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2. 선행연구 검토: 인클로저와 커먼즈
3. 사적 공용수용 기반 도시개발과 인클로저
1) 사적 공용수용 관련 자료와 특성
2) 도시개발의 사적 공용수용과 인클로저 특성
3) 인클로저와 도시공간의 변화
4. 인클로저와 도시 축출의 지속
5. 결론
1. 머리말
오늘날 생활공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두 경로가 있다. 하나는 경제개발과 도시개발 등을 위해 정부가 공용수용(eminent domain) 권한을 동원하여 생활근거지와 거주지를 강제로 축출하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기구의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1)이 초래하는 주택 압류와 퇴거(eviction) 경로이다(Godsil and Simunovich, 2008). 금융화의 심화는 이러한 두 개의 경로를 중첩시킴으로써 생활공간의 불안정성을 더욱 강화한다. 이러한 경향을 명확하게 잘 보여주는 나라는 자본주의가 가장 고도로 발전한 미국이다. 따라서 이러한 두 경로에 근거하여 미국 도시개발과 재생 사례를 분석하는 것은 현대 도시 인클로저에 따른 자본주의 발전과 공간변화 사이 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지리학에서 신자유주의 도시화에 대한 논의는 매우 많다. 특히 기업가주의와 성장연합, 탈취 기반 축적체제, 금융화와 같은 담론적 논의는 풍성하지만 신자유주의적 도시개발과 재생과정에서 자본주의 사회경제체제의 핵심 장치인 사유재산권 시스템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미시경험적 연구는 여전히 매우 부족하다. 자본주의에서 경제성장 목적의 도시개발은 한편으로는 사유재산제 원칙을 강고하게 차별 없이 보호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과 사회경제변화에 상응하는 형태로 재산권을 다시 창조하거나 할당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Lamoreaux, 2011). 그럼에도 실제 도시개발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준수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원칙이 어떻게 차별적으로 적용되는지에 대한 경험적 연구도 많지 않은 실정이다.
「신자유주의 도시화와 도시 인클로저(I): 이론적 검토」라는 논문을 2015년에 처음 발표한 이래 뜻하지 않게 후속 논문을 발표하지 못한 채 7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1편에서는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전개를 새로운 도시 인클로저 관점을 통해서 이해하려고 하였다. 즉 신자유주의 도시화 과정은 도시 인클로저를 수반하는 과정이며, 이러한 도시 인클로저를 통해서 새로운 탈취 기반 자본축적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검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 인클로저를 수반하는 구체적인 과정으로서 공용수용, 특히 사적 공용수용을 들었다(김용창, 2015).
자본주의 경제사에서 인클로저 자체는 오랜 관심사였으나 1편 발표 이후에 국내외적으로 더욱 주목받는 연구 대상이 되었다. 특히 현대 인클로저와 자본축적 성격 변화 사이 연관성에 대한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인클로저의 새로운 유형과 해석, 인클로저의 확대와 공간의 자산화・금융화에 따른 불로소득 자본주의 심화, 불로소득 자본주의와 탈취 기반 축적체제의 강화, 사적소유 지향 인클로저의 대안 전략으로서 지역사회 기반 커먼즈(commons) 구축 등이 대표적인 연구 쟁점들이다.
앞으로 두 편의 사례분석 논문을 통해 현대의 대표적인 인클로저 계기로 작용하는 도시개발과 재생에 따른 실물자산의 공용수용, 그리고 금융시장을 통한 주택 인클로저를 다룬다. 이를 통해 현대 도시의 인클로저를 일종의 이중적 중층구조로 규명한다. 인클로저의 대상 차원에서는 실물공간 자산과 금융자산(금융화에 의한 자가소유 상실 및 퇴거, 대자본의 주거자원 통제 강화)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인클로저의 작동 메커니즘 차원에서는 하나는 사적 공용수용(public-private takings)2)이라는 제도적 방법(제도 인클로저), 다른 하나는 금융화의 심화 및 금융공황에 기초한 금융시장을 통한 방법(시장 인클로저)으로 규명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이처럼 다중구조로 발생하는 현대 도시 인클로저가 사유재산권과 생활공간의 강제적 박탈이면서 사유재산에 대한 차별적 보호를 본질로 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재생 정책, 도시개발과 재개발, 금융위기 국면에서 주택 압류 등의 과정을 통해 일상적으로 나타나며, 공용수용 방식이든 시장을 통한 방식이든 결국에는 생활근거지로부터 퇴거와 축출이라는 형태로 끝을 맺는다. 이를 경험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논문에서는 실물자산의 공용수용과 인클로저, 다음 3편 논문에서는 시장을 통한 인클로저 사례, 즉 금융화와 금융자산의 공용수용, 주택의 압류 및 퇴거를 다룬다.
2편에서는 미국 도시개발과 재생 사업을 대상으로 인클로저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실물공간에 대한 사적 공용수용 사례를 분석한다. 1편에서 이론적으로 검토한 것처럼 현대의 도시개발과 재생은 공용수용 제도를 통해서 추진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사적이익을 위한 공용수용(eminent domain for private gain) 논쟁을 본격적으로 불러일으켰던 켈로사건(Kelo v. City of New London)은 경제발전의 이름 아래 사유재산을 몰수하도록 지방정부에게 백지위임장을 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Wall Street Journal, 2009). 오늘날 도시 정부들은 도시재생이나 개발 과정에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제개발 이익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공익개념을 확장하면서 광범위하게 공용수용권을 사용하고 있고,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개발과정에 사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Houston Chronicle은 공산주의자들이 소련과 중국에서 사유재산을 몰수했던 것과 하등 다르지 않은 것을 승인한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사설을 게재하기도 했다(Schultz, 2009).
