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연구 지역
3. 연구 방법
4. 결과 및 논의
1) 홀링스워스 빙하 & 벤슨 놉
2) 데이빗 빙하 & 프리슬리 산
3) 리브 빙하 & 제를라슈 산
4) 프리슬리 빙하 & 인익스프레서블 섬
5) 캠벨 빙하 & 브라우닝 산
6) 테라노바 빙붕 & 케이프 워싱턴
7) 고빙하 열 체제의 시공간적 복원
5. 결론
1. 서론
빙하와 기저 지형 간에는 마찰, 압력, 온도 등 다양한 물리적 상호작용이 발생하며, 이에 따른 얼음과 암석의 변형은 빙하의 흐름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빙하의 소모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Hambrey and Glasser, 2012). 기저 지형에 작용하는 전단력은 빙하성 물질(Glacial Erratic)의 생성, 운반, 퇴적의 과정을 통해 빙하 지형을 형성하며 작용하는 힘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 물질의 크기와 양이 달라진다. 빙하 후퇴 이후 드러난 빙하 지형은 과거 지형면에 작용한 힘의 크기와 변형 기작 등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으며, 빙하의 규모와 거동 변화, 흐름과 소모 속도까지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빙하 열 체제(Glacial Thermal Regime)는 이러한 물리적 관계 속에서 빙하의 변형과 흐름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열 체제에 따라 크게 온난 빙하(Warm-based Glacier)와 한랭 빙하(Cold-based Glacier)로 구분된다 (Fig. 1; Chandler and Evans, 2021; Hambrey and Glasser, 2012). 온난 빙하는 압력 융점(Pressure Melting Point)에 도달해 생성되는 융빙수(Meltwater)가 빙하 기저의 미끄러짐(Sliding)을 유발해 흐름 속도를 증가시키며, 기저 지형의 공극에서 감소한 압력은 재결빙(Regelation)을 일으켜 침식력을 증가시킨다. 반면, 한랭 빙하는 극도로 낮은 온도의 영향으로 융빙수가 생성되지 않고 빙하의 내부 변형(Ice Deformation)만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느리게 흐르며 기저 지형의 침식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동남극빙상(EAIS: East Antarctic Ice Sheet)은 신생대 중반 올리고세의 시작(~34 Ma)과 함께 처음 형성되었으며, 기존의 하천 계곡을 따라 빙하가 성장하기 시작하였다(Baroni et al., 2005; Strand et al., 2003; Sugden and Denton, 2004). 동남극빙상은 초기에 온난 빙하로 형성되어 기저 지형과 강한 상호작용을 일으켰으며, U자형 계곡(U-shaped Valley), 권곡(Cirque), 현곡(Hanging Valley) 등의 다양한 빙하 지형 경관을 만들어냈다(Baroni et al., 2004, 2005; Orombelli et al., 1990). 마이오세 중반의 14 Ma에 이르기까지 전지구적인 기온 하강과 함께 동남극빙상은 한랭 빙하로 전환되었으며 기저 지형과 일으키는 상호작용은 극단적으로 제한되었다(Denton and Sugden, 2005; Sugden et al., 1991). 빅토리아 랜드의 고지대는 6 ~ 1.1 Ma까지 한랭 빙하의 영향이 지속되었다(Di Nicola et al., 2009, 2012; Oberholzer et al., 2003, 2008; Strasky et al., 2009).
