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1 October 2025. 638-661
https://doi.org/10.22776/kgs.2025.60.5.638

ABSTRACT


MAIN

  • 1. 동물 연구와 방법론의 혁신

  • 2. 동물지리학을 위한 시각적 방법론

  •   1) 동물지리학 주류 방법론과 한계

  •   2) 시각적 방법론

  •   3) 동물지리학과 시각적 방법론

  • 3. 사례 소개: 철원 두루미 보전을 위한 트랩 카메라

  •   1) 트랩 카메라와 동물 연구

  •   2) 트랩 카메라 설치와 영상 자료 수집

  • 4. 트랩 카메라에 담긴 두루미

  •   1) 동물의 확장과 생동화

  •   2) 두루미가 살아가는 인간 너머의 세계

  •   3) 기계의 관점

  • 5. 트랩 카메라를 활용한 동물 지리학

  •   1) 목격: 두루미의 행위성과 ‘인간 너머의 세계’

  •   2) 환기: 경이와 연민

  •   3) 트랩 카메라 영상의 한계와 비판

  • 6. 결론

1. 동물 연구와 방법론의 혁신

최근 국내 사회과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동물 연구의 확산이다. 동물 연구는 전통적으로 자연 과학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나, 지난 10여 년 동안 인문지리학은 물론 인류학, 사회학, 과학기술학, 역사학, 미술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의 존재를 드러내고 인간-동물 관계의 다양한 양상을 탐색하는 연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구 대상 또한 인간에게 친숙한 반려동물(구기환, 2025)을 넘어 야생동물과 자연 보전(김준수, 2021; 성한아, 2024), 축산, 감염병(김준수, 2019; 김준수 등, 2020), 실험 동물(하대청, 2009; 2024), 관광(장한별・지상현, 2018; 최명애, 2020), 야생과 도시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시 야생동물(전의령, 2017; 김준수, 2018; 최명애 등, 2023; 최명애, 2024)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국내 인문지리학에서도 동물지리학의 계보를 살펴보는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최명애, 2018), 인간 행위자를 중심으로 발전시켜온 ‘인본주의’ 지리학을 인간 너머의 세계로 확장하고 비인간, 특히 동물을 포함하여 세계의 구성과 작동을 사유할 것을 촉구하는 시론적 연구와 사례 연구들이 축적되어 왔다(황진태, 2018, 2019; Choi, 2016). 이 같은 경향은 2000년대 이후 서구 사회과학계에 확산된 동물 전회(animal turn), 즉 동물을 인간과 함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공동 구성자(co-constitutive)로 진지하게 다루고자 하는 경향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때 동물은 인간의 통제 아래에 놓인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며, 스스로 행위하거나 다른 존재로 하여금 행위하게 하는 행위성(agency)을 가진 존재다.

한편, 동물의 주체성과 행위성을 강조하는 이론적 경향과 달리, 동물 연구의 방법은 인간 사회를 연구하기 위해 고안된 기존의 사회과학 방법론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일부 연구가 참여 관찰에 기반한 문화기술지(ethnography)를 활용하고 있지만(전의령, 2017; 황진태 등, 2019), 대부분의 연구는 문헌 자료와 인간 행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기존의 인간중심적 연구 방법으로는 동물의 감각과 경험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보다 혁신적인 방법론적 실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동물의 행위성에 대한 이론적 관심과, 인간 중심적인 방법론이라는 ‘모순’은 서구 동물지리학 연구에서도 지난 20여년에 걸쳐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Buller, 2015; Hodgetts and Lorimer, 2015; Bear et al., 2017; Gillespie, 2022). 파일로와 윌버트(Philo and Wilbert, 2000)가 제안한 이래, 동물지리학 연구는 대체로 ‘동물 공간(animal space)’과 ‘짐승 장소(beastly place)’에 대한 연구로 발전해 왔다. ‘동물 공간’ 연구는 동물원, 농장, 실험실, 가정 등 인간이 동물의 공간이라고 규정한 공간에서 인간의 동물 통제와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주로 다뤄왔다. 인간 행위자와의 인터뷰, 관련 법령 및 규정, 역사적 문헌, 참여 관찰 등이 주로 수행된다. 즉, “인간이 어떻게 [동물] 공간을 이해하고 경험하는가”에 주력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Bear et al., 2017, 226). 한편, 짐승 장소는 동물의 행위성이 드러나는 공간을 가리킨다. 인간이 규정한 동물 공간을 탈출하거나, 고통을 표현하거나, 인간의 의도와 무관하게 생육하고 번성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동물은 인간이 규정한 공간의 질서를 거스르고 교란한다. 이처럼 짐승 장소 연구는 동물이 어떻게 공간을 감각하고 경험하는지를 주목한다. 따라서 짐승 장소에 대한 연구는 인간 행위자와 인간이 작성한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의 연구 방법으로는 불충분하다. 루비오-라몬과 스리니바산(Rubio-Ramon and Srinivasan, 2022, 257)의 지적처럼 동물 지리학은 “인간의 관점과 경험”과 “비인간 동물의 관점과 경험”을 모두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동물지리학 연구들은 동물의 주관적이고 개별적인 삶의 경험을 포착하고, 이를 인간-동물 관계 연구에 포함시키기 위해 다양한 연구 방법들을 실험하고 있다(Verma et al., 2016; Bastian et al., 2017; Colombino and Bruckner, 2023). 동물 둥지에 웹캠을 설치하거나, 동물에 직접 GPS 송신기를 부착해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가 하면, 동물의 신체에 카메라를 부착해 동물의 시선을 포착하려는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Hodgetts and Hester 2017; Von Essen et al., 2023; Davies et al., 2024). 육식 경험에 관한 바디 매핑(body mapping), 인간 행위자의 머리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헤드캠(head camera)과 같은 혁신적인 방법론들과 함께, 동물의 고유한 생태와 습성에 주목하고, 동물을 연구 참여자로 포함시키는 참신한 연구들도 찾아볼 수 있다(Laurier et al., 2006; Bruckner, 2018). 이들 연구는 기존 동물 지리학의 자료 수집과 분석이 인간 중심적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활용해 동물의 관점과 경험을 수집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통해 탈인간중심적인, 다시 말해 보다 대칭적이고 입체적인 인간-동물 관계 이해를 도모한다.

이 연구는 국내 동물지리학 연구에서 방법론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시각적 방법론이 동물지리학 연구에 갖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시각적 방법론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각 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분석하는 연구 방법으로, 동물의 생활이나(e.g. 도시 송골매 웹캠) 특정한 인간-동물 상호작용(e.g. 경찰견 훈련)을 촬영해 인간-동물 관계 분석에 활용하는 형태로 사용된다(Bear et al., 2017; Smith et al., 2021; Von Essen et al., 2023). 시각적 방법론은 인간 연구자의 참여관찰로는 누락하기 쉬운 동물의 관점과 미묘한 상호작용을 담을 수 있는 방법으로, 참여 관찰, 인터뷰 등과 함께 사용된다. 이 연구는 특히 움직임을 포착해 자동으로 촬영하는 원격 감시 장비인 트랩 카메라에 주목한다(Lainé et al., 2024). 필자는 트랩 카메라가 야생동물 모니터링을 위한 생태학 장비를 넘어, 동물지리학의 시각적 접근법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트랩 카메라 논의는 필자 등이 농부-두루미 관계 연구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강원 철원 지역에서 트랩 카메라를 설치, 운영한 경험에 기반을 두고 있다.

논문은 크게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의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동물지리학 연구와 관련해 시각적 방법론을 소개하고, 시각적 방법론을 활용한 최근의 동물지리학 연구들을 일별한다. 이어, 트랩 카메라를 활용한 실제 사례 연구를 소개하고, 트랩 카메라가 동물지리학의 시각적 방법론으로 갖는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본다. 필자는 트랩 카메라가 동물의 행위성과 동물이 살아가는 ‘인간 너머의 세계’를 목격하게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또, 동물과 그의 세계를 ‘생동화’ 함으로써 경이와 연민의 정동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할 것이다.

