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rticle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30 June 2020. 313-327
https://doi.org/10.22776/kgs.2020.55.3.313

ABSTRACT


MAIN

  • 1. 서론

  • 2. 이론적 배경

  •   1) 가족 이주와 젠더 역할

  •   2) 해외파견 주재원의 배우자와 현지 적응

  •   3) 이주자 공동체와 온라인 네트워크

  • 3. 하노이 여성 이주자 네트워크 연구방법과 현황

  •   1) 연구방법

  •   2) 하노이 한국 여성 이주자 온라인 네트워크 현황

  • 4. 하노이 여성 동반이주자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   1) 여성 동반이주자의 정착과 적응에 있어 온라인 SNS의 역할

  •   2) 여성 동반이주자에 있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공간의 의의

  • 5. ‘따라가는 아내’에서 공동체 문화 형성과 네트워크 매개의 주역으로

  •   1) 여성 동반이주자의 가족 관계 영향과 위상 변화

  •   2) 베트남 하노이의 특수성과 여성 동반이주자의 적응

  •   3) SNS를 통한 커뮤니티 문제 해결과 공동체 문화 형성

  • 6. 결론

1. 서론

이주 연구에 있어서 오랜 기간 동안 젊은 남성의 이주가 전형적으로 다루어져 왔고, 여성은 남성을 따라가는 수동적 역할을 한다고 간주되어 왔다. 특히 국제 이주에서 여성은 주로 남성 가장의 동반가족인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추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성은 이주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젠더 관계는 이주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Bartram et al., 2014). 또한 여러 연구에서 국제 이주 및 이동의 주체로서 여성의 역할과 행위성(agency)이 강조되고 있다(정현주, 2008). 젠더화된 이주(gendered migration) 이슈에서는 젠더가 이주가 어떻게 조직되는지를 결정한다고 보지만, 반대로 이주가 젠더 관계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Bartram et al., 2014). 본 연구에서는 해외주재원으로 파견된 남편을 따라 초국적 이주를 하는 이른바 ‘따라가는 아내(trailing wife)’(Yeoh and Willis, 2005; Cooke, 2008)의 이주 과정과 공동체 및 네트워크 형성, 그리고 지역사회 적응에 있어서의 역할에 대해 탐색하고자 한다. 이들의 이주 의사결정은 근본적으로 남편의 직장 이동이라는 수동적 차원에서 시작되지만, 어떻게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이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네트워킹을 만들어 나가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최근 모바일폰이나 소셜미디어와 같은 개인 수준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이 발달하면서 여성 이주자들의 공동체와 네트워킹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모국과의 경제격차, 문화적 차이와 같은 국가나 지역의 특수성이 이들의 적응 및 정착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도 밝히고자 한다.

기존의 여러 연구들이 여성의 경제활동이 젠더 역할 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는 것에 비해 본 연구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동반이주를 하는 경우에도 여성들이 적극적인 행위자로 부각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한국 여성 이주자들을 사례로 연구하였다. 최근 양국의 교류가 급증하면서 많은 수의 주재원 가족들이 베트남에 정착하게 되었다. 1990년대 초 한국과 베트남의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의 대 베트남 투자가 증가하였는데, 섬유의류 하청생산의 중소기업들을 시작으로 상당수 기업이 호치민 인근에 집적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가 되면서 세계적 다국적기업들의 투자가 베트남에 집중되기 시작하였고, 한국도 2010년대 들어서 삼성, LG, 롯데, 포스코 등 대기업들의 투자가 급증하였다. 2014년 말부터는 한국이 베트남 해외직접투자에서 1위 투자국의 위상을 가지게 될 정도로 양국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는데 여기에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와 인근 지역의 한국 대기업 투자가 큰 역할을 하였다(구양미, 2017).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동안 하노이 교민사회는 급성장 했고 다양한 온・오프라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있다(김성훈・구양미, 2018).

2. 이론적 배경

1) 가족 이주와 젠더 역할

국제 이주 관련 문헌들 상당수가 남성을 중심으로 다루었고, 가족 재결합 차원에서 여성을 부차적인 것으로 상정하였다. 이주의 유출-유입 요인에서도 임금 격차나 노동의 수요 공급 차원에서의 설명은 주로 남성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여성의 이주는 이러한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Oishi(2005)는 아시아에서 남성들은 특히 소득이 낮은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이 주요 송출국이지만,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경제상황이 나은 필리핀, 스리랑카, 인도네시아가 주요 송출국임을 설명하였다. 이것은 빈곤과 실업이 노동력 이주의 주요 원인이라는 일반적인 이론이 여성의 이주,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여성의 이주를 설명하기에는 부적합한 측면이 있음을 의미한다(이안지영 등, 2018).

일반적으로 가족 이주(family migration) 결정은 미래의 가정소득 증가를 기대하며 이루어진다고 본다. 이 때 기혼 여성은 남편보다 소득이 많지 않고, 또한 이주로 인한 여성 소득의 감소가 남성 소득의 증가로 보상된다는 가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Cooke, 2008; Mayes and Koshy, 2017). 이에 주로 여성이 ‘동반이주자(tied migrant)’가 되고, 특히 남편을 ‘따라간다’는 의미로 ‘trailing wife’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Cooke, 2001; 2008). 기혼 여성의 경우 개인 보다는 가족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이주를 결정한다고 본 것이다.

