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선행연구 검토
1) 우리나라의 도시체계 분석 연구
2) 네트워크에 기반한 세계 도시체계 분석
3. 분석자료와 분석방법
1) 분석자료의 구축
2) 분석방법
4. 공공부문 업무 네트워크를 통해 본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특성
1) 공공기관 업무 네트워크의 분포 특성
2)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본 도시별 영향력
5. 요약 및 결론
1. 서론
21세기 들어 우리나라 국토정책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균형발전, 그 중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균형발전이 되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를 거치면서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점차 가속화되어 왔으며, 2020년대에 들어서는 수도권 지역의 인구가 비수도권의 인구를 추월한 상태이다. 서울로의 인구 및 기능 집중은 서울 뿐만 아니라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통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을 도시로 변화시켰으며, 그 중 일부는 전통적인 지방 중심도시들을 넘어서는 인구 규모를 가진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의 기능을 보완하는 광역 중심도시로서 위상이 확고하였던 부산, 대구, 광주 등의 주요 광역시마저도 인구와 산업기능 유출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면서 지방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국토정책의 현안과제에 맞춰 특히 참여정부 시기를 기점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기능을 지방으로 분산하기 위해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의 건설과 각 지역별 혁신도시의 건설이라는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되었으며, 비슷한 시기에 충남, 경북, 전남의 광역지자체 도청이 광역시 지역을 떠나 해당 지자체 지역으로 이전하면서 국가 차원의 행정/업무 기능의 공간적 재편이 급격하게 이루어져 왔다.1) 이러한 국토 공간체계의 변화는 당연히 지역 간 특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개별 도시들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20년 가까이 진행된 국가 차원의 기능 재배치 과정의 영향이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도시체계에 어떠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도시체계에서 중심성(centrality)은 중심도시가 제공하는 기능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중심지가 제공하는 재화와 용역의 수, 규모, 성격을 고려하여 중심지 계층의 수준을 파악한다. 전통적으로 도시의 위상은 상주인구라고 하는 일반적 지표를 통해 주로 논의가 되었지만, 실제 도시의 중요성은 절대적인 인구 규모가 아니라 다른 도시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더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도시 연구에 있어서도 네트워크 관점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Beaverstock et al., 2000; Pan et al., 2017). 즉 기존의 단순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한 중심도시-주변도시, 수위도시-하위도시의 논의에서 벗어나 지역 간 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21세기 들어 이루어진 국토 공간의 기능적 재배치의 결과로 만들어진 현재의 도시체계를 네트워크 차원에서의 도시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것을 통해 그 양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Taylor(2001)가 제안한 이후 세계도시 네트워크 분석에서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Interlocking Network Model)을 국내 도시체계 분석에 적용하여, 공공부문의 기관 내부 광역 업무 네트워크의 지리적 분포 형태를 통해 우리나라의 도시들의 기능상의 네트워크를 파악하고 이를 분석함으로써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계층성과 관계성을 새롭게 파악해 보고자 한다.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구성된다. 우선 2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를 분석한 선행연구와 본 연구에서 적용한 연구방법과 관련한 문헌들을 검토해 연구의 필요성과 차별성을 도출하였다. 3장에서는 연구에 사용한 분석자료의 범위와 구축방식,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을 응용한 분석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4장에서는 설정한 분석방법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우리나라 도시체계와 도시별 영향력의 특성에 대한 해석을 시도하였으며, 5장에서는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연구의 의의와 한계, 그리고 후속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2. 선행연구 검토
1) 우리나라의 도시체계 분석 연구
크리스탈러(W. Christaller)가 중심지 이론을 통해 ‘규모가 작고 많은 수의 저차 중심지와 규모가 크고 적은 수의 고차 중심지’로 이루어지는 도시의 규모와 수, 분포에 관한 법칙을 제시한 이후로(안영진 역, 2008), 특정 국가나 지역 내에서 도시들 간의 관계를 의미하는 도시체계에 대한 관심은 도시지리학의 전통적이고 주요한 주제 중의 하나로 다뤄져 왔다. 개별 도시는 하나의 전체적인 시스템으로서의 도시체계를 구성하는 일부이기 때문에, 도시의 성장과 쇠퇴와 같은 변화의 과정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 뿐만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시스템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도시체계는 복잡하게 구성되고 작동되지만, 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계층적 형태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크리스탈러도 주민 수를 이용해 도시의 규모를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고 익숙한 방식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듯이, 도시체계의 계층적 특성을 분석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은 인구 규모를 활용하는 것이다. 즉 인구가 많은 큰 도시들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보유하고 시스템 내에서 보다 높은 위계를 가지게 될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구 규모를 활용하여 특정한 국가의 전체적인 도시체계의 특성을 밝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순위규모법칙(rank-size rule)이다. Zipf(1949)는 ‘최소 노력의 원리(Principles of least effort)’를 통해 인간은 행동을 선택할 때 인지적, 물리적, 시간적 차원에서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가지며, 이러한 인간 본성에 따라 도시의 인구 규모 역시 일정한 반비례적 관계를 형성함을 밝혔다. 순위규모법칙은 도시의 인구 순위와 그 규모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지수인 q값의 변화를 통해 전체적인 도시체계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q값이 1인 경우, 즉 인구수 2위인 도시가 인구수 1위인 수위도시 인구의 ½, 인구수 3위의 도시가 수위도시 인구의 ⅓ 등으로 이어지는 규칙성을 띄는 경우를 균형적 도시체계이자 비교의 기준점인 순위규모분포(rank-size distribution)로 설정한다. 이보다 q값이 크게 나타나는 경우는 종주분포(primate distribution)라고 불리는데, 이것은 그만큼 전체적인 도시체계 내에서 수위도시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나면서 강한 계층성을 가진 도시체계를 의미하게 된다(손정렬, 2020; Jefferson, 1939; Zipf, 1949).