시각적 방법론 소개에 앞서, 인문지리학에서 동물지리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짚고자 한다. 전통적으로 지리학에서 동물은 식물과 함께 자연지리학의 영역으로 여겨져 왔다. 자연지리학의 동물 연구가 동물의 지리적 분포를 추적하는 데 주력한다면, 최근 인문지리학의 동물 연구는 동물을 인간 사회와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한다. 이 때 동물은 인간과 함께 세계를 만들어가는 능동적 행위자로 재구성된다. 인문지리학의 동물 연구는 따라서 동물을 정치적, 윤리적 주체로 바라보며, 그들의 삶의 경험을 이해하고, 때로는 이를 개선하고자 한다. 최근의 동물지리학은 동물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기 위해 생태학과 동물행동학 연구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며, 관련 방법론을 활용한다.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트랩 카메라 또한 생태학자들이 사용하는 동물 관찰 장비다. 그러나 동물을 집합적이면서도 개별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인문지리학의 연구는 동물 군집을 생태계의 일부로 보는 자연과학의 동물 연구와 때로 경합하며 상충한다. 때문에 호지츠와 로리머(Hodgetts and Lorimer, 2015, 2)는 동물지리학자들이 동물행동학 연구를 적극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동시에 동물지리학을 “생물학자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2. 동물지리학을 위한 시각적 방법론

1) 동물지리학 주류 방법론과 한계

기존 동물지리학의 인간-동물 관계 연구는 주로 인터뷰나 문헌 등 텍스트 중심의 접근을 취해 왔다(Buller, 2015; Rubio-Ramon and Srinivasan, 2022). 이들은 반려동물 소유자, 실험실 관리자, 축산 사육자 등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인터뷰, 심층 인터뷰, 포커스 그룹 등을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인간 행위자가 해당 공간에서 어떻게 동물을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살펴보았다(Holloway and Morris, 2012; Fox and Gee, 2019; Greenhough and Roe, 2019). 인터뷰 외에도 반려동물 소유주에게 동물과의 일상을 돌아보는 다이어리를 쓰게 하거나, 설문지 자료를 재해석하는 방법 등이 시도됐다(Franklin, 2006; Power, 2008). 역사지리학자들은 유언장이나 신문 기사 등 문헌 자료를 통해 동물이 누락되거나 특정한 방법으로 재현되는 양상을 추적하기도 했다(Jerolmack, 2013; Fudge, 2018).

이처럼 인간 행위자와 인간이 생산한 문서를 중심으로 하는 접근법은 “인간의 관점”을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동물의 경험, 관심사, 세계관”을 살펴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Rubio-Ramon and Srinivasan, 2022). 동물지리학자 불러(Buller, 2015)는 기존의 인간 중심적 방법론에서 동물이 종종 집단적이고 추상적인 존재로 재현된다고 지적하며, 동물을 “인간 및 그들 자신의 더 넓은 환경과 얽혀 삶을 살아가는 구체화된 개체”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Buller, 2015, 376). 인간에 의한 재현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동물의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이 인간에게 ‘보이는(seen)’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보는(seeing)’ 역량이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동물지리학자들이 동물을 ‘말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학제 간 경계를 넘어 타 분야의 방법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 동물지리학에서 보이는 인간-비인간 세계에 대한 참여관찰, 즉 ‘다종 문화기술지(multispecies ethnography)’는 이러한 실험적 방법 중 하나다. 기존의 참여 관찰이 연구 대상과 연구자가 위치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 속에서 구체적이고 맥락화된 지식을 생산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다종 문화기술지는 비인간에 대한 보다 직접적이고 세심한 관찰을 요구한다(Ogden et al., 2013; Van Dooren et al., 2016; Hovorka, 2019). 즉, 비인간을 주변화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공동 구성자로 간주하면서, “인간 너머의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삶’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Hovorka, 2019, 260).

인류학의 다종 문화기술지가 다종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이라는 범주가 어떻게 관계적으로 재조립되는지에 주력한다면, 동물지리학의 문화기술지는 ‘동물’이 인간 너머의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고 구성하는지를 탐색한다(Buller, 2015). 이때 ‘동물의 세계’를 연구해 온 동물행동학의 경험은 동물의 감정과 문화, 관점, 사회성 등을 포함해 인간-동물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도시지리학자 바루아는 동물행동학자 싱하와 협력해 인도의 도시화 과정 속에서 도시에서 살아가는 마카크 원숭이와 인간 및 도시 인프라의 상호작용을 살펴본다(Barua and Sinha, 2019). 비슷한 맥락에서 반 패터와 호보카(Van Patter and Hovorka, 2018)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의 길고양이에 주목하고, 동물행동학의 방법을 활용해 약 20여곳의 길고양이 집중 서식지(colony)를 현장 관찰했다.

한편, 호지츠와 로리머 등은(Hodgetts and Lorimer, 2015) 참여 관찰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동물행동학의 연구방법을 차용할 것을 제안한다(Lorimer et al., 2019; Hodgetts and Lorimer, 2020). 이들은 동물의 울음소리나 짖음 등을 연구해 온 동물행동학의 의사소통 연구가 개가 장애물을 통과하도록 하는 어질리티(agility) 훈련, 승마, 가축 사육 등에서 이뤄지는 인간-동물 간 비언어적 의사소통과 상호 작용을 살펴보는 데 유용하다고 본다. 나아가 최근의 유전자학 연구를 활용해 동물의 현재 및 역사적 이동 패턴을 추적하고, 체내 미생물 군집을 지도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최근의 동물지리학은 동물행동학, 인류학의 다종 문화기술지와의 상호 협력 속에서 다양한 방법론적인 실험들을 통해 인간 너머의 세계를 포착하고자 한다.

2) 시각적 방법론

시각적 방법론(visual methodologies), 혹은 시각적 연구 방법(visual research methods)은 사진, 비디오, 그림, 도표, 영화, 지도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이용해 연구 질문을 탐구하는 방법을 가리킨다(Rose, 2012; Pink, 2020). 가족 사진이나 영화처럼 이미 존재하는 시각 자료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연구자 자신이 자료를 생산하거나, 연구 참여자와 함께 제작하기도 한다. 시각적 방법론은 20세기 초반 인류학자들이 오지의 소수 부족을 연구하면서 그들의 삶을 영상 자료로 기록한 데서 출발했지만, 1990년대 이후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함께 인류학, 지리학 등 현장을 다루는 사회과학에 결합하면서 본격화됐다(Van Den Scott, 2018). 시각적 이미지는 하나의 새로운 데이터 유형으로 자리 잡았고, 시각적 방법론은 이를 ‘생산’하고 ‘해석’하는 과정 모두를 가리키게 됐다(Pink, 2020). 초기의 시각적 방법론이 현장에 대한 영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1990년대 ‘문화적 전회(cultural turn)’ 이후에는 시각적 이미지를 사회적 맥락과 연결 지어 해석하는 작업이 중심이 되었고, 2000년대 ‘물질적 전회(material turn)’ 이후에는 시각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보는 과정의 수행적(performance) 측면을 다루는 연구들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지리학자 로즈(Rose, 2012)의 ‘비판적 시각 방법론(critical visual methodologies)’은 문화적 전회의 자장 속에서 이미지를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니라, 사회 관계, 권력 구조, 규범 및 의미 체계와 연결된 사회적 구성물(social construction)로 본다. 그는 광고 이미지, 가족 사진의 구도, 색채, 시선의 방향 등을 분석해, 이미지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같은 주류 질서 속에서 생산되며, 이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소비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비판적 방법론은 이미지가 생산, 소비되는 사회적 맥락과 권력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이미지 분석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이해를 심화한다.

한편, 인류학자 사라 핑크(Pink, 2015; 2020)는 시각적 방법론과 참여관찰을 결합한 ‘시각적 문화기술지(visual ethnography)’를 제안한다. 핑크는 시각 자료의 의미를 해석하는 대신, 시각 자료를 생산하고 보는 과정의 효과에 주목한다. 즉, 핑크에게 시각적 방법론은 시각 자료라는 재현물이 아니라, ‘본다는 행위’, 다시 말해 ‘사건(event)’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핑크는 시각을 단독 감각이 아니라 후각, 청각, 촉각, 근감각(kinaesthetics) 등과 연동된 통합 감각으로 본다. 그는 사진이나 영상의 ‘내용’보다 이미지가 환기하는 감각적, 정서적 경험에 주목하며, 연구 참가자를 연구자와 함께 이미지를 생산하고 분석하는 주체로 본다. 이를 위해 연구 참가자에게 직접 사진을 찍게 하거나 비디오 다이어리를 제작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각과 정서를 함께 탐구한다. 요컨대 핑크에게 시각적 방법론은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가 어떤 정동(affect)을 만들어내는가에 초점을 둔다. 이 때 정동은 몸과 몸을 연결하는 강렬도(intensity)로 정의되며, 소름이나 하품과 같은 신체적 변화, 감정, 기분의 발생 등으로 표현된다.

