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광주의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과정
1) 조선시대 이전 시기
2) 조선 읍성 시기
3) 조선 말~일제 시기
4) 광복 후~1995년 시기
5) 1995년 이후 시기
3. 지리적 상상력과 관계적 도시재생
1) 광주 도시재생 과정
2) 지리적 상상력과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4. 결론
1. 서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산업화를 경제적 번영의 상징으로 인식하면서, 대규모의 다양한 제조업이 도시의 성장을 담보한다고 생각했다(Fainstein, 1996, 172). 그러나 제조업의 재구조화와 함께, 1980년대 이후 많은 도시들은 성장 대신 내부 쇠퇴를 경험하게 되고 도시재생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Fainstein, 1996, 172-173). 도시의 발달과정에서 초기에는 도시계획이 도시 성장을 추동하였다. 도시계획이 폭넓게 진행되던 19세기 이후에는, 도시계획의 비전이 무질서한 산업도시를 대체할 근대적 ‘좋은 도시’였다(Hall and Barrett (eds.), 2018, 127). 그러나 1970년대부터는 철거, 모더니즘, 대규모 도시계획이 제이콥스(Jacobs, 1961)가 제안한 근린 계획으로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유강은(역), 2010).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진행된 도시의 외연적 확대에 따른 도시 내부의 쇠퇴와 맥을 같이 한다. 이와 함께 근래에는 도시재생이 도시 성장과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소로 부각되고,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도시 문제 해결과 성장을 위한 재생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도시재생이 이슈가 되고 있으므로, 도시의 동적,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보다 새로운 시각의 도시재생 접근이 요구된다(전경숙, 2017).
도시재생1)이란 시공간별 다양한 문제, 시대정신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다. 그 중에서 공통된 내용을 보면, 도시재생이란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포괄적이며 통합적인 비전과 조치로서, 경제․물리․사회․환경 측면의 지속적인 개선을 도모하게 된다(Roberts, 2017, 18). 따라서 도시 재생의 목적은 도시 번영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Roberts, 2017, 17). 이러한 도시재생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도시 상황과 관심사 그리고 미래 예측 가능한 문제를 포괄하는 비전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리학은 공간․통합․특수성을 주제로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오늘날의 복잡한 도시재생 문제 접근에 유용하다. 매시(Massey, 1985)는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서 사회적, 경제적, 학문적 급변기인 1980년대에, 공간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사회적 변화와 지리적 접근법의 발달과정 고찰을 통해, 관계적 관점의 공간 연구를 소개하였다. 사회와 공간(지역)의 학문 지리학은 1960년대 이전까지는 종합을 통해 경계 지어진 지역의 특수성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1970년대 이후에는 실증주의 지리학의 발달과 함께, 실제 세계 문제보다는 절차적 질문과 모형 및 법칙 구축에 집착하였다. 이러한 접근법은 대상 없는 방법론, 즉 사회적 내용이 없는 공간 상호작용 연구라고 비판하였다. 1980년대 이후에는 다른 사회과학보다 늦게 지리학이 사회적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지만, 지리적 관점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개념화는 미진하였다. 무엇보다 지리학의 요체인 사회관계가 일어나는 공간, 특히 로컬 다양성과 독특함을 과소평가하였다. 이러한 실증주의를 비판하며 급진적 비판주의자들이 등장하지만, 이들도 거대한 다양성의 극히 일부인 공통의 사회적 과정만 이해할 뿐이었다. 매시는 지리적으로 차별화 된 공간에서 전개되는 사회적 과정, 즉 사회의 공간 조직 이해를 강조하였다. 이는 사회적 과정의 방식에 대한 이해로, 정적인 주어진 공간 분포가 아니라, 광의의 공간 구조인 지리적 맥락 관점의 접근법이다. 그녀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는 공간적으로 구성되므로, 공간의 학문 지리학은 미래의 대표 학문이라고 보았다. 영국에서 진행되는 급격한 자본주의 재구조화를 사례로, 단편적인 원인-결과적 분석을 지양하고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었다.
공간의 관계적 접근은 매시의 2005년 저서에서 보다 구체화 되고 있다(박경환, 2016a; 박경환, 2016b; 박경환 등(역), 2016; Massey, 2005). 철학적 고찰을 통해 시간 중심의 인식론에서 벗어나 개방성․이질성․생동감으로서의 공간 문제에 집중하였다. 공간에 대한 이산적 다중성 인식으로 시간성을 전제로 하고, 동적 동시성 개념을 사용해 공간을 개방적이며 늘 변화하는 시스템으로 보았다. 공간 자체는 시간과 얽혀 있는 사건이라는 인식이다. 공간 변화는 내적 다중성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므로, 시간과 마찬가지로 활기차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되는 것으로 개념화 하였다. 공간적인 장소는, 일관성을 갖춘 위치가 아니라, 관련성으로 통합되어 새로움을 구성하는 만나고 분리되는 지점이므로 우연성과 이질적 요소를 지닌다. 또한 새로운 사회적 과정이 만들어지는 상호작용으로 서사의 특성을 지니게 된다. 한편 장소는 글로벌화 내부에 있는 행위 주체, 즉 글로벌이 로컬적으로 생산되는 것이며, 장소 자체는 묶음의 궤적인 다중 궤적 영역이다.
이상과 같이 개념적으로 보면 관계적 공간 인식은 난해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적 삶과 사회는 글로벌․로컬․다중성․혼성성․시공간성․개방성이 동시에 얽혀서 작동하고 있는 복잡계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지리학계에서도 관계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이영민, 2008; 이희상, 2012; 김병연, 2015; 최병두, 2017). 그러나 도시재생, 긴 시공간 맥락 관점에서의 연구는 찾을 수 없다. 특히 도시재생은 단편적 시각으로는 현황 이해와 미래 비전 제시가 불가능 하므로, 관계적 접근의 시도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장소 진정성, 공공성, 글로벌 장소감 기반의 관계적 접근을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장소 진정성이란 렐프(Relph, 1976)2)로 대표되는 인본주의 지리학자들의 폐쇄적, 정체성 기반의 장소 진정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김덕현 등(역), 2005). 공간은 상이한 역사적 궤적들이 만나 상호작용하는 지점이므로, 개방적, 다중적, 관계적으로 항상 진행 중이다. 현재의 공간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는 다양한 궤적들이 만나는 접점들이므로 상호작용을 통해 또 새로운 공간을 생성하게 된다. 따라서 시공간 맥락의 궤적들은 구획된 폐쇄적 영역도, 시공간 맥락 상 과거 한 시점에만 머무는 사건도 아니다. 그런데 현 공간에서 만나는 모든 궤적들을 동시에 연구할 수는 없다. 본 연구에서는 시간적 맥락과정에서 현재 또는 미래까지도 기억 또는 흔적으로 영향력 있게 연계되는 요소 내지 사건을 선별하여, 장소 진정성을 지닌 재생 요소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공공성은 위르겐 하버마스(Habermas, 1990), 자크 아탈리(Attali, 2003), 그리고 최근 배제 극복의 대립 개념으로 정의되는 포용성 개념을 포괄하여 관계적 도시 재생에 접목하고자 하였다(한승완(역), 2001; 이효숙(역), 2005). 하버마스3)에 의하면, 부르주아 공론장에서는 평등한 공중이 공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여론을 형성하였다(한승완(역), 2001). 시민사회 성립 이후에는 다양성, 기회 균등,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공공성의 가치 존중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 기저에는 동등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공개성, 공동성, 공적 속성, 열린 상호성이 관련되어 있다. 동등과 적극적 참여는 민주적 참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주요 관심사인 주민 참여 논의에 접목하였다. 아탈리4)는 오늘날의 전 지구적인 관계 속에서 이질적인 모두가 정체성을 보존하며,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공동의 이익 사회가 민주주의이며 유토피아라고 보았다(이효숙(역), 2005). 사회적, 정책적 관점에서 출발한 포용성 개념은, 관계적 도시재생에서 공간은 어느 누구도 배제적 독점은 안 된다는 기본 원칙 설정에 유용하다(Merrifield, 2014; 최병두, 2017). 개방적 포용성은 누구나 현 시점에서 자신의 시공간 맥락을 가지고 평등하게 만나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맥락을 구성하게 된다. 새로운 시공간 맥락의 접합점들이 보다 다양한 장소를 구성해 갈 수 있도록 도시재생은 진행되어야 한다.
