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1) 지역혁신시스템과 대학
2) 기술 간 관련성과 혁신의 창출
3) 특허 네트워크 분석
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1) 연구의 대상 및 자료
2) 기술 특화 및 기술 간 응집성
3) 가중평균발명자거리
4) 가중평균기술관련성
5) 발명 지역 및 기술의 연결중심성
4. 기술지식 창출의 근접성과 기술 응집성
1) 발명자의 지리적 근접성
2) 기술지식의 응집성
5. 대학별 기술지식 창출의 네트워크 유형
6. 결론
1. 서론
세계화의 확산과 첨단・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경제의 패러다임을 지식기반경제 중심으로 전환시켰으며, 특히 생산요소로서 지식의 투입과 혁신의 창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Smith, 2000; Cooke, 2001; OECD, 2001; Asheim and Coenen, 2006). 이때 대학은 새로운 지식과 인적자본의 핵심 저장소로서, 국가 및 지역 경제의 혁신과 성장의 원천으로 폭넓게 인식되고 있으며(Uyarra, 2010),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23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 RISE)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대학의 지식 창출 역량과 그 특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장한수 등, 2017; 남가영・이삼열, 2024; 성지은 등, 2024).
RISE 정책은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형 대학지원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역의 여건과 수요에 맞는 맞춤형 고등교육・혁신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대학 관련 행정・재정 권한의 상당 부분을 시・도 단위 지방정부로 이양하여 각 지역이 자체적으로 대학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산업・사회문제 해결과 연계된 혁신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주로 지방분권적 거버넌스와 자율적 대학 시스템을 갖춘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열화된 고등교육 체계를 가진 한국의 맥락과는 본질적으로 상이하다. 이러한 대학의 서열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활발히 논의되어 왔으며, 특히 상위권은 수도권 대학이 차지하고 지방대학은 하위권으로 점차 밀려나는 대학서열의 지역적 구조는 실질적인 대학 간 경쟁에도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황갑진, 2005; 오호영, 2015). 더하여, 지식기반 산업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며 핵심 연구 인력과 연구개발 자원이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정희재・구양미, 2025).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는 주로 공간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지식의 생산 그 자체에 집중하거나, 특정 사례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등, 전국 주요 대학의 기술지식 네트워크가 공간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대학이 기술지식을 창출하고 지역의 산업 및 혁신체계에 협력하는 방식에 대해서 실증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2005~2024년 특허 자료를 기반으로 대학의 기술지식 창출 현황을 조사하고, 국내 24개 사례 대학을 바탕으로 기술지식 창출의 공간적 특성을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대학과 지역 간 분석에 더하여 대학과 기술 간 네트워크 분석을 추가하여 국내 주요 대학의 기술지식의 네트워크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지역혁신시스템 관점에서의 대학의 역할과 특허 자료를 통한 기술지식 분석 방법론에 대한 선행연구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3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사용할 분석 자료 및 방법을 설계한다. 4장에서는 사례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과 지역 발명자 간 거리, 각 대학별 발명 기술 간 연계 구조를 분석하고, 나아가 5장에서는 앞서 도출한 지표를 이용하여 지식 창출의 지리적 근접성과 기술 응집성에 따른 국내 주요 대학의 기술지식 네트워크를 유형화하였다. 6장에서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요약하고 정리하며, 국내에서 대학을 기반으로 한 지역 산업 연계 발전 정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검토
1) 지역혁신시스템과 대학
오늘날 지식은 혁신을 위한 필수적인 기초이며, 따라서 경쟁력의 유지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지식을 창출하고 수용하며, 계속 발전시키고 혁신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Smith, 2000; Cooke, 2001; OECD, 2001; Uyarra, 2010). 이러한 지식은 주로 조직화된 연구에 의해서 창출되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측면에서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물론 기업이나 사회의 여러 기관들에서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학은 일반적으로 지식의 지속적인 축적이나 분배 둘 다를 위한 최상의 기초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즉, 대학은 최고수준의 인력양성, 학문적 수월성 실현과 분야별 보편적 발전, 세계적 우수 인력의 흡입, 잠재적 연구자원 활성화 등을 가지고, 미래로의 통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한승환 등, 2006). 이처럼, 대학은 지식의 저장소인 동시에 매개자 기능을 가지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지식 및 기술 네트워크에의 참여를 통해 지역 경제 혹은 지역혁신체계에 되풀이하여 새로운 외부지식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Smith, 2007). Etzkowitz et al.(2000)은 대학 연구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이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직결된다고 지적하였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대학은 국가 및 지역 혁신시스템(national and regional systems of innovation)의 핵심 제도적 행위자로 재개념화되었다.
