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April 2021. 149-160
https://doi.org/10.22776/kgs.2021.56.2.149

ABSTRACT


MAIN

  • 1. 서론

  • 2. 도시 성장과 지역 정치

  •   1) 도시 성장과 성장연합

  •   2) 도시 성장의 원동력

  • 3. 용인시와 경사도 기준

  • 4. 경사도 규제 완화와 갈등

  •   1) 도시 간 경쟁과 개발규제 완화

  •   2) 도시 내 경쟁과 개발규제의 파편화

  • 5. 결론

1. 서론

‘난개발의 대명사’라는, 2000년대 초 용인시에 붙여진 별명은 도시의 급속한 성장 이면에 많은 부작용이 유발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도시에 비해 면적이 작은 택지지구로 분할되어 개발되는 과정에서 종합적인 도시계획이 미흡하였다는 점, 아파트 위주의 건설로 인해 도시자족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등이 부작용의 예시로서 지적되었다(홍석민, 2000; 이춘호, 2002; 신수경, 2004; 이희연・심재헌, 2006). 언론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러한 개발 양상을 묘사하며 영단어 ‘urban sprawl’의 부작용을 강조한 의역인 ‘난개발’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용인시는 난개발에 대한 언론 보도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개발이 급속히 이루어지는 도시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용인시의 개발행위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 「도시계획조례 제20조(개발행위허가의 기준)」 2항의 평균경사도 기준은 개발이 허용되는 토지의 경사도를 규정한다. 해당 기준은 지난 20여 년간 도시 개발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해왔는데, 이는 구릉지가 많은 용인의 지형적 특성상 토지의 경사도가 개발의 대상지를 선정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에서는 2003년과 2013년, 2015년 경사도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신규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이는 개발이 가능한 용지를 늘림으로써 도시의 개발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방향은 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이 2019년 강화되기 전까지 낙관적으로 유지되었다. 2019년의 개정은 그동안 용인시에 존재했던 난개발 반대 여론과 추가적인 개발 억제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후술할 처인구의 입장과는 상충되는 것이었다.

도시 성장의 정체에 대한 불안감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개발의 필요성은 용인시의 성장 역사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베드타운으로서 정체된 용인시 건설경기”(제76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2003.05.14.), 제128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2008.05.20.), 제154회 제2차 정례회(2010.11.25.), 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2015.04.24.))라는 불안감은 용인시의 개발을 지속적으로 선동하는 힘이었다. 주변 도시들과의 경쟁 또한 개발 담론을 이끌어가는 커다란 축이 되었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에서 도시의 성장을 견인하는 추가적인 동력에 주목하였다. 용인시의 수평적 확장, 즉 임야의 개발행위를 추동한 힘은 도시 성장의 역사 이면에 존재하는 도시 내 경쟁과 갈등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이러한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은 도시 전체의 개발규제 완화의 양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서북부(수지구・기흥구)에 치중되어 이루어져 온 용인시의 개발 역사는 처인구 주민들에게 “수지・기흥은 이미 다 개발해놓고 우리도 이제 개발 좀 해보려는데 규제한다”라는 불만을 유발하였으며, 여전히 용인시 내에 주요한 여론으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 내 경쟁과 갈등에서 비롯된 개발에 대한 열망은 도시 간 경쟁과 어우러져 도시의 개발지향적 정책을 유지하는 동인이 되었다.

본 연구는 도시 내 경쟁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도시정치의 역동성과 복잡성을 드러내었다. 도시의 성장 추구 경향을 설명하는 도시성장연합 논의의 의의와 한계를 밝히는 한편, 스케일 간 상호작용에 대한 논의를 통해 한계를 보완하고자 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문서 분석과 서면 및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으며, GIS 분석과 현장답사를 실시하였다. 문서 분석은 용인시의회 회의록을 비롯하여 정책 검토의견서와 관련 신문기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현장답사는 처인구 임야의 타운하우스 개발 현장을 비롯하여 최근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났던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뷰 대상자는 도시계획조례 개정과정에 관여한 전문가이자 각 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시의원들과 난개발 반대운동에 참여한 활동가로 선정하였으며, 인터뷰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하였다.

2. 도시 성장과 지역 정치

1) 도시 성장과 성장연합

오늘날 도시는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고 전 세계 및 국가 스케일에서 다른 도시와 경쟁한다. 이에 지난 수십 년간 많은 도시 연구들이 무엇이 도시 내에 이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지, 성장을 추구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누구인지 밝히고자 하였다(Logan and Molotch, 1987; Lake, 1990; Brenner, 2019; Peck et al., 2009; MacLeod, 2011; Farahani, 2017; Goodfellow, 2017; Lauermann, 2018). 구조주의적 도시지리 연구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해답은 그 원인을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적 도시 거버넌스에서 찾고 있다. 도시의 개발 전략을 고안하고 실행하는 과정 이면엔 국가의 공간을 통한 자본 순환이라는 공간 전략이 존재하며, 그 이면엔 공간을 통한 자본의 증식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도시는 신자유주의 그 자체의 재생산, 재구성, 그리고 변화의 중심 장소가 되었다(Peck et al., 2009).