현재의 동남극빙상 말단부는 다시 온난 빙하로 열 체제가 전환되어 나타나고 있으나, 한랭 빙하로부터의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남극의 빅토리아 랜드에서 테라노바 만으로 흘러드는 빙하들이 형성한 육상 빙하지형으로부터 구성 물질의 크기, 비율 등을 분석하여 지형면을 분류하고 과거 빙하의 열 체제를 구분하였다. 또한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결과와 기후, 해빙 지시자의 비교 분석을 통해 열 체제 변화 시기를 규명하였다. 빙하 지형을 이용한 빙하 열 체제 분석과 흐름의 변화 정보는 미래의 빙하 소모 속도 변화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연구 지역
동남극빙상은 빅토리아 랜드(Victoria Land)를 거쳐 테라노바 만(Terra Nova Bay)으로 흘러 들며 빙붕(Ice Shelf) 혹은 빙설(Ice Tongue)의 형태로 말단부의 분출빙하(Outlet Glacier)를 형성하고 있다(Fig. 2A). 테라노바 만은 북빅토리아 랜드와 남빅토리아 랜드에서 흘러드는 빙하들이 모두 수렴하는 지역으로 과거 빙하가 전진・성장한 시기에는 테라노바 빙붕(Terra Nova Ice Shelf)으로 합류하였다(이현희, 2023c). 모든 분출빙하는 기저 지형과의 마찰이 사라지고 해양에 노출됨으로 인해 두께가 급격히 얇아지고 흐름 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이현희, 2023b).
가장 내륙의 고산지대에 위치한 홀링스워스 빙하(Hollingsworth Glacier)는 데이빗 빙하(David Glacier)와 합류하여 드라이갈스키 빙설(Drygalski Ice Tongue)로 분출한다(Figs. 2B & 2C). 리브 빙하(Reeves Glacier)와 프리슬리 빙하(Priestley Glacier)는 합류하여 난센 빙붕(Nansen Ice Shelf)으로, 캠벨 빙하(Campbell Glacier)는 말단부에서 캠벨 빙설(Campbell Ice Tongue)로 분출한다(Figs. 2D & 2E). 케이프 워싱턴(Cape Washington)에는 현재 소규모의 국지적인 빙체(Ice Pack)만이 남아 있으며, 과거의 테라노바 빙붕이 서로스해(Western Ross Sea)로 흘러 나가는 최외곽 지역에 해당된다(이현희, 2023c).
3. 연구 방법
인공위성 사진(LIMA; Landsat Image Mosaic of Antarctica)과 수치 고도 자료(REMA; Reference Elevation Model of Antarctica)를 이용해 동남극빙상 말단부 테라노바 만에 위치한 노출된 지역들(Ice-free Area) 중 6개의 빙하와 각각 맞닿아 있는 지역들을 조사 지점으로 선정하였다. 2017년과 2021년의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하계 연구대 활동 중 도보, 스노모빌, 헬기 등을 이용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였다. 빙하 지형의 형태 및 구성 물질 분석을 통해 과거에는 빙하의 영향을 받았으나 현재는 빙하의 후퇴・감소로 인해 노출된 지역들을 확인하였다(arrows pointing areas in Fig. 2). 빙하 지형이 확인된 지역에서 지형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의 크기, 형태, 비율 등을 분석하여 온난 빙하와 한랭 빙하의 열 체제에 영향을 분석하였다.
한랭 빙하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구분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Di Nicola et al., 2009, 2012; Oberholzer et al., 2003, 2008; Rhee et al., 2022a; Strasky et al., 2009). 1. 풍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마식된 기반암, 2. 빙하 후퇴 이후의 주빙하 환경(Periglacial Environment)에 의한 기계적 풍화만이 나타나는 풍화 산물, 3. 풍화된 물질이 이동되지 않고 보존되어 풍화 이전 원형의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퍼즐 패턴, 4. 상류에서부터 운반되어 온 빙하 운반 물질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면.
온난 빙하의 영향을 받은 지역으로 구분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성영배 등, 2006; Jeong et al., 2018; Rhee et al., 2019, 2020, 2022a, 2022b). 1. 빙하 퇴적 지형인 모레인(Moraine), 2. 기반암과 다른 암종의 빙하 운반 물질(Erratic), 3. 형태적으로 빙하 기저에서 전면부만 침식되며 이동되어 온 빙하 운반 물질(Bullet-shaped Erratic), 또한 온난 빙하 열 체제의 영향력을 비교하기 위해 빙하 운반 물질의 상대적인 크기를 비교 분석하고 입도의 점유율을 개략적으로 비교하였다.
