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문헌연구: 음식 고르기와 사회공간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음식 지리에 관한 기존 논의
2) 행위 주체이자 사회공간으로서 신체에 관한 논의
3) 음식 소비와 사회공간 분석을 위한 변수 설정
3. 음식 고르기와 사회공간 조사
1) 조사 개요
2) 통계 분석 결과
4. 분석 결과의 사회공간적 해석
1) 다양한 사회공간 요소의 선택적 작동
2) 사회공간적 특성 중 경제자본의 작동
3) 사회공간적 특성 중 사회자본의 작동
4) 사회공간적 특성 중 공간적 요인
5. 결론
1. 서론
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고민은 살면서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던지는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음식을 고르는 행위는 개인적인 음식 취향과 그 순간의 욕구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음식을 선택하는 데 작동하는 취향과 욕구는 개인이 지금까지 살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 그리고 특정 상황에서의 자극이 교차하며 발현된 것이므로 온전히 순수한 개인적 선택이라 할 수 없다. 개인의 삶의 궤적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조건이 특정 시공간 상에서 결합되어 취향과 행위로 나타난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관습적 행위(practice) 중 하나인 음식 고르기라는 특정 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조건으로서 사회공간을 분석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음식 소비 취향에 대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Pierre Bourdieu의 사회공간 개념에서 출발한다. 사회공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 본 논문에서는 행위자로서 개인을 가장 작은 단위의 사회공간으로 정의하고 분석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개별 신체의 행위 및 경험, 위치 등의 특성 분석을 통해 사회공간과 음식 소비 행위와의 관계를 탐색하고자 한다.
Bourdieu는 사회공간에 위치한 신체가 수행하는 관습적 행위에는 경제자본 및 문화자본에 근거한 계급 취향 차이가 작동하며, 이러한 취향 차이가 계급 간 구별짓기(distinction)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한다. 그는 계급 간 구별짓기가 지배논리를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함을 밝힘으로써, 연구 성과를 통해 사회변혁을 위한 단초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반면, 본 논문은 Bourdieu의 계급 차이 분석을 위한 개념과 틀을 이용하고 있으나, 이는 사회변혁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인간 신체로서 사회공간의 탐색 자체를 위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인간의 관습적 행위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지리학의 주요 연구대상인 사회공간 논의의 영역을 확장하고 구체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음식 연구와 사회공간으로서 신체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통해 음식 고르기 취향의 사회공간적 분석 틀을 제시하고, 두 번째 장에서는 Bourdieu가 수행한 연구방법과 동일한 설문조사 방법으로 조사한 음식 고르기 특성 결과를 소개하며, 마지막 장에서는 설문 조사 결과에 대한 사회공간적 의미를 해석하는 내용을 다룬다.
2. 문헌연구: 음식 고르기와 사회공간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음식 지리에 관한 기존 논의
음식은 지리학에서는 익숙한 연구 주제이다. 음식을 주제로 한 지리학 연구들은 주로 음식과 공간적 요소와의 관계에 주목해 왔으며, 특정한 의미를 갖는 음식과 관계 맺는 다양한 층위의 물리적 공간이 주요 연구 대상이 된다.
초국가적 차원에서 음식(식품)은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물자로, 경제지리 영역에서 지역 간 차이와 연계를 규명하는 주요 주제이다. 대표적인 논의는 상품사슬(commodity chains) 개념을 활용하여 음식 공급의 지역 간 연계를 분석한 것이며, 나아가 상품회로(circuit), 상품네트워크 등 비선형적 개념으로 음식 이동을 통해 지역이 세계 경제 체제로 편입되는 과정을 지역적・문화적 차원에서 분석하기도 한다(한주성, 2009; Hughes and Reimer(ed.), 2004). 예를 들어, 커피, 바나나, 초콜릿 등 기호 작물의 플랜테이션을 통해 저개발국과 선진국 간 종속적 경제 관계를 고찰하거나, 이러한 플랜테이션 방식이 저개발국의 빈곤에 끼치는 영향, 세계화 시대 식품의 윤리적인 소비 등에 대한 실천적, 규범적 연구 등이 있다(김희순・박선미, 2015; 김병연, 2015; 조철기, 2017).
국가 및 지역 차원에서 음식은 문화인류학, 문화지리학 분야에서 주로 다루어졌다. 이 때 음식은 식재료와 식습관 등으로 세분화되어 특정 지역의 고유한 자연 환경적, 경제적, 문화적 특성, 즉 생활양식을 이해하기 위한 매개체로 이해된다(김광억, 2015). 또한 한 국가 차원에서 이주와 함께 유입된 민속 음식과 다문화사회를 다룬 연구도 있다(Chen, 2012/2020).
개인의 일상생활 공간으로 이해되는 생활권 단위에서는 음식의 소비 공간에 초점을 맞춘 경제지리 분야 연구를 주목할 만하다(Mansvelt, 2005/2022). 예를 들어 음식점의 개폐업과 교통접근성과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송예나 등, 2020), 도시공간구조 상 음식점이 어디에 입지하는가를 분석한 연구(정기현・권지훈, 2018), 대안 음식으로서 채식에 대한 생활권 단위의 지도 그리기 연구 등이 있다(김형진, 2023).
끝으로, 개인의 신체 혹은 가정과 같은 사적 공간 단위에서 음식 연구는 지리학에서는 생소하다. 경험(지식)과 감각이 작동하는 신체와 음식의 관계에 대한 분석은 지리학보다는 사회학과 보건 의학, 심리학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졌다(서향숙, 2010; 홍지혜・김성영, 2014). 사회학에서는 Bourdieu의 아비투스 개념을 음식 연구와 연결시킨 연구들이 다수 이루어졌다. Warde and Martens(2000)는 영국의 외식 행태에 대한 설문조사와 통계 분석을 통해 외식을 오락의 형태이자 미식(taste)과 사회적 지위의 표현임을 밝혔으며, 외식을 통한 사회적 불평등, 구별짓기 등을 탐색하고 있다. Bennett et al.(2009)은 Bourdieu의 연구 방법과 질적 연구를 혼합하여 영국 가구를 대상으로 계급 취향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음악, 독서, 시각예술, 텔레비전, 영화, 스포츠, 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적 실천의 사회적 측면을 분석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Bourdieu 이론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음식이 부분적인 주제로 다루어졌다. 양은경 등(2002)의 ‘문화와 계급’이라는 책에 포함된 장미혜(2002)의 ‘한국 사회에서의 사회 계급별 소비 양식의 차이’ 논문에서는 계급별로 다양한 성향과 함께 미식을 추구하는 성향 차이를 분석했다.