우리나라의 도시체계 분석에서도 순위규모법칙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도시지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연구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권용우(1998)와 이현욱(2017)의 연구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q값은 1955년에 1.07로 순위규모분포에 가까운 형태를 보였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서울의 거대화에 따라 1960년대부터 q값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1980년대 정점을 찍은 이후 q값은 다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이것은 서울의 영향력이 약화되었다기 보다는 주로 서울의 영향을 받는 주변 수도권 도시의 인구 증가에 따른 결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계층적 구조가 약화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이현욱, 2017).
도시들 간의 외부 관계가 확대되고 긴밀해짐에 따라 도시의 중요성은 도시 자체의 규모 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들과 어떻게 연결되었는가의 측면에서도 평가된다. 1990년대 이후 도시를 고립된 지리적 단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s) 관점에서 도시를 여러 네트워크가 상호작용하고 교차하는 결절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가 보편화되고 있다(김묵한 등 역, 2008; Pflieger and Rozenblat, 2010). 따라서 기존의 상주인구라고 하는 정적인 인구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도시 간에 이루어지는 흐름(flow)을 분석해 도시 간의 상호적 관계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즉 도시를 기능의 보유 정도나 지역 내부의 수요라는 기능(function)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만들어지는 흐름의 결절점(node)으로 이해하고 그 위치성을 파악하고자 한다(Pain et al., 2024). 특히 다양한 사회 네트워크 분석기법이 개발됨에 따라 여러 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연결(link)을 통해 도시들 간의 상호작용과 체계를 파악하는 방법들이 도시체계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도시연구에서도 이러한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의 직접적 행위 주체가 아닌 도시를 하나의 행위자로 보고 그 상호작용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자료는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지역 간 이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서영창・최원회(2018)와 김효성・구동회(2019)는 각각 통계청의 통근통행량 O-D 자료와 교통연구원의 통행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 각 도시들의 네트워크 중심성을 구하고 이를 통해 도시체계의 계층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직접적으로 도시체계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도시들의 영향력의 공간적 범위를 파악하는 도시권 분석 연구도 중심도시의 기능적 영향 범위와 주변도시와의 포섭관계를 밝힌다는 점에서 도시체계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로 볼 수 있는데, 노승철 등(2012)은 통근통학, 일상통행, 인구이동 자료를 활용하여 지역 간 연계성을 분석하여 각 도시권의 공간적 범위를 설정하면서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도시 간 관계의 특성을 밝혔다.
직접적인 사람들의 이동 이외에도 도시들 간의 연결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도시체계를 분석하는 데에 활용되기도 한다. 윤철현・황영우(2012)와 이지민・오윤경(2018)은 전국의 화물물동량 O-D 자료를 활용하여 네트워크 중심성 지수를 구해 도시 간 관계를 확인하였으며, 최재헌・박은선(2013)은 동일하게 네트워크 중심성을 활용하였지만 데이터는 지역 간 여객버스의 노선수와 운행수를 계량화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이외에 기업별 구매・공급업체의 거래망 DB를 활용한 조성철(2019), 박소현 등(2020)과 같이 기업 간 거래망 역시 도시 간 연결관계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다만 현재까지 많은 연구들이 다양한 방법과 자료를 활용하여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를 분석하였지만, 선행연구들이 가지는 연구자료와 방법론적인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서영창・최원회(2018)와 김효성・구동회(2019) 등의 연구와 같이 도시 간 관계를 나타낼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인구이동 데이터는 연결의 강도가 도시의 인구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인구에 기반한 도시체계를 상당 부분 표현할 수 밖에 없다. 최재헌・박은선(2013)이 사용한 여객버스 노선 수 역시 여객수요의 규모가 도시의 인구 규모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인구이동과 같은 속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인구이동은 도시 간의 물리적 거리에 따른 국지적 영향관계 역시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도시체계를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를 가진다(박소현 등, 2020). 기업 간 거래망이나 화물 물동량 데이터의 경우 인구이동에 비해 물리적 거리에 따른 제약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산업적 특성에 따라 제조업, 특히 분공장과 하청기업의 입지는 비도시 지향성을 보일 수 있으며 화물의 이동은 항공 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실제 이동의 목적지가 최종 수요지를 표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데에는 활용이 제한적일 수 있다(조성철, 2019; Igliori et al., 2012).
이에 비해 본사와 지사 등 기업의 내부 업무 네트워크의 구성과 지리적 입지는 명확한 의도와 목표를 가지고 공간적 입지를 결정한다(Alderson et al., 2010). 특히 본 연구에서 분석대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공공부문의 경우 대부분 전국 단위의 업무를 수행하며, 시장원리에 따르기 보다 행정적, 정책적 효율성과 지역 간 서비스의 형평성 확보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에(조승현・김경모, 2012; Kresl, 2016) 국내 도시 네트워크 상의 주요 거점도시들에 지사를 설립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즉 공공부문은 전국에 균질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을 통해 기관의 고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에 따른 도시 기능의 영향력이 다른 데이터에 비해 적게 반영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국 단위의 도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데 적합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공부문은 최근의 국토 균형발전 정책 추진에 따른 주요 이전대상이 되면서 변화된 현재의 도시체계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특성 역시 가진다. 또한 대부분 기관 홈페이지나 정부 차원의 정보공개를 통해 기관정보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측면에서 정량적 분석을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기 유리하다는 장점 역시 가지기 때문에 네트워크 관점의 도시체계 연구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기존 선행연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분석자료가 될 수 있다.
2) 네트워크에 기반한 세계 도시체계 분석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세계 경제는 빠르게 도시를 중심으로 공간적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국가 단위의 도시체계 분석을 넘어 세계의 여러 도시들 간의 관계와 계층성을 밝히려는 연구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 도시체계에 대한 분석은 국가 내 도시체계 분석과 스케일의 차이 이외에도 여러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상이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도시들 간의 관계성과 계층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국내 도시체계 연구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세계 도시체계 분석에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다양한 데이터와 분석방법을 활용하여 세계 여러 도시들 간의 상호관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도시체계 연구에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참고할 수 있다.
