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2.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과 필요 역량
3. 미국 대학의 커리큘럼 분석
1) 분석 대상 선정
2) 미국 대학의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 분석
3) 미국 대학의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과목 운영 방식의 특징
4.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및 지리학과 커리큘럼
1)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교육 커리큘럼 분석
2) 공간정보 교육의 커리큘럼 분석 및 ABM 도입에 대한 한계
5. ABM을 위한 커리큘럼 제안
6. 결론
1. 서론
에이전트 기반 모델(agent-based model, 이하 ABM)으로 대표되는 공간 시뮬레이션(geosimulation)은 개별 에이전트의 특성과 행위, 다른 에이전트 및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토대로 도시 내에서의 인구 이동(Jiang et al., 2022), 질병확산(Choi et al., 2025; Kang et al., 2022), 대피(Harris et al., 2024) 등의 다양한 지리적 현상을 표현, 학습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정책 분석 등을 실시하기 위한 대표적인 GIS 방법론 중 하나이다(강전영 등, 2024). ABM은 과거 1980년대에 도시 구조가 Fractal 구조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시뮬레이션을 시작하였고(Batty and Longley, 1986), 이후 지리학, 도시학, 환경과학 등에서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최근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AI agent, LLM 기반 공간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술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관련 연구에서도 중요한 분석 방법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이러한 공간정보 기술의 발전은 단순한 학문적 발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및 산업 현장에서의 활용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도시 관리, 스마트시티 구축, 재난 대응 시뮬레이션 등의 시뮬레이션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정영준 등, 2021).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공간 현상에 대한 동적인 변화를 에이전트의 상호작용을 통해 표현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역량에 대한 수요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책 효과를 사전에 실험하고 비교 및 검증할 수 있는 모델링 역량이 교육적 측며에서 체계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권순형, 2022).
이러한 ABM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국외 학계와는 달리, 국내 학계에서는 ABM과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대표적인 이유로는 진입장벽이 높아서라고 할 수 있는데, ABM은 타 방법론에 비해서 요구되는 이론적, 기술적 지식 등이 많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복잡계 이론, 네트워크 이론, 시스템 다이내믹스와 같은 동적(Dynamic) 모델링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며, 기술적으로는 Python, Netlogo, Java 등의 프로그래밍 스킬, GIS를 활용한 데이터 처리 능력,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한 시각화 및 통계 기법 등이 요구된다. 이로 인하여 학생들이 ABM을 개별적으로 학습하여 연구 수준으로 발전시키기까지는 제도적・교육과정적 지원이 부족한 구조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한편, 미국, 유럽 등의 주요 연구중심대학에서는 ABM 및 공간시뮬레이션과 관련한 과목들이 꾸준히 개설되고 있다. 이는 모든 대학의 학부과정에서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라 특정 연구 중심 프로그램이나 대학원 단계에서 보다 활발히 운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에서는 ABM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할 때 요구되는 역량을 발달시킬 수 있는 과목들이 존재하는 등의 공간정보역량 커리큘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공간정보 역량 커리큘럼 생태계 구조가 체계적이지 않으며 파편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ABM 관련 강의의 개설 여부 자체가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공간정보 역량을 단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미국의 대학과 국내의 대학 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BM과 관련된 역량은 단일 교과목을 통해서 단기간에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커리큘럼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즉, 프로그래밍 기초,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공간 분석, 통계, 복잡계,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등에 대한 일련의 역량이 조직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ABM을 위한 필요한 역량에 대해서 일종의 트랙과 같은 방법을 통해서 커리큘럼 전체에서 배양을 해야한다. 다만, 모든 학생이 동일한 수준으로 프로그래밍 및 알고리즘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부 과정에서는 공간 현상을 과정 중심적으로 이해하고 개념적 모델을 설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한다. 또한 시뮬레이션 구현, 검증, 고급 프로그래밍과 같은 심화된 역량은 대학원 과정 및 연구 지향적인 트랙에서 선택적으로 다루어질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계별 접근은 교육의 현실성을 보장하면서도 공간시뮬레이션 역량의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써 적용될 수 있다.
ABM과 관련한 그동안의 연구들은 모델의 구현 및 기법 소개 등과 같이 ABM의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ABM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제시를 하는 지에서만 다루고 있었다(강전영 등, 2024). 다만, 공간정보와 관련해서는 커리큘럼을 비교한 연구(최진무・박선엽, 2012)가 있으나, 교육학적 컬리큘럼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미비하다. 특히, 공간정보와 관련한 지리학 및 공간정보공학과 등의 교육을 대상으로 한 분석적 연구는 부재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ABM을 대학교육에서 진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커리큘럼을 개편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기초연구로써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본 연구의 세부목적은 다음과 같다. 먼저, ABM를 수행하기 위한 핵심 역량을 정리하고 ABM의 강의가 제공되고 있는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의 커리큘럼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 대학의 지리학과 및 공간정보공학과의 커리큘럼과 비교하여 미국의 대학들 대비 국내 대학의 공백을 진단한다. 이를 토대로 향후 ABM 역량 기반 공간정보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이다.