지역혁신시스템(Regional Innovation System, RIS) 접근은 혁신을 지역 내 제도적・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지는 집합적 상호작용 과정으로 이해하며(Braczyk et al., 1998; Asheim and Coenen, 2006), 대학을 이러한 과정의 핵심 행위자로 위치시킨다(Cooke 2004; Asheim et al., 2011). 따라서 대학의 의의는 양호한 연구 성과뿐 아니라, 지역의 여타 주체들과의 연계와 상호작용 및 협력활동의 정도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안영진, 2015). 이에 따라 대학의 연구, 기술이전, 지역협력 활동이 지역혁신과 가치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학문적・정책적 논의의 주요 주제로 부상하였다. 특히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케임브리지(Cambridge), 루트128(Route 128) 등 성공적인 혁신 클러스터에서 지역 대학이 수행한 핵심적 역할은, 대학이 첨단산업 입지・기업가정신・지역적 지식창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Saxenian, 1994; Uyarra, 2010; Etzkowitz, 2022; Rezaei and Kamali, 2022). 이렇듯 대학은 지리적, 조직적, 기술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행위자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며(Petruzzelli, 2008) 경제발전의 핵심 행위자로 자리매김하였다. 한편 대학의 영향은 지역 내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부 연구는 대학이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global pipelines) 의 일부로서 지역에 인재와 자본을 유입시키는 지식의 송수신자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Cooke, 2004). 따라서 대학이 지역혁신시스템에 완전히 내재화되어 있지 않더라도, 노동 이동성(labour mobility)이나 네트워크 확산을 통해 지역경제에 간접적 기여를 할 수 있다(Faggian and McCann, 2009). 이처럼 RIS 접근은 대학이 지역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동시에, 지역 간 연계와 글로벌 네트워크 속에서도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다층적 행위자로 작용함을 강조한다.
지역혁신체계의 구축에서 행위자들의 지역 착근성(embeddedness)은 혁신의 지속성과 지역 내 학습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간주된다. 이는 혁신이 단순히 지식의 존재로부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신뢰, 규범, 제도적 맥락 속에서 형성되는 사회적 관계망에 기반하기 때문이다(Cooke et al., 1997; Asheim and Gertler, 2005). 또한, 숙련된 인적자원의 지역 착근은 지식의 누적과 경로의존적 학습을 촉진하여, 외부 충격에도 불구하고 지역 혁신 역량이 유지・강화되도록 한다(Boschma, 2005; Tödtling and Trippl, 2005). 이때 지역 착근성은 행위자간의 지리적 근접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Hess, 2004). 특히 지식의 공유 및 생산의 측면에서 지리적 근접성은 행위자 간의 신뢰 관계를 높이고 암묵적 지식의 공유를 용이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아왔다(Boschma, 2005). 이와 같은 맥락에서 최영훈・백종윤(2012)은 대학에서 배출한 인력이 지역 내에 많이 남아 있을수록, 지역 내 연구개발수행이 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주체에 의해 수행될수록, 보다 향상된 지역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따라서 RIS의 효과적 구축은 단순한 행위자 집합이 아니라, 이들이 제도적・사회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지역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착근된 혁신 네트워크’의 형성에 달려 있다. 특히 최근에 화두에 오르고 있는 RISE 정책은 지역 소재 대학을 기준으로 하여 지역혁신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맥락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사례 대학이 혁신을 실제로 창출하는 인적자원과 어떠한 구조로 연계되어 있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2) 기술 간 관련성과 혁신의 창출
진화론적 접근에서 지식 생산은 누적성, 상호작용성, 경로의존성을 지니는 과정으로 설명된다(Dosi, 1982; Nelson and Winter, 1982). Cohen and Levinthal(1989)에 따르면, 행위자는 외부 지식이 자신이 보유한 지식 기반과 인접해 있을수록 이를 이해하고 흡수하며 실제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지식 생산이 갖는 경로의존적이고 상호작용적인 특성은 개별 조직의 차원을 넘어 지역적 차원에서도 발현된다(Boschma et al., 2014). 진화적 관점에 따르면 지역은 기존 산업 및 기술과 관련된 산업으로의 분기(regional branching)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창출하며(Frenken and Boschma, 2007; Boschma and Frenken, 2011), 이러한 특화 경로는 지역에 축적된 관련 기술적 역량(technological competences)에 의해 형성된다(Colombelli et al., 2021). 다시 말해, 특정 지역이 새로운 산업 분야에 진입할 가능성은 그 지역에 이미 존재하는 산업・기술과의 관련성(relatedness)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Boschma, 2017; Hidalgo et al., 2018). 이러한 관련성의 원리는 산업(Neffke et al., 2011), 직업(Muneepeerakul et al., 2013), 기술(Rigby, 2015), 과학 분야(Boschma et al., 2014)의 출현 패턴을 설명하는 핵심 틀로 적용되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 포트폴리오는 보유 기술의 단순한 수적 다양성보다는 각 기술 간의 관련성과 응집성(coherence)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혁신과 경로전환 가능성이 달라진다. 기술 간 인지적・기술적 근접성이 지식의 재조합과 학습을 촉진하기 때문이다(Boschma, 2005; Frenken et al., 2007).