가족 이주 의사결정 과정과 그 결과 기혼 여성의 고용과 소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경제학자들, 1980년대 사회학자들에 의해 주로 연구되었다 (Cooke, 2008). 이후 지리학자들이 가세해 가족 이주 과정의 사회・경제적 시사점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1970년대 경제학에서는 주로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approach)을 적용하여 남편과 아내의 미래 기대소득 합산이 이주에 영향을 주고 그 결과 trailing wife 효과가 확인된다고 설명하였다. 이것은 젠더 중립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고용 및 소득증가 기회가 많지 않기에 따라가는 동반배우자(trailing spouse)가 자연스럽게 아내(wife)가 되었다는 관점이다. 가족자원이론(family resource theory)에서는 부부의 권력 차이가 각자 가지고 있는 자원에 기반을 두고 있고 이것이 의사결정의 비대칭성으로 작용한다고 보았다(민경희, 2003). 일반적으로 아내가 가진 가사노동과 같은 비재정적 자원보다 남편이 가진 소득창출의 재정적 자원의 힘이 더 크다. 이는 가사노동은 부부간의 특수 관계에서만 기능을 하는데 비해 소득창출은 새로운 관계로 이전될 수 있는 자원이기에 더 많은 대안을 갖기 때문이다(Shihadeh, 1991; 민경희, 2003). 한편 사회학에서는 젠더 역할 접근(gender role approach)을 통해 가족 이주 결정이 젠더 중립적이지 않고 남편의 상황에 따라 이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밝혔다. 가족 이주 의사결정이 젠더 차원에서 비대칭적인데, 남편의 경력 지위가 높고 아내의 직장 지위가 낮을수록 이주가능성이 높아짐을 보여준다. 또한 남편과 달리 아내는 고소득・고학력이더라도 이주로 인한 소득증대 구조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다. 한편 Bruegel(1996)은 정규직, 고소득 직장을 가진 여성이 오히려 따라가는 이주를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희생 비용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소득과 인적자본이 노동 이주를 제한하지 못함을 보여준다(Mayes and Koshy, 2017). 즉, 소득과 같은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이 작용하고, 특히 젠더 역할 구분이나 차별 등의 요인이 크게 작용하게 된다. 이에 젠더 역할 측면에서 모든 여성들은 직장 지위나 소득에 상관없이 동반이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있다(Cooke, 2001). 기혼 여성의 고용은 가족 이주를 감소시킨다는 연구들이 있지만, 아내의 인적자본이 남편을 월등히 넘지 않는 한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남편의 인적자본 특성이 이주에 훨씬 크게 작용한다.

한편 최근의 연구들은 가족 역동성 및 생애과정과 이주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지리학자들은 가족 이주를 결정하는 사회・경제적 맥락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생애 과정에 대한 접근(life course approach)을 하였다(Cooke, 2008). 이주 결정, 고용에 있어서 생애과정과의 상호의존성을 분석한 결과, 자녀를 가지는 것이 성 역할 행동을 극대화시키기 때문에 부모로서의 지위와 상황이 가족 이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Cooke(2001)의 분석에서, 노동력 참여와 고용 모두에 있어서 무자녀 기혼 여성에 비해 유자녀 기혼 여성에게 가족 이주의 부정적 영향이 상당히 크고 장기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기혼 여성들은 가족 이주로 인해 상당히 장기적으로 노동 참여와 고용에서의 불리함을 경험하였다. 즉 trailing wife 현상은 자녀 유무, 부모로서의 상황과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 재생산이라는 생애주기 사건과 가족에서의 젠더 역할이 결합되어 trailing wife의 ‘아내’로서 보다는 trailing mother인 ‘엄마’로서의 요소가 더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남편을 따라 국제 이주를 할 경우에는 능력, 경험, 교육자격 등의 이유로 여성은 직업을 찾는 것이 어렵고, 가족이나 친구 네트워크가 부족하여 육아 문제로 인해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Yeoh and Willis(2005)는 싱가폴의 전문직 엘리트 여성들이 남편의 동반이주자로 중국으로 국제 이주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의해 전통적 젠더 역할로 회귀됨을 보여주었다. 본국에서 이들의 가사일과 돌봄노동을 지원해주던 필리핀,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등에서 온 이주민 메이드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었다. 또한 Cooke(2007)은 중국의 전문직 기혼 여성들이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일과 가정에서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남편들보다 열악한 직업 환경이나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고 하였다. 또한 유료 보육시설에 대한 접근이 힘들고 외국인으로서 이용하는데 여러 문화적 한계가 있음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혀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 언어적 배경 등이 국제 가족 이주에서 여성의 젠더 역할을 더 강화시키고 수동적 동반이주자가 될 가능성을 높인다. 정현주(2008)는 이러한 현상이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전지구적으로 작동하는 보편성임을 설명하면서도, 국가와 지역마다 상이한 노동시장, 사회・문화적 배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해외파견 주재원의 배우자와 현지 적응

일반적으로 해외파견 주재원의 배우자(주로 여성)의 문제는 주로 여성들의 직업적 희생과 일자리 지위의 변화, 사회・문화적 변화에서 오는 가족 관계의 문제와 가정에서의 역할과 책임, 상이한 환경에서의 이동성 제한, 사회적 고립과 사회정치적 제한,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생활의 급격한 변화에서 오는 정체성의 상실 등이 거론되어 왔다(Shaffer and Harrison, 2001; Copeland and Norell, 2002; Ali et al., 2003; Cooke, 2008). 즉 개인적인 적응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졌고, 이들의 사회적 관계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도 이것이 어떻게 개인적 적응에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Copeland and Norell(2002)은 남편을 따라 국제 이주를 한 17개국에 있는 194명의 여성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지 적응에 있어서 사회적 지원의 역할을 밝혔다. 이 연구에서는 배우자, 자녀, 친척 등 가족과의 응집력과 관계도 중요하지만, 적응에 있어서 현지 친구의 중요성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주 초기 실생활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중요한데, 이러한 현지 친구 네트워크(local network of friends)를 ‘Wifenet’으로 칭하기도 하였다. 다만 이 연구에서는 친구 네트워크에서 국적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했는데, 대다수 응답자가 미국 국적(83%)의 백인(93.8%) 여성이라는 점에서 영어를 쓰는 문화적 동질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판단된다. Shaffer and Harrison(2001)은 해외파견 주재원 배우자의 적응 연구에서, 개인의 심리적 안정을 적응으로 정의하고 이를 개인적 적응(personal adjustment), 상호작용 적응(interaction adjustment), 문화적 적응(cultural adjustment)으로 나누었다1). Shaffer and Harrison(2001)의 연구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지 언어 구사력이 좋을수록,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고용 상태에 있어서 변화가 없는 경우에 배우자의 적응 정도가 높았다. 가족 중에서는 특히 직계가족인 남편과 자녀가 적응에 있어서 중요하고, 대화나 커뮤니케이션의 주요 원천이 부부이기 때문에 남편의 적응이 아내의 적응에 영향을 주었다. 또한 자녀가 있는 경우 적응력이 높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데 자녀가 소통 창구로 역할을 하며 안정성에 기여를 하였다. 특히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취학 어린 아동을 돌보는 상황이 새로운 환경에서 안정감으로 주고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네트워크 중에서는 다른 주재원 배우자들과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현지 국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은 스트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었다. 이에 모국 사람들이나 다른 주재원 부인들과 만나 동질감과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현지 커뮤니티의 전반적 삶의 질이나 주택의 양호함, 낯선 상황에 대한 통제 측면에서 파견기관이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적응에 있어 중요하였다.