2.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과 필요 역량
ABM의 연구는 모델의 설계, 이해, 구현, 해석 등의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강전영 등, 2024). BM의 개념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모델링 과정에서 요구되는 각종 도메인 지식, 프로그래밍 역량, 검증 및 해석 능력 등을 함께 갖추고, 각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그림 1). 이때, 각각의 요소에 대한 개별적인 역량과 요소들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기존의 공간 분석 방법론은 주로 공간적 패턴의 탐지, 상관관계 분석, 공간적 자기상관 구조의 해석 등의 정적인 공간 구조를 설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Fotheringham and Rogerson, 2008) 반면, ABM은 개별 행위자의 의사결정 규칙과 상호작용을 모델링함으로써, 공간 현상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초점을 둔다(김수빈 등, 2024; Kang and Aldstadt, 2019). 즉, 공간통계 기법은 ‘무엇이 어디에 분포하는 가’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ABM은 ‘왜 이러한 패턴이 형성되는가’와 ‘정책적 시나리오에 따라 이러한 패턴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ABM은 공간 현상을 프로세스와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ABM에 대한 진입장벽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와 같은 개념 모델(Concept Model)을 만드는 것에 있다. 개별 에이전트의 속성과 의사결정 규칙, 상호작용 구조, 시공간 스케일을 연구자가 결정해야 하는데, 이론 및 경험적 지식을 어떻게 추상화하고 단순화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지가 다양하며 이는 상호의존적이다(Grimm and Railsback, 2013). ABM에서는 생태계의 상호작용, 군중 및 교통의 흐름, 질병 확산 등의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여러 유형의 모델링 접근 방식이 제안되어 왔으며, 각 모델은 어떤 에이전트를 정의하는지, 이들이 어떤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지, 환경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등의 고유한 구성 요소를 가진다(Bonabeau, 2002; Macal and North, 2010). 따라서 연구자는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 주제와 이용 가능한 자료의 특성에 적합한 모델 구조를 선택하고, 그 안에서 다시 에이전트 속성, 규칙, 상호작용, 스케일들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Macal and North, 2010).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고 결과를 도출했더라도 연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모델 구조가 복잡하고 확률적 요소가 포함된 ABM의 특성상, 해당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타 연구자에게 이해 가능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또 다른 과제가 뒤따른다(An et al., 2021).
이러한 과제를 완화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 ODD(Overview, Design concepts, Details) 프로토콜이다. Grimm을 중심으로 한 연구진들은 에이전트 기반 모델을 공통된 형식으로 기술하고자, 모델의 목적과 적용 범위, 상태변수 및 시공간 스케일, 프로세스 개요와 실행 순서, 설계 개념, 초기조건 설정 등을 정해진 항목에 따라 서술하도록 하는 표준화된 기술 체계를 제안했고, 이후 여러 차례 개정 작업을 이어 왔다(Grimm et al., 2010; Grimm et al., 2020). ODD는 복잡한 모델 구조를 구조화된 서술로 정리함으로써 타인이 모델을 이해하고 비교 및 재현하기 쉽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ABM 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쓰이고 있다. 동시에 각 항목을 충실히 기술하기 위해서는, 모델 설계에 대한 명확한 개념화와 논리적인 서술 능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ABM에 처음 접근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이 프로토콜 자체가 또 하나의 학습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An et al., 2021). 이와 같이 설계, 문서화, 소통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요구는 ABM 연구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모델 설계와 ODD 프로토콜에 더해, 설계된 모델을 실제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코딩 단계 또한 ABM의 주요 진입장벽으로 지적된다. ABM 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램으로 NetLogo, AnyLogic, Repast Simphony, MASON, Mesa, GAMA 등이 있으며, 각 프로그램마다 문법과 API, 모델 구성 방식이 달라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Wilensky, 1999; Masad and Kazil, 2015). 또한 사용자 매뉴얼과 튜토리얼 등 문서 체계를 제공하지만(NetLogo User Manual/Programming Guide, AnyLogic Help 등), 실제 사용을 위해서는 프로그램별 언어와 개발 환경에 대한 기본 이해가 필요하다. 예시로 NetLogo의 경우 초심자를 위한 Beginner’s Guide to NetLogo Programming(BIND), Programming Guide 등 다양한 공식 문서를 제공하지만, 모델 구현을 위해서는 NetLogo 고유의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개념과 문법을 별도로 학습해야 한다(Center for Connected Learning & Computer-Based Modeling, 2024; Wilensky, 1999).