이 논문에서는 미국의 사적 공용수용에 근거한 개발사례들을 대상으로 사유재산권 변화, 토지이용과 공간변화 유형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유재산권 보호의 차별화 및 도시 인클로저가 낳는 생활공간 박탈, 도시 축출의 의미를 해석한다.3)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각종 국토・도시 개발사업을 위한 공용수용이 남발되고 있다. 아울러 헌법 규정에 따라 수용의 전제조건이 되는 사업의 공익성 판단 자체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민간사업자의 수용권을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공익개념 확대에 기반한 사적 공용수용 문제 역시 우리나라에도 일정한 함의를 갖는다. 우리나라는 개발사업과 관련하여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공익사업 요건 외에 2021년 현재 별도로 112개의 개별법에서 공익성 판단 없이 강제수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사업인정을 받는 공익사업은 19개뿐이고, 나머지 93개는 사업인정이 의제되는 사업이다.4)
2. 선행연구 검토: 인클로저와 커먼즈
신자유주의 도시화의 성격과 도시 인클로저에 대한 연구 동향 및 이론적 성과는 제1편에서 자세하게 검토하였고, 사적 공용수용에 대한 판례와 연구 동향은 김용창(2012)에서 자세하게 논의하였다. 여기에서는 추가적으로 현대 인클로저와 관련하여 새롭게 주목을 받는 쟁점들인 인클로저와 커먼즈, 인클로저에 따른 탈취(약탈, 수탈) 기반 자본축적 및 불로소득 자본주의 심화에 대한 선행 연구들을 검토한다.
인클로저와 커먼즈는 재산권 체계와 사적 소유권의 재편성을 동반하기 때문에 동전의 양면인 동시에 모순 관계를 형성하고, 불평등 구조의 전환을 초래한다. 인클로저의 확대는 당연하게 커먼즈의 축소를 낳게 되며,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커먼즈의 비축과 강화를 요구하게 된다. 그간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인클로저의 대상은 공공용지와 공공자산, 국가가 제공하던 다양한 비영리 공공서비스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대상인 토지와 부동산을 넘어 디지털 플랫폼, 다양한 생명자원, 천연자원, 전자기 스펙트럼, 지식생산물 등으로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공공토지와 공유자원의 사유재산화 및 이익의 사적 전유, 이해관계의 개별화, 인클로저와 광범위한 사회적 전위(轉位), 새로운 인클로저 유형과 의미에 주목한다(Bollier, 2014; Christophers, 2018; Layard, 2019; Mitchell et al., 2020; Sadowski, 2020; Dest, 2021; Dalglish, 2022).
인클로저의 확대에 따른 커먼즈의 축소를 주목하는 연구들은 커먼즈 축소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서 인클로저와 그 비용을 커먼즈로 전가하는 외부화(externalizing)를 꼽는다. 특히 인클로저에 비판적인 연구들은 도시공간을 본질적으로 커먼즈의 공장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의 불평등 심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커먼즈의 산실로서 도시공간의 본성 회복을 강조한다. 그리고 커먼즈 비축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공통화’(commonification), 국가권력 자원의 커먼즈화를 주창한다. 이와 같은 커먼즈 체계로 전환은 지금보다 더 개방적인 거버넌스 체체를 요구하며, 포용과 형평을 근본으로 하는 도시형성과 새로운 민주주의 실천을 위한 대안 전략을 제공한다고 평가한다(이병천, 2018; Borch and Kornberger, 2015; Bollier, 2016; Ramos, 2016, Foster and Iaione, 2016; Feinberg et al., 2021; Pazaitis et al., 2022).
인클로저에 따른 재산권의 재편성과 사적소유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재산소유권에 기반한 지대소득 추구형 경제의 심화를 낳는다. 자본주의 성격 전환과 관련하여 금융화와 함께 최근 들어 빠르게 연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이 지대주의(rentierism) 또는 불로소득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이다. 토지와 광물자원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마르크스 지대개념을 확장하여 지적재산권, 천연자원, 금융계약, 하청계약, 하부구조, 디지털 플랫폼 등과 같은 다양한 희소 자산의 소유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을 지대 기반 불로소득으로 간주한다. 이는 자본주의와 기술 발전을 반영한 것으로서 발전의 성과에 대한 커먼즈화 전략과 사적소유 전략에서 후자가 우세함으로써 상품화와 이윤추구 대상이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적소유 대상의 확대에 따른 새로운 재산권 창출로부터 지대소득 기반 또한 그만큼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득 창출이나 돈벌이(money-making)가 가치창출과 생산형태보다는 희소자원과 자산의 소유와 통제로부터 발생하는 소득형태에 주로 의존하고, 해당 자산을 소수의 기업이나 부유한 개인들이 지배하면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체제를 불로소득 자본주의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불로소득 자본주의론 관점은 작금의 경제성장이 생산에 대한 기여보다는 유통・분배영역에서 약탈(수탈)에 기초하기 때문에 현대 자본주의의 특징을 바로 약탈적 자본주의의 전면화라고도 규정한다. 약탈적 대출에 기초한 금융주도 경제발전과 금융위기가 이러한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정승일, 2016; Piketty, 2014; Birch, 2020; Christophers, 2022; Sayer, 2020; Karakilic, 2022).
불로소득 자본주의와 탈취 기반 축적체제의 성격에 대한 논의들은 현대 자본주의가 생산적 활동이나 자산보다는 금융과 부동산 같은 비생산적 활동 및 자산으로부터 얻는 소득의 비중과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졌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불로소득 자본주의 체제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와 정책, 불로소득의 핵심 원천이자 통로로서 금융자본주의, 불로소득 추출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는 지구적 불균등 발전, 그리고 불로소득 기반의 새로운 계급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불로소득 자본주의론의 이러한 약탈성에 대한 강조, 이른바 자본의 구성적 외부(비자본주의적 세계)에 대한 강조는 자본주의의 고유한 착취체계에 대한 분석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반론 역시 정통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강력하게 제기된다(유재건, 2017; 김용창, 2021; 지주형, 2022; 土佐弘之, 2021; Das, 2017).