3) 이주자 공동체와 온라인 네트워크

이주자 네트워크(migrant network)는 이주자들의 출발지(기원국)와 목적지(정착국)에 있는 친척, 친구 및 공동체 구성원을 연결해주는 개인 간 유대를 의미한다(Bartram et al., 2014). 1990년대 초부터 국제 이주와 이주자 네트워크 연구에서 초국가주의(transnationalism) 개념이 등장했는데, 하나 이상의 사회에 연계되어 있는, 즉 이주자들이 정착국에 살면서도 자신의 기원국과의 연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Bartram et al., 2014; 이영민 등, 2017; Shin, 2020).

이주와 관련된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이주자의 인적 네트워크가 잠재적 이주자들에게 일자리와 거주 기회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등 이주를 촉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설명한다(Oishi, 2005; Bartram et al., 2014). 특히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전세계적으로 실시간 온라인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이것이 이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Dekker and Engbersen(2014)는 가상 유대(virtual tie)의 신뢰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셜미디어가 국제 이주를 장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가족과 친구와의 강한 유대(strong tie)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이주와 통합의 과정을 지원하는 약한 유대(weak tie)를 만들어낸다. 또한 잠재적 유대(latent tie)의 새로운 기반을 구축하며, 특수하고 비공식적인 내부자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Granovetter의 ‘약한 유대의 강함’에 따르면, 새로운 정보와 자원을 모으기 위해서 잠재적 이주자들에게 기존의 강한 유대보다 약한 유대가 효과적이다. 소셜미디어는 이주자 네트워크에서 지리적으로 분산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는 탈영토화된 사회적 공간을 창출한다(Dekker and Engbersen, 2014). 이렇듯 잠재적 이주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습득하고 현지 물정에 밝아지는데 이것이 국제 이주의 문턱을 낮추고 이주를 증진시킨다.

이주자 온라인 네트워크가 이주와 통합의 과정을 지원하는 약한 유대를 만들어내는 예로 아르헨티나 한인 상인단체에 대한 연구(송지영, 2018)를 살펴볼 수 있다. 1990년대 초 상인들이 현지에서 오프라인 상연회를 조직하였는데, 이후 2014년 온라인으로 단체채팅방을 만들고 비상연락망과 포럼방을 만들어 1,500여 명의 회원을 연결시켰다. 채팅방 개설 당시 상가에 도둑이 많아 관련 정보의 공유가 필요했었고, 절도 피해 및 화재사건 등 비상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비상연락망을 개설하였다. 여기에서는 실시간 비상 상황에 대한 정보나 현지 종업원 관련 정보 등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계는 이전에 연결되지 않은 새로운 잠재적 유대를 만들어내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상의 네트워크 연구에서 넷노그래피(netnography) 연구방법론이 주목받고 있다. 넷노그래피는 인터넷 기반, 온라인상의 민속지학을 의미하는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비자 관찰을 통한 소비 맥락 연구(consumer context studies)의 방법론으로 이용되기 시작하였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3). 1997년 Kozinets는 넷노그래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논문을 발표하였고 질적, 해석적 연구방법론의 하나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사회적 맥락을 연구하는 학문분야임을 설명하였다(Kozinets, 2015;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13). 이러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CMC)의 발달로 SNS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의사소통과 네트워킹의 중요한 플랫폼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리학 분야에서 Grabher and Ibert(2014)는 하이브리드 가상 커뮤니티에서의 지식 협력에 대해 연구하며 지식생산과 혁신에 있어 물리적 근접성이 필수적이라는 그동안의 논의를 비판하였다. ‘거리’, 즉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 협력에 반드시 부정적이지만 않다는 것인데, 가상 커뮤니티에서의 준익명성이 ‘약한 연계의 강함’을 나타내고 순수하게 정보적인 특징을 보여준다고 설명하였다. 즉, 공적 신분에서의 해방은 기존의 환경에서 숨겨져 있던 의견들을 자유롭게 펼치게 하고,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동기를 부여하면서 지식 누적의 역동성을 유발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물리적 만남을 통한 논의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텍스트의 저장과 검색이 가능한 장점을 가지며 특정 초점으로 집합적 기억들이 창출되고 누적되며 논의의 정확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상호작용은 즉각적이지 않은 비동시성을 가지는데 오히려 이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시각들을 연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3. 하노이 여성 이주자 네트워크 연구방법과 현황

1)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남편의 해외 파견 이동으로 인해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게 된 여성 동반이주자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 조사를 실시하였다. 여러 문헌에서 이들을 해외주재원의 동반배우자(accompanying spouse), 가족 이주에서의 동반이주자(tied migrant) 등의 용어로 지칭하는데, 주로 여성인 경우가 많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여성 동반이주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2014년 10월~2015년 8월까지 11개월, 2016년 1월~2월까지 1개월 간 현지에 체류하며 참여관찰 하였고, 이후 2016년 7월 9일~8월 29일까지 하노이 현지조사를 수행하였다. 심층인터뷰에서는 응답자의 나이, 자녀(수와 연령), 직업(이주 전과 현재 고용 여부), 외국어 능통정도(베트남어 및 영어), 배우자의 베트남 파견시기와 거주기간 등의 기본적 사항을 질문하였다. 또한 베트남 이주 의사결정 과정과 이주 후 정착 및 적응과정, 가족 관계의 변화, 사회 네트워크 형성과 영향, 하노이 현지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에 대해 반구조화된 인터뷰(semi- structured interview)를 실시하였다. 참여자들의 다양한 배경과 현지 적응 상황, 네트워크 정도를 탐색하기 위하여 정해진 질문에 대한 응답에만 한정짓지 않았고, 인터뷰 시간은 한명당 최소 1~2시간이 소요되었다. 총 9명의 인터뷰 참여자와 심층면담을 하였고 인적 특성은 아래와 같다(표 1).

표 1.

