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0 June 2024. 315-333
https://doi.org/10.22776/kgs.2024.59.3.315

ABSTRACT


MAIN

  • 1. 서론

  • 2. 우리나라 국가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과 사례

  •   1)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침식과 만성 침수

  •   2) 기상재해 현상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 변화

  •   3) 중장기적인 기온・강수 패턴 변화에 따른 재난 양상 변화

  •   4) 이상기후

  •   5) 생태계 변화

  • 3. 국내외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동향 및 정부정책

  •   1) 국제사회의 동향과 현안

  •   2) 우리나라 유산 분야의 관련 정책과 연구 동향

  • 4. 지리적 관점에서 본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적 도전과제

  •   1) 단기적 기후변화 대응

  •   2) 중장기적 기후변화 대응

  •   3) 단기 및 중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접근법

  • 5. 결론

1. 서론

국가유산은 오래 전 선조들이 창조한 의미와 상징, 예술을 담고 있는 기념물과 유적, 그들을 둘러싼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을 담고 있다. 이는 오늘의 우리를 이루는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인 동시에 관광, 지역 및 국가 경제를 움직이며, 사회적 포용을 강화하고 위기 후 회복력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이러한 유산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에 직면해 있다. 기온 및 해수면 상승, 강수패턴 변화, 생태계 변화, 폭풍, 홍수, 산사태, 가뭄, 산불 등 재난의 대형화 및 복합화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유산이 위기를 맞고 있다. 1979년부터 각국의 세계유산 지역으로부터 보고된 결과에 따르면 유산에 대한 14개의 위협요인1) 중 기후변화 및 악천후 현상(Climate change and severe weather events)이 개별 유산지역의 위협요인으로 언급되는 비중이 최근으로 올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다(김지영・김영재, 2021). 자연유산 부문의 경우 2014년까지만 해도 제1의 위협요인은 외래종의 침입이었으나, 2017년 조사결과부터는 지속적으로 기후변화 및 악천후 현상이 주 요인으로 꼽히고 있으며(Osipova et al., 2020), 세계자연유산의 1/3 가량이 기후변화의 위협 하에 있는 실정이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홈페이지, 2024a). 외부환경에 노출된 자연유산 부문에서 일찍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매우 고조된 것에 비하여 문화유산 부문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의 지역적 편차와 함께 기후변화 사안 이전부터 실행된 여러 보존 조치들의 효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현재 세계문화유산 6곳 중 1곳이 기후변화로 인해 주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UNESCO World Heritage Centre 홈페이지, 2024a) 더 이상 기후변화의 영향을 간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령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 주요사안 중 하나는 이미 오랜 시간 진행되어온 지반침하에 더하여 오버투어리즘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잦은 침수 문제가 심각해진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석호’가 ‘위험에 처한 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 목록에 등재될지 여부였다(CNN, 2023; The Guardian, 2023; The New York Times, 2023). 위험에 처한 유산 목록 등재가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 있는 전 단계로 인식되는 가운데 베네치아와 석호는 결과적으로 등재를 면했으나, 유산 보존을 위해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일으켰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과 연계된 무형유산에도 미치는 부정적 영향 또한 부각되고 있다(ICOMOS CCHWG, 2019; Maus, 2014).

기후변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지구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원을 중심으로 2010년 초반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몇몇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이들 연구는 문화유산 기후변화 대응 연구개발(R&D) 비전 및 추진전략 수립(국립문화재연구소, 2010, 2011; 문화재청, 2012), 흰개미 등 목조문화유산 가해생물종 조사(국립문화재연구소, 2013; 문화재청, 2011), 천연기념물 보전방안 탐색(문화재청, 2014)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예산과 인력 문제 및 인식 부족으로 인해 깊이 있게 지속되지 못하였다. 그러다 자연유산 부문에서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2016년부터 시작하여 개별 자연유산 및 생태계 모니터링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문화유산 부문도 2021년부터 범정부적 기후변화 대응계획에 참여하여 취약한 문화재 관리방안 마련을 꾀하고 있다(조상순・김지수, 2023). 이를 계기로 유산 분야의 본격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초연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으며(국립문화재연구소, 2020; 국립문화재연구원, 2022; 문화재청, 2022b) 이를 토대로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문화재청, 2023)이 수립되어 유산 분야 전반에서 대응정책이 적극 시행되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러나 고민해보아야 할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국토, 해양, 수산 등 타분야와 달리 유산 분야는 국가유산을 보호하고 길이 보전하는 것이 최우선에 있으며, 따라서 원형을 보존하고 현상 변경을 최소화하는 기존의 보수적인 문화유산 보존 원칙을 넘어서는 적극적인 대응 수준에 대한 유산 분야 내부의 합의가 쉽지 않다. 또한 유산 분야 내에서 그간의 문제 해결방안들이 근거했던 문화재 보존과학, 고고학, 고건축, 미술사학 등 한정된 분야만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단기 및 중장기적 시야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기후변화는 글로벌하게 전 부문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로컬 스케일에서 현장(site)마다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므로 전체론적(holistic) 접근을 요한다는 점에서 간학문적 성격을 지니며 자연과 인문을 아우르는 지리적 관점은 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과 전망을 살펴보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지리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현안을 검토하고 향후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리나라 국가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국내외 유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현안 및 정부 정책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이루어진 노력들과 연구된 내용을 검토하였다. 이를 토대로 지리적 관점에서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적 방향과 도전과제를 짚고 지리학의 기여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2. 우리나라 국가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과 사례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위협이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경우 현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까지는 그 영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2)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개발, 오염, 삼림훼손 등 기존의 비기후적인 인위적 압력과 더불어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유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사례들을 중심으로 크게 여섯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해수면 상승에 따른 해안침식과 만성 침수

기후변화로 인한 국가유산의 직접적인 피해사례로 만성 침수를 겪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주 사계리 용머리 화산쇄설층을 들 수 있다. 산방산 앞 용머리 해안으로 알려진 작은 곶을 따라 분포하는 용머리 화산쇄설층은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체의 퇴적암층으로, 신생대 응회질 퇴적암이 오랜 기간 퇴적과 침식에 의해 용의 머리처럼 보이는 경관적 가치도 지닌 곳이다. 용머리해안 기후변화홍보관 관계자 면담 결과에 따르면 쇄설층 노두를 따라 조성된 파식대 상의 관람로는 처음 조성되었던 1987년에는 만조 시에도 침수되지 않았으나(연합뉴스, 2014; 용머리해안 기후변화홍보관, 2022;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09), 최근으로 올수록 만조나 높은 파도로 인해 연중 출입이 불가능한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서귀포시가 집계한 연도별 종일 관람일수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2011년에 214일이었으나 점차 줄어 2022년에는 31일을 기록했다(서귀포시, 2023; 세계일보, 2015). 천연기념물 제주 수월봉 화산쇄설층 해안절벽은 급격한 대규모 붕괴를 겪고 있으며, 지난 36년 동안 최소 3m에서 최대 13m 후퇴하면서 사질 해빈이 점차 확대되는 변화를 겪고 있다(정승호, 2022). 그 외에도 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 송악산,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대 등의 연안 지형・지질유산이 침식과 침수에 직면해있어 문화재청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에 있다.