반면, AnyLogic의 경우 독립적인 스크립팅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Java 코드로 완벽하게 매핑하고 있으며, 공식 문서에서도 Java 언어에 대한 설명이나 프로그래머를 위한 자바 입문서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어(The AnyLogic Company, n.d.) 연구자에게 프로그래밍 언어와 API, 개발환경 학습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ABM은 모델 설계와 ODD 프로토콜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선택과 코딩에 대한 학습까지 포괄적으로 요구되면서 ABM에 입문하는 연구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Macal and North, 2010; An et al., 2021). 하지만 모델설계・문서화・시뮬레이션 코딩을 모두 해결했더라도 ABM 연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설계한 모델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증하고 해석하는 단계를 통해 모델의 타당성을 입증해야 한다.
ABM은 확률을 통한 에이전트들 간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아, 동일한 매개변수와 초기 조건을 적용해도 실행마다 서로 다른 결과가 산출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연구자들은 단일 실행을 통한 결과를 사용하지 않고, 몬테카를로(Monte Carlo) 방식으로 모형을 수차례 반복 실행한 뒤 결과들이 형성하는 분포에 대하여 평균・분산 등 통계값을 중심으로 한 해석을 수행한다(Macal and North, 2010; Kang and Aldstadt, 2021). 이러한 절차는 모델이 형성하는 전반적인 패턴을 이해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관측값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통적인 통계 모형처럼 1:1로 대응시켜 비교 및 검증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ABM의 검증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수치 지표로 끝나지 않고, 관측된 자료에서 나타나는 여러 시공간 패턴이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동시에 재현되는지, 매개변수 또는 정책 시나리오를 변경했을 때 모형의 반응이 이론적으로 기대되는 방향과 부합하는지 등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Grimm et al., 2005; Railsback and Grimm, 2019; Kang and Aldstadt, 2019; Kang et al., 2020; Kang et al., 2022). 이처럼 검증 기준에 연구자의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상당함에 따라, 어느 정도의 수준을 충분히 검증된 모형이라고 볼 것인지에 대해 연구자들 간 의견이 엇갈리기 쉽다. An et al.(2021)은 검증과 재현 가능성, 문서화의 문제를 ABM 분야의 핵심 도전 과제로 제시하면서, 이러한 요구들이 특히 초심 연구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결국 이러한 확률적 시뮬레이션 구조와 복잡한 검증 절차는 ABM을 활용한 연구 전반에 추가적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모델 설계 및 구현 과정과 검증에 성공했더라도, 모델의 결과를 해석하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우선, 시뮬레이션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동적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정적인 결과물로 표현하기 어렵다. ABM은 시간적, 공간적 해상도에서 방대한 다차원의 데이터를 생성하며, 선형성보다는 비선형성을 나타내는 결과물을 도출하지만, 결과물은 2차원 그래프나 지도로 표현된다(Lee et al., 2015). 공간 시뮬레이션의 경우, 시계열적 분석과 공간 통계를 주로 활용한다. ABM이 생성하는 다차원적이고 대량의 결과물과 지도들을 해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것은 기초적인 공간 분석 지식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ABM의 시각화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인 지리정보시스템(GIS) 지도나 스프레드시트, 그래프 등의 제한된 표현 방식이 아닌 개방적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표현 방식을 따른다는 것이다(Kornhauser et al., 2009). 따라서, ABM 모델이 구현하고 있는 도메인에 따라 적절한 표현 방식을 선택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도메인 및 시각화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처럼 ABM 연구는 설계부터 해석에 이르는 과정에서 체계성과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비교적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심층적인 연구 역량이 필요하다. 이론 지식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학교육과정에서 체계적이고 탄탄한 기초 지식과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립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심화된 지식과 융합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완성할 수 있는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외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을 분석하여 국내 ABM 연구자 양성에 필요한 핵심적인 요소들을 도출하고, ABM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3. 미국 대학의 커리큘럼 분석
1) 분석 대상 선정
본 장에서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육이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의 지리학과 사례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ABM 교과목이 안정적으로 개설 및 운영되기 위한 커리큘럼 구조에 대해서 탐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ABM 또는 공간 시뮬레이션 관련 교과목이 실제로 개설되고 있으며, 공간정보 관련 과목의 기초-이론-분석-프로그래밍으로 연결되는 커리큘럼의 체계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나는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을 벤치마크 사례로 선정하였다. 분석대상은 뉴욕주립대학교-버팔로(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uffalo; 이하 SUNY-Buffalo)의 지리학과, 오하이오주립대학교(Ohio State University; 이하 OSU)의 지리학과, 조지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 이하 GMU)의 GIS 및 지리학과, 플로리다 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이하 UFL)의 지리학과이며, 이 대학들은 학부 또는 대학원 과정 중에서 하나 이상에서 에이전트 기반 모델 혹은 교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이러한 미국사례는 특정 국가의 우수성을 전제하기 위함이 아니라, ABM 교육이 비교적 선도적으로 적용되어 온 환경에서의 커리큘럼 생태계의 구성요소를 식별하고자 함이다. 즉, 본 비교는 벤치마킹을 위한 탐색적 분석이 목적이며, 국내 대학과의 단순한 우열 비교를 의도한 것이 아니다.