대학이 지역의 기술 변화와 혁신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주요 연구들(Markusen et al., 1986; Saxenian, 1994; Rezaei and Kamali, 2022)에서 확인되어 왔다. 또한 이러한 논의는 대학의 특허 및 출판 활동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량적으로 분석한 연구들(Ponds et al., 2010; Colombelli et al., 2014; Quatraro and Scandura, 2024)에서도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대학은 지식의 중개자(broker) 또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 네트워크 상에서 지식을 수집하고 결합하며 확산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김혜경・최일영, 2023; Petruzzelli, 2008). 이때 Acosta et al.(2009)는 대학의 특허 활동은 직간접적으로 지역의 기술적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편, 같은 나라의 대학이라고 하여도 동질적인 기관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연구는 대학이 출원에 참여한 특허들에 대하여 각 대학별 기술 포트폴리오의 응집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각 특허에 포함된 기술 코드들에 대한 관련성을 바탕으로 대학이 가진 평균적인 기술거리를 측정하고자 하였다(Teece et al., 1994; Nesta and Saviotti, 2005; Rigby, 2015).
3) 특허 네트워크 분석
특허는 발명을 보호하는 표준적인 수단으로 간주된다. 또한 특허는 기술 혁신과 기술 분야의 경쟁적 차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술적・상업적 지식의 표준적 원천으로 인식된다(Rezaei and Kamali, 2022). 특허분석은 특허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개인, 조직, 산업, 국가, 그리고 기술 간의 관계 및 발전 추세를 탐구하는 학문적 방법이다(Baumann et al., 2021). 이러한 맥락에서 Acs et al.(2002)는 특허가 혁신 활동을 비교적 신뢰할 수 있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임을 실증적으로 규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특허 자료를 활용하여 기술지식의 창출과 이를 통한 지역 기술의 전문화 및 다각화를 탐구하는 계량적 연구들이 다수 이어지고 있다(Rigby, 2015; Coronado et al., 2017; Balland and Boschma, 2021; Balland and Boschma, 2022; Liu et al., 2022). 이때 기술지식의 정량적 분석 방법론은 크게 기술통계적(네트워크) 분석과 추론통계적(회귀) 분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술지식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은 다시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는데, 기술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여 가상의 공간인 지식 공간(knowledge space)를 분석하는 방법(Hidalgo et al., 2007; Rigby, 2015; Balland et al., 2019)과, 실제 물리적 공간인 지역 간의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방법(Hidalgo and Hausmann, 2009; Balland and Rigby, 2017; Balland et al., 2019)이다.
특허 자료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기술지식의 구조와 특성을 분석하려는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박소현(2016)은 철강 산업의 특허 공동출원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지식의 행위자 네트워크를 분석한 바 있으며, 정진성・구양미(2025)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출원인 및 지역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였다. 허동숙 외(2016)은 순창군의 장류 산업에 대하여 기술 간 융합과 행위자 간 네트워크의 두 관점에서 연구하여, 기술융합에서는 국내 장류 산업의 기술 확장 흐름과 대비되는 순창군의 기술 특화 경향을, 지식 네트워크에 있어서는 전북대를 비롯한 공공 부문의 주도성을 확인하였다. 채윤식 외(2021)은 특허 공동출원 데이터를 이용하여 동남권의 도시 간 지식 창출 네트워크를 분석하였으며, 같은 동남권 내에서도 울산과 부산의 네트워크가 상이하게 나타남을 발견하였다. 김혜경・최일영(2023)은 특허 출원인 네트워크를 분석함으로써 울산지역의 기술 협력 구조를 탐색하였으며, 그 결과 울산 지역에서는 대학교가 지식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다. 산업 혹은 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국내 전체 특허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김지수・변창욱(2018)은 국내에서 출원한 특허의 선행 지식 인용관계를 이용하여 국내 15개 시도별로 지식 흐름을 측정하고, 이를 연결망 형태로 도식화하여 분석하였다. 이를 통하여 15개 지역을 지식 창출활동의 양과 지식 흐름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4개 유형으로 분류하였으며, 서울, 경기 및 대전 지역이 양적 규모와 연결의 다양성 면에서 모두 높은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이렇듯 기존의 연구는 주로 지식의 생산 그 자체에 집중하거나 특정 사례 지역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등, 대학의 기술지식 네트워크가 공간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시도별 주요 대학의 특허 발명 네트워크를 시군구 단위에서 분석 및 해석함으로써, 국내 대학의 기술지식 창출에 대한 실증적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특허 자료는 출원인, 발명자, 인용관계 등을 통하여 다양한 변수를 제공하며 산업 및 지역의 지식 활동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특허 자료에서 발명자 주소지는 근무기관 소재지, 주민등록상 주소지, 및 실제 거주지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한편, 특허에 등록된 주소지는 특허와 관련된 우편물을 수령하는 장소로서, 발명지식의 소유자가 지식을 창출하는 위치정보를 가장 밀접하게 대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특허 자료를 분석한 다수의 선행연구에서는 기술지식 창출이 발생한 지역을 발명자 주소지로 간주하고 있다(Acs et al., 2002; Boschma et al., 2013; Balland and Rigby, 2017; Quatraro and Scandura, 2024). 유사한 맥락에서 정준호(2016)은 공동 발명자 정보를 활용하여 발명자 네트워크의 공간구조를 분석하고자 하였는데, 이때 특허 출원을 많이 하는 대기업의 경우 특허 출원이 주로 기업 본사에서 이루어진다는 면에서 출원인 주소지로는 해당 지역의 혁신 역량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출원인 혹은 발명자의 단일한 변수를 기준으로 하였던 선행 연구에서 나아가, 발명자의 주소지를 기반으로 지식 창출이 수행된 장소를 추정하되 특허를 출원한 대학(출원인)의 위치 정보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각 대학과 실제 발명자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또한, 각 대학이 출원한 기술지식의 기술적 네트워크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3. 연구 대상 및 연구 방법
1) 연구의 대상 및 자료
본 연구에서는 대학의 특허 출원 활동에 대하여 사회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함으로써 출원 대학과 대상 기술 간의 기술 공간, 그리고 출원 대학과 실제 발명자 간의 물리적 공간 두 가지의 공간적 특성을 파악하고자 한다. 연구 대상의 시간적 범위는 2005년부터 2024년까지이며, 공간적 범위는 245개 시군구 지역이다.1)
본 연구는 특허 자료를 기반으로 대학, 지역, 기업 등 각 행위자의 기술지식 창출 현황을 조사하고, 대학-지역 간 기술지식 연계 구조를 분석하였다. 특허 자료는 한국 지식재산정보 서비스(KIPRIS)에서 제공하는 특허 검색 기능을 사용하여 구축했다. KIPRIS는 지식재산처가 보유한 국내외 지식재산권 관련 정보를 검색 및 열람할 수 있도록 한국특허정보원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로, 특허의 출원번호, 출원 일자, IPC 코드, 발명 명칭, 출원인 및 관련 정보, 발명자 및 관련 정보, 행정상태 등을 제공한다.