2) 기상재해 현상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 변화

기상재해 현상의 빈도, 강도, 지속기간 변화에 따른 피해도 유산 분야에서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유산 피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풍수해는 극한성이 심화되고 있는 강수 추세와 비례하여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김지수, 2023b). 태풍의 경우 여름철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태풍이 2010년 이래 증가하고 있고(기상청 국가태풍센터, 2019), 상륙 직전의 태풍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의 연평균 값은 2000년부터 증가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강남영, 2023; 강현웅 등, 2018;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2019). 또한 기상청에 보고되는 연속태풍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2019년 7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등 이례적 현상들이 늘면서 유산의 태풍피해 규모도 대형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우 피해의 경우 최근 수십 년 사이 호우형태의 강수가 빈발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유산 피해규모를 대형화시키고 있다. 연간 강수일수는 줄어들고 있으나 연강수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결과적으로 비가 내릴 때 집중호우 형태로 오는 양상이 잦아지고 있고(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 2021), 국지성 호우와 돌발홍수, 산사태 발생과 관련이 깊은 연최대 일강수량과 연 최대 5일누적강수량 또한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최광용, 2022). 또한 장마 기간이 길어지면서 약화된 지반과 건물 구조물에 대한 영향이 더 커지고, 여기에 강력한 태풍이 더해져 큰 피해가 유발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호우는 그 자체로 유산 건조물의 부재 탈락 및 파손, 누수, 침수, 수목 전도 등의 피해를 유발하지만, 무엇보다도 국토의 70% 가량이 산지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특성상 유산지역 내 토사유실, 지반 불안정, 산사태 등 사면 붕괴 피해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문화유산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면붕괴 피해로는 석축이 쌓인 사면의 붕괴, 석축의 배부름 현상 및 석재 탈락과 파손, 토사붕괴로 인한 유산과 시설물 파손, 도로의 붕괴나 유실, 지반 불안정화로 인한 수목 전도 및 인근 유산에 대한 피해, 그리고 봉분이나 토성과 같이 흙으로 조성된 유산의 토사유실 등이 있다.

기후변화가 낙뢰의 빈도와 강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Yair, 2018) 낙뢰로 인한 유산 피해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20년간(2002~2021) 연도별 국내 낙뢰 발생횟수와 평균강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대강도는 오히려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기상청 종합 기후변화감시정보, 2022년 12월 2일).). 그러나 보다 이전 추세를 검토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전국 평균 낙뢰일수는 1980년대 12.1일에서 1990년대 14일, 2000년대엔 17.4일로 늘어났으며, 1988~1997년 10년과 2002~2011년 10년을 비교한 결과 낙뢰 빈도는 177만건에서 485만건으로, 낙뢰 강도의 평균값도 6.9kA에서 21.6kA로 증가했다(엄효식 등, 2012). 낙뢰로 인한 대표적 유산 피해로는 노거수의 고사, 유산지역 전기・소방시설의 파손 및 고장을 들 수 있다. 서천 신송리 곰솔의 경우 2002년 남쪽 줄기에 낙뢰를 맞아 큰 손상을 입었다가 2011년 태풍 메아리로 완전히 파손되어 지정해제된 바 있다. 익산 신작리 곰솔의 경우 2007년 낙뢰로 인해 껍질이 벗겨지는 등 상처가 생긴 후 2008년 고사하였다. 영암 도갑사 해탈문(국보), 나주향교 대성전(보물), 진주성(사적), 신안 김환기 고택(국가민속문화재)등은 낙뢰로 인해 불꽃감지기, 화재수신기, 급수펌프, 감시카메라 등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지금까지의 낙뢰 피해는 식물유산의 피해, 유산 방재시설의 파손 등에 그쳤으나, 향후 낙뢰 강도 증가에 따른 화재 및 산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이전보다 재난이 빈발하고 대형화되는 상황 속에서 손상된 방재시설은 피해예방 및 재난 발생시 긴급대응에 차질을 일으킬 있다.

3) 중장기적인 기온・강수 패턴 변화에 따른 재난 양상 변화

기후요소의 중장기적 변화로 산불 발생율이 증가하고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산지 유산 보존에 대한 위협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은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 비율이 높은 임상구조와 산악지형을 지닌 가운데(행정안전부, 2019), 계절적으로는 최근 20년간 3~5월의 봄철에 산불의 56%, 특히 2~5월에 대형산불의 95%가 집중된 양상을 보인다(산림청, 2024). 게다가 봄철 기온 상승, 강수량 부족, 가뭄일수 증가 추세는 봄철 대기와 토양을 더욱 건조한 환경으로 만들고 있고, 그에 따라 화재 확산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산불 발생건수는 1990년대부터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이명옥 등, 2012), 특히 2020년대(2020~2023) 발생한 산불 피해면적이 1970년대부터 기록된 총 피해면적의 44%를 차지한다는 점(산림청, 2024년 3월 22일)은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한다. 2023년 4월 대형산불로 기록된 강릉 산불의 경우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화한 불길이 경포호로 급속도로 확산되어 약 1.5km 떨어진 곳에 있던 비지정문화재 상영정이 전소되고, 시도유형문화재인 강릉 방해정은 부분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중앙일보, 2023). 한때 보물로 지정된 강릉 경포대 근처까지 불길이 번졌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22년 우리나라 역대 최대 산불로 기록된 동해안 산불 때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울진 화성리 향나무 등 노거수 3그루가 산불 위험에 직면했던 바 있다(문화재청, 2024년 3월 22일)). 산불 발생 증가 및 피해규모 확대는 그 자체로도 유산의 보존에 위협적이지만, 이후 산사태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기환 등, 2022)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4) 이상기후

단발성의 강도 높은 이상기후로 인한 유산 피해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령 2021년 1월 초순 발생했던 한파는 전국적으로 강도 높은 추위를 가져왔지만 특히 호서 및 호남과 같이 상대적으로 덜 추운 남부지방에서 극심한 추위를 기록했다. 1월 8일 전라남도 해남 기온이 -17.1℃로 해남 관측역사상 최저기온을 갱신하였고, 전북 신덕 -26.2℃, 진안 -24.6℃ 등이 기록되었다(기상청 날씨누리 , 2024년 3월 22일)). 이 한파로 인해 천연기념물 담양 관방제림을 이루는 177그루의 나무 중 60%를 이루는 난대수종 푸조나무 103그루 새싹가지의 70% 이상이 동해(凍害)를 입었다(조선일보, 2021). 당시 1월 8일 담양군의 최저기온은 -19.1℃였다(기상청 날씨누리, 2024년 3월 22일)). 5월 하순에 들어서 뒤늦게 새싹이 돋아나긴 했으나, 그 사이 관방제림을 둘러싼 지역사회에서는 불안감이 조성되고(담양곡성타임즈, 2021a, 2021b; 조선일보, 2021) 예년에 비해 방문하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결과(담양곡성타임즈, 2021b)가 나타났다. 겨울철 평균기온이 점차 상승하고(국립기상과학원, 2018), 1970년대 후반 이후 한파일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2024년 3월 22일)),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이상한파는 경년변동성이 매우 뚜렷하며(최광용・김준수, 2015) 장기적으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Sung et al., 2023).