신자유주의와 도시화의 관계를 설명한 고전적인 이론인 도시성장연합(urban growth machine) 이론은 성장이 도시의 성공 척도이자 이데올로기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도시의 생존전략과 주도 세력, 정당화의 방법 등을 설명함으로써 복잡한 도시정치의 직관적 이해에 기여하였다고 평가된다. 특히 “도시에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엘리트 간 네트워크”(Logan and Molotch, 1987)로서 정의되는 성장연합은 연대를 통해 지역의 토지 이용을 효율적으로 전개할 상황을 만들며, 성장의 파급효과를 강조하는 등 성장을 정당화하는 다양한 방식을 동원한다. 이 이론은 오늘날 공간을 통한 자본의 증식과 자본주의 위기 극복의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과 적합성이 여전히 강조된 바 있다(Logan and Molotch, 2007).

그러나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오늘날 도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첫째, 행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각 도시의 구조적인 맥락을 간과했다는 것이다(Lake, 1990; Goodfellow, 2017).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연합의 구성원을 맥락과 상관없이 강조하여 연합이 어디에서 구성되어 어떻게 영향력을 축적했는지 설명하지 못했으며(Lake, 1990), 도시와 지역의 개발을 설명하는 다른 조건들보다 부동산 시장의 역할을 강조하여 도시를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개념화했다(Farahani, 2017). 이는 성장연합에 관한 연구가 ‘Global North’로 표현되는 서구, 특히 미국의 도시 설명에 특화되어 일반적 법칙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공간적 탈맥락화에 실패하였다는 지적으로도 설명된다(Farahani, 2017; Goodfellow, 2017).

둘째,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도시 내 갈등 관계를 거주민과 토지소유주와의 대립, 혹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대립으로 이분화하였다. 그러나 실제 도시사회에서 ‘구분’은 배타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특히 Logan and Molotch가 도시적 삶의 핵심이라고 주장한 장소의 상업화는 오히려 거주민과 토지소유자,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대립이라는 이분법을 희미하게 만든다고 지적되었다(Lake, 1990; Cox, 2018). 즉, 도시 내 갈등은 단순히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대립으로 일반화되지 않는다. 지역 엘리트와 주민들 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을 때(Goodfellow, 2017), 거주민들과 성장 옹호자들이 교환가치를 어떻게 최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를 때(Cox, 2018), 혹은 거주민들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동시에 보호하고자 할 때(Lake, 1990) 등, 도시 갈등 양상의 다양성을 밝힌 연구가 존재한다.

셋째, 21세기 포스트포디즘(post-fordism) 사회에서 도시의 성장 추구방식이 달라졌다는 점도 도시성장연합 이론의 한계로 언급된다. MacLeod(2011)는 도시의 성장에 참여하는 행위자들이 다양해졌으며, 도시 내 두드러지는 일부 성장연합이 도시 전체가 아닌, 사유화된 일부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도시가 ‘분열되고(splintering)’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도심과 교외 등을 구분하지 않고 균질한 하나의 통합체로 본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오늘날의 도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장연합 내부의 행위주체들 간 관계 또한 성장을 위한 동맹으로 단순하게 정의되지 않으며, 도시 내에 성장연합의 존재만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이에 도시의 행위주체들 간 복잡하고 구성적인 관계를 경험적인 연구를 통해서 밝혀내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졌다(Lake, 1990; MacLeod, 2011; Cox, 2018; Lauermann, 2018).

즉,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도시의 성장을 추동하는 요인과 추구하는 방식, 그리고 정당화의 방법에 대해 도시 내 성장연합의 존재를 통해 설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복잡한 도시사회를 설명하기에는 도시의 양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행위자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도시의 구조적인 맥락을 간과하였으며, 도시 내 갈등 관계를 지나치게 대립적으로 이분화하여 바라보았고, 도시의 성장 추구 방식이 달라졌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 도시 성장의 원동력

본 연구는 도시정치의 역동성과 복잡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도시 내에 작동하는 스케일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장한다. 도시는 국가 단위에서 배분하는, 한정된 재화를 두고 경쟁하는 공간단위이면서 그 기저에는 더 작은 스케일과 주체가 존재한다.