이처럼 현대의 인클로저는 재산권 변동에 따른 자산 불평등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을 맺는다. 자산소유가 노동시장에서 위치보다 불평등을 형성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동시에 현대 인클로저는 과거와 달리 인클로저에 따른 자산 불평등이 경제의 금융화 현상과 밀접하게 결합되면서 불로소득 자본주의 심화가 착취를 위한 신흥 노동자층의 창출보다도 더 전면에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실물공간 자산은 국가와 개별가구 모두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wealth)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인클로저에 따른 실물공간 자산의 재편성과 그 자산의 유동화・금융화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면서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그에 따라 불로소득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전략 모색 역시, 새로운 인클로저에 대항할 수 있는 커먼즈 체계 구축을 중시한다(김용창, 2021; 이병천, 2022; Sayer, 2020; Christophers, 2022).
예컨대, 사적 공용수용은 사적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나 소규모 사업자의 재산권과 소유권을 차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용수용에 대한 신자유주의 진영의 균열을 유발함으로써 커먼즈 복원의 기회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실천론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민간부동산 주도의 도시개발 과정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제시되는 지역사회공헌협약이나 지역사회지분공유(community benefit agreements and community equity shares), 근린지역 기반 부동산투자신탁(REITs) 모델 등은 전형적인 커먼즈 중심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Blomley, 2008; Gibson, 2010; Niedt, 2013; Theodos and Edmonds, 2020).
인클로저 논의에서 궁극적인 쟁점은 인클로저가 과거의 자본주의 발생기에 나타난 ‘역사적 사건’인가(이른바 본원적 또는 시초 축적) 아니면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 즉 자본축적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인가를 둘러싸고 전개된다. 새로운 비정통 마르크스주의 해석은 인클로저와 마르크스의 본원적 축적개념을 현대적으로 재개념화하여 동시대 자본주의에서 적용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들의 관점에 따르면 인클로저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및 증권화와 같은 새로운 금융수단을 통해 광대한 인구를 거주지에서 몰아내는 방법에서부터 남반구의 토지와 천연자원 수탈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인클로저가 현대 자본주의에서도 자본축적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경제성장의 중요한 동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본원적 축적(primitive accumulation) 개념은 자본주의 초기 역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에서도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동시대적 현상이며, 약탈적 축적과정인 동시에 과잉축적 기반 위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훨씬 더 악성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논리를 대표하는 하비(D. Harvey)는 탈취(약탈)에 기초한 축적은 모든 역사적 시기에 존재하며, 특히 확대재생산 과정에서 과잉축적 위기가 발생하여 가치잠식 외에는 어떠한 탈출구도 없어 보일 때 강력하게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사센(S. Sassen)의 축출(expulsion)에 의한 축적론, 아렌트(Arendt, 1968; 28)의 “단순 약탈의 원죄는 결국 축적의 동력이 갑자기 죽지 않도록 반복되어야 했다.”는 주장 역시 같은 관점들이다. 새로운 인클로저에 따른 현대의 본원적 축적은 현재 자본순환 밖에 있는 자원들이 국가를 매개로 수탈(몰수)되어(expropriated) 자본순환 내부로 투입되는 과정, 자본의 자유로운 순환에 대한 장애물을 제거하는 활동, 즉 자본순환 체계의 동맥경화(clogged arteries) 상태를 뚫는 활동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가 동원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공용수용권이다(김용창, 2015; Arendt, 1968; Smith, 2007; Gibson, 2010; Ince, 2014; Sassen, 2014; Singh, 2016; Issar, 2021).
3. 사적 공용수용 기반 도시개발과 인클로저
1) 사적 공용수용 관련 자료와 특성
미국의 경우 도시개발과 재생에 따른 인클로저를 분석하는데 필요한 공용수용, 퇴거에 대한 공식자료를 전국 단위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공식통계를 통해 공용수용과 퇴거에 대한 지리적 특성을 파악할 수는 없다. 더욱이 사적 공용수용과 관련하여 연방이나 주 정부, 지방정부 차원에서 도시개발과 재생을 위해 사적 공용수용을 허용하는 다양한 법제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연방이나 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집계자료가 없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 걸친 공용수용 및 사적 공용수용의 규모나 구체적인 목적을 알 수가 없다(GAO, 2006).5)
따라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자료들을 사용하여 인클로저 현황과 특성을 분석한다. 이 논문에서는 2003년과 2006년 「정의연구소」(Institute for Justice)가 편찬한 사익을 위한 공용수용 보고서(Dana Berliner 보고서)를 기본 자료로 활용한다.6) 물론 이 보고서는 양적 자료를 집계한 것은 아니고, 사적 공용수용 사례들의 경우도 일부만을 수록한 것이다. 예컨대 코네티컷 주 법원은 1998~2002년 기간 동안 543건의 재개발수용을 집계한 바 있는데, 이 보고서가 신문 등에서 찾은 공용수용 소송사례로 수록한 것은 31건으로서 전체의 5.7%에 불과하다. 도시개발 및 재생과 관련한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사적 공용수용이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Berliner, 2003).
Berliner의 2003년 보고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켈로사건(Kelo v. City of New London) 판결이 이루어지기 전의 자료이며, 1998년 1월 1일부터 2002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의 텍스트 자료이다. 민간부문에 대한 토지수용권의 집행과 수용위협을 종합적으로 수집한 미국 최초의 보고서이다. 이 보고서의 총수용건수(total condemnations)는 사인에게 편익을 주기 위해 정부가 행사한 공용수용권의 영향을 받는 부동산 숫자를 뜻한다. 이 자료에는 41개 주 10,282건의 공용수용 남용사례를 수록하고 있다(Berliner, 2003; Kerekes, 2011). 그리고 2006년 보고서는 2005년 6월 23일 켈로사건 판결 이후 2006년까지 117개 민간개발 프로젝트에서 수용행위 및 수용위협을 당한 사례 5,783개 사례를 수록하였다(Berliner, 2006).
