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의 말단부에 위치하는 소비자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이제 다양한 유통기관과 유통경로를 통해 재화・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소비자는 의식주생활에서 너무나 많은 소비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 등에서도 아주 다양한 소비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소비활동을 지리학에서 다루기에는 너무나 광범위한데 이를 사회성, 소비자의 주체성, 공간성의 관점에서 검토한 이 책의 원저는 2005년에 출간되어 신간서평을 하기에 시간이 너무 늦은 감이 있으나 번역판이 신간이고, 또 국내의 유통지리학 관련 저(역)서들이 많지 않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은 7개 장과 57개의 많은 보충내용 글상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장(소비의 지리)은 序章으로서 소비가 어떻게 개념화되고, 비판적 사회과학으로서 소비의 지리가 공헌한 점과 소비의 공간성 발달과정, 사회성, 주체성에 대한 연구 및 이를 뒷받침하는 권력에 대한 연구로 소비가 지리학에서 어떻게 문제시되고 중요성을 갖는지 유의미한 점을 제시했다. 2장(역사)에서는 소비의 지리와 관련된 17~18세기의 근대적 소비기, 19~20세기의 근대적 소비 강화기, 20세기 후반 이후 후기모던의 연대기를 각각 검토하고, 현대소비를 둘러싼 논쟁 및 후기모던니즘적 조건과 연관된 이론을 개관했다. 그리고 공간과 스케일이 형성되는데 소비가 갖는 중요성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중세부터 발생한 소농사회 정기시부터 나타난 소비활동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3장(공간)에서는 소비 공간, 장소, 스케일이 형성되는 방식 및 이와 관련된 권력이 모든 스케일과 각각의 수준에서 행사되고 장소화 되는 권력의 기하학1)적 구조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과정간의 상호관계도 살펴보았다. 그런데 본문 중에 소비를 하는 남녀가 가정에서 활동하는 역할을 기술한 점은 주제의 의도에서 벗어났다고 하겠다(137-144쪽의 내용).
4장(정체성)에서는 상품의 구매와 관련된 실천력의 사고로서 정체성의 형성과정과 수행성의 개념으로 소비, 체화, 배치의 관계를 살펴보고, 소비자의 주체성과 공간과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인 통찰을 음식의 지리로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가 피상적이고 개인적이며 수동적인 행위라는 관점에는 반박을 했다. 그러나 신체문제, 체화와 자리 잡음 연결하기, 소비정체성 위치 지키기에서 인간의 모든 생활을 다루고 있으나 소비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기술했으면 한다(167쪽 이하 내용). 5장(연결성)에서는 생산과 소비를 연결시키는 상호의존성의 다양한 관점으로 상품사슬, 공급체계, 상품회로2), 그리고 행위자 네트워크의 네 가지 연결 접근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언급했지만 이들과 소비생활과의 관련성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서 생산과 소비의 연결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장의 내용을 2장 다음에 제시해 전체적인 상품흐름을 파악한 후 소비현상을 독자들이 이해하게끔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6장(상업문화)에서는 음악, 맥도날드, 마오리족 관광을 대상으로 생산과 소비를 통해 상업문화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경제와 관행, 공간간의 연결로 검토했다. 그런데 이들 대상은 소비와의 관련보다는 그 자체 권력의 기하학에 너무 치중했으며 공연음악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비자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상업공간의 문화에 대한 서술도 누락되었다. 7장(도덕성)에서는 지리학에서 소비를 연구하게 된 배경은 도덕적 입장을 비판적으로 개입하고 변형 가능한 숙고할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소비의 윤리적 지리, 소비자 관행의 불균등한 지리는 윤리적 행동과 주체성의 수준에서 만드는 것이라 했다. 그리고 정치와 실천에서는 제1~3세계에서의 음식소비 실천의 차이를 정치적 인식으로 살펴보았다. 그런데 윤리적 소비의 내용인 공정무역과 윤리적 소비(234-237쪽의 내용)는 5장보다는 이 장에서 다루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유무형의 포괄적인 사회 환경을 대상으로 재화・서비스를 충족하기 위한 소비현상이 나타나는 장소를 다양한 접근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정치경제학과 후기구조주의를 연구하는 원저자는 머리말에서 소비의 영역이 폭 넓다고 하며 아주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시했으나, 그 내용은 개론적인 연구동향으로 공간을 통해 소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자 사람과 사물의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될 수 있음을 나타내고자 했다. 또 원저자는 소비지리학을 소비 그 자체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소비를 둘러싼 넓은 범위의 환경으로서 광고, 미디어, 상품, 사회, 문화, 경관 등의 범학문적인 주제를 다루며, 이에 공간성, 사회성, 주관성을 통찰하는 다양한 소비의 지리학을 지적하면서 소비자행동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또 너무 광범위한 담론과 접근방법으로 소비 용어 그 자체와 관련된 피상적인 연구를 소개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소비지리학으로 체계화할 것인가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이에 덧붙여 소비자의 경제생활 영위를 포함해 소비자의 불만 또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소비자 권리, 소비자 니즈와 상품개발, 소비자 지향적인 시장 환경의 조성 등에 대한 연구동향은 향후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한편 옮긴이에게는 왜 이 책을 선정해 번역하게 되었는지, 또 원저에는 없는 副題를 넣은 이유를 옮긴이의 말에 넣었으면 하고, 독자의 편의를 위해 옮긴이의 역주로서 필요한 용어가 다수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정보를 친절하게 제공했으면 한다. 그 한 예로 18쪽의 재주술화(reenchantment)3)를 들 수 있다. 번역은 원전을 이해하기 위한 문화적인 배경지식과 옮기는 언어가 정확하고 문학적인 문장력이 필요하며, 추상적이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을 알기 쉽게 옮기는 것은 모든 번역자에게 어려운 작업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옮긴이가 그간 노력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