이들 연구에서는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조건에 비해 공간적 조건, 물질적 특성에 대해서는 과소평가되어왔다. 인간의 신체는 특정한 공간을 점유하고 이동하면서 신체 고유의 특성이 규정되고, 동시에 주변 환경의 특성에도 영향을 끼치는 물질적 실체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음식 소비의 행위자이자 사회공간으로서 신체를 분석 대상으로 하여 음식과 사회공간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기존 음식 연구와는 차이가 있다.
한편 음식과 같은 구체적인 일상생활 영역을 다루고 있지는 않으나, 지리학에서도 Bourdieu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상일(1995)은 Bourdieu의 이론을 소개하며 사회지리학적 가능성을 탐색하였고, 김현미(1997)는 인간의 행위와 공간의 관계에 대해 Bourdieu의 아비투스를 매개로 연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리학에서 Bourdieu 연구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는데, 이는 2000년대 들어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함께 지리학 연구 동향이 행위와 신체에 대한 연구로 전환되면서, 젠더, 민족 등 더 다양한 특성에 대해 주목하게 됨에 따라 계급으로 구조화되는 사회공간은 과거 담론으로 남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지리학에서는 담론 수준에 그쳤던 Bourdieu의 사회공간 논의를 음식이라는 구체적 사례를 통해 지리학에서 다루는 사회공간 개념으로 구체화하고자 한다.
2) 행위 주체이자 사회공간으로서 신체에 관한 논의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과 함께 지리학에서는 신체를 연구 대상으로 다루는 연구가 새로운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Werlen, 2000/2003). 신체 담론은 데카르트의 신체에 대한 이성 우위적 사고의 거부에서 출발했으며, 현대 철학에서 신체는 특정한 활동을 하는 ‘물리적 신체’ 개념뿐 아니라 ‘세계와 접촉하고 세계로부터의 반응을 수용하는 인간과 세계 사이의 상호 작용의 근원적 토대’라고 정의하고 있다(김정현, 2019, 118). 심리학이나 철학 논의에서는 소통을 하는 신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으나, 공간을 연구하는 지리학에서 신체는 물리적 신체와 세계와의 상호작용의 토대라는 두 차원을 결합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리학에서 신체는 사회공간적 위치, 즉 다른 신체 및 집단과의 관계, 다양한 공간에서의 배치와 연결 등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공간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기본 단위가 된다. 이런 점에서 신체에 주목하는 지리학에서는 신체를 ‘행위의 주체’이자, ‘최소 단위 공간’으로 규정한다(Valentine, 2001/2014; Mansvelt, 2005/2022; 김은주, 2020).
(1) 행위의 주체로서 신체
행위의 주체로서 신체란, 신체가 지닌 여러 측면 중 행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행위 이론 연구에 큰 영향을 끼친 학자는 Judith Butler이다. Butler는 반복된 행위의 장으로 신체를 이해하면서 물질적 신체보다 행위의 중요성에 주목한다(Butler, 1990/2008). 특히, 행위를 규정하는 규제나 구조는 경직되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반복적 행위(수행성)를 통해 의미화된 것으로 설명하면서, 행위를 신체의 본질로 이해한다. 한편 Bourdieu는 행위를 ‘실천(practice)’이라고 표현한다. Bourdieu의 실천은 마르크스의 계급적 실천(praxis)과는 구별되는 ‘관습적 행동’으로, ‘정치적 입장의 선택처럼 의식적인 행위로부터 몸놀림이나 말투 같은 거의 무의식적인 일상적 행동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서 여러 차원의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이다(Bourdieu, 1979/1995, 11). 그에 따르면 이러한 실천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구성된 제2의 천성인 아비투스(habitus)1)에 따라 작동한다. 이렇듯 실천(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구조에 기반한 아비투스를 강조하고 있는 Bourdieu는 구조에 대한 행위성을 강조하는 Butler와 서로 대립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행위 이론적 측면에서 볼 때는 두 논의의 의미 있는 공통점이 있는데, 기존 구조의 해체 혹은 사회 변혁의 본질적인 힘을 밝히기 위해 ‘행위(실천)를 탐구의 기본 대상’으로 규정한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수행성과 아비투스 두 개념에 대한 이론적 상호보완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2)
(2)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
Bourdieu는 아비투스 분석을 위해 개인의 실천(행위)을 구체적으로 분석했으나, 신체 자체보다는 신체가 위치하고 있는 ‘사회공간’에 집중한다. Bourdieu는 아비투스를 통해 행위자가 자신과 동일한 계급과 연결되고, 동시에 다른 계급인 타자와 구분되는 실천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위치’가 표시되는 곳을 ‘사회공간(social space)’이라고 정의한다(Bourdieu, 1979/1995, 278-279). Bourdieu의 사회공간이란 경제 결정론적으로 구분되는 계급과는 다른 사회적 층화를 의미하며, 사회와 신체 간 상호작용의 관계와 형태를 분석하기 위한 추상적 개념이다. Bourdieu의 사회공간은 개인의 실천(행위)에 대해 구조화된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그가 언급한 신체의 위치는 사회적 위치(status)로, 신체의 공간적 속성인 위치(location) 개념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3) 그러나 개인의 취향과 실천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실천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맥락뿐 아니라 물리적 실체로서 신체가 입지한 특정한 공간적 맥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주장은 1990년대 이후 인문・사회과학계 전반에서 공간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가 일어난 공간적 전환(spatial turn)에 근거한다.4) 다수의 사회이론이 가지는 추상적이고 담론적으로 귀결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었다(신지은, 2012). 지리학계에서는 사회와 공간의 접점으로서 일상생활 공간에 관심을 가지면서, 행위자의 사회적 삶과 공간 간 상호작용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Werlen, 2000/2003). 최근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사회적 차별과 불이익이 발생하는) 장소로서 ‘신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김은주, 2020). Gill Valentine은 Adrienne Rich(1986)의 말을 빌어 신체를 ‘가장 친밀한 지리’라고 정의한다. 그녀는 신체의 공간적 특성에 대해, 생리적・사회적 측면에서 자아와 타자의 ‘경계(boundary)’이자 개인적 ‘공간(space)’으로, 또한 개인의 정체성이 구성되고 사회적 지식과 의미가 새겨지는 일차적 ‘입지(location)’이자, 투쟁과 경합의 ‘위치(site)’라고 설명한다(Valentine, 2001/2014, 29). 신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공간적 특성을 드러내는데, ‘신체에 대한 접근, 신체에 행해지는 통제, 신체가 이동하는 방식, 그리고 신체가 갈 수 있는/없는 곳 등’을 결정한다. 이러한 신체의 공간적 특성이 ‘가족구성원들 사이에서, 직장에서, 공동체에서, 국가적 수준에서, 그리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조절과 분쟁의 원천이 된다’고 설명한다(Valentine, 2001/2014, 29-30). 이러한 논의에서는 신체가 여러 집단과 관계 맺음에 있어서, 신체의 입지와 경계 긋기, 그리고 다양한 공간적 층위와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신체는 다양한 사회관계, 담론, 실천이 연결되고 중첩되는 장소임(사회공간)과 동시에 다양한 공간적 층위와 연결된 특정 위치(최소 단위)라는 점에서,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는 최소 단위의 사회공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3) 사회공간 분석을 위한 개념틀
