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2) 선행연구와 연구사적 위치
3) 연구지역과 연구방법
2. 이나다니 류사이 지역의 지형과 농업용수 부족의 요인
1) 이나다니의 지형
2) 기소산맥 남동 사면 산록의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
3) 선상지의 농업용수 부족
3. 쓰와호 취수의 배경
1) 재래 수리시설과 함양역 수원의 한계
2) 쓰와호 상・하류 간 이해관계와 수위관리의 공적 재편
3) 쓰와호 취수의 수리・수문학적 당위성
4. 니시텐류 간선수로의 설치와 지형적 장애의 극복
1) 사업화의 계기와 노선 선정
2) 지형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시설들
3) 말단부 낙차와 니시텐류 발전소
4) 준공 기념비의 건설
5. 원통분수공의 도입과 분포특성
1) 통수 이후 물 분쟁과 원통분수공의 도입
2) 공평(公平)의 원칙에 따른 용수배분 원리
3) 분수공군의 분포 특성
6. 결론 및 함의
1) 결론
2) 함의
1. 서론
1) 연구배경과 목적
선상지(扇状地, alluvial fan)는 산지 하천이 운반한 조립질 퇴적물이 곡구에서 급격히 퇴적되어 형성되는 반원추형의 퇴적지형으로, 그 형태・퇴적과정・수문 특성에 관해서는 다수의 이론적 연구가 축적되어 있다(Bull, 1977; Blair and McPherson, 1994). 습윤・반건조 지역 선상지의 농업적 이용에서 핵심 과제는 관개용수의 확보와 분배이다. 선앙에서는 하천이 복류하여 지표수가 부족하므로, 선상지를 논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수지, 간선수로(幹線水路, main irrigation canal), 분수공(分水工, water-division works) 등 수리시설의 축조가 필요하다(김태호・손일, 2006; 탁한명・손일, 2017). 이러한 수리시설은 지형 조건에 대한 인간의 적응이 구현된 경관 요소로서 선상지의 지역성을 해명하는 데 유효한 연구 대상이다.
한국의 선상지 연구는 형성연대 추정, 지형면 분류, 퇴적상 분석 등 지질학적 지형학(geological geomorphology)의 방법이 주류를 이루어 왔으며(황상일, 2001; 윤순옥・황상일, 2004; 윤순옥 등, 2005; 황상일・윤순옥, 2016), 선상지 위에서 전개되는 용수 개발과 수리시설의 발달 등 인간–지형 관계를 다루는 지리학적 지형학(geographical geomorphology)의 실증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다(탁한명・손일, 2017).
본 연구는 일본 나가노현(長野県) 이나다니(伊那谷, Ina Valley) 서안, 즉 텐류가와(天竜川, Tenryu river) 우안의 류사이(竜西, りゅうさい) 지역에 발달한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를 대상으로, 지형적 제약과 수문학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대응으로서 니시텐류 간선수로(西天竜幹線水路, Nishitenryu Main Irrigation Canal)와 원통분수공군(円筒分水工群, group of cylindrical division works)의 건설, 설치 과정을 분석하였다. 본 논문은 대상 지역의 수리 개발을 다루는 연속 연구의 제1부로서 지형・수문 조건에서 취수・도수・분수 시설의 성립에 이르는 과정을 다루며, 간선수로보다 높아 관개 대상에서 제외된 서부대지(西部台地)의 관개와 국영 이나서부 농업수리사업(国営伊那西部農業水利事業)은 후속 연구에서 별도로 논한다.
연구 문제는 다음의 다섯 가지이다. (1) 기소산맥(木曽山脈, Kiso Mountains) 남동사면과 텐류가와 우안의 복합선상지・하안단구라는 지형적 특성이 농업용수 부족을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 (2) 개답(paddy-field development)의 수원으로서 복합선상지의 함양역인 산록 지류가 아니라 쓰와호(諏訪湖, Lake Suwa)에서 발원한 텐류가와의 물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3) 외부 수계로부터의 취수는 쓰와분지 상류 지역과 어떠한 이해관계의 대립을 낳았으며, 그것은 어떻게 조정되었는가? (4) 간선수로는 이러한 지형적 제약을 어떠한 노선 선정과 시설물로 극복하며 부설되었는가? (5) 분수공군이 선상 분포와 함께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확인되지 않는 군집성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다섯 문제를 순차적으로 검토하고 최종적으로 지형 조건, 수리적 과제, 기술적 대응, 경관의 형성이라는 순서로 이나다니 류사이 지역의 수리사를 정리하였다.
