집적론 연구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고 생각한다.

1) 도시집적에서 도시를 면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점으로 볼 것인지의 공간적 윤리와 실질적 합리성과 절차의 합리성이라는 구분을 바탕으로 기능적・지리적 접근방법, 관계적・인지적 접근방법으로 나누어진다.

2) 제품의 제조과정에서 노동의 조정과 제품을 매개로 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조정을 중요시하는 것을 말한다.

3) 정체성과 참가의 관행 관계에서 가로 축은 집단으로의 참가로 成員시스템과 非성원시스템으로, 세로 축은 정체성의 성질로 인격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으로 대칭시켜 생산의 세계를 유형화했는데, 인격적, 비성원시스템의 분면에는 시장의 세계, 인격적, 성원시스템에는 개인 간의 세계, 추상적, 성원시스템에는 지적자원의 세계, 추상적, 비성원시스템에는 공업의 세계를 배치했다.

4) 19세기 말의 공업경제 부흥기를 제1의 정신, 1930~1960년대까지 戰後 고도성장기를 제2의 정신, 1970년대~1990년대의 새로운 경제를 제3의 정신으로 시기구분하고, 인물상, 자주성, 안전성, 공통선, 타협으로 그 특징을 살펴보았다.

5) 사고와 행위의 참조 축이 되고 사회질서의 기초가 되는 규범적 가치의 원리로 구성되는 시테는 Boltanski와 Thévenot가 가내적(domestique) 시테, 공업적(industrielle) 시테, 영감(inspiration) 시테, 世論(opinion) 시테, 상업적(marchande) 시테, 시민사회적(civique) 시테로 구분짓고, 여기에 Boltanski와 Esquerre가 특정한 프로젝트 지향(par project) 시테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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