이렇듯 행위 주체이자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가 다양한 층위의 사회공간과 맺는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를 개인의 사회적 위치와 공간적 위치가 상호작용하며 구성되는 구조화된 체계로 이해한다. 다시 말해서, 신체란 음식 소비라는 몸의 생존에 필수적인 실천을 하는 행위자이자, 제한된 곳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적 실체이며, 사회구조가 관통하면서 생성되고 구조화된 지식, 다른 신체와 연결되며 구별되는 취향을 모두 담지한 실체로서 인간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이 체계를 설명하기 위해 개인의 행위를 사회적으로 구조화한 Bourdieu의 사회공간 개념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Bourdieu(1979/1995)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이 가진 자본5)의 총량뿐만 아니라 경제자본과 상징자본(문화자본, 사회자본) 간 비율에 따라 사회공간 상에 특정 위치를 점유한다. 그는 아비투스 분석을 위해, 신체의 사회적 위치에 작동하는 경제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을 구분한다. 경제자본은 소득과 재산권의 형태로 제도화된다. 문화자본은 구체적으로 학력, 지식, 교양, 기능, 취미, 감성 등으로 경제자본과 연결된다. Bourdieu가 특히 주목한 학력은 학교라는 장(champ)에서 획득된 문화자본의 한 형태이다. 사회자본은 쉽게 말하면 인맥으로, 상호인식과 상호인정으로부터 제도화된 지속적인 관계망의 소유와 관련된 현재적이고 잠재적인 자본이다(Bourdieu, 1979/1995, 63).
신체의 공간적 특성은 신체의 입지, 타자와 구분되는 경계와 신체에 행해지는 제약, 신체가 이동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다양한 공간적 층위와의 연결 등으로 나타난다.
본 논문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가 수행하는 특정한 행위에 작동하는 조건으로서 사회적 위치와 공간적 위치와의 관계를 그림 1과 같이 개념화하였다.
3) 음식 소비와 사회공간 분석을 위한 변수 설정
음식 소비에 작동하는 사회공간 분석을 위해 Bourdieu의 음식 소비 아비투스 분석을 위한 개념 틀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Bourdieu에 따르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음식을 고르는 행위를 넘어 음식의 호-불호 취향이 반영된 음식 고르기 행위는 개인이 소유한 경제자본뿐 아니라 유년기부터 결부되어 온 사회적 존재 상태의 모든 특징이 반영된 아비투스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Bourdieu는 설문조사6) 결과를 토대로 음식 소비를 사치 취향과 필요 취향으로 구분하고, 지배계급7)은 사치 취향에 따라 음식을 소비한다고 설명한다. 선호하는 음식의 종류 뿐 아니라 선호하는 조리 방식의 취향도 계급 및 보유 자본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는 음식 소비의 계급 취향 차이에 대해 그림 2와 같이 지도화하였다(Bourdieu, 1979/1995).
자본 총량이 큰 집단은 소고기, 생선, 과일 등의 음식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그 중 경제자본에 비해 문화자본의 비율이 크지 않은 상층계급(예: 기업 경영자)의 경우는 세련된, 가벼운, 호화로운, 향이 강하고 기름기 있고 짭짤한 음식 등을 즐기며, 많은 음식물을 소비한다(그래프 우측). 반면 자본 총량은 동일하더라도 고등교육을 받은 교수, 예술가 등과 같이 문화자본의 비율이 경제자본에 비해 큰 중간계급(그래프 좌측)은 섬세한, 담백한, 공들인, 이국적인, 건강에 좋은, 자연 그대로인 음식을 고르는 경향이 있고, 음식물 소비는 적은 편이다. 반면, 그래프 하단의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이 모두 적고 보유한 자본 총량이 적은 하층계급의 경우는 햄, 소지지 등 가공육과 돼지고기, 고기와 야채를 넣은 스프, 짭짤하고 기름기 있고 느끼하고 향이 강한 오래 끓인 음식을 소비하는 것으로 구분하였다. Bourdieu는 음식 종류와 조리 방식이 고급스럽고 격식을 차린 음식을 지배계급 아비투스가 작동되는 음식으로 구분하였으며, 저렴하거나 적은 재료를 넣고 오랫동안 끓인 스프나 탕 등을 하위계층 음식으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음식 소비 취향 차이와 불평등 문제를 밝히기 위해 Bourdieu가 구분한 계급과 음식의 종류는 1990년대 프랑스 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현대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는 음식 소비와 사회관계 분석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본 연구에서는 Bourdieu의 계급과 취향 구분의 적절성 여부보다는 특정 계급 집단 간 동질성을 가지며 다른 집단과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사회공간 특성의 차이에 따라 음식 소비 행위가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보다 집중한다. 따라서 Bourdieu의 음식 지도를 연구 목적과 현대 한국사회에 맞게 보완하여 변수로 정하고자 한다.
우선 조리 방법이 복잡하고 재료가 고가이며, 격식을 차린 음식은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규정한다. 자연그대로의 건강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은 ‘건강한 음식’과 ‘윤리적인 음식’으로 구분한다. 반면 가공육, 돼지고기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은 ‘저렴한 음식’으로, 하위계층의 음식 소비 기준으로 제시된 오래 보관하고 적은 재료로 양을 늘릴 수 있는 오래 끓인 음식을 대신하여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게 간단히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을 변수로 추가하였다.
현대 한국사회는 배달 음식 문화의 확산, 단독 가구 증가 등 사회적 환경 변화로 음식 문화에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고급 음식은 고급 식당에서 고가 재료를 이용하여 섬세하게 조리되는 음식으로, 상위계급이 음식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 한편, 윤리적인 음식이란 사회적 가치에 따라 공급된 재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동물 복지 기준을 지켜 방목한 닭이 낳은 계란,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수확한 재료를 가공해 만든 공정무역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 가치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집단, 특히 경제자본의 양과 교육 수준으로 가늠되는 문화자본의 양이 큰 집단에서 이 기준을 더 중요하게 인식할 것이라 가정하였다. 반면, 저렴하고 간편한 음식은 고급스러운, 건강한 음식의 반대되는 필요 취향 기준으로,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의 양이 크지 않은 집단의 음식 소비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Bourdieu는 식료품 소비의 경우 하층계급의 취향은 육체적 강인함(force)을 키우는 쪽으로 유지되는 것이 선호되는 반면, 상층계급의 경우는 육체적 형태를 유지하는 쪽(forme)을 선호한다는 것을 발견했다(홍성민, 2004, 45). 즉, 상층계급은 음식을 사치 취향으로, 하층계급은 필수 취향으로 음식을 고른다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도 건강한 음식은 경제자본과 문화자본의 양이 큰 집단의 음식 소비 기준으로, 저렴하거나 간편한 음식은 보유 자본의 양이 적은 집단의 음식 소비 기준으로 가정하였다.