인터뷰 참여자의 인적 특성

참여자 성별 나이 결혼여부 자녀수 이주전 직업 이주후 직업 배우자 직업 베트남 거주기간
1 47 기혼 2 주부 주부 외교관 4년 + 3년
2 37 기혼 2 학생 주부 사업 10년
3 36 기혼 1 대학원생 대사관근무 → 사업 한국회사주재원→ 외국회사직원 4년
4 36 미혼(예정) 0 사업준비 사업 한국회사주재원 1년
5 45 기혼 2 주부 주부 한국회사주재원 3년 6개월
6 45 기혼 1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부 한국회사주재원 1년 6개월
+ 6년 6개월
7 45 기혼 1 방송국PD 주부 한국회사주재원 1년 2개월
8 40 기혼 2 광고홍보 주부 외국회사주재원 2년 5개월
9 35 기혼 2 통역사 주부 한국회사주재원 2년

이와 더불어 베트남 거주 한국 여성의 온라인 사이트인 V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 단체채팅방에서 참여관찰, 대화 내용 분석을 실시하였다. 국내 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카오톡(Kakao Talk)2)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의 단체채팅방(이른바 단톡방)이 주요 분석 대상이다. 연구자는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C아파트 단지3) 주민들의 단체채팅방에 초대되어 2015년부터 참여관찰을 시작하였으며, 이 중 2016년 8월 16일~12월 15일까지 4개월 기간의 대화 내용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2) 하노이 한국 여성 이주자 온라인 네트워크 현황

하노이의 한국 여성 이주자 온라인 네트워크의 대표적인 사이트로 V카페를 들 수 있다. 이 카페는 여성만 가입 가능한데, 결혼 유무나 베트남 거주 여부에 따른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V카페는 원래 네이버(Naver)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인 ‘카페’ 중 임신출산육아 커뮤니티의 해외 게시판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것이 2010년 12월 따로 독립되어 V카페가 되었는데, 1년도 지나지 않은 2011년 8월 가입자 1,000명을 넘었고, 2012년 3월 2,000명을 넘었다. 2016년 8월 기준 가입자는 15,900여명이다.

본 연구의 인터뷰 참여자 9명 모두 이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이 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온라인 연결망의 구심점이 되었다는 의견을 주었다. 특히 참여자2는 V카페의 2010년 초창기 멤버로서 하노이 모임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베트남의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는 장을 형성하였다. 참여자들은 특히 이주 전과 이주 초기 많은 정보를 얻고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카페는 하노이와 호치민으로 지역을 나누어 회원들이 활동하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로컬의 실질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참여자8의 사례와 같이 현지 정착 후에는 회원들이 정보의 생산자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 베트남에 오기 전에 V카페를 필독했어요. 오기 3개월 전부터 이주 초기까지 이 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얻었어요. … 이사 오고 나니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한국인이 너무 없어서 이 아파트에 대한 정보를 V카페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쪽지를 보내서 집을 보러 오면 안내를 도와주고 정보를 주기도 했어요. …” (참여자8)

한편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로 SNS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실시간으로 시공간을 넘는 연결이 가능해졌다. 개인 기반 모바일기기 이용이 보편화 되면서 거의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동시성과 신속성을 기반으로 국지적 뿐 아니라 초국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졌다. 본 연구의 인터뷰 참여자들을 비롯한 현지 이주자들 역시 스마트폰으로 여러 가지 온라인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SNS를 이용하여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채팅) 뿐 아니라 단체 커뮤니케이션(채팅)이 가능해지면서 공유성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온라인 커뮤니티가 베트남 현지를 기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이하, 단톡방)는 하노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네트워크와 교류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2015년부터 급격하게 카카오톡 단톡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는데, 한국인들이 집적되어 있는 아파트나 거주지별 지역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단톡방이 많이 생겨났다. 2016년 기준 M지역 단톡방 900여명, K지역 단톡방 1300여명, C단지 단톡방 300여명, L단지 단톡방 4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거주지를 중심으로 하는 것 외에도, 특정 상점에서 물건 판매나 배달을 위해 운영하는 것, 한국과의 우편물을 위한 배송회사에서 운영하는 것, 부동산, 미용실, 반려견 모임, 광고들만 모아놓은 곳 등 여러 가지 목적의 단톡방이 운영되고 있다. 동종・동일 직업군의 커뮤니티도 있는데 부동산업자, 가이드, 건설업 종사자 등의 단톡방이 있고, 함께 공부를 하는 주식공부, 베트남어공부 등의 단톡방도 존재한다. 처음 베트남에 오는 사람, 특히 기혼여성들이 이주 전이나 이주 초기 여러 가지 지역 정보를 얻는 것은 앞서 언급한 V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지에 정착하면서 필요한 실생활 정보와 교류는 더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단톡방을 매개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 하노이에 단톡방이 생긴 것이 2015년 초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 생긴 거의 초창기에 L단지에서 반찬을 만들어 파는 분이 단톡방(일명, 반찬정보방)을 만들고 판매를 위해 사람들을 초대해서 생긴 거예요. 이게 사람이 많아지고 여기에서 반찬 이야기 외에 서로 정보를 주고받다가 따로 나와서 L단지 정보방을 새롭게 만들게 된거예요. 그 이후로 이런 단톡방들이 엄청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이런 단톡방에 광고・홍보하는 글이 많아지니 L단지 거주민들만 이용하는 방을 또 만들어서 정보를 교류하고 있어요. …” (참여자3)

본 연구의 사례인 C아파트 단지 주민 단톡방은 처음에는 단지 거주 주민들을 중심으로 개설되고 시작되었다. 그러나 참여에 있어 특별한 제한이나 가입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참여자 모두가 이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2016년 12월 15일 기준으로 319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단톡방은 특별히 관리자나 대표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자유롭게 참여와 탈퇴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별도의 가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초대하면 바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고, 참여자는 본인이 원하는 즉시 단톡방에서 나갈 수 있다. 주로 오가는 이야기는 환전 문의, 아파트 관리문제(에어컨, 화장실, 전기세, 수도세), 식당 정보, 배달 정보, 중고품 거래 등이었다.