연구의 대상이 되는 특허는 출원 일자를 기준으로 2005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출원된 모든 특허이다. 특허 출원의 기준 지역은 발명자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집계하였으며, 시군구 단위에서 주소를 식별할 수 없는 사례는 제외하여 최종 2,001,642건의 특허를 정제하였다. 또한, 특허의 출원인을 기준으로 대학법인이 출원인에 포함된 모든 특허를 추출하여, 각 출원인 별 출원 건수를 계산하였다. 이렇게 하여 출원 건수 상위 20개 대학을 사례 대학으로 1차로 선정하였다. 그 다음 지역혁신체계 정책이 시도 단위에서 시행되는 바, 모든 시도에 대해 적어도 한 대학을 분석에 포함하기 위하여 출원인 주소 기준으로 각 시도에서 가장 출원 건수가 많았던 대학을 추가로 선정하였다. 이로써 표 1과 같이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대하여 총 24개의 사례 대학이 선정되었다.2) 이렇게 선정된 대학이 출원한 모든 특허의 발명자 주소지를 기반으로 대학-지역 간 기술지식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표 1.
2005~2024 누적 특허 기준 24개 사례 대학
2) 기술 특화 및 기술 간 응집성
지역에서 기술지식이 창출되는 현상에 대해 정량적으로 관찰하고자 모든 특허에 대해서 발명자 주소를 기준으로 특허 출원 건수를 집계하였으며, 다음과 같이 지역의 기술적 전문화 및 관련성 밀도를 계산하였다. 먼저 모든 분석의 기본이 되는 것은 현시기술우위지수(Revealed Technological Advantage, 이하 RTA)이다. 이 지수는 계량경제 연구에서 사용되는 전통적인 지수인 Balassa의 현시경쟁우위지수(Revealed Comparative Advantage, RCA)를 지역 및 기술에 적용한 형태로, 수식 (1)과 같이 계산된다.
이에 따라 도출된 를 기준으로 지역에 대한 기술 특화 여부를 이진화 한다. 가 1 이상일 경우 해당 지역은 전체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특화한 것으로 보아 는 1이 되며, 가 1 미만일 경우 비특화로 보아 는 0이 된다. 이는 이 다음에 계산할 기술간 근접성(proxtimity), 관련성 밀도(relatedness density) 등을 계산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
기술 간 근접성은 지역이 기술 와 에 동시에 특화할 조건부확률로써 계산된다(식 2). 각 기술쌍 에 대해서 조건부확률은 기술 두 가지3)로 발생하며, 이때 Hidalgo et al.(2007)의 방식에 따라 두 조건부확률 중 더 적은 값을 택하여 보수적으로 대칭화 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앞서 측정한 기술특화여부와 기술 간 근접성 지수를 바탕으로 관련성 밀도를 계산한다. 관련성 밀도()는 기술 의 연관 기술들에 대한 특화 여부를 로 가중을 두어 평균을 낸 값으로, 지역 이 기술 와 관련된 기술들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값이 100에 가까울수록 지역 이 기술 와 관련성이 높은 지식기반을 두텁게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관련성 밀도가 0일 경우 지역 이 기술 와 관련된 사전 지식기반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3) 가중평균발명자거리
본 연구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기술지식이 창출되는 과정에서의 대학과 지역의 연계 구조이다. 이는 대학이 위치한 지역과 발명자가 위치한 지역 간의 물리적 거리와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출원 대학과 발명자 주소 간의 물리적 거리를 반영한 ‘가중평균발명자거리(Weighted Average Inventor Distance, 이하 WAID)’를 수식 (5)와 같이 도출하였다.