관계적 접근에서 글로벌 장소감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 우리는 로컬, 개인적 일상생활 수준에서도 글로벌화의 특징 및 글로벌 스케일과 관계를 맺는다(Massey, 1991). 그러므로 일상적 삶에서도 글로벌 인식(global sense)이 필요하게 되었다(Castree, 2016, 587). 글로벌 장소감이란 장소에 갇힌 것이 아니라, 탈로컬적으로 실천된 상호관계를 의미한다(Massey, 1991; Murdock, 1998; Murdock, 2006, 박경환, 2014). 연결성 측면에서 다중성․다양성․우연성이 스며들 수 있는 개방성․다공질성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세계화에 의한 다양하고 복잡한 관계와 맥락에 따라 재편성되는 일상을 글로벌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하고자 한다.
한편 우리는 오랫동안 도시 연구를 단편적, 피상적으로 진행해 왔다. 도시 전문가 앙리 르페브르(Lefebvre, 2000)는 1970년대 이후의 거대한 도시적 현상 가운데, 특별한 의미의 생산 작품인 도시의 피폐화, 삶의 퇴화 문제에 주목하였다(양영란(역), 2011). 이어서 도시 영역의 전체‧종합적 관점, 조정을 통한 실천 관점에서 도시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자 하였다. 생산양식․사회 변화와 더불어 변화하는 도시공간의 역사, 즉 관계(연결)의 집합에서 문제의 해법과 미래 예측을 얻기 위해서는 다양한 차원의 지역 연구가 요구된다.
또한 도시계획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인 제이콥스(Jacobs, 1961)는, 도시가 번성하기 위해서는 생태계 일부로서 순조로운 작동이 가능하도록 다양성․창조성․기능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유강은(역), 2010). 순조롭게 작동하는 도시는, 도시의 주인공인 다양한 구성원들이 얽히고설켜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며 배제․소외․불균형 없이 서로 지탱하고 있어야 한다.
이상과 같은 관점을 배경으로, 본 연구에서는 광주광역시(이하 광주)를 연구대상지역으로 선정하여 관계적 접근을 통한 공공성 기반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광주는 백제 동성왕 20년(498년)에 행정단위로서 역사에 기록된 이래, 나주와 경합을 벌이기도 하였지만, 지속적으로 지역 거점도시로서 중심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국토정보원․광주광역시, 2014). 최근 도시의 주요 이슈인 세계화‧도시재생이 두드러지는 도시 중 하나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사례도 보인다5)연구방법은 문헌조사와 현장조사이다. 현장조사는 개관조사와 인터뷰 조사 중심으로 2002년부터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관계적 접근이므로 재생사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지역 및 향후 재생이 필요한 지역까지 조사 범위에 포함이 된다. 시공간 맥락에서의 흔적 내지 사건의 구성 과정, 실천 주체의 변화 등을 관찰, 인터뷰 조사하였다. 연구 절차는 크게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문헌조사단계이다. 재생 주제 문헌조사는 도시재생의 연구동향, 최근에 새롭게 제시된 아이디어, 성공․실패 사례 중심으로 고찰하였다. 그리고 본 연구와 관련된 관계적 접근, 공공성, 글로벌 장소감 등 주요 개념에 대해서는 이론적 배경을 고찰하였다. 둘째,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과정 고찰 단계이다. 지리적 사상‧사건의 흔적을 통해,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를 이해하고, 장소 진정성 요소를 관계적 접근에서 구성하여, 동 시대의 다중적 생성물을 일부라도 지속적으로 인식하고자 하였다. 셋째, 지리적 상상력과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의 고찰 단계이다. 광주에서의 도시재생 과정, 도시재생을 위한 지리적 상상력,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 해시태그 등을 기반으로 관계적 도시재생 방향을 고찰하였다. 장소 진정성 요소들이 시공간 맥락을 통해 동 시대에 존재하는 과거들은, 우리들의 ‘지금 여기’에 얽혀 있는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존재하게 된다. 이는 역사들의 화합. 공공 이익, 개방성 측면에서 다른 누군가로부터 계속 이어지는 독자적 이야기를 빼앗지 않고,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주체자들의 삶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지적 제안은 시간을 두고 탐구하고, 공적 장소에서 의사소통을 해야 조화가 가능하다. 이상을 기반으로 시공간 맥락에서의 장소 진정성, 공동의 이익으로서의 공공성, 포용적 글로벌 장소감 관점에서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도출하였다.
2. 광주의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과정
연구대상지역인 광주는 시공간 맥락으로 볼 때, 어떤 관계적 맥락 속에서 각 주체들이 지속적인 흔적을 새기며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일까(그림 1)? 광주광역시의 현재 상황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인간과 자연의 각 주체들이 최선의 실천 과정을 이어오고 있는 것일까? 광주의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시공간 지리적 사상‧사건의 흔적으로부터 관계적 맥락을 고찰하였다. 매시(2005)도 제안했듯이 실제 연구는 과거의 서사와 얽힌 관계적 흔적 중에서, 현재까지도 인식되는 흔적의 시공간 맥락을 선정하여 지속적으로 고찰하였다(박경환 외 (역), 2016; 전경숙, 2018). 주요 흔적은, 주민의 일상적인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친 정치‧행정‧경제‧사회‧문화 요소로 구성된 지리적 사상‧사건에 기초하여 도출하였다. 과거의 지리적 사상‧사건은 누층적 흔적을 통해서 현재의 우리들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러므로 시공간 특성이 누적된 흔적으로부터의 접근은 현재는 물론 미래의 광주 이해에 유용하다. 광주의 경우, 최근에 도시의 역사‧문화‧생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시공간 맥락에서의 흔적에 대한 관심이 미흡하여 흔적이나 기억의 단절이 우려된다(전경숙, 2018). 다음에는 광주 관련 기존 자료6)에 기초하여 시기별 지리적 사상‧사건의 특성에 따른 관계적 구성, 주체의 특성, 시공간 맥락의 상황을 고찰하고자 한다(표 1).