시각적 이미지의 정동적 차원을 강조하는 핑크의 시각적 문화기술지는 신체와 정동을 강조하는 최근 지리학의 비재현이론(non-representational theory)과 공명한다(Thrift, 2007; Vannini, 2015). 도시지리학자 개럿(Garrett, 2011)은 지리학이 지도, 통계, 문자와 같은 정형화된 표현에 의존함으로써 신체를 경유하는 “살아있는 공간 경험”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감각적 경험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수단으로 ‘비디오’에 주목하며, 비디오가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라, 공간 속에서 몸이 수행하는 감각, 에너지, 정동을 포착할 수 있다고 본다. 개럿은 터널, 지하, 고층건물 등을 탐험하는 ‘도시탐험’ 연구를 비디오로 기록하며, 영상에 담긴 지하 통로의 소리, 벽의 습기, 위험의 감각 등이 ‘살아있는 체험’으로서 재현을 넘어서는 지리적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 제시한다. 보는 행위가 환기하는 정동과 감각에 대한 이들의 관심은 시각적 방법론을 동물지리학에 적용하는 데 유용한 통찰을 제공한다.

3) 동물지리학과 시각적 방법론

연구자가 직접 인간-동물의 세계를 관찰하는 다종 문화기술지는 동물의 행위성을 포착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다. 불러(Buller, 2015)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문화기술지를 보다 실험적인 방법론들과 결합할 것을 요청한다. “방법론들의 대화(a dialogue of methods)”(Buller, 2015, 377)를 통해 인간의 관점이 아니라 동물의 관점에서 동물이 어떻게 인간-비인간 공동 세계를 이해하고 경험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베어 등의 동물지리학자들은 보다 ‘덜’ 인간중심적(less anthropocentric)인 연구 방법으로 시각적 방법론에 주목한다(Laurier et al., 2006; Lorimer, 2010b; Bear et al., 2017; Smith et al., 2021). 인터뷰가 언어를 매개로 인간 참여자의 관점을 전달한다면, 사진이나 영상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물과 비인간 존재들이 세계를 어떻게 감각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빠르게 지나가는 인간-동물의 상호작용을 반복해 살펴볼 수 있게 함으로써, 인간 연구자의 참여관찰에서 누락될 수 있는 미묘한 인간-동물 관계를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은 시각적 방법론이 지금까지 개발된 사회과학의 여러 방법론 가운데, 적어도 상대적으로 비인간 동물의 행위와 행동을 주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비인간 동물이 “말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것이다(Bear et al., 2017). 이들 연구자들은 참여관찰과 시각 방법론을 접목해 연구자가 직접 사진과 짧은 비디오를 촬영하거나, 연구 참여자에게 포토 다이어리를 쓰거나 현장을 촬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시각 자료를 생산하고 이를 분석한다.

동물지리학자 로리머(Lorimer, 2010b)는 ‘인간 너머의 지리학을 위한 영상 방법론’을 다룬 논문에서 시각적 방법론의 기능을 ‘목격(witnessing)’과 ‘환기(evoking)’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사진이나 영상은 문자화된 자료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 신체, 장비, 기술, 지식을 목격할 수 있게 한다. 예컨대 로리에 등(Laurier et al., 2006)은 도시에서 개와 인간의 산책을 연구하기 위해 스웨덴의 도시 공원 두 곳에서 30건의 개 산책을 촬영했다. 그들은 영상의 반복 재생을 통해 개와 인간 뿐 아니라 목줄, 걷는 속도의 조정, 놀이와 보상, 타인과의 교차 통과 행위 등이 인간-개 산책에 포함돼 있음을 파악한다. 브라운과 뱅크스(Brown and Banks, 2014)는 또다른 인간-개 산책 연구에서 인간 참여자의 이마에 소형 카메라를 부착해 산책 영상을 촬영하게 한다. 이들은 이를 통해 산책의 경로, 지형, 시야 등의 주변 환경과 시선, 제스처, 목소리, 근육의 긴장 등과 같은 비언어적 신호들이 인간-개 산책의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시각 자료는 연구 대상이 되는 인간-동물 상호작용을 보다 가까이서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스미스 등(Smith et al., 2021)은 경찰견과 훈련자의 훈련 과정을 1분 내외의 짧은 비디오로 촬영하고, 개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체적 상호작용의 물질성과 신체성(corporeality)을 분석한다. 용의자를 물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훈련자는 손목에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개가 이빨로 이를 물도록 한다. 스미스 등은 이 과정을 반복적으로 살펴봄으로써 개와 인간 사이의 긴장과 해소를 포착하고, 이빨과 손목을 가진 연구자들 또한 상호신체성을 통해 같은 긴장을 경험함을 지적한다.

한편, 베어 등(Bear et al., 2017)은 로봇 착유기를 도입한 낙농 농가의 착유 과정을 연구하면서, 연구자들이 생산한 사진과 비디오가 젖소의 ‘시선’을 포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사진과 비디오가 가치 중립적인 자료를 생산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촬영한 시각 자료는 연구자를 응시하는 젖소의 시선이 반복적으로 담기면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연구 현장에서 필드 노트와 사진, 비디오를 동시에 활용하는데, 필드 노트에는 불가피하게 연구자의 해석이 이미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비디오는 비록 연구자가 프레임을 선택하기는 하지만, 로봇 착유기를 향해 자발적으로 다가가거나 물러나는 소의 움직임과 선택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덜’ 인간중심적인 자료 생산이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사진은 동물의 신체와 행동에 시선을 집중시킴으로써 비디오보다 강하게 감각적으로 호소하는 매체임을 확인한다. 이처럼 시각 자료는 동물이 살아가는 ‘인간 너머의 세계’를 포착하고, 인간과 동물의 ‘근접 조우(close encounter)’(Brown and Banks, 2014)를 허용함으로써 현장 관찰을 보완하는 자료를 제공한다.

시각 자료가 환기하는 감각과 정동이 로리머(2010b)가 지적하는 시각적 방법론의 두번째 기능이다. 그는 라덤과 맥코맥의 말을 빌어 “이미지는 감정의 강도를 지닌 감각의 덩어리이기도 하다”고 지적하며(Lorimer, 2010b, 239), 이미지를 보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감각과 정동에 주의를 기울인다. 시각적 방법론을 본다는 ‘사건’으로 이해하고, 이의 정동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로리머의 시각적 방법론은 앞서 언급한 핑크, 개럿과 조응한다. 그는 로즈로 대표되는 지리학의 주류 시각적 방법론이 영상 속 동물을 실제 동물의 재현으로 보고 상징적 의미와 사회적 효과를 해석하는 데 주력해 왔다는 점에서 인간중심적 해석을 재생산해왔다고 본다.1) 대신 그는 동물을 다룬 영상이 어떤 느낌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에 주목한다. 즉, 영상의 수행적, 촉각적, 감정적 차원을 분석하고 이같은 정동이 갖는 사회적, 정치적 효과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 특정 정동이 생산되도록 하는 영상의 문법(e.g. 프레임, 시퀀싱(sequencing), 사운드 등)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예컨대, 자연 다큐멘터리의 동물은 클로즈업과 빠른 움직임, 웅장한 음악 등을 통해 표현됨으로써 ‘경외(owe)’의 정동을 불러일으키고, 이 같은 정동이 야생동물 보전이라는 제도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로리머(2010b)는 특히 코끼리를 다룬 기록 영상 및 자신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토대로, 영상 자료를 통해 환기되는 인간-동물 관계의 정동 방식을 감상주의(sentimentality), 호기심(curiosity), 충격(shock), 불안감(disconcertion)의 네 가지로 설명한다. 주류 대중 애니메이션 등이 환상적인 스타일과 감상적인 내러티브(e.g. 가족애, 이별)를 통해 애틋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환기한다면, 자연 다큐멘터리는 동물을 생동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존재로 그려 냄으로써 경외와 호기심의 감정을 자아낸다. 한편, 예술 작업이나 초현실주의 야생 다큐, 실험적 비디오, 포스트모던 동물 예술 등에서는 평범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동물을 표현함으로서 기존의 인식이 흔들리는 듯한 불안감의 정동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로리머가 유형화한 인간-동물 영상의 정동은 인간-코끼리 관계를 넘어 동물을 다룬 많은 영상 자료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이 논문에서는 트랩 카메라에서 생산된 영상들이 애틋함과 안타까움, 놀라움의 정동을 생산하고 있음을 살펴볼 것이다.

동물지리학에서 시각적 방법론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실험되고 있는 듯하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현장 참여관찰의 일환으로 연구자가 사진이나 비디오를 촬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편,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최근에는 보다 실험적인 방법들도 시도되고 있다. 촬영의 주체를 인간에서 비인간 존재로 옮김으로써 보다 ‘덜’ 인간중심적인 시각 자료를 생산하고자 하는 것이다. 턴불 등(Turnbull et al., 2020)은 코로나 기간 주목 받았던 동물 웹캠에 주목한다. 동물원이나 야생 보전 기관이 동물 서식지 주변에 웹캠을 설치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실시간 송출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영국 셰필드의 한 교회 첨탑에 둥지를 튼 송골매는 도시 봉쇄 기간 동안 시청자 수가 10배 이상 증가했고, 도시가 멈춘 동안에도 계속되는 송골매의 일상은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효과를 낳았다(Von Essen et al., 2023).