4. 하노이 여성 동반이주자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1) 여성 동반이주자의 정착과 적응에 있어 온라인 SNS의 역할

(1) 지역 정보 전달: 단방향 정보 전달과 위기 대응

V카페와 단톡방에서는 중요한 정보들을 게시하는 방식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낯선 외국 상황과 위험 요소, 위급 상황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참여자들에게 공지되는 정보들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V카페의 경우에는 운영자가 지정되어 있고 가입 절차가 있지만, 단톡방은 정보를 공지하는 운영자나 특정한 관리자가 있는 것은 아니고, 참여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정보를 공지하고 상호작용 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 거주 경험이 오래된 사람들이나 베트남어가 능숙하여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이 베트남이라는 국가나 하노이 도시 관련해서 중요한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하였다. 베트남어를 알지 못하는 언어적 문제로 뉴스나 각종 매체, 또는 지역의 소문 등에서 배제될 수 있는데 단톡방에서 이러한 소식들을 알려주고 있었다. 예를 들어 태풍과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날씨에 관한 정보, 한국인에게는 낯선 베트남 공휴일과 베트남 국가에서 정하는 연휴계획안에 대한 정보 등을 전달하였다. 여권이나 비자 문제와 관련된 소식과 정보, 하노이 도시의 특정 지역에 대한 재해나 범죄 위험성 안내, 한국인에 대한 범죄 의혹과 관련된 공지와 주의 당부, 혹은 위기상황이나 긴급연락 공지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어떤 한국인이 교통사고를 당해 긴급히 보호자나 지인을 찾고 있었는데 이 피해자의 신분증 사진을 올리고 아는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하나의 단톡방만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여러 단톡방과 단톡방을 거치면서 이러한 내용을 공유하였으며, 빠른 시간 내에 지인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달하였다. 이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러한 정보전달이나 정보교환이 여성들만의 커뮤니케이션은 아니지만,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이러한 정보에서 배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재원으로 일하는 남편의 경우 일과시간 회사를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직접적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동반가족으로 이주한 여성의 경우에는 이러한 소통채널이 적응과 안전상에 있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2) 로컬지역 정보 공유와 질의・응답: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적 학습

단방향의 정보전달 뿐 아니라, SNS를 이용해 특수한 맞춤형 정보 전달과 상호 질의・응답 하는 방식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남편을 따라 베트남에 온 여성들은 베트남어를 거의 할 수 없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해 검색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지 정보를 구득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카카오톡 단톡방이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텍스트만이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의사전달이 용이하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보기 어렵고 경험이 없는 해충(예를 들어, 화상벌레) 사진을 직접 찍어 대처방법을 문의한다거나, 사진을 이용해서 현지 음식과 식재료를 문의하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였다. 특히 현지 정보가 부족한 이주 초기단계의 여성들은 생활용품 구입 방법, 각종 편의시설 위치 및 이용 방법에서부터 자녀 교육 및 학교에 관한 정보, 간단한 건강 문제에 대한 상의 및 병원 이용 방법에 이르기까지 실생활 관련된 다양한 질문들을 단톡방에 하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사람의 질문에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하면서, 실시간으로 여러 사람들이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정보교류와 질의・응답, 도움 요청과 문제해결 과정이 진행되었는데, 신속성과 공유성, 그리고 자유로운 참여와 이탈이 자발적인 네트워킹 참여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모국인 한국과 같이 이미 구축된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다른 방법으로 로컬 지역 정보를 얻기 쉬운 환경에서는 이러한 질의・응답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언어적 문제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상호의존적인 집단적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적인 학습(collective learning)을 가능하게 하였다. 대화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뿐 아니라 대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도 대화 내용을 동시에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도 관련된 정보를 습득하고 커뮤니케이션에 간접적으로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3) 기존 네트워크의 유지 및 새로운 환경 적응과정에서 심리적 지지

베트남으로 남편 직장을 따라 이주한 여성들은 기존에 한국에서 있던 여러 네트워크들을 다양한 SNS를 이용해 유지하고 있었다. 인터뷰의 모든 참여자들은 실시간 온라인 네트워크로 한국의 가족, 친구 등과 큰 어려움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한국과의 연계가 유지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기능을 한다. 과거에는 편지나 우편을 통해서만 본국과의 연결이 가능했지만, 이후 저렴한 국제전화나 이메일, 온라인카페 등 인터넷의 발달로 상호작용이 지속적이고 활발해졌다. 특히 모바일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소셜미디어 활용이 더욱 강화되어 사진, 동영상 공유가 용이하게 되면서 텍스트나 음성 위주보다 더 강한 네트워킹이 가능해졌다. 해외 경험이 오래된 참여자1, 참여자2는 과거 단절된 느낌과 외로움을 느꼈던 것에 비해 요새 인터넷과 온라인 네트워크의 발달로 많은 변화가 있음을 이야기하였다. 특히 SNS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안정감을 주는 역할 뿐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주자 네트워크에서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기능을 한다. 특히 참여자3의 인터뷰에서처럼 기존에 대면접촉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온라인에서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주 후 만남과 도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새로운 환경에 정착하고 적응하는데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0년~2013년 그쯤에는 베트남에 한국 사람이 많지 않았고 온라인에서 모일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아서 V카페에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외로움을 달래기도 했어요. 베트남에 처음 와서 외로웠고 정보 구하기도 어려웠는데 비슷한 연령대의 친구도 쉽게 만들고 주로 주부들만 가입하기 때문에 만나거나 도움받기도 좋았어요. 지금은 단톡방으로 많이 옮겨가기도 했지만, 베트남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었어요. …” (참여자2)

“… 베트남 오기 전에 V카페를 통해 알게 된 사람이 있는데 하노이 도착 다음날 바로 그 집에 찾아가서 밥도 얻어먹고, 아무 것도 갖춰진 것이 없으니 그 친구 도움으로 이것저것 물건도 구입했어요. …” (참여자3)