아래 그림 1은 ‘도시 간 경쟁’과 ‘도시 내 경쟁과 갈등’ 간 관계에 대한 모식도이다. 도시 간 경쟁에서 흔히 여겨지는 바와 같이, 도시는 하나의 단일한 구성체가 아니며, 내부에서 다양한 스케일과 행위자로 구성된 공간이다. 본 연구에서 나타난 구 단위의 성장연합은 토지소유주, 토건업체, 시의원, 그리고 지역 언론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성장연합은 시와 구라는 상이한 스케일을 넘나들며 경쟁하고 갈등하며 또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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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도시 갈등 모식도

한편, 오늘날의 복잡한 도시사회를 설명하려면 도시와 도시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Lauermann(2018)은 도시 거버넌스가 단순히 성장만을 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며 기업가적 실천과 성장정책 간 상호의존성에 관한 재이론화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신자유주의적 기업가주의 도시이론이 주장하는 바대로 투기적인 성격을 가지며, 장소마케팅이나 도시 간 경쟁을 일종의 표준적인 절차로 적용하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거버넌스 아젠다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경쟁이 아닌 도시 간 ‘외교’의 존재에 주목하여 도시 간 경쟁에 대한 하향식 내러티브, 즉 중앙정부가 제공하는 한정된 재화를 얻기 위한 경쟁을 반박한다. 기업가주의 도시들은 더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 도시 간 협력 등 외교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주헌(2019)이 국가 단위에서의 정책 실행이 아닌, 도시의 주체적인 정치행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서울시의 도시 외교 정책을 사례로 도시 외교가 지방자치의 전통적인 물적, 기능적 경계를 벗어나 도시와 국가를 아우르는 다중스케일에서 작동하는 스케일간 상호작용이라고 보았다.

국내에서도 도시 연구가 ‘도시’ 혹은 ‘국가’라는 하나의 스케일에 고착되는 것을 경계하며, 여러 스케일에서의 다양한 행위자와 요인들과의 상호작용을 드러낸 연구들이 시도되었다. 예를 들어, 황진태(2016)는 부산을 사례로 오늘날 지방 도시들의 소위 강남 따라하기 현실을 통해 ‘강남’이라는 로컬리티가 인위적으로 재생산되는 역동적인 구성에 주목하였다. 그는 한 지역의 구성에는 해당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까지 아우르는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참여가 행정적 경계를 넘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였다.

도시의 성장 추구 경향을 설명하는 이론 중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도시의 성장 지향성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오늘날의 복잡한 도시사회를 설명하기에는 도시의 양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도시가 균일한 속성을 가진 하나의 통합체가 아님을 보이고 있다(Phelps and Wood, 2011; Keil and Young, 2009). 이들은 도시 내에는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며 관련된 행위자들 또한 다양함을 밝혔으며, 오늘날 도시의 경쟁과 갈등은 도시 안팎으로 존재함을 주장한다.

3. 용인시와 경사도 기준

도시 내 발전 격차는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용인시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왔다(2035 용인도시기본계획, 2018). 소위 ‘발전된’ 수지구와 기흥구, 그리고 ‘낙후된’ 처인구 간 관계는 오늘날 용인시의 도시정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한다.

2005년, 현재의 행정체계가 확정된 이후 구간 인구 차이는 증가하고 있다(그림 2). 이는 경기도에서 손꼽는 용인시의 인구증가를 수지구와 기흥구가 견인하였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두 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평지가 많으며,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으로 인해 개발이 용이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처인구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고 구릉지가 많은 탓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수도권의 물 공급을 담당하는 팔당호로 유입되는 경안천이 발원하여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에 묶여있는 점도 처인구의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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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구별 인구증가(2005-2019) (자료: 통계청, 용인통계연보(2020))

용인시의 개발은 북서쪽 위주, 즉 수지구와 기흥구부터 이루어져 왔음은 용인시의 토지피복 변화를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그림 3).1) 붉은색으로 표시된 시가화지역의 확산이 북서쪽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그림 4는 용인시와 처인구・기흥구・수지구의 토지피복 비중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으로 표시된 시가화지역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그 증가분은 산림지역과 농업지역의 감소에서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수지구와 특히 기흥구에서 2000년대 말부터 2010년대 말까지 시가화지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처인구의 경우 다른 구에 비해 용도지역 변화가 미비하다. 이는 용인시 시가화지역의 확장, 즉 도시개발이 대부분 수지구와 기흥구에서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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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용인시 토지피복도(1980년대 말―2010년대 말)(자료: 환경공간정보서비스, 연구자 재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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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용인시 토지피복 비중 변화(1980년대 말―2010년대 말)

용인시 「도시계획조례 제20조(개발행위허가의 기준)」의 2항은 개발이 허용되는 임야의 경사도 기준을 다루고 있다. 2019년부터 적용된 현재 안에 따르면, 처인구는 20도 이하의 토지에서, 기흥구와 수지구는 17.5도 이하의 토지에서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아래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용인시는 2003년과 2013년, 그리고 2015년 경사도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신규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을 이어왔다. 특히 2013년 개정으로 인해 경기도 최초로 구별로 다른 경사도 기준이 적용되었다. 당시 각 구에 어느 정도의 경사도를 적용할지를 두고 두 가지 안이 논의되는 등, 구별 경사도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의 주요 쟁점이었다. 2015년의 개정은 경기도에서 허용하는 최고 기준인 25도(처인구)를 허용하였다. 이는 개발할 수 있는 용지를 최대한 확보함으로써 도시의 개발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표 1.