중장기적 이상기후로 인한 유산 피해도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이 이상기후로 보고한 2010년대 후반 장기간의 가뭄(관계부처합동, 2020b)은 기후 변동에 특히 취약한 내륙습지 등지의 환경 변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 한정된 지역에만 서식하는 보호종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천연기념물 물거미는 국내에서 강원도 연천군 은대리 습지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으로, 해당 습지 일대에 2007년 39,899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연천군, 2021). 그러나 1974년 이래 100일 이상의 기상가뭄이 나타난 해가 증가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2014년부터 최근 10년간 가뭄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기상청 기후과학국 수문기상팀, 2024). 그 동안 내륙습지에서는 수목이 자라는 육지화 양상이 진행되었고 물거미 개체수가 급감하여 2020년 1533마리에 그쳤으며, 이는 아직까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연천군, 2021).

5) 생태계 변화

열대・아열대 기후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지가 확장됨에 따른 자연유산 및 문화유산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먼저 열대・아열대 생물종과 충돌하게 된 기존 온대 생물종 중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에 민감한 생물종이 열세를 띠고 있으며, 특히 법적 보호종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해역 서식 연산호종인 해송과 긴가지해송의 폐사 현상을 들 수 있다. 국내 연평균 해수면온도가 1970년대 이래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한국해양자료센터, 2024년 3월 22일) 난류성 지표종인 담홍말미잘, 보키반타이끼벌레 등의 유해 해양생물이 제주 해역까지 올라옴에 따라 해송 및 긴가지해송이 있는 연산호 군락을 뒤덮어 집단폐사하는 사례가 2020년 확인되었다(녹색연합, 2020). 흰개미와 같이 문화유산에 피해를 입히는 기존의 난대성 가해생물종이 기온 상승에 따라 더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되어 유산 피해가 확대되는 경우도 들 수 있다. 특히 겨울철 기온의 상승으로 흰개미의 활동기간이 과거 대비 최대 2개월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며, 외래흰개미의 발견 사례 또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Kim and Kim, 2023, 2024). 지난 100년(1920~2019년) 동안 흰개미의 연평균 활동일수는 212일에서 228일로 16일 늘었으며, 흰개미 활동량이 늘면서 개체 하나가 연간 섭식하는 목재의 양도 같은 기간 6.958mg에서 8.107mg으로 12.7% 증가했다(김시현 등, 2023). 남한의 국가지정 목조건축문화재 대상 2016~2019년 조사 결과 흰개미 탐지견의 반응과 육안 조사 중 하나라도 피해가 확인된 대상은 89.5%에 달한다(김시현・정용재, 2023). 기후변화로 인해 이미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흰개미종들의 활동 기간과 범위, 활동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외래 흰개미의 지역 적응이 가능해지면서 목조건축물에 대한 피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3. 국내외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동향 및 정부정책

1) 국제사회의 동향과 현안

문화 및 자연유산 부문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대응의 필요성에 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공식적으로 상정한 2005년부터이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2007). 이를 기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세계유산의 기후변화 피해사례 수집과 「세계유산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정책문서(Policy Document on the Impacts of Climate Change on World Heritage Properties)」 작업을 시작하였다(Colette, 2007;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2007, 2008). 2007년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발표된 이 문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유산협약의 역할과 관련하여 채택된 첫 공식문서로, 세계유산의 신규 등재신청, 모니터링, 위험유산 등재, 정기보고, 보존・관리계획, 보존・관리체계 등과 같은 협약 내 절차에 기후변화 요인과 관련된 세부절차와 항목들이 반영되어야 함을 지적하였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2008). 위해성 있는 현상/인자의 종류, 유산의 유형, 지역적 특색에 따라 더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후변화 현상 등에 대한 정보가 보다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 또한 포함되었다.

국제사회 유산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한발 앞섰던 것은 자연유산 부문이었다. 자연유산 부문은 일찍이 기후변화 위협이 생물종과 생태계를 중심으로 가시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세계유산위원회의 자연유산 부문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이하 IUCN)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모니터링, 정기추적, 자연유산의 탄소배출 감축 기여도 연구 등이 수행되어왔다(IUCN, 2024년 3월 22일). 최근 들어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문화유산 부문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이하 ICOMOS)를 중심으로 한 기후행동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2017년 ICOMOS 총회에서 기후행동을 위해 문화유산 커뮤니티를 동원할 것을 약속하는 결의안이 채택되고, 같은 해 ICOMOS 내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실무그룹(Climate Change and Cultural Heritage Working Group: CCHWG, 현 기후행동 실무그룹)이 조직되어 도구 및 정책 개발, 국제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다(ICOMOS, 2024년 3월 22일)). 이 그룹이 발간한 기후변화와 문화유산에 대한 최신 보고서(ICOMOS CCHWG, 2019)는 자연유산 부문에 비해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인지가 늦었던 문화유산 부문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세부적으로 기후적 위협을 정리하고 범주화한 동시에,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문화유산의 기여 가능성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뤄진 그간의 작업들이 유산 분야 내에서의 현황 파악 및 유산 커뮤니티 인식 제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실무그룹은 유산 분야 밖으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서 Google Arts and Culture와 협력하여 세계유산을 매개로 기후행동 촉진을 꾀하는 온라인 전시 프로젝트(Heritage on the Edge, 2024년 3월 22일)), 문화, 유산,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공동후원회의(International Co-Sponsored Meeting on Culture, Heritage and Climate Change 홈페이지)의 정기개최 등을 들 수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위기의식은 2019년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 및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서 더욱 부각되었다. 회의 주관자인 그리스정부는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와 COP25의 부대행사로 ‘문화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도전에 맞서며(Climate Change Impacts on Cultural Heritage: Facing the Challenge)’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가 문화・자연・무형유산에 대해 미치는 영향 문제와 함께 피해 모니터링, 혁신적 기술 접목 사례, 정책적 대응 모범사례 공유가 이루어졌다(Climate Change Impacts on Cultural Heritage: Facing the Challenge, 2024년 3월 22일). 이 자리는 기후변화 관련 주류 논의에서 유산에 대한 고려가 중심이 된 첫 국제사회 공식석상이었다는 점에서 유산 커뮤니티에서 고무적으로 여긴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첫 번째 기후변화 정책문서 이후 당사국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오랜 논의 끝에 2023년 제24차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개정 정책문서가 채택되었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2023). 이 문서는 2030년까지 당사국들이 유산 가치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을 가늠하기 위한 ‘기후위험 평가’, 기후위해요소의 모니터링과 리스크를 줄이는 ‘기후 적응’, 탄소흡수원인 자연생태계 보호 조치를 포함하여 순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장려하는 ‘기후 완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지식 공유 및 역량 강화’의 네 가지 목표를 상정하고 있다(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2023). 개정 문서는 이들 목표 달성을 위한 이행을 위해 다섯 가지를 전제하고 있는데, 이는 유산적 가치에 대한 기후관련 위험의 식별 및 관리 조치의 통합, 국제・국가・로컬 수준에서 기후행동의 설계・계획・이행 내 세계유산의 통합, 다양한 이해관계자 및 권리보유자와 함께 유산지역・국가・국제 차원에서 기후변화의 현재 및 미래 영향 평가와 관리 도구 및 방법 개발, 저탄소 및 기후회복력 확보를 위한 유산의 기여, 장소기반 접근 및 문화-자연의 통합적 접근방식으로 요약된다(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2023). 위 전제를 바탕으로 기후행동 이행 과정에서 강조되는 점은 기후변화 위해성/취약성/위험의 평가, 국가 기후변화 전략・계획 및 유산 보존・관리계획에의 기후변화 관련 사항 삽입, 유산현장에서 기후변화 영향에 관한 기초자료 및 기후변화 대응조치의 효과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데이터 확보, 이행 과정에서의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협력이다.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당사국들로 하여금 유산 대상의 기후 적응과 완화(탄소배출 감축)를 위한 정책과 조치를 이행케 하는 동력이 되고 있는데, 그 근간에는 기후변화 영향 분석과 대응 툴킷 개발을 가장 먼저 시작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이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이 있다.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자금조달 하에 이뤄진 범유럽 연구프로그램(FP, Framework Programme) 중 FP6에서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기후변화 영향 분석 연구가 포함되었고, 그 결과 세계 최초의 문화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 연구로서 기후변수별 건조물 문화유산 재질(목재, 석재, 벽돌, 금속)별 손상함수를 개발한 Noah’s Ark 프로젝트(2004~2006)가 이루어졌다(European Commision CORDIS 홈페이지). 온도, 습도 등 기후변수에 따른 유물 손상정도를 추정하는 손상함수가 기존에는 주로 실내의 안정된 기후환경 하에 보존되는 동산문화유산에 대해 한정적으로 개발되었다면(김지수, 2023a), 이 프로젝트는 이를 더 확장하여 야외 건조물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수는 무엇이고 손상함수는 어떻게 구성되며 이를 토대로 향후 100년 유럽지역의 손상정도가 어떠할지를 지도화하였다(Sabbioni et al., 2010).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7개국 10개 기관이 참여했던 Noah’s Ark의 후속연구로 진행된 FP7 하 Climate for Culture 프로젝트(2009-2014)에서는 총 14개국 27개 기관이 참여하여 기후변화 피해 모델링, 고해상도 위험지도 작성, 모니터링 기술개발, 문화유산 관리자 지원도구 개발 등을 수행하였다(Climate for Culture, 2024년 3월 22일)). 이후 FP가 개편된 HORIZON2020에서도 문화유산과 기후변화 연구가 포함되어 보다 세분화되고 고도화된 위험지도, 피해예측, 피해방지 처리제 개발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European Commision, 2024년 3월 22일).