2) 여성 동반이주자에 있어 온라인 소셜네트워크 공간의 의의

Dekker and Engbersen(2014)는 온라인의 가상 유대가 가족과 친구와의 강한 유대(strong tie)를 유지하고, 동시에 이주와 통합의 과정을 지원하는 약한 유대(weak tie)를 만들어내면서, 잠재적 유대(latent tie)를 통해 특수하고 비공식적인 내부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의 인터뷰와 사례에서도 이주 과정과 현지 적응 과정에서 약한 유대들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약한 유대가 강한 유대보다 새로운 정보와 자원을 모으는데 효과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동반이주자의 경우, 낯선 환경에서 육아와 일상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주 이전이나 초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는 직・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정서적, 심리적 지원이 가능했다. 이주 이전부터 여러 가지 경로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하며 사전 정보를 습득하고 해외 이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온라인 공간은 이주 및 정착과 관련된 특수하고 비공식적인 내부 지식을 풍부하게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사적 접촉으로만 가능했던 자원에 많은 이들이 쉽게 접근하게 되었다. 특히 SNS를 통해서 정보가 공개되고 공유되면서 참여자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하고 창출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주 이후 정착 과정에서도 여러 가지 소식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실제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측면에서 상호작용을 하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SNS를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을 필요에 의해 새롭게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잠재적 유대로 구성된 새로운 하부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소셜미디어의 개방 구조를 이용해서 사용자들은 기존 대면접촉이나 연계 유무와 관계없이 필요에 의해서 선택적으로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유대가 약한 유대로 활성화될 수 있는데, 동일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임,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 특정 언어(베트남어, 영어)를 공부하는 모임,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 선택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여성 동반이주자의 경우, 출퇴근 하는 직장인 남편에 비해 시간이 자유롭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을 온・오프라인 모임이나 네트워크를 통해 습득해야 하기 때문에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잠재적 유대가 자연스럽게 약한 유대로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기 때문에 먼 쇼핑센터를 갈 경우 단톡방에서 같이 택시를 탈 사람을 모집한다거나, 외국어 공부나 취미 모임을 만들면서 새로운 약한 유대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Dekker and Engbersen(2014)는 소셜미디어가 이주자 네트워크에서 지리적으로 분산된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증진시키는 탈영토화된 사회적 공간을 창출한다고 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탈영토화’ 측면 뿐 아니라 SNS를 이용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협력과 네트워크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예전에는 하노이에 교민이 많지 않아서 모든 모임이 하나로 구성되어 있어서 가족같은 분위기였어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서 물어봐야 하니까 모임에 나갔는데 이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불편한 관계가 되기도 해서 조심스럽고 어려웠어요. 지금은 커뮤니티가 커지니 참여하고 싶으면 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하면 되는 분위기인데, 예전에는 하다 안하다 할 수 없는 분위기라서 좀 피곤한 점이 있었어요. …” (참여자1)

한편 참여자1과 같이 오프라인 모임보다 직접적인 상호작용 정도가 낮지만 오히려 온라인 공간이 가지는 익명성과 ‘약한 연계’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온라인 공간이 ‘distance as asset’ (Grabher and Ibert, 2014)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수의 친구 네트워크라는 강한 연계보다 다수의 온라인 공간에서의 약한 연계가 새롭고 다양한 정보 습득 뿐 아니라 적절한 심리적 거리 유지라는 장점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소수의 네트워킹 그룹은 별도로 단톡방을 만들어 교류하는 경향이 있고, 과거의 단톡방은 광고를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유로운 참여와 이탈로 인해 일정 수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멤버 상호간 동질성이 약화되고 이질성과 익명성이 더욱 높아져서 상호작용의 내용과 질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5. ‘따라가는 아내’에서 공동체 문화 형성과 네트워크 매개의 주역으로

그동안 ‘따라가는 아내’로 표현되던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이주와 정착에 있어서의 역할 변화를 경험하는지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이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 상호 협력적인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 이를 어떻게 실행에 옮기는지를 밝히고자 한다.

1) 여성 동반이주자의 가족 관계 영향과 위상 변화

인터뷰 결과 이주의 주요 동기는 본인보다는 남편의 직장 이동이나 새로운 일자리로, 기존에 직장을 가진 여성의 경우에도 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하고 따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기존의 문헌에서처럼 ‘trailing wife’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동적인 것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최초 이주 동기와 원인은 남편의 직장 이동에 의한 것이었지만, 이주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성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고 오히려 여성 동반이주자가 해외 이주를 적극적으로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주 이전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직접 알아보고 이주를 결정하였으며, 결정 후에도 현지 정보를 온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주거지를 선택하였다. Shaffer and Harrison(2001)은 자녀가 있는 여성 동반이주자들의 현지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는데, 이는 자녀를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도 취학・미취학 여부와 관계없이 자녀가 있는 경우 여러 가지 ‘엄마 모임’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생애과정에서의 영유아 육아기를 해외 이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참여자7, 참여자8, 참여자9의 경우와 같이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 기간에는 전일제 근무가 어렵거나 휴직을 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적극적 취업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시기에 해외이주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6의 경우와 같이 자녀교육을 위해 남편은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는데도 동반이주자인 여성이 자녀와 함께 더 머무는 경우도 있었다. Cooke(2001)은 유자녀 기혼여성의 경우 이주의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했고, 영유아 엄마의 경우 노동 참여와 고용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오히려 이러한 시기를 역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단순히 ‘아내’로서 이주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로서 역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주를 결정하고 있었다. 즉, ‘trailing wife’는 해외이주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여기에 ‘trailing mother’인 것이 오히려 해외이주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주 과정에서 젠더 역할이 더 강화되고 고착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에서 겪는 ‘직장인 엄마’로서의 정체성 혼란을 피하고 국제 이주를 통해 ‘엄마’로서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육체적,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해외주재원이라는 남편의 직장 안정성과 재정적 지원, 그리고 단기체류라는 기한의 명시성으로 인해 해외 적응에 대한 부담과 불확실성이 낮은 것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주 초기에는 현지에서 직장에 다니는 남편에 경제적・생활적 의존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언어적 문제와 낯선 환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참여자3, 참여자7, 참여자8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점이 언급되었다. 그러나 SNS를 통한 정보 습득과 이를 활용한 여러 가지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자녀를 매개로 하는 네트워크들이 많아지면서 남편에 대한 의존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었다. 현지 정착과 적응 이후에는 오히려 남편들에게 커뮤니티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남편들이 현지에서 사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하고 있다.

“… 베트남에 오니 처음에 남편에게 의존하는 정도가 더 높아졌어요. 언어 문제 때문에요. 저는 베트남어를 못하는데 남편은 할 수 있으니깐 이것저것 부탁하고 의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하노이 한국 여자들이 남편의 베트남 정착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많아요. 남자들은 회사에 매여 있어서 실생활을 잘 모르는데 부인들이 마트, 식당 등 정보를 듣고 주말에 남편을 데리고 다니는 거예요. 남편들은 회사 동료들로 인간관계가 한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부인들은 여러 커뮤니티에서 친구들을 사귀어서 주말에 부부동반으로 모임을 하기도 하구요. …” (참여자3)

2) 베트남 하노이의 특수성과 여성 동반이주자의 적응

한편 베트남 하노이의 사회적・경제적・문화적 환경이 여성 동반이주자의 현지 적응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남편의 해외주재원 신분의 안정성과 주거비, 차량지원비, 자녀교육비 등 직장의 재정적 지원이 적응과 정착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소득은 증가하는 것에 비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의 생활비 역시 이들의 정착과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베트남은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주로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여자6 등 여러 인터뷰에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택시비로 인해 비교적 만족한다고 대답하였다.