그러나 이들 보고서는 기록 건수로는 총 16,065건으로 많지만 실제 개발사업 추진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세부 사례들을 모두 수록한 것은 아니고, 일부 사례에 대해서만 구체적인 내용 정보를 서술하고 있다. 두 보고서는 켈로사건 판결에 따른 사적 공용수용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자료이며, 사적 공용수용 반대에 찬성하는 광범위한 여론을 형성하였다. 이 때문에 재산권의 중요성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공용수용을 제한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수집단이 활용하는데 중요한 무기를 제공한 보고서로 평가받는다(표 1 참조, Schultz, 2009).
표 1.
Berliner 보고서에서 수집한 사적 공용수용 사례(단위: 건)
| 1998.1 ~ 2002.12 기간 | 2005.6 ~ 2006.6 기간 | 총합계 | ||||||
| 수용소송 | 수용위협 | 소계 | (개발사업 단위 수용) | 수용소송 | 수용위협 | 소계 | (개발사업 단위 수용) | |
| 3,722 | 6,560 | 10,282 | 222 | 354 | 5,429 | 5,783 | 117 | 16,065 |
자료: Berliner(2003, 2006)
이러한 Berliner 보고서의 수록 자료에 대해서는 미국의 사적 공용수용 자료를 최초로 집대성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자료의 내용에 대한 한계도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언론이 이 보고서들의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선정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사실을 왜곡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 공용수용 남용이라고 기록한 사례에 대해 제기된 문제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공익(공적사용, public use)개념이 넓어지는 추세에서 좁은 의미로 공익개념을 정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적이익 목적의 공용수용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7)
두 번째는 소송이 이루어진 수용뿐만 아니라 수용위협 대상이나 수용을 검토 중인 사례도 모두 사적이익을 위한 수용 사례로 포함하였기 때문에 과장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악 대상을 프로젝트 단위가 아니라 개별 부동산 건수로 파악하여 보고 사례가 많아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1만여 사례 이상을 사적 공용수용이라고 본 이 보고서의 자료에 대해 실제 수용행위가 이루어진 3,722건을 대상으로 검토하면 사적 공용수용 남용이라고 할 만한 프로젝트는 222개로 보는 연구도 있다. 이 정도의 실제 사례를 가지고 과연 남용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정도인가에 대한 회의를 제기한다(표 1 참조).
세 번째는 공용수용을 자유로운 시장거래에 입각한 협의취득은 없고, 모두 강압에 의거한 강제수용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공용수용의 경우도 공정시장가치에 기초한 정당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모든 공용수용에 대해 사적이익만을 강조하고, 경제개발 목적의 수용이 가져오는 공적 편익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모든 공용수용이 사적이익 목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용 사례들에는 진정한 공익목적으로 이루어진 수용도 있고, 오히려 주택소유자들에게는 탐욕스런 은행들과 서브프라임대출이 공용수용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Dreher and Echeverria, 2006; Schultz, 2009, 2011).8)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단지 사적 공용수용이라고 수록한 본 보고서의 자료 성격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대자본 중심의 경제개발 목적 수용에 대한 옹호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사적 공용수용에 대해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수집한 사실상 유일한 종합자료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대신에 이상의 논란을 고려하여 본 논문에서는 1만여 건 개별사례 전체가 아니라 텍스트 자료가 있는 사례에 대해 텍스트 분석을 통해 사적이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용 사례들을 선별하여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즉 원자료는 양적 자료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텍스트 자료로 되어 있기 때문에 공용수용 전후의 토지이용과 재산권 주체의 변화를 분석할 수 있는 범주로 재구성하여 필자가 양적 자료를 새로이 구축하고, 분석에 활용하였다(표 5 참조). 법원의 최종 판결 여부와 상관없이 이 보고서의 자료에서 수용 주체, 토지이용 변화, 소유권 주체의 변화 등 사적 수용 관련 내용분석이 가능할 정도의 구체적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실증사례 분석에 사용한 공용수용 사례는 총 336건이다.
2) 도시개발의 사적 공용수용과 인클로저 특성
본 분석에 사용한 자료를 토대로 사적 공용수용에 대해 직접 수용소송이 이루어진 것과 수용위협이 진행 중인 것을 포함한 전체 16,065 사례의 주별 분포를 보면, 전체의 80.1%인 12,872건이 상위 10개 주에 집중되어 있고, 지역적으로도 상당히 편중되어 있다. 즉 전통적인 산업도시가 밀집한 펜실베이니아, 메릴랜드, 뉴저지, 미주리, 뉴욕, 오하이오, 미시간, 일리노이, 미네소타,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북동부 지역과 신흥 성장지역인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사적 공용수용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경우, 산업도시의 쇠퇴 이후 재도시화 과정에서 기성 시가지인 도시 퇴락지역의 재생과 재개발을 추진하거나 새로운 경제성장 국면에서 과소이용 토지의 고밀도 복합용도 개발을 추진하면서 사적 공용수용을 동원하고 있다. 오바마(Obama) 대통령 선거 득표율로 본 주별 정치 성향에 따른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표 2 참조).
표 2.