2) 우리나라 유산 분야의 관련 정책과 연구 동향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저탄소 녹색성장’이 정부 운영목표로 설정됨에 따라 정부기조에 따른 여러 노력의 일환으로서 문화재청이 2010년부터 기후변화 대응 기획연구를 시작하였다(국립문화재연구소, 2010, 2011, 2013; 문화재청, 2011, 2014). 이들 연구는 문화유산특화기술 조사 연구, 흰개미 등 목조문화재 가해생물 조사 연구, 천연기념물 관련 기획연구들이 주를 이룬다. 일련의 연구를 토대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문화재보호종합대책’(문화재청, 2012)도 수립되었으나 예산과 인력 문제뿐 아니라 인식 부족으로 인해 유산현장에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러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우리나라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 의지와 법적 근거를 확립하면서 적응과 완화대책에 대한 유산 분야의 참여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2018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채택, 2019년 IPCC의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유럽의 그린딜, 일본의 2050 탈탄소사회 실현계획, 중국의 2060 탄소중립, 미국의 청정에너지혁명 등 세계 주요각국의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졌다. 이에 우리나라도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및 탄소중립 목표를 명확히 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법)을 제정하면서 기후위기 적응 및 탄소배출 감축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게 되었다. 특히 적응 정책의 중심에는 탄소중립법의 전신인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의거하여 2010년부터 5개년 단위로 시작된 적응 부문 최상위 정부대책인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이 있다. 유산 분야의 경우 농림, 국토, 해양, 수산 등 타분야에 비해 비교적 늦게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16~2020)부터 자연유산 부문이 참여하였고, 문화유산 부문은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부터 참여하여 관련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연유산을 담당한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에서는 육상・산림생태계, 해양・갯벌・담수생태계, 도서생태계를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영향 모니터링, 국가보호 지역 확대 및 관리 강화, 지속적인 생물종 발굴・확보 및 유전자원 활용,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고유종 보호, 유해 해양생물 관리 및 해양 유전자변형생물체 안전관리를 계획 및 시행하고 있다(관계부처합동, 2015; 2020a). 문화유산을 담당한 국립문화재연구원 안전방재연구실에서는 기후변화에 취약한 문화재 관리 강화를 위하여 세부 계획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문화재 재해영향 분석, 문화재의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연구, 문화재 적응능력 제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관계부처합동, 2020a).

탄소중립법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근거한 유산 분야 관련법으로는 문화재보호법이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제4차 ‘문화재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2017~2021)’, 제5차 ‘문화재 보존・관리・활용 기본계획(2022~2026)’, ‘제1차 문화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 연구개발 기본계획(2021 ~2025)’, ‘포스트코로나 문화유산 미래전략’ 내에 기후위기 적응 및 탄소배출 감축 관련 대책이 포함되어 이뤄지고 있다. 자연유산 부문의 경우 적응대책에 포함된 과제들과 연동된 동・식물종 및 서식환경 주기적 모니터링, 종합 데이터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자연유산 특화 법제 마련, 생태계 기능 회복사업, 동・식물종 증식・복원 및 유전자원 보존체계 사업 등이 주요내용을 이루고 있다(문화재청, 2017; 2022a). 문화유산 부문은 방재기반 확충사업과 함께 드론, AR, VR, 지능형 영상정보, 디지털트윈 등 최신기술 활용 방재기술과 콘텐츠 개발, 목조문화재 가해생물종 피해예방기술 개발, 근・현대문화유산의 신재생에너지 활용 에너지효율 제고 사업, 친환경 운송수단/전력망 인프라 조성사업, 친환경공조시스템, 보존소재 등 개발 및 생산기술 실용화 사업 등이 포함되어 현재 진행 중이다(문화재청, 2017; 2020a; 2020b; 2022a). 문화재보호법에서 나아가 변화된 문화재 정책환경을 반영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새롭게 재편 및 정비되어 2024년 5월부터 시행되는 국가유산기본법은 제22조3)에 기후변화 대응 조항을 담고 있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유산 보호에 있어서 기후변화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2010년대 초반에 이뤄졌던 일회성의 기획연구 이후 한동안 그쳤던 유산 분야 기후변화 연구는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전 부처의 적극적인 기여가 요구됨에 따라 2021년부터 재개하여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건축문화재 기후변화 및 신종재난 대응 기획연구’(2020), ‘우리나라 문화・자연유산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과 과제’(2022), ‘문화재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 수립 연구’(2022)를 수행하고, 이를 토대로 2023년 7월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2023~ 2027)’을 발표하여 문화재청 내 전 부서의 대대적인 참여가 계획되어있다. 이는 주요 적응대책으로서 데이터 축적 및 분석, 기후변화 영향분석 및 위험도 평가 및 관리체계 구축, 모니터링 체계 고도화, 재난대응체계 강화, 기후변화 대응기술 연구개발(R&D) 확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주요 완화대책으로는 유산지역 탄소흡수 가치 평가, 문화・자연유산 보호지역 확대, 친환경 전통재료 진흥대책 등이 포함되어 있다.