빙하 열 체제의 부산물인 빙하 지형 분류 결과를 남서쪽의 내륙으로부터 북동쪽의 해양에 이르기까지 나열하여 고빙하 열 체제의 수평적, 수직적 범위를 복원하였다. 지형 분류 결과의 경계에서 기존 연구에서 밝혀진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측정 결과를 종합하여 비교함으로써 빙하 열 체제 전환의 시기를 규명하였다. 전환 시기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한정 짓기 위해 기후 변화와 빙권 변화의 지시자를 함께 분석하였고, 실제 고빙하 소모 속도 복원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특정한 빙하 열 체제가 강화되는 시기를 규명하였다.
4. 결과 및 논의
1) 홀링스워스 빙하 & 벤슨 놉
홀링스워스 빙하가 운반하던 물질은 빙하의 두께가 얇아지고 후퇴하는 과정에서 벤슨 놉(Benson Knob; ~ 1500 masl)일대에 모레인 연속체(Moraine Sequence)를 형성하였다(Fig. 3A). 조립 현무암(Ferrar Dolerite)이 기반암인 벤슨 놉의 상부는 과거 두꺼운 빙하의 전진에 의해 짓눌려지며 마식(Abrasion)되어 평탄화 된 형태로 나타난다. 반대쪽의 측방 사면은 굴식(Plucking)으로 울퉁불퉁하게 뜯겨 나간 급경사면이 나타나는데, 이는 빙하 기저의 융빙수(Subglacial Meltwater)가 융해와 결빙을 반복하며 형성한 양배암(Roche Moutonnée)과 유사한 구조로 보인다. 현재는 빙하의 후퇴 이후 주빙하 환경에서의 기계적 풍화로 인해 형성된 토어(Tor)로 남아있으며, 토어의 하부에는 기반암 풍화 물질들이 쏟아져 쌓인 애추(Talus)를 형성하고 있다.
애추보다 낮은 고도에 나타나는 모레인(1380 ~ 1250 masl)에는 기반암 풍화물만이 아닌 거력(Boulder) ~ 소력(Pebble) 크기의 석영 사암(Quartz Sandstone)으로 구성된 빙하 운반 물질이 뒤섞여 분포하고 있다(Figs. 3B & 3C). 이 물질들은 홀링스워스 빙하의 상류로부터 기원하여 운반되어 온 물질로 볼 수 있으나, 상류 지역은 모두 동남극빙상으로 뒤덮여 노출된 지역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기원지 추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홀링스워스 빙하는 최소한 벤슨 놉의 하부가 노출된 시기에 온난 빙하의 체제로 변형되었으며, 이 시기부터 상류의 빙하 기저 지형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물질을 생성(침식)하고 운반해 와 퇴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데이빗 빙하 & 프리슬리 산
데이빗 빙하의 말단부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프리슬리 산(Mt. Priestley)은 약 1070 masl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 약 750, 550, 220 masl의 고도에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는 평탄한 단(Bench)이 나타난다(Fig. 4A). 화강암이 기반암인 이 지역은 프리슬리 산 최상부에 토어가 나타나고 있으며, 토어 아래의 경사면에는 애추가 형성되고 토어 상부의 면에는 기반암 풍화물질(거력)이 나타난다(Fig. 4B). 특히 오랜 기간 동안의 강력한 기계적 풍화로 인해 두꺼운 깊이로 완전히 파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이 거의 없이 제자리에 남아 퍼즐 조각을 맞춘 듯한 패턴으로 보존되어 있다. 기반암 풍화물질의 표면에는 빙하의 기저에서 마식과 함께 형성된 찰흔(Striation)이 보존되어 있어 빙하 후퇴 이후 기계적 풍화로 인해 노출된 신선한 면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부의 750 masl에 나타나는 평탄면 역시 화강암 기반암의 풍화물질(거력)로 온전히 덮여 있다(Fig. 4C). 하지만 보다 낮은 고도(550 masl)의 단에서는 화강암 거력과 함께 일부 대력(Cobble)과 소력이 거력의 사이사이 및 하부에서 발견되며, 화강암만이 아닌 화강편마암, 화강섬록암, 규암 등의 변성암이 뒤섞여 나타난다(Fig. 4D). 