표 1.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 광주광역시
1) 조선시대 이전 시기
현재의 광주 영역과 관련된 조선시대 이전의 광주의 관계적 구성은, 중앙정부와의 정치․행정적 관계의 흔적이 무주‧무진주‧광주라는 지명을 통해 드러난다. 그 특성은 중앙 권력의 일방적인 영향력에 의해 시공간 맥락이 형성되었으며, 외부와의 주요 연결 통로는 역원제도에 따라 구축된 관리들의 육상교통 거점인 경양역(3등역)이었다(표 1). 광주와 외부와의 관계망은 주민 모두가 아니라, 소수 관료 중심으로 연결되는 단선형 관계적 구성이 나타났다. 서민의 자급적 삶은 소규모 폐쇄 영역 내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 맥락으로 구성되었다.
한편, 고지도에 의하면 무진도독 고읍성이 표기되어 있으나, 아직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권력 핵심지인 읍성의 위치는 주민들의 일상적 삶의 맥락에서 공간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지역 내부는 물론 외부와의 관계적 구성, 공공성 기반의 관계적 도시재생을 위한 주요 요소 측면에서 반드시 탐색되어야 한다.
2) 조선 읍성 시기
읍성 중심으로 삶이 영위되던 조선시대에는, 이전 시기에 비해 보다 확장된 주체들에 의해 다양한 지리적 사상‧사건이 전개 되면서 광주의 관계적 구성은 다양하게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외부와의 관계망은 중앙정부 중심으로 형성되지만, 내부 관계망은 정치‧행정 뿐 아니라 시장 관련 경제적 관계망도 작동하게 되었다. 읍성 공간은 중앙정부의 권력 집약체로서 객사가 읍성 핵심부에 입지하고, 읍성 밖 서쪽에는 중앙과의 연결 길목에 위치한 공북루가 권력의 상징적 경관을 이루었다. 또한 농업 사회로서 사직단이라는 중앙권력과 결합된 농업 생산 장려 상징물이 읍성 밖 동쪽에, 농업용 저수지인 호남 최대 인공호수 경양방죽이 읍성 밖 북쪽에 조성됨으로써, 서민 삶의 관계적 맥락도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읍성을 중심으로 한 중앙권력과의 간헐적이며 폐쇄적인 관계망이 형성되어, 소수 관료 중심으로 중앙과의 관계적 구성은 보다 확대되고 체계화 되었다. 읍성 밖 현재의 광주시 구 도심 주변부까지는 서민 중심의 삶이 지속적인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서민의 농업‧상업적 삶은 평면적으로 확장되고 보다 치밀해졌다. 특히 자연물인 하천은 읍성 해자의 물, 인공 저수지인 경양방죽 물로 연계되어 서민-중앙권력-자연의 경제‧행정‧생태적 맥락이 형성되었다. 동계천 물은 읍성 주변 해자 물을 공급한 후 방죽으로 흘러 보냈으며, 장원봉 발원 물줄기도 저수지로 보내졌다.
한편 동창‧서창‧읍창의 세곡창, 그리고 광주천변의 읍내장(큰장, 작은장)을 통해 간헐적인 중앙권력-자연-서민의 생태‧행정‧경제적 맥락, 서민-자연, 서민 간의 지속적이면서도 조밀한 경제‧생태적 맥락이 형성되었다. 고종 30년(1893년) 이후에는 사직제, 역원제가 폐지되고 경양역도 기능을 잃게 되었다. 1895년에는 광주가 나주부로 편입되면서, 광주 남부의 나주와 권력구조에 의한 중앙권력-지방-서민의 행정‧기능적 맥락이 형성되었다. 1896년에는 광주가 전라남도 도청소재지로 되면서, 광주의 행정‧기능적 중심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중앙권력-지방-서민의 행정‧사회‧경제적 맥락이 형성되었다. 중앙권력에 의해 부여된 상징성이, 광주 도시 성장에 지금까지도 작용하고 있다.
3) 조선 말~일제 시기
일제 침탈 시기에 광주의 관계적 맥락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큰 흔적은, 읍성의 일제 침탈과 양림동으로의 기독교 선교사 유입이다. 일제는 조선 중앙권력의 상징인 읍성 성벽을 허물고, 도로를 건설함으로써 폐쇄적 공간 영역을 개방성과 연결성의 경관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사회‧경제적으로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분리라는 이중적 관계망을 형성하였다. 국외권력-중앙정부-서민의 정치‧공간‧정신적 침탈 맥락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일제는 철도의 연결(호남선 송정역)로 광주시의 관계망을 서부 및 외부로 크게 확장시키고, 도심철도 부설과 광주역 신설로 공간적 관계망 확장은 물론 도시를 내부 순환형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국외권력-자연-서민-지방의 연계 맥락 형성을 의미한다. 특히 경양방죽의 매립으로 국외권력-서민-자연의 생태‧공간‧경제‧정신적 침탈 맥락이라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편 양림동에는 배유지 선교사의 기독교 최초 예배장소(1904년)를 시작으로 근대 기독교 흔적이 다양하게 새겨진다. 교회‧기독학교‧병원 설립은 물론 일제 침탈에 대한 저항정신까지 고취시키며 종교‧교육‧정신(애국, 국가 독립) 측면에 영향 미쳤다. 공간적으로는 광주 천변 주변부의 죽은 자들의 공간(묘지)이던 구릉지까지 산자들의 삶의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기독교 선교사의 종교적 침투로 서구 종교‧문화‧교육‧사회 관계망을 통한 단선형 관계적 구성이 나타났다. 국외권력은 공간‧생태‧정신적 변혁을 일으키며, 전통에 대한 침투적 얽힘의 맥락 형성에 크게 작용하였다.
4) 광복 후~1995년 시기
광복 이후 전쟁 등 혼란기를 보내고 나서 1960년대 이후부터는 광주에도 공간‧기능적 변화와 함께, 관계적 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시 청사가 일제 당시 부 사무소로부터 경양방죽 매립지로 이전하고, 공단‧시장‧상가‧공용터미널‧공항의 입지, 고속국도‧아파트의 건설, 직할시로의 승격 등, 정부 주도의 활발한 행정‧경제적 진화와 함께 타 지역과의 연계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정부주도형 지역 내부 심화, 중앙-지방, 지방 간 관계적 구성이 나타났다. 중앙정부-시민-지방의 경제‧공간‧생태적 변혁이라는 혼돈적 얽힘의 맥락이 형성된 것이다.