가중평균발명자거리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각 사례 대학과 발명자 간의 연결(linkage) 수를 도출한다. 이때 각 연결 수()는 발명자 수에 관계없이 한 출원번호에 대하여 고유한 대학-지역(발명주소) 쌍을 각 1건씩 집계하였다4). 다음으로 각 사례 대학이 소재한 행정구역과 발명자 주소에 해당하는 행정구역의 중심점을 도출하였다. 이렇게 도출한 중심점을 기준으로 모든 대학-지역 쌍에 대해 유클리드 거리를 계산하였으며(), 각 대학-지역 쌍에 대한 링크 수를 가중치로 두어 가중평균거리를 계산하였다. 이렇게 도출한 WAID 값이 작을수록 해당 대학과 연계되어 있는 발명자의 평균 거리가 가까우며, 반대로 WAID 값이 클수록 해당 대학의 기술지식 창출에 기여한 발명자와의 거리가 멀어 지식 창출의 지역 착근성이 약함을 의미한다. 한편 WAID 값이 크다고 하여 지역의 혁신 창출에 저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Balland and Boschma(2021)은 지역 산업의 진화적 경로를 연구할 때에 지역 내부의 역량에 더해 지역 간의 연계가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외부 지역과의 연계가 지역의 기술 다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혔다. 따라서 WAID 값이 작고 외부 지역과의 연계가 우세한 대학의 경우, 외부로부터의 지식 유입을 촉진하여 지역 산업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다각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4) 가중평균기술관련성
기술 포트폴리오는 보유 기술의 수적 다양성보다는 각 기술 간의 관련성과 응집성에 따라 혁신과 경로전환 가능성이 달라진다. 따라서 대학이 출원에 참여한 특허들에 대하여, 특허에 포함된 기술 코드들에 대한 평균적인 관련성을 바탕으로 대학이 가진 평균적인 기술거리를 측정하고자 한다. 우선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서로 다른 두 기술 간 근접성()을 산출한다. 다음으로는 각 사례 대학이 출원에 참여한 특허들을 기술 코드에 따라 분류하여, 대학과 기술(IPC 4-digit)에 대한 출원 건수 행렬을 구축하였다.5) 가중치는 대학과 기술의 링크 수, 즉 특정 기술에 대한 출원 건수()로 설정하였다. 이렇게 구축한 근접성 행렬()과 대학 기술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식 (6)과 같이 가중평균기술관련성(WAR)을 도출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WAR은 1에 가까울수록 대학의 기술 포트폴리오가 서로 근접한 기술들로 구성된, 응집화된 기술지식 창출의 경향을 보임을 의미한다. 반대로 0에 가까울수록, 대학이 창출하는 기술지식의 포트폴리오가 서로 다른 기술군으로 분산된, 다양화된 구성임을 의미한다.
5) 발명 지역 및 기술의 연결중심성
본 연구에서 연결중심성은 대학의 네트워크 내 영향력이나 매개 역할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아니라, 대학이 지식창출 과정에서 형성한 공간적 및 기술적 연결의 범위를 계량화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하였다. 이에 따라 공간과 기술 두 종류의 이분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공간 네트워크에서는 각 대학에 연결된 지역의 수를, 기술 네트워크에서는 각 대학에 연결된 기술의 수를 각각 산출하였다. 공간(대학-지역) 네트워크의 경우 노드는 사례 대학과 시군구(발명자 주소)이며, 기술(대학-기술) 네트워크의 경우 노드는 사례 대학과 IPC 코드(발명 기술)이다. 가중치는 설정하지 않았으며, 이를 WAID 및 WAR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동일한 연결 범위를 가진 대학이라 하더라도 연결의 공간적 근접성과 인지적 근접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하였다. 연결중심성의 산출 식은 다음과 같다.
4. 기술지식 창출의 근접성과 기술 응집성
1) 발명자의 지리적 근접성
가중평균발명자거리(이하 WAID) 분석 결과, 전체 사례 대학의 평균 WAID는 약 55km, 중앙값은 46.9km로 나타났다(표 2). 이는 다수의 사례 대학이 비교적 근거리에서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일부 대학의 경우 원거리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대학 간 네트워크의 공간적 범위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수도권 대학들의 WAID가 전반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수도권 내 발명자와 연구 인프라의 밀집으로 인해 협력 상대가 지리적으로 근접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반영한다. 연세대학교의 WAID는 27.7km로 분석 대상 중 가장 짧은 값을 보여, 협력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서울 및 인접 지역 내에서 빈번하게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표준편차를 참고할 때, 수도권 및 충청권 대학들은 표준편차 또한 60km대 이내로 나타났다. 이는 수도・충청권 대학들에서는 중거리 및 원거리 협력도 함께 전개되지만 상대적으로 단거리 협력이 우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수도권 대학들이 물리적 근접성에 기반하여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때 충청권 대학들은 서울・경기권 대학보다 작은 표준편차를 보이며, 수도권보다 더욱 단거리 협력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평균적으로 더 넓은 지리적 범위에 걸쳐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주대학교의 WAID는 139.6km로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해당 대학의 연구 협력이 수도권 및 타 광역시 등 원거리 지역까지 확장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표 2.