따라서 이 물질들은 기반암이 제자리에서 풍화된 파편이 아닌 데이빗 빙하 상류 지역에서부터 운반되어 온 빙하 운반 물질들로 판단된다. 이를 통해 데이빗 빙하는 표면의 고도가 750 ~ 550 masl 사이에 존재하던 시기에 한랭 빙하에서 온난 빙하로 열 체제가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최하부(222 masl) 노출면의 구성 물질 역시 화강암 및 화강변성암의 암종이 주요하게 나타나지만, 입자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진 대력과 소력이 주도적으로 나타난다(Fig. 4E). 데이빗 빙하는 지속적으로 두께가 감소하며 소모되었기 때문에 최하부의 단은 상부의 단들에 비해 오히려 짧은 시간동안 노출되어 있었다(Rhee et al., 2022a). 또한 유수가 없어 침식 및 풍화가 어려운 환경이며, 구성 물질이 총알 모양의 원추형을 유지하고 있어 노출 이후의 풍화에 의한 크기 감소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빙하 기저의 온난 빙하 체제가 점차 강화되며 기저 지형을 침식, 풍화시키는 능력이 증대되었고, 이로 인해 더 작은 물질이 생성, 운반되어 온 후 퇴적된 것으로 판단된다.
3) 리브 빙하 & 제를라슈 산
리브 빙하의 말단부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제를라슈 산(Mt. Gerlache)은 약 980 masl까지 솟아 있으며, 약 450 masl를 기준으로 상부의 산지와 하부의 모레인 연속체가 나타나는 타른 플랫(Tarn Flat)으로 구분된다(Fig. 5A). 기반암의 암종은 화강암으로 제를라슈 산의 산지 전체에 걸쳐 기반암 토어와 제자리에서 풍화된 잔재산물, 그리고 풍화물질이 쏟아져 쌓인 애추사면만이 나타나며, 모레인이나 빙하 운반 물질로 판별되는 물질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Fig. 5B). 반면 하부의 타른 플랫에는 다양한 규모와 방향의 모레인이 뚜렷하게 나타나 과거 빙하의 범위와 후퇴 방향을 해석할 수 있다(Fig. 5C). 모레인의 암석들은 모두 기반암과 동일한 화강암으로 구성되어 있어 암종을 기준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나, 모레인의 특유 형태와 기복이 뚜렷하게 나타나 기반암 풍화 사면과 빙하 퇴적물의 경계가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제를라슈 산지와 타른 플랫의 경계 바로 아래에서부터 나타나는 모레인 연속체(480 ~ 180 masl)는 한랭 빙하였던 리브 빙하가 온난 빙하로 전환되었음을 지시한다. 또한, 모레인이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어 당시의 빙하가 동쪽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 모레인의 길이, 두께, 너비 등 규모가 모두 크게 나타나 큰 기복의 낮은 면에 다수의 깊은 호수가 형성되어 있으며, 모레인을 구성하는 물질의 입자 크기는 거력과 대력 등이 유사한 비율로 섞여 있다. 동쪽으로 후퇴하던 빙하는 보다 낮은 고도(< 180 masl)에서 북쪽(리브 빙하)/남쪽(라르센 빙하)으로 나뉘어 후퇴하며 동서 방향으로 뻗은 복합적인 모레인 연속체를 형성하였다. 상부의 모레인에 비해 짧고 얇은 형태의 모레인이 조밀한 간격을 두고 형성되었으며, 구성물질에 거력이 매우 드물게 분포하고 있다. 따라서 온난 빙하의 영향이 점차 강화되어 상대적으로 작은 물질들이 생성되고 운반되어 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4) 프리슬리 빙하 & 인익스프레서블 섬
프리슬리 빙하와 헬게이트 빙하(Hells Gate Glacier)의 말단부에 위치한 인익스프레서블 섬(Inexpressible Island)은 지형의 고도가 매우 낮아 장기적인 빙하 기록의 확인이 불가능하였다(Fig. 6A). 하지만 약 380 ~ 320 masl에서 발견한 빙하성 퇴적물이 나타나지 않는 기반암 풍화물의 노출면을 통해 이전의 한랭 빙하가 온난 빙하로 전환된 경계를 찾을 수 있었다(Fig. 6B). 화강암이 기반암인 이 섬은 약 320 masl 면에서부터 기반암 풍화물의 거력과 빙하 운반 물질이 혼재되어 나타나며, 빙하 운반 물질은 거력 위주의 화강암, 현무암, 안산암 등이 혼재되어 있다(Fig. 6C).