2) 미국 대학의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 분석
미국 연구중심대학의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은 동일하게 구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공간정보 관련 교육을 분석과 모델링의 중심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동일하게 관찰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 검토한 대학들에서 제공되고 있는 교과목들은 공간정보 커리큘럼 전반에 걸쳐서 공간정보의 개념적 이해, 분석 방법, 계산적 접근(Computational approach)을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표 1).
표 1.
미국 대학별 공간정보 관련 강의 개설 현황
| 대학명 | 공간정보 기초 | 공간정보 이론 | 공간분석 및 통계 | 공간정보 프로그래밍 및 컴퓨팅 | 공간정보 활용 |
| SUNY-Buffalo | 2 | 4 | 3 | 1 | 2 |
| OSU | 1 | 6 | 1 | 1 | 2 |
| GMU | 1 | 5 | 8 | 1 | 4 |
| UFL | 4 | 4 | 5 | 4 | 4 |
분석 대상의 대학들이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이 특정 영역에 편중되기보다는 기초-이론-분석-프로그래밍-활용으로 비교적 균형있게 구성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대학에서 공간정보 기초 및 이론 과목이 개설되어 있으며, 공간분석 및 통계 과목의 비중 또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공간정보 교육이 단순한 도구 사용이나 데이터 처리에 머무르지 않고, 분석적 사고를 핵심 역량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UFL은 최근 GeoAI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 및 교육분야를 강화시키면서 프로그래밍 및 컴퓨팅 관련 강의의 비중을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먼저, SUNY-Buffalo의 경우에는 Introduction to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Spatial Analysis, GIS and Environmental Modeling 등의 교과목을 통하여 공간 데이터의 구조와 분석 방법에 대해서 단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후 Dynamic Modeling of Human and Environmental Systems 과 같은 교과목에서 동적 모델링을 다룬다. 이러한 과목의 구성은 학생들이 공간 현상을 정적인 패턴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프로세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공간 시뮬레이션 방법론을 수용할 수 있는 기초 역량을 형성할 수 있다.
OSU는 학부과정에서 Principle of GIS, Spatial Data Analysis, Remote Sensing 등의 공간정보 분석 중심의 교과목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Spatial Simulation and Modeling in GIS와 같은 과목을 통해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접근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구조는 공간정보 교육에서 학부와 대학원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고급 분석 및 모델링 기법을 연구 단계의 핵심 역량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GMU는 공간정보 교육이 지리정보과학전공에 한정되지 않고, 보건, 도시, 환경 분야와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Geographic Information Systems, Spatial Analysis for Health, Computational Social Science 등의 교과목은 공간 분석과 계산적 접근을 다양한 도메인과 연계하고 있다. 이는 이후 에이전트 기반 모델과 같은 시뮬레이션 기법을 문제 해결 중심의 분석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UFL은 전통적인 전공 트랙보다는 인증과정(certificate)과 선택형 교과목 구성을 통해서 공간정보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GIS Programming, GIS Models for Public Health, Advanced Spatial Analysis 등의 과목들은 공간 데이터 분석, 프로그래밍, 모델링을 유연하게 결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특정 방법론에 치중하지 않고 균형적으로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위 네 대학들의 공간정보 관련 커리큘럼은 과목의 구성과 운영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공간정보 교육을 분석・계산・모델링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공간 현상에 대한 규칙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하는 교육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후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과 같은 동적 시뮬레이션 교과목이 커리큘럼 내에서 편입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3) 미국 대학의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과목 운영 방식의 특징
미국의 연구중심대학에서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과목이 운영이 될수 있는 것은 개별 교원의 연구 분야와 관련있는 것 만은 아니다. 오히려 공간정보 커리큘럼 전반에서 축적된 교육적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커리큘럼 구조로 인하여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과목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표 2는 본 연구에서 검토한 미국 연구중심대학에서 개설되고 있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관련 교과목의 운영 현황을 정리한 것이다. 각 대학에서 개설된 교과목들은 명칭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공간 시뮬레이션과 모델링을 핵심 학습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특히 이들 교과목은 인간–환경 상호작용, 공간 프로세스, 사회적 시스템과 같은 복합적 현상을 모델링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는 ABM이 공간 문제를 분석하기 위한 고급 방법론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표 2.
미국 대학에서의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교과목 운영 현황
ABM 교과목이 학부와 대학원 과정이 연계된 형태로 운영되거나, 대학원 과정에 배치되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SUNY-Buffalo의 경우 ABM 관련 교과목이 학부와 대학원생 모두 수강 가능한 교차 개설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모델링 접근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ABM 교과목이 공간정보 커리큘럼의 심화 단계에 위치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ABM 교과목은 대체로 공간정보 커리큘럼의 심화 단계에 배치되며, 학부와 대학원 과정이 서로 연계되거나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학생들이 공간 데이터의 개념적 이해와 분석 방법을 충분히 축적한 이후에 모델링 기법에 접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그 결과 수업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용법이나 기초 개념 설명보다는 모델 설계와 해석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둘 수 있다.