특히, 이들은 가정부(가사도우미)와 보모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고,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서 벗어나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한국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가 큰 작용을 했다. 베트남은 지역별로 4단계로 나누어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하는데 임금이 가장 비싼 1지역인 하노이는 2008년 월 100만VND(약 50,000원)에서 가파르게 상승하여 2016년에 월 350만VND(약 175,000원)이 되었다. 2016년 한국의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에 월소득으로 환산했을 때(주5일 8시간 근무) 약 126만원으로 한국의 14% 정도에 불과한 수준인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임금 격차로 인해 가사노동의 외주가 가능해지고 여유 시간을 취미와 여가활동, 새로운 사업구상 및 실행, 자기계발(외국어공부 등) 등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참여자3, 참여자4, 참여자6, 참여자8 등이 이에 대해 만족도가 높다고 대답하였다. 이 경우 Cooke(2007) 등의 기존 논의에서 가족 이주, 특히 국제 이주가 여성의 젠더 역할을 더 강화시켜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출발지보다 임금이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으로 이주할 경우, 특히 임금 격차가 클 경우에는 강화된 젠더 역할을 외주화 할 수 있다. 반면 Yeoh and Willis(2005)에서 싱가폴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전통적 젠더 역할로 회귀한 것은 임금 격차가 크지 않거나 중국에 이러한 가사노동 외주 여건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한국과의 임금 격차가 크고 메이드 고용이 보편화되어 있는 점이 다르다. 이에 하노이에 거주하는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가사노동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어 다른 활동을 모색할 가능성이 생겼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가정 외에서의 활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자기계발이나 네트워크 형성에 이용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새로운 사업과 창업을 모색하기도 하는데 저렴한 임금을 주고 노동력을 고용하여 가정에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등 소득창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정현주(2008)의 논의에서와 같이 국제 이주와 젠더 문제는 지역적 특수성이 많이 작용함을 알 수 있다.

“… 원래 인테리어 디자이너였고 3년 반 정도 회사를 다니며 일을 엄청 열심히 했는데 남편 따라 하노이에 와서 처음에는 쉬면서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너무 좋았어요. 집안일과 아이 봐주는 사람이 있어서 가사노동에서 해방되었고, 그 당시(2000년대 초반) 가사도우미 월급이 1달에 35,000원 정도 밖에 안했거든요. … 이곳에서 생활하니 내 개인시간이 많아요. 시댁, 친정, 친구가 별로 없고 쇼핑, 문화시설이 많지 않아서요. 집에서 영화보거나 음식만들기, 재봉기술배우기 등 취미활동을 많이 하게 되요. 시간 여유가 있으니 원하면 다양한 취미를 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 모임에 나가서 하는 활동 기회도 많고요. …” (참여자6)

“… 반찬을 만들어 파는 단톡방들이 생겼는데, 여기에 가정주부들이 보통 메이드들을 쓰니깐 자기 것 만드는 김에 양을 조금 많이 여러 가지 음식이나 반찬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고, 이것이 사업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오전에 주문을 받아서 같은 건물이나 단지에 있으면 아이들 픽업하는 오후 3~4시 사이에 서로 물건을 주고 거래하는 거예요. 혼자 하면 어렵겠지만 메이드를 고용하고 있으니 이게 가능하고 이렇게 하면서 메이드를 고용하는 인건비를 벌 수 있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 (참여자3)

그러나 베트남에서의 언어 문제는 현지인들과의 네트워크와 뿌리내림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고, 이는 오히려 한국인 간의 네트워크 형성과 유대 강화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많은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베트남어를 배우려는 생각이나 시도를 해보지만, 꾸준히 어느 정도 실력을 키우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굳이 베트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커뮤니티 내에서나 네트워킹을 통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고, 자녀를 주로 외국인학교에 보내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의 필요성을 더 느끼고 있었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외국인과의 소모임을 통해 영어공부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베트남 현지인과의 교류는 거의 없고, 한국인 커뮤니티나 더 확장된 국제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어문제와 사회문화적 장애요소로 인해 한국인 여성들 간의 유대와 네트워킹이 오히려 강화되는 측면이 있고, 베트남 현지인과의 상호작용보다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의 여성들간의 유대와 네트워킹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Shaffer and Harrison(2001)이 현지 언어 능통 정도가 동반이주자의 정착에 있어 중요하다고 한 것은 이 사례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한국인들간의 SNS를 이용한 네트워크 심화가 베트남 현지화와 뿌리내림에는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3) SNS를 통한 커뮤니티 문제 해결과 공동체 문화 형성

이상의 분석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남편들은 직장생활을 통해 현지에 정착하기 때문에 초기 정착에 대한 지원을 받고 적응이 빠른 반면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다. 반면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초기 정착에 있어 남편에게 의존적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역사회 정보나 생활 정착에 있어서 적응도가 오히려 높고 점차 현지 생활에서 여성 배우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었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모바일 기반의 실시간 SNS 발달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상호작용이 활발해졌다. 인터넷 사이트,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협력적 학습이 가능하며 인적 네트워킹을 유지하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서의 불안감과 한국과의 괴리감이 상당히 감소하였고 심리적,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기존의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와 연계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SNS에 커뮤니티 문제를 공론화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면서 온라인 공유에서 오프라인 실행으로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사례로 분석한 단톡방은 실제 특정 아파트 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개설되었기 때문에 주거시설과 커뮤니티 정보를 교류하고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등의 실행과 협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태풍, 폭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주거시설의 문제와 위험을 알려주고 커뮤니티에 위험 요소가 발생했을 시에 이를 공유하였다. 거주지 내 불편 사항들을 공론화하여 관리사무소에 공동 대응하는 등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하였다. 또한 스쿨버스를 잘못 내려 길을 잃은 어린이에 대해 알려서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분실물을 찾아주는 등 일상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커뮤니티의 문제들이 SNS의 도움으로 해결되었다.