국가가 아닌 도시를 글로벌 스케일에서 일어나는 상호관계의 핵심적인 주체로 이해하고자 하는 인식은 Friedmann (1986)의 세계도시 연구에서부터 본격화 되었다. Friedmann (1986)은 1970년대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의 재구조화 과정에서 초국적 기업의 본사와 국제금융이 집중하고 교통통신의 결절지가 되는 세계도시(world city)의 출현과 그 특성을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Friedmann은 초국적 기업의 본사, 생산자서비스 기업 등의 분포를 바탕으로 세계도시를 중심부와 반주변부, 그리고 그 속에서 다시 1차 세계도시와 2차 세계도시로 구분하는 방식으로 주요 도시들을 몇 개의 위계를 가진 계층적 체계로 분류하였다. 이 때 세계도시 체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핵심국가의 1차 세계도시는 시카고, 프랑크푸르트, 런던, 로스엔젤레스, 뉴욕, 파리, 로테르담, 도쿄, 취리히 등이 해당한다(Friedmann, 1986). Friedmann과 유사하게 세계도시(Global City)의 개념을 제시한 Sassen(1991)의 경우에는 뉴욕, 런던, 도쿄와 같이 고차생산자서비스기업이 입지하는 도시를 세계도시의 주요 특성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초국적 기업의 본사를 주요 요소로 설정한 Friedmann과 구분된다. Sassen은 기업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법률, 회계, 마케팅 등과 같이 기업 활동을 보조하는 전문적 서비스에 대한 아웃소싱 필요성이 높아지게 되기 때문에, Friedmann의 설명과 달리 초국적 기업의 본사의 입지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차생산자서비스 기업이 집적한 곳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바라보았다. 즉 Friedmann이 세계도시의 특성을 전 세계적 관리통제센터로 설정하였다면, Sassen은 고차생산자서비스가 고도로 집적된 최상위 글로벌 서비스센터로 규정한다(손정렬 등, 2018).
Friedmann과 Sassen의 연구가 세계도시의 특성과 도시 간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였다면, 최근의 세계도시 연구들은 실제적인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도시 간 네트워크의 구체적 양상을 탐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상품, 자본, 정보 등 다양한 물질적, 비물질적 흐름을 바탕으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도시가 다른 도시와 맺고 있는 관계에 기초해서 도시 간의 상호연계와 그에 따른 위상과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도시체계 연구에서 인구이동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반면, 세계 도시네트워크에서는 이러한 데이터의 활용이 상당 부분 제한되기 때문에 도시 간 통행을 나타낼 수 있는 자료로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제항공 네트워크 데이터이다(박용하, 2021; 이호상, 2010; Derudder and Witlox, 2008; Mahutga et al., 2010; O’Connor and Fuellhart, 2012; Smith and Timberlake, 1995 등). 다만 국제항공 네트워크는 O-D 관계가 명확하고 데이터가 풍부하다는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Hub-Spoke 방식으로 운영되는 항공네트워크의 특성으로 인해 실제적인 개별 도시들 간의 이동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물리적 이동을 수반하지 않는 통신 네트워크도 도시 간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는 분석자료로 활용되는데, 인터넷 통신망 백본 네트워크의 도시 간의 인터넷 연결 대역폭을 바탕으로 도시관계를 파악하고자 하기도 하였다(Choi et al., 2006; Tranos and Gillespie, 2011 등). 세계화된 경제 활동의 핵심 주체가 되는 기업의 네트워크 역시 세계도시를 계층성을 파악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Hussain et al.(2019)은 3,000개의 다국적기업의 80만 개 지사망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개별 도시들의 네트워크 중심성을 측정하여 세계도시의 지위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세계 도시체계를 분석한 많은 연구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P. Taylor가 주도하는 세계도시 연구집단인 Globalization and World Cities Research Network(이하 GaWC)이다. GaWC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도시체계 분석을 위해 주로 기업 내부 조직망을 활용하여 세계 도시체계 분석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데, 주요 참여 연구자들의 직접적인 연구와 함께 관련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1998년부터 매년 분석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제공하는 개방형 연구교류 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어 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손정렬 등, 2018). 기업은 도시 내 활동의 주요한 행위자이면서 그들의 활동이 공간적으로 특정한 지역에만 매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 간 네트워크는 도시 간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효율적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특히 Sassen이 세계도시의 특징으로 강조했던 고차생산자서비스업 기업의 경우 글로벌화되는 세계 경제에서 도시 경쟁력의 핵심으로 간주되면서 세계도시 네트워크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Beaverstock et al., 2000; Pan et al., 2017). Taylor는 도시 자체가 네트워크의 행위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도시 간 연결의 흐름을 실행에 옮기는 행위자로 도시 내에 입지한 기업들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고, 이들의 합이 도시 간 네트워크의 강도를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Taylor, 2001; Taylor and Derudder, 2016). Taylor가 제안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은 계량화가 어려운 실질적인 기업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대리지표로 기업 내부의 본사, 지사 등의 입지를 활용하는데, 동일 기업의 사무소가 입지한 도시들 간에는 실질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하며 그 상호작용의 강도는 중요한 사무소가 입지한 도시들 간의 관계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전제 하에 그 연결성을 측정한다. GaWC에서는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을 바탕으로 2년 주기로 세계도시들의 영향력을 평가하여 Alpha(++, +, 0, -), Beta(+, 0, -), Gamma(+, 0, -) 레벨로 분류하여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가장 최근 발표자료인 2024년 GaWC 세계도시 목록은 175개의 선도적인 고차생산자서비스 기업이 입지한 785개 도시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였다.2)