2) 선행연구와 연구사적 위치
선상지를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는 설명의 종착점에 따라 두 계보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퇴적상과 퇴적기구, 지형면의 분류와 형성연대 추정을 통해 지형의 성인을 규명하려는 지질학적 지형학이고, 다른 하나는 지형이 토지이용과 시설 입지에 부과하는 조건, 그리고 그에 대한 인간의 대응이 만들어 내는 경관을 해명하려는 지리학적 지형학이다. 양자는 대상을 공유하되 지형을 설명 대상으로 삼는가, 설명 변수로 삼는가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국 지리학계의 선상지 연구는 크게 전자에 편중되어 왔다. 황상일(2001)은 경주・울산 불국사 단층선 지역의 선상지 분포와 지형발달을 분석하였고, 윤순옥・황상일(2004)은 경주 및 천북 지역의 선상지를 고위, 중위, 저위의 3면으로 구분하였으며, 황상일・윤순옥(2016)은 합천 초계・적중 분지에 동일한 접근을 적용하였다. 윤순옥 등(2005)은 한국 선상지의 이론적 논의와 분포 특성을 종합하였다. 이들 연구는 한국 선상지의 편년과 지형면 구분에 관한 실증적 토대를 구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나, 지형면 위에서 전개된 용수 개발과 토지이용 전환의 과정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선상지는 ‘형성된 지형’으로는 상세히 기술되었으나 ‘이용된 지형’으로는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후자에 해당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한국 지리학계에서 선상지의 수리시설을 연구 주제로 처음 도입한 것은 김태호・손일(2006)이다. 이들은 아키타현(秋田県) 요코테분지(横手盆地) 로쿠고(六郷) 선상지의 원통형 사이펀 방식 분수공을 소개하고, 급수구역 면적에 비례하여 180개의 분수구(orifice)와 정류판으로 관개용수를 분배하는 구조를 보고하였다. 탁한명・손일(2017)은 경남 사천 선상지에서 관개수로 정비 이전의 수전화를 이끈 374개(1970년 기준)의 필지 단위 농업용 우물의 존재를 항공사진 판독, 현지답사, 주민 면담, 수치표고자료 분석으로 실증하였다. 두 연구는 수리 시설을 지형 적응의 경관 요소로 파악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전자는 단일 시설의 분배 구조를 보고하는데, 후자는 필지 단위 취수의 분포를 실증하는 데 각각 초점을 두었으므로, 취수-도수-분수로 이어지는 수리 체계 전체를 지형면의 분화 양상과 결부시켜 해석한 사례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이 계보를 이어, 총 연장 약 26㎞의 간선수로와 수십 기의 분수공으로 구성된 일본 최대 규모의 원통분수공군을 지리학적 지형학의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연구 대상에 관한 일본어 문헌으로는, 원통분수공 고안자인 가치 간이치(可知貫一)가 방사식 분수 장치의 수리학적 원리와 설계법을 제시한 논문(可知貫一, 1930), 일본토목학회(이하 토목학회)의 선장토목유산(選奨土木遺産) 해설(土木学会, 2006; 馬場慎一, 2008), 실측 조사 보고(長野工業高等専門学校環境都市工学科, 2017), 사업 전 과정을 정리한 공공 기록물(上伊那地域振興局, 2024)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토목사・농업수리사의 관점에서 작성되어, 선상지・단구 지형의 형태와 수문 특성이 시설의 입지・노선・설계를 어떻게 규정하였는가에 관한 지형–수리 통합 분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영어권에서는 도쿠가와기의 관개 조직(Kelly, 1982), 근세 일본의 경지 공동 보유와 수리 관행(Brown, 2011), 촌락 수준의 관개 공동체(Beardsley et al., 1959) 등 제도사적 연구가 축적되어 있으나, 이나다니 지역을 특정한 연구는 확인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① 지질학적 지형학에 편중된 한국 선상지 연구에서 수리시설을 다룬 지리학적 연구의 부족, ② 일본어 문헌의 토목사적 연구에서 나타나는 지형–수리 통합 분석의 결여, ③ 지형분석과 현지 답사를 통한 시설 검증 및 분포도 작성을 결합한 연구의 부재라는 세가지 층위의 연구 공백이 존재하며, 본 연구는 이를 다루고자 한다.
3) 연구지역과 연구방법
연구지역은 나가노현 이나시(伊那市)・미노와마치(箕輪町)・미나미미노와무라(南箕輪村)・다쓰노마치(辰野町)에 걸친 텐류가와 우안, 기소산맥 남동사면 산록의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 지대이다(그림 1). 쓰와호는 텐류가와 수계의 수원(水源)으로서 수리・수문학적 맥락에서만 다루며, 그 성인이나 형성사는 연구 범위에 포함하지 않는다. 자료는 네 범주로 구성된다. 첫째, 가치 간이치의 원저(可知貫一, 1930), 토목학회 해설(土木学会, 2006; 馬場慎一, 2008), 텐류가와 상류하천사무소(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간토농정국(関東農政局) 등의 공공 기록을 한국어・일본어・영어에 걸쳐 교차 검증하였다. 둘째, 이나다니 지역의 DEM을 이용하여 고도, 경사, 단면, 유역 분석을 수행하고 지형을 분석하였다. 셋째, 2차에 걸친 현지조사에서 취득한 주요 시설의 GPS 위치, 사진자료, 시설 실측・검증 자료로 문헌상의 시설 목록을 확인하였다. 넷째, 토지개량구 관계자 등에 대한 면담자료로 시설의 관리・변용・현황을 보완하였다.
2. 이나다니 류사이 지역의 지형과 농업용수 부족의 요인
1) 이나다니의 지형
이나다니(伊那谷, 伊那盆地)는 나가노현 남부에서 텐류가와를 따라 남북으로 발달한 좁고 긴 반지구(half-graben)형 분지로, 서쪽의 기소산맥과 동쪽의 이나산지(伊那山地)・아카이시산맥(赤石山脈) 사이에 위치하며, 동서 폭 약 5~15km, 남북 길이 약 60~80km의 비대칭적 형태를 갖는다(松島信幸, 1995). 텐류가와는 쓰와호에서 발원하여 이나다니를 남류하며, 텐류가와의 우안을 류사이(竜西), 좌안을 류토(竜東)라 부른다. 서안에서는 기소산맥으로부터 공급된 퇴적물이 대규모 복합선상지를 형성하여 넓은 평탄지를 이루고, 이 평탄지는 활단층 변위에 의해 계단상의 지형면군으로 분화되어 있다(松島信幸, 1995; 松島竜平・大塚勉, 2021). 류사이 선상지의 발달로 텐류가와의 유로는 동쪽으로 치우쳤고, 류토에는 평지가 좁고 산지가 하안까지 근접하는 급경사 지형이 나타난다(그림 2).
이나다니의 서쪽에는 이나다니 단층대(伊那谷断層帯)가 지난다. 단층대는 이나시에서 이이다시(飯田市)에 이르기까지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약 79km에 걸쳐 이어지며, 서측이 상대적으로 융기하는 역단층군으로 A급 활단층으로 분류된다(長野県, 2011; 地震調査研究推進本部, 2015). 서측 지괴의 반복적 융기는 선상지면 위에 저단층애(低断層崖)와 요곡애(flexural scarp)를 형성하였다. 이나다니의 계단상 지형은 과거 텐류가와의 하식에 의한 하안단구로 해석되어 왔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활단층 운동에 의한 융기 변위가 지형면 분화의 원인임을 확인하였다(松島信幸, 1995). 한편 선상지면 위를 동서 방향으로 흐르는 지류들은 다기리(田切)라 불리는 협곡상 개석곡을 형성하였고, 비고는 최대 65m에 이른다(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06a). 다기리는 선상지면과 단구면을 흐르는 지류가 평탄면을 좁고 깊게 하각하여 형성한 협곡상의 개석곡을 가리키는 이나다니의 지역 용어로, 완만한 평탄면 위에 급애로 둘러싸인 계곡이 돌연 출현하는 형태를 이룬다. 곡벽이 급하고 곡폭이 좁아 도하가 어려우므로 이나다니에서는 예로부터 남북 방향 교통의 대표적 장애로 인식되어 왔다(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06a). 결과적으로 연구지역의 지형은 산지 융기에 따른 선상지의 중첩적 형성, 활단층 변위와 하식에 의한 단구화, 지류에 의한 개석이라는 세 과정이 중첩된 결과이다.