5) 1995년 이후 시기
1995년 지방자치 이후에는 전 지구적인 세계화에도 힘입어 광주는 보다 다양한 큰 변혁을 경험하게 된다. 행정적으로는 광역시로의 개편, 경제‧문화적으로는 중앙 백화점의 진출과 지역 백화점의 폐점, 2단계 첨단과학산업단지 건설, 고려인마을 형성, 광주비엔날레 개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광엑스포‧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등 다채로운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특히 중앙권력의 상징인 전라남도청의 목포 이전, 시청의 상무 신도심으로의 이전 등으로 도심 공동화와 함께 도심 쇠퇴가 가속화 된다. 이에 2000년대부터 도심 재개발이 진행되는데, 양림동 도시재생을 비롯해 대인예술시장 재생, 읍성 중심의 광주폴리 조성,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푸른길가꾸기운동 전개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시재생도 보인다. 최근에는 공간‧인종(민족)‧문화‧사회적 관계망 확장과 함께 타 지역 및 외국과의 연계, 도시 공간의 중심-주변과의 연계가 상호 교차하는 복잡하고 다중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글로벌시장형의 다양성‧혼성성‧복잡성의 관계적 구성이 나타난다. 시민-글로벌 경제‧공간‧문화‧생태‧정치‧사회적 변혁과 함께 다중적 얽힘의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3. 지리적 상상력과 관계적 도시재생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대부터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시의 물리적 개선이 진행되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도시재생이 도시 성장의 중심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전경숙, 2017). 이와 함께 도시재생 사업단의 구성(2007), 도시재생 활성화 및지원에 대한 특별법의 제정(2013) 및 국가의 도시재생 기본방침(2014-2023)이 마련(2013년)되기에 이른다(전경숙, 2017).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도시재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심 활성화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2017년에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발표되기에 이른다.
광주의 도시재생 과정은 어떠한지? 도시재생의 현황은 어떠한지? 긍정적 미래의 향방은 어떻게 제안할 수 있는지? 본 연구에서는 도시재생의 성찰7)과 성공 요인 도출8)을 위해 광주에서의 도시재생 과정과 사례부터 고찰하기로 한다. 다음으로 관계적 구성, 시공간 맥락, 해시태그 등을 기반으로 관계적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한다.
1) 광주 도시재생 과정
광주의 도시계획 기본 방향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도시와 문화예술의 중심도시 형성이다(광주광역시, http://www.gwangju.go.kr/). 그 근간은 주민이 편안하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효율성‧형평성‧쾌적성‧지속가능성‧친환경성 전략이다. 최근에는 도시개발보다는 도시재생의 비중이 증대되는데, 기본적으로는 도시계획의 기본 방향과 맥을 같이 해야 한다. 2025 광주광역시 도시재생 전략의 비전‧방향에서는 광주다운 도시재생을 위해 물리‧사회‧경제‧환경 등 다양한 측면의 통합적 접근을 제시하며 이전의 지역별, 단편적 재생을 지양하고 있다(광주광역시, 2016‧2019). 고무적인 전략이다.
2017년부터는 전 국토적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도시재생의 화두가 되고 있다(전경숙, 2017). 지속적인 공적 재원의 집중 투자로 도시재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시의 재활성화로 경제 위기 극복, 쇠퇴도시 경쟁력 회복, 삶의 질 제고를 꾀하는 일종의 혁신사업이라 불린다. 지역 특성별 맞춤형, 소규모 지원 사업으로 6개 유형 15 모형을 포괄하는데, 주민 참여와 협력적 거버넌스 기반의 상향식 사업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원주민 내몰리기, 공동체 해체 대책도 동시에 추진하게 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70% 이상은 신설된 우리동네살리기 유형, 저층 노후 주거지 주거환경 개선 지원의 주거정비지원형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광주에서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7년 3곳9), 2018년 5곳10) 2019년 4곳11)으로 현재 활발히 진행 중이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그림 1).
2015년부터는 중앙부처 공모사업(70%의 국고 지원)으로 ‘새뜰마을’사업12)이 지역행복권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2015년에 3곳, 2017년에 1곳, 2019년에 3곳이 선정되었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그림 1). 그런데 도시재생 사업지역은 도심 중심에 분포하는데 반해, 시공간 맥락에 서 본 지리적 사상은 비교적 분산되어 있다. 도시재생은 도심 특정 지역에서 진행되더라도, 도시 전체와의 조화를 고려한다면 주요 지리적 사상과의 맥락적 연계가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현장조사를 기반으로 광주 도시재생 사업 중 전국적으로 유명한 사례13)를 성공 요인, 문제점 중심으로 성찰해 보기로 한다. 먼저 2008년 광주비엔날레 ‘복덕방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대인시장 재생이 있다(전경숙, 2016). 쇠퇴하고 있는 전통시장의 빈 점포를 공공미술 전시장으로 활용하여 성공을 거두면서 대인예술시장으로 불리고 있다. 고령층 중심의 전통시장과 젊은 예술가들의 만남, 예술가‧상인‧시민의 직접 참여와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다양한 시공간 맥락의 접합으로 과거의 단절을 새로운 맥락으로 연결한 창의적, 혁신적 사례이다. 한편으로는 상점 임대료 상승으로 예술가들이 떠나면서 예술이 없는 예술시장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2019년 아트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외부 지원금, 프로젝트 수행자 중심으로 진행되어 프로그램 아이디어와 실천력은 우수했지만, 주체자 중심의 자생력 부족으로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2009년부터 재생 프로젝트가 진행된 양림역사마을 재생 사례가 있다(중앙일보, 2008; 천득염, 2009). 읍성을 벗어난 죽은 자들의 공간이, 서양 선교사들이 교회‧학교‧병원을 개설하면서(1904년) 기독교의 산실이 되었다. 최초의 교회‧예배지‧공연장‧서양식 가옥 등 서양 문화의 흔적이 밀집되어 있다. 한편으로 일제 당시 광주 부자들의 주거지로도 각광을 받아, 시 민속문화재 지정 전통한옥14)도 존재한다. 양림동에는 다채로운 근대문화역사 자원이 근거리에 집중 분포하고 있어서 관광객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역사가 오랜 물리적 근대문화유산 중심의 재생이므로,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지리적 상상력을 활용한 보다 혁신적, 창의적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인천‧군산‧목포의 근대문화유산과 차별화되는 재생이 필요하다. 일제 침탈의 근대만이 아니라 서구 기독교적 맥락의 침투가 강조되어야 한다. 일제로부터의 독립정신을 고취시키던 교육장, 이국적인 호랑가시나무 숲‧서구식 건축물과 묘지, 5.18 민주항쟁 당시에는 청년들의 피신처이자 외부와의 통로였다는 점은, 한층 다양하며 역동적이고 새로운 관계적 맥락으로 확장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4년부터 새뜰마을사업으로 주목 받는 양동 발산마을 재생 사례이다(Newsis, 2016). 광주의 대표적 달동네에서 역사‧문화‧예술‧사람이 공존하는 청춘발산마을로 재탄생 되었다. 2014년 마을미술프로젝트, 2015-2018년 새뜰마을사업의 추진으로, 퇴화 주택지역(98개)이 청년 층의 명소가 되었다. 