이에 더하여 본 논문에서는 음식 소비에 작동하는 사회공간 구성 요소로서 신체의 공간적 특성을 변수로 추가하였다. 공간 개념과 Bourdieu의 아비투스의 이론적 연결을 시도한 이상일(1995, 86)은 ‘Shields의 용어를 빌어 아비투스와 공간의 이론적 결합은 ‘사회적 공간화(social spatialization)’를 추적하는 것이며, ‘취향의 대상으로서 공간’과 ‘취향의 형성 조건으로서 공간’을 논증하는 문제’라고 한다. 취향의 조건이자 대상으로서 공간에 대한 논증 모두 필요하나, 본 논문의 분석은 후자인 취향의 형성 조건으로서 공간에 집중하고자 한다.
음식 소비에 관한 공간 특성 첫 번째 변수는 신체의 ‘입지’이다. 특히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가 혹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가는 음식 소비 및 취향의 차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소비시장의 규모가 큰 대도시일수록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아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한 반면, 인구가 적은 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경우 최소 상권이 보장되지 않아 해당 지역의 주요 인구 집단의 취향이 반영된 음식 위주의 공급이 이루어져 소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간적 특성 변수는 신체의 공간적 ‘이동성’이다. 본 논문에서 이동성은 특정 음식 소비를 위해 기꺼이 이동할 수 있는 이동가능성으로 정의한다. 음식 소비를 위한 이동성이 클수록 신체의 입지적 제약의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음식 소비를 위한 이동성은 경제자본, 사회자본의 양과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한편, 음식 소비를 위해 이동하지 않는 경우, 즉 주로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요리를 하느냐, 배달을 하느냐는 이동성 측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배달은 행위 주체는 이동하지 않으나, 행위자 개인이 비용을 지불하여 행위 대상인 음식이 도보권 내에서 행위자에게 이동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므로, ‘도보권 내 이동’과 오히려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행위 주체가 이동하느냐, 행위 대상이 이동하느냐의 차이는 개인의 사회자본 차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가정한다.
3. 음식 고르기와 사회공간 조사
1) 조사 개요
본 연구에 필요한 자료 수집은 설문조사 방식을 이용하였다. 설문조사는 2024년 2월 8일부터 12일까지 온라인 설문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총 501개의 응답 중 불성실 답변 30개를 제외한 471개의 유효 응답을 분석했다. 수집된 자료는 음식을 고르는 기준에 대한 중요도 답변으로 구성된 순서형 종속변수와 사회공간 특성을 규명할 명목형 독립변수로 이루어져 있어서 독립변수를 더미변수로 변환하였으며, SPSS28.0.0.0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일반화 선형모형 중 순서형 로지스틱 회귀분석(generalized linear regression ordered)을 수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음식을 고르는 기준이 어떠한 개인의 사회공간적 특성과 관련이 있는가를 연구 질문으로 정한다. 본 연구에서 탐구하고자 하는 종속변수는 ‘음식을 고르는 기준’이다. 음식을 고르는 구체적 기준을 ‘고급스러운’, ‘건강한’, ‘윤리적인’, ‘간편한’, ‘저렴한’ 음식으로 구분하고, 이 기준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3순위까지 고르도록 하였다. 음식 고르기 행위에 작동하는 사회공간 구성요소로서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공간적 특성으로 구분하였으며, 각 요소별로 2개씩의 독립변수를 선정하였다. 경제자본에는 소득과 순자산, 사회자본에는 세대와 주로 함께 식사하는 사람, 문화자본에는 학력과 직업, 공간적 특성에는 음식 소비를 위해 이동 가능한 거리(이동성), 현 거주지(입지)를 독립변수로 정하였다.
종속변수인 음식 고르는 기준에 대한 빈도 분석과 응답자의 사회공간적 특성인 독립변수의 빈도 분석 결과는 표 1, 표 2와 같다. 음식을 고르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건강한(89.4%)’이었다. 그 다음으로 ‘간편한(80%)’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응답했으며, 저렴한, 고급스러운 음식은 전체 응답자의 50% 정도가 중요 기준으로 선택하였다. 독립변수는 응답자의 사회공간적 특성이 차별적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자료를 등간격으로 구분하지 않고, 사회공간적 특성의 차이가 드러날 수 있도록 구분하였다.8)
표 1.
변수 구분 | 1순위 | 2순위 | 3순위 | 합계 | 비율(%) | |
종속변수 | 건강한 음식 | 264 | 80 | 77 | 421 | 89.4 |
간편한 음식 | 111 | 154 | 112 | 377 | 80.0 | |
저렴한 음식 | 61 | 104 | 106 | 271 | 57.5 | |
고급스러운 음식 | 42 | 81 | 116 | 239 | 50.7 | |
윤리적인 음식 | 5 | 40 | 60 | 105 | 22.3 |
표 2.
2) 통계 분석 결과
사치 취향이 작동할 것으로 가정한 음식을 고르는 기준 중 ‘건강한 음식’은 사회공간적 특성별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으나, ‘고급스러운’과 ‘윤리적인’은 집단의 사회공간적 특성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필요 취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가정한 ‘간편한 음식’과 ‘저렴한 음식’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이 장에서는 이러한 통계 분석 결과를 기술하고자 한다.
(1) 사치 취향 1: 건강한 음식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응답한 ‘건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표 3의 결과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사회공간적 특성 중에는 공간적 특성인 ‘이동거리’와 ‘거주지’, 경제자본으로서 ‘재산’과 사회자본으로서 ‘세대’의 특성 차이에 따라 음식을 고르는 기준으로 건강한 음식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표 3.