한편, 해러웨이(Haraway, 2008)는 동물의 몸에 직접 부착하는 크리터 캠(critter cam)에서 인간이 아닌 비인간의 시선으로 세계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BBC 등의 대형 다큐멘터리 업체들이 거북이나 수달 등 해양 동물의 신체에 직접 소형 카메라를 부착하고 영상을 촬영해 이를 다큐멘터리에 포함시키거나 동영상 등으로 전파하고 있다. 해러웨이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기존의 동물 영상이 ‘전지적 신의 관점(god’s eye view)’에서 자연을 조망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허구적 분리를 강화했다고 지적한다. 이에 비해 크리터 캠의 경우, 동물과 카메라, 이를 보는 인간을 하나의 연결망으로 이어냄으로써 동물과 인간의 ‘함께 되기(becoming- with)’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비판적 동물지리학자 콜라드(Collard, 2016)는 크리터 캠이 실제 동물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지적하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시각적 방법론의 한 형태로 트랩 카메라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다룬다. 트랩 카메라는 인간이나 동물의 신체가 아니라 특정 지점에 부착되어 움직임을 포착해 자동으로 촬영하는 장비다. 인간 연구자가 촬영 장소와 프레임을 결정하지만, 실제 촬영은 동물을 포함한 비인간의 움직임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덜’ 인간중심적인 시각 자료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대표적 생태학 연구 장비인 트랩 카메라를 동물지리학에 활용하는 것은 불러 등이 수차례 지적한 동물행동학과 동물지리학을 접목하는 한 방법이 된다(Buller, 2015; Hodgetts and Lorimer, 2015). 아래에서는 사례를 중심으로 트랩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두루미 영상이 무엇을 ‘목격’하게 하며, 어떤 정동을 ‘환기’하는지를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트랩 카메라라는 장비와 현장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3. 사례 소개: 철원 두루미 보전을 위한 트랩 카메라

1) 트랩 카메라와 동물 연구

트랩 카메라(trap camera), 혹은 트레일 카메라(trail camera)는 움직임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소형 장치다(그림 1). 최근의 트랩 카메라는 적외선을 이용해 움직임을 감지하며, 움직임이 없어도 특정 시간마다(e.g. 매시 정각) 사진과 영상을 찍도록 하는 타임랩스(time-lapse) 기능을 이용해 촬영하기도 한다. 이러한 특성과 함께 비교적 저렴하고 관리가 용이해 생태학 연구에서 무인 원격 감시 장비로 많이 활용된다. 이외에도 사냥 구역에서 사냥감의 존재를 파악하거나, 야생동물 사진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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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팀이 철원 현장에 설치한 트랩 카메라(자료: 저자)

트랩 카메라의 역사는 20세기 초반 야생동물 사진 촬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Brower, 2011; Kucera and Barrett, 2011). 야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확산되면서 조지 시라즈(George Shiras) 등의 야생 사진가가 야간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동물의 사진을 찍기 위해 미끼, 폭약과 철사 덫(trip wire)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미끼에 끌려온 야생동물이 철사에 걸리면 셔터가 열리고, 플래시가 터지면서, 그 순간 놀란 동물의 사진이 촬영되는 방식이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마그네슘 파우더를 이용하던 플래시는 차례로 전구, 저발광, 무발광 플래시로 바뀌었고, 철사 덫은 적외선 광선으로 대체됐다. 카메라에서 발산된 적외선이 어떤 형태의 움직임에 의해 교란되면 셔터가 열리는 방식이다. 저장 장치 또한 35mm 필름에서 소형 메모리 카드로, 배터리는 휴대용 건전지나 태양광으로 개량됐다. 트랩 카메라 한 대의 무게는 약 400그램 안팎이다.

트랩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야생동물 연구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장비가 경량화된 1980년대 이후다. 초기에는 인간 연구자가 상시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의 대형 포유류(e.g. 그리즐리, 물범)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다가, 이후 새의 둥지를 감시하는 조류 연구로 사용이 확대됐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촬영과 저장 장치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면서 트랩 카메라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Kucera and Barrett, 2011). 최근에는 트랩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분석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구글과 같은 다국적 대기업들이 전 세계 트랩 카메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전세근 등, 2021)2) 국내에서는 2000년 한 방송국에서 지리산에 설치한 트랩 카메라에 반달가슴곰이 포착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과 국립생태원은 국립공원 내 야생동물 서식지, 생태통로,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조류 및 포유류 모니터링을 위해 트랩카메라를 이용하고 있다(정철운 등, 2014).

커틀러와 스완(Cutler and Swann, 1999)은 원격 사진을 활용한 야생동물 생태학 논문 107건을 분석하고, 트랩 카메라가 조류 둥지 포식 행위 감시, 조류 둥지 먹이 활동 및 생태 연구, 포유류 행동 연구, 출몰 야생동물 서식 확인, 야생동물 개체수 조사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며, 주로 조류와 포유류를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생태학자들에게 트랩 카메라는 인간 연구자를 대신해 동물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트랩카메라는 인간 연구자의 접근이 어려운 오지나 위험한 지역, 야간의 야생 관찰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트랩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덜 침입적이며, 시간 소모가 적고 비용이 적게 드는 연구 방법이다 또한 인간 연구자가 없기 때문에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희귀종이 목격되거나, 동물의 희귀하고 비밀스러운 행동이 포착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배터리 문제나 고장으로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잦다. 또한 동물들이 장비 설치를 알아차리고 행동이나 이동 경로를 바꾸기도 하며, 장비 설치가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또 다른 포식자를 유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연지리학자 샌드브룩 등(Sandbrook et al., 2018)은 트랩 카메라가 사람의 움직임에도 반응하며 의도치 않게 사람을 촬영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한편, 사회과학에서 트랩 카메라를 활용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인류학 문화기술지 연구에서 트랩 카메라의 활용 가능성을 다룬 레인 등(Lainé et al., 2024)의 연구가 예외적이다. 자연과학 연구에서 트랩 카메라가 객관적인 기록 도구라면, 레인 등은 과학기술학(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과 다종 연구(multispecies studie)의 관점을 적용해 트랩 카메라를 지식 생산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행위자로 본다. 이들은 인도 북부와 태국 난 지역에서 트랩 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을 촬영, 분석하고 트랩 카메라 영상을 관계적 성취물(relational achievement), 즉, 카메라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인간, 카메라에 유인되어 촬영된 동물, 움직임을 감지해 셔터를 작동시키는 기계가 역동적으로 상호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이때 영상에 촬영된 자연은 단순히 ‘관찰된’ 자연이 아니라, 인간, 기술, 동물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 생산된’ 지식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처럼 트랩 카메라가 인간이나 동물과 마찬가지로 능동적인 연구 참여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 트랩 카메라 설치와 영상 자료 수집

강원도 철원군은 한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철원 북부 철원읍과 동송읍 지역에는 비무장지대와 민간인통제구역이 자리잡고 있다. 철원군의 민간인통제구역과 그 주변 지역은 오대벼를 생산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곡창 지대이자, 멸종위기종 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이기도 하다.

두루미는 겨울 철새로, 시베리아와 중국 북부에서 여름을 난 뒤 10월부터 남하해 철원과 인근 강화 및 연천 지역, 일본 이즈미에서 월동한 후 2월말부터 북상한다. 전 세계 두루미 15종 가운데 철원을 찾는 종은 ‘단정학’으로도 불리는 두루미(Grus japonensis, 천연기념물 제 202호)와 재두루미(Grus vipio, 천연기념물 제 203호) 두 종이다. 두 종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ternational Union of Conservation of Nature) 적색 목록에 ‘취약종(Vulnerable)’으로 등재된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 개체수의 각각 2분의 1, 3분의 2 가 철원에서 겨울을 난다. 철원에서 월동하는 개체 수는 각각 1200, 5500여 마리로 추정된다.