GaWC의 세계도시 체계와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은 개별 도시들 간의 국제적 업무 네트워크의 분포와 그 연결성에 기반한 글로벌 스케일에서의 분석이다. 하지만 글로벌 스케일에서 작동하고 있는 이러한 네트워크의 분석단위를 국가 단위의 스케일로 재조정(re-scaling) 한다면 기업의 업무 네트워크와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이라고 하는 분석 도구는 국내 도시들 간의 관계와 위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실제 Pan et al.(2017)의 경우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관계맺음이 발생하는 고차생산자서비스 기업과 클라이언트 기업 간의 입지 관계를 네트워크로 구축하여 중국의 국내 도시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데에 적용하였다. Yang et al.(2022) 역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에 기업별 중요도를 추가해 영향력을 차별적으로 고려한 Interlocking-Affiliate Network Model을 통해 중국 내부 도시 네트워크의 특징을 파악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의 업무 네트워크는 세계도시 분석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국 차원의 도시 간 네트워크를 확인하고 도시들의 위상을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물론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의 활용에서 역시 분석 대상이 되는 대상 기업의 선정에서부터 자료의 구득, 그리고 개별 기업의 상이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균질하게 측정하여 도시 네트워크를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하나의 확립된 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Taylor, 2001; Taylor and Derudder, 2016). 또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에서는 동일 기업의 사무소가 공통적으로 위치하는 것만으로 도시 간 상호작용이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도시 간의 상호작용이 실제에 비해 과대측정 될 수 있으며, 비교적 소수의 기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 큰 기업의 양태가 전체 결과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점에서(Neal, 2012; Rozenblat, 2010 등) 활용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여 분석대상을 선정하고 분석방법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3. 분석자료와 분석방법
1) 분석자료의 구축
세계도시의 개념과 특성을 제시한 Friedmann(1986)의 선구적 연구에서부터 시작하여 GaWC 연구집단에 이르는 일련의 연구들은 기업 활동을 중심으로 세계 도시 네트워크의 특성을 분석하였다. 이것은 점점 긴밀해지고 있는 세계 도시들 간의 관계들이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를 구성하는 주요 행위자인 기업들의 분포와 업무 네트워크가 글로벌 도시들 간의 상호작용을 잘 드러내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의 공간적 스케일을 국내 단위로 재조정하여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광역 단위 지사망의 분포를 데이터화고 이를 분석하는 것을 통해 국내 도시체계를 분석하였다.
분석의 공간적 단위는 개별 도시가 되는데, 이 때 ‘도시’는 행정구역 단위가 아닌 하나의 기능적 완결체로서의 도시를 가정하였다. 즉 우리나라 행정구역 체계상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특별시와 광역시, 그리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일반시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동등한 하나의 ‘시(市)’로 간주하였으며,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진주시 등 개별 도시를 모두 동등한 하나의 분석대상으로 설정하였다. 분석 대상기관은 크게 중앙정부의 소속기관과 산하기관으로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중앙정부 소속기관은 「정부조직법」에 따른 중앙행정기관(행정부의 22개 부처, 5개 행정위원회 및 20개 독립청)3)과 그 소속기관(부속기관 및 특별지방행정기관4))이 대상이며 총 238개 기관이 해당한다. 중앙정부 산하기관은 기획재정부가 2024년 고시(기획재정부고시 제2024-3호 「2024년도 공공기관 지정 고시」)한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하며, 공기업 32개, 준정부기관 55개, 기타공공기관이 240개로 총 327개 기관이다. 따라서 전체 분석 대상기관의 수는 565개 기관이다.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565개 기관에 대해서 개별 기관의 본사 및 지역사무소의 사무소명, 소재지, 관할지역 범위, 사무소 레벨 등을 조사항목으로 선정하였다. 사무소 특성은 개별 사무소가 해당 기관 내에서 가지고 있는 위상으로, 관할지역 범위, 조직체계 등을 고려하여 본사와 부설기관, 초광역지사, 광역지사, 지역지사의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다. 초광역지사는 2개 이상의 광역권을 온전히 관할하는 지역사무소이며, 광역지사는 1개의 광역권 또는 1개 이상의 광역시・도를 관할하는 경우, 지역지사는 1개의 광역시・도 중 일부 지역만을 관할하는 경우로 설정하였다. 부설기관은 기관의 핵심업무 전반이 아닌 별도의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조직으로, 본사 등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입지한 연구소, 연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무소 특성 구분에 활용한 ‘광역권’은 개별 광역지자체 단위가 아닌 인접한 광역시와 광역도를 하나로 묶은 공간단위로 설정하였는데, 서울, 인천・경기, 강원, 대전・세종・충남, 충북, 광주・전남, 전북,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제주의 10개 광역권으로 구분하였다. 이에 따라 예를 들어 대전・세종・충남 지역에 더해 충북까지를 관할범위로 하는 지역사무소는 초광역지사로, 부산・울산・경남처럼 1개 광역권 또는 동일 광역권 내의 1개 이상의 시・도만을 온전히 관할하는 경우는 광역지사로 분류하였다. 지역지사는 1개 광역권 내에 복수의 지역사무소가 존재해 관할범위가 광역권 내 일부에 그치는 경우로 경남서부지사, 강원영동지사 등의 형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무소 레벨 항목은 해당 지역사무소가 전체 기관의 업무 네트워크 체계에서 가지는 위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사 직속의 지역사무소인 경우에는 1레벨로, 1레벨 지역사무소에 속한 하위 지역사무소인 경우에는 2레벨로 분류하였다. 예를 들어 조직체계상 본사의 바로 아래에 속하는 영남지역본부는 1레벨로 분류하며, 영남지역본부에 속해있는 부산지사, 경남지사 등은 2레벨로 분류된다.5)
조사방법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검색을 통해 개별 기관의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대상기관의 홈페이지와 공공기관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공식사이트인 알리오플러스(https://www.alioplus.go.kr)의 정보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개별 사무소의 소재지 파악 등을 위해 포털 지도 등을 보조적으로 활용하였다. 기관 정보는 조사시점인 2024년 11~12월을 기준으로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정보를 기준으로 하였으며, 따라서 개별 기관의 홈페이지 현행화 정도에 따라 이보다 이전 시점을 일부 포함하기도 한다. 조사항목의 정보들이 출처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경우 기관 홈페이지의 자료를 우선적으로 활용하였다.