공가‧폐가‧나대지에 청년창업식당‧마을전망대‧주민커뮤니티센터‧주차장‧텃밭을 조성하여, 청년층과 고령층이 함께 마을공동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발산마을의 역사성을 보면, 1950년 한국전쟁 후의 피난민, 1970년대~1980년대의 임동 방직공장 여공들로 활력이 넘쳤으나, 1990년대 이후 방직공장 쇠퇴로 빈집과 고령자들의 퇴화지역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2014년부터 주민의 일상이 예술이라는 슬로건 하에, 과거의 젊은이들 흔적과 현대의 젊은 예술인들이 고령자 중심의 원주민들과 공존하는 문화‧역사의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시공간 맥락의 연결을 통해 과거와 현재, 청춘과 고령층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맥락이 형성되고 있다. 외부의 젊은 예술가, 도시 내‧외부 관광객, 사업 관계자, 원주민 고령자 등 다양한 삶의 맥락이 상호 교차하는 만남의 장으로서 새로운 시공간 맥락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외에 ‘2019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는 ‘대학타운형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우수사례로 선정되었다(전남도민일보, 2019).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도시재생대학 기본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기본과정 수료자들은 실습 중심의 심화과정을 통해 도시재생 활동가 및 코디네이터로서의 역량 제고 과정을 거치게 된다. 교육 중심의 주민참여형 역량 강화라는 점이 긍정적이다. 그리고 ‘2019 도시재생 한마당 도시재생 주민참여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는 인쇄거리 창업을 꿈꾸는 ‘빈칸 채우기’ 청년 팀이 ‘팔레트 힐링가든 조성 프로젝트’라는 주제 발표로 국토교통부장관상(대상)을 수상했다(Pedien, 2019). 업사이클링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인쇄거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기업 성장 로드맵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년 중심의 실천적 프로그램이라는 측면이 바람직하다. 또한 광주광역시‧광주광역시도시재생공동체센터‧광주도시공사에서는 도시재생 명사초청 특강 등 실천적이며, 심화된 재생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시민일보, 2019). 다양한 주체들의 공동 노력이라는 점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지역 청년들의 참여기구인 광주시 청년위원회(50명 이내)를 통해, 청년들이 도시재생에 참여하고 현장 중심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최근의 광주 도시재생 사업은 청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실천과 공존 중심 사업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단편적, 단기적, 가시적 프로그램 중심으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조사에 의하면 총괄코디네이터, 주민활동가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 기간 이후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리를 위해서는 주민활동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아직은 주민의 역량 강화 단계로서 코디네이터가 중심이 되고, 주민들은 수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므로 느리게 주민들의 경험을 토대로 시행되어야 자립할 수 있다. 지역별 차별화 재생, 일상적 삶을 통한 다양한 기획‧실천을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보다 발전적인 도시재생 경험의 축적으로 도시 전체의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 관점, 일상적인 삶의 과정 가운데 자연스런 맥락으로 이어지는 도시재생이 진행되어야 한다.
2) 지리적 상상력과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1) 도시재생을 위한 지리적 상상력
도시의 주인은 건물‧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다. 일상적 삶 가운데 도시를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해 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도시의 진정한 주인인 주체이다. 오늘날 광주에서는 불안한 속도감의 자동차 발달, 소수 집단 중심의 고층아파트 재개발이라는 부정적 변질로 일상적 삶의 주체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도시 전문가는 도시계획 내지 재생의 방향과 아이디어 제시가 사명이자 의무이다. 전문가들은 전문적 지식‧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의 상황 진단과 도시 창조의 의미‧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진정성 없는 재현의 공간 만들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주체들이 삶 가운데 도시를 직접 창조해 가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지향해야 한다. 기존 전문가들의 지리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찰하기로 한다.
하버마스(1990)에 의하면 공공성이란 동등하게 적극적으로 자유로운 참여‧공개성‧여론(공론)과 그 여론의 담지자인 공중‧비판‧개방성(공개성)‧의사소통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한승완(역), 2001).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추상적이므로 아탈리(2003)의 개념도 활용하고자 한다. 그는 오늘날의 전 지구적인 관계 속에서 이질적인 모두가 정체성을 보존하며, 동등하게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공동의 이익 사회가 민주주의이며 유토피아라고 보았다(이효숙(역), 2005). 공동의 이익은 구체적인 개념이므로 공공성 기반의 도시 계획 내지 재생의 방향성 제시에 보다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2000년대부터는 포용성15) 개념이 배제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 등장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최병두, 2017). 본 연구에서는 포용성도 공공성을 위한 다양한 의미 중 하나로 채용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공개성‧여론‧비판은 공론의 합의로 이어지는 일종의 포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매시에 의하면 공간은 개방성‧이질성‧생동감을 지니며 늘 변화하는 시스템이다(Massey, 2005). 장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사들이 우연히 만나 상호작용을 하며 정체성을 구성해 가는, 새로운 사회적 과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자 시스템이다. 그러므로 다양한 관계 속에는 과거도 존재하는데, 오늘날 대부분의 도시재생은 상품화만 있고 역사 인식은 없다고 매시는 비판하였다. 개방적, 시공간적, 다중적, 동적 관점은, 오늘날의 노마디즘적 삶의 세계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혁신적 개념 틀이다. 본 연구에서는 시기별로 보다 강한 정체성이 드러나고 현재에도 쉽게 인지되는 지리적 사상 중심으로, 역사 인식으로서의 시공간 맥락을 도출하고자 한다(표 1 참조).
특히 제이콥스(1961)의 도시에 대한 사상은 보다 현실적, 실질적이므로 광주시 도시재생 아이디어 도출에 유용하다(유강은(역), 2010). 그녀는 도시 만들기 참여자들의 다양성과 창조적, 기능적 삶을 강조하며, 도시 경관은 평범하지만 서비스는 세련되고 즐거워야 한다는 소중한 제안을 한다. 도시의 생명인 교통은 안전이 전제 되어야 하는데, 도시 만들기의 적극적 참여자인 보행자에 의해 활기와 함께 담보된다고 하였다. 인간‧보행자‧생태 중심의 도시 만들기 제안은, 소박해 보이지만 큰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 특히 공공 안전은 스스로, 자발적, 무의식적인 규제 속에서 정상적, 일상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최근 광주에서는 고층 내지 초고층 재개발 아파트 건설로, 주체자들이 안전과 활기찬 도시 만들기 참여의 장을 잃어 가고 있다. 창조적, 기능적, 다양한 삶 대신 획일적 삶이 강요되고 있는 광주의 현실에서 제이콥스의 사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상의 공공성, 관계적, 적극적 참여라는 지리적 상상력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 만들기 실천에 접근하기로 한다.