대학별 가중평균발명자거리(WAID)
이러한 발명자 거리의 차이는 단순한 지리적 현상이 아니라, 지식창출의 지역적 착근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대학이 출원한 특허에 대해 발명자 주소지를 기반으로 링크를 집계한 결과(표 3), 모든 사례 대학에서 특허 출원시 동일 시・도 내의 발명자와의 연계가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출원인(대학)과 발명자(지역) 간의 연계는 대부분 지역-내에서 이루어지며, 대학별로 지역-외, 특히 수도권과의 연계 비중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수도권이든 비수도권이든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술지식 창출 활동의 1차적인 기반은 여전히 대학이 자리한 지역 내부에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들의 짧은 WAID는 지식창출 활동이 동일한 지역 내에서 특히 밀도 높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인적자원・연구기관・산업체가 한정된 공간에 집중된 가운데 국지적 학습이 강화되는 구조를 반영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반대로 비수도권 대학의 비국지(권역외) 링크의 약 65% 가량이 수도권 노드와의 링크인 것으로 나타나며, 비수도권 대학들의 WAID가 상대적으로 길게 나타나는 것은 고급 연구 인적자원과 R&D 인프라가 여전히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을 시사한다. 즉, 대학은 전국적으로 분포하며 각 지역 내부에 뿌리내린 협력 구조를 형성하고 있지만, 동시에 서울・수도권 거주 발명자와의 광역적 네트워크에도 착근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발명자 거리의 공간적 패턴과 공동출원 분포는 단순한 협력 범위를 넘어, 한편으로는 대학 기반 지식 창출의 국지적 착근성을, 다른 한편으로는 수도권 중심의 연구개발 구조를 동시에 드러내는 지표로 이해될 수 있다.
표 3.
대학별 발명자 지역 링크 비중(동일시도, 동일권역, 수도권)
한편 같은 비수도권 내에서도 대학별로 WAID 값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도 하였다. 특히 포항공과대학교와 경북대학교 및 부산대학교는 같은 경상권에 위치하였음에도 포항공과대학교의 WAID값이 두 배 이상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표 3]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포항공과대학교는 다른 비수도권 및 경상권 대학 대비 수도권과의 링크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Abramovsky and Simpson(2011)은 산업에 따라 고등교육기관과의 물리적 근접성과 산학협력 관계 참여 간 관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각 대학이 수행하고 있는 주력 연구 분야 혹은 산학협력의 대상 기업의 특성에 따라 대학과 지역 산업체의 관계성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협력 거리 또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학과 지역 간의 효율적인 혁신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역 및 산업에 따른 대학의 영향력 차이를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제기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협력 지역의 ‘수’보다 ‘거리’가 지식 창출의 공간적 구조를 설명하는 데 더 유효한 지표임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대학이 몇 개의 지역과 연결되어 있는지(연결중심성)만으로는 실제 협력의 공간적 밀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과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비수도권 주요 도시들과도 상당한 수의 연계를 보이나, WAID 값은 매우 짧게 산출되었다. 이는 협력 네트워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발명자 협력의 중심이 서울 및 수도권 인근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협력 지역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발명자와의 평균 거리가 길어 수도권과의 원거리 연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WAID 값이 크다고 하여도 이를 곧바로 지역의 국지화된 혁신 창출에 저해가 되는 요인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Balland and Boschma(2021)은 지역 산업의 진화적 경로를 연구할 때에 지역 내부의 역량에 더해 지역 간의 연계가 중요함을 강조하였으며, 외부 지역과의 연계가 지역의 기술 다각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더하여 Ponds et al.(2010)은 대학-산업 간의 협력은 지역 규모에 국한되지 않으며, 학술연구가 지역의 혁신에 미치는 영향은 지리적 근접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산학협력의 공식적인 네트워크에 의해서도 매개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WAID 값이 작고 외부 지역과의 연계가 우세한 대학의 경우 외부로부터의 지식 유입을 촉진하여 지역 산업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다각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으며, WAID에 따른 각 대학 및 지역별 국지화된 혁신 창출 역량 및 현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실증 연구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2) 기술지식의 응집성
대학별 기술지식의 응집성 분석 결과(표 4), KAIST는 0.721로 가장 높은 연결중심성을 보였으며, 서울대학교(0.709), 충남대학교와 인하대학교(0.65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KAIST가 전국적으로 다양한 기술군에 걸쳐 연구 성과를 창출하며, 기술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상호 연계성을 주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국립순천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은 네트워크 연결중심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 일부 특화 기술 분야에 한정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 4.