지역사무소 정보는 개별 사무소별로 구축하였는데, 다만 동일한 주소지에 복수의 지역사무소가 존재하는 경우는 검토 과정에서 조직체계상 가장 높은 위계의 사무소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사무소는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예를 들어 본사와 같은 주소지에 입지한 부설기관이나 지역사무소는 최종적인 분석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광역업무 네트워크의 특성을 유지하고 각 기관 간의 지역사무소 체계 간의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사무소에 대한 조사는 2레벨까지만 진행하였으며, 특정 기관의 업무 네트워크가 전체 결과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 광역권에 각각 5개를 초과한 지역사무소가 설치된 경우에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시 단위의 특성을 파악하는 본 연구의 목적을 고려하여 동일 도시 내에 주소지를 달리하는 복수의 지역사무소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조직체계상 가장 상위의 지역사무소 특성을 해당 도시의 대푯값으로 설정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분석대상이 된 사무소의 수는 565개 기관의 2,941개이다.6)
2) 분석방법
광역 업무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국내 도시체계의 특성과 개별 도시의 네트워크 내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Taylor and Derudder(2016)가 세계도시 네트워크 분석을 위해 활용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의 방식을 차용하되, 이를 본 연구의 분석대상 특성을 고려하여 일부 조정하여 활용하였다.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은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기능 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상에서 도시의 중요도를 평가한다. 이는 단순히 도시에 얼마나 많은 사무소가 입지했는가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기능을 실질적으로 작용하도록 하는 행위자인 개별 기업의 네트워크 상에서의 연결성과 강도를 통해 도시의 네트워크 연결성을 파악하는 시도이다. 즉 같은 수의 사무소가 입지하고 있더라도 보다 더 크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기업의 주요 사무소가 입지하는 경우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그 도시의 도시 네트워크 상에서의 상호작용과 영향력은 더 클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Taylor and Derudder(2016)의 경우 개별 기업 내에서 사무소가 입지한 도시들 간에는 모두 네트워크 상의 연결과 상호작용이 발생한다고 가정하여 도시 간의 상호작용 강도를 나타내는 CDC(city-dyad connectivity) 지수는 사무소가 입지한 모든 도시들 간에서 동일하게 산출한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동일 기관의 업무 네트워크 상에서도 사무소 간의 계층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본사-광역본부-지역지사로 이어지는 계층적인 업무 네트워크를 구축한 기관의 경우 본사와 지역지사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발생하기 보다는 지역지사-광역본부, 그리고 광역본부-본사 간의 2개의 연결망을 통해 네트워크가 간접적으로 만들어진다고 판단하였으며, 공공기관의 업무 방식을 고려할 때 동일 레벨의 지역사무소 간의 상호작용은 본사-사무소 간의 상호작용에 비해 훨씬 미미하다고 판단해 지역사무소 간의 상호작용은 고려하지 않았다. 따라서 도시 간의 상호작용의 강도인 CDC 지수 값은 본사와 1레벨 사무소 간, 그리고 1레벨 사무소와 2레벨 사무소 간에만 발생하는 것으로 별도로 구분하여 구한 뒤 이를 전체 합산하여 개별 도시의 전체 상호작용 강도인 CNC(city network connectivity) 지수를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Taylor and Derudder(2016)의 방식과 차별성을 가진다. 이 방식은 민간기업에 비해 위계적 업무방식을 가지고 있는 공공부문의 업무 특성을 더 잘 반영하면서 동시에 Taylor and Derudder(2016)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시 간 연결관계의 과대측정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 더욱 적합한 방식이 된다(Rozenblat, 2010; Whetsell et al., 2021; Yang et al., 2022). 또한 사무소 간의 위계적 계층성은 고려하되, 연결된 사무소들 간에는 상호 교류가 나타난다고 평가하여 네트워크 연결의 방향성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설정하였는데, 이 역시 본사-지사의 일방적인 위계관계와 의존성을 가정하는 연구(Alderson et al., 2010)와도 차별화 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선 업무 네트워크를 통한 도시 간 관계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도시별로 각 기관의 사무소 소재 여부와 그 중요도를 담은 도시×기관 형태의 매트릭스를 구축하였다. 이 때 도시별 사무소의 중요도는 앞서 분류한 사무소 특성 유형에 대해 본사 4, 초광역지사 3, 광역지사 2, 지역지사 1의 값을 부여하였으며, 부설기관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특정 업무에 한정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광역지사와 같은 위상으로 평가해 2의 값을 부여하였다.7)
구축한 데이터를 도시×도시 형태의 일원모드 매트릭스(1-mode matrix)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도시×도시 매트릭스에서 도시들 간의 관계 정도, 즉 두 도시 간의 상호작용 강도는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의 방식을 적용해 산출하는데, 두 도시 간에 개별 기관별로 공통으로 존재하는 지역사무소의 중요도 간의 곱을 도시 단위에서 모두 합친 값인 CDC 지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때 CDC 값은 본사-1레벨 지역사무소 간, 그리고 1레벨 지역사무소와 2레벨 지역사무소 간의 곱을 별도로 구하고 이를 도시 단위에서 합산하여 산출된다. 따라서 도시×도시 형태의 일원모드 매트릭스는 결과적으로 각 도시들 간의 연결의 강도를 나타내는 CDC 값으로 표현되는 가중 네트워크(valued network)를 이루게 된다. 두 도시 간의 CDC 값을 구하는 식을 표현하면 다음의 수식 1과 같다.