미국 주별 사적 공용수용 사례 현황
자료: Berliner(2003, 2006). 2012 미국 대통령선거 득표율은 Federal Election Commission, 2013, FEDERAL ELECTIONS 2012: Election Results for the U.S. President, the U.S. Senate and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이러한 사적 공용수용을 도시 인클로저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용수용 전후의 토지이용과 재산권 주체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 인클로저가 농경지와 소토지소유자의 토지를 모직물 공업에 필요한 목장과 자본주의적 대농장으로 전환시켜 창출했던 사회경제적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적 공용수용이 유발하는 도시공간의 지배적 이용 전환 분석을 통해 현대 도시 인클로저의 본성을 파악할 수 있다. 사적 공용수용 이전의 용도를 보면, 전체의 43.5%가 영세 소규모 상가로 이용하고 있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경제개발 목적의 도시재생이 도시 퇴락지역의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주요 정책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개발 후에는 이들이 축출되면서 자연스레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경제적 공익개념이고, 이를 근거로 사유재산권에 대한 강제적 박탈을 전개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용수용은 사실상 사적이익을 위한 강제수용을 본질로 하는 것이다. 실제로 개발 후의 계획상 토지이용이나 실제 실현 용도는 대규모 상업시설, 주상복합용도, 사무업무용, 개발택지조성, 고급주거지역 등 대자본의 사적 이윤 추구 목적의 도시개발이 291건으로 전체의 86.6%를 차지하였다(표 3 참조). 이러한 수용 전후 토지・공간이용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전통적인 공용수용의 목적이 공공편익시설 공급이나 공공시설의 직접 소유였던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현대의 도시개발 수용은 전적으로 사적이익과 경제개발 목적의 공익개념에 입각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밀도 및 복합용도 토지이용은 자본 투하량의 증가와 그에 따른 토지와 건물가격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종가세인 재산세 수입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개발과 재생 의도를 잘 반영하는 것이기도 한 것이다.
표 3.
사적 공용수용 전후의 토지이용 변화
기타 용도로 전환된 경우는 도서관, 박물관, 민간통신회사, 공업단지, 소규모점포 근린상가, 부담 가능한 주택, 공공시설 등 주로 공공용도와 산업 설비인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비교적 공용수용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는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전체의 45건인 13.4%에 불과하다. 즉 공용수용 이후에 전통적인 공익개념에 부합하는 토지이용을 계획하거나 실현한 경우는 13.4%에 불과한 것이다.
다음으로 공용수용 이후 ‘공익목적’ 개발토지를 누가 새로이 소유하게 되었을까? 공용수용 후의 용도 전환이 대부분 대형 상가나 쇼핑몰, 주상복합건물, 사무업무시설, 호텔 등 대형 상업・업무시설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관계로 재산 소유자의 변화 역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공용수용이 이루어지기 전의 해당 재산 소유자는 규모가 큰 유통자본(Walgreens, CVS, 99 Cents Only Stores, Wal-Mart, 백화점, 쇼핑센타 등)이 소유했던 12개 사례, 3.6%를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개인소유자나 소규모사업체 소유자(소규모 상점, 소규모사업체, 제조업체, 창고, 개인주택이나 임대주택, 이동식 주택, 저가 숙박시설 등)와 같은 ‘도시 소소유자들’(petty property owners)이다. 반면에 공용수용 이후의 토지소유자는 토지 역수용 청구, 클린턴 도서관, 아트센터, 문화복지센터, 하수관거 차집시설, 공항항공화물시설, 개인농장 관개수로, 주민공도개설, 계층혼합 주거지개발, 민간소유 박물관 처럼 공공소유이거나 민간소유라고 하더라도 공공성이 강한 시설소유에 해당하는 기타 소유 유형 20건 6.0%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대자본 소유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9.5%를 차지하는 「민간회사 소유」 범주의 경우는 소규모 점포와 근린상가형 소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산업단지, 기업본사, 은행, 데이터센터 등의 소유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소유자 변동은 대규모 상업시설이나 주상복합 업무시설, 고급주거시설 등을 개발하는 대규모 유통자본과 부동산개발자본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어서 도시개발과 재생은 사실상 사적 공용수용을 이용한 대자본으로의 강제적 재산권 재배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민간회사 소유를 제외하더라도 이들 유통자본과 부동산개발자본의 소유는 284건으로 전체의 84.5%를 차지한다(표 4 참조).9)
표 4.
사적 공용수용 전후의 토지소유권 주체의 변화
3) 인클로저와 도시공간의 변화
이상의 사적 공용수용에 기초한 토지이용 변화와 재산권 변화 두 가지 사항을 함께 고려하면서 도시개발에 따른 도시공간의 변화 유형을 구분하면 현대 도시지리 변화에 내재된 인클로저 성격을 보다 잘 파악할 수 있다(표 5 참조). 먼저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성장이 정체되거나 낙후된 저밀도 근린지역에 소재한 토지・건물이 대규모 주상복합과 사무업무 공간으로 바뀌는 유형이다. 이 유형은 소유권 측면에서는 전형적인 도시 소소유자가 중심을 이루면서 토지이용 측면에서는 영세 소규모상가, 주거-소규모 상업 혼재지역, 단독주택 중심의 근린지역이 대규모 부동산개발 자본 주도로 주상복합・위락・사무업무 공간개발로 탈바꿈하는 유형이다. 즉 도시 소소유 저밀도 공간이 대자본 소유 거대 상업업무공간으로 바뀌는 유형으로서 이러한 ① 유형이 135건으로 전체의 40.2%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유형은 역시 소소유자 중심의 도시공간 소유와 이용이 이루어지던 형태가 대자본 주도로 상가・쇼핑센터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대규모 유통자본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전환하는 형태이다. 이러한 ②유형은 전체의 15.2%를 차지한다.