4. 지리적 관점에서 본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단기 및 중장기적 도전과제

기후변화 문제는 실로 복잡한 양상을 띤다. 세계유산보고서(Perry and Falzon, 2014)에 따르면 유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에 앞서 기후변화 문제가 지닌 복잡성은 다음의 여섯 가지 측면으로 정리된다. 첫째, 문제를 확인 후에 해결책을 구하는 기존의 접근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은 직접적인 급성적 또는 만성적 피해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인간활동과 연결되어 간접적이고 복잡한 방식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둘째, 모든 대책은 임시 또는 잠정적이며 정치적 공약, 예산, 이해관계, 인적 자원, 시간 및 에너지 등의 제약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기후변화 문제가 끝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완벽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는 ‘대단히 중요함-심각함-잠재적으로 심각함-아직 당면하진 않음’ 등의 수준이 있으며, 이에 따라 대책도 ‘효과적’, ‘임시적’, ‘이상적이나 큰 비용 소모’ 등으로 구분된다. 이러한 대책은 기회, 자원, 가용성 등을 고려하여 유산지역에 적용되어야 한다. 넷째, 각 유산현장별 문제는 고유의 독특한 특성을 지니며 각 대책들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다섯째, 많은 대책들은 실패 위험이 크고 그러한 실패를 회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자연유산의 경우 생태계 수준에서의 모든 시도는 비용이 크고 복잡하며, 어느 정도의 실패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 및 강수 패턴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므로 이전에 시도한 방법을 다시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여섯째, 분명하게 인지할 만한 더 나은 대체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가능한 대책이 많을 수도 있고, 일부는 다른 곳에서 이미 시도해본 것이거나,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시행착오를 통해 최선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Perry and Falzon, 2014).

그럼에도 우리 유산이 직면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시간과 자원을 활용하여 기후위기 적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 기후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하루빨리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앞서 살펴본 국가유산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 유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 관련 국내외 현안 속에서 일련의 연구와 정책을 밑바탕으로 최근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유산 분야 기후변화 대응의 기틀을 마련한 상황이다. 본 연구는 이에 근거하여 유산 내 세부분야별 기반연구와 유산현장 적용을 계획 및 이행해나감에 있어 보다 실효성 있는 기후변화 대응계획의 결과를 도출하고 이 구조의 유연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단기와 중장기로 구분하여 지리적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때 Fatorić and Daly(2023)가 제안한 기후스마트 문화유산(Climate-Smart Cultural Heritage) 프레임워크에 토대하여 단기 및 중장기적 도전과제를 정리하였다(그림 1). 기후스마트 문화유산 프레임워크는 유・무형유산 보존・관리・활용 체계를 친환경적이고 기후 회복력을 갖추도록 변화시키는 기후행동(climate action) 접근방식이다. 이는 유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유산 분야 적응대책을 개발 및 이행하는 것, 유산이 탄소배출 감축의 이점을 제공하는 것, 유산이 인간 안보를 강화하는 것 세 가지를 목표로 한다.

1) 단기적 기후변화 대응

이는 기후변화 영향에 노출됨이 분명하고 관련 이해관계자가 적은 유산지역을 식별하여 시・공간적으로 작은 규모로 낮은 수준의 적응 및 완화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는 것이다. 적응의 경우 매년 반복되는 단기적인 기후 위해요소를 파악하고 사전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유산 분야 기후위기 적응 및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단기적 대책들로 다음을 들 수 있다.

(1) GIS 기반 기후변화 관련 공간정보의 적극 활용

그간 우리나라 문화재 분야에서의 GIS 활용 수준은 고고유적 발굴 정보를 지도화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산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위해요소 및 그 정도를 가장 손쉽게 파악하기 위해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구축한 기후변화 및 재해 관련 공간정보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산사태와 산불을 예로 들 경우 산림청의 산불상황관제시스템,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 산사태정보시스템, 산림재해 통합관리 시스템, 산지전용통합정보시스템 등이 있으며,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기후변화에 따른 산사태 위험지도과 예보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그 외에도 해양환경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및 국립해양조사원, 홍수 주무부처인 환경부 및 국토교통부, 기후변화와 관련한 기상청, 환경연구원 등 여러 곳에서 각종 재해 위험지도와 취약지역 설정 작업을 활발히 생산하고 있다. GIS를 기반으로 한 공간정보를 문화재 관리에 적극 활용한다면 재난 발생 전에 유산이 위치한 지역의 위험성을 파악하여 현장조사와 관련 부대논의를 통해 유산현장에 사전대비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재난 발생 시에는 즉각적으로 유산소재를 파악하고 재난 규모에 따른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환경부 홍수위험지도, 산림청 산사태위험지도, 산불취약지도 등을 토대로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한 유산을 파악하고, 모니터링시 이와 관련한 내용을 면밀히 점검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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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지리적 관점에서 본 유산 분야 단기 및 중장기적 기후변화 대응 도전과제

(2) 유산 및 주변 자연환경 정보를 반영한 기후변화 위험 평가 도구의 개발

우리나라 유산을 대상으로 한 기후변화 위해성, 취약성, 리스크를 정량화하는 평가 방법론을 개발하는 것 또한 시급한 적응대책이다. 우리의 유산이 기후변화로부터 어떠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러한 결과를 기반으로 중장기적인 기후위기 대응책을 개발하여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때 기존 유산 분야의 접근처럼 문화재구역이라는 공간적 범위 내 당해유산만 고려하는 것이나 공학적 접근법에 기반하여 재난 발생의 원천봉쇄에만 초점을 두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 우리나라 유산 분야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지역별 다양한 패턴과 향후 전망, 그것이 지역 유산(특히 유산적 가치)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 지역 내 다양한 유산 종류와 우리나라 유산의 특성,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역량을 모두 고려하여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작업은 이전에 주로 유산 분야에서 의존했던 학문적 범위를 넘어서 기후학, 수문학, 지형학, 환경지리학, GIS 등의 지리적 관점과 방법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UNESCO 세계유산센터 기후변화 정책문서 개정판에서도 2030년까지 당사국들이 세계유산의 기후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와 역량을 갖출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포함하고 있는 것(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2023)도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국립문화재연구원이 2021년부터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으로 문화재의 기후변화 취약성 평가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고, 2023년 7월 문화재청이 발표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에서 이를 포함하여 평가도구 개발을 적극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3) 유산 보존・관리에 적용가능한 기후변화 적응 기술 및 방법론 발굴을 위한 간학문적 검토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적 기술 개발이 완료되기 이전에 유산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접근법과 기술, 방법론을 유산 분야 안팎에서 적극 발굴하는 것이다. 특히 문화유산 분야의 경우 그간 유산 보존・관리를 위한 기술 및 방법론은 문화재 보존과학, 고고학, 건축학 등에 기반하였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개별유산 자체에 가할 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지표환경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기존 유산 분야 내 기술 및 방법론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하여 간학문적인 시야에서 유산현장에 적용할 만한 기술과 방법론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미 개발된 유산 보존 및 관리 기술 중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진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된 ‘기와 고정장치 및 이를 포함하는 기와지붕(특허 등록 제10-1990849호)’와 같은 기술은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유지하면서 강풍으로 인한 기와 피해를 줄이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타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 중에서 문화유산에 적용 가능한 것들을 활발히 탐색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가령 변화하는 기후 하 장기적 관점에서 해안사구 등 지형・지질유산의 복원, 보전을 위해서는 지형학적 방법론의 탐색이 필요할 것이다. 태풍・강풍에 대비한 건축공학적 구조 및 재료 보강기술, 여름철 습윤기의 연장 추세에 따른 사면 불안정성 증가 위험에 대비한 산림공학 및 지반공학 기반 기술의 탐색 등도 필요하다. 또한 문화유산의 흰개미 피해와 관련하여서도 피해 사전예방을 위해 흰개미 유입방지장치 도입, 토양처리제 사용, 군체제거제 도입 등 보다 적극적인 선제적 방제가 제안된 바 있다.