2) 기소산맥 남동 사면 산록의 복합선상지와하안단구
연구지역인 이나시・미노와마치・미나미미노와무라・다쓰노마치 일대는 이나다니 서안의 북부에 해당하며, 기소산맥과 북단의 교가다케(経ヶ岳) 동쪽 산록으로부터 텐류가와에 이르는 부채꼴의 대지를 이룬다(그림 7-①). 이 대지는 기소산맥에서 발원하는 다수의 지류가 곡구에서 조립 쇄설물을 급격히 퇴적시켜 형성한 개별 선상지들이 측방으로 연결된 복합선상지이며, 활단층 변위와 하식에 의해 고위면・중위면・저위면 등 여러 단(段)의 지형면으로 분화되어 있다(松島信幸, 1995). 이는 한국 남동부 선상지의 고위, 중위, 저위 3면 구분(황상일, 2001; 윤순옥・황상일, 2004)과 형태적으로 대비되나, 이나다니에서는 활단층 변위가 지형면 분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성인상의 차이가 있다.
선상지 퇴적물은 무층리의 사력층으로, 화강암, 편마암 등의 역을 다량 함유하며 기질은 조립사로 구성되어 있다(菅沼悠介 등, 2003; 松島竜平・大塚勉, 2022). 기소산맥 기원의 퇴적물은 원마도가 낮은 조립의 화강암질 역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급경사・소유역의 산지에서 집중호우 시 발생하는 토석류에 의해 곡구까지 단기간에 운반・퇴적되는 일본 습윤지역 선상지의 전형적 형성기구를 반영한다(斉藤享治, 1982; Saito and Oguchi, 2005). 이나다니에서는 이나층군(伊那層群)의 퇴적과 광역적 북서향 경동, 그에 후속하는 활발한 산지의 융기가 선상지의 중첩적 발달과 단구화를 이루고 있다(森山昭雄・光野克彦, 1989; 須貝俊彦, 1990; 松島竜平・大塚勉, 2022). 연구지역의 니시텐류 대지, 즉 다쓰노마치에서 이나시에 이르는 텐류가와 우안의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 대지는 약 600~900m의 고도에서 분포한다(그림 3).
3) 선상지의 농업용수 부족
이나다니의 복합선상지에서 농업용수의 만성적 부족을 초래한 지형적 요인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조립질의 투수성이 큰 선상지 퇴적층으로 인한 복류 현상이다. 선상지에서는 일반적으로 선앙부에서 지표수가 부족하고 선단에서 지하수가 다시 용출하는데(김태호・손일, 2006; 탁한명・손일, 2017), 연구지역의 지류 유수 역시 조립질 퇴적물 구간에서 복류하여 지표에서 이용 가능한 수량이 매우 제한적이다. 둘째, 선상지의 선면과 텐류가와 하상 간의 비고이다. 활단층 융기와 하식에 의해 단구화된 대지면은 하상보다 수십m 높아 본류의 유수를 자연유하로 끌어들일 수 없었다. 셋째, 함양역 기원 하천 규모의 한계이다. 기소산맥 남동사면에서 발원한 하천의 유역들은 급경사에 면적이 작아 안정적 유량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본류와 지류에 소규모 취수보를 설치한 영세한 수전 경영이 이루어지는 데 그쳤으며, 제한된 수량을 둘러싼 물 분쟁이 각지에서 빈발하였다(水土の礎, 2002; 関東農政局, 2022).
그 결과 복합선상지는 근세까지 대부분 임야와 황무지로 남았고, 대부분의 토지는 배수가 양호한 토질과 지형에 적합한 뽕나무 밭(桑田)으로 이용되었다(箕輪町, 2017; 長野伊那谷観光局, 2021). 즉 지형・수문 조건에 의해 토지이용이 결정되었다. 이러한 지형・환경 조건에서 보수성이 낮은 선상지와 하천 수면보다 높은 단구면 위에 수전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원격 취수, 장거리 이송, 정밀 분수의 기능을 갖춘 수리시설의 축조가 전제되어야 했다(水土の礎, 2002; 関東農政局, 2022).
3. 쓰와호 취수의 배경
1) 재래 수리시설과 함양역 수원의 한계
간선수로 이전에도 이나다니의 선상지와 하안단구에서는 지형적 제약과 수문학적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한 재래 수리시설이 축조되었다. 근세에는 지류 곡구부의 소규모 취수와 등고선을 따라 조성된 산복수로에 의한 국지적 개간이 이루어졌으며, 대표적 사업으로 에도시대 덴포(天保) 연간에 미부가와(三峰川)에서 물을 끌어 개설한 연장 약 10km의 덴베에 용수(伝兵衛用水), 1873년 기소산맥 서측의 나라이가와(奈良井川) 최상류부로부터 유역변경 방식으로 끌어온 기소야마 용수(木曽山用水)가 있다(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06b; 上伊那地域振興局, 2013). 그러나 이들 시설의 수혜 범위는 특정 마을과 국지적 지형면에 한정되어 류사이 지역 선상지와 하안단구 전체의 만성적 물 부족은 해소되지 않았다.
복합선상지의 함양역인 기소산맥 남동사면 소유역들이 개답의 수원이 될 수 없었던 이유는 수량과 수리권의 양면에서 설명된다. 첫째, 이들 유역은 급경사에 면적이 작은 토석류 우세형 유역으로(斉藤享治, 1982) 평시의 안정적 유량을 기대하기 어렵고, 곡구를 벗어난 유수는 투수성이 큰 퇴적층에서 복류하므로 지표에서 취수 가능한 수량이 더욱 제한되었다. 둘째, 이용 가능한 소량의 유수에는 이미 근세 이래의 취수보와 용수로가 다수 설치되어 기존 마을의 관행수리권(慣行水利權)이 설정되어 있었다(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06b; 長野県土地改良事業団体連合会, 2015). 따라서 함양역 지류로부터 약 1,200 ha 규모의 개답에 필요한 수량을 새로 확보하는 것은 수문학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불가능하였다. 지하수 이용이라는 재래적 대안도 검토될 수 있으나, 사천선상지의 필지 단위 우물은 지하수면이 지표 가까이 위치하는 선단부 저지에 집중 분포하였고(탁한명・손일, 2017), 시가현(滋賀県) 에치가와(愛知川) 선상지에서도 지하수는 보조수원에 그친다(中村公人 등, 2021). 류사이 지역과 같이 하상보다 수십 m 높은 선상지 지면 전체의 개간이라는 목표에 대해 지하수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없었고, 선상지 외부의 대수원으로부터의 원격 도수가 유일한 대안이었다.