인익스프레서블 섬 역시 고도가 낮아지고 빙하의 두께가 얇아질수록 거력 위주의 운반 물질이 점차 대력, 소력 위주의 물질로 바뀌어 노출된 모습이 나타난다(Figs. 6C ~ 6G). 특히 약 30 masl와 현재의 해안에 위치한 단은 각각 대력과 소력이 매우 지배적으로 나타나며, 빙하 지형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양호한 분급과 높은 원마도가 관찰된다(Fig. 6F & 6G). 이는 과거 빙하가 운반해온 물질로 구성된 해안이 파랑의 침식을 받아 원마도가 높아졌으며, 빙하의 소모 이후 지각에 부하되던 질량의 감소에 대한 반동으로 지각이 융기하는 빙하지각균형조정(GIA, Glacial Isostatic Adjustment)에 의한 융기해안에 해당한다(Hong et al., 2021). 이러한 파랑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전반적인 빙하 운반 물질의 세립화는 분명하게 발견되며, 점진적으로 온난 빙하의 열 체제가 강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5) 캠벨 빙하 & 브라우닝 산
캠벨 빙하의 말단부 노출지에는 약 760 masl의 브라우닝 산(Mt. Browning)이 존재하며, 약 320 masl까지 이어지는 급경사면과 그 전면부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모레인 연속체(장보고 구릉지, Jangbogo Hills)로 구성되어 있다(Fig. 7A). 브라우닝 산 최정상부에는 화강암의 기반암 풍화 사면이 나타나고 있으며 급경사면을 따라 기반암 풍화 물질이 뒤덮고 있다. 이 지역에 매우 드물게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일부 특이한 형태의 거력을 빙하 운반 물질로 판단하였으나,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가 복잡하게 나와 이전의 빙하 운반 물질이 매몰 후 재노출로 인한 오염된 결과로 해석하였다(Di Nicola et al., 2009). 특히 약 350 masl의 봉우리에서 빙하 운반 물질이 뒤덮지 않고 기반암 풍화 물질이 노출되어 있는 지역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보다 높은 고도의 거력 역시 기반암 풍화 물질일 것으로 보인다(Fig. 7B).
전면부의 모레인이 시작되는 완사면은 약 320 masl에서부터 낮은 고도로 이어지며 기반암 풍화 물질의 거력과 빙하 운반 물질의 거력이 뒤섞여 존재한다(Fic. 7C). 기반암인 화강암과 더불어 화강편마암, 화강섬록암, 현무암, 규암 등 다양한 암종이 나타나 캠벨 빙하 상류의 기원지로부터 지속적으로 물질을 운반해 온 것으로 보인다. 프리슬리 빙하와 인익스프레서블 섬의 패턴과 마찬가지로 모레인의 고도가 낮아질수록 구성 물질의 입자 크기 역시 작아지며 현재 해안의 고도에서는 원마도 높은 소력이 지배적인 단이 나타난다. 과거 연구에서는 융기해안이 약 20 masl까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Hong et al., 2021), 암석 표면의 찰흔 보존 여부를 고려할 경우 약 40 masl까지도 파랑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판단된다.