용인시 개발행위허가 평균경사도 기준 변화 (단위: °(도))

연도 용인시
처인구 기흥구 수지구
2000 단독주택 16.7, 기타건축물 14
2003 17.5
2013 20 17.5 17.5
2015 25 21 17.5
2019 20 17.5 17.5

4. 경사도 규제 완화와 갈등

성장과 개발은 용인시의 목표로서 시 전체에 공유되었으나 성장전략은 도시 내에 균일하게 적용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도시성장연합 이론에서 제시하는 성장을 위한 연합의 구성과 도시정치가 도시 전체와 더불어, 도시 내 더 미세한 스케일로 접근될 수 있음이 드러난다. 경사도 기준의 완화를 통해 추가적인 개발을 수월하게 추진하려는 전략은 도시 전체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용인시에서 2013년 이후 구별로 상이한 기준이 설정된 사실은 도시 성장을 위한 전략이 스케일에 따라 다르게 구성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도시정치는 기존의 이론이 간과하고 있거나 혹은 강조하지 않았던 ‘도시 내 정치’에 주목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1) 도시 간 경쟁과 개발규제 완화

도시 성장에 대한 열망은 경사도 기준 완화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도시의 수평적 확장과 수도권 교외화를 촉진한 2000년대 용인시의 개발 담론은 ‘경쟁력 강화’였다. 도시가 성장하려면 인근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이점을 차지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의 기저에는 용인시의 기존 개발이 아파트 위주로 이루어진 탓에 도시가 베드타운(commuter town)으로서 “생동감이 없다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발언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용인시 회의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제76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 2003.05.14., 제154회 제2차 정례회 2010.11.25., 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 2015.04.24.). 따라서 개발규제 완화를 통한 산업시설 유치가 도시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으며, 개발을 통한 성장이 도시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은 이후의 규제 완화 주장에도 꾸준히 등장하였다(제76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2003.05.14.). 제128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2008.05.20.), 제154회 제2차 정례회(2010.11.25.), 제174회 도시건설위원회(2012.12.20.), 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2015.04.24.)).

2003년 국토계획법이 마련되기 이전까지 용인시의 경사도 기준은 단독주택 16.7도, 기타건축물 14도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2003년, 「경기도표준조례안」을 참고하여 기준을 용도 구분 없이 15도로 완화하자는 안이 제안되었다. 당시에도 언론에서 수지지구를 ‘난개발’ 지역으로 보도하는 등 규제 완화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이 조성되었으나, “도시의 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사유재산 보호 측면”(제76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 2003.05.14.)에서 17.5도로 더 완화하는 안이 최종 결정되었다.

개발할 수 있는 토지를 늘림으로써 용인시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인근 시군과의 비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었다. 기준을 완화하지 않으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되며, 결국 ‘성장하지 못함’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근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으려면 규제를 완화하여 ‘친개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담론이 우세해졌다. 시의원들은 “지금처럼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해야 할 용인시의 현실”(제154회 제2차 정례회, 2010.11.25.)을 언급하며, “(기존의 규제는) 건설경기가 좋았던 용인에서나 필요한 경사도”(제154회 제2차 정례회, 2010.11.25.)라고 발언하였다. 이후에도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할 때마다 경사도 규제는 도시의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되었으며, 기존의 경사도를 계속 적용하는 것은 도시의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기회에 변화하지 않으면 이 기회를 받으려는 인근 시군으로 모든 것이 떠나게 됩니다. 그것이 저희 시의 ‘정체 현상’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런 것들이 이루어지고 점진적으로 발전되고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되려는데, 규제로 인해서 제약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를 통해서) 가시적인 효과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 2015.04.24.)

‘개발에 대한 열망’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변 도시와의 경쟁’은 용인시의 규제 완화를 견인한 대표적인 담론이 되어 경사도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2015년 제시된 경사도 25도 기준은 관련 상위법인 「산지관리법」에서 허용하는 최고 기준에 해당한다. 시의회에서 제기된, 왜 하필 최고 기준이냐는 물음에 담당 공무원은 “‘개발가용지’를 확보함으로써 도시의 자원을 늘릴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도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하였다(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 2015.04.24.).