(4) 유산 활용에서의 탄소배출 감축

유산 활용은 주로 관광산업과 연관되며, 관광 분야에서 탄소배출이 많이 이뤄지는 지점은 방문객 이동과 관련된 수송 부문이다. 이에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유산지역으로의 관광객 유치 및 이동에 대한 패키지화와 이벤트화를 통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일례로 제주관광공사에서 싱가포르자동차협회와 협업하여 2017년부터 전기자동차를 활용한 친환경 여행상품을 만들어 싱가포르 관광객을 성공적으로 유치해왔다(제주관광공사, 2022년 12월 2일). 유산지역 내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마련하거나 내부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한 대책이다. 또한 유산 보호 및 관리를 위한 부대시설을 친환경 건물로 전환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수 있으며, 방문객들의 숙박 및 편의시설에 제로에너지 건축방법을 도입하기 위한 인센티브제도 운영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고고학적 발굴 후 정비과정에서는 잔디 대신 탄소 흡수를 돕는 수목을 식재하는 등의 방법을 적용하여 탄소 발생을 줄이고 탄소 저장을 촉진할 수 있다.

(5)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 및 기후대응 역량 강화

지역 공동체와의 협력은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그리고 유산현장 차원에서 이행될 때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단기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할 과제이다. 세계유산협약 차원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에 지역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점이 앞으로 더 강조될 것이며 이를 위한 방법론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사항들이 지적된 바 있으며(조유진, 2022), 기후변화 정책문서 개정판에서도 이 측면이 매우 강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당해유산이 취약해지기도 하지만, 이에 연관된 공동체 원주민이나 지역주민과 같이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이들의 역량에 따라 유산의 보존과 관리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당해유산과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함께 고려해야 할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ICOMOS와의 협력으로 오스트레일리아 제임스쿡대학교에서 개발한 기후변화 취약도지수 개발사례의 경우 유산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지역 공동체에 관한 부분도 평가 지표로서 포함하고 있다(Day et al., 2020; Climate Vulnerability Index, 2024년 3월 22일). 그러므로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유산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지자체 및 현장 관리자, 지역주민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들과의 협력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조치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의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한다. 한 예로는 문화재청에서 추진 중인 '당산나무할아버지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자연유산 마을공동체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이를 통해 2022년 3월 동해안 지역에서 발생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규모 산불로부터 천연기념물을 보호하기 위해 마을주민이 실제로 기여한 사례가 있다. 문화유산의 흰개미 피해 등과 관련한 시민과학 프로그램 또한 지역 공동체 및 일반대중과의 협력뿐 아니라 이들의 기후변화 대응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유산현장 차원에서의 이행조치 사례로서 제안될 수 있을 것이다(김시현・이상빈, 2022). 지역사회와의 협력과 소통을 통해 로컬에서 나타나는 환경 변화, 생태계 변화 등의 양상을 인지하고, 호우, 태풍, 산사태, 산불 등 재난상황시 유산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지역주민 및 일반대중이 참여하는 유산 관리 프로그램과 이를 지원하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 및 발전시키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제도의 개정과 수정을 계속해나가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체계와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분야간 협력을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 확보, 다면적 거버넌스 체계 확립과 제도의 강화 등이 중요한 기반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

2) 중장기적 기후변화 대응

중장기적 기후변화 대응은 더 넓은 시・공간적 스케일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된 높은 수준의 대책을 마련 및 시행하는 것이다. 유산 분야에서의 적응 및 완화를 위한 중장기적 대책들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1) 당해유산 및 주변환경을 포괄하는 순환적 모니터링 체계 구축

기후위험 평가로부터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데이터 수집과 이를 위한 체계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은 국내외 문화・자연유산 분야에서 매우 강조되고 있다(김시현・이상빈, 2022; 오충현, 2022; 정승호, 2022; 조유진, 2022).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유산에 대하여 일상관리, 정기조사, 정밀안전점검을 통해 보존 및 관리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당해유산에 대한 모니터링만 진행되어온 점이다. 자연유산의 경우 유산구역 내의 현황, 문화유산의 경우 건조물, 유적, 서적, 회화, 조각 등 당해유산의 보존 현황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루어져왔다. 지역별로 유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 요인을 식별하고 이에 따른 특정 유산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당해유산(구역)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주변환경을 포괄하는 모니터링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생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실효성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모니터링이 반드시 필요한 항목을 선정하고, IoT 등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정기적인 현장조사를 수행하며, 더 효율적이고 신뢰도 높은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2023년 발표된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계획에는 이러한 모니터링 체계의 고도화가 주요 적응대책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때 기후 적응적 관리를 위해 기존의 유산 모니터링 체계에서 체질적으로 개선 및 보완되어야 할 점은 선형적 모니터링 체계에서 순환적 모니터링 체계로의 전환이다. 자료 수집, 문제 발견, 대책 마련, 대책 적용의 단속적인 순서를 가진 현재의 모니터링 체계를 넘어, 대책의 실제 효과를 추적하고 평가하기 위한 자료수집도 포함하여 이러한 데이터를 계속해서 분석하고 중간평가를 통해 각 유산지역에 맞는 적응대책을 조정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즉, 현 상황과 전망되는 변화에 대한 ‘분석’, 그에 토대하여 수립한 대응책의 유산현장 ‘적용’, 적용한 대책의 결과 추적 및 ‘평가’, 대응책을 ‘개정/수정’하여 유산현장에 다시 시도하는 것이 하나의 순환주기를 이루며 지속되어야 한다(Perry and Falzon, 2014).