ABM 교과목의 안정적인 운영에는 선수과목 구조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수의 대학에서 GIS 개론, 공간분석, 공간통계, 또는 프로그래밍 관련 과목을 ABM 수업 이전에 이수하도록 권장하거나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학생들의 배경 지식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함으로써, 수업의 난이도와 학습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제도적 운영 방식의 유연성 역시 ABM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교차 개설, 코드쉐어, Special Topics 교과목과 같은 방식은 단일 학과 차원에서 모든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완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운영 방식은 ABM이 요구하는 다학제적 성격을 교육 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ABM 교과목은 일반적으로 이론과 실습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실습을 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에이전트 규칙을 정의하고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습은 단순한 모델 구현을 넘어, 모델 가정의 설정과 시나리오 비교, 반복 실행을 통한 실험 설계, 결과의 시각화와 해석을 포함하도록 구성되기도 한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실제로 운영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학생들이 ABM을 특정 기법의 습득 대상이 아니라, 공간 현상에 대한 이해와 이를 설명하기 위한 분석적 사고의 틀로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4.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및 지리학과 커리큘럼
국내 지리학과 및 공간정보 관련 학과의 교육 여건을 파악하기 위해서, 전국 4년제 대학 중 관련 학과를 보유한 11개교를 선정하였다. 11개교는 남서울대학교(드론공간정보공학과), 상명대학교(공간환경학부), 서울시립대학교(공간정보공학과), 인하대학교(공간정보공학과), 건국대학교(지리학과), 경북대학교(지리학과), 경희대학교(지리학과), 국립공주대학교(지리학과), 서울대학교(지리학과), 성신여자대학교(지리학과), 전남대학교(지리학과)이다. 이 학교들의 공간정보 교육 커리큘럼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 비교 대상으로 설정한 지리학과와 공간정보공학과는 학과의 설립 목적, 교육 목표, 전임 교원의 구성 등에서 구조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공간정보공학과는 기술적 구현과 시스템 설계 등의 공학적 교육을 지향하는 반면, 지리학과는 인문지리학・자연지리학의 학문적 기반을 통해 현상을 해석하는 교육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두 학과의 우열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라, 학과의 제도적 조건과 교육적 구조를 고려했을 때, ABM의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 분석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교육 커리큘럼 분석
그동안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교육은 GIS 소프트웨어 활용과 데이터 구축 역량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복잡한 공간 현상을 동적으로 이해하고 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 고차원적인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데에는 여전히 제약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ABM은 고도의 컴퓨팅 사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육과정과의 구조적인 간극이 드러난다.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교육 커리큘럼은 학과의 지향점과 전공 성격에 따라 상이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공간정보공학 계열 학과의 경우, 학과 전체 교과목 중 GIS 관련 과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며 기술적 전문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 있다(그림 2). 서울시립대와 인하대는 각각 92%와 72%의 높은 비중을 보여, 공간정보 기술 교육이 학과 교육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지리학과의 경우, 전체 교과목 중 GIS 관련 과목의 비중은 평균적으로 10~2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인문지리와 자연지리를 포함하는 학과의 성격상 공간정보 교육이 보조적 도구로 활용되는 경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표 3).
표 3.