또 다른 중요 유형은 개인소사업체 소유 중심의 영세 상가지역을 대상으로 부동산개발자본 주도로 재개발과 부지개발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기성 시가지에서 이러한 새로운 택지개발을 시행한 후에는 주상복합・위락・사무업무 공간, 상가쇼핑센타, 고급주거공간으로 추가적인 개발이 이루어지거나 미개발 상태로 방치되기도 한다. 이러한 ③유형은 전체의 4.8%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유형은 전형적인 도시 소소유자 중심의 영세 소규모상가 지역, 주거상업 혼재 지역이 부동산개발자본 주도로 고급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형태이다. ④유형은 공용수용을 매개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발하는 전형적인 주거용 인클로저로서 전체의 6.3%를 차지한다. 그리고 기존 주거용도에서 저소득층의 거주공간으로 볼 수 있는 아파트 용도로 일부라도 사용되던 부지가 공용수용 후에 다른 용도로 전환한 사례가 19건이 있는데, 모두 상업업무공간, 고급주거시설, 대규모 유통센타 등으로 바뀌었으며, 부담 가능한 가격의 주거공간으로 용도 전환된 사례는 없다.10)
이상의 네 가지 대표적인 유형이 전체 사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4%이다. 나머지 경로가 113건, 33.6%를 차지하며, 유형별로 10건 미만의 다양한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백화점 건설을 위해 대규모 의약품 기업인 CVS Pharmacy 점포에 대한 공용수용을 시도하였던 사례처럼 대자본 소유의 고밀도 공간이용이 공용수용 대상이 되어 유통 및 복합공간으로 개발되는 사례가 10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자본 지배의 도시공간이 사적 공용수용 대상이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따라서 기타 경로의 경우도 거의 대부분이 개인 영세소사업체 소유・이용 지역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 재배분을 동반하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공용수용 기반 인클로저의 결과는 결국 사업장이나 거주 공간 모두에서 한계 계층의 점유권과 소유권을 박탈하는 도시 경제공간과 생활공간의 강제 축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도시공간 변화는 공익목적을 전면에 내세우는 공용수용권 발동 방식의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도시 인클로저의 약육강식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아울러 켈로사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낸 O'Connor 대법관이 말한 것처럼 자본-정치권력 동맹이 약자의 재산을 빼앗아 부자에게 재배분하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녀는 이 판결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실상은 대기업과 개발회사를 포함하여 정치과정에 커다란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독점하며, 정부는 적은 자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보다 많은 자원을 가진 사람에게 재산을 이전시키는 면허증(license)을 발행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O’Connor, 2005).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이면서도 사유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는 공용수용이라는 국가의 핵심적인 권력은 도시의 다양한 소소유자의 사업체 및 일자리 생태계 지역을 해체하여 거대 자본 중심의 단조로운 경관과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에 광범위하게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4. 인클로저와 도시 축출의 지속
오늘날 도시재생 연구들은 구 산업도시나 쇠퇴하는 도시에서 방치되거나 과소이용 상태에 있는 도시 퇴락지구, 오염쇠퇴부지 등을 새로운 토지 상품으로 전환하고, 주택공급과 경제활동을 위한 새로운 토지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예외 없이 강조하고 있다. 도시 상황에 따라서는 향후 비주거용 토지에 대한 30~70년간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도시재생 연구들은 경제성장과 물리적 공간개선에 중점을 두면서 중요한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시장의 자율적인 작동에 따른 사적 소유권과 토지이용 전환이 아니라 공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공익수용권의 발동, 즉 국가의 선택적 개입을 전제로 한 강제적 도시공간 변동 촉진이 가져오는 결과이다. 서로 상반되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공용수용권 옹호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과소이용 토지의 재활용에 따른 이익에 초점을 두어 새로운 토지자원으로서 기능을 강조한다. 반면에 다른 입장에서는 기존의 오래된 지역공동체의 해체 및 재산권 박탈, 그에 따른 많은 사회경제적 갈등과 사법적 소송 문제 등의 부정적 공용수용 효과를 강조한다(Simons and Iannone, 1997; GAO, 2006; Dixon and Adams, 2008; Wong and Baing, 2010).
현대 사회의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법 지배의 공동화, 즉 예외상태의 상시화이며, 이를 가능케 하는 장치가 바로 ‘동의’와 ‘강제’ 사이의 구분과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도시정책에서 이러한 상황을 가장 잘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자본과 결탁된 ‘공익개념’을 명분으로 하는 공용수용과 ‘정당보상’에 기초한 ‘강제’ 취득이다. 바로 공용수용이라는 국가의 합법적 폭력이 선택적 공동화의 대표적 형태이며, 이를 통한 인클로저와 본원적 축적이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오늘날 도시화는 정통 마르크스주의가 강조하는 착취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클로저를 통한 수탈의 문제도 핵심적 요소임을 보여준다(土佐弘之, 2021).
지금까지 분석한 것처럼 도시개발과 재생과정에서 사적 공용수용은 정체된 근린지역이나 퇴락지역에 거주하며 생활하고, 일하며, 방문하는 사회적 약자의 축출로 이어진다. 신자유주의 도시정책 이전의 미국 도시개발도 지금보다 공공성이 강한 개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퇴락지구에 대한 공용수용 방식에 입각한 사회적 약자의 축출은 일관된 경향이었다. 미국은 1950년대 말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을 목적으로 연방기금의 지원을 받는 도시재개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행하였다. 슬럼지역을 주요 정책 대상 지역으로 삼았고, 민간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공용수용권을 활용하였다. 그 결과 대도시 유색인종 밀집지역이 주요 축출 대상 지역이 되었고, 주로 북동부의 전통적인 산업도시화를 경험한 지역에 집중되었다. 예컨대 뉴욕시의 경우 1960년대 말까지 29,464가족이 도시재개발 사업으로 축출되었고, 이중 41%가 유색인종이었다(DSL, 2019).
연방기금을 동원한 재개발은 이후 중지되었지만 이러한 경향은 경제개발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공익개념 확장에 기반한 도시재생사업 형태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과거와 차이는 3절에서 살펴본 것처럼 연방기금의 지원이 아니라 사적 공용수용방식으로 진행되어 방법과 행위주체가 보다 일반화되었다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전통적인 산업도시 지역을 넘어서 모든 지역이 잠재적으로 사적 공용수용에 따른 축출 대상 지역이 되었고, 유색인종만이 아니라 백인 중산층의 거주공간도 대상 지역이 될 만큼 보편적 현상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도시개발과 재생 정책 실행과정에서 경제개발 공익개념 정당화 논리에 저항하기 위한 자유지상주의적 재산권(libertarian property-rights) 옹호자들과 진보적 시민권 단체 사이의 특이한 동맹도 나타나고 있을 만큼 도시 축출은 도시공간 문제에서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Niedt, 2013). 사적 공용수용에 기반한 축출의 일반화는 그만큼 사회적 갈등과 저항을 유발하며, 2005년 연방대법원의 켈로사건 판결을 계기로 미국의 전체 사회문제로 부상하였다. 보통의 연방대법원 판결이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과 달리, 켈로사건 판결은 21세기 초반 도시재생, 공용수용, 토지이용, 재산권 분야에서 가장 큰 논쟁과 논란을 유발하였다(Jacobs and Bassett, 2011).