구분 | 종속변수: 건강한 음식 | ||||||
β | SE | Wald | p-value | ||||
독립변수 |
경 제 자 본 | 소득a) |
도시근로자평균소득 50~100%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00~150%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50% 초과 |
-.109 -.059 -.332 |
.2828 .3476 .4333 |
.150 .029 .588 |
.699 .865 .443 |
재산b) |
1천만~1억원 1억~5억원 이하 5억~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
.668 .936 1.600 .663 |
.2976 .3198 .4213 .5035 |
5.039 8.560 14.433 1.734 |
.025** .003** <.001** .188 | ||
사 회 자 본 | 세대c) |
28~44세 45~54세 55~69세 |
.677 1.077 2.210 |
.3287 .3636 .3893 |
4.242 8.777 32.241 |
.039** .003** <.001** | |
식사 동행자d) |
가족 친구 동료・지인 |
.740 .060 .473 |
.2703 .3365 .6526 |
7.487 .032 .526 |
.006** .859 .468 | ||
문 화 자 본 | 학력e) |
고졸 대졸 대학원졸 |
-.837 -.199 -.545 |
.5734 .5490 .6340 |
2.132 .132 .740 |
.144 .717 .390 | |
직업f) |
농수산, 제조업, 운수・유통, 판매업 등 사무직 공공부문・전문직 |
-.082 -.277 -.080 |
.2800 .2881 .3146 |
.087 .924 .065 |
.768 .336 .799 | ||
공 간 특 성 | 이동 거리g) |
집(배달) 도보권 행정구역(시군구) 내 타 시군구 |
-1.021 -.655 -.218 -.764 |
.2815 .2684 .2996 .4697 |
13.168 5.961 .531 2.644 |
<.001** .015** .466 .104 | |
거주지h) |
수도권 동지역 광역시 동지역 기타 도시 동지역 읍・면지역 |
.004 .112 .402 -.772 |
.2912 .3073 .3162 .3693 |
.000 .134 1.619 4.367 |
.988 .714 .203 .037** | ||
총괄검정 | χ²=155.202 (p<.001) | ||||||
적합도 | LL=-465.185 값/df=0.687 |
이동거리의 경우, 집에서 배달을 해 먹는 경우가 집에서 요리하는 경우에 비해 건강한 음식에 대한 고려가 가장 낮았고(β=-1.021, p<.001), 도보권에 있는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도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에 비해 건강한 음식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β=-.655, p<.015). 거주지의 경우에는, 농촌인 읍・면지역 거주자가 서울시내 거주자에 비해 건강한 음식을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β=-.772, p<.037). 재산 규모에 따라서도 건강한 음식을 중요한 기준으로 생각하는 데 차이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1천만원 미만의 재산을 가진 집단이 그 이상의 재산을 가진 집단 모두에 비해 건강한 음식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산 규모가 5억~10억원 사이의 집단과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β=1.600, p<.001). 사회자본으로서 세대 간 차이는 27세 이하에 비해 전 세대에서 건강한 음식을 더 중요한 기준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55~69세까지 세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β=2.210, p<.001). 사회자본 특성으로는, 주로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이 가족인 경우가 혼자 먹는 경우에 비해 건강한 음식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β=0.740, p<.006).
정리하면, 재산이 많은, 가족과 함께 집에서 요리를 하는, 서울시에 거주하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조건에서 건강한 음식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재산 규모가 클수록 건강한 음식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Bourdieu의 상층계급 아비투스가 작동한 결과라고 할 수 있으나, 가족을 위해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 읍・면 지역에 비해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2) 사치 취향 2: 고급스럽고 윤리적인 음식
통계 분석 결과, 음식을 고르는 기준 중 ‘고급스러운’과 ‘윤리적인’은 사회공간적 특성별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는 이 기준이 사회공간적 특성의 차이와 연관성이 없다는 의미로, 고급스럽고 윤리적인 음식이라는 사치 취향을 가진 음식 소비에서 상층계급의 아비투스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지배계급 아비투스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위해 질문한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고급스러운 음식 중 선호하는 음식으로 50.1%가 소고기를 재료로 한 음식을 기재했는데, 사회공간적 특성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표4 참조). 이는 Bourdieu가 상층계급의 차별화된 취향으로 제시한 고급 재료인 소고기가 적어도 현대 한국사회에서는 계급 취향이 드러나는 음식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재료라 하더라도 조리 방식, 고급음식을 소비하는 장소에 따른 차이는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표 4.
구분 | 일식 | 이탈리안 | 한정식 | |||||
소고기 | 스테이크 | 구이・육전 | 소갈비 | 한우 | ||||
응답수 | 230 | 93 | 83 | 27 | 27 | 55 | 28 | 27 |
비율(%) | 50.1 | 20.3 | 18.1 | 5.9 | 5.9 | 12.0 | 6.1 | 5.9 |
(3) 필요 취향 1: 간편한 음식
‘간편한 음식’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데 유의미하게 영향을 끼치는 사회공간적 특성은 사회자본 중 ‘식사 시 동행자’와 공간적 특성 변수인 ‘이동거리’와 ‘거주지’이다.
표 5에 제시된 것처럼 식사 시 동행자 중에서는 가족과 함께 자주 식사를 하는 경우가 혼자 밥을 먹는 경우에 비해 간편한 음식에 대한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β=-0.594, p<.016). 공간적 특성 중 이동거리는,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는 경우(β=0.584, p<.033)와 도보권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β=0.520, p<.020)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우보다 간편한 음식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정 거리 이상 이동하는 경우인 차를 타고 15분 이상 이동하거나(β=-0.539, p<.035) 타시군구로 음식을 먹으러 이동하는 것을 거리끼지 않는 경우에는(β=-1.101, p<.011) 집에서 요리를 해먹는 경우보다 간편한 음식에 대한 중요도 인식이 낮았다. 거주지에 따른 차이도 나타났는데, 서울 동지역 거주자에 비해 전국 읍・면 거주자가 간편한 음식이 중요한 기준이라고 답변했다(β=0.772, p<.029).
정리하면, 필요 취향이라 가정한 ‘간편한 음식’은 문화자본, 경제자본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사회자본이 있는 경우, 음식을 먹기 위해 차량으로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 이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경우에는 필요 취향인 간편한 음식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표 5.