학교별 교과목 구성
보다 취약한 지점은 ‘시뮬레이션 관련 교과목’의 전무함이다. 표 3을 보면 조사 대상 11개 대학 중 경희대학교를 제외한 10개 대학에서 시뮬레이션 관련 교과목 개설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ABM 수행에 필수적인 알고리즘적 사고를 학습할 제도적 경로가 단절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Frazier et al.(2025)에 따르면 미래 GIS 교육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적 사고(Spatial Thinking)’를 핵심 역량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커리큘럼은 여전히 데이터 구축과 정적 패턴 분석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기술 생태계에 대응할 시뮬레이션 역량 강화가 어려운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교육의 전문성을 뒷받침하는 전임 교원 수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공간정보공학 계열은 학과 전임 교원의 대부분이 공간정보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지리학과는 전체 교수진 중 공간정보 전공자의 비율이 평균 30~40%에 불과하였다. 특히 일부 대학 지리학과와 같이 공간정보 전공 교수가 부재하거나 단 1명의 교수진에 의존하는 경우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교원 확보의 편중 현상은 교원 1인당 담당해야 할 공간정보 영역을 넓히도록 강제함으로써, 에이전트 기반 프로그래밍과 같은 심화 영역을 개설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전임 교원 수의 절대적 부족과 시뮬레이션 교과목의 부재는 국내 공간정보 교육이 ‘데이터 구축’과 ‘정적 분석’이라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고착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2) 공간정보 교육의 커리큘럼 분석 및 ABM 도입에 대한 한계
국내 대학 공간정보 교육의 단순한 양적 수치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과과정 커리큘럼의 내용적 편중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본 연구에서 조사 대상 대학들의 교과목 구성을 분석하기 위해 GIS 관련 교과목을 기초, 이론, 기술, 프로그래밍, 활용 분야로 구분하였다(표 4). 기초(공간정보론)은 좌표계 및 지도 투영, 공간 데이터 모델(벡터와 래스터), 위상 관계(Topology) 등 공간정보를 다루기 위한 기본 개념과 기초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교과목을 의미한다. 이론(GIS 및 원격탐사)의 경우 공간정보의 취득을 위한 센서의 작동 기제, 디지털 영상 처리의 수학적 모델, 그리고 GIS의 학술적・방법론적 이론들을 포함하는 교과목을 의미한다. 기술(공간분석 및 통계)는 공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해석하기 위한 방법론적인 실습 내용이 주를 이루는 교과목들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공간통계, 공간 패턴 분석, GIS 툴을 사용한 실습 등이 포함된다. GIS프로그래밍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하여 공간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 알고리즘을 설계 및 구현함으로써 모델링의 기술적 토대의 마련을 목표로 하는 교과목을 포함한다. 공간정보 활용 분야는 도시, 환경, 교통, 재난 등 실제 현안에 대한 사례 연구나 프로젝트 중심의 교과목을 포함한다.
표 4.
학교별 강의 개설 현황
해당 분류를 분석한 결과, 국내 커리큘럼은 데이터의 구축과 시각화를 목적으로 하는 기초 이론 및 기술 습득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대다수 대학에서 공간정보 ‘기초’와 ‘이론(GIS 및 원격탐사)’, 그리고 현상을 확인하는 ‘기술(공간분석 및 통계)’ 영역이 교과 과정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공간정보학과인 서울시립대학교와 인하대학교의 경우 각각 22개와 21개의 교과목이 기초, 이론, 기술의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지리학과 계열 대학들 역시 개설된 과목의 대부분이 기초 이론과 도구적 분석에 편중되어 있었다.
반면, 시공간적인 변화 프로세스를 모델링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기 위한 ‘GIS 프로그래밍’ 교육은 사실상 부재하거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조사 대상 11개 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5개 대학이 프로그래밍 관련 교과목을 1개 이하로 개설하고 있으며, 개설된 대학들조차 학과당 평균적으로 1~2개의 과목을 운영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그 외 공간정보의 활용 분야에 대한 교과목 수 역시 미비한 수준으로 개설되고 있어, 시공간의 변화 프로세스를 추적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동적(Dynamic) 모델링’ 교육은 사실상 부재한 실정이다. 한편 이러한 GIS 프로그래밍 과목의 부족함과 ‘동적 모델링’의 측면이 부족한 공간정보 교육 커리큘럼의 특성은 국내 공간정보 관련 대학원의 커리큘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그림 3). 그림3은 각각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 개설된 GIS 관련 교과목을 분류한 결과이다. 그림3의 좌측이 나타내고 있는 학부과정에서는 공간정보 기초와 이론 분야에 해당하는 과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기술이나 GIS 프로그래밍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부 교육이 공간정보의 개념적인 이해와 적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음을 나타낸다. 대학원 과정(그림3 우측)에서는 이론이나 기술, 또는 공간정보 활용 분야에 해당되는 교과목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확인하였다. 즉 대학원 과정에서는 학부 과정에 비해 분석 중심적이고 방법론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하지만 여전히 GIS 프로그래밍 과목의 비중은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행태는 미국의 연구중심대학들이 ‘Spatial Modeling’, ‘Geocomputation’, ‘Simulation’ 등 프로세스(Process) 중심의 과목을 다수 개설하여 학생들에게 알고리즘적 사고를 배양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은 국내 대학에서 ABM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이 단순한 관심 부족이 아닌, 교육과정의 구조적 특징으로 인한 한계에서 기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의 첫 번째로, 기초와 심화를 연결하는 교두보가 되어줄 교육과정의 부재를 짚을 수 있다. 현재의 커리큘럼은 공간 데이터를 다루고 상용 GIS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습득하는 도구 숙련에는 강점을 가지나, 이를 시뮬레이션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모델링, 알고리즘 설계, 프로그래밍 교육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GIS 툴을 다루는 법은 배우지만, 현상이 ‘왜’ 발생하며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탐구하는 방법론적 교육과 이를 모델로 직접 구현하는 과학적 원리를 훈련받을 기회가 충분하지 않다. 이러한 교육적 공백은 결국 ABM과 같은 고차원적 시뮬레이션 기법을 수용할 학술적 토대를 약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학과 간의 경계로 인해 융합적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공간정보 분야에서의 ABM은 본질적으로 공간정보학을 근간으로 컴퓨터과학, 통계학, 사회과학 등 다학제적 지식의 유기적인 결합이 필수적인 분야이다. ‘다학제적 협력’과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 역량은 미래의 GIS 전문가가 복합적인 사회・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적인 자산이다(Amy et al.,2025). 