‘도시가 성장해야 한다’라는 담론은 지속적으로 경사도 기준을 완화하자는 압력으로 표출되었다. 도시가 정체된 상황에서 환경 규제는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읽히기까지 하였다. 경사도 기준을 풀어줄 때 시에서 발전되는 것이 무엇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제198회 용인시의회(임시회), 2015.04.24.)라는 시 공무원의 답변은 당시 용인시의 개발 기조를 반영한다. 경사도와 같은 현재의 규제가 도시의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발지향 담론은 경사도 기준을 세 차례 완화하는, 가시화된 실체로 나타났다.

용인시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개발을 위한 가용지를 확보해야 하며, 이는 적극적인 산지 전용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어졌다. 개발과 성장, 경쟁과 정체라는 단어는 시의회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규제 완화 논리를 뒷받침하였다. 특히 개발은 인구의 증가를 가져옴으로써 도시의 성장을 위한 미래 동력으로 여겨졌다. 이는 도시의 성장 추구는 결과적으로 도시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는, 파급효과를 강조하는 도시성장연합 이론의 설명과 일치한다(Logan and Molotch, 1987; 2007; MacLeod 2011; Farahani 2017; Goodfellow 2017). 이러한 논리는 세 차례의 개정 사유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여 기준 완화를 정당화하였다.

(개발가용지 면적 확대를 통한 개발이) 가장 적정한 선에서 유지됐을 때 도시의 경쟁력이 발생되고, 경쟁력이 발생되는 것이 시나 시민들의 복지향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제198회 1차 도시건설위원회, 2015.04.24.)

2) 도시 내 경쟁과 개발규제의 파편화

오늘날 용인시의 경사도 기준이 구별로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특정 지역 성장연합의 주장이 도시의 공간 분할 전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간 분할과 파편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처인구에서 제기하는 개발의 형평성 혹은 균형개발 주장이었다. 처인구의 개발 열망이 2013년부터 용인시만의 경사도의 ‘구별 차등 적용’이라는 독특한 규제를 만든 과정은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이 만들어내는 도시정치의 역동성을 드러낸다.

경사도 기준을 구성하는 갈등은 성장에 대한 용인시의 열망뿐만 아니라 개발의 역사와 발전의 격차를 반영한다. “처인구는 그동안의 용인시 개발에서 소외되었다, 따라서 개발규제를 완화함으로써 발전시켜야 한다”라는 논리는 오늘날 용인시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담론이다.

2003년과 2013년, 그리고 2015년 경사도 기준을 완화한 근거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래의 성장’이라는 열망과 더불어 그 과정에서의 도시 내 개발 격차와 이로 인한 갈등이다. 소위 ‘이미 개발된’ 수지와, ‘개발이 미진한’ 처인 간의 갈등은 용인시의 발전 초기부터 존재했다. 이것이 회의록과 같은 공식적 문서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으로, 이는 현재의 3개 구 행정체계가 확립된 2005년 이전부터 서북부와 동남부라는, 지역 간 격차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의 발언은 도시 내 개발 격차와 규제에 대한 동남부(처인구)의 시각을 보여준다.

이제는 뭐를 놓고 얘기하다 보면 동, 서로 꼭 나누어 놓고 저울대에 추를 놓는 기분인데요. 이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용인은 앞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어떤 문제가 되냐면 한쪽은 배부른 고민을 하고 한쪽은 배고픈 고민을 하는 입장인데, 수지지역과 동남부지역을 보편적인 일반적인 현실을 놓고 얘기해야지, 왜 구분합니까? […] 이제 나는 배부르고 등 따뜻하니까 문화나 즐기고, 공기나 좋은 공기를 마신다는 얘기로 밖에 동남부에서 들을 수밖에 없어요. (제76회 1차 산업건설위원회, 2003.05.14.).

즉, 수지구와 동남부 지역, 혹은 수지・기흥과 처인 간의 차이는 용인시 개발 초기부터 존재하였으며, 누적된 차이는 도시의 통합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개발 격차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로 인한 갈등은 처인구에서 주로 제기하는 문제이며, “이미 개발을 이룬” 기흥구와 수지구 의원들은 처인구에서 주장하는 개발의 균형에 큰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균형 개발에 대한 처인구의 요구는 시 전체의 개발규제 완화로 이용되기도 하였으며, 기흥과 수지지역의 개발이 상당 부분 진전된 상황에서는 자치구별로 상이한 규제를 적용하게 되었다. 역설적으로 개발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구분하여 경사도 규제를 완화하는 발상은 지역적 통합성이 낮은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한 시의원은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를 “뿔뿔이 정신”으로 묘사하며, 주민뿐만 아니라 공무원, 의원들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도시의 분위기는 경사도 기준이 구별로 적용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드러난다.

“원래 수지 사람들은 또 처인에 관심을 안 두기 때문에 처인이 (경사도 기준을) 뭐 25도 하든 말든 신경 안 쓰거든요. 이게 그런 것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처인구는 다른 동네니까 알아서 하라고 해’하는…….” (인터뷰 참가자 C(기흥구 시의원), 2020.08.24.)