구분 | 종속변수: 간편한 음식 | ||||||
β | SE | Wald | p-value | ||||
독 립 변 수 |
경 제 자 본 | 소득a) |
도시근로자평균소득 50~100%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00~150%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50% 초과 |
.088 .019 -.048 |
.2477 .2924 .3987 |
.125 .004 .015 |
.723 .947 .903 |
재산b) |
1천만~1억원 1억~5억원 이하 5억~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
-.003 -.263 -.094 -.283 |
.2934 .3051 .3699 .4467 |
.000 .744 .064 .402 |
.992 .388 .800 .526 | ||
사 회 자 본 | 세대c) |
28~44세 45~54세 55~69세 |
.238 .005 -.561 |
.3188 .3498 .3428 |
.559 .000 2.677 |
.455 .988 .102 | |
식사 동행자d) |
가족 친구 동료・지인 |
-.594 -.247 -.887 |
.2472 .3224 .6186 |
5.764 .589 2.055 |
.016** .443 .152 | ||
문 화 자 본 | 학력e) |
고졸 대졸 대학원졸 |
.510 .093 .177 |
.5485 .5293 .5927 |
.866 .031 .089 |
.352 .861 .765 | |
직업f) |
농수산, 제조업, 운수・유통, 판매업 등 사무직 공공부문・전문직 |
.363 -.042 .079 |
.2355 .2518 .2609 |
2.376 .028 .091 |
.123 .867 .763 | ||
공 간 특 성 | 이동 거리g) |
집(배달) 도보권 행정구역(시군구) 내 타 시군구 |
.584 .520 -.539 -1.101 |
.2745 .2237 .2560 .4331 |
4.531 5.414 4.431 6.466 |
.033** .020** .035** .011** | |
거주지h) |
수도권 동지역 광역시 동지역 기타 도시 동지역 읍・면지역 |
-.238 -.238 -.061 .772 |
.2513 .2674 .2678 .3528 |
.898 .793 .051 4.786 |
.343 .373 .821 .029** | ||
총괄검정 | χ²=73.738 (p<.001) | ||||||
적합도 | LL=-600.742 값/df=0.883 |
(4) 필요 취향 2: 저렴한 음식
‘저렴한 음식’에 대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 사회공간적 특성은 ‘세대’이다(표 6 참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저렴한 음식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p<.05). 나머지 사회공간적 특성 변수 중 ‘소득’, ‘재산’, ‘식사 시 동행자’ 변수는 10% 유의수준(p<.1)에서 의미가 있었다. 소득은 평균소득의 100~150%인 집단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50% 이하인 집단에 비해 저렴한 음식을 덜 중요하다고 인식했으며(β=-.513, p<.092), 재산의 경우는 자산이 1천만원 이하인 집단에 비해 자산 규모가 1억~5억원 이하(β=-.582, p<.052)와 10억원 초과의 경우(β=-.868, p<.071)가 저렴한 음식에 대한 중요도를 낮게 인식했다. 식사 시 동행자는 혼자 먹는 경우가 가족과 함께 자주 식사하는 집단보다 저렴한 음식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고 답변하였다(β=-.456, p<.074).
표 6.
구분 | 종속변수: 저렴한 음식 | ||||||
β | SE | Wald | p-value | ||||
독 립 변 수 |
경 제 자 본 | 소득a) |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00% 이하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00~150% 도시근로자평균소득 150% 초과 |
-.044 -.513 -.373 |
.2576 .3041 .3989 |
.029 2.843 .877 |
.864 .092* .349 |
재산b) |
1억원 이하 1억~5억원 이하 5억~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
-.463 -.582 -.538 -.868 |
.2936 .3000 .3702 .4810 |
2.491 3.761 2.113 3.254 |
.115 .052* .146 .071* | ||
사 회 자 본 | 세대c) |
28~44세 45~54세 55~69세 |
-.721 -1.152 -1.355 |
.3208 .3524 .3208 |
5.050 10.690 15.506 |
.025** .001** <.001** | |
식사 동행자d) |
가족 친구 동료・지인 |
-.456 -.217 -.103 |
.2553 .3262 .6087 |
3.189 .442 .029 |
.074* .506 .866 | ||
문 화 자 본 | 학력e) |
고졸 대졸 대학원졸 |
-.485 -.612 -.649 |
.5253 .5115 .5794 |
.851 1.429 1.256 |
.336 .232 .262 | |
직업f) |
농수산, 제조업, 운수・유통, 판매업 등 사무직 공공부문・전문직 |
-.319 .188 .337 |
.2478 .2547 .2696 |
1.658 .542 1.558 |
.198 .462 .212 | ||
공 간 특 성 | 이동 거리g) |
집(배달) 도보권 행정구역(시군구) 내 타 시군구 |
.303 .317 .146 .509 |
.2650 .2346 .2610 .4657 |
1.304 1.823 .312 1.193 |
.254 .177 .576 .275 | |
거주지h) |
수도권 동지역 광역시 동지역 기타 도시 동지역 읍・면지역 |
.074 .149 .223 .346 |
.2663 .2770 .2768 .3395 |
.078 .288 .650 1.038 |
.780 .591 .420 .308 | ||
총괄검정 | χ²=79.427 (p<.001) | ||||||
적합도 | LL=-562.734 값/df=0.825 |
정리하면 27세 이하의 청년, 소득과 재산이 적을수록,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음식 선택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이 중요했다. 소득과 재산의 부족한 경우 저렴한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Bourdieu가 분석한 바와 같이 계급 취향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편, 청년이고, 가족이라는 사회자본이 부족한 경우를 소득 및 재산과 연결하면, 부유한 집안 출신이 아닌 혼자 사는 청년의 경우 저렴한 음식이라는 필요 취향이 더 강하게 작동되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4. 분석 결과의 사회공간적 해석
1) 다양한 사회공간 요소의 선택적 작동
위의 음식에 대한 설문 분석 결과에서 경제자본 외에 계급 취향에 영향을 끼친 사회공간 요소 중 직업, 학력과 같은 문화자본의 차이는 아비투스 형성에 유의미한 차이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육수준이 높고 안정적 직업을 가진 상층계급에서 고급스럽고 격식을 차린 음식, 건강하고 윤리적인 음식 소비 등 사치 취향에 따른 구별짓기가 이루어지더라도,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누구나 쉽게 소셜미디어나 매스컴에서 다양한 음식 정보를 구하고,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번쯤은 고급 음식을 소비하고 이를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일상적 활동으로, 문화자본의 양의 차이에 기반한 구별짓기 경계가 약화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 분석 결과가 음식 소비 행위에 대해 계급 취향이 발현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계급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이 사회공간으로 구조화되어 신체에 작동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분석 결과, Bourdieu가 주장한 구조화된 사회공간 중 문화자본을 제외한 경제자본과 사회자본은 개인의 음식 소비 행위와 취향 차이에 작동하였으며, 사회공간의 추가적 변수로 고려한 공간적 특성 역시 중요하게 작동하였다. 