(2)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실천하기
① 아탈리적 삶의 특성과 관계적 도시재생
장소 진정성을 도출하기 위해, 앞 절의 시공간 맥락 변화과정에 아탈리(2003)의 역사적 상황에 따른 삶의 특성을 적용하여 시기별 삶의 특성을 고찰하였다(이효숙(역), 2005). 첫째, 조선읍성 시기까지는 정착민적 삶의 시기, 둘째, 조선 말~일제 시기는 국외 연결망이 시작되면서 보다 역동적이며 다양한 노마디즘적 삶이 대두되는 시기, 셋째, 광복 후~ 1995년까지는 광복 후와 산업화 시기 사회상과 마찬가지로 혼돈적이지만 국내 노마디즘적 삶의 특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기, 넷째, 1995년 이후 시기는 해외여행 자유화(1989) 시기를 지나 글로벌 노마디즘적 삶이 일상화된 현대이다. 아탈리가 지적했듯이 현대는 정착민적 삶이 기본인 사람들도 출퇴근‧출장‧여행 등 일상적 삶이 노마디즘적 삶의 특성을 지니는 세계화 시기이다. 따라서 노마디즘적 삶의 특성을 지니는 현대인의 삶을 위한 도시재생 기법이 요구된다. 역사적 인식 없는 흔적의 물리적 재현은 바라만 보는 화석화 복원이다. 노마드들은 과거 흔적의 정착민적 삶의 장점을 진정성 있게 복원해야 매력을 느낀다. 노마드들은 현실적 재생 외에 가상적 또는 증강현실적으로도 과거의 흔적에 연결이 가능하다. 노마드들은 스스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맥락으로 관계 맺음을 이어가게 된다. 따라서 재생은 궤적이 이어지는 연결과 상호작용의 계기를 장소 진성성에 기반하여 마련해야 된다. 이러한 도시재생 방향의 정당성은 공공성 개념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공동의 이익이라는 공공성 개념은 지역민과 방문자‧관리자‧투자자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공개성(개방성), 의견 제시와 비판 또는 수용의 의사소통이 전제가 된다. 공동의 이익을 기반으로 하므로 긍정적 여론방향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시공간 맥락의 사람 또는 자연은 현실 또는 가상으로 자유롭게 서로 얽히고설켜 교차하며 새로운 시공간 맥락으로 이어진다. 하버마스(1990)가 자유로운 국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공적 일에 관심을 갖는다고 했듯이 자유로운 노마드들은 공공에 관심을 갖는다(한승완(역), 2001).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비판적, 공개적으로 정보와 자신의 의견을 나누면서 사회관계망을 통해 자신의 시공간 맥락에 연결된다. 이것이 진정성‧포용성‧공공성‧글로벌 장소감 기반의 흔적 만들기이며,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방향이다.
②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제이콥스(1984)는 도시의 경제적 삶의 원칙은 혁신을 통한 발전 즉 자생적 도시라고 강조하였다(서은경(역), 2004). 도시는 기존의 생산 외에 혁신과 유연한 대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생산 기반을 갖추고 현실적인 즉흥적 창조와 개조가 가능한 혁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처음은 사소하지만 공생적 네트워크를 통해 연쇄반응을 일으켜 비약적 성장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도시 재생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 내지 지방 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재생은 성공하기 어렵다. 처음에는 사소하더라도 외부와 협력하며 혁신을 이어가야 역동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가 될 수 있다. 주민 스스로 참여하여, 공동체 자원을 발굴하고, 현재의 재생을 시작으로 연쇄적 쇄신 확대로 연결시켜야 성장이 가능하다. 로컬 공동체에서부터 도시 전체,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로컬의 고유성 발굴과 창조로 새로운 삶의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재생은 보조금 범주 내에서만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시공간 맥락에서의 지역 이해 교육을 통해 공동체에 대한 자긍심부터 갖추도록 해야 한다.
③ 사회적 관계망과 관계적 도시재생
2020년 1월 현재, 사회적 관계망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지구적 삶을 사는 노마드들이, 관심을 가지는 지리적 사상 내지 흔적의 특성을 해시태그 및 관련 해시태그 빈도를 통해 조사하였다. 광주라는 지역 단위의 경우 18,390.961건의 해시태그가 있었다. 관련 해시태그 빈도는, 신 개발지인 상무지구‧수완지구‧첨단 순이다. 신 개발지역에는 젊은 층에 대한 유인력이 강한 맛 집이라는 명소들이 입지하고 있다. 이어서 전남대‧동명동‧구시청‧전대 후문‧쌍촌동‧봉선동 순으로 빈도가 높았다. 역시 상업적으로 젊은 층 유인력이 강한 장소와 구도심 재생지역이다. 생태도시로서의 광주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은, 무등산(143,026), 광주천(7,017)의 높은 빈도이다. 광주 도시만들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광주(13,462,480) 다음 순위는 양림동(658,712)인데 양림동 지역 내부 방문 뿐 아니라, 인근의 젊은 층 유인력이 강한 상업지역(전대후문, 전대, 충장로)도 발견된다. 다음 순위는 펭귄마을(58,831)이지만 내부 연결 해시태그는 없다. 좁은 범위의 단순한 재생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1913송정역시장은 광주송정역 관련 해시태그에서 나타났다. 광주 출입 역과의 접근성이 큰 편익 자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인시장(20,572)은 관련 해시태그가 대부분 시장 내부로 한정되어 있어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례라 할만하다. 그러나 현장조사 결과 지원금 이후 프로그램의 창의적 확대보다는 시장 원래 상인들의 먹거리가 인구 유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시장으로서의 지속적인 쇄신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은 있지만, 야시장을 통한 기존 시장 상인의 경제적 활성화는 긍정적이다. 신세대 지향의 도시재생은 상업화 맛 집, 이국적 경관 외에 진정성 있는 흔적 내지 장소를 콘텐츠로 실질적, 가상적 접근성을 확보하여 관계적 맥락이 접합되도록 해야 한다. 창조적, 혁신적인 콘텐츠 개발과 IT를 활용한 홍보 및 접근 기법이 관건이다. 요소별 해시태그를 심도 있게 조사하면 관계적 도시재생 만들기에 유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④ 시공간 맥락과 관계적 도시재생 만들기
시공간 맥락을 기반으로 주요 도시재생 요소로서의 흔적을 추출하고, 거주자‧방문자들이 삶 속에서 스스로 참여하는 창조적인 관계적 도시 만들기에 대한 아이디어 제안이다. 참여 주체자들은 시공간 맥락의 연결과정에서 관계를 통해 역사적 인식과 함께 혁신적인 도시 창조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도시재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공간 맥락의 흔적 추출과 그 특성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 조선 읍성시대 이전 상황에서는 고지도상에만 존재하는 사라진 흔적 고읍성과 경양역은 재생을 위한 흥미로운 흔적이다. 고읍성은 광주 뿌리로서 시간적으로는 현대, 공간적으로는 세계로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읍성, 주변 양림동과의 연결로 조선 초기와 근대적 숨결, 광복 후의 현대적 숨결로 연결되는 구체적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둘째, 조선 읍성 시기의 삶은 광주천‧무등산‧경양방죽‧동계천‧공북루‧사직단‧읍성해자‧세곡창 등을 주요 흔적으로 활용하여, 시공간 맥락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도심 내부 중앙권력과의 연결성, 미진하지만 활력을 지녔던 서민들의 삶을 강조하면 당시의 주요 삶의 맥락을 복원할 수 있으며, 현재의 구도심 내부도 충진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억만으로 존재하는 경양방죽과 세곡창, 복개된 광주천과 동계천, 읍성 해자의 복원은 생태도시 실현에도 기여하겠지만, 긴 시간을 요하는 과제이다.