대학별 출원 기술의 연결중심성 및 WAR
이러한 연결중심성 결과를 가중평균관련성(WAR)과 결합하여 보면, 두 지표가 서로 다른 양상으로 전개됨을 확인할 수 있다. WAR이 높다는 것은 대학의 연구가 관련된 기술군 내에 집중되어 있음을 의미하는 한편, 연결중심성이 높다는 것은 다양한 기술군의 종합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서울대학교처럼 연결중심성이 높으면서 WAR이 낮은 대학은 다양한 기술 영역을 가로지르는 범용적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제주대학교처럼 WAR은 높지만 연결중심성이 낮은 대학은 특정 기술군 내에 집중된 응집된 연구 구조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연결중심성과 WAR 사이의 관계를 반비례 관계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강원대학교는 WAR이 0.354로 가장 높은 값을 보였지만, 연결중심성은 0.564 정도로 사례 대학의 중위값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지표의 조합은 대학 연구의 폭(width)과 깊이(depth)를 동시에 해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즉, 연결중심성은 대학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폭’을, WAR은 해당 연구가 얼마나 집중적・응집적인 기술군 내에서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깊이’를 나타낸다. 한편, 가중평균기술관련성(WAR)은 연결중심성과 달리 대학 간 편차가 크지 않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대학들이 기술 포트폴리오의 폭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기술 간 관련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 포트폴리오의 깊이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국 전체 특허의 WAR은 0.2393로 산출되었으며, 대부분의 대학이 이 값과 유사하거나 다소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각 대학의 기술지식 창출이 전국의 평균보다는 응집화된 기술 구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개별 대학이 속한 지역의 산업 구조나 기술 생태계에 따라 뚜렷하게 차별화된 기술 포트폴리오를 형성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AR의 미세한 차이는 각 대학의 연구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WAR이 높은 대학들에서는 특정 기술 분야에 대한 전문적 연구 역량이 축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으며, 반대로 WAR이 낮은 대학들은 새로운 기술 간 융합이나 탐색적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WARD은 대학이 수행하는 연구의 응집화 정도와 기술적 다양성의 균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5. 대학별 기술지식 창출의 네트워크 유형
다음으로는 앞서 도출한 두 지표를 각각 표준화하여, 발명의 공간적 근접성과 기술 응집성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사례 대학들을 4분면으로 유형화함으로써, 대학 간 상이한 혁신 전략과 지역 내 기능적 역할을 비교・분석하였다. WAID와 WAR을 각각 표준화하여 Y축(발명자 거리)과 X축(기술적 응집성)으로 설정한 4분면 분석 결과(그림 1), 대학들은 ‘국지적-응집화, 국지적-다양화, 비국지적-응집화, 비국지적-다양화’의 네 유형으로 구분되었다. 전반적으로 수도권 대학들이 국지적 범주(국지적 응집화, 국지적 다양화)에, 비수도권 대학들이 비국지적 범주(비국지적 응집화, 비국지적 다양화)에 분포하였다. 이는 수도권 대학들의 연구 네트워크가 물리적으로 근거리에서 형성되는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이나 타 광역권과의 장거리 협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함을 보여준다.
이때 국지적 유형의 경우 지식의 창출이 상대적으로 국지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져 국지적인 지식 파급효과가 발생하기에 유리하다(Bathelt et al., 2004; Balland et al., 2020). 한편 비국지적 유형의 경우 지식의 창출에 있어 원거리 행위자와의 협력이 보다 빈번하게 이루어지며, 지역 내에 새로운 지식을 조달하는 파이프라인 및 게이트키퍼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Bathelt et al., 2004; Boschma, 2005; Balland and Boschma, 2021). 기술의 측면에서 응집화 유형은 기존에 보유하던 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지식으로 다각화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Frenken et al., 2007; Boschma, 2017; Hidalgo et al., 2018). 다양화 유형은 다양한 기술군에 대해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역량을 시사하며, 특정 기술 및 산업에 대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대응하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Frenken et al., 2007). 이에 따라 국지적-응집화 유형은 해당 지역혁신체계가 이미 보유한 특화를 강화하거나 관련성이 높은 분야로 다각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Boschma et al., 2013), 국지적-다양화 유형은 지역이 보유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군에 특화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Quatraro and Scandura, 2024). 한편 비국지적-다양화 유형은 지역이 보유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상보적 지식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Balland and Boschma, 2021).
이 중에서도 주목할 점은 경북대학교와 전북대학교가 수도권에 속하지 않음에도 국지적-응집화형 대학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해당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서울과의 장거리 협력보다는 지역 내부의 산업 및 연구기관과 보다 밀접한 연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같은 영남권이라도 부산・울산권 대학들은 비국지적 다양화형으로 나타나, 수도권 및 외부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이러한 대비는 비슷한 비수도권 내에서도 산업 구조의 성격과 지역혁신체계의 전개 양상, 산학협력 대상 업종 등에 따라 대학의 연구 네트워크 형태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충청권의 충남대학교와 충북대학교 또한 국지적 범주에 속하지만, 해당 지역은 KAIST와 세종시 국책연구기관 등 중앙정부 연구 인프라가 밀집해 있는 공간으로, 수도권에 준하는 연구개발 여건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충청권 대학들은 비수도권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내부에서 자족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라권과 경상권의 다수 대학은 자체적인 연구 생태계보다는 비국지적 협력을 통해 연구 역량을 보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비수도권 내부에서도 지역 산업과 대학 간 연계 양상에 차이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실증적 결과이다.