사회자본 중에는 가족이라는 사회자본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었으며, 공간적 특성으로 도보권을 넘어 이동성이 큰 경우와, 농촌지역에 비해 서울지역에 거주하는 경우 음식 소비의 취향 차이가 발생하고 있었는데, 이는 거주하고 있는 환경의 차이가 음식 소비 취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지배계급 아비투스가 음식 소비 행위에 고정적이고 단선적으로 작동하기보다는, 구조화된 사회공간적 특성 중 일부가 음식 소비 행위를 하는 신체에 특정 맥락에서 선택적으로 유연하게 작동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즉,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는 개인의 경제적・사회적・공간적 위치와 경험 각각이 특정 맥락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며, 이렇게 구성된 사회공간적 특성에 의거하여 개인은 자신의 신체적 제약과 조건에 대해 대응하며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실천한다. 다음 장에서는 음식 소비 취향 차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사회공간적 특성별로 분리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2) 사회공간적 특성 중 경제자본의 작동
사회공간적 특징 중 경제자본에 초점을 맞추면 음식 소비 취향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특히 사치 취향이라 규정한 건강한 음식의 경우 월소득보다 보유 재산 규모가 큰 경우 더 중요했으며, 필요 취향인 저렴한 음식의 경우는 소득과 보유 자산 규모 모두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렇듯 부채가 적고 금융・부동산 자산 규모가 큰 경우, 즉 실제 매달 들어오는 수입보다 보유 자산으로 인한 경제적 안정감이 큰 경우 음식 소비에서 사치 취향이 작동하며, 경제자본이 부족한 계층에서는 필요 취향이 중요하게 작동한다는 점은 상층계급은 생존을 위한 음식보다는 체형을 위한 음식을 중시한다는 Bourdieu의 논의와 유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음식으로 차이를 살펴보면, 필요 취향을 의미하는 저렴하고 간편한 음식 중 좋아하는 음식으로 라면(20.8%)과 김밥(16.0%), 떡볶이 등을 포함한 ‘분식’이 전체 응답자의 49.4%로 높게 나타났다. 재산 규모별로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응답을 세분해 보면, 그림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식당에서 조리해서 파는 음식과는 달리 판매 목적으로 미리 준비되어 있어서 더 저렴한 삼각김밥, 편의점 음식, 밀키트 등의 음식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재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집단에서만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선호하는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50.1%가 소고기라고 답변한 것이 경제자본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는 점과 연결시켜보면, 경제자본의 규모에 따른 음식 취향의 차이는 경제자본 양에 기반한 상류층의 사치 취향에 의한 구별짓기보다 경제적 취약계층의 필요 취향이 더 중요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3) 사회공간적 특성 중 사회자본의 작동
경제자본의 차이가 취향 차이에 중요한 관련이 있으나, 분석 결과 사회자본 역시 중요한 연관이 있었다. 특히 가족이라는 사회자본의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회자본의 규모는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 가족, 친구, 동료 및 지인 순으로 넓혀가며 측정하였는데, 이는 사회자본의 양이 클수록 사회관계가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 관계 유지를 위해 사치 취향의 음식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분석 결과를 보면 음식 소비 취향에서 사회자본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는 관련이 없었으며, 개인의 신체 경계를 넘어 연결되는 가장 작지만 친밀한 사회자본이라 할 수 있는 가족과 식사를 하는가가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특히 혼자 식사하는 경우에는 다른 집단에 비해 필요 취향인 간편하고 저렴한 음식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고, 가족과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사치 취향인 건강한 음식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또 다른 사회자본으로 세대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세대는 사회자본을 직접 측정하는 변수는 아니지만, 동일한 연령대에 동일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집단은 Bourdieu가 언급한 집단 내 상동성(homogeniety)에 의거한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제하고 사회자본으로 측정하였다. 분석 결과, 1997년 이후 출생한 청년 세대가 건강한 음식에 대한 중요도는 낮고, 저렴한 음식에 대한 중요도는 높았다. 이들은 교육 및 오락을 스마트 기기를 통해 수행하는 세대로, 친구와의 대면으로 맺어지는 사회자본보다 비대면이고 온라인 상에서 쉽게 단절할 수 있는 약한 사회자본에 익숙하며, 부모가 IMF 경제위기를 겪은 영향을 받아 풍요로움이나 저축보다 순간의 합리적 소비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허두영, 2018). 따라서 이들은 음식 소비에 있어서 필요 취향보다 음식 소비의 간편함과 비용에 민감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선호하는 음식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인 분석을 해보면, 표 7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체적으로는 육류보다 채소류를 건강하고 윤리적인 음식으로 선호하며, 특히 샐러드(23.6%)를 가장 선호하는 건강한 음식으로 꼽았다.
표 7.
샐러드 | 계란* | 비건 음식 | 채소・나물 | 비빔밥 | 두부 요리 | 닭고기 요리 | |
응답수 | 104 | 47 | 37 | 31 | 28 | 25 | 19 |
비율(%) | 23.6 | 10.7 | 8.4 | 7.0 | 6.3 | 5.7 | 4.3 |
사회자본의 차이에 따른 선호 음식 분석에서 가장 큰 차이는 조리 방식이다. 표 8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는 샐러드, 비건 음식, 계란 등을 선호한 반면, 55세 이상에서는 채소・나물과 비빔밥 비율이 높았다. 또한, 혼자 식사하는 경우는 비건 음식과 계란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가족과 주로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채소・나물, 두부 요리를 선호하는 비율이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이는 젊은 세대로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는 조리 방법보다는 재료 자체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55세 이상 가족과 식사를 하는 경우에는 특정 방식의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물, 비빔밥, 두부 요리 등을 다소 전통적인 조리 과정을 거친 음식이라는 점에서 간편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격식을 차린 음식이라고 규정한다면, 이러한 조리 방법에 따른 사치 취향에 경제자본이나 문화자본보다 사회자본의 특성이 작동된다고 볼 수 있다.
표 8.