2) 쓰와호 상・하류 간 이해관계와 수위관리의 공적 재편
니시텐류 간선수로의 수원인 쓰와호의 수위는 상・하류가 상반된 요구를 제기하는 대상이었다. 상류 쓰와분지는 근대 비단산업의 최대 거점으로, 유입 하천 수질의 경도가 낮은 연수와 텐류가와의 수차 동력에 의존하였다(岡谷市教育委員会, 1994). 여기에 와카사기(ワカサギ)와 같은 어류 자원의 증식과 어업・관광을 연계한 활용이 이루어지면서, 해당 수역은 생태적 기능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함께 증대되었다. 동시에 쓰와호는 유역면적이 호수 면적의 약 40배인 반면 유출 하천이 텐류가와 하나뿐이어서 범람을 반복하였다(長野県諏訪建設事務所, 2002). 즉 상류에서는 수위 저하와 유출 촉진을, 하류에서는 관개기 수위 유지와 방류량 보장을 제각기 요구하였다.
이러한 대립은 쓰와분지와 이나다니의 지형적 조건에 의해 유발되었다. 쓰와분지에서는 유출구의 통수능이 침수 위험을 결정한다. 반면 류사이의 관개지역은 하상보다 수십 m 높으므로 취수점의 수위가 관개 가능 여부와 관개면적을 결정한다. 동일한 호수의 유출구 표고가 상류에서는 위험으로, 하류에서는 경작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실제로 1919년 사업 인가 이후 쓰와 측은 취수보가 수위를 상승시켜 범람을 확대한다며 반발하였고, 1923년에는 인가 취소 청원이 제출되었다(北原優美, 1993).
갈등의 조정은 치수사업을 매개로 이루어졌다. 1932년 홍수를 계기로 쓰와호 내부와 텐류가와 상류부 약 4㎞의 준설이 착수되었다. 그러나 준설은 쓰와호의 수위 저하를 초래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출구에 가마구치 수문(釜口水門)을 설치하여 호수를 저수지화하고 수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이 채택되었다(그림 7-②). 1932년 텐류가와의 대홍수를 계기로 1933년 착공된 가마구치 수문은 1936년에 준공되었다(長野県諏訪建設事務所, 2002). 이를 통해 침수 저감과 수위 유지라는 상반된 요구가 하나의 시설에 통합되고, 조절 주체가 공적 관리기관인 나가노현으로 확정되었다.
쓰와호 취수와 관련된 갈등의 해법은 현행 수리권 구조에도 남아 있다. 쓰와호에서 직접 취수하는 수리권은 허가・관행 모두 존재하지 않으며, 취수는 모두 수문 하류의 텐류가와에서 이루어진다(長野県諏訪建設事務所, 2002). 이 구간에서 니시텐류 간선수로는 유일한 허가수리권으로 최대 5.560㎥/s, 관개면적 1,177ha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수문의 유지방류량 약 8.4㎥/s의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 즉 쓰와호는 직접적인 취수원이라기보다는 하천 유량을 통제하는 수리적 조절지로서 기능이 부여되었으며, 니시텐류 간선수로는 이를 통해 용수의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해졌다.
3) 쓰와호 취수의 수리・수문학적 당위성
텐류가와는 쓰와호에서 발원하여 이나다니를 남류하며, 쓰와호는 텐류가와 수계의 수원에 해당한다. 상류의 쓰와호에서 물을 끌어와 류사이 대지를 개간한다는 구상은 에도시대부터 존재하였으나 기술적 어려움과 상류 번(藩)의 동의 문제 등으로 실현되지 못하였다. 메이지 시대인 1876년, 1900년, 1912년에 계획과 실측이 이루어진 바 있으나 자금 문제로 중단되었다(土木学会, 2006).
쓰와호의 물이 수원으로 선택된 논리는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첫째, 수량의 안정성이다. 쓰와호는 광역 유역에서 집수된 유출수가 호소에 저류된 뒤 텐류가와로 방류되는 수문학적 특성을 지니므로, 급경사의 소유역 하천보다 대규모 개답에 필요한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더욱이 기소산맥에 겨울철 축적된 적설은 관개 수요가 가장 높은 모내기 시기에 융설수의 형태로 유입되어 기상학적 가뭄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용수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둘째, 취수 표고의 확보이다. 수혜지인 니시텐류 선상지 연안의 표고는 약 640~674m로 텐류가와 하상보다 수십 m 높으므로, 자연유하식 송수를 구현하고 수혜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류측 고도가 높은 지점에서 취수하여야 한다. 실제로 두수공(취수구)은 쓰와호에서 텐류가와로 유출된 직후의 최상류부인 오카야시(岡谷市) 가와기시(川岸)에 설치되었으며, 취수된 물은 사이펀(siphon)으로 우안으로 넘긴 뒤 다쓰노마치에서 이나시에 이르는 우안의 선상지와 하안단구로 공급되었다(그림 7-③). 이는 대지면보다 높은 하도 표고를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구간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수리권 갈등의 최소화이다. 함양역 소유역과 계통을 달리하는 텐류가와의 물을 이용함으로써, 신규 개답을 위한 대량 취수가 기존 마을의 용수 질서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였다. 쓰와호 취수는 수량・표고・수리권을 동시에 충족하는 지점으로서, 해당 지역의 지형 조건과 수리 제도의 상호작용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었다.
4. 니시텐류 간선수로의 설치와지형적 장애의 극복
1) 사업화의 계기와 노선 선정
사업화의 직접적 계기는 1918년의 쌀 소동과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일본 정부의 식량증산 정책이었다. 다이쇼기 1919년 일본 정부는 개간조성법(開墾助成法)을 공포하여 대규모 개간사업에 대한 국고 보조의 근거를 마련하였고, 같은 해 사업 주체인 니시텐류경지정리조합(西天竜耕地整理組合)의 설립이 인가되고 나가노현 의회의 공사비 보조가 결정되었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3).