(2)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적용가능한 전통 지혜와 토착 지식・방식 발굴

기후위기 적응 및 탄소배출 감축 모두를 위하여 유산현장에 적용할 만한 전통 지혜와 토착 지식 및 방식을 조사 및 발굴하고, 이들의 유산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제강점기의 문화 말살정책과 이어진 6.25전쟁, 그리고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무형유산적 가치를 지닌 많은 전통 지혜와 방식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현재 기후위기에 직면한 우리 유산의 가치와 진정성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서 기후변화 대응방안으로 적용 가능한 전통적인 방식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산불 위험 저감을 위해 제안되는 자연기반해법(NBS)적 접근의 내화수림대 조성 논의는 조선시대에 이미 일부 사찰 주변에서 방화와 방풍을 목적으로 채택된 방식 중 하나였다(염대봉・박선욱, 2018). 이는 기온 상승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으면서도 산불 위험을 키우는 침엽수림을 대체하면서 경관을 훼손하는 인공적인 방재시설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전통적인 지혜를 활용하여 산불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계유산센터(UNESCO World Heritage Convention, 2023)에서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문화경관 유산의 경우 유산 지역에서 관습적, 전통적 방식으로 생활하고 토지를 관리하는 지역민들의 관리 방법이 존중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3) 지속가능성,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의 시너지 찾기

현재 우리나라 유산 부문은 보존・관리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상황으로, 중장기적으로 유산의 생애주기 과정 속에서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조상순・ 김지수, 2023). 이와 관련하여 문화유산의 보존 및 관리 측면에서 친환경적 재료를 적용하는 것이 권고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산적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 재료를 개발하는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문화유산의 관리 및 활용 측면에서 역사적 건물의 수리와 리모델링 및 재사용을 통해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지역 공동체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적 사례들(Mileto et al., 2021; Zeidler and Hari, 2019; GML Heritage, 2024년 3월 22일)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산 활용 측면에서도 방문객들의 숙박 및 편의시설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과 처리방식을 개선하여 자원 선순환 체계가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유산을 통한 지속가능성의 추구는 국가유산의 보호가 곧 유엔이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따라서 국가유산을 보존, 관리, 활용하는 방안 및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4) 유산의 적응과 완화를 위한 자연기반해법 적용방안 모색

국내외 산림, 도시, 해양 등 여러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NBS)을 유산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에 적용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적극 모색해보는 것 또한 기후적응과 완화 모두를 위한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그에 기반한 생태계의 보호 및 지속가능한 사용・관리를 위한 완화 조치이지만, 기후 적응의 측면에서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를 지녀 2022년 유엔환경총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서 당사국들이 이를 적절하게 고려할 것을 권장한 바 있다(United Nations Environment Assembly, 2022). 산림/해양 부문의 경우 자연기반해법은 산림 조림/재조림, 산림 식생 개선, 맹그로브숲/해안습지 복원 등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도시부문의 경우 도시 숲, 녹색 통로, 열린 녹지 조성, 건물 녹색화와 옥상정원, 하천 재자연화, 인공 내륙습지 조성 등을 통해 도시의 물과 건강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꾀하고 있다(이우균 등, 2023). 대표적인 예로 도시홍수, 폭염, 생물다양성, 에너지 저감 등 각기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5개도시가 참여한 GrowGreen Project(2017- 2022)를 들 수 있다(GrowGreen Project, 2024년 3월 22일). Coombes and Viles(2021)은 도시지역 건축유산에 자연기반해법을 적용하는 데 있어 자연기반해법과 건축유산이 서로의 성공적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고찰한 바 있다.

(5) 유산 보호지역의 확대

유산 분야에서 중장기적인 과제로 꼽히는 것은 보호지역의 확대이다. 이는 기후위기 적응대책으로서 유산을 보호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산이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특히 자연유산은 주변 생태계 및 생물다양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주변 활동이 유산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는 국가의 직접 관리대상인 문화재보호구역이나 천연보호구역의 확대이나, 현실적인 난관이 많아 국가 기후변화 대응계획에서는 그보다는 좀 더 유연성 있는 확보가 가능한 기타 효과적인 지역기반 보전수단(Other Effective Area-based Conservation Measures, OECMs)의 잠재적 후보지 선정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문화유산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문화유산은 주변의 녹지와 산림이 경관상 중요한 역할을 하며 유산의 가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산 보호지역의 확대는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3) 단기 및 중장기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접근법

우리나라 유산 분야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단기 및 중장기에 걸쳐 지속적 적용이 필요한 접근법과 계속 진행되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아래는 이러한 접근법과 과제에 대한 고려사항이다.

(1) 유산지역 너머의 공간적인 맥락에 대한 고려

일찍이 세계유산보고서는 가장 성공적인 기후변화 적응전략으로서 유산지역을 더 큰 경관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 바라보고, 유산적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유산지역 밖 행위들의 맥락에서 현지의 유산적 가치를 다루는 것을 꼽았다(Perry and Falzon, 2014). 이는 지리학에서는 기본적인 접근법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지리학은 지역 또는 지역 내 특정대상을 고찰할 때 지역 내부의 요소뿐 아니라 지역 경계 너머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과 프로세스, 인문적 맥락을 함께 고려하며 이들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려 한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으로 개별 유산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그 너머의 맥락까지 고찰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는 인간이 정한 구획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공간적 스케일상 유산지역 너머의 활동은 해당 유산지역의 생존력과 지속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유산지역 안팎의 상이한 요구들을 조정 및 조화시키는 유산관리자의 역량이 중요하다(그림 2). 가령 우리나라 유산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피해양상 중 하나인 여름철 사면붕괴 문제는 문화재구역 내부 사면뿐 아니라 구역 밖 상류부에서부터 내려오는 지표수와 지하수에 대한 고려를 동반되어야 한다. 또 다른 예로서 보호종이 서식하고 있는 문화재구역 너머의 거주지, 농림어업 활동, 대기/수문/토양시스템 등에서 발생한 문제는 필연적으로 문화재구역 내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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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유산지역 밖 환경과 행위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Perry and Falzon (2014), 그림 속 캡션은 저자가 번역함)

(2) 장소 기반 접근방식

장소 기반 접근방식(place-based approach)은 2023년 기후변화 정책문서 개정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전제로서 제시된 것이다. 장소 기반 접근방식은 E. Relph가 1976년 󰡔장소성과 장소상실󰡕에서 의미있는 장소들의 생활세계를 설계하는 접근의 공식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에서 시작하여,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의미있는 참여와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지역의 고유한 요구사항을 충족하면서 지역사회의 강점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김덕현 등(역), 2005; 오성훈 등, 2018; Queensland Council of Social Service, 2019)(그림 3). 기후변화는 지구 전역적인 현상이지만 지역마다 다른 기후변화 양상이 나타나고 그것이 지역의 각 유산에 미치는 영향 또한 다르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과 유산현장 차원 모두에서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때 당해유산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자연과 문화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원주민과 지역사회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지역 및 장소 특성에 근거한 연구와 결과 분석, 지역 차원에서 적용 가능한 실행 계획의 수립과 활용 도구 및 방법의 개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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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장소 기반 접근의 특징(Queensland Council of Social Service (2019), (그림 속 국문캡션은 저자가 번역한 것임)