종합적으로 캠벨 빙하는 두께가 약 320 m로 축소되던 시기까지 한랭 빙하의 체제가 지배적으로 작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운반 물질이 거의 없거나 기반암과 구분이 어려운 극히 일부의 거력만을 제한적으로 운반해 왔을 것으로 보인다. 빙하의 두께가 320 m 이하로 얇아진 시기를 기점으로 빙하의 열 체제는 한랭 빙하에서 온난 빙하로 전환되었으며, 이때부터 다양한 암종의 물질을 빙하가 운반해 와 퇴적시키기 시작했다. 점진적으로 온난 빙하의 열 체제가 강화됨에 따라 융빙수의 기저 침식 역시 강화되었고, 보다 작은 물질이 생성, 운반되어 오다가 낮은 고도에 퇴적된 것을 알 수 있다.
6) 테라노바 빙붕 & 케이프 워싱턴
과거 테라노바 만을 가득 채우며 형성된 테라노바 빙붕은 만의 북동쪽으로 흘러 나갔으며, 그 말단부에는 약 4.1 - 1.7 Ma에 용암이 여러 번 분출하며 형성된 반도 형태의 케이프 워싱턴(Cape Washington) 화산체가 나타난다(Fig. 8A; 이현희, 2023c; Smellie et al., 2023). 케이프 워싱턴의 마지막 용암 분출 시기인 1.7 Ma에 테라노바 빙붕의 상류에 위치하는 데이빗 빙하의 두께가 약 1 km 더 두껍게 나타났기 때문에, 빙붕의 말단부에 위치한 케이프 워싱턴 역시 두꺼운 빙붕에 뒤덮여 있었을 것으로 예상된다(Rhee et al., 2022a).
케이프 워싱턴 반도의 가장 높은 570 masl의 분화구 봉우리에서부터 가장 낮은 말단부의 약 150 masl 지점까지 모두 현무암과 안산암의 풍화물질이 뒤덮고 있다(Fig. 8B). 반면, 반도의 남쪽 끝에 나타나는 약 220 masl 이하의 와지 형태 노출지역에서 소력 크기의 화강암, 규암 등의 석영 결정질 암석들이 발견되었다(Fig. 8C). 이 암석들은 화산체로 형성된 반도 위에서 지역적인 빙하 작용만으로는 생성, 운반, 퇴적될 수 없는 암종들이며, 모두 만 내부의 빙하 기원지에서만 발견되는 암석들이다.
따라서 과거에 더 두껍게 성장하고 더 멀리 전진한 빙하들이 테라노바 만 내부에서 합류하여 바다를 넘어올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규모의 테라노바 빙붕만이 해당 물질을 운반해왔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빙붕이 220 m보다 두꺼웠던 먼 과거에는 한랭 빙하의 형태로 빙붕이 전진해 와 운반 물질이 남겨지지 않았으며, 이후 온난 빙하로 전환된 빙붕이 일부 운반해오던 물질을 퇴적시킨 것으로 해석된다.
7) 고빙하 열 체제의 시공간적 복원
테라노바 만의 빙하 지형은 모두 한랭 빙하 열 체제의 흔적이 온난 빙하 열 체제의 증거보다 더 높은 고도에서 나타났다(Fig. 9).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해당 지형면들의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 연대는 노출된 지형의 고도가 낮아짐에 따라 단순 노출 연대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빙하의 두께가 점진적으로 감소했음이 나타났다(이현희, 2023a; Di Nicola et al., 2009; Rhee et al., 2019, 2020, 2022a, 2022b). 이는 빙체의 질량이 기저 지형에 부하시키는 압력은 점차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빙하는 온난 빙하의 열 체제로 전환되고 점차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테라노바 만의 빙하 기저에서는 열 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열과 압력(Pressure-melting) 중에서 열(온도)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였다고 판단된다.