그러나 현재의 보편적인 학과 중심 운영 체제하에서는 타 학문의 방법론을 유연하게 수용하거나 융합 강좌를 활성화하는 데 다소 경직된 구조적 측면이 있어, 다학제적 접근이 핵심인 ABM 교육이 확산되는 데 보완해야 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종합해 보았을 때, 현재 국내 대학의 커리큘럼은 ‘공간정보 구축 및 분석’의 기초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는 충분히 기여해 왔으나, 복잡한 도시・환경 문제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심화 역량을 배양하는 데에는 향후 발전의 여지가 확인된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간정보 교육은 단순히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제고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문제 중심 학습’을 내실화하고 지리적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스템 사고’를 핵심 가치로 삼아 교육과정의 유연한 재구조화를 점진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GIS 관련 교과목의 비중과 유형을 분석한 것은 GIS 자체의 비중을 통해서 학과 간의 우열을 평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GIS는 공간 데이터의 구축 및 분석을 위한 분석 틀에 해당하며, 시뮬레이션은 에이전트 간의 상호작용 및 동적 프로세스를 모델링하는 분석 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시뮬레이션 교육은 데이터 처리, 공간 분석, 통계 및 프로그래밍 스킬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GIS 및 관련 과목의 조직 구조가 시뮬레이션 과목의 도입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분석의 결과는 동적 모델링 및 ABM 교욱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한 조건을 탐색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5. ABM을 위한 커리큘럼 제안
국내 공간정보 관련 교육은 데이터 구축 및 분석 역량과 관련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달하였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동적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관련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구조적 기반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장에서는 앞선 분석 결과를 토대로 ABM 역량 강화를 위한 커리큘럼의 예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다만 본 제안은 모든 대학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설계안이 아니라, ABM의 도입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참조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본 커리큘럼은 크게 3가지의 개념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먼저 단계적 역량 강화를 기반으로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ABM은 단일 교과목을 통해서 단번에 습득이 가능한 방법론이 아니라, 공간적 사고, 통계적 추론, 프로그래밍 역량, 모델링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모두 요구되는 고차원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초-분석-계산-모델링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학습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모델링 리터러시(Modeling Literacy)의 강화이다. 최근 LLM 및 AI 에이전트를 기반으로 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통해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고도화된 프로그래밍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 다만 공간 현상을 프로세스와 상호작용의 관점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고능력이 학부과정에서부터 함양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제 간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이다. ABM은 본질적으로 복잡계 과학, 네트워크 과학, 공간정보학, 컴퓨터과학, 통계학, 사회과학의 융합적 영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교차 개설 및 공동 운영 과목을 통해 융합적 교육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협동과정이나 융합전공 등의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위의 기반에 따라 크게 4단계의 구조로 강의는 조성될 수 있다(표 5). 먼저 1단계는 좌표체계, 공간 데이터 모델(벡터, 레스터), 위상관계 등의 공간정보 기초 개념을 학습하면서, 공간 현상에 대한 사고능력을 기른다. 관련 과목으로는 공간정보론, 공간적 사고, 지도학 등이 될 수 있다. 2단계는 데이터 기반으로 한 분석 역량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시공간 패턴을 탐색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역량을 키운다. 이는 향후 모델링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관련 과목으로는 공간통계, 공간분석, 데이터분석 등이 될 수 있다. 3단계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처리하고,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역량을 키운다. 이를 통계 계산적(Computational) 사고를 키울 수 있다. 관련 과목으로는 Python 프로그래밍, geocomputation이 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셀룰라 오토마타 등의 모델링 기법을 학습하는 것으로 민감도 분석, 타당성 검증(Valitation, Verification) 등의 방법론을 학습하는 것이다. 관련 교과목으로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및 도시 시뮬레이션이 될 수 있다.
표 5.
커리큘럼의 예시
| 단계 | 관련 역량 | 예시 교과목 |
| 1단계 | 공간정보 기초 및 공간적 사고 | 공간정보론, 공간적 사고, 지도학 |
| 2단계 | 공간 분석 및 통계 | 공간통계, 공간분석, 데이터분석 |
| 3단계 | GIS 프로그래이 및 계산적 사고 | Python 프로그래밍, Geocomputation |
| 4단계 | 시뮬레이션 |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도시 시뮬레이션 |
다만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과 관련한 개념인 복잡계 이론, 비선형성, 평형(equalibrium)은 인문사회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습하기에 어려운 개념일 수 있다. 이에 이러한 개념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수학・물리학적 측면에서 다루기 보다는 개념적인 수준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심화적인 수준에서의 내용은 학부보다는 대학원에서 다루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한편, 현실적으로 모든 대학에서 정규 커리큘럼을 전면 개편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이에 온라인 기반의 복잡계 교육(예시: Santa Fe Institute, KOOC 강의) 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에서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 다이나믹 시스템, 복잡계 이론 등을 실제 사례 중심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학습 모델은 전통적인 교과목 신설이 어렵거나 전임 교원 확보가 제한적인 상황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은 대안이 될 수 있다.
