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December 2022. 613-614
https://doi.org/10.22776/kgs.2022.57.6.613


MAIN

놀랍고, 반갑고, 고맙고,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학계가 아닌 광주시민으로부터 처음 들었다. 필자가 자문위원장을 맡은 아시아문화포럼의 발표자 선정 회의에서 광주 이야기를 들려줄 전문가로 이 책과 함께 신혜란 교수를 추천받은 것이다. 바로 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석사학위와 런던대 교수 시절 저자가 광주 사례를 연구해온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무려 27년(1995- 2021)이나 연고가 없는 도시 광주를 연구해왔고 그 결과물로 저서까지 출판한 사실에 감탄과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반가웠다. ‘도시 + 문화 + 정치’라는 당시로선 새로웠던 주제를 밤새 토론하며 연구했던 대학원 재학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특히 도시문화 전략으로서 ‘장소마케팅’ 연구를 한국 학계에서 함께 개척해온 저자와의 인연은 남다르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광주 이야기의 시작이 광주비엔날레를 통한 장소마케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필자도 장소마케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발표한 바 있고, 대한지리학회지 이번 호의 교차 서평 대상인 졸저(<<창조적 도시문화경영과 장소 만들기>>)에서도 장소마케팅 관점을 광주에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하나는 문화경제의 도시정치 관점에서, 다른 하나는 도시문화경영의 관점에서 장소마케팅을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비교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7년차 광주시민이자 광주문화 연구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신 교수의 저서는 고맙고 소중하기도 하다. 광주의 현대 도시정치를 문화적 관점에서 이렇게 공시적으로 융합, 횡단하며 들려주는 문화도시 이야기는 학계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심층적 도시문화 연구자와 광주시민들에게 이 책이 매우 고마운 이유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유익하다. 도시정치 이론과 방법론, 도시정치와 문화경제 분야의 교과서로서 손색이 없다. 저자가 직접 그린 10여개의 삽화들(도시통치 주체, 장소마케팅, 문화경제 거버넌스, 협력적 갈등 등)은 입문자와 학생들에게 이해력과 흥미를 북돋아 준다. 광주의 문화도시 전략과 문화경제의 도시정치를 종합적, 객관적으로 이해하는데도 매우 유익하다. 이 책을 보면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신 교수의 도시를 바라보는 학문적 관점과 이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좀 더 들여다보자. 저자의 이야기를 키워드 체계로 정리해보면 ‘도시정치 → 욕망 → 문화와 경제 → 기억 → 장소 만들기’로 요약된다. 우선 저자의 핵심 분야이자 연구의 출발점은 ‘도시정치’다. 도시정치의 핵심은 여러 행위자들의 관계다. 그래서 권력관계와 파트너십의 역동적 변화 과정이 도시정치의 중요 연구주제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이끄는 힘의 근원은 도시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의 ‘욕망’이다. 현대도시는 도시공간을 원하는 장소로 만들려는 다양한 욕망들이 부딪히고 교차하고 경합하고 합쳐지는 장소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정치는 장소 만들기의 정치다. 장소 만들기의 욕망은 크게 ‘경제와 문화’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경제적 욕망은 도시개발을 통한 발전 담론을 축으로 진행된다. 문화적 욕망은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에 의거한 ‘기억’ 공간 만들기를 핵심 축으로 펼쳐진다. 궁극적으로 문화와 경제의 협력적 갈등과 결합, 기억 공간의 문화정치를 통해 ‘장소 만들기’의 과정이 전개된다. 이 책의 1부(도시와 도시정치, 그리고 문화경제)에 이러한 키워드 체계의 세부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현대 도시정치를 이야기 하기 위해 왜 광주를 선택했을까? 그리고 광주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고, 그 이야기에 담긴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우선 광주를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매우 어렵고 역동적인 협치와 파트너십의 구체적 사례, 중앙정부 권력이 강한 아시아와 한국의 도시가 겪는 정치 상황의 응축 사례, 문화를 통한 도시개발(문화도시 발전 전략)과 도시정치를 바라보는 렌즈라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 이유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광주는 5・18의 도시로서 도시정신(이른바 ‘광주정신’ 혹은 ‘오월정신’)을 지니고 있는 한국의 유일한 도시다. 따라서 기억과 기억 공간이 문화의 핵심 주제를 이루고, 도시발전의 비전과 5・18 광주정신은 번번히 경합, 갈등, 교섭하는 문화정치의 골간을 이룬다. “5・18은 광주의 도시성장 문화전략이 극복하려한 이미지였고, 국가 수준에서 선정되고 지원받은 이유였으며, 문화경제를 둘러싼 갈등과 협상, 협력에서 핵심 주제”(p. 58)였던 것이다. 저자의 20년 연구 화두였던 “문화경제의 정치는 도시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광주가 잘 보여주는 것도 기억과 도시개발의 연결점이 계속 생겨나는 역동적 과정을 통해 문화와 경제의 통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가 런던대 교수 시절 주변에서 한국을 이야기할 때 서울보다도 광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는 것, 국제지리학 교과서와 국제학술지에서 광주 사례 저술을 요청받는 상황, 필자가 앞의 교차 서평 책에서 오월정신을 통한 창조문화도시 광주 만들기를 주요 연구주제로 삼았던 이유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광주는 어떤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을까. 이야기의 핵심 사건은 ‘광주비엔날레’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다. 이 책의 2부(광주와 5・18-어느 문화도시에서 만난 문화경제와 도시정치)에서 문화경제의 1단계와 2단계로 나누어 두 사건을 둘러싸고 진행되어온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광주비엔날레와 안티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과 구도청복원, 이 외에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선정 관련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5・18이 문화전략과 어떻게 갈등하고 결합되어 가는지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결국 문화도시와 창조도시 관련 광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도시경제를 위한 문화전략, 세계적 행사를 통한 도시선전(예술을 통한 도시이미지 고양), 도시정체성과 도시 역사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 공간 재생산 과정의 이해관계(정치적 비극적 기억과 경제성장 욕구의 만남), 기억 공간의 형성과정(기억의 문화자산 인식), 문화적 도시재생과 시민참여, 국가의 도시개발 주도권과 민관협력, 세계적 인증을 위한 노력(유네스코 518기록유산, 미디어아트창의도시) 등 풍부하다. 한마디로 광주는 현대도시가 겪는 문화정치적 진통, 야심 큰 국가주도형 문화전략의 실험과 진통을 통한 변화를 보여주는 도시정치의 대표 사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광주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던 도시 정치 이야기는 무엇일까. 문화와 경제를 따로 보면 안된다는 이야기, 도시이미지를 억지로 만들면 문제와 저항에 부딪힌다는 이야기, 국가 주도 도시성장은 지방 도시의 의존성을 높이고 저항을 일으켜 중소 도시에 부담을 준다는 이야기, 기억 공간의 형성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지루한 싸움이라는 이야기, 한마디로 문화도시의 도시정치는 다양한 욕망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실천적 유연성과 심리적 탄력성, 협력의 마음 근육을 키워 문화경제 거버넌스를 발전시킨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맺고 있다. 이 책은 광주, 5・18에 대한 학문적, 실천적 피로감으로 열정이 식어가던 필자에게 따뜻한 충고를 전해주었다. 도시공간의 문화정치 현실과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단정과 규정짓지 말고, 변화의 역동성을 마주하고 지켜보자고. 이 말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필독서로 추천한다.

페이지 상단으로 이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