간선수로는 1922년 11월에 착공되어 1928년 11월에 완공되었다. 노선은 오카야시 가와기시의 취수보에서 시작하여 텐류가와 우안 단구 위를 남하하며 다쓰노마치・미노와마치・미나미미노와무라를 거쳐 이나시의 오자와가와(小沢川)에 이르는 연장 약 26km이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취수구와 종점 간의 고저차는 약 11m로 평균 구배는 약 0.046%이며, 이는 당시로서 정밀한 측량과 시공 기술을 요구하는 조건이었다. 구배의 최소화는 수로의 수위를 가능한 한 높게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결과 노선은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면의 상위 가장자리를 따라 등고선과 유사하게 부설되었고, 수로보다 낮은 동쪽의 류사이 대지 전면이 자연유하 관개의 수혜지로 편입되었다(그림 4). 즉 간선수로의 노선은 지형면의 등고선을 따라 구축되었으며, 이러한 수로의 건설은 후술하는 분수공군의 선상 분포를 이끄는 조건이 되었다.
2) 지형적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시설들
등고선을 추종하는 수로가 부설되어야 할 복합선상지면은 기소산맥에서 발원한 다수의 지류에 의해 반복적으로 개석되어 있으며, 이들 개석곡은 규모와 형태가 서로 달랐다. 비고가 50m를 넘는 협곡상의 개석곡인 다기리부터 얕게 파인 구하도 형태의 소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계곡이 수로를 가로지르게 되었다. 수위 유지를 위하여 우회가 허용되지 않는 간선수로에서는 이들 개석곡의 횡단이 부설상의 최대 장애였다. 이에 대응하여 취수지의 가동보, 콘크리트 라이닝 수로(concrete-lined canal)와 함께 터널, 수로교(水路橋), 역사이펀(inverted siphon) 6개소 등의 구조물이 건설되었으며, 곡의 비고・곡폭・지반 조건에 따라 상이한 공법이 선택적으로 적용되었다. 인력과 축력이 주된 시공 수단이던 당시에 이 공사는 대규모 농업토목공사로 평가되어 전국의 농업단체가 시찰하였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3).
개석곡 횡단의 기술적 대응과 변천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미노와마치의 후카자와가와(深沢川) 개석곡이다(그림 4의 A지점). 제1단계로 1928년 간선수로 준공 시에는 곡을 상부에서 건너는 11경간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rahmen structure)의 후카자와가와 수로교(深沢川水路橋)가 채택되었다(그림 7-④). 제2단계로 준공 후 약 20년이 경과하면서 교각의 침하와 균열 등 노후화가 진행되자, 통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1950년 수로교를 폐지하고 곡저 아래를 통과하는 역사이펀으로 개량하였다. 이때 통수 기능을 마친 수로교는 지역의 요청으로 도로로 전용되어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06a). 제3단계로 1973~1975년에는 주오 자동차도(中央自動車道, E19)의 건설로 사이펀 하류부 단구면의 기존 수로 노선과 고속도로가 교차하게 되어, 고속도로 상부를 입체 교차하는 니시텐류 수로교(西天竜水路橋)가 새롭게 건설되었다(그림 5, 그림 7-⑤).
이 사례는 동일한 개석곡에 대한 횡단 방식이 상부 통과(수로교)에서 곡저 하부 통과(역사이펀)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곡을 상부에서 횡단하는 수로교는 다기리 양안의 지형을 연결하기 위해 교량 구조물을 설치하고, 수로 및 수류의 하중을 구조적으로 지지해야 하므로 구조물의 규모가 커지고 장기간의 유지・관리에 불리한 반면, 역사이펀은 입출구의 수위차만으로 통수가 이루어지므로 구조물의 노출이 최소화되고 유지관리가 용이하다. 즉 개석곡이라는 지형적 장애의 극복은 준공 시점에 완결된 것이 아니라, 시설의 노후화와 고속도로 건설이라는 후대의 조건 변화에 대응하여 횡단 공법이 교체되는 과정으로 지속되었다. 다기리 개석곡과 산각의 돌출이라는 지형적 장애에 대해 사이펀・수로교・터널이 병용되고 그중 다수의 곡부에서 최종적으로 역사이펀이 존치된 것은 이러한 적응 과정의 결과이며, 개석곡의 규모와 형태의 다양성이 횡단 공법의 다양성으로 귀결되었음을 보여준다. 한편 공사 기간 중 쌀값 폭락에 따른 재정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으나 조합원의 비용 부담으로 공사가 계속되어 완공에 이르렀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3) 말단부 낙차와 니시텐류 발전소
니시텐류 간선수로는 구배를 약 0.046%로 억제하였으므로, 취수구에서 확보된 위치에너지는 노선 상에서 거의 소모되지 않은 채 종점까지 유지되며, 대지면 상위를 흘러온 유수를 간선수로 종점에 위치한 오자와가와(小沢川)로 방류하는 말단부에 60m에 이르는 낙차가 형성되었다. 당초 이 낙차는 하상을 계단상으로 조성하여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감쇄시키는 계단공(階段工)으로 처리되었다.
1955년 간선수로의 노후화에 따른 대규모 개수가 불가피하였음에도 이를 단기간에 지원할 보조제도가 없어 재정적 제약이 따랐다. 이에 니시텐류 토지개량구(구 니시텐류 경지정리조합) 임원진은 수로 말단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사업의 수익으로 개수비를 조달하는 방안, 즉 발전사업과 수로개수사업의 동시 시행을 현과 중앙정부에 건의하였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그 결과 1959년 나가노현의 발전사업 시행이 결정되었고, 1961년(쇼와 36년) 개수공사 준공과 동시에 발전이 개시되면서 종래 말단부에서 오자와가와로 물을 떨어뜨리던 계단공은 사용이 중지되었다(長野県企業局, 2022; 天竜川上流河川事務所, 2024).
발전소는 수로식으로 최대 유효낙차 63.95m, 최대 사용수량 5.56㎥/s, 최대출력 3,200kW의 제원을 가지며, 2018년 착수된 대규모 개보수를 거쳐 2021년 운전이 재개되었다(그림 7-⑥). 개보수를 거친 이후 관개기를 포함한 연중 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長野県企業局南信発電管理事務所, 2024).