, : 도시(단 ), : 기관, : 사무소 레벨, : 사무소 중요도
최종적으로 개별 도시가 도시 네트워크 상에서 가지는 영향력은 다른 도시들과의 CDC 값을 모두 합한 값인 CNC 지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의 수식 2와 같다.
, : 도시(단 ≠), : 기관, : 사무소 레벨, : 사무소 중요도
4. 공공부문 업무 네트워크를 통해 본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특성
1) 공공기관 업무 네트워크의 분포 특성
우선 구축한 공공기관 업무 네트워크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무소 분포의 일반적인 현황을 살펴보면 표 1과 같다. 사무소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사무소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바와 같이 특・광역시 등 대도시들에 가장 많은 공공부문 기관의 사무소가 분포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가장 많은 사무소가 분포한 도시는 서울특별시로 총 296개의 사무소가 입지해 있어 2위인 부산광역시의 161개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공공부문의 이전을 위해 만들어진 행정중심복합도시답게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 규모에도 불구하고 100개가 넘는 사무소가 입지해 있어 광역시 바로 다음 순위인 7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청주, 제주, 전주, 창원, 수원, 춘천 등 각 광역지자체의 도청소재지 도시들이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사무소 수에서 특징적인 것은 광역시인 울산광역시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도청소재지 도시보다도 낮은 순위인 13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며, 인천광역시도 상대적으로 적은 사무소가 분포해 광역시 군(群) 보다는 세종특별자치시와 도청소재지 도시들에 더 가까운 값을 보이고 있다. 춘천시는 도청소재지 도시들 중에서 낮은 순위로 나타나는 반면, 같은 도(道)에 속한 원주시와 강릉시가 바로 다음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지역적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사무소 분포에 있어 공공부문의 본사와 광역사무소는 전반적으로 광역시, 도청소재지 등 각 지역의 중심도시에 입지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표 1.
사무소 분포 상위 도시 현황(사무소 수 기준) (단위: 개)
사무소 유형을 고려하여 살펴보면 도시별로 조금은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우선 전체 사무소 수에서 압도적인 1위인 서울특별시의 경우 전체 사무소의 70% 이상이 본사 또는 초광역지사로 업무 네트워크의 위계상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지는 사무소인 반면, 지역지사나 부설기관의 비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공공기관의 이전을 통해 만들어진 세종특별자치시 역시 서울특별시와 비슷하게 입지한 사무소가 대부분 본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사무소 수 2위인 부산광역시와 4위인 대구광역시는 본사의 비율은 높지 않은 반면, 광역지사가 전체 사무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본사는 다른 광역시에 비해 현저하게 적은 4개 기관에 그치는 반면, 오히려 초광역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61개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광주광역시가 인접한 나주시에 전라남도와 공동혁신도시를 조성하면서 공공기관 본사의 이전이 이루어진 혁신도시를 가지지 않은 반면, 전북 또는 제주도까지를 관할하는 형태의 지역사무소가 많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무소 유형의 차이를 고려한 도시별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도시별로 각 사무소에 사무소 특성에 따른 가중치(본사 4 ~ 지역지사 1)를 적용해 모두 합한 값으로, 도시의 단순한 영향력 정도를 의미하는 CV(connectivity value)를 구한 결과는 표 2와 같다. 사무소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와 전체적인 경향은 유사하게 나타나 서울특별시가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상위도시들 중에서는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의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는 정부종합청사가 입지한 도시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높은 공공기관의 본사 역시 다수 입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나주시와 과천시가 사무소 수에 비해 CV값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보이는 점 역시도 정부종합청사와 혁신도시 입지에 따른 공공기관 본사 중심의 입지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에 비해 강릉시, 의정부시 등은 가중치를 적용할 때 순위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들 도시는 주로 강원도와 경기도의 지역지사를 중심으로 사무소가 분포한 도시라고 볼 수 있다.
표 2.
사무소 분포 상위 도시 현황(가중치 적용)
공공부문의 본사와 지역사무소의 입지는 전반적으로 서울특별시를 가장 수위도시로 하여 광역시, 도청소재지, 일반 도시의 순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정부청사가 입지하고 있거나 혁신도시 등 공공기관의 이전이 이루어진 지역들이 도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다. 즉,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구조는 유지되는 가운데, 정부 정책의 추진에 따른 변화 양상 역시 일부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본 도시별 영향력
다음으로는 본 연구에서 주 목적으로 설정한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국내 도시 네트워크의 특성을 파악하고 개별 도시들의 영향력 정도를 분석하였다. 우선 Taylor(Taylor, 2001; Taylor and Derudder, 2016; Taylor et al., 2002 등)가 제안한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을 적용하여 공공부문 업무 네트워크의 도시 간 연결상태를 시각화하여 표현하면 그림 1과 같이 나타난다. 지도상에 표현된 선은 두 도시 간 업무 네트워크 상에서의 연계가 존재함을 의미하며, 선의 굵기는 두 도시 간 공통적으로 입지한 기관에 대해 사무소 특성에 따른 가중치를 서로 곱한 값을 모두 합친 CDC 값으로 표현되는데 굵을수록 두 도시 간 연계강도가 강함을 나타낸다.
업무 네트워크의 연계망은 대체적으로 공공부문의 본사가 주로 입지하고 있는 서울과 세종, 대전 등을 중심으로 주요 광역시를 연결하는 연계망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되며, 도청소재지,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이와 연결된 다양한 형태의 연계망이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업무 네트워크의 도시 간 연결에서 연계강도가 100 이상으로 나타나는 연결(link)은 총 26개로, 그 중 절반 이상인 14개의 연결이 서울특별시를 포함하고 있는 연결이다. 도시 간 연계강도가 가장 높은 것 역시 서울특별시-대전광역시 간의 연결로 그 값이 552이며, 다음은 서울특별시-부산광역시, 서울특별시-대구광역시, 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 서울특별시-인천광역시 등 서울과 주요 광역시 간의 연결이다(표 3). 다만 광역시 중에서 서울특별시-울산광역시의 연결은 148로 다른 광역시와의 연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를 보인다. 광역시를 제외한 연결 중 가장 높은 강도를 가지는 것은 6위인 서울특별시-청주시의 관계로 서울특별시-세종특별자치시보다 강한 연계강도를 가진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며, 도청소재지가 아닌 도시 중 가장 높은 연계강도를 가지는 것은 서울특별시-원주시 간의 연결이다. 서울특별시를 포함하지 않은 연결에서 연계강도가 가장 강한 것은 대전광역시-대구광역시 간의 연결로 연계강도는 160이며, 대전광역시-광주광역시의 연결 역시 이와 비슷한 154의 연계강도로 나타난다.