최근 광주에서는 광주폴리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중심으로 점적인 도시재생이 진행되었다. 이제는 포용적, 통합적 관점의 심화된 맥락적 관계 만들기가 요구된다. 폐쇄적 권위의 공간이 현재의 다양한 주체들과 일제의 불연속면까지 포용해 어떤 관계를 창의적으로 형성하게 될 지는, 주민 참여를 통해 새로운 맥락으로 이어가도록 해야 한다. 경양방죽의 경우, 현재는 물리적 흔적을 찾을 수 없지만 지명을 통해 경양방죽의 범주를 상상하며 과거와 교감할 수 있다. 2011년부터는 경양마을사료관 개관, 주민 어울림 축제를 통해 경양방죽을 통한 과거와의 관계적 맥락이 연결되고 있다(전경숙, 2018). 시공간 맥락에 따라 새로운 흔적이 새겨지고 있다. 그러나 전체 복원의 어려움을 고려하면 홀로그램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창조적 복원으로, 참여자들이 새로운 연결망을 만들어 가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일제는 읍성 소멸, 경양방죽 매립, 신 도로망 개설 등 주체자들의 일상적 삶에 큰 굴절을 만들며 역사적 단절의 흔적을 남겼다. 역사적 인식의 부정합면이다. 일제 이전 상황의 복원도 필요하지만, 사람-자연의 관계적 구성에 대한 가치관‧윤리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장으로서의 활용도 가능하다. 특히 시장은 서민 중심의 다양한 궤적들의 관계적 장소로 당시의 시공간 맥락과 관계적 구성을 이해할 수 있는 주요한 접점이다. 광주천변 퇴적층의 자연‧인위적 변화, 일제의 정치적 영향에 의한 장소 변경 등은 주요 주체들 삶의 관계적 구성에 대한 정치‧경제‧정신적 영향을 추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흔적이다. 따라서 장터 이동 과정도 추적 재생이 필요하다. 양림동 일대는 근대문화유산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물리적 복원 단계에서 도약하여 일제와 대비되는 역사 인식, 당시 시공간 맥락의 전개에 대한 관계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보다 심화된 재생이 필요하다. 넷째, 광복 후 시기에는 혼돈과 산업화의 흔적이 주요 재생 요소이다. 광복과 전쟁 이후의 혼돈, 급변하는 당시의 산업화를 부각시키는 맥락과 현재와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서민 사랑을 실천한 백범이 지원한 최초 아파트, 산업역군들의 생산‧거주지 및 야학에서 학원촌 그리고 교통 요지와 아파트단지, 경양방죽 매립과 태봉산, 광주천 복개 등의 주요 흔적을 활용해 시공간 맥락을 연계할 수 있다. 현재 최초의 공업단지와 시영 아파트는 재개발로 기억에서도 사라질 위기에 있다. 재생의 아이디어가 시급히 요구되는 소중한 관계적 맥락들이다.
이상과 같이 도시 재생 요소로 활용 가능한 흔적의 사례를 다양한 시공간 맥락에서 도출하였다. 흔적들을 도시재생에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특정 시공간에서의 삶의 특성인 흔적들이, 시공간 맥락의 관계적 구성 측면에서 부각되어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현재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일상적 삶 가운데 다양한 방법으로 자유롭게 접근하여 새로운 관계적 구성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장소 진정성‧공공성‧글로벌 장소감을 전제로 한다면, 참여자에 의해 시공간 맥락의 단절 없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된다. 참여자들은 글로벌, 포용적, 공공적 삶을 실천하며 만족감도 얻게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도시재생은, 노마디즘 삶을 즐기는 현대인을 위한 도시재생 방안이다. 노마드들은 장소 진정성을 기반으로, 단절된 과거의 맥락만 연결해 주면 현재부터는 스스로 공유하며 계속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시공간 맥락에서의 관계적 도시재생을 통해,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 작품 같이 우연적 만남과 지리적 상상력이 풍부한 즐거운 도시만들기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Massey, 2005, 180).
4. 결론
본 연구에서는 장소 진정성, 공공성, 글로벌 장소감 기반의 관계적 접근을 통해 다양성이 어우러진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도시 공동체 주체로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삶의 의미와 행복감을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주체의 존재성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공동체 만들기에 접근하고자 한 것이다. 연구대상 지역은 광주광역시이며, 주된 연구 방법은 문헌조사와 현장조사이다. 현장조사는 2002년부터 수시로 인터뷰와 개관조사를 병행하였다.
광주에서는 2000년대 이후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사례도 보인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인 광주에서의 관계적 도시재생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먼저 광주에서의 삶의 특성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을 고찰하였다. 다음으로 광주에서의 도시재생 과정을 고찰하였다. 도시재생에 대한 성찰과 성공 요인 도출을 위해 우수 평가를 받은 도시재생 사례의 성공 요인, 문제점에 주목하였다. 이어서 기존 전문가들의 지리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관계적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고찰하였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망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며 지구적 삶을 사는 현대인들이 광주에 대해 관심을 갖는 흔적들은 무엇인지 고찰하였다. 해시태그 및 관련 해시태그 빈도 조사를 통해, 그들이 관심 있게 접근하는 지리적 사상 내지 흔적을 도출하였다. 이상의 고찰에 기초하여 장소 진정성 기반의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아이디어를 도출하였다.
첫째, 시기별 삶의 특성 고찰을 통해 장소 진정성을 도출하였다. 장소 진정성 기반의 재생은 현재적 삶이 과거의 흔적을 통해 시공간 맥락으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광복 이전의 흔적이라면 정착민적 삶의 장점이 부각된 재생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신세대들도 포용하는 공공성 기반의 재생이라면 현실적 재생 외에 가상적 또는 증강현실적 기법 활용도 바람직한 재생 아이디어이다.
둘째, 도시의 경제적 삶의 원칙은 혁신을 통해 발전이 가능한 자생적 도시 만들기이다(제이콥스, 1984). 보조금 의존형 재생은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주민 스스로 도시재생에 참여하여, 혁신과 지속가능성의 재생 자원을 발굴하고, 현재의 재생을 시작으로 연쇄적 쇄신으로 연결시켜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다양하고 평등한 주체자들이 공적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재생 아이디어가 여론으로 형성된다. 참여를 통한 맥락, 재생을 통한 맥락이 얽히고설킨 독특하면서도 지속가능한 관계망이 구성된다.
셋째, 해시태그 빈도로 신세대들의 관심 있는 지리적 사상 내지 흔적을 도출하였다. 상업화 맛 집, 이국적 경관 뿐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맥락적 장소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공성․개방성․포용성 기반의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신세대들에게 정체성, 스토리텔링 같은 재생 실천의 기회 제공으로 관계적 맥락이 접합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시공간 맥락의 흔적 추출과 그 특성 이해를 기반으로, 참여 주체자들이 시공간 맥락의 연결과정에서 역사적 인식과 혁신적인 도시 창조 과정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시공간 맥락에서 단절된 흔적 내지 궤도는 의미 있는 재생을 통해 현재 그리고 미래와 연결이 가능하게 된다. 이상은 광주에서의 지속가능한 관계적 도시재생 아이디어이다.