한편 더 적극적인 방향으로 실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새롭고 실용적인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하노이의 경우 비교적 배달 문화가 발달되어 있기는 하지만 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기 때문에 원거리의 소규모 단위로는 배달이 불가능하다. 이에 C아파트단지 단톡방에서는 하루 중 특정 시점에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 단위를 늘려서 원거리 배송이 가능하게 하였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거나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었다. 또한 대중교통 부족으로 인한 이동성 제한의 문제를 자가용이나 택시의 공유 방식으로 해결하였다. 쇼핑, 학습, 여가생활 등 원거리 이동이 필요할 경우 단톡방에 이를 공지하고 자가용을 함께 타거나 택시를 같이 타고 비용을 나눠 내는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중고 물품이나 새 상품을 서로 사고 팔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무상으로 주거나, 필요한 물건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입주민들은 동일 커뮤니티에 거주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의 교류가 실제 물품의 전달로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이러한 활동이 매우 활성화 되어 있었다. 물품 뿐 아니라 가사도우미(메이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구인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였다. 개인의 필요에 의한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새롭게 사람들 간의 연계가 만들어지고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단톡방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개인들이 별도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용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활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단톡방이 거주 밀집지역별로 존재하고,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유사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간에도 존재하고 있어서 한국인 커뮤니티가 온라인 공간에서 여러 방면으로 연결되어 있다.

또한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SNS를 통해 가족이나 친구 뿐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이웃과 공동체 구성원의 현지 적응과 정착을 지원하고 있었다. SNS에서의 기 구축된 네트워크에서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또 다른 연계를 만들어내고 도움을 줌으로써 네트워크 매개자로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참여자7, 참여자8의 인터뷰에서와 같이 소속감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네트워크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기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직장이라는 공동체에 소속된 남편들에 비해 여성 동반이주자들은 하노이에서 특정한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이것이 오히려 자유롭게 다양하고 이질적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네트워킹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현지에서 구직이 쉽지 않은 점, 해외주재원 남편이라는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으로 인해 경제활동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고, 이렇게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들만의 연대를 만들어가고 육아, 교육, 생활, 의료 등 각종 지원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연대가 한국인 네트워크 뿐 아니라 국제적인 네트워크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노이에 거주하는 아시아 여성 단체인 AWFH(Asian Women and Friends in Hanoi), 하노이에 거주하는 국제적 여성 단체인 HIWC(Hanoi International Women’s Club) 등에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참여자6, 참여자8, 참여자9는 이러한 단체에서 커피모임, 자선바자회 등을 통해 외국인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었고, 수익금은 하노이 지역사회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하였다.

“… 이런 모임에서 베트남에 오는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해요. V카페에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문의하거나 쪽지를 보내면 답해주고 여기 영업사원 번호도 알려주고 하는 역할을 해요. …” (참여자7)

“… 베트남에 오자마자 여러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하고자 노력했어요. 한국에서는 직장인이었는데 여기오니 그냥 주부가 되어 소속감이 없어졌다는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요. 초반부터 HIWC 커피모임이나 바자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어요. …” (참여자8)

6. 결론

이상에서 베트남 하노이에 거주하는 여성 동반이주자들의 현지 적응과 온라인 네트워크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동안 여성 동반이주자는 ‘따라가는 아내’로 표현되면서 수동적인 역할에 머물고 적응 과정에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본 연구 결과 온라인 네트워크 공간과 모바일 SNS가 일반화됨에 따라 이러한 수동성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여성 동반이주자의 적응, 사회적・심리적 지원을 넘어서, 이들이 능동적 주체로서 공동체 문화 형성과 새로운 네트워크 창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장이라는 특정 장소・공간과 소속이 없는 사람들에게 SNS라는 가상공간이 소속감을 부여해 주고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남녀노소의 구분이 모호한 준익명성으로 인해 의사표현에 있어서 부담없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우월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에 나오는 일상적 정보와 지식을 가치있고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으로 인해 네트워크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들의 해외이주의 기회는 남편으로부터 유래하여 trailing wife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생애과정에서 영유아 육아시기인 것이 trailing mother로 작용하였으며 이것이 젠더 역할을 강화시켰으나 해외이주의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였다.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환경 차이로 인한 물가와 임금 격차, 주재원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으로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서 어느 정도 해방되어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며, 4~6년 내외의 주재원 기간의 한시성으로 인해 심리적 여유와 안정을 가질 수 있었다. 언젠가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과 영유아 육아기간이 겹쳐 심리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으며, 이것이 현지 베트남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해야 한다는 부담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 반면 한국 여성 동반이주자들과의 유대를 강화시키고 모바일 기반 실시간 SNS는 이것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주 초기에는 현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남편보다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의존적이었으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지에 정착하고 생활하면서 여유 있는 육아와 취미생활,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여성들 간의 유대와 네트워킹은 더욱 강화되고 이것이 가족 전체의 현지 적응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이웃, 커뮤니티, 한국인 공동체의 현지 적응에 상당히 긍정적 기여를 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SNS는 여성 동반이주자들이 대면접촉에 의한 소수의 친구 네트워크에 국한되지 않고 다수의 사회 네트워크로 활동 범위를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가정 내에 국한되던 돌봄을 이웃과 커뮤니티로 확장시킬 수 있었는데, 여성의 젠더 정체성이 공동체 돌봄으로 연결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대다수 한국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SNS 도구가 존재한다는 점과 베트남의 지역적 특수성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본 연구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동반이주의 경우에도 여성들이 능동적인 행위자가 될 수 있으며, 개인의 적응에 머무르지 않고 공동체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 의의가 있다.

1) 개인적 적응은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느낌이나 고향처럼 느끼는 정도, 상호작용 적응은 현지 국가 사람들과의 관계, 문화적 적응은 현지 관습이나 교통과 같은 다양한 환경이나 상황조건에 적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적응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개인적 차원에서 현지 언어 능통정도, 고용 상황 변화,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있고, 상호작용 차원에서 가족 및 사회 네트워크가 있다. 또한 환경적 차원에서 문화적 새로움, 생활 조건, 파견기간의 명확성 등이 있다.

2)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출시된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obile instant messenger)로 무료 서비스이고 스마트폰에 등록된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친구를 등록시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장했으며, 특히 그룹채팅을 구현하여 유용성을 높였다(정희석, 2012).

3) 2007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C아파트 단지는 아파트 12개동 약 1,500세대와 빌라 약 900세대로 이루어졌는데, 내부에 편의시설과 3개의 국제학교가 있어서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기존에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집적지와 자동차로 대략 20분 정도 떨어져 있지만 서양인, 일본인, 한국인 등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Acknowledgements

이 논문은 2016년도 서울대학교 미래 기초학문분야 기반조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 결과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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