이 연구는 철원의 두루미와 농민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다.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영상을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공학자, 생태학자, 인문사회 연구자로 이뤄진 연구팀은 야생동물의 사진을 분석해 개체 수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생태조사용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철원 북부 두루미 서식지에 트랩 카메라를 설치했다.3) 인공지능 훈련을 위해 두루미 사진 및 영상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구팀은 철원군청과 지역 농부들의 도움을 받아 2020년 1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3개년의 겨울(10월~3월) 동안 한탄강 두루미 서식지와 두루미가 서식하는 논 3곳에 트랩 카메라 13대를 설치해 영상 자료를 확보했다. 사용된 트랩 카메라는 세 종류였으며(Reconyx HF2X, Browning BTC-6PXD, Bushnell 119977C),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하는 동시에 매시 정각에 정지 사진과 동영상(10~30초)을 촬영하는 타임랩스 방식으로 운영했다. 필자는 연구팀의 일원으로 트랩 카메라의 구입과 설치, 관리, 자료 확보 및 철거의 전 과정을 담당했다.4) 트랩 카메라를 통해 연구팀은 19만4여 장의 사진과 47,716점의 동영상을 확보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인해 본 연구에서는 첫 겨울(2020년 12월~2021년 3월)과 이듬해 도래 기간(2021년11월~12월 중순) 및 북상 기간(2022년 3월)에 촬영된 데이터로 분석 대상을 한정했다.

자료는 촬영된 동물의 유형과 행동, 이미지가 환기하는 감정 등에 따라 분류했으며, 이를 범주화해 주요 분석 테마(e.g. 시선의 확장, 날씨, 야생동물, 인간 활동, 놀라움, 찬탄 등)를 도출했다. 분석 대상 영상과 사진은 각 범주 내에서 새로운 의미를 제공하거나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선별했다. 질적 연구에서도 시각적 방법론은 해석주의적 전통을 따르고 있으며, 이 때 샘플은 통계적 대표성이 아니라 이론적, 의미적 차원에서 대표성을 갖는 것들로 선별된다(Rose, 2012). 필자는 사진과 영상을 통해 기존 참여 관찰에서 누락되었던 인간 및 비인간 존재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또한 사진과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면서 이 활동이 환기하는 신체의 변화(e.g. 소름, 감탄, 미소)와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이를 로리머(2010b)가 인간-야생동물 시각적 조우의 대표적인 정동으로 지적한 감상, 호기심, 충격, 불안감과 대비해 인간-두루미의 조우에서 발생하는 정동을 포착하고자 했다. 또한 영상 자료 수집을 도와준 농부들, 두루미 연구자 등과 영상을 공유하고, 때로는 함께 시청하면서 공유되는 감각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럼에도 영상의 해석은 연구자의 위치지어진 상황 – 예컨대 인간-두루미 관계를 연구하는 도시 출신의 여성 연구자 – 속에서 이뤄졌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4. 트랩 카메라에 담긴 두루미

1) 동물의 확장과 생동화

트랩 카메라는 두루미를 가까이에서 촬영한 영상과, 야간의 두루미 모습을 담은 영상을 다수 확보했다. 이는 인간 생태학자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두루미는 경계심이 매우 높은 동물로, 사람이나 위험이 접근하면 날아올라 도망친다. 이 비행개시거리(flight initiation distance)는 약 100미터 내외이며, 단정학의 경우에는 300미터에 이를 정도로 길다(Li et al., 2017). 숙련된 연구자들은 두루미의 행동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fieldscope)를 이용해 관찰한다. 또한 철원 지역 두루미 서식지의 야간 관찰은 거의 불가능하다. 서식지 상당수가 민간인통제구역 내에 위치해 있으며, 이 구역은 일몰 이후 출입이 통제된다. 출입이 가능한 곳이라도 서식지는 불빛이 전혀 없고, 손전등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관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트랩 카메라는 두루미의 경계를 유발하지 않으며, 두루미가 수 미터 이내로 접근하기도 한다. 인간 연구자와 달리 밤새 현장에 머물 수 있고, 촬영시 불빛을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두루미를 방해하지 않고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타임랩스 기능을 활용해 매시 정각 촬영한 시각 자료는 야간의 두루미 행동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림 2.1과 2.2는 두루미의 야간 행동을 보여주는 희귀한 영상들이다. 두루미는 낮 동안 개별적으로 먹이 활동을 하다가 해질 무렵 잠자리로 모여든다. 비무장지대의 얼어붙은 습지를 선호하지만, 습지가 완전히 얼기 전인 12월 중순까지는 농부들이 두루미를 위해 논에 물을 대어 조성한 임시 잠자리(무논)에서 잠을 잔다. 재두루미는 수백 마리가 한곳에 모여 자고, 단정학은 가족 단위로 잠을 잔다. 그림 2.1은 두루미가 잠자리로 들어온 직후의 모습이다. 재두루미들이 무리를 지어 잠잘 준비를 하는 가운데, 단정학 한 가족이 잠자리로 들어온다. 앞장선 큰 새가 어른 새인 성조이고, 뒤를 따르는 새가 어린 새인 유조다. 그림 2.2는 같은 장소의 다음날 새벽 장면으로, 영하 5도의 날씨 속에서 재두루미들이 한쪽 다리를 물속에 담근 채 잠을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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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트랩 카메라에 촬영된 두루미의 야간 행동과 근접 영상

그림 2.3과 2.4는 근접 촬영을 통해 두루미의 역동적인 행동을 보여준다. 이 두 영상은 두루미가 시베리아에서 철원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촬영됐다. 새들이 물을 댄 논에서 먹이를 찾으며 휴식하는 가운데, 재두루미 한 마리가 물을 차고 날아오르며 다른 두루미를 위협하고 있다. 날아오른 새는 유조이며, 목을 움츠리고 있는 새는 성조라는 점이 눈에 띈다. 그림 2.4에서는 재두루미 한 마리가 트랩 카메라를 향해 서 있는 모습이 우연히 촬영됐다. 두루미의 깃털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장면이다(Hayward, 2010). 이처럼 트랩 카메라의 시각 자료는 인간 연구자를 대신해 24시간 현장에 머물며 가까운 거리에서 두루미의 일상을 포착하게 한다.

트랩 카메라가 촬영한 동영상은5) 시각의 확장을 넘어 다양한 신체 감각에 호소함으로써 두루미를 ‘생동화(animating)’ 한다. 그림 3.1은 막 이동을 끝낸 재두루미 무리가 논에 남은 낟알을 찾아 먹는 모습이다. 새들은 일제히 고개를 땅에 묻고 조금씩 전진한다. 고개를 들고 내리는 동작,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일정한 리듬감을 형성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를 통해 이 감각을 공유하게 한다. 그림 3.2는 잠자리의 새벽 풍경이다. 한곳에서 잠을 잔 재두루미 수백 마리가 빽빽하게 서 있다. 새들의 체온으로 얼었던 무논 표면이 녹아 물웅덩이가 만들어졌고, 새들은 차례로 서너 마리씩 날아 올라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이 영상에서 특히 강렬한 감각은 청각이다. 수백 마리의 두루미가 꾸룩꾸룩 울어대는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영상 속 두루미는 분주히 먹이를 찾고,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호기심을 드러내고, 시끄럽게 울며 살아가는 존재다. 이처럼 영상들은 두루미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행위자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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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트랩 카메라가 촬영한 두루미 행동과 주변의 풍경
(동영상: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9m3It7F8aZ8f4bQaSw_3Y45_ajTk7cud?usp=drive_link)

또한 트랩 카메라에 담긴 일부 영상은 두루미와 주변 세계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야간에 촬영된 흑백 영상들은 두루미의 신체를 효과적으로 포착하며, 몸을 붙이고 잠자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미학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림 3.3은 겨울 들판에서 먹이를 찾는 두루미 가족의 모습이다. 2월 초는 논에 남은 낟알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시기다. 단정학 한 마리가 눈 덮인 논을 천천히 걸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단정학이 사라진 뒤 잠시 후, 어린 새 한 마리가 뒤따라 나온다. 머리와 목에 갈색 깃이 남은 것으로 보아 지난 여름 태어난 새끼 새로 추정된다. 두루미가 2~4마리의 가족 단위로 생활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부모와 새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림 3.4는 무논에서 먹이를 먹으며 쉬는 두 마리 재두루미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갑자기 기러기 떼가 하늘을 가득 메우며 논 위를 한 바퀴 돌아든다. 물이 찬 논은 호수처럼 고요하고, 기러기 떼와 푸른 하늘이 그대로 비친다. 재두루미들은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먹이를 찾는다. 수확을 마친 들판, 물이 찬 논, 산과 하늘, 비닐하우스와 전봇대를 배경으로 새들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모습은 미학적인 장면을 제공한다. .