두 가지 다른 열 체제 사이의 전환 시기는 한랭 빙하의 영향이 미친 지형면의 마지막 노출 시기(Minimum Age)와 온난 빙하의 영향이 시작된 이후의 첫 노출 시기(Maximum Age) 사이로 한정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대표하는 연대는 데이빗 빙하의 프리슬리 산에서 획득한 단순 노출 연대로, 각각 1308 ka (750 masl)와 234 ka (550 masl)이다(Rhee et al., 2022a). 해당 시기의 초반인 약 1200 ~ 900 ka에는 지구 공전 궤도의 변화(MPT: Mid-Pleistocene Transition)가 일어났으며, 빙기가 강화되고 평균 기온이 감소하는 한랭한 시기가 나타났다(Snyder, 2016).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한랭 빙하의 체제가 주로 유지되었을 가능성이 크게 나타난다.
이러한 변화는 약 430 ka의 MBE (Mid-Bruhnes Event, MIS 11)까지 지속되었으며, 이후 점차 온난한 간빙기가 강화되며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였다(Thissen et al., 2003). 남극의 해양에서는 전체적인 기온 상승과 함께 연중 지속되던 해빙(Permanent Sea Ice)이 약 320 ka (MIS 9)을 기점으로 계절적으로만 지속되는 해빙(Seasonal Sea Ice)으로 전환되었다(Dash et al., 2021). 데이빗 빙하의 소모 속도 역시 이 시기를 전후로 10배 이상 증가(0.18 > 1.90 m/kyr)하였으며, 이후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증가(> 2.34 m/kyr)하여 온난 빙하의 영향이 강화된 지형 증거와 일치하게 나타난다(Rhee et al., 2022a). 따라서 보다 한정된 시기인 약 320 ~ 234 ka에 걸쳐 빙하의 열 체제가 온난 빙하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현재까지도 온난 빙하 열 체제의 영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5. 결론
테라노바 만에 발달한 육상 빙하 지형의 빙하성 퇴적물 유무, 입도, 비율 등을 분석함으로써 빙하 지형의 형태가 빙하의 열 체제 변화에 따라 극명한 차이를 갖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한랭 빙하는 기저 지형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어 침식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이로 인해 빙하가 운반하는 물질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온난 빙하는 기저 지형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융빙수가 기저를 침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함으로써 보다 많은 물질의 생성, 운반, 퇴적이 나타났다. 또한 온난 빙하로 체제가 변화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점차 그 체제가 강화되고 있어 더 많은 침식과 풍화를 통해 더 작은 물질이 나타났음을 발견하였다.
테라노바 만으로 흘러 드는 분출빙하들과 각 빙하의 축소와 함께 발달한 노출지역의 빙하 지형은 모두 “상부의 기반암 / 중간의 거력 위주 빙하성 퇴적물 / 하부의 대력, 소력 위주 빙하성 퇴적물”이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빙하의 상류이자 내륙 지역에서부터 하류의 해양 지역으로 갈수록 그 경계의 고도가 낮아지는 패턴이 나타나 전체적인 과거의 빙상의 형태와 규모, 그리고 지형 발달의 순서를 추정할 수 있었다. 또한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노출연대 결과와 다양한 기후 변화 지시자들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동남극빙상 말단부의 한랭 빙하가 온난 빙하로 전환된 시기(320~234 ka)를 한정하였다.
앞으로 점차 기온이 상승하며 온난화가 강화되는 환경 하에 온난 빙하의 열 체제 역시 강화될 것이며, 빙하의 이동 속도와 소모 속도의 증가, 해수면 상승 속도 증가 등 다양한 환경 변화의 가속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크게 나타났다. 추가적인 극지의 빙하지형 연구를 통해 빙하 기저 역학과 빙하의 거동 변화를 복원하고 기후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함으로써 미래에 닥칠 환경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를 구축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