4) 준공 기념비의 건설
간선수로 완성에 이어 1928년부터 개답(開畓) 공사가 착수되어 1935년까지 약 1,000㏊가 조성되었고, 개답은1939년까지 이어져 최종적으로 약 1,180~1,200㏊의 수전이 새롭게 조성되었다. 이로써 임야와 상전이 우세하던 류사이 대지의 토지이용은 대규모 논농사 지대로 전환되었고, 양잠 중심의 지역경제 구조도 변화하였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수로는 오늘날에도 매년 4월 20일부터 9월 15일까지 통수되고 있다(長野伊那谷観光局, 2021).
사업의 완수를 기념하기 위하여 조합은 1941년 미야기현 이나이무라(稲井村, 현 이시노마키시)에서 길이 약 7.8m, 폭 약 2.4m, 두께 약 0.6m, 무게 약 30톤의 석재를 매입하였으나, 2차 세계대전하에서 대형 석재가 충혼비(忠魂碑)에 우선 충당되던 사정으로 건립이 보류되었고, 종전 후인 1949년 기념비가 건립되어 1950년 10월 제막되었다. 비의 정면에는 물을 모아 물자를 풍요롭게 한다는 뜻의 종수풍물(鍾水豊物) 네 글자가, 이면에는 개간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으며, 비문은 장기간 수전 조성이 불가능하였던 토지 조건과 쓰와호 인수 시도의 좌절, 사업의 완수 과정을 요약하고 있다. 원격지 거석의 구입・운반과 이면의 인명 기록은 공사비를 공동 부담한 조합원 전체의 참여와 이 사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중요성과 평가를 반영한 것이다(그림 7-⑦).
5. 원통분수공의 도입과 분포특성
1) 통수 이후 물 분쟁과 원통분수공의 도입
간선수로의 완성으로 용수 확보의 문제는 해결되었으나, 용수 배분의 문제가 이어서 발생하였다. 신규 개답지는 조립질 선상지 퇴적물 위에 조성되어 보수성이 낮았고, 누수에 따른 수량 부족으로 농민 간의 물 분쟁이 빈발하였다. 조합은 간선수로의 분수구(分水口)에 수번(水番)을 배치하고 임의로 배분을 변경하는 경우 급수를 정지하는 벌칙을 두었으나, 이러한 제도적 통제로는 분쟁이 수습되지 않았다. 문제의 근원은 개수로 분기 방식의 구조적 한계, 즉 분수지점 단면의 작은 차이가 유입 수량을 좌우한다는 점에 있었으며, 공사비를 균등하게 부담한 조합원 사이에서 수전 면적에 비례하는 공평한 분수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핵심 과제가 되었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이 과제에 대한 대책으로 제3대 조합장 호사카 노부히코(穂坂申彦)가 도입한 것이 원통분수공(円筒分水工, cylindrical division works)이다(馬場慎一, 2008). 원통분수공은 농상무성 기사 가치 간이치가 하나의 수원에서 원거리 지역으로 물을 끌어들일 때 이를 공평하게 분배하기 위한 장치로 고안하였다. 1911년 시험형이 고안된 후, 1914년 기후현에서 제1호가 완성되었으며(佐藤寛, 2021), 류사이 지역에서는 채용자의 이름을 붙여 ‘호사카식 원통분수공(穂坂式円筒分水工)’으로 불린다(土木学会, 2006).
분수공의 구조는 상류의 유수를 역사이펀 관으로 지하에 유도하여 원통형 분수조 중앙부에서 솟아오르게 하고, 원통 가장자리에 방사상으로 배치된 분수구를 월류시키는 방식이다(그림 6). 분수공내 분수구의 수를 각 수로가 관개하는 수전 면적에 비례시켜 배분함으로써, 수압이나 총수량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일정 비율의 분수가 구조적으로 보장되고, 물이 분배되는 양상이 육안으로 확인되므로 합의를 얻는 데 유리하였다(可知貫一, 1930). 즉 원통분수공은 분수 비율을 구조물의 기하학적 형태로 고정하고 그 공평성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물 분쟁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대응한 기술적 장치이다. 설치 지점의 조건에 따라 원형 외에도 부채꼴, 사각형 등 다양한 형태로 분수공이 건설되었다(그림 7-⑧~⑪).

그림 6.
니시텐류 분수공의 용수분배구조와 작동원리(上伊那地域振興局(2024)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정함.) (a) 분수공의 종단면, (b) 평면상 용수의 유입·분기 및 배분 구조, (c) 마쓰시마 9호 분수공의 현장 모습. 분수공으로 유입된 용수는 원형 분배 구조를 통해 세 갈래로 분기되며, 각각 전체 유량의 1/2, 1/4 및 1/4이 배분되도록 설계되었다.
2) 공평(公平)의 원칙에 따른 용수배분 원리
원통분수공이 구현하는 공평(equity)은 절대 취수량의 균등이 아니라 관개면적당 배분율의 균등이며, 양자는 원리적으로 구별된다.1) 총수량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항상 일정한 비율로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원통 가장자리의 구획이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절대 취수량은 분수공 간(間), 하나의 분수공 내(內)의 지선 간, 그리고 간선수로의 종단 위치에 따라 모두 다르다. 각 분수공이 간선에서 끌어들이는 총량은 하류 관개면적에 비례하고, 상류로부터 순차적으로 물이 분기되므로 하류로 갈수록 간선의 잔여 유량이 감소하며, 각 분수공은 그 위치의 가용 유량과 담당 면적에 맞추어 설계되었다. 요컨대 이 시설의 핵심은 유량이 변동하더라도 배분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에 있으며, 절대 취수량 자체는 불균등하게 설계되어 있다.
수문 개방량의 층위에서도 동일한 구별이 성립한다. 호사카식 원통분수공은 동일한 크기로 표준화된 단위 분수구를 다수 배치하고 각 지선에 배정되는 분수구의 개수를 면적에 비례시키는 방식으로, 균등한 크기의 분수구 개수로 배분율을 조정한다(그림 6-a,b). 동일 규격의 분수구를 면적 비례 개수로 배정하는 구성을 통해 비례 배분의 이행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시키는 것이 기술적 핵심이다(그림 6-c). 반면 각 지선의 취수문과 분수구 총합은 해당 지선의 계획 유량에 맞추어지므로 지선별 개방 총량은 담당 면적에 종속된다. 수전 면적의 변화에 대응하여 분수구를 폐쇄하거나 관로 취수로 전환해 온 후대의 개조 이력(長野県農業改良協会, 2013)은 개방량이 일률적 설계값이 아니라 현재의 관개면적에 종속되는 개별 설정값임을 보여준다.