이처럼 트랩 카메라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담겨 있다. 때로는 손으로 만질 듯한 ‘근접 조우’(Brown and Banks, 2014)가, 때로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현실이 아닌 듯한 ‘주술적(enchantment)’ 순간들이 펼쳐진다. 철학자 베넷(Bennett, 2001)은 이러한 주술적 경험이 세계에 대한 긍정적 감각을 강화하고, 윤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6) 이처럼 트랩 카메라가 매개한 매혹의 순간들은 두루미라는 동물, 나아가 인간-두루미 관계를 새롭게 감각하게 하며, 그 속에서 윤리적 정동과 책임의 가능성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2) 두루미가 살아가는 인간 너머의 세계

비디오를 이용한 동물지리학자들은 비디오가 동물 뿐 아니라 다양한 존재 – 예컨대 목줄, 언덕, 벤치, 놀잇감, 행인 등-을 담고 있음을 지적했다(Laurier et al., 2006; Brown and Banks, 2014; Smith et al., 2021). 이러한 비대상 존재의 우연한 촬영은 특히 트랩 카메라에서 두드러진다. 트랩 카메라는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하므로, 특정 대상을 의도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의 움직임이라도 있으면 촬영이 이뤄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지나가는 곤충, 행인 등으로 인해 촬영되는 경우도 흔하다. 연구팀의 데이터에서도 두루미가 선명히 촬영된 사진은 전체의 3분의 2 이하였으며, 나머지에는 의도치 않은 동물, 인간, 사물, 풍경 등이 담겼다. 생태학자에게 이러한 사진은 ‘쓸모 없는 데이터’로 분류되어 삭제되지만, 동물의 감각과 경험을 탐색하는 동물지리학자에게는 동물이 살아가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두루미를 촬영하기 위해 설치한 트랩 카메라에는 두루미 서식지를 오가는 다양한 동물들이 포착됐다. 그림 4는 우연히 찍힌 동물들을 보여준다. 위에서부터 각각 개, 고라니, 고양이다. 철원의 농가들은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개를 기른다. 낮에는 창고에서 머물던 개가 밤이 되면 두루미 서식지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것이다. 실제로 창고 근처 서식지에서는 한밤중에 놀란 두루미 떼의 사진이 종종 촬영됐다. 연구팀의 생태학자들은 “창고의 개가 달려들어 잠자는 두루미를 교란하는 듯하다”며 해당 무논의 서식지 적합성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고양이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창고에서 지내던 고양이가 밤이 되면 서식지를 배회하는 것이다. 한편, 고라니는 철원을 비롯해 전국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로, 얼어붙은 논을 가로질러 걷는 모습이 자주 촬영됐다. 고양이나 개와 달리 고라니는 두루미가 없는 날 주로 찍혀, 두루미 서식에 큰 간섭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포유류는 주로 야간에 포착돼, 동물들의 활동이 낮보다 밤에 활발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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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트랩 카메라에 촬영된 다양한 동물과 인간 활동

예상치 못한 희귀한 동물들도 등장했다. 그림 5는 두루미 서식지를 이용하는 철새들을 보여준다. 그림 5.1의 고니는 주로 남부 지역에서 월동 후 시베리아 등지로 이동한다. 촬영 일자(3월8일)로 보아 이동 중 잠시 철원 논에서 휴식한 개체로 추정된다. 그림 5.2의 시베리아 흰두루미(Grus leucogeranus, 원내)는 몸 전체가 희고, 부리 주변이 붉다. 철원에서 월동하지 않는 종이지만, 이동 경로 상 잠시 경유한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쇠기러기(Anser albirons) 무리와 함께 포착됐다. 그림 5.3의 독수리(Aegypius monachus)는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여름을 보내고 철원과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새로, 여러 차례 촬영됐다. 이러한 희귀 철새들의 등장은 철원 서식지가 두루미 뿐 아니라 다양한 멸종위기 철새의 이동에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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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트랩 카메라에 촬영된 멸종위기 철새들의 모습.

동물 뿐 아니라 사람들도 카메라에 등장했다. 두루미 서식지인 논은 3월부터 10월까지 벼농사가 이뤄지는 농경지다. 수확 직후 설치된 트랩 카메라에는 볏짚을 마는 농기계나 사일리지 더미가 자주 찍혔다. 농한기가 끝나는 3월에는 논을 고르는 트랙터나 포클레인의 모습도 찍혔다. 그림 4.4는 농민들이 두루미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이다. 2월이 되면 낟알이 거의 남지 않아, 일부 농민들은 쌀포대를 트랙터에 매달고 논을 돌며 먹이를 뿌려준다. 이튿날이면 먹이를 먹으러 온 두루미와 쇠기러기 무리가 포착된다. 먹이를 매개로 한 인간-두루미의 상호 작용이 기록된 것이다. 큰 눈이 내린 다음날에는 논에서 썰매를 타거나 얼음을 지치는 주민들의 모습도 간혹 촬영됐다.

동물과 사람 뿐 아니라 두루미가 살아가는 환경 또한 카메라에 담겼다. 그림 6.1은 철원의 겨울 풍경을 담은 영상이다. 거센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이 움직임으로 감지되어 촬영된 듯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눈발과 귓전을 때리는 바람 소리는 혹한의 철원을 실감케 한다. 두루미들은 이렇게 매서운 추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림 6.2는 2020년 8월 철원의 홍수를 기록한 영상이다.7) 닷새간 이어진 집중호우로 한탄강 상류가 범람하며 인근 마을이 침수됐다(연합뉴스, 2020). 영상은 한탄강 인근 트랩 카메라에서 촬영된 것으로, 두루미 서식지가 완전히 잠기고 불어난 물 위로 가전제품이 떠내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전날 영상에는 연구팀과 협력해 온 관광지 관계자가 빗속을 뚫고 와 카메라 렌즈를 닦아 주는 장면도 있었다. 집중호우로 장비가 손상될 것을 우려해 점검한 것이다. 이처럼 트랩 카메라 영상은 두루미가 다양한 동물, 인간,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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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트랩 카메라에 담긴 두루미 서식지의 겨울 풍경과 여름 홍수 장면
(동영상: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9m3It7F8aZ8f4bQaSw_3Y45_ajTk7cud?usp=drive_link)

3) 기계의 관점

트랩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촬영 주체가 사람도, 동물도 아닌 기계임을 새삼 상기시킨다. 트랩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위치와 높이를 결정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것은 ‘움직임’이다. 이렇게 우연적으로 직조된 장면들이 프레임에 담기면서 인간의 의도는 뒤로 밀려나고, 상대적으로 ‘덜’ 인간중심적인 시각 자료가 생산된다.

그림 7은 트랩 카메라가 포착한 재두루미의 모습이다. 두루미는 우측 하단에 회색 등만 살짝 드러난 모습으로 담겨 있다. 이는 인간 연구자가 포착하는 두루미의 모습과 매우 다르다. 인간 연구자는 두루미를 촬영할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두루미의 전체 모습이 프레임에 담기도록 조정한다. 머리-몸-다리로 이어지는 전체 형상이 인간이 두루미를 인지하는 일반적 방식이다. 그러나 트랩 카메라는 두루미 신체의 전부를 포착하겠다는 의도가 없다. 다만 움직임이 감지되면 셔터를 누를 뿐이다. 때문에 트랩 카메라 사진에는 그림 7처럼 몸통 일부만 담긴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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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트랩 카메라가 포착한 재두루미의 모습

비슷한 사례로, 그림 8은 트랩 카메라가 촬영한 쇠기러기 무리의 모습이다. 전날 먹이를 뿌려둔 덕분에 이날 논에는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가 몰려들었다. 트랩 카메라는 쇠기러기의 움직임을 감지해 촬영을 계속했고, 그 결과 1시간 동안 5,000장 이상을 촬영해 메모리가 바닥났다. 인간 연구자라면 이렇게 거의 동일한 화면을 계속 촬영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사례는 인간과 기계가 매우 다른 방식으로 동물의 세계를 바라봄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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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트랩 카메라에 연속으로 촬영된 쇠기러기 떼의 모습

인간과 기계의 다른 접근은 시각 자료 활용의 어려움으로 이어졌다. 당초 연구팀은 트랩 카메라로 두루미 이미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개체 수 판별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이미 인간 연구자가 촬영한 이미지 1,200여 장을 이용해 알고리즘을 개발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 알고리즘은 트랩 카메라 데이터 해석에 있어 예상만큼의 정확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인간이 촬영한 이미지와 트랩 카메라 이미지에서 두루미 모습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트랩 카메라는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해 연속 촬영함으로써 유사 이미지를 대량 생산했고, 이로 인해 알고리즘 훈련용 데이터셋으로서의 효용이 떨어졌다. 다시 말해, 기계가 생산한 ‘덜’ 인간중심적 자료와,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하고 훈련한 소프트웨어 사이에 간극(gap)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연구팀은 트랩 카메라 전용 데이터셋을 별도로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새롭게 개량, 훈련해야 했다.