표 3.
도시 간 업무 네트워크 연계강도 순위
개별 도시의 네트워크 상에서의 전체 연계강도의 합을 나타내는 CNC 값을 기준으로 도시별 영향력의 전체적인 결과와 순위를 정리하면 그림 2, 표 4와 같이 나타난다. 21세기 들어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광범위한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서울특별시는 여전히 국내 도시 네트워크의 정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다른 도시와의 격차는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물론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던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서울특별시의 영향력이 높게 나타났겠지만,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특별시의 CNC 지수는 4,613으로 2위인 대전광역시의 2배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어, 수위도시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표 4.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을 적용한 도시 영향력 순위 및 인구규모와의 비교
광역시들의 순위는 앞서 표 2에서 가중치를 적용한 도시 영향력 순위와 비슷하게 나타나는 반면, 그 아래의 순위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원주시는 비수도권 도청소재지 도시를 제치고 비광역시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보이고 있으며, 그 값 역시 광역시인 인천광역시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나주시, 진주시, 김천시, 완주군, 음성군, 서귀포시 등이 사무소 수에 비해 그 영향력이 높게 나타나는 도시인데, 이들 도시들은 모두 혁신도시 조성에 따라 공공기관이 이전이 이루어진 지역이다. 혁신도시에는 주로 공공기관의 본사들이 이전하였기 때문에 이들과 주요 광역지사들이 입지한 도시들과의 상호작용 정도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전체 네트워크 상에서 이들 도시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 단위의 도시 간 상호작용에서 이들 혁신도시 조성 도시들은 기존의 지역 중심지였던 도청소재지에 준하거나 원주시와 나주시, 진주시처럼 기존 행정중심지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만 기존 도청소재지이면서 동시에 혁신도시가 조성된 전주시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영향이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네트워크 상에서의 영향력 변화는 이전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국가 차원의 공공기관 이전이 아닌 개별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도청 이전지로 개발이 이루어진 경북 안동시, 충남 홍성군, 전남 무안군 등은 공공기관의 이전이 주로 광역 단위 업무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전국 도시 네트워크에서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다.
25위 이내에 있는 도시들 중 광역시와 도청소재지, 혁신도시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도시는 과천시, 성남시, 천안시, 강릉시이다. 정부종합청사가 입지한 과천시와 달리 성남시와 천안시는 특별한 공공부문의 입지 요건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에 비해 수도권 집중 현상과 신도시 개발에 따라 인구 규모가 급격히 커진 수도권 도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력 순위를 보이고 있다. 기초지자체 중 인구 수 1위이자 경기도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는 16위에 그치고 있으며, 25위 이내에 포함된 도시 역시 수원시와 과천시, 성남시에 그친다.
하지만 도시의 영향력을 다시 도시의 위상을 평가하는 가장 기초적이고 전통적인 지표인 인구 규모와 비교해 살펴보면 그 양상은 상당히 달라진다. CNC 지수의 절대값에서는 수위도시로서의 명확한 위상을 드러내는 서울시의 영향력은 인구 규모와 비교해 보면 오히려 더 약한 위상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CNC 지수 순위의 상위권에 있는 대부분의 도시들은 서울과의 인구 수 대비 CNC 지수의 크기 정도를 의미하는 CNC/인구 값이 1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서울과의 인구 격차 보다 도시 영향력의 격차가 더 적음을 알 수 있다. CNC 지수 상위 25위 내의 도시 중 이 비율이 1 이하로 나타나는 도시는 인천광역시와 천안시 2곳에 불과하며, 전체 도시 중 1이상의 값을 보이는 도시는 54개 도시이다. 표 5의 결과와 같이 인구 대비 도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큰 도시는 과천시로 서울과의 인구 비율 차이에 비해 도시 영향력은 16배나 더 강력한 것으로 나타난다. 과천시 이외에 인구 대비 도시 영향력 순위가 높은 대부분의 도시는 나주시, 김천시 등 혁신도시가 건설된 도시와 세종특별자치시라는 점에서 공공부문의 도시 영향력은 도시의 인구보다는 정부 정책의 영향을 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공공부문의 체계는 인구 규모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접근에 대한 형평성 역시 고려되는 영향으로, 상대적으로 인구 규모가 적은 강원도의 도시들이 인구 대비 상대적인 도시 영향력 크기가 크게 나타난다는 점도 특징이다. 따라서 공공부문을 통해 확인한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는 여전히 서울이 수위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더해, 상대적으로 도시의 기능적 영향력 측면에서는 인구 규모에 비해 덜 위계적인 체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 조성된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 등 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신규 조성된 도시들이 이러한 탈중심화와 지역 간 균형을 어느 정도는 이끌어 내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
표 5.