3) 분수공군의 분포 특성
니시텐류 분수공군의 첫 번째 분포 특성은 선상 배열이다(그림 4).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간선수로는 류사이 대지의 상위 가장자리 등고선을 따라 남북으로 부설되었으므로, 급수는 간선수로에서 동측(하위)으로 분기하는 다수의 지선 용수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빗살형 급수 체계에서 각 지선의 분기점이 곧 분수점이 되며, 분수공은 간선수로의 선형을 따라 남북 약 13km에 걸쳐 선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일 시설이 180개의 분수구로 구성되어 급수구역 전체를 방사상으로 일괄 분배하는 로쿠고 선상지의 방식(김태호・손일, 2006)과 구별되는 종단형 순차 분배 구조의 결과이다. 즉 등고선을 따라 부설된 간선수로의 노선, 곧 지형이 분수공의 공간 배열을 규정하였다.
두 번째 분포 특성은 군집성이다. 원통분수공은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일본 전국에 270개소 이상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학자에 따라 100개 정도로 규정하기도 한다(佐藤寛, 2021). 대부분의 원통분수공은 전체 관개지역에서 단독으로 입지한다. 미야기현의 이보이와(疣岩) 원형분수공은 1기의 시설이 두 용수 계통에 물을 배분하며(佐藤寛, 2015), 로쿠고 선상지의 분수공 역시 단일 시설이다(김태호・손일, 2006). 이에 비해 류사이 지역에서는 1919~1939년에 걸쳐 준공된 원통분수공이 자료에 따라 52기(長野伊那谷観光局, 2021) 또는 57기(馬場慎一, 2008)로 기록되어 있다. 현재 36기가 가동 중이며 크고 작은 분수시설을 합하면 83기에 이르러 일본 최대 규모이다(建設マネジメント技術編集委員会, 2010). 2006년 토목학회가 개별 시설이 아니라 ‘니시텐류 간선수로 원통분수공군’이라는 집단으로 선장토목유산에 선정한 것도 이 군집성이 예외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군집성의 성인은 통수 이후의 물 분쟁과 급수 체계의 구조로 설명된다. 첫째, 물 분쟁의 공간적 편재이다. 다른 지역의 분수공이 특정한 하나의 분기점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 류사이에서는 간선수로를 중심축으로 동쪽에 다수의 신규 개답 구역이 배열되어 있다. 즉 모든 지선 분기점에서 상・하류 간, 구역 간 물 분쟁이 동시에 발생하였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벌칙과 같은 제도적 통제가 한계를 보인 상황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주요 분수점마다 ‘구조에 의한 공평’을 반복 적용하는 것이 유효한 대책이었다. 둘째, 신규 개답지라는 조건이다. 류사이 수혜지는 전면이 신규 개답지로서 근세 이래의 관행적 분수 질서가 존재하지 않았고, 합의의 준거가 될 수 있는 것은 공사비 부담과 수전 면적에 비례한 산술적 공평뿐이었다(上伊那地域振興局, 2024). 셋째, 단일 사업주체의 존재이다. 경지정리조합이라는 단일 주체가 수로 전 구간을 관리하였으므로 동일 형식의 시설을 전 노선에 표준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馬場慎一, 2008).
예외적으로 분수공이 상・하 2단으로 설치된 곳들이 나타난다(그림 4). 원통분수공은 자연유하・중력식 배분 시설이므로 하나의 원형 월류부로는 동일 표고대의 지선들만 제어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지역의 복합선상지면은 단구애와 개석된 구하도 등에 의해 여러 표고의 단으로 분화되어 있다. 하나의 분수점 하류 관개구역이 미지형의 단차에 의해 상・하 두 단으로 분리되는 지점에서는 단일 분수공으로 두 표고대를 동시에 제어하기 어렵다. 이 경우 상단 분수공의 분수 구역에 하단의 분수 구역까지 통합하여 수량을 배정받고 사이펀・수로로 저위면까지 옮긴 후, 하단 원통분수공을 설치하여 하단 지선들에 다시 면적비로 재분배하는 중계형 2단 분수가 이루어졌다. 표고를 달리하는 제2의 분수공을 두어 지형 단차를 넘어 비례 배분을 유지하는 동일 계열의 구성은 도야마현 우오즈시의 가이덴신(貝田新)–히가시야마(東山) 원통분수조(魚津市, 2020)와 도치기현 이마이치용수 원통분수정(今市用水円筒分水井)에서도 보고되어 있다(日光市, 2014). 따라서 류사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2단 구성은 지형적 조건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되며,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의 계단상 미지형에 의해 관개구역이 서로 다른 표고를 갖는 두 개의 단으로 구분되는 지점에서 면적에 따른 용수의 비례 배분을 저위면까지 유지하기 위한 대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리하면 선상 배열이 지형에 기반한 등고선 추종 노선의 결과라면, 군집성은 신규 개답지 전역에서 발생한 물 분쟁이라는 사회적 조건과 이를 표준화된 기술로 일괄 해소한 조직적 대응의 결과이다. 이 같은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조건이 결합한 결과 일본에서 유일한 선상 군집형 분수공 경관이 형성되었다. 원통분수공은 류사이 지역에서의 성공적인 개답 사례가 소개되면서 1930년대에 미야기현 이보이와(1931)와 아키타현 로쿠고(1938) 등 일본 각지로 확산되었다(佐藤寛, 2021). 니시텐류 간선수로의 시설군은 1946~1958년의 개보수와 2012년의 노후 분수공 약 20개소 보수, 수전 면적 변화에 대응한 분수구 폐쇄・관로 취수 전환 등의 조정을 거치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長野県農業改良協会, 2013).