5. 트랩 카메라를 활용한 동물 지리학

이 절에서는 위의 관찰을 토대로 트랩 카메라의 시각 자료가 동물지리학자들의 인간-동물, 특히 두루미 연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필자는 로리머의 ‘목격’과 ‘환기’를 프레임워크로 삼아, 트랩 카메라 데이터가 무엇을 ‘목격’하게 하며, 무엇을 ‘환기’하는지를 검토하고자 한다. 이어, 트랩 카메라 사용이 당초 시각적 방법론이 목표한 탈인간중심적인 동물지리학 연구를 가능케 하는지를 비판적으로 고찰할 것이다.

1) 목격: 두루미의 행위성과 ‘인간 너머의 세계’

베어 등의 동물지리학자들은 시각 자료가 인간-동물의 상호작용을 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하게 하고, 인간 연구자가 놓치기 쉬운 다양한 사물과 존재를 담아내게 한다고 지적한다(Brown and Banks, 2014; Bear et al., 2017; Smith et al., 2021). 이러한 특징은 트랩 카메라에서도 확인된다.

먼저, 트랩 카메라 영상에는 두루미의 다양한 역동적 활동이 담겼다. 영상 속 두루미는 바쁘게 먹이를 찾고, 연신 땅을 헤집으며, 다른 두루미와 영역 다툼을 하기도 한다. 잠자다 화들짝 놀라 깨어나기도 하고, 큰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가기도 한다. 또 수백 마리의 다른 두루미들과 먼 거리를 함께 이동하며, 밤이 되면 몸을 맞대고 자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협력적 존재다. 이러한 두루미의 모습은 한두 마리가 고고하게 서 있는 문화적 재현물 속 두루미와 크게 다르다. 영상이 보여주는 두루미는 바쁘고, 때로는 시끄럽고, 협력하는 동물이다. 이처럼 트랩 카메라는 두루미의 행동을 가까이서 포착함으로써 두루미를 생동감 넘치는 ‘살아 있는’ 동물로 생산한다.

나아가 트랩 카메라 영상은 두루미뿐 아니라 두루미 서식지의 동물과 인간, 환경을 비의도적으로 촬영함으로써 두루미의 생활 세계를 포착한다. ‘에러’ 영상들을 통해 보는 이는 두루미가 혹한의 날씨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임을 실감하고, 농장의 개와 고양이와 다투기도 하며, 볏짚을 말거나 논을 가는 농기계와 농부들 틈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따금 한반도를 가로질러 이동하던 고니나 독수리가 두루미의 서식지를 방문하기도 한다. 영상 속 두루미는 외따로 떨어져 지내는 존재가 아니라, 논이라는 서식지를 공유하는 인간 및 비인간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이처럼 트랩 카메라 영상은 두루미를 ‘인간 너머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생동감 넘치는 동물로 만들어낸다. 이때 두루미는 더 이상 ‘장수’나 ‘신선의 세계’를 상징하는 문화적 표상이 아니다(박정애, 2012).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해 인간의 구원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도 아니다. 영상의 두루미는 철원의 논에서 여러 다른 존재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주체’가 된다. 두루미의 행위는 철원의 논을 휴한기의 농경지가 아니라, 두루미의 서식지라는 ‘짐승 장소’로 바꿔내는 것이다. 커크시와 헬름리히는 기존의 동물 연구가 동물을 자연자원–“먹기 좋은 존재(good to eat)”-혹은 문화적 상징 –“생각하기 좋은 존재(good to think)”-로 다뤄 왔다면, 다종 문화기술지는 동물을 “함께 사는 존재(to live with)”로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Kirksey and Helmreich, 2010, 552). 철원의 트랩 카메라 영상 또한 두루미와 주변 세계를 생동감 있게 담아냄으로써, 두루미를 철원의 논에서 ‘함께 사는’ 존재로 만들어내는 듯하다.

한편, 두루미라는 동물과 그를 둘러싼 세계의 생동화는, 인간-동물의 감각적, 신체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온 기존의 시각적 방법론과 차이를 보인다. 이는 트랩 카메라라는 매체의 특성과 무관치 않다. 기존 시각적 방법론이 개나 젖소와 같은 사육 동물을 대상으로 인간과 긴밀한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산책, 훈련, 착유 등을 촬영했다면, 트랩 카메라는 주로 야생동물을 대상으로 하며 인간이 부재한 환경을 다룬다. 따라서 인간과 동물의 미묘한 상호작용 대신 동물과 그 세계가 시각 자료에 담기게 된다. 인간 촬영자가 뒤로 물러나면서 상대적으로 동물과 그의 세계가 전경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트랩 카메라의 특성은 동물의 행위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시각적 방법론의 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환기: 경이와 연민

그렇다면 트랩 카메라의 시각 자료는 어떤 정동을 환기하며, 그 정동의 윤리적,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가? 필자는 먼저 트랩 카메라의 시각 자료가 ‘놀라움’과 ‘경이’의 정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영상은 두루미의 행동과 생활 세계가 기존에 생각해 온 것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영상 속 두루미는 고요한 동물이 아니며, 인간 사회와 단절된 세계에 사는 것도 아니다. 두루미는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고, 떼를 지어 우짖으며 혹한의 겨울을 견딘다. 철원의 눈보라를 담은 영상(그림 6.1.)이나, 두루미가 시끄럽게 울어대는 영상(그림 3.2.)은 기존 문헌이나 매체에서 다루지 않은 두루미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놀라움을 자아낸다. 또한 두루미의 흑백 사진(그림 2.1, 그림 2.2)과 물 찬 논의 풍경(그림 3.4)은 높은 미학적인 만족감을 준다. 이러한 감각은 경이와 찬탄이 뒤섞인 놀라움의 정서를 환기한다.

한편 놀라움과 함께 지배적인 정동은 ‘애틋함’과 ‘연민’인 듯하다. 두루미 가족이 겨울 들판에서 먹이를 찾는 영상(그림 3.3)은 어른 새를 따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새끼 새의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인간 또한 공유하는 가족 혹은 어른과 아이의 유대의 감각에 소구한다. 신체를 가진 인간으로 두루미가 밟고 있는 차가운 눈의 감각을 상상할 수 있으며, 배고픔의 경험은 두루미의 허기를 공감하게 만든다. 이 때 멀리서 들리는 새 울음소리는 애틋함과 연민의 감각을 한층 강화한다. 또한 거대한 포클레인이 논을 갈아엎는 장면이나 농기계에 의해 트랩 카메라가 쓰러지는 영상은 두루미의 삶의 세계가 인간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쉽게 훼손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안타까움과 위험의 감각을 환기한다.

필자는 놀라움과 경이, 애틋함과 연민의 정동이 두루미를 돌보고자 하는 윤리적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생태관광 문헌은 관광을 통한 야생동물과의 조우가 야생동물에 대한 긍정적 애착을 형성하고, 자연 보전 활동에 대한 관심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Blamey, 2001; Lorimer, 2010a). 실제로 필자가 만난 철원의 농부들 가운데는 오랜 기간 두루미를 가까이 접하며 관심을 갖고 보전 활동에 참여하게 된 이들이 있었다. 한 농부는 자신의 두루미 보전 활동이 몇 해 전 겨울날 먹이를 찾는 두루미를 만난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8) 그는 “발톱이 빠지도록 먹이를 찾는” 두루미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즉시 트랙터에 쌀포대를 걸어 먹이를 뿌려줬고, 이후 두루미 서식지 조성, 먹이 주기 등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3) 트랩 카메라 영상의 한계와 비판