구분 | 샐러드 | 계란 | 비건 음식 | 채소・나물 | 비빔밥 | 두부 요리 | 총 응답자* | |
세대 | 27세 이하 |
25 (39.1) |
5 (7.8) |
5 (7.8) |
3 (4.7) |
1 (1.6) |
5 (7.8) |
64 (100) |
27~54세 |
64 (26.0) |
29 (11.8) |
25 (10.2) |
15 (6.1) |
13 (5.3) |
13 (5.3) |
246 (100) | |
55세 이상 |
15 (11.5) |
13 (9.9) |
9 (6.9) |
13 (9.9) |
14 (10.7) |
7 (5.3) |
131 (100) | |
식사 동행자 | 혼자 식사 |
13 (18.6) |
12 (17.1) |
12 (17.1) |
2 (2.9) |
5 (7.1) |
3 (4.3) |
70 (100) |
가족과 식사 |
69 (22.9) |
30 (10.0) |
24 (8.0) |
24 (8.0) |
20 (6.6) |
20 (6.6) |
301 (100) | |
전체 합계 |
104 (23.6) |
47 (10.7) |
39 (8.8) |
31 (7.0) |
28 (6.3) |
25 (5.7) |
441 (100) |
4) 사회공간적 특성 중 공간적 요인
신체의 공간적 특성을 보여주는 ‘거주지(입지)’와 ‘이동거리(연결)’ 2개의 변수는 모두 음식을 고르는 기준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작동했다. 거주지 중에는 특히 읍・면지역 거주자가 서울 동지역 거주자에 비해 사치 취향인 건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덜 중요하게 생각했고, 필요 취향인 간편한 음식에 대해서는 더 중요하다고 인식했다. 이는 앞서 세대에 따른 취향 차이 분석과 연결하여 도시와 농촌의 인구 구조 특성에 비추어볼 때 55세 이상 인구가 많은 농촌에서는 건강한 음식을, 청년층이 많은 도시지역에서는 간편한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과 읍・면지역의 공간적 특성의 차이가 음식 취향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서울 및 읍・면 지역 간 선호하는 음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면(표 9 참조),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는 비율이 높았다. 서울 거주자는 선호하는 건강 음식으로 샐러드와 계란의 비율이 높은 반면, 읍・면지역 거주자는 샤브샤브와 콩 등을 활용한 비건 요리에 대한 응답이 높았으며, 저렴한 음식의 경우, 읍・면지역 거주자는 편의점 음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없었다. 선호하는 고급 요리 역시 서울 동지역은 일식이, 읍・면지역은 한우가 높게 나타나, 서울에 거주하느냐, 농촌지역에 거주하느냐는 주변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경험이 다를 수 있다. 이는 동일한 사치 취향이나 필요 취향에 대해서도 신체의 입지에 따라 다양한 음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9.
거주지 | 건강 음식 | 저렴 음식 | 고급 음식 | 총 응답자* | ||||
샐러드 | 계란 | 비건 요리 | 샤브샤브 | 편의점 음식 | 한우 | 일식 | ||
서울 |
29 (27.4) |
19 (17.9) |
11 (10.4) |
1 (0.9) |
5 (4.7) |
4 (3.8) |
21 (19.8) |
106 (100) |
읍・면 |
6 (14.3) |
5 (11.9) |
7 (16.7) |
4 (9.5) |
0 (0.0) |
6 (14.3) |
2 (4.8) |
42 (100) |
합계 | 104 | 47 | 37 | 12 | 38 | 27 | 55 | - |
*응답자수와 비율이 <표 2>와 다른 것은 주관식 질문에 대해 중복 응답과 무응답이 있기 때문임
식사를 위해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행위자의 이동거리가 가장 짧은 ‘집’에서 주로 식사를 하는 경우라도,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와 배달로 음식을 받는 경우는 이동거리가 다르다. 배달의 경우는 행위자 대신 ‘음식’이 특정 권역 내에서 집으로 역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동거리 측면에서만 볼 때 도보권 내 이동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집(배달)을 도보권 범주로 포함하면, 건강한 음식과 간편한 음식에 대한 차이에서 ‘도보권’이 중요한 경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동성의 범위가 도보권 내인 경우와 차량 이용을 통해 이동성이 확장되는 경우를 이동하지 않고 집에서 요리를 해서 먹는 경우와 비교하면, 사치 취향인 건강한 음식과 필요 취향인 간편한 음식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반대로 나타난다. 도보권 내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집에서 요리로 식사를 하는 경우에 비해 건강한 음식에 대해 덜 중요하게, 간편한 요리에 대해서는 더 중요하게 인식했다. 반면 도보권 넘어 이동성이 확장되는 경우에는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경우보다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없으나 간편한 음식에 대해서는 덜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동성의 차이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범위의 차이를 의미하며, 이는 음식 소비의 사치 취향과 필요 취향을 가르는 중요한 공간적 기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5. 결론
본 논문은 신체를 대상으로 음식 고르기라는 관습적 행위에 대해 사회공간이라는 구조화된 틀로 분석함으로써, 사회지리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공간 개념의 구체화를 시도하였다. Bourdieu의 사회공간 개념을 보완하여 경제자본, 사회자본, 문화자본, 공간적 특성이 결합된 신체 단위의 사회공간을 구조화하고, 이러한 사회공간적 특성이 음식 고르기 행위에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분석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수행하였다.
설문 분석 결과, 음식을 고르는 기준 중 ‘저렴한 음식’, ‘건강한 음식’, ‘간편한 음식’이 사회공간적 특성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으며, ‘고급스러운 음식’, ‘윤리적인 음식’은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차이가 있었던 사회공간 특성은 ‘경제자본’, ‘사회자본’, ‘공간적 특성’이었으며, 학력, 직업 등과 같은 ‘문화자본’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Bourdieu의 지배계급 아비투스에 따른 구별짓기가 한국 사회 음식 소비에서는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양한 사회공간 요소가 다양한 방식으로 신체의 사회공간 특성이 음식 고르기 행위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데 작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공간 특성 중 경제자본의 경우 소득보다 재산 규모가 중요했는데, 재산 규모가 가장 작은 경우 간편하고 저렴한 음식 소비를 더 중요하게 고려했다. 이는 경제자본과 동시에 문화자본 양에 기반한 상류층의 사치 취향보다는 경제적 취약계층의 필수 취향이 더욱 중요하게 작동한 결과라고 해석하였다.
사회자본 중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역시 중요한 차이를 발생시켰다. 주로 혼자 식사하는 경우에는 간편한 음식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리 방법보다는 재료 자체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에는 건강한 음식을 중요하게 인식했으며, 조리 과정 역시 중요했다. 세대에 따라서는 건강한 음식과 저렴한 음식 선택에서 차이가 있었으며, 동일한 경험을 한 세대가 공유하는 음식 문화가 다른 세대와 다를 수 있음을 밝혔다.
공간적 특성은 분석한 모든 변수가 다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는데, 입지는 서울 동지역과 전국 읍・면지역 거주자 간 차이가 두드러졌고, 음식을 먹기 위한 이동거리는 도보권을 기준으로 차이가 나타났다. 공간적 특성은 거주하고 있는 지역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 종류, 즉 음식 접근성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신체 단위의 사회공간이 단선적이고 구조적으로 특정 행위의 조건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조합하여 행위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신체 단위 사회공간의 작동 방식으로 제시한다.
본 논문의 의의는 최소 단위 사회공간으로서 신체의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구조화된 사회공간으로 신체를 개념화하고, Bourdieu가 수행했던 설문조사 방식을 통해 구체적인 행위에 작동한 사회공간 특성을 분석하고자 시도한 점이다. 본 논문의 한계는 취향의 조건으로 공간을 다루었으나, 취향의 대상으로서 공간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신체의 사회적 위치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규명된다는 점에서, 최소 단위 신체의 사회공간적 특성 분석 외에 다른 층위의 공간적 특성과의 관계라는 연결의 문제가 다루어져야 하나 본 연구에서는 추가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이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과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