6. 결론 및 함의
1) 결론
이나다니 류사이 지역의 복합선상지와 하안단구를 대상으로, 지형・수문 환경의 취약성이 초래한 농업용수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쓰와호 취수, 니시텐류 간선수로 건설, 원통분수공군의 설치로 이어진 과정을 분석하였다. 연구 문제에 대응하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지역의 농업용수 부족은 조립질 선상지 퇴적물에 의한 하천의 복류, 활단층 융기와 하식에 의해 단구화된 대지면과 텐류가와 하상 간 수십 m의 비고, 기소산맥 남동사면 소유역의 규모 한계라는 세 지형적 요인의 중첩에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류사이지역 대지는 평탄한 개답 적지이면서도 임야와 뽕나무 밭이 우세한 미개답지로 남아 있었다.
둘째, 함양역인 산록 지류는 수량과 수리권의 양면에서 약 1,200㏊에 이르는 개답의 수원이 될 수 없었으며, 수량의 안정성, 취수 표고의 확보, 수리권 갈등의 최소화라는 세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쓰와호 유출수의 텐류가와 최상류부 취수가 결정되었다.
셋째, 1922~1928년에 건설된 연장 약 26 ㎞의 간선수로는 평균 구배 약 0.046%로 선상지 선면의 등고선을 따라 부설되고 터널, 수로교, 역사이펀 6개소로 산각과 다기리 개석곡을 횡단함으로써 지형적 제약을 기술적으로 극복하였다. 종점에 집중된 잔여 낙차는 1961년 이래 니시텐류발전소의 발전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는 대지면–하상 간 비고가 관개에는 제약으로, 발전에는 자원으로 작용하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넷째, 분수공군의 선상 배열은 등고선 추종 간선수로에서 하위 방향으로 지선이 분기하는 빗살형 급수 체계의 결과로서 지형이 규정한 것이며, 군집성은 통수 이후 신규 개답지 전역에서 발생한 물 분쟁이라는 사회적 분쟁의 산물이다. 관행적 분수 질서가 없는 신규 개답지에서 제도적 통제가 한계를 보이자 면적 비례 분수구 배분으로 분수 비율을 구조물의 형태에 고정하는 방식이 모든 주요 분수점에 반복 적용되었고, 그 결과 일본 최대의 원통분수공군이 형성되었다. 이때의 공평은 관개면적당 배분율의 균등으로 규정되며, 미지형의 단차로 관개구역이 상・하로 분리되는 지점에서는 2단 분수 구성에 의해 저위면까지 적용되었다.
이상을 종합하면, 류사이 지역의 수리 시설군은 지형 조건이 수리적 과제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기술적 대응이 독특한 농업경관을 형성하는 공진화(co-evolution) 과정이 집약적으로 나타나는 사례이다. 복류와 비고라는 지형적 제약이 함양역 수원을 배제하고 원격의 쓰와호 취수를 요구하였으며, 등고선을 따라 만들어진 간선수로가 채택됨으로써 분수공의 선상 배열이 이루어졌고, 신규 개답지 전역의 물 분쟁이 ‘구조에 의한 공평’의 반복 적용을 요구함으로써 일본에서 유일한 선상 군집형 분수공 경관이 성립하였다. 곧 취수・도수・분수에 이르는 수리시설 체계 전반이 류사이 지역의 지형・수문 조건에 의해 규정되었다.
2) 함의
앞선 결과들은 선행연구와 대비할 때 기존 논의를 확장하는 세 가지 새로운 지식을 도출한다. 첫째, 수리시설의 공간 배열이 지형면의 형태에 의해 기하학적으로 규정된다는 명제를 실증하였다. 김태호・손일(2006)이 보고한 로쿠고 선상지의 분수공은 선정(扇頂) 부근의 단일 지점에서 방사상으로 일괄 분배하는 ‘점(點)-방사형’인 데 비하여, 니시텐류의 분수공군은 등고선 추종 수로를 따라 분기점마다 순차 분배하는 ‘선(線)-종단형’이다. 두 방식의 차이는 기술 수준이나 시기의 차이가 아니라, 단일 선상지의 대칭적 부채꼴 형태와 복합선상지・하안단구의 비대칭적 계단상 형태라는 지형의 형태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지형의 형태가 분배 시설의 기하학적 배열을 결정한다는 점은 선상지 수리 경관을 유형화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둘째, 지형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분수공의 선상 배열은 지형이 규정하였으나, 군집성-즉 하나의 수계에 수십 기가 반복 설치된 사실-은 지형이 아니라 관행적 분수 질서가 부재한 신규 개답지라는 사회적 조건과 단일 사업 주체의 존재에서 비롯되었다. 동일한 지형 조건에서도 기존 취락의 관행수리권이 작동하는 지역이었다면 분쟁의 발생 지점이 국지화되어 군집형 경관은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형은 가능한 대응의 범위를 한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실제의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조건이라는 이중 규정의 구조가 연구지역에서 확인된다. 이는 지형-경관 관계를 지형결정론으로 환원하지 않으면서 지리학적 지형학의 설명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서술 방식이 될 수 있다.
셋째, 수리시설을 미지형 판독의 지시자(indicator)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단 분수 구성이 나타나는 지점은 예외 없이 관개구역이 표고가 다른 두 단으로 분단되는 지점이며, 이는 경지정리 사업이나 새로운 토지 이용 등으로 원지형의 판별이 쉽지 않은 소규모 단구애・구하도의 존재를 수리 시설의 형식을 통해 역으로 찾아낼 수 있음을 뜻한다. 자연유하 관개시설의 형식과 배치는 그 자체가 미지형 분화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지형면 구분의 보조 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후속 연구는 두 방향이다. 첫째는 비교 연구이다. 본 연구가 제시한 ‘지형면 형태-분배 시설 배열’의 대응 관계는 사천・경주・안강 등 한국 선상지의 수리 경관에 적용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한・일 선상지 관개 경관의 유형론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본 연구의 범위 밖에 놓인 고위면의 문제이다. 니시텐류 간선수로는 자연유하 방식을 채택하였으므로 수로보다 높은 지역은 필연적으로 급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간선수로에 의한 용수공급에서 제외된 서부 대지에 용수를 공급하게 된 국영 이나서부 농업수리사업(1972~1987)은 역수관개(逆水灌漑)와 2단 양수, 팜폰드(farm pond) 중간저류, 파이프라인 살수관개(sprinkler irrigation)를 특징으로 하여, 본 연구가 다룬 자연유하・단일 통과 방식과 원리를 달리한다. 동일한 복합선상지에서 표고대에 따라 상이한 수리 방식이 채택된 이유와 그 결과를 후속 연구에서 별도로 다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