이처럼 트랩 카메라는 동물 세계와의 생동화된 조우를 가능케 함으로써 두루미를 정동적 존재이자 다양한 인간 및 비인간 존재와 연결된 존재로 드러낸다. 이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두루미의 행위성을 중심에 놓고 인간 너머의 세계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인간 동물 관계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생태학 연구 장비와 데이터를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 간의 학제적 연구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동물지리학을 위한 트랩카메라 사용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먼저 시각적 방법론의 ‘탈인간중심주의’ 문제다. 필자는 트랩 카메라가 움직임을 포착해 프레임을 구성함으로써 인간 연구자의 촬영에 비해 ‘덜’ 인간중심적인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랩 카메라에 포착된 동물이 자발적으로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트랩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은 ‘우연’의 소산에 가깝다. 트랩 카메라라는 장비 자체가 해당 공간을 인간 및 기계의 시선(gaze) 아래 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동물의 행동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인 것이다. 인간 행위자의 부재로 동물이 보다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물은 이 장비를 (대부분의 경우) 인식하지 못하며, 촬영을 거부하거나, 장비에 대한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제한된다. 따라서 트랩 카메라로 포착된 동물의 행위성은 ‘제한된’ 행위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시각 자료를 해석하는 것은 결국 인간 연구자라는 문제가 있다.9) 기계가 생산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가 결국 인간 연구자에 의해 해석되면서 비인간의 행동과 주체성, 인간-비인간의 상호작용이 인간 연구자의 인식틀과 언어적 체계로 환원될 위험성을 갖고 있다. 해석주의 질적 연구의 전통 속에서 시각적 방법론은 숙련된 연구자의 고유한 해석을 부정하지 않는다(Denzin and Lincoln, 2011). 즉 해석의 객관성과 보편성보다 이론적, 맥락적 설득력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연구자의 해석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시각물을 통한 조우에 연루되는 다양한 장치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신체적 감각과 감정, 여기서 생성되는 정동으로 이어지는 개연성 있는 설명들이 필요하다. 혹은 시각물을 공유하고, 시청 과정을 참여 관찰하거나 후속 인터뷰를 통해 인간과-동물, 인간과-인간 사이에 상호주관적으로 형성되는 감각과 정동들을 포착하고 두껍게 기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연구자가 갖고 있는 존재론적 한계 속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보다 ‘탈’인간중심적으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향후 보다 다양한 전략과 본격적인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베어 등은 시각적 방법론에 여전히 “잔여적 인간중심주의(residual humanism)”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면서, 인간 참여자의 경우 연구자와 함께 영상을 복기하며 자신의 의도를 표현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비인간 참여자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한다고 말한다. 즉 영상의 해석은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독해에 달려 있다. 때문에 시각적 방법론에서 비인간의 참여는 여전히 “기능적”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닌가 반문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오드와이어(O’Dwyer, 2024)는 크리터 캠처럼 동물의 시선을 포착하려는 장비에서도 여전히 인간중심주의가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크리터 캠이 동물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혹은 기계)이 그 시선에 응답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 시선은 상호적이지 않으며, 동물의 시선을 확보함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자연에 대한 통제와 기술적 개입이 강화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오드와이어는 묻는다. 이러한 비판은 트랩 카메라에도 적용된다. 결국 탈인간중심적 방법론으로 제안된 시각적 방법론이 장비를 통해 동물의 관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면서, 인간-동물 관계의 재구성을 탐색하기 보다 비인간의 참여를 기능적으로만 활용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트랩 카메라의 설치와 운영에 따른 윤리적 문제다. 트랩 카메라는 설치기간 동안 해당 지역을 24시간 내내 감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설치와 관련해 해당 논의 농민에게 허락을 받았지만, 두루미는 물론 지나가는 인간과 동물로부터 연구 동의를 받지 못했다. 연구에 동의하지 않은 존재들이 카메라에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연구 기간 내내 윤리적 고민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불편함은 트랩 카메라의 기원이 동물의 신체를 훼손하는 사냥과 결합돼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Brower, 2011). 야생동물 촬영을 위해 고안된 초기 트랩 카메라는 추적, 철사 덫, 폭약 사용 등 사냥의 방식을 이용했다. 철사 덫과 플래시를 이용한 촬영은 일시적으로 동물에게 눈이 멀 정도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사냥의 전리품이 동물의 신체라면, 트랩 카메라의 전리품은 동물의 사진인 셈이다. 트랩 카메라 사진가 시라즈는 자신의 방법을 “정지-사냥” 혹은 “카메라-사냥”이라 부르기도 했다.

반 패터와 블래트너(Van Patter and Blattner, 2020)는 비인간 동물 연구 방법론과 관련해 무해(non-maleficence), 이익 증진(beneficience), 자발적 참여(voluntary participation)의 세 가지를 윤리적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들은 자발적 참여를 위해 동물을 대리하는 인간에게 연구 동의를 받거나, 동물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해 그 자발성을 가늠할 것을 제안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턴불 등은 트랩 카메라처럼 동물행동학의 방법을 활용하는 동물지리학 연구가 동물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지적했다(Collard, 2016; Turnbull et al., 2020). 특히 동물에 추적 장비나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유전 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은 동물의 신체에 직접적인 해를 가하거나, ‘인간 너머’의 관계에서 사적 정보나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연히 촬영된 인간 행위자의 문제와 관련해 샌드브룩 등은(Sandbrook et al., 2018) 트랩 카메라 사용자가 이 장비가 사람을 촬영하고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렇다면 동물 행위자로부터는 어떻게 연구 동의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연구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후속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6. 결론

이 논문은 인문지리학 내 동물지리학 연구의 방법론적 혁신을 모색하며, 트랩 카메라를 중심으로 시각적 방법론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했다. 필자는 먼저 비인간의 행위성을 강조해 온 동물지리학 연구가 여전히 행위자 중심의 인터뷰나 문헌 분석에 의존해 온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시각적 방법론이 ‘덜’ 인간중심적인 자료의 생산과 해석을 통해 행위 주체로서의 동물을 드러낼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어 철원 지역에 설치한 두루미 트랩 카메라 사례 연구를 소개하며, 트랩 카메라 영상이 두루미의 야간 및 근접 관찰을 가능하게 하고, 두루미를 역동적인 존재로 생동화하는 한편, 두루미 서식지를 공유하는 다양한 인간 및 비인간 존재를 포착함으로써 두루미가 살아가는 ‘인간 너머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논의했다. 필자는 로리머의 ‘목격’과 ‘환기’ 프레임워크를 적용해, 트랩 카메라 영상이 동물의 생동성과 인간 너머의 세계를 목격하게 하는 동시에 경이와 연민의 정동을 불러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트랩 카메라가 동물의 행위성을 드러내는 데 기여하지만, 여전히 인간중심적인 제약을 지니며, 설치와 운영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를 노정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통해 이 논문은 트랩 카메라가 단순한 생태학 연구 장비를 넘어, 동물의 세계를 감각적, 정동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시각적 방법으로 동물지리학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결론을 대신해, 동물지리학의 시각적 방법론으로 트랩 카메라를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트랩 카메라는 특히 야생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탐구하는 동물지리학 연구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장비가 비교적 저렴하고 작동이 간단하며 활용이 용이하다. 또 연구자의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동물의 생활 세계를 포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 글에서 지적한 것처럼, 연구 대상 동물 뿐 아니라 그 주변에서 삶을 꾸려가는 다른 동물, 사물, 인간, 환경을 함께 기록함으로써 다종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문화기술지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장비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배터리, 저장 용량, 날씨 조건 등에 따라 데이터가 불완전하게 생산되거나 편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인간 및 비인간 참여자의 연구 동의, 사생활 침해 등 윤리적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트랩 카메라를 동물지리학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적, 인식론적, 윤리적 논의가 더욱 심화될 필요가 있다.

Acknowledgements

이 연구는 2025년 연세대 미래선도연구사업(2025-22-0028)과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융합부문(CRC) (NRF-2018R1A5A7025409)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1] 1) 영상에서 동물이 재현되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 연구는 다큐멘터리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상업적 영상 자료 분석에서 종종 활용된다. 예컨대 디블리와 호킨스(Dibley and Hawkins, 2019)는 1960~70년대 자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동물이 텔레비전에 재현되는 방식을 분석하고, 이같은 재현이 당시 만연한 인간중심주의와 자연에 대한 도구적 시선, 민족주의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2] 2) 구글의 트랩카메라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은 Wildlife Insights (https://www.wildlifeinsights.org/) 참고.

[3] 3) 이 연구 결과는 관련 국내외 학회에서 논문으로 발표됐다. Go et al.(2021), 김정수 등(2021) 참고.

[4] 4) 트랩 카메라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필자는 설치기간 동안 매월 1회 설치 장소를 방문해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를 교체했다.

[5] 5) 이 글에 사용된 동영상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drive.google.com/drive/folders/19m3It7F8aZ8f4bQaSw_3Y45_ajTk7cud?usp=drive_link

[6] 6) 실제로 트랩 카메라 설치를 도와준 농민들은 어떤 영상이 담겼는지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필자는 영상을 회수할 때마다 농민들의 요청으로 논 옆 창고에 앉아 함께 영상을 확인하곤 했다. 두루미를 오랫동안 접해 온 농민들이었지만, 이들은 두루미가 이렇게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했고, 자신의 논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는 점에 흐뭇해 하곤 했다.

[7] 7) 해당 영상은 연구팀이 한탄강에 설치한 장비로 촬영한 것으로, 분석 대상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20년의 기록적인 철원 홍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논문에 포함시켰다.

[8] 8) 인터뷰 2021년 2월18일.

[9] 9) 필자는 이 연구의 자료 해석에 남아 있는 ‘인간중심성’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지적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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