용인시 내 발전 격차 관련 논의를 제기하는 측은 대부분 처인구 의원이다. 즉, 최근 경사도 기준의 개정 논의를 이끌어나가는 주체는 도시 전체라기보다는, 더욱 미세한 스케일에서 처인구의 시의원과 민원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의 토건 기반 사업자(토건연합) 등으로 이루어진 성장연합이다. 2013년 경사도 기준 개정에 앞서 용인시 도시주택 관련 공무원은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처인구 지역에 한하여 17.5도에서 20도 이하로 완화하는 사항”을 설명하며 ‘지역별 개발정도’를 고려하고 ‘균형발전’을 유도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수지구와 기흥구는 지역 특성상 경사도 완화에 따른 추가적인 개발을 제한하고 현 17.5도를 유지하는 반면, 처인구 지역은 각종 규제로 개발이 제한되어있는 상황으로 현재 지역별 개발정도를 고려하고 균형발전은 유도하고자 (의견 내용을) 미반영하였습니다. (제174회 용인시의회(임시회), 2012.12.20.)

담당 공무원의 설명은 수지구와 기흥구의 ‘지역 특성상’ 처인구의 기준만 완화함으로써 발전의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었다. 처인구에 경기도 내 미개발지역 시군 조례 중 가장 완화된 기준인 20도를 적용하여 “기개발된 서부지역과의 균형적 발전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를 거양”(제174회 용인시의회(임시회), 2012.12.20.)할 수 있다는 전문위원의 검토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경기도 최초로 시의 조례를 ‘나누어서’ 적용하는 방안이 제안된 배경이다. 당시 구별 차이를 두는 것이 감정의 골만 커지게 할 뿐이라며 이러한 기준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했으나2), 해당 안은 최종적으로 통과되었다.

이와 같이, 처인구의 기준을 완화해줌으로써 처인구의 발전을 ‘거양’하며, 개발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경사도 기준 개정을 이끌어 온 주요 동력이었다. 신수경(2004)은 용인시에서 이 논리를 생산하고 유지하는 성장연합 세력의 존재를 밝히고 그들의 행위를 분석했다. 연합은 지역 기업가와 정치인 등, 비공식적・공식적 주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때로는 다른 세력을 동원해 정치적 행동을 조직하였다. 즉, 2000년대 이후 용인시에서 도시 내 발전의 격차를 언급하여 개발의 형평성을 주장하는 주요 행위자는 처인구의 원주민과 토건업체, 그리고 지역 정치인이다.

구체적으로, 개발의 형평성 논리의 생산과 적용에는 처인구의 토지를 가진 지역 토착민인 ‘원주민’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그들은 개발규제 강화와 같이 이익을 저해하는 사안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들을 통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의원실에 항의 방문을 하거나 시위를 벌인다.

“처인구 주민분들, 대부분 통장, 이장 아니면 주민 연합회 이런 분들이 반대를 하시는데, 그분들이 (규제 강화에) 반대하시는 이유는 당연히 지역 개발을 억제하는 게 될 수 있으니까. 그런 논리거든요. 그런 분들이 민원을 넣는 거지, 다른 분들은 이런 지역 정책에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경사도 규제 강화했는지 아무도 모르세요. 조직적인 소수가 있어서, ‘처인구 무시하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고 현수막 붙이고 의견을 내는 거죠. 그분들은 어떤 직책이든 맡고 있으니까 대표성도 갖고 있고.” (인터뷰 참가자 C(기흥구 시의원), 2020.08.24.)

도시의 성장과 개발 논리를 생산하는 또 다른 축은 토건 기반의 지역 사업가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등은 지역 내 개발을 이행하고자 지역 정치인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정치적으로 행동하며, 때로는 ‘민원’의 형식을 빌려 자신들의 뜻을 표출한다. 대표적으로 2019년 개발행위허가 규제에 경사도 외의 표고기준을 추가로 도입함으로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용인시 내 건축업계, 즉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반대 여론을 적극적으로 조성했다는 사실을 당시의 신문기사3)와 시의원, 그리고 시민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반대는 의견서나 민원, 토론회 등의 개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규제의 개정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다.

“아니, 그때 당시에 조례를 막 (개정하려) 할 때 개인적으로, 그때 막 처인 쪽에는 업자들이 동네 이장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항의하라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런 것들이 꽤 있었어.” (인터뷰 참가자 B(기흥구 시의원), 2020.08.24.)

“건설업계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대를 뚫기 위해서 토론회를 제안했고, 그 토론회를 통해서 반대의견을 잠재울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의 강한 반대가 있었습니다.” (인터뷰 참가자 D(용인 환경정의 소속 시민활동가), 2020. 09.29.)