이러한 공간적 패턴은 대학 자체의 연구 전략만으로 설명되기보다는, 국가 연구개발 구조의 수도권 집중과 산업조직의 공간적 분리 현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연구개발 기능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있으며, 지역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 및 하청 중심의 기능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비수도권 대학들은 동일 지역 내에서 협력할 수 있는 연구개발 파트너가 부족하여 수도권의 대기업 연구소나 중앙정부 산하 기관과의 장거리 협력에 의존하게 된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인적자본과 연구 인프라가 밀집한 공간적 이점을 활용하여 근거리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본 연구에서 나타난 국지형-비국지형 네트워크의 공간적 이중구조를 강화시키며, 대학 간 연구 네트워크의 공간적 격차가 단순한 전략적 차이를 넘어 국가 혁신체계 전반의 구조적 불균형과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6. 결론
본 연구는 대학이 지역혁신체계의 핵심 행위자로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고등교육 및 지역혁신체계 환경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부족하다는 배경 하에 수행되었다. 이에 본 연구는 사례 대학 24개를 대상으로 지역혁신체계 내에서의 역할과 특성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차원의 분석을 수행하였다. 첫째, 발명자의 공간적 근접성 측면에서 특허 출원인(대학)-발명자(지역) 네트워크 자료를 구축하고 대학별 공동 발명이 이루어지는 평균 거리를 WAID 지표로 계산하였다. 둘째, 기술 응집화 측면에서 각 대학이 보유한 특허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기술 간 관련성을 WAR 지표로 산출하여, 대학이 지닌 기술지식의 응집성과 탐색 경향을 측정하였다. 이후 두 지표를 각각 표준화하여, 지식 창출의 지리적 근접성과 인지적 근접성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사례 대학들을 4분면으로 유형화함으로써, 대학 간 상이한 혁신 전략과 지역 내 기능적 역할을 비교・분석하였다.
대학별 기술지식 창출의 공간적 근접성 분석 결과, 대다수 대학이 비교적 근거리의 발명자와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대학-지역 링크를 발명지역 별로 분류하여 관찰했을 때, 대부분의 대학은 일차적으로 지역-내 연구자들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지식 창출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대학들은 발명자와의 평균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게 나타나 지역 착근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공간적 근접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장거리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한국 대학들은 대학의 위치에 관계없이 수도권 중심의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단순히 지역대학의 역량 차이라기보다 연구개발 인력과 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적 구조를 반영한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혁신체계의 작동이 단순한 제도적 구축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지식 창출 주체 간의 실질적인 공간적 연결과 인적자원의 착근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한편, 대학의 기술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술 응집성 분석에서는 대학 간 편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학이 전국 전체 특허의 WAR(0.2393)과 유사한 수준을 보여, 한국의 대학 연구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기술 구조 안에서 수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중앙정부 주도의 연구개발과제 체계 속에서 종합 대학의 연구 주제가 유사하게 수렴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WAR이 평균보다 높은 대학들은 보다 근접한 기술군 내에서 응집화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낮은 대학들은 보다 다양한 기술 조합을 통해 융합적 연구가 수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WAR 값은 대학 연구의 기술적 집중도와 다양성의 균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지식 창출의 지리적 근접성과 기술적 응집성을 결합하여 대학을 유형화한 결과, 사례 대학들은 ‘국지적-응집화, 국지적-다양화, 비국지적-응집화, 비국지적-다양화’의 네 범주로 구분되었다. 수도권 대학들은 대부분 국지형(국지적-응집화, 국지적-다양화)에 속한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비국지형(비국지적-응집화, 비국지적-다양화)에 분포하였다. 이 중 경북대학교와 전북대학교 등 일부 대학은 수도권에 속하지 않음에도 국지적 응집화형으로 나타나, 지역 내부 산업 및 연구기관, 혹은 지역 내 인적자원과의 밀접한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하였다. 반면 부산・울산권 대학들은 비국지형으로 분류되어 수도권 및 외부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대비는 수도권-비수도권 지역 간뿐 아니라 비수도권 내부에서도 산업 구조와 지역혁신체계의 작동 방식에 따라 대학의 네트워크 형태가 상이하게 형성됨을 보여준다.
본 분석은 한국 대학 지식창출 네트워크의 수도권 중심적 구조가 지역 간 상이한 착근성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밝힌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학들은 고밀도의 지역 내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국지적 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반면,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 중심의 외부 네트워크에 일부 의존함으로써 지역 내 혁신체계의 자생적 순환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대기업의 연구개발 기능이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 산업 현장에서는 생산 중심의 기능만 남아 있는 산업 기능상의 공간적 분리와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학이 지역혁신의 실질적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제도적 RIS 구축을 넘어 지역 외부와의 연계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지역 내부에서의 지식 창출 주체 간 결속과 인적자원의 지역적 착근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 모든 산업에서 대학과의 근접성이 혁신을 촉진하지는 않는다는 점(Abramovsky and Simpson, 2011)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주력 연구 분야 및 유관 산업의 특성에 따라 대학과 산업의 협력 관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대학과 산업은 국지적 연계뿐 아니라 공식적 협력을 통한 비국지적 연계(global pipeline)를 통해서도 교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학협력의 특성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역혁신 정책을 설계할 때, 지역과 산업의 맥락 따라 상이한 연계 관계를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