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기다렸기에 반가운 책이다. 그리고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우평 선생님과는 개인적으로 전국지리교사연합회1) 활동을 통해 15년 넘게 관계를 맺고 있는 동료이자 선배 교사이다. 이 책의 전신 격인 <<지리교사 이우평의 한국 지형 산책>>(이하 한국 지형 산책)이 나온 2007년에도 책을 읽으면서 어떻게 학교 일을 하시면서 전국의 그 수많은 지역을 답사(해안 지형을 관찰하기 위해 백령도에서 근무하기도 했다)하고 지형을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을까 감탄과 경외감을 가지기도 했다. 대학도 그러하겠지만, 일선 중고등학교의 교사의 역할이라는 게 수업만 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담당 업무와 민원 처리 등 오히려 본업인 수업보다 그 이외 업무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 활동과 집필을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당시 <<한국 지형 산책>>은 일반 성인에게는 과거 자신이 다녀온 지역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지역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으며, 학생에게는 우리가 사는 땅의 지식을 얻는 체험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한국 지형 산책>>을 읽으며 세계 지형 산책도 나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년 전 저자로부터 <<한국 지형 산책>>의 ‘월드’ 버전인 세계 지형 관련 교양 도서를 집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 후 2~3년이 지나도 책 출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이 다 지날 즈음, 책의 일부 내용을 검토하면서, 책의 출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마 많은 독자분들도 책을 읽게 되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교육과정과 교육 여건의 변화 속에서 자연 지리 내용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서 30년 넘게 지리 교사로 살며 지리를 연구하고 가르쳐온 저자의 <<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는 단순히 책 한 권이 가지는 의미보다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책은 전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으며, 자연사적 가치가 높은 56곳의 지형을 선별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진과 지형 형성 과정과 변화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3D 지형도와 단면도, 지도 등 풍부한 시각 자료이다. 다양한 지형에 관한 종합적인 안내서로, 지리와 자연사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모든 독자들에게 유용할 것이다. 특히, 책의 주요 독자층이 학생과 교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 구조화된 시각 자료들은 이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책은 크게 6부로 이뤄져 있다. 1부는 북아메리카, 2부는 남아메리카, 3부는 유럽, 4부는 아시아, 5부는 아프리카, 6부는 오세아니아-대양으로 지역별로 구분되어 있다. 책에서 소개하는 지형은 그 종류가 30가지가 넘는다. 간헐천, 화산, 사막, 빙하, 해저 싱크홀, 주상절리, 역암 첨봉, 탑 카르스트, 석회화 단구 등 모두 지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형들이다. 각 지역의 지형을 보고 읽어가면 자연스레 ‘살아 있는 지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지역의 다채로운 지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을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눠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첫째, 종합적인 자연사 안내서이다. 자연 지리와 지구과학에 낯선 독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안내서로서의 가치가 크다. 지질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그랜드 캐년의 형성 과정(62쪽)과 이를 둘러싼 논란과 새로운 가설인 댐붕괴론(Breached Dam Theory)(68~71쪽)에 관한 내용은 지형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새로운 흥미를 유발시키며, 막연하게 심미적(審美的) 차원에서만 이해했던 그랜드 캐년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제공해 준다. 조용히 온화하게 분출하는 하와이식 분출(630~632쪽)에서는 휴양지로만 알고 있을 하와이의 화산 활동 특징과 하와이에서 화산 분출과 관련된 관광 상품이 왜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과 일반인들이 가질 법한 의문을 해결해주는 적절한 내용이다. 저자는 위와 같은 내용들을 지도 및 3D 지형도, 고품질의 사진을 활용하여 친절하게 설명해 독자들이 과학적 시각을 갖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둘째, 전 지구적 이슈이며, 현재 과학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영구동토 대지 위로 솟은 구릉, 핑고(140쪽), 지구의 시한폭탄 영구동토층(141쪽)은 지구 온난화가 한대기후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것이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고 있다. 또한 반복되는 재앙 엘리뇨(644~647쪽)에서는 엘니뇨가 갈라파고스 제도에 영향을 준 1982부터 2016년까지 총 세 차례의 시기로 구분한 후 그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이 책은 다양한 지역에 분포하는 지형의 아름다움을 제시하면서도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셋째, 우리의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중요한 참고 자료이다. 지구 최초 생명체의 화석, 스트로마톨라이트(583~585쪽)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벙글벙글 산지의 거대 암석군에 형성되어 있는 독특한 경관뿐 아니라 암석 내부에 있는 지구 최초의 생명체 화석에 대해 설명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약 3억 5,000만 년 전에 살았던 지구 최초 생명체 시아노박테리아를 상상한다. 에트나산, 지구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활화산의 대명사(256~265쪽)에서는 화산 활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화산 분출,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적 요소뿐만 아니라 지형 조건으로 인한 장점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형 자원의 미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지형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떤 자연사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환경 및 생태적 가치는 무엇인지 그리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과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막혀 있던 하늘길과 바닷길이 열리면서 TV와 유튜브를 통해 여행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행기 또는 배를 타고 해외로 떠나는 것도 좋지만, 랜선으로 떠나는 여행도 우리의 여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 곳곳의 지형・지질 명소를 찾아 떠나는 <<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는 지형・지질 명소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뿐만 아니라 랜선 여행을 하는 이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