미국 연방대법원이 정부의 재산권 침해와 공용수용, 규제적 수용 또는 간접수용(regulatory takings)에 대해 수십 년 동안 판결을 냈지만 1954년 버만사건(Berman v. Parker)에서 잠깐 쟁점이 되었을 뿐, 여론과 대중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 판결은 미국의 사적 공용수용 관련 연방대법원 판결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었지만 언론에서는 「워싱턴포스트」와 「시카고트리뷴」이 짧은 기사를 냈을 뿐이며, 이 판례와 도시계획자체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켈로사건에서는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공용수용에 대해 전국적 관심이 폭발하였고, 많은 논쟁과 연구가 이루어졌다(Nadler et al., 2008).
켈로사건의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2005년 당시 Saint Index와 Zogby의 여론조사가 있었는데, 각각 응답자의 95%, 81%가 경제개발 목적의 공용수용(economic development takings)에 반대하였다. 사적자본의 이익을 위한 공용수용을 합헌이라고 판결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대중의 지지를 거의 받지 못한 것이다. 2009년 지방정부가 경제개발 목적의 공용수용권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Stephen Ansolabehere and Nathaniel Persily for Knowledge Networks 여론조사 역시 83%가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시하였다. 세 조사 모두 성, 인종, 이데올로기, 지지 정당을 떠나 압도적인 반대의견을 표시할 만큼 경제개발 목적의 사적 공용수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적대감이 절대적이었다. 이는 그만큼 1980년대 이래 도시재생에서 사적이익을 위한 공용수용이 광범위한 도시개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김용창, 2012; Somin, 2015).
2005년 켈로사건 판결 이후에 대부분의 주들이 사적 공용수용의 남용을 금지 또는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법령, 즉 공용수용 관련 개혁 입법을 제정・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 입법에도 불구하고 실무적 차원에서는 여전히 경제개발과 사적 목적, 그것도 인종과 사회적 약자 차별적인 강제수용 통로가 합법적으로 광범위하게 열려있다. 이러한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도시 퇴락지역(blighted area) 법제 규정이다. 켈로사건 판결에서 소수의견을 냈던 오코너 대법관도 찬성할 만큼 퇴락지역으로 지정되면 강제수용을 동반하는 개발 대상으로 당연하게 간주하였다. 퇴락지구 지정요건에 대한 실무적 차원의 개혁이 사회적 약자의 실질적 재산권 보호에 핵심이지만 퇴락지구의 정의에 대한 수정도 거의 없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많은 퇴락지구 관련 법제를 갖고 있는 일리노이와 미주리 주를 포함하여 모든 주는 사적 공용수용을 가능케 하는 1개 이상의 퇴락지구 법제를 가지고 있다(표 6 참조). 그리고 대부분의 주가 퇴락지구 지정에 적합한 부동산 기준에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표 6.
켈로사건 이후 퇴락지구 지정에 제약요건을 두지 않은 법률
도시 퇴락지역의 사유재산권 박탈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러한 사고의 기원은 Urban Land Institute11)가 1930년대 제시한 퇴락지역 재개발 프로그램의 하나에서 찾을 수 있다. 동 연구소는 부동산 소유자의 75%가 수용을 찬성하면 민간 재개발 주체가 수용권을 동원하여 부지를 철거한 다음, 재개발을 위해 민간개발업자에게 해당 사유재산을 넘겨야 한다는 프로그램을 제시한 바 있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도시퇴락지역 정책은 공용수용이나 도시재개발을 통해 늘 사회적 약자들의 거주지역을 제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근린지역을 보존하면서 도시 회생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았다(Dickerson, 2016; Robinson and Cole LLP, 2007).
이처럼 사적 공용수용 개혁 입법에도 불구하고 모든 주가 퇴락지구 관련 법령을 두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재생 정책이라는 외관을 띤 퇴락지구 지정은 개혁 입법을 무력화시키고 사적 공용수용에 기초한 인클로저를 지속하며, 경제개발 목적의 공용수용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핵심 장치가 되었다. 주마다 구체적인 퇴락지구 지정요건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부동산 조건들은 다음과 같다: 구조적 결함, 보건위험, 생활편의시설 낙후 또는 뒤떨어진 계획, 조세 문제, 공공편익시설 부족, 권원상태, 근린지역 성격, 방치된 나대지, 재해지역, 토지의 경제적 이용 상황 등(VPRN, 2015).
이와 같은 광범위한 퇴락지구 지정기준에 비추어볼 때, 현재 소유자에게 아무리 가치 있는 정상적 토지이용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토지를 더 집약적으로 이용하려는 다른 사적 주체가 있다면 공용수용 방식으로 재산권을 강제로 박탈할 수 있는 길을 퇴락지역 관련 법제가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한마디로 퇴락지구 지정과 경제적 공익개념에 바탕을 둔 사적 공용수용은 가난한 자의 재산을 강제로 부자의 재산으로 이전시키는 통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김용창, 2012; O’Connor, 2005; Somin, 2015).