향후 보다 나은 도시재생을 위해서 다음과 같은 관점의 도시재생도 제안한다.
첫째, 도시재생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상상을 토대로 시공간 맥락은 지속적으로 구성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도시재생은 도시 전체의 연계성을 고려한 통합적 관점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다양한 시공간 궤적의 지리적 사상․흔적을 통해 보다 독특하고 지속가능한 장소 만들기로 맥락 측면에서 연계되어야 한다.
셋째, 도시재생은 현재까지의 시공간 맥락과 조화를 이루며, 단절 없이 자연스런 맥락으로 궤적을 형성하도록 수행되어야 한다.
넷째, 도시재생은 공간의 배제적 독점이 없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기반으로, 공동의 이익이라는 공공성 관점에서 수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글로벌 공동체 도시라는 미래지향적인 포용성 기반의 도시재생은 장기적 과제이다. 이는 아탈리(2003)가 제시한 지역민‧여행자‧이방인‧자연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안전‧자유‧형평성‧지속성‧개방성 기반의 이상적 도시에 대한 도전이다(이효숙(역), 2005). 보다 풍부한 지리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세계인 공동의 이익에 접근하는 도시 구상은 향후에도 이어져야 한다.
주
1) 우리나라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단에 의한 도시재생 정의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존 도시에 새로운 기능의 도입․창출로 경제․사회․물리적 부흥을 꾀하는 것이다. 학술적 정의와 비슷한 함의다.
2) 에드워드 렐프(1976)는 진정성이란 순수를 의미하는 것으로, 자유와 책임을 인식하는 현존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소가 인간 의도의 산물이며, 인간 활동을 위한 의미로 가득한 사실임을 인식하고, 장소에 대한 정체성 지니기, 즉 애착 부여로 장소 진정성이 창조된다고 보았다(김덕현 등(역), 2008). 따라서 관계적 관점에서의 장소 진정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3) 위르겐 하버마스(1990)에 의하면 부르주아 공론장에서는 평등한 공중이 공적으로 논의에 참여해 여론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1990년 신판 저서에서는 비자립적 남성과 여성은 부르주아 공론장에서 정치적 여론 형성, 의사결정에 동등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배제되었다고 보았다(한승완(역), 2001). 동등과 적극적 참여는 민주적 참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본 연구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주요 관심사인 주민 참여 논의에 접목하였다.
4) 자크 아탈리(2003)에 의하면, 노마디즘은 인간의 본질이며 진보의 주요 동인이다(이효숙(역), 2005). 오늘날 정착민과 노마드 간 가치‧세력의 대결로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현재 사건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면 인간은 분쟁의 파국 대신 공동의 이익을 위한 유토피아를 추구한다는 시나리오다. 노마드와 정착민 모두 상반된 특성의 정체성 보존이 가능하고, 동등한 가치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인 것이다.
5) 광주 재생사업 중 조성 초기 전국적으로 유명했던 성공 사례로는 푸른길공원(2002), 대인예술시장(2008), 양림역사문화마을(2009), 펭귄마을(2013), 1913송정역시장(2015) 사업 등이 있다.
6) 광주의 관계적 구성과 시공간 맥락의 변화과정은, 기존의 광주 관련 문헌‧지도‧인터넷 자료 등을 기반으로 고찰하였다. 주요 흔적은 시공간 궤적 및 맥락으로 구성하여 표1에 제시하였다. 주요 활용 문헌은 김정호․김희태(역)(1992), 광주직할시사편찬위원회(1992‧1993), 박해광(2009), 국토지리정보원․광주광역시(2014), 김정호(2014‧2015), 광주광역시립민속박물관(2016), 전경숙(2018), 조광철(2018) 등이다.
7) 울리히 벡(Ulrich Beck, 1986)은 위험사회에서의 대안적 관점은 실패라도 다양한 경로 중 하나라는 관점에서 성찰적 기회를 가져야 한다(홍성태(역), 1997)고 하였다.
8) 노르베리-호지(Helena Norberg-Hodge, 1992)는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지리적 여건에 맞는 성공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하였다(양희승(역), 2007).
9) 2017년에 선정된 광주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3곳이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서구 농성동의 우리동네살리기형(문화와 예술이 꿈틀대는 창작농성골 사업), 광산구 도산동의 주거지지원형(어르신이 가꾸는 마을, 꽃보다 도산사업), 남구 양림동의 일반근린형(근대역사문화의 보고, 살고 싶은 양림 사업)이다.
10) 2018년에 선정된 광주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5곳이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북구 중흥동 일대의 경제 기반형(광주 역전, 창의산업 스타트업 밸리 사업), 북구 중흥동 일대의 중심시가지형(대학 자산을 활용한 창업기반 조성 및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 동구 동명동 일대의 주거지지원형(문화가 빛이 되는 동명마을 만들기 사업), 서구 농성동 일대의 주거지지원형(벚꽃 향기 가득한 농성 공동체 마을 사업), 남구 사동 일대의 주거지지원형(천년 사직, 리뉴얼 선비골 사업)이다.
11) 2019년에 선정된 광주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4곳이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중심시가지형인 남구 백운동(2019년-2024년)의 부도심 상권 활성화사업, 사람중심 행복도시로 사업, 중심시가지형인 동구 금동(2020년-2024년)의 함께 하는 새 도약, 서남동 인쇄문화마을조성 사업, 일반근린형인 광산구 월곡동(2020년-2023년)의 더불어 상생하는 월곡 고려인 마을 사업, 우리동네형인 북구 임동(2020년-2022년)의 행복공간, 버드리 야구마을 사업이다.
12) 새뜰마을사업은 지역행복권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70%의 국고 지원으로 추진되는 중앙부처 공모사업이다. 재해 위험성이 높고 위생‧안전 등이 취약한 지역에 대해 생활 인프라 구축 및 주거환경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2015년에 양동 발산마을, 월산동 달뫼마을(슬로시티 달팽이문화마을), 양동 고령친화마을사업, 2017년에 월산동 덕림지구 달마당 덕림 새뜰마을 조성 사업, 2019년에 동구 동계마을, 남구 덕남마을, 북구 어운마을 새뜰마을 사업이 선정되었다(광주광역시 도시재생국 내부 자료).
13) 광주의 성공적 도시재생 사례 중에서, 지면 관계상 다양한 재생 요소가 포함된 대인예술시장과 양림역사문화마을만 고찰하였다.
14) 양림동에는 한말 전통가옥에서 개화기 한옥으로의 과도기 양식을 보여주는 큰 규모의 근대한옥 2채가 널리 알려져 있다. 광주광역시 민속자료 1호 이장우 가옥(1899년 건축)은 권세가나 갑부의 위용을 지닌 대지 500여평의 웅장하고 화려한 한옥이다. 광주광역시 민속자료 2호 최승효 가옥(1920년 건축)은 단아하고 기품 있는 상류층 가옥으로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집이다.
15) 포용이라는 개념은 UN-HABITAT(1999)의 포용도시 캠페인 이후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병두(2017)는 포용의 개념을 지리학적으로 면밀 검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