지역 정치인 역시 성장연합의 구성원으로서 처인구의 개발 논리에 참여하였다. 한 시의원은 처인구가 발전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현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처인구의 낙후된 현실을 각종 규제4)와 인구 격차를 통해 설명했다. “처인구 땅을 개발하지 못해 피해를 입는 것은 땅 가진 사람들인데, 그걸(보상으로 나오는 물이용부담금) 그냥 마을 정비하는 데 쓰니까 불만이 많다”라는 것이다. 또한, “용인시 인구가 100만이 넘었다고들 하는데, 용인시 면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처인의 인구가 30만이 채 안 된다”라는 것이 낙후된 처인구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수지구와 기흥구 등이 제기하는,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담론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지구와 기흥구도 요즘 환경보호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자기네들은 이미 산 다 까놓고(개발해놓고) 왜 처인구가 이제 좀 개발하려고 하는데 막는지 모르겠어.” (인터뷰 참가자 A(처인구 시의원), 2020.08.24.)

시의원과 토건기업 사업가는 수지구와 기흥구에 비해 처인구의 발전이 늦다는 점을 언급하며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고, 이는 처인구의 개발규제 완화와 같은 성장 담론을 이끌어간 원동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담론 형성의 주체들은 처인구에 적용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론을 만들어내어 용인시를 압박하였다. 이는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이라는 하위 스케일의 도시정치가 도시의 독특한 개발 전략과 성장의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성취된 2013년과 2015년의 기준 완화가 실제 개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경사도 기준 완화로 인한 임야의 개발이 실상 타운하우스 등 단독주택이나 묘지, 근린생활시설 위주로 이루어진 탓에 개발로 인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림 5). 오히려 자연훼손과 ‘난개발’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 등에서 제기되어 왔다. 2013년부터 2년간 처인구의 총 34건 개발허가 중 단독주택은 16건으로 47%를 차지한다(표 2). 지역 언론은 시에서 예측한 경사도 완화로 인한 가용 개발 면적의 3%에도 못 미치는 땅만이 개발되었다며 기준 완화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였다(용인시민신문, 2015.04.24.). 그러나, 기준 완화로 인해 다른 지역에 비해 처인구의 개발행위가 수월해졌으며, 지난 2015년부터 2년간 용인시 개발행위 허가 현황에 따르면 처인구는 41건으로 용인시 전체 허가 건수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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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처인구 타운하우스 개발현장(자료: 연구자 촬영(2020.08.10.))

용인시의 경사도 규제 완화에서 나타나는 정치적 과정은, 초기 다른 도시와의 경쟁 관계 속에서 도시 전체의 규제를 완화하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도시의 발전에 따른 누적된 격차는 형평성을 주장하는 처인구의 주도 아래에서 구별 분리 적용이라는 파편화된 결과로 이어졌다. 즉,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의 상황에서 도시의 개발계획은 구(區)와 도시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용인시만의 독특한 규제로서 적용되었다.

표 2.

경사도 기준 완화 이후 처인구 개발허가 현황(2013-2014)

구분 평균 경사도 합계면적(㎥) 개소 비고
단독주택 18.72 41,196 16
묘지시설 18.69 3,857 5
근린생활시설 18.99 56,455 10
기타 18.52 108,004 3 자동차 관련 시설 등
표 3.

용인시 개발행위허가 현황(2015-2016.10)

지역 허가건수(건) 개발면적(㎥) 주요 개발지역 주요 용도
처인구 41 567,284 남사면, 원삼면 단독주택, 제1, 2 근린생활시설
기흥구 26 290,511 보라, 영덕, 보정 기반시설 조성 및 획지분할
수지구 3 35,698 동천동 일대 종교시설
70 893,493