6. 결론
본 연구는 에이전트 기반 모델링으로 대표되는 공간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교육이 국내 대학의 지리학과 및 공간정보공학과의 커리큘럼에서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는 상태를 분석 및 원인을 진단하고, 향후 커리큘럼 개편과 관련한 교육 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분석 결과로, 국내에서의 ABM 교육에 대한 미흡함이 단순히 특정 기법에 대한 관심의 부족이나 기술의 난이도와 관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공간정보 교육 전반에서 GIS와 관련한 기술의 활용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는 커리큘럼 차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미국의 연구중심대학 사례 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는 ABM이 단일 강좌나 선택적 실습 과목으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기초, GIS 개론, 공간분석, 모델링, 시뮬레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커리큘럼 생태계”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학생들이 ABM을 위해 필수적인 코딩 능력, 공간정보 관련 이론에 대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목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부 과정에서부터 기초역량을 쌓을 수 있으며, 대학원 과정에서는 보다 고도화된 공간분석과 모델링 과 같은 과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다. 또한 다른 학과 간의 공동운영을 위한 코드 쉐어를 활용하여 전임 교원 수의 한계를 구조적으로 보완하고 있다는 점이 국내의 교육 환경과 대비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대학의 공간정보 및 지리학 커리큘럼은 GIS 소프트웨어의 활용, 데이터 구축, 공간 분석 등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모델링 관련한 교육은 거의 제공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히, GIS 프로그래밍과 시뮬레이션 관련 교과목의 부재와 제한적인 운영은 ABM의 수행에 필수적인 논리적 사고(알고리즘적) 사고 능력과 모델 설계 능력을 학부 과정에서 습득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으로 인해 ABM 교육이 특강의 수준에서 머무르게 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의 GIS 교육에서 빅데이터, 머신러닝, 데이터 분석 등과 관련한 데이터사이언스 기반의 강의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는 우리나라의 공간정보 교육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역량의 강화는 시뮬레이션 기반의 문제 해결 역량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중심의 교육이 주로 패턴 탐색과 예측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ABM은 행위 주체 간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모델링을 중점으로두고 있다. 즉, 지리적 현상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ABM 교육은 전반적인 공간정보 교육에 있어서 방법론 적인 스펙트럼을 확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를 종합하면, ABM 기반의 공간정보 교육의 도입을 위해서는 단일 교과목의 신설보다는 단계적으로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일 수도 있다. 학부 과정에서는 프로그래밍 기초, 공간적 사고, 개념 모델링, 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본적인 역량을 축적하고, 대학원 과정에서는 시뮬레이션 실험 설계, 검증 및 해석을 포함하는 심화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국내 공간정보학 및 지리학의 교육여건을고려하면서도 ABM 연구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역량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공간정보 교육 환경을 논의함에 있어, 국가 차원의 교육 및 연구 지원 정책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과 같은 고도화된 공간정보 교육은 전임교원의 확보, 교차 개설 구조, 커리큘럼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설계 등의 제도적 기반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까지 국토교통부와 교육부의 부처협업으로 추진되었던 “공간정보 특성화 대학교” 사업은 대학 차원에서 공간정보의 인력 양성과 커리큘럼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해당사업이 일몰 되면서, 대학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공간정보 교육의 투자와 커리큘럼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되었다. 이는 본 연구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시뮬레이션 및 모델링 과 같은 고차원적인 공간정보 교육이 국내 대학에서 아직 자리잡지 못한 배경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최근에는 주소정보의 고도화, 주소 기반 데이터 활용, 주소지능 등의 새로운 정책 수요가 부각되면서, ‘주소정보 특성화 대학’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교육 및 연구 거점 구축에 대한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즉,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교육 지원 정책의 설계가 공간 시뮬레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소정보는 단순한 위치 식별을 넘어, 도시 서비스, 재난 대응, 사회적 취약성 분석 등과 같이 공간정보와 연계된 무한한 확장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디지털 트윈 기반의 정책 분석의 핵심 인프라로서, ABM 기반의 교육과도 높은 연계 가능성을 보인다. 향후 이러한 특성화 대학이 추진될 경우, 주소 정보를 기반으로 한 에이전트 기반 시뮬레이션, 정책 시나리오 분석, 디지털 트윈 연계 교육 등이 하나의 ‘공간정보 교육 생태계’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안은 개별 교과목의 신설을 넘어, 제도적 지원과 연계된 ‘공간정보 교육 생태계’의 구축의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