5. 결론

기후변화는 그 자체로 유산의 원형 보존을 위협하는 요소이지만, 그 변화속도 또한 심각한 위험을 야기한다. 현재의 급격한 변화율은 과거 세월 동안 더디게 변화해온 지구의 지질, 지형, 토양, 수문, 생태 환경과 그 위에서 발전한 문명의 수용 한계를 넘어서며, 이는 우리의 유산에 점진적이면서도 급격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5년 세계유산위원회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유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협이 처음 부각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접근, 기술, 방법론이 검토되고 사례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세계유산센터, ICOMOS, IUCN, ICCROM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연구 및 사례조사가 계속되고 있으며, 유럽, 호주, 아프리카 등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은 EU의 지원을 받아 이미 2000년대 중반에 건조물 유산을 중심으로 재해 측면의 위협과 점진적인 위협을 정량화하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향후 전망을 도출하였다. 이어 유산의 범위를 확대하고 연구결과를 세부적이고 심층적으로 발전시키며,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연유산 부문에서는 동・식물과 생태계에서의 위협을 일찍 인지하고 2010년부터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을 통해 적응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유산 부문의 기후변화 대응은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부터 시작되었고, 2023년 국가유산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을 기점으로 더욱 적극적인 세부정책 마련과 시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본 연구는 우리나라 유산 분야에서 그간 확인된 기후변화 영향의 양상과 사례, 관련된 국내외 기후변화 대응 현안과 정책 현황을 최대한 담고자 하였다. 또한 기존 유산 분야가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데 기반했던 보존과학, 고고학, 건축, 조경 등에 근거한 접근법에서 나아가 지리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단기 및 중장기적 도전과제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검토 결과는 유산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개별 유산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유산 분야에서의 효과적인 기후 적응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기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앞서 기술된 단기 및 중장기 접근법과 대책뿐만 아니라 해외사례 연구와 국내 유산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는 유산 위협요인에 대응하던 기존 접근법에서 한발 나아간 시야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문제의 핵심은 그것이 한정된 유산지역이 아닌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서 원인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서 기인하며 그 결과는 인간사회 전 방위적으로 복합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 영향이 유산지역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유산 특성별 적응대책 마련과 함께 궁극적으로 탄소배출 저감과 탄소 흡수 증진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 중 특히 유산 보호와 보전 측면에서 중요성이 큰 적응대책의 경우 기후적 요인과 비기후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여 기후변화 대응계획상 대책을 수준별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낮은 수준의 적응대책은 일반적으로 경제적 비용이 적게 들고 이해관계자가 적으며 적용한 대책에 대해 신속한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기후변화의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위험에 따른 유산적 가치 보호 측면에서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편 높은 수준의 적응대책은 통상 비용이 많이 들고 다양하고 많은 이해관계자가 관련되어 있어 이들 간 의견을 조율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며, 대책 적용 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일이 걸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유산현장에서 나타나는 결과는 낮은 수준의 대책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적절한 전략은 낮은 수준의 대책과 높은 수준의 대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다(Perry and Falzon, 2014). 즉, 기후과학 자료와 전망에 토대하여 장기적인 계획과 시행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단기적이고 직접적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대응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의 기후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장기적으로는 태풍의 강도 증가와 호우로 인한 강수량 증가로 유산의 풍수해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봄철 대형산불이 대규모화되는 추세 속에서 화재 위험 또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유산 보존 원칙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여 적극적인 유산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편 기후적 요인들로 인한 영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비기후적 요인으로서 개발, 오염, 삼림훼손 등의 문제뿐 아니라 고령화와 인구절벽 문제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현 시점에서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지역의 공동화, 그로 인한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 및 적응능력 퇴보, 이와 연계된 지역 유산의 방치, 전승 단절, 멸실 가능성은 기후적 위협과 함께 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존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기후변화는 특정 분야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유산 보존・관리 기관 또는 관계자들만으로는 독립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며, 보다 넓은 분야간 정보 및 책임 공유가 필요하다. 즉, 유산 분야 이외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주요 정책과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다양한 정부 부처, 기관,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유산 보존 및 보전과 직결된 지자체 및 지역사회 공동체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간 기후변화뿐 아니라 환경, 빈곤, 질병 문제 등 현대사회의 현안을 다루는 데 있어 지리학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문화연구, 정책학 등을 넘나들며 문제해결을 고민해왔다는 점에서(유근배, 2010) 유산 분야에 대한 사회적인 기여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서 지구가열(global heating) 시대에 직면한 우리나라 국가유산의 지속가능한 보전을 위해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지리학적 통찰력과 상상력을 발휘해볼 시점이다.

Acknowledgements

본 논문은 2024년도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에서 수행하는 문화유산 재해영향 분석 및 피해저감 연구(NRICH-2405-A65F-1)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연구 결과이며, 󰡔우리나라 문화・자연유산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과 과제󰡕(국립문화재연구원, 2022) 내 저자가 작성한 원고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1] 1)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분류한 14가지의 세계유산 위협요인은 다음과 같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홈페이지, 2024b).: 건물과 개발(Buildings and Development), 교통인프라(Transportation Infrastructure), 에너지(가스・전기・수도) 및 기타서비스 인프라(Utilities or Service Infrastructure), 오염(Pollution), 생물자원의 이용/변경(Biological resource use/modification), 물적 자원 채굴(Physical resource extraction), 물리적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 여건(Local conditions affecting physical fabric), 유산의 사회적/문화적 이용(Social/cultural uses of heritage), 기타 인간활동(Other human activities), 기후변화 및 악천후 현상(Climate change and severe weather events), 갑작스러운 생태학적/지질학적 현상(Sudden ecological or geological events), 침입종/외래종 또는 과잉종(Invasive/alien species or hyper-abundant species), 관리 및 제도적 요인(Management and institutional factors), 기타 요인(Other factor(s))

[2] 2) 유산지역의 피해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 자명한 일례로 태평양 도서지역의 해수면 상승 및 해안침식에 따른 유산 손상을 들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라파누이(Rapa Nui) 국립공원의 모아이 석상의 90%가 해안을 따라 분포하고 있는데, 가속화되고 있는 해안침식으로 인해 낙하 및 손상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Heritage on the Edge). 집중호우가 빈발하고 전보다 더 자주 비가 내리면서 습윤해진 건조기후지역의 유산 피해사례도 있다. 페루의 찬찬 고고유적의 경우 강수현상이 드문 지역 기후특성을 반영하여 점토벽돌을 주재료로 건설된 고대문명 유적이다. 최근 수십년 동안 엘니뇨 현상의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강수량이 증가하고 지하수면이 상승하여 건물 기초부가 습윤해지고 염분으로 인한 구조물 오염이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UNESCO World Heritage Centre 홈페이지, 2024c). 그 외에도 다양한 사례를 세계유산센터 발간 보고서 󰡔Case studies Case Studies on Climate Change and World Heritage󰡕(Colette, 2007)에서 확인할 수 있다.

[3] 3) 국가유산기본법 제2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22조(기후변화 대응) 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환경 변화나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기후변화가 국가유산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국가유산의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조사하여야 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라 조사한 내용을 진단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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