자료: 용인시민신문(2016.12.19.), 연구자 재구성

5. 결론

본 연구는 도시의 개발계획 형성 과정에서 도시 간 경쟁뿐만 아니라 도시 내 경쟁과 갈등도 성장 위주의 도시 정책을 검토할 때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도시성장연합 이론은 성장이 도시가 추구해야 할 당연한 가치가 되는 이유와 이것이 도시 내 엘리트에 의해 재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복잡하고 역동적인 도시사회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에서 스케일간 상호작용에 의해 도시 내 경쟁과 갈등 역시 도시 간 경쟁과 함께 도시의 확장과 성장 형태를 형성하는 주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드타운으로서 개발되었다는 배경과 신도시 개발 이후 도시의 성장이 정체되어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용인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개발가용지를 확보하려는 정책을 지속하였다. 도시 간 경쟁에서 유리한 이점을 차지하고, 정체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도시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사도 기준을 완화하여 산지를 적극적으로 전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산지의 전용을 억제하는 경사도 규제는 도시의 건설경기를 위축시킴으로써 도시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시는 추가적인 개발을 유도하고자 2003년과 2013년, 그리고 2015년 세 차례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규제 완화를 통한 개발가용지의 확보는 곧 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단순화되었고, 이 과정에서 성장연합은 도시의 성장이 결국에는 주민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라는 파급효과를 내세우며 개발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용인시의 개발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양호하고 지형이 평탄한 서북부, 즉 수지구와 기흥구 위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용인시는 ‘이미 개발된’ 지역(수지구와 기흥구)과 ‘개발이 덜 된’ 지역(처인구)으로 파편화되었으며, 처인구는 개발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지속적인 개발규제 완화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논리는 2000년대 초부터 세 차례의 경사도 기준 개정을 이끌어 온 주요 동력으로서 작용했다. 처인구의 원주민들과 토건 기반의 지역 사업가,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은 항의 방문, 민원 제기 등을 통해 시의회에 자신들의 뜻을 지속해서 표출하였다. 이들은 처인구의 발전이 늦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도시 내 경쟁과 갈등을 공식화하였으며, 이는 처인구에 한하여 도내 최고 기준을 적용한 경사도 완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처인구는 2019년 경사도 기준이 다시 강화된 이후에도 여전히 최고 수준으로 완화된 단독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본 연구는 그동안 간과되었던 도시 내의, 구 단위에서의 갈등과 경쟁에 주목함으로써 도시정치의 다양성을 드러내었다. 도시 내의 경쟁과 갈등은 도시 전체의 개발계획 수립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더 나아가 규제의 파편화라는 새로운 형태를 창출하기까지 하였다. 즉, ‘구’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에서의 성장연합이 상위 스케일인 ‘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도시 내에서의 스케일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드러내고 있다.

도시 내에서의 개발 격차는, 도시를 균등한 하나의 통합체로 보는 시각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보완하는 지점으로 작용한다. 도시의 개발 격차가 야기하는 갈등은 비단 용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평적 확장을 계속하고 있는 수도권 도시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1월 파주시가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지역별 경사도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파주시 역시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유도하고자”(파주시의회 제211회 1차 도시산업위원회, 2019.06.26.)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오늘날 교외지역의 주거형태가 도시에서 자연을 향유할 수 있는 타운하우스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도시 내 임야에서의 개발행위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용인시를 사례로 탐구한 개발의 형평성에 대한 주장은 도시 개발행위 규제의 단위 변경으로 이어져 산지의 전용이 수월해지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확장과 내부적 파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시 간 경쟁뿐만 아니라 도시의 발달과정에서 생성된 구체적인 맥락과 그로 인한 도시 내부의 경쟁과 갈등이 어떻게 구성되고 이용되는가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1) 용인시 전체의 토지피복 변화를 알기 위해 수원, 이천, 안성 등 주변 시군구의 위성영상자료를 ArcMap 10.3을 이용해 가공하여 토지피복도를 작성했다. 이후 데이터를 용인시 행정구역에 맞춰 추출하여 각 속성에 맞는 테이블을 생성, 그림 4의 그래프로써 나타내었다. 위성영상자료는 환경공간정보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것을 사용했으며, 자료가 수집된 기간은 원 데이터를 따라 표기하였고, 자료의 분류는 대분류 기준을 적용하였다. 해당 지도는 1:200,000 축척으로 나타냈으며, 분석에 사용된 각 셀의 크기는 30m*30m이다.

2) “그런데 이게 과연 기흥・수지 빼고 처인만 경사도 완화시킨다, 이게 과연 맞을지……. 아무리 균형발전이라고 쳐도 더, 지역에 대해서 감정의 골만 커지지 않겠어요? 위원님들도 마찬가지이고……. 아니, 어느 누가 이것이 시로 나뉜 것도 아니고, 구로 나누어서 조례를 한다?…….” (제174회 도시건설위원회, 2012.12.20.)

3) “용인시 ‘표고 기준’ 논란…‘강화 vs 완화’ 입장차 극명” (Y사이드저널, 2019.06.07.), “경사도 완화, 기업 유치 위해 푼다더니” (용인시민신문, 2015.04.24.)

4)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한강법으로, 1999년도에 환경부와 민간이 만든 법안이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 상수를 공급하는 수변구역, 혹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 개발을 규제하는 대신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처인구(모현면, 동부동, 중앙동, 유림동, 역삼동, 양지면, 포곡면)는 팔당댐의 수원지인 경안천이 발원하는 곳이기 때문에 해당 규제지역에 해당한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류제원의 석사학위논문인 “개발행위허가 규제를 구성하는 도시정치에 관한 연구 –용인시 도시계획조례 개정을 사례로-”(2021)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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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경사도 완화, 기업 유치 위해 푼다더니”, 2015.04.24.
21
《용인시민신문》“용인시 개발 처인 남사, 기흥에 집중됐다”,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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