인구 대비 상대적 도시 영향력 순위
대도시와 혁신도시 등을 제외한 다른 도시들의 특징을 확인하기 위해 그림 3과 같이 특・광역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들을 중심으로 인구 규모와 도시 영향력 간의 상관관계를 표현하였다. 대부분의 중소도시들이 인구 규모와 영향력 관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채 비슷한 양상의 군집을 이루고 있지만, 일부 도시들은 그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앞서 살펴본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도시의 인구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시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나는 대표적 도시로는 나주시, 원주시 등 혁신도시 조성지역이 대표적이며,8) 각 광역 지자체의 도청 소재지 역시 혁신도시 조성지역보다는 그 정도가 낮지만 인구 규모로 기대되는 수준보다 높은 도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도청 소재지에 비해 수원시와 창원시는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낮은 편인데, 이는 두 도시가 인구 규모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각각 서울과 부산에 인접한 광역권에 속해 있어 상대적으로 지역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이 다른 도청 소재지에 비해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다. 춘천시의 경우 원주시로 인해 강원도 내에서 지역 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도청 소재지로서 인구 규모보다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인구 규모에 비해 전국 단위의 도시 영향력이 크지 않게 나타나는 도시들은 대부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도시들이다. 화성시, 용인시, 고양시, 부천시, 남양주시 등 경기도에 소재한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 인구 규모에 비해 도시 네트워크 내에서의 영향력은 크지 않으며, 인구 규모에 있어서의 현격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도시 네트워크에서의 영향력은 비수도권의 소도시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성남시의 경우 경기도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도시 네트워크 상에서 강한 영향력을 보이는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다. 이것은 혁신도시 개발에 따라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이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성남시에 여전히 일부 공공기관이 입지하고 있으며, 최근 판교테크노밸리 활성화 등에 따라 특히 기술 분야 관련 기관들을 중심으로 성남시에 지역 사무소 등을 개설하고 있는 영향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5. 요약 및 결론
20세기의 급격한 도시화와 수도권으로의 집중, 그리고 21세기에 진행된 국토 균형발전 정책의 추진은 우리나라 도시체계와 개별 도시들의 특성에 있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단기간의 큰 변화를 만들어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수도권에는 주거 기능 중심의 대규모 신도시 조성이 이루어지면서 다수의 대도시들이 출현하였고, 비수도권에서는 기존의 중심도시 외에도 광역지자체 별로 수도권의 행정・업무 기능 분산을 위한 혁신도시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인구 수를 이용해 도시의 위상과 체계를 파악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양상으로 변화한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생겼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시체계의 분석에 있어서도 도시 간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네트워크 관점에서의 접근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들 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는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더욱 긴밀해지는 세계 도시체계의 분석에 있어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Taylor와 GaWC가 주도하는 인터로킹 네트워킹 모델을 적용한 세계 도시 네트워크의 분석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이러한 접근법을 보여주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이다.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은 세계도시의 주요 행위자인 고차생산자서비스 기업의 입지와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도시 간 상호연계의 강도를 관계적 측면에서 측정하여 세계 도시 네트워크에서의 도시별 영향력을 평가하는 접근 방법으로, 스케일을 조정할 경우 동일한 방식으로 국내 도시체계의 분석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본 연구는 이러한 관점에서 도시 간의 상호작용의 네트워크 측면을 고려하여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특징과 개별 도시들의 특성을 파악하고자 시도하였다. 특히 세계 도시체계 연구에서 활발하게 적용되어 온 인터로킹 네트워크 모델을 활용하여, 공공부문 내부의 광역 업무네트워크의 입지 특성에 기반해 우리나라의 도시체계와 도시별 영향력의 정도를 분석하였다. 즉, 도시의 주요 기능을 실제 실행하는 주체 중 하나인 공공부문 기관의 본사와 지역사무소의 입지라고 하는 공간적 의사결정 행위의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 간의 상호작용이라고 하는 관계적 측면에서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현재적 양상을 분석하고 평가하였다.
분석 결과 최근의 여러 균형발전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은 우리나라 도시체계에서 수위도시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도시들의 변화와 성장을 고려할 때 현재 서울의 상대적 영향력은 기존보다 축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도시 영향력이 큰 대부분의 도시들은 서울과의 인구 차이를 고려했을 때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도시체계는 인구규모보다 약한 계층성을 가진 보다 수평적 구조로 판단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도시의 영향력 순위는 서울-광역시-도청 소재지-일반 도시의 순으로 위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라 건설된 혁신도시 조성지역을 중심으로 이 분류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특히 원주시, 나주시, 김천시, 진주시와 같이 대형 공공기관의 이전이 이루어진 혁신도시 지역은 인구 규모에 비해 매우 높은 도시 영향력을 나타내고 있으며, 지역 내 전통적인 중심도시보다 전국 단위의 도시 네트워크 상에서의 절대적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반해 인구 규모가 큰 수도권 도시들은 주거 기능 위주의 신도시 개발, 그리고 서울에 의존하는 광역적 업무기능으로 인해 도시 영향력의 차원에서는 인구 규모가 훨씬 작은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세종특별자치시와 혁신도시 조성으로 대표되는 지역 균형발전 정책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 경향을 바꾸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도시 영향력의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도시체계를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구조에서 보다 덜 위계적인 구조로 전환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그간 국내 도시체계 연구에서 활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분석방법과 분석자료를 활용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체계와 개별 도시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과 결과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정책추진에 따른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변화를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이전 시기의 상태를 밝히고 이를 비교하는 시계열적 연구가 훨씬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이전 시기의 공공부문 지사 입지에 대한 자료를 구득할 수 없다는 연구방법상의 한계로 현 시점의 분석만 진행한 점은 연구의 가장 큰 한계로 볼 수 있다. 또한 분석의 대상을 공공부문으로 한정한 것은 최근의 균형발전 정책 추진에 따른 도시체계의 변화를 더욱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는 동시에,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특정 부문의 인위적 정책의 결과가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진 도시체계의 실제 변화에 비해 과도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큰 한계 역시 동시에 노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구의 한계를 고려할 때 현재의 연구방법을 바탕으로 향후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비교를 통해 전체적인 우리나라 도시체계의 특성을 파악하고, 장기간의 시계열적 변화에 대한 추적과 변화 분석으로 이어지는 후속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본 연구의 차별성과 의의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