이처럼 광범위하게 진행되는 사적 공용수용과 지역정치 사이의 관계는 양면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직관적으로는 진보성향을 띠는 지역이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을 더 잘 보호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 기본적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는 보수성향을 띠는 지역이 보다 강력한 사유재산권 보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분석과 주별 퇴락지구 지정 관련 법제 정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부 주를 제외하고는 사적 공용수용이 도시재생을 위한 수단으로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12)
미국 도시화의 역사에서 퇴락지역은 정책 대상 지역으로서 시대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었고, 정책 성격의 변화에 맞추어 퇴락지역 적용개념 또한 확장되었다. 20세기 초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던 시기에는 비위생적이고 유해한 생활환경의 개선이 주목을 끌었다.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도시재개발이 주요 정책 수단이 되었다. 1970년대와 1990년대에는 볼티모어와 같은 대도시들이 도심부와 수변공간을 경제개발 목적으로 개발하면서 1980년대 이후 공용수용 방식을 활용한 도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후 21세기에 들어서는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방치부동산과 경제금융위기에 따른 압류・퇴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지은행 정책 대안이 주목을 끌고 있다(Schilling and Pinzón, 2016; VerGow and Girton, 2021).
이처럼 퇴락지역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이래, 늘 새로운 성격의 정책 지역으로 진화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항상 퇴거와 축출의 불안정을 수반하였다. 수십 년 동안 공용수용은 소규모 사업자, 소수 인종・저소득층과 그 거주지역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활용・남용되었다. 비록 2005년 켈로사건 판결을 계기로 강제수용에 대한 반발이 거세졌지만 퇴락지역의 경우는 전술한 것처럼 사적 공용수용에 대해서도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퇴락지역으로 성격 규정이 공용수용절차(condemnation)를 추진하기 위한 토대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공익개념의 확장에 기초한 사적 공용수용 역시 더욱 만연하게 되고, 사회적 약자의 거주지역에서 축출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약자 차별적인 사적 공용수용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방임성은 자본축적을 위해 계속 진행되는 것이다(Gold and Sagalyn, 2011; Lamoreaux, 2011).
5. 결론
지금까지 사적 공용수용에 기반한 도시개발과 재생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사적 공용수용이 현대의 도시 인클로저를 광범위하게 수반하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기존 신자유주의 도시화 연구나 탈취기반 축적 담론들에서 소홀하게 취급하고 있는 새로운 인클로저에 기반한 자본주의 축적 성격의 변화를 경험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를 소소유자의 사유재산과 도시공간 이용 상황을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전형적인 대자본 지배의 도시공간으로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처럼 사적 공용수용 논란과 비판을 낳고 있는 ‘경제개발’ 공익목적의 도시재생과 개발은 필연적으로 기존 재산권의 재배분을 낳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적 공용수용의 만연은 대자본 주도의 도시개발과 새로운 자본축적 돌파구를 찾으려는 도시 인클로저의 일상화(동시대성)를 보여준다. 결국 오늘날 이른바 ‘공익목적’ 도시개발을 실행하기 위한 공법적 장치로서 공용수용 수단은 소규모 소유자의 재산을 강제로 취득하여 거대 사적 자본에게 이전하는 수단으로 변질되었다. ‘사익의 공익화’와 함께 도시공간의 공공성과 커먼즈 속성은 공익성을 전면에 내세운 개발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워졌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흔히 장소마케팅의 대상으로 각광을 받는 성장연합 기반의 도시개발 정책은 이러한 재산권 재배분의 문제를 은폐한다. 스펙타클한(기념비적) 개발사업 추진을 중시하는 동안 빈민층, 소수인종 집단 등 사회적 약자들의 재산권은 박탈의 대상일 뿐, 체계적으로 이들의 사유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한다. 정기적인 선거와 같은 선출직 시스템을 통해서 지방자치단체의 통치체제를 바꾸지만 유권자들 역시 이들 사회적 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대 자본주의 사유재산권 시스템은 경제적 부와 권력에 따라 재산권 보호 정도를 달리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미국의 도시개발과 재산권 모델은 결코 자본주의의 이념형적 모델이 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Lamoreaux, 2011).
사적 공용수용에서 공익목적으로 통상 간주되는 경제개발 성과도 때로는 명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다. 도시재생 사업 추진을 위한 수단으로서 사적 공용수용의 문제를 전 미국 차원의 정치문제로 비화시켰던 켈로사건의 소송대상 부지는 강제적 재산권 박탈과 축출이 이루어졌을 뿐, 약속했던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간수용 주체였던 거대 제약회사 화이자(Pfizer)가 2009년 11월 연구시설의 문을 닫는다고 선언하였고, 지금 개발 대상 부지는 허리까지 자란 잡초와 도둑고양이들의 차지로 돌아갔다(Scribner, 2010).
지금까지 분석한 것을 볼 때, 기성 시가지를 다시 고도로 이용하려는 자본주의 재도시화 단계에서 발생하는 사적 공용수용과 이에 따른 도시 인클로저는 현대 자본주의 국면에서 재산 소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질서에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현대 자본주의는 과연 재산권을 차별 없이 보편적으로 보호하는 체제이고, 민주주의와 사유재산 소유는 양립할 수 있는 범주인가? 현대의 재산권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유재산제도의 보장을 철칙으로 하고 국가의 자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되는 대상으로서 재산권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면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조건으로서 재산권이다. 후자를 일컬어 인권으로서 재산권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인권선언문 작성을 위해 처음 논의를 시작할 때의 재산권은 바로 존엄한 삶과 인간 존엄성에 필수적인 물질적 재화에 대한 권리를 의미하였다. 서구사회의 소유적 개인주의와 결합하는 재산권이 아니라 공동체주의에 뿌리를 갖는 재산권을 의미하였다(Morsink, 1999; 류은숙, 2006). 새로운 자본축적 수단으로서 도시공간 활용을 위해 인클로저를 동반하는 도시개발과 재생 전략은 사회적 약자의 기초 생활자원에 대한 사유재산권 보호를 근본적으로 차별함으로써 인권으로서 재산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곧 사적 공용수용에 기반한 도시공간 개발은 사회적 약자가 기초적 생활공간에 접근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